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6                                                                                                               최정은 / 새사연 연구원



여러 고비를 넘기며 20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재외국민투표를 시작으로 드디어 막을 올렸다. 국민의 한 표 한 표로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뽑히고 나면, 새로운 국회는 오는 5월 30일부터 향후 4년간 의정활동을 바쁘게 이어나갈 계획이다. 유권자들은 투표 직전까지도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 대표로 활동하게 될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으나, 기대만큼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19대 국회 평가, ‘절반의 성공

19대 국회 임기가 아직 두 달여 남아있지만, 현 국회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니페스토본부가 지역구 국회의원 239명의 8481개 공약을 지난 2월초까지 검토해본 바에 따르면(매니페스토실천본부, “19대 총선공약 완료율 51.24%로 분석”, 2016.2), 예산까지 확보해 시행을 앞둔 공약은 4366개(51.24%)뿐이다. 전체 공약 중 3525개(41.56%)는 추진 중이며, 보류 혹은 폐기 되거나 기타 이유로 추진되지 못한 공약이 610개(13.9%)에 이른다. 19대 국회의 입법발의 건수는 1만5000여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에서 지난 1월 중순까지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안은 4843개(31.54%)에 그쳤다. 임기 종료까지 남아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남은 공약들을 현실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관행처럼 굳어진 ‘쪽지예산’과 정확한 재정 추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묻지마’ 입법 활동이 대표자들의 공약이행을 낮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중앙당과 해당 정당의 지역 후보의 정책이 맞지 않는 문제도 드러났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등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지역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은 재개발, 재건축, 산업단지 조성 및 유치, 도로 등에 관련된 것들이 다수였다. 정작 표심을 움직였던 복지나 일자리, 서민경제 관련한 정당의 공약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지역 정치의 한계와 현실이 소홀히 다뤄진 탓이다.

 

20대 국회 진정성에 투표

그렇다면 공약으로 본 20대 국회는 이전과 얼마나 다를까. 경실련 20대 총선 유권자운동본부가 주요 4개 정당의 공약을 재벌, 농업, 노동, 서민주거, 복지, 정치, 재원 조달방안 및 배분 계획에 따라 평가한 결과를 내놓았다(경실련, “20대 총선 정당 공약평가”, 2016.4). 각 정당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전에 강조된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실종되거나 후순위로 밀려나고, 시장경제활성화 비중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자리 정책에서 새누리당은 내수산업 활성화 위주로 일자리를 ‘양적’으로 늘리는데 집중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실업 해소에, 국민의당은 신성장산업 육성에, 정의당은 일자리 나눔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안과 규모에서도 정당별로 차이가 크다. 새누리당은 공약이행에 연간 1조1000억원을 세입구조 조정으로 이뤄갈 방안인데, 이는 19대보다 1/10 규모로 축소된 것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에 연 29.7조원을 쓰고, 국민연금을 주요하게 활용해 31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은 건강보험 재정 등을 활용해 연 9조2500억원을 공약에 활용하고, 정의당은 법인세, 소득세 등 과세를 높여 49조원을 마련해 공약이행에 38.3조원 쓸 계획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재정 등을 활용해 예산을 마련하는 방안들이 공약에 등장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각 정당마다 재원 마련을 위한 단계별 전략이 빠져 구체성이 떨어지고, 예산 밖의 공약도 많다는 비판을 맞고 있다.

국회의원의 활동은 입법과 예결산심의 등을 통해 평가받는다. 지난 국회에서 겪은 무수한 갈등의 중심에는 ‘예산’이 있었다. ‘증세 없는 복지’의 한계를 절감해온 과정이기도 했다. 정당 공약집만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예산이 있고 없고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지’의 문제다. 자신이 뽑은 정당과 대표자가 약속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제2, 3의 대안 마련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표심을 움직일 나머지 절반의 정보는 사실상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이전까지 얼마나 신뢰를 주며 실천해왔는지를 반영한 ‘진정성’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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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6·2 지방선거가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나면서 정국지형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일단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주요 국책사업이 정부 의도대로 추진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9월 정운찬 국무총리 취임 이후 정국의 핵심 쟁점이었던 세종시 원안 수정도 힘들어졌다.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실상 원안 수정안을 포기할 뜻을 비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2년 동안 사회 갈등의 핵심이자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이었던 4대강 사업 역시 정부의 강력한 시행의지를 밝혔지만 앞날이 밝지 않다. 이런 정황을 반영해 여권 내부에서는 각종 쇄신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야당들도 국정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궤도 수정과 정치지형의 변화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민생과 연관된 주요 경제개혁에 대한 재검토는 아직 뚜렷한 것이 없다. 경제 운용기조에 대한 변화 조짐은 물론이고 정부가 발표하겠다던 중·장기 국가 고용전략 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의 원인이 됐던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개혁도 국제적인 금융규제 논의를 뒤쫓아 가면서 은행세 도입과 같은 몇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는 있지만 체계적인 금융개혁 청사진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아마도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8.2%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난달 취업자수 증가가 50만명을 넘는 등 최근 한국경제 지표경기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화려한 지표경기 실적으로 인해 중대 경제개혁 과제들이 묻혀 버리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까지 이어 온 우호적인 수출 여건과 6·2 지방선거를 위해 상반기에 집중 투입된 재정효과 덕택으로 지표경기가 눈부시게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체감경기’는 여전히 지표경기 실적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생활 회복속도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집권 여당에 패배를 안겨 준 이면에는 체감경기가 좋아지지 않고 있는 한국경제의 저변이 반영돼 있다.

예를 들어 보자. 2010년 5월 기준으로 협약 임금인상률이 4.4%인데 이는 물가상승률 2.7%를 빼면 실질적으로 2%도 안 되는 임금인상에 불과하다. 노동자 가구의 실질소득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8%밖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에 노동자들의 소득이 -2.9%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동안 노동자 가정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경제성장률 8.2%와는 얼마나 격차가 큰 것인가.

물론 늘어난 것도 있다. 바로 가계부채다. 가계신용(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우리 가정의 가계 빚은 무려 55조원이 더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을 합치면 약 100조원 가까운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소득이 정체돼 있는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선거도 끝나고 민생의 어려움이 배경이 돼 집권 여당이 참패한 만큼, 이제라도 정부는 외형적인 실적쌓기 위주의 경제운용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경제운용의 핵심 과제를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격차 해소에 두고 체감경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후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물 론 체감경기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위기의 그늘에서 완전히 탈출한 것은 아니다. 회복세가 안정돼 출구전략 논의가 한창이던 상반기에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세계경제가 다시금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는 청와대나 행정부의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운용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을 끌어안으면서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행정부는 물론이고 의회와 시민사회를 파트너로 공론의 장을 모색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만 유독 행정부가 밀실에서 독단적으로 중차대한 경제개혁 과제를 처리함으로써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이나 부유층 위주의 개혁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심이 집권여당에게서 등을 돌린 하나의 이유가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 아니었나.

하 나의 가능한 방법이 체감경기 회복과 경제체질 개혁 논의 과정을 청와대나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 공론장으로 옮겨 보는 것이다. △체감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 △국가 고용전략 수립을 위한 대책 △외환시장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 등 민생과 경제 구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개혁 과제를 국회라는 장에서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여야를 포괄하는 3대 경제개혁 특별위원회를 국회에 설치해 국회가 이해관계자와 민의를 공론화하고, 여론을 수렴해 개혁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 매일노동뉴스 2010년 6월17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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