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2 / 2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성장과 분배의 관계 다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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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2. 불평등이 성장의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3. 불평등 완화와 성장을 함께 이끌 정책들

 

[본 문]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경제 부총리를 포함하여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이 면모를 드러내고 국정과제가 발표되면서 나오고 있는 공통적인 비판은 ‘시작부터 경제 민주화의 실종’이다. 이미 지난 대선 선거운동 후반기부터 ‘경제 민주화냐 성장이냐’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위기를 핑계로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으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경제 민주화 없이 박근혜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서? 수출 대기업을 지원해서? 금융 규제완화로 신용창출을 통해서? 과거의 성장 기제로 작동하던 이런 방식들은 이제 불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그럼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과제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사실 불평등 문제와 관련이 있다. 2011년 월가점령 운동이후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문제가 99%의 불평등 문제다. 더욱이 현재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핵심 요인이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수요제약이라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단지 불평의 심화 정도에 대한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불평등과 경제위기, 소득 불평등과 가계 부채의 관계, 불평등과 소비의 관계, 그리고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에 대한 의제로 넓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 문제는 불평등 문제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아서 오쿤(Arthur M. Okun) 같은 1960대의 경제학자들은 사회가 평등과 성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오랜 동안 고속 성장을 위해 일정한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한국의 선성장 후분배 논리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좀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 경제학자인 브랑코 밀라노빅(Branko Milanovic)은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인 고등교육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왔는데, 사회가 상대적으로 균등한 소득분배를 이루어야 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그래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 불평등이 성장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그리고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빈부격차를 좁히는 사회는 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이 보고서의 저자이기도 한 국제통화기금 경제학자 오스트리(Jonathan D. Ostry)에 의하면, 현재 미국 소득격차 추세로 보면 앞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1960년대의 1/3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경기 활황은 4.8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기활황은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 금방 수그러드는데, 그것은 불평등한 사회가 금융위기와 정치적 불안정성 양쪽에서 모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가들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굵직한 정책들을 합의해내지 못하고 쉽게 교착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국제통화기금 전 수석경제학자 라잔(Raghuram G. Rajan)은, 경제적으로 격차가 큰 사회의 정치적 시스템은 극단화되며 지금 워싱턴이 그런 것처럼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를 점점 어렵게 하고, 다시 성장을 점점 어렵게 만든다.”“제기되는 어떤 해법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2011년 국제통화기금 스탭 토론 노트인 “불평등과 지속 불가능한 성장: 동전의 양면인가?(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는 불평등 완화가 경제 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논문이다.  

우선 논문은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시작하기는 쉽지만 지속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단기적인 성장과 침체를 불평등과 연계시키기 보다는 최소 8년 이상의 장기 지속적인 성장세에 불평등 정도가 주는 영향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림 1]이 예시하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보아도 불평등과 성장이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다시 말해 불평등 정도가 커질수록 경제 성장 지속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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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디플레이션의 늪을 헤매고 있는 일본경제의 물가가 2% 올라갈 때까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아베 신조가 가세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자본주의 선진국 진영이 모두 강도 높은 통화 완화정책에 경제회생의 명줄을 걸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9월 세 번째 양적완화를 시작했으며 최근 그 강도를 높인 바 있다. 양적완화에 미온적이던 유럽중앙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양적완화는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08년부터 미국의 선도로 시작됐다. 선진국들은 급전직하 추락하는 경제를 방어하기 위해 한쪽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다른 쪽에서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재정적자 폭이 커지고 재정지출 여력에 한계를 보이게 되자, 점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의존도가 커지게 됐고 그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선진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몰입하게 된 것은 세계경제가 비상적인 조치들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적완화는 과연 기대한 경기회복 효과를 만들어 내기는 하는 것일까. 최근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 내부에서조차 그 효과를 의문시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회의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신용시장·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양적완화는 재정지출 정책과 함께 사용돼야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데 지금은 재정긴축을 하면서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양적완화 정책이 실물경제에 자금공급을 확대시켜 투자 활성화와 고용증대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 자국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가운데 정작 신흥국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충격을 받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특히 미국의 달러공급 팽창은 달러 가치의 하락과 신흥국 통화가치의 팽창을 초래해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주게 된다. 달러가치 하락은 석유와 원자재 등 국제상품의 가격상승을 동반한다.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결국 소득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자국 실물경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되고, 그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자산가격 거품을 촉진시키게 된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통화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약화와 함께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증대, 추가적인 통화가치 절상압력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옹호해 왔던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이 의도하는 것은 각국의 수요촉진을 통한 국내수요 견인보다는 환율상승을 통한 국제시장에서의 상대적인 경쟁력 확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양적완화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2013.1)

어찌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 첫째는 자본 유출입 통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자본시장 개방의 전도사 역할을 한 국제통화기금(IMF)도 자본통제와 관련해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며 자본통제를 인정했다.

국내에서도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과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새 정부가 발전시켜야 할 문제의식이다.

둘째는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가 환율전쟁과 수출경쟁으로 변질될 것이 명확한 만큼 지나치게 수출 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해 내수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수기반 확대의 핵심은 가계소득 성장에 의한 민간구매력 확장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기관들이 연이어 높은 기업소득 성장에 비해 정체된 가계소득 현황을 분석하면서 가계소득 성장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취지와 맥락이 닿아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민주화도 가계소득 성장을 통한 민간소비 활성화를 목표로 한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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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2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한국이 대선정국에 몰입해 있던 동안,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이슈가 하나 있었다. 바로 지난 12월 3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제한적으로 승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 재무성의 신자유주의 논리를 따라서, 국경을 넘는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즉 금융자유화와 금융 세계화를 강력히 옹호하면서 전도사를 자처했던 대표적인 국제기구가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들의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수동적이나마 일련의 입장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를 일차 종합하고 2012년 11월 16일에 내부 이사회 논의를 거쳐 12월 3일 대외적으로 공개한 문서가 바로 자본 자유화와 자본이동관리 - 제도적 관점(“The Liberalization and Management of Capital Flows - An Institutional View”, 2012.11.14 )이다.  

자본통제(Capital control)라는 용어는 주로 각 국가가 국내의 금융 안정과 글로벌 금융위기전이 방지를 위해 국경을 넘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는 것을 말하고 글로벌 자본이동 자유화(Capital flow Liberalization)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그러면 국제통화기금이 신자유주의를 상징했던 자본이동의 자유화 정책을 버리고 자본 통제정책으로 선회했는가? 결코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국제통화기금은 자본 이동 자유화를 이상적인 모델로 신봉하고 있으며, 다만 금융위기라는 현실적인 충격으로 인해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일시적인 조치로서 자본통제를 인정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자본통제라는 용어가 아니라, 자본이동관리 방안(CFM :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라는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다.

자본이동 자유화를 선호하는 쪽에 가깝지만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는 언론매체인 파이낸셜 타임스의 12월 3일자 기사 “국제통화기금이 자본통제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다”(IMF drops opposition to capital controls, 2012.12.3, http://on.ft.com/VJI336)를 통해 이번 국제통화기금의 발표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도록 하자. 또한 새사연의 ‘세계의 시선’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세계화의 비판적인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그의 12월 13일자 칼럼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도 담담하게 해설하는 수준이기는 했으나 국제통화기금의 발표를 12월 4일자 보도 자료로 만들어서 배포하기도 할 정도로 이번 국제통화기금의 자본통제 수용은 공식적인 것이었고 특히 자본유출입 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큰 주제다. 이번 '세계의 시선'에서 동시에 소개하는 두 개의 글은 자본 유출입 통제에 관한 명확한 관점과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상기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자본통제에 대한 반대를 철회하다

(IMF drops opposition to capital controls)

 


2012년 12월 3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최근 신흥국들에서 자본통제를 도입하게 되면서, 국제통화기금(IMF)도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직접적인 통제 수단 사용을 수용하는 근본적인 이데올로기적 전환을 확정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자본통제가 “분명한 대상에 대해, 투명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12월 3일에 보고서로 공개된 정책은 1990년대 기간 동안 자본계정 자유화를 열망해온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으로부터는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초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자산시장에 투기자본 유입이 심각해지고 있는 브라질을 포함하여, 대만과 한국경제는 과세나 규제, 또는 자본에 대한 다른 제한을 가하는 조치들을 실험해왔다. IMF의 브라질 대표는 12월 3일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이 여전히 너무 조심스럽고 자본통제를 표준적인 정책수단의 일부가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일반적이 이익이 많지만, 금융시스템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은 경우에 경제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용을 넘는 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잘 계획되고, 적절한 시점에서, 순서에 따라 자본이동 자유화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또한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또한 급격한 자본이동에 대한 거시 경제적 대응 - 재정긴축, 금리인하, 환율 절상 등을 포함 - 을 자본통제가 직접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 이사회에서 브라질을 포함해서 11개국을 대표하는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보고서가 여전히 “친 자유주의적으로 경도(Pro-liberalization bios)"되었고, 불안정한 자본흐름을 부채질 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라질 재무장관인 기도 만테가(Guido Mantega)는 계속하여 “환율전쟁(Currency war)”을 경고해왔고, 미국 연준이 제로 금리를 유지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달러를 싼 값으로 빌려 신흥국에 투자해서 고수익을 얻을 유인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보고서에 대해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또한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진전된 것이긴 하지만, (자본통제에 관해 -역자)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아이슬란드, 스페인, 아일랜드와 중앙 유럽, 동유럽 국가들의 경험은 대규모적이고 변덕스러운 자본 이동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지금 진행 중인 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이 자본이동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자본이동에 의한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적이고 변덕스러운 자본이 유입되는 나라들에서 받는 충격의 정도가 아직 충분히 인식되지 않았다.” 

1990년대 동안, 미국 재무성의 압력 아래 국제통화기금은 자본계정 자유화를 촉진하기 위한 기금의 규칙의 변경을 제안했었다. 그러다가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해 신흥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포기했다.  

1998년에는 말레시아가 자본유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 결정에 대해 당시 국제통화기금은 반대했다. 그런데 적어도 한명의 국제통화기금 이사는 찬성을 했는데 예를 들어 퀼러(Horst Kohler)는 나중에 말레시아 결정이 옳았다고 말한 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 보고서는 또한, 자본 유출 통제 보다는 유입 통제를 선호하고 있고, 거주자에 기반을 둔 자본이동 규제보다는 은행 감독과 같은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국내 투자자와 해외투자자를 차별하지 않는 조치들을 선호한다. 그러나 파울로 노이게라 바티스타(Paulo Nogueira Batista)는, 비거주자(외국인 투자자 - 역자)들은 국내 투자자들과는 시스템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자본 이동의 규칙

(Global Capital Rules)

 

2012년 12월 13일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국제통화기금(IMF)이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승인했고, 따라서 국경을 넘는 금융자본 이동에 대해 과세를 하고 규제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국제통화기금이 부국과 빈국에 상관없이 외국 금융자본 개방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것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금융 세계화가 파괴적일 수 있다는 사실, 금융위기라든지 경제적 차원에서 부정적인 통화 운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1914년까지 지배적이었던 금본위제도 아래에서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 신성불가침의 것이었다. 그러나 양차 대전 사이의 혼란기로 접어들면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같은 많은 사람들은 개방된 자본계정이 거시경제 안정성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1944년에 체결된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합의는 이러한 새로운 공감대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국제통화기금의 협정문에 자본통제를 명기하게 되었다. 그 당시 케인스 말에 따르면 “이단이라고 여겨지던 것이 지금 정통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까지, 정책결정자들은 다시 자본의 이동성에 매혹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1992년에 자본통제를 불법으로 만들었고, OECD는 새로운 회원국들에게 금융 자유화를 강요했다. 그 결과 1994년과 1997년에 각각 멕시코와 한국이 금융위기로 가도록 만들었다. 국제통화기금은 금융 자유화를 진지하게 의제로 채택했고,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회원국들의 자본계정 정책에 관해 국제통화기금에게 공식적인 권력을 부여하도록 협정문을 수정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에 의해 이중으로 피해를 입게 된 개발도상국 나라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자본 이동의 활용성을 높이면서 위기를 막는데 필요하다고 주장되는 규제완화, 재정 긴축과 통화정책 등을 멕시코와 한국, 브라질, 터키 등 피해를 입은 정부들이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국제통화기금과 서구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이다. 문제는 금융 세계화가 아니라 국내 정책이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해법도 국경을 넘는 금융 이동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국내적 개혁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8년 금융 세계화의 피해자가 선진국이 되는 순간, 이런 유형이 주장이 더 이상 존속되기가 어려워졌다. (자본유입으로 인한 - 역자) 한바탕의 도취와 거품, 뒤를 이어서 갑작스런 중단과 급격한 반전(외국 자본 유입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후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는 소위 자본 이동의 반전되는 것 - 역자)은 통제되지 않고 규제 풀린 금융시장에서 비롯된다는 것, 글로벌 금융시장 그 자체의 불안정성이 문제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다. 각 국가들이 이러한 세계적인 불안정성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려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국제통화기금이 인정한 것은 따라서 당연한 것이며 적절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제통화기금이 진정으로 변했다고 과장하면 안 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여전히, 모든 나라들이 점진적으로 도달해야 할 이상적인 모델로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성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만 모든 국가들이 충분한 “금융적, 제도적 발전(financial and institutional development)”이라고 하는 최소조건(threshold condition)에 도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통화기금은 자본통제를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거시적, 금융적, 신중한 조치들이 자본의 급격한 유입을 저지하는데 실패했을 때, 환율이 결정적으로 과대평가되어 있을 때, 경제가 과열되고, 외환보유고가 이미 충분할 때 등이다. 그 때문에, 국제통화기금이 “자본 이동 자유화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설계하고 이를 위한 상세한 개혁절차를 규정하려 하고 있지만, 그런 식의 자본통제와 자본이동 자유화에 관한 조금이라도 비교해볼 만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글로벌 금융을 불안정하게 하는 근원적인 실패지점들을 직접 조준하여 얼마나 적절한 정책을 적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는, 각 국가들이 국내 금융규제를 어느 정도까지 유사하게 수렴시키면 국경을 넘는 금융 흐름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금융의 실패 지점을 정확히 조준하여 정책적 대처를 하는 것 -역자)는 총기 규제와 유사하다. 자본 유출입과 마찬가지로 총기는 적정한 사용법이 있지만, 사고가 나거나 위험한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 파멸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이 마지못해 자본통제를 승인한 것은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의 태도와 유사하다. 즉, 개인의 (총기소지 -역자) 자유를 포괄적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정책 결정자들이 (총기 소지자의 -역자) 위험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총기 로비 집단이 그를 빗대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논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총기 유통을 제한하지 말고 총으로 공격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논리로, 특정 유형의 금융거래에 과세하거나 규제를 하지 말고, 그들이 예상하고 있는 금융의 위험을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완전히 스스로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린스턴 대학 경제학자 애비너시 딕시트(Avinash Kamalakar Dixit)가 즐겨 표현하듯이, 세상은 기껏해야 늘 (최선이 아닌- 역자) 차선을 선택하는 것일 뿐이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식별해서 그것만 정확하게 규제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접근법은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잘못된 행동을 완벽하게 모니터링 해서 규율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리고 규율에 실패할 경우의 사회적 비용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총기를 잘못 사용하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 역자)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국경을 넘는 자본의 이동을 직접 규제하자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특정 거래를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델이 실현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차선의 전략인 것이다.  

두 번째 문제(개별 국가들이 유사한 국내적 금융규제 조치들을 잘 취하면 국경을 넘는 금융이동 규제를 할 필요가 적어진다는 논리 - 역자)는 국내적 금융규제가 하나의 방식으로 수렴하기 보다는 다양하다는 것이고, 이는 잘 발달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에서도 그렇다는 것이다. 금융 규제의 효용한계를 따라서 금융혁신과 금융 안정성 사이의 상충효과(trade off)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혁신과 금융 안정성 가운데 한쪽이 더 강화되면 그만큼 다른 쪽이 더 약화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 은행들의 자본과 유동성에 대해 엄격한 요구사항을 부과함으로써 안정성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 할 수 있고,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는 금융혁신을 좀 더 선호하여 가벼운 정도의 금융규제를 채택할 수 있다.  

자유로운 자본 이동은 이 지점에서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차입자나 대부자들은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국경을 넘는 금융 이동에 의지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국내적인 온전한 규제체제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규제차익을 방지하기 위해, (조세 피난처 같은 - 역자) 느슨한 규제 지역으로부터 유입 금융거래에 대해서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압력을 국내적 규제 당국자들이 받게 된다.  

각 국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금융을 규제하는 세상은, 각 국내적 정책들을 서로 구분해내는 교차점 관리를 위한 교통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모든 국가들이 자유로운 자본이동의 이상으로 수렴될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되면, 이런 규칙을 만들어내야 하는 난제에 제대로 주의를 돌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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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11.19 11:10

2012 / 11 / 1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 유럽 위기 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유럽연합의 경제 위기에 대해 다룬 7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여는 글]

여름을 지나면서 조금 진정되는 듯했던 유럽이 다시 시끄럽다. 11월 14일 유럽노조총연맹(ETUC)의 주도 하에 유럽 23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특히 그동안 재정위기와 긴축재정으로 고통받아온 그리스,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 시민들의 반응이 격렬하다.

1992년 마스트리히트조약을 통해 유럽연합(EU)이 탄생했고, 1999년 단일화페인 유로화가 출범했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커다란 경제력 차이가 존재했고, 이는 무역수지의 과도한 불균형과 금융자본의 쏠림을 가져왔다.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 독일은 유로존 내의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높은 무역흑자를 올렸고, 그렇게 쌓인 돈은 독일은행을 통해서 그리스나 스페인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본 흐름은 중단되었고 거품은 급속히 꺼졌다.

거품과 함께 붕괴되는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리스나 스페인의 정부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재정위기로 이어지며,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트로이카로 불린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은 구제금융과 함께 해당 국가에 임금삭감과 공무원 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긴축재정안을 요구했다. 물론 이에 대해 해당 국가 국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트로이카가 투자자인 독일이나 프랑스 은행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는 비판, 긴축재정을 강요하며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독일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올해 2월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네, 못받아들이네 하던 상황, 4월을 넘어서면서 이번에는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네, 안하네 하던 상황을 생각하면 된다.

세계의 석학들은 유로존 위기의 근본은 정치적, 경제적 통합 없이 진행된 통화통합에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통화를 쓸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력 차이에 의한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치정책은 부재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저마다의 입장을 주장하는 개별 국가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유럽연합은 ‘연합’이 되지 못했다. 장 피사니 페리는 이것이 바로 유럽연합과 미합중국과의 차이라고 지적하며, 연합체로서 초기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나눠지지 못한 유럽연합을 비판한다. 대니 로드릭은 결국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연합 역시 개별국가의 주권을 양보하고 유럽연합을 제대로 된 연합체로 만들던지 아니면 주권을 지키는 경제정책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별국가로 돌아가던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로랑스 투비아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유럽연합이 유럽 차원의 투자를 주도해나가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삶 또한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교육, 지식,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개선에 필요한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도 적용되는 해법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저마다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다. 이를 동아시아 공동체 차원에서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서 운용하면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 침체로 미국과 유럽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금을 동아시아 내에 투자하여 역내 수출과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기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세계화 시대, 금융위기나 재정위기와 같은 위기는 세계화의 속도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제어하는 수단과 주체, 이로 인한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이들은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국경을 넘는 협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각 국의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세계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본  문]

◆ 여는 글 -------------------------------------------- 4

◆ 그리스 사태, ECB가 강제적 채무조정 나서야 ---------------- 5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 / 조셉 스티글리츠

◆ 그리스, 세계 시장과 국민 정치의 갈등 --------------------- 8
    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 / 케말 데르비스

◆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 12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 장 피사니 페리

◆ 6월 안에 다가올 그리스 유로 탈퇴, 어떻게 막을까 ----------- 15
    묵시록은 확실히 온다 / 폴 크루그만

◆ 유럽, 녹색 성장으로 탈출하라 --------------------------  20
    녹색 탈출을 준비하라 / 로랑스 투비아나

◆ 유럽이 미국처럼 합중국이 될 수 없는 이유 ----------------  24  
    유럽, 연방이 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 장 피사니 페리

◆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주권의 트릴레마 ---------------- 28
    주권에 관한 진실 / 대니 로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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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08년 리먼 파산으로 시작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5년차로 접어들었건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 중앙은행이 모두 무제한 국채매입 등의 양적완화조치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 그나마 경기 여건이 나을 것이라는 미국경제의 회복력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 연준이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 세 번째(지난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 단기국채를 장기국채로 교환하여 유동성을 공급한 정책-를 포함하면 4번째)로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초입부터 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널리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누리엘 루비니 교수였다.(새사연이 소개한 세계의 시선: 루비니,미국경제의 3차 양적완화 효과 실망스러울 것.)

루비니 교수는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0월 12~13일에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입장이 엇갈리자 이에 대한 분석을 싣고, 양적완화의 효과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주로 루비니 교수가 지목한 것 가운데 재정절벽의 위험성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재정절벽 위험이 3차 양적완화의 긍정적 효과를 압도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골드만삭스는 재정절벽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재정긴축 협상을 원만히 해결하고, 연말로 종료되는 감세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롬니가 승리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지금 월가의 공화당 편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고 골드만삭스의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

여하튼 유럽 위기가 당분간 거의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마저 3차 양적완화 효과가 회의적이고 재정절벽 위험성마저 연말로 다가오면서 확대된다면, 2013년 세계경제 전망이 밝을 수 없다. 한국 경제도 3분기에 전년대비 1% 수준까지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서히 우리 역시 위기관리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미국경제 모니터링을 주의 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3차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신뢰성은?

(Bernanke's faith in QE on shaky ground)

 

헤니 센더(Henny Sender)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12년 10월 19일자

지난 10월 12일~1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연차 총회 이후, 자신들이 취한 조치가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방어적 발언들이 미국 연준관리들에게서 이어졌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연준의 정책이 “미국 경제 회복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미국의 소비와 성장을 촉진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제를 지원하는데도 또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의 회복이나 ‘양적 완화’와 경제 상황 개선에 대한 희망적 신호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 3차 양적완화에 의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활동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의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주고 있는 영향력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는 이번 주(10울15일~21일)에,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는 경제기초(Fundamentals)로 인해 고수익 시장의 수익률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결정을 했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수익률이 최근에 떨어지다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는 동안에도 주식시장은 추가적인 상승을 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3분기 자본지출 감소는 연준의 정책이 기업투자를 위한 촉매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차 양적완화 효과가 없는 중요한 하나의 이유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높아지는 우려 때문이다. 재정절벽은 내년 1월에 자동적으로 세금이 늘어나고 정부지출이 삭감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 협상을 원만히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 즉 ‘재정절벽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연준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재정절벽 - 작년에 미국정부의 국가채무 한도를 늘리는 의회 협상의 결과에 따라,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초당적으로 재정적자 삭감조치를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에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10년 동안 1.2조 달러를 무조건 삭감하는 조항이 발동된다. 또한 당초에 2010년 종료될 예정이던 부시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오바마 정부가 2012년으로 기한을 연장한 바가 있다. 따라 2012년 말이면 이러한 감세정책이 종료된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정부가 2010년에 실시한 급여세율 인하와 실업보험 우대책 등이 역시 2012년에 종료된다.(-인용자 해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에 고객들에게 재정절벽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발송했다. 기본시나리오(좋지는 않은 시나리오)는 연말까지 재정절벽 문제를 풀지 못한 결과, 2013년 초에 실질 성장률의 1.5%가 감소하는 것이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실업보험 우대책과 상위 소득세 감세 종료로 인해 성장률이 거의 2%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년까지도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혀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거의 4% 규모까지 떨어지고 경제는 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다.  

역설적으로, 아마도 재정절벽의 충격은 미국 정치인들이 대담한 행동에 들어가든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드라마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의회가 재정적자를 현재 GDP의 4.3%에서 1~1.5%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합의를 하는데 성공한다면, 재정긴축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반대로 의회가 합의에 실패한다면 불확실성 때문에 동일하게 기업의 투자와 성장이 감소할 것이다.

재정절벽에 대한 이러한 공포가 연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동안, 버냉키의 동료들은 재빨리 연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버냉키의 가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사키 시라카와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그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좀 더 지원하는 것 이상을 할 수는 없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는데, “(지금의) 글로벌 통화 완화경향이 2000년대의 거대한 신용거품을 일으켰던 환경과 유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원자재 등 상품가격을 상승시키고 신흥시장의 자산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흥시장 중앙은행 총재들도 미국 연준에 대해 역시 비판적이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하여, 결국 소득 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일본과 인도, 브라질 등의 중앙은행 총재 등은 버냉키 보다도 더 공짜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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