2013 / 07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용어 해설


소매점들의 유형

대형 소매점은 백화점과 통상 ‘대규모점포(3,000m2 이상)를 개설한 대형마트’로 나뉜다. 신세계 이마트, 롯데, 그리고 영국계 테스코가 소유한 홈플러스로 과점되어 있다. 대형 소매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마트와 롯데, 홈플러스와 GS리테일 등 4개 대형 유통기업들은 골목상권을 잠식하기 위해 대체로 990~3300㎡(300~1000평) 규모인 슈퍼수퍼마켓(SSM)을 파상적으로 개설했다. 한편,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CU(구 훼미리마트) 등 대형 유통기업들의 체인형 편의점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의 골목 슈퍼마켓을 대체해 나갔다.



▶ 문제 현상


규제했지만 대형마트의 팽창을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형 유통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9년 7월 처음으로 인천과 부평에서 SSM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중소상인들의 저항이 시작된 이래 전국 곳곳에서 대형마트와 SSM 입점을 막기 위한 사업조정신청이 쇄도했다. 그 첫 결실로 2010년에 유통법과 상생법이 제정되어 부분적으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잠식이 억제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적어도 2011년 말까지 대형유통재벌의 팽창은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기간 동안 백화점도 계속 늘었다. 이미 한참 전에 포화상태에 진입했다던 대형마트도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2007년 375개에서 2011년 472개로 거의 100개가 늘었던 것이다. 특히 중소상인들이 필사적으로 저지하려고 했던 SSM의 팽창 속도는 경이적이다. 4년간 354개에서 980개로 무려 2.7배가 팽창했다. 중소상인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심야영업 강제와 과도한 위약금 등으로 사실상 노예계약 수준임이 밝혀진 편의점들의 폭발적 증가도 놀랍다. 2007년까지만 해도 12000개에 불과하던 체인형 편의점이 2011년 말 기준으로 22000개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주위에 편의점이 생긴다는 일반 시민들의 말이 명확한 수치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비례해서 일반 슈퍼마켓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악할 만한 사실은 SSM의 경우 중소상인들의 저항이 본격화되었던 2010년에도 200개가 새로 생겼고 유통법과 상생법이 발효되던 2011년에도 100개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형유통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기에는 정부, 국회의 의지와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잘 보여준다. 2012년 이후 대형마트에 대한 부분적 일요 휴무제가 강제되고 유통법과 상생법이 다소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골목상권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까지도 편법적인 SSM 추가 입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재벌들의 과잉 팽창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그들은 신규 출점으로 인한 고용 창출을 들어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 2008년만 해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한 곳당 177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011년에는 138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큰 마트에 겨우 직원이 100여명밖에 되지 않는 다는 사실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매장에 입점한 업체의 직원들과 압도적으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 146개 점포를 갖고 있는 이마트도 정규직은 매장당 102명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이 그 2배를 웃도는 260명”에 달한다.(이들 비정규직 가운데 9100명이 2013년 정규직이 되었다고 크게 언론보도 되었다. 그런데 실상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신규채용’ 즉 기존 경력은 무시된 채용이었다.)


대형 유통재벌의 탐욕의 반대편에는 자영업자들의 생존위기가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개인사업자 폐업의 증가다. 2008년에 비해 2011년에는 한 해에 폐업건수가 약 10만 건이 더 늘어나서 84만 건에 이른다. 이는 1분마다 1.6개의 개인사업자가 폐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문제 진단과 해법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허가제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처음부터 정답은 있었다. 지금처럼 대형유통재벌이 입점을 원하기만 하면 신고로 끝내는 방식을 허가제로 바꿔 기존 중소상인들에게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면 입점을 억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안은 처음 SSM 규제 얘기가 나오던 2009년부터 중소상인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사항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무시하고 우회적인 방안들로 입법을 했지만 그로부터 4년 동안 대형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잠식도 막지 못했고 중소상인들의 생존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결국 허가제라는 원칙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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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7 / 17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줄.푸.세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자유화라고 부른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박근혜, 5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일류국가의 비전은 ‘대한민국 747’을 통해 달성됩니다. 연7% 경제 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년 내 4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여 10년 내 세계 7대강국으로 올라서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겠습니다.

이는 2007년 MB 대선공약집(‘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에 실린 이른바 747공약으로 알려진 국가비전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기조를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율을 정비하여 기업하기 좋은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사회갈등 구조를 해소하는데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MB는 747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정책 기조로 대선 경쟁자였던 박근혜의 ‘줄푸세’ 공약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리고 지난 4년 반 동안 친기업 · 친시장을 모토로 줄푸세, 즉 MB노믹스를 가열차게 추진하였다.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해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되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박근혜 또한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조금 달라졌겠지’ 하고 일말의 기대를 품은 사람도 더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제(16일) 신문방송편집인 토론회에서 ‘줄푸세에서 경제민주화로 바뀐 것은 경제상황이 바뀐 것이냐, 경제철학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큰 틀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법인세는 결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 다른 나라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재벌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 17%에도 못 미쳐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재벌대기업이 적용 받는 최고세율이 2009년 25%에서 22%로 인하되었다. 2010년 총 법인세 세수는 29.6조로 2008년 37.3조에 비해 7.7조나 감소하였다. 또한 재벌대기업에 편향된 세액 공제 및 감면 정책에 따라 과표 대비 총부담세로 계산한 실효세율은 2010년에 16.6%로 떨어졌다.

실효세율은 2008년 20.6%에 비해 평균 4%p 감소하였다.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표가 증가할수록 실효세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500억 초과 대기업부터 과표가 늘어날수록 실효세율은 오히려 감소한다. 특히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6.97%에 불과하였다. 2008년과 비교하면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4.1%p 감소하였다.

과표 100~200억인 중견기업보다 1%p 정도 더 많이 줄어들었다. 재벌대기업의 평균 감면율은 22.8%로 과표 200~500억인 중견기업보다 7.64%p 높게 나타났다. 전체 감면액(산출세-부담세) 규모는 7.4조로 이 중 38%인 2.8조를 41개 재벌대기업이 독자치하였다. 기업수로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41개 재벌대기업은 매년 평균 686억 원씩 감세 혜택을 받은 것이다. 산출세액에서 부담세액의 차이는 세액 공제와 감면으로 구성된다. 세액 공제 5.56조 중 주로 재벌대기업에 이득이 돌아가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R&D세액공제가 3.6조로 전체의 65.5%를 차지하였다.

한편 감세정책에 따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내렸는데, 감세 이전인 2008년 실효세율을 2010년 과표에 적용할 경우 2010년에만 7.1조 원 가량의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이 중에서 500억 초과 364개 대기업이 전체 감세혜택의 54.8%인 3.9조를 차지하였다. 특히 42개 재벌대기업은 2010년 전체 31.9%에 달하는 2.3조의 감세혜택을 독차지하였다.

 

법인세 인하는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근혜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다른 나라와 (조세)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국가경쟁력’을 모토로 내건 YS 정권 이래로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속적으로 인하되었다.

...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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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10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9)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구조에 의한 해결 - 게임의 규칙을 바꿔라

구조에 의한 해결은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앞서 두 가지 해법은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사람들의 동기와 전략을 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우선 악셀로드는 구조적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반복과 정체성 확립을 제시했다. 첫째, 상호작용은 빈번하고 영구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둘째, 자신에 대한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상대방의 과거 행동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실험에서 익명성은 협동을 감소시켰다.

 

1) 보수 구조

보수 구조를 바꿔서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협력의 보수를 높이고 배반의 보수를 낮추면 당연히 협력의 빈도는 높아진다. 이 경우 실제 현실에서는 물질적 보수와 함께 정신적 보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표의 경우, 내가 지지하는 투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면 사람들의 투표 의지는 높아진다. 내가 투표하는 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보수가 원하는 후보의 당선으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에 의하면 협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보수가 높아지는 경우에도 협력의 빈도는 상승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재의 경우이다. 분할할 수 없는 공공재의 경우 협력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어떤 공공재를 개개인에게 나눠주고 저마다 개별적 수익을 얻게 하는 것보다 공공재를 집단이 공동소유하고 그에 대한 고정된 공동 수익을 얻게 할 경우 협력이 높아진다. 이는 집단정체성과도 연결된 부분이다.

 

2)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조

개인의 행동이 상황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을 경우 사람들은 협력하지 않는다. 가뭄에 나 혼자 물을 절약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TV 수신료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TV 프로그램이 종영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는 구조를 만든다면 협력은 늘어날 수 있다. 나의 행동을 인해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거나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으면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 있어서 이런 구조 형성이 필요하다. 앞서 물 절약의 경우 내가 물을 절약하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럴 것이고 그것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믿음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그렇다. 지금 내가 종이컵 하나를 안 쓴다고 과연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현실에서 사용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개인이 기여하는 만큼 공공기관 등이 기여해줌으로써 전체 보수를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 또 하나의 방식은 개인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자선단체에서 자선가와 아이들을 일대일로 맺어주는 것이 이런 효과를 노린 방식이다. 내가 기부한 돈이 실제로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3) 집단의 크기

많은 연구는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협력은 줄어든다고 밝힌다. 이에 대한 이유는 많다. 집단이 커지면 배반에 의한 피해가 확대되는 폭도 커지며, 다른 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고, 익명성이 강화된다. 또한 조직 운영 비용도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집단 내에서 서로의 행동에 대해 대화하고 조정하기가 힘들어진다. 한 사람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여주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일부 논자는 무정부주의적 소집단 네트워크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경제도 시장경제에 비해 일정 부분 이런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에 따른 협력 감소는 금방 사라지며 거꾸로 규모가 커지면서 협력이 증대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재 형성에 있어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한계비용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는 공공재가 비경합적이라는 가정, 즉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규모에 따라 인구의 이질성이 증가하므로 이것이 다양한 사회적 가치나 자원의 확보로 이어질 수 있어서 협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 경계를 명확히 하는 구조

공유지의 비극은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공유자원이 가지고 있는 비배재성,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처음 제시했던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Garrett James Hardin)은 자신의 논문에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지도자나 권위의 수립을 통한 해결이다. 지도자가 규제를 설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구역, 특정 시기에 어획량을 규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홉스(Thomas Hobbes)가 이야기했던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로서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딘은 "공유지에서의 자유는 모든 것을 망칠 뿐이다", "모두가 망하는 것보다는 불공정한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흔히 집단 내부의 유대관계가 강한 경우에는 민주적으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가 등장하고, 유대관계가 약한 경우에는 강한 권력을 가진 이가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자의 경우 유대관계가 약해서 협력이 쉽게 일어나지 않으므로 강제적인 권력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권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공정한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집단이 공통적으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합의해야 하며, 지도자는 사람들이 복종할 수 있는 충분한 강제력을 가져야 하며, 부패하지 않고 특정 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는 연구들이 제시되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구조적 해결책이 존재할 경우 사람들은 지도자를 만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사적소유의 도입이다. 공유지를 쪼개서 개인에게 각각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공공의 재산보다는 개인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방법이다. 하지만 바다, 공기, 국방처럼 사적 소유를 설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답이 될 수 없다. 또한 누가 그 재산을 소유하느냐라는 사회정의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개인 소유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고, 사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제도와 비용이 필요하다.

하딘의 해결책은 여기서 끝이 난다. 이후 오스트롬이 세 번째 방법으로 공동체의 자원을 잘 알고 있는 구성원들에 의한 지역적 규제와 제한을 제시한다. 오랜 기간 동안 공유지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공동체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본 결과 배제성의 경계를 명확히 관리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오스트롬은 "공유지로부터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개인이나 가계가 명확히 정의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5) 응징과 보상의 제도화

협력자는 보상을 받고 배반자는 응징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선택적 유인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개인의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하거나 응징을 하려면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대도시에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에서 물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일일이 조사한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는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협력을 유발하는 제도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또한 감시와 규제는 사람들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응징과 보상의 제도 자체가 공공재이므로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2차 공공재라 하는데,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공공재를 뜻한다. 예를 들어 만들어진 제도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경찰이나 사법 당국만이 규제를 지키기 위해 애쓸 뿐 일반 개인들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나는 규제가 가져오는 이익은 받고 있지만, 그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니 무임승차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애초의 사회적 딜레마를 1차 딜레마라 부르고, 제도 유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딜레마를 2차 딜레마라 부를 수 있다.

특히 문제는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타인을 믿고 적극 협력했던 이들이 오히려 2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2차 딜레마는 서로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이므로 신뢰와 협력을 추구하는 이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것이다. 반면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믿지 못하고 협력하지 않던 이들은 규제를 만드는데 더 적극적이 되어 2차 딜레마 해결에 협조한다. 그래서 결국 협력하는 사람과 협력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규제의 정도는 비슷하게 된다.

사회적 딜레마 해결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협력에 영향을 주는 매우 많은 변수가 있으며,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스트롬 역시 공유자원 문제에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배반자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이다. 이는 앞서도 보았듯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사슴사냥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슴사냥 게임에서는 다른 이들도 협력할 것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임의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0)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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