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명백하게 해설할 언론보도나 경제분석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새사연 여경훈 연구원이 에드 도란의 해설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은행 파산, 뱅크 런, 청산(liquidation), 손실(haircut), Bailout, Bail-in, 구조조정 방법 등, 어려운 금융 용어를 키프로스 사태를 통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2013 / 03 / 29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뱅크 런과 구제금융 ABC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파일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아일랜드아이슬란드이제는 키프로스경제규모에 비해 금융시스템이 비대해진 소규모 금융허브 국가들의 금융위기는 이제 너무 익숙해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외신과 금융시장을 통해 수많은 분석과 전망을 접하게 된다위기가 왜 발생했는지국내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떠한지향후 위기는 어떻게 전개되고 국내외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지 등등.

 

그러나 언론 보도와 경제 분석들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생소한 금융 용어와 개념을 전제하고 있다일반인들은 이해를 더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궁금증만을 쌓아갈 때가 더 많다도대체 haircut이 무슨 말이야? bailout과 bail-in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거지정부가 구제금융을 하면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보는 걸까?

 

이는 비단 일반인뿐만이 아니다경제학 전공자도 생소한 금융 용어와 파생상품 구조에 대해서 난처한 이해를 할 때가 적지 않다이는 마치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가득한 오페라를 관람할 때와 동일한 경험일 것이다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우리를 도와줄 그 무엇이 필요하다오페라나 연극의 팜플렛처럼 말이다여기 금융 전공 경제학자 Ed Dolan이 자신의 블로그에 실은 깔끔한 해설서를 소개한다이는 비단 키프로스만이 아닌모든 금융위기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개념과 이론이 되기에 충분하다.



키프로스 은행 연극을 위한 팜플렛

(Bailouts, Bail-ins, Haircuts and All that)

 

2013년 3월 22

Ed Dolan's Econ Blog

에드 도란(Ed Dolan)


1, 1막 은행 파산

1장 2뱅크 런(Bank run)

2막 1청산(Liquidation)과 손실(Haircut)

2막 2구조조정의 방법들

2막 3, Bailouts 과 Bail-ins

3은행 위기와 관련한 두 가지 최종 원리



원문 게재 사이트:

http://dolanecon.blogspot.kr/2013/03/bailouts-bail-ins-haircuts-and-all-that.html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 글상자의 제목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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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6.02 09:56

2009년 2월, 미국 상업은행 부실 확대와 동유럽 국가의 대외채무 누적으로 2차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미국 연방정부가 서둘러 19개 주요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2개월 이상 끌어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수준으로 적절하게(?) 수위 조절해 5월 7일 발표했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시장은 부실의 실체를 덮어둔 채 현재 소강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자유낙하를 거듭해오던 금융위기가 잠복 국면으로 전환된 2라운드로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각 국가의 대규모 재정투입과 금융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미 금융 영역을 넘어 전개된 세계경제는 금융위기의 소강상태 진입과 무관하게 실물경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9년 4월 기준으로 8.9퍼센트에 달해 미국 정부의 예상치를 훌쩍 넘어섰고 연말까지 9퍼센트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과 연동되어 실물경제 위기의 가장 큰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소비위축 역시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소매판매지수는 계속 하락세를 타고 있으며 국민들은 소비지출보다는 여전히 저축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 와중에 경제위기마다 나타났던 시급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이 주축이 된 채권은행들은 5월 안에 9개 대기업 그룹들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관계자들은 3월말 현재 기업과 가계의 부실로 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2008년 9월 이후 무려 10조 원 이상이 늘어나 31조 원에 달한다고 집계하며 시급한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실상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와 경영주가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단골 해법으로 꺼내든 것이었다. 경제 불안의 원인과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든 해결방안의 1순위는 한결같이 ‘신속한 구조조정’이었던 것이다.

외환위기의 강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노동자들은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늘 구조조정의 공포를 떠올린다. 구조조정과 그 필연적 결과인 것처럼 간주되는 정리해고와 감원에 여전히 불안하다. 노동자에게 구조조정은 곧 일자리 박탈과 생존의 위협을 의미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부할 수 없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측면도 있었다. 현재 쌍용차 구조조정계획과 2,600명에 이르는 대량 감원 계획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동안 위기의 만능 해법처럼 여겨진 ‘구조조정’에 대해 몇 가지 짚어볼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첫째, 현재 위기가 과연 기업들의 부실 방만 경영, 과잉 중복 투자, 경쟁력도 없는 출혈 매출경쟁의 결과로 나타났는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한국 기업들의 부실경영 문제는 일부 건설사들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가 없다.

오히려 현재 기업들이 경영난에 빠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 채권시장, 대출시장에서 자금순환이 심각하게 경색된 결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구조가 막히면서 발생한 측면이 크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기업 자금순환을 교란시켰고 그 결과 기업의 경영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다면 대책은 당연히 금융시장의 구조개혁을 통해 자금순환을 정상화시키는 것이지, 급작스럽게 기업의 구조조정을 주장한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

두 번째 문제는, 이번 기업 경영난과 기업 생존위기가 금융권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채권 은행단’이라는 이름을 쓰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책임지며 주도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기업이 ‘문제’여서 금융권이 ‘해결사’가 된 모양새다. 이는 정확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현재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권은 기업과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현재의 구조조정이 과거에 늘 그랬던 것처럼, 과연 ‘인력 구조조정’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은행으로의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서’, ‘기업의 수익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감원, 임금삭감 등의 형태를 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처럼 말하는 것 역시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진정 ‘과잉 고용유지’와 ‘과도한 임금으로 인한 기업 이윤 하락’으로부터 발생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은행의 대출관리 책임과 일정한 위험을 감수한 대출지속, 그리고 기업회생을 위한 경영진의 책임 있는 행동이 먼저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특히 현재의 기업 경영난이 한편으로는 금융시장 붕괴로 자금 조달 통로가 봉쇄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극심한 수요위축으로 인해 판매가 격감한 요인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 감원과 정리해고로 추가적인 실업자를 양산시키고 임금삭감으로 노동자의 소득을 감소시킨다면, 국민들의 소비위축은 더 심해질 것이고 기업들의 판매부진은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노동자들과 국민들로 하여금 고용유지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여 미래의 안정적 소득에 대한 신뢰를 주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이 정상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결국 기업의 회생을 터주는 길이고 우리 국민경제가 하루라도 빨리 회복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구조조정, 특히 인력 구조조정은 경제위기만 터지면 위기 원인과 양상에 관계없이 아무 때나 위기 타개책으로 써먹을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더욱이 금융위기로 시작된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는 해법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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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2.09 14:26
미국보다 먼저 무너지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

한국 자동차산업이 충격적인 판매 감소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1월 국내 자동차 5사 현대, 기아,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의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1월 국내 판매는 지난해 대비 23.9퍼센트나 줄어들었고, 해외 판매는 37.4퍼센트나 급감했다. 내수와 수출에서 판로가 모두 막혀버린 상황이다.

특히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간 쌍용자동차는 판매실적이 지난해 1월 대비 무려 88퍼센트나 줄어들어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2월에 이미 전년 대비 58퍼센트나 줄어든 바 있다.

애초에 적자와 부실로 무너질 것으로 염려되던 곳은 클라이슬러, GM, 포드 등 미국계 자동차 회사였다. 지난해 12월 파산 직전까지 몰린 이들 자동차 회사들에 미국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100억 달러가 넘는 구제금융을 결정해 파산을 유예시켰다.

그런데 엉뚱하게 파산 위기에 몰려 법정관리 신청에까지 들어간 곳은 미국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바로 한국의 쌍용자동차였다. 졸지에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이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쌍용차 직원 7,000여 명, 그를 포함한 협력업체 노동자와 가족들 4만 명, 그리고 평택시민 전체의 생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협 상황에 노출된 것이다.

상황이 이같이 심각한데도 미국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우리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도 실행하고 있지 않아 당황스럽다. 쌍용자동차를 이 지경으로까지 내몬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차에 대한 어떤 제재조치도 없으며, 주채권 은행인 국책은행 산업은행도 노동자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요구를 압박할 뿐 이렇다 할 적극적인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

세계 과잉생산을 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책임지나?

이 와중에 정부와 일각에서는 어차피 자동차 산업이 초과잉 상태인데다가 일부 자동차는 경쟁력도 떨어지니 기업 청산이나 대량 감원과 같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일견 합리적인 말처럼 들린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과잉생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도 세계 자동차 설비능력은 8,700만 대를 웃돌고, 이 가운데 7,000만 대만이 판매되었다. 올해에는 9,000만 대 생산능력에 세계적인 소비 축소로 인해 6,000만 대 정도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정상 가동률 80퍼센트는 물론이고 70퍼센트 아래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일부 기업들의 파산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이나 청산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현재의 과잉생산은 국내시장 과잉생산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 경기불황은 그야말로 어느 한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지금껏 존재한 적이 없는 전 세계의 동시적인 현상이다. 금융의 세계화로 금융위기도 세계화되었고, 실물경기 불황도 세계화되었다.

하지만 경기불황의 극복은 전 세계적인 공조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다. 경제위기 극복은 각 국가별로 약진하는 수밖에 없는 게 오늘의 냉엄한 국제 경제 질서이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드러난 것처럼, 보호무역주의 갈등이나 환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문자 그대로 자국 경제와 자국 기업의 생존을 위해 국제적으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 자동차 회사들의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자동차 판매는 국내시장과 수출시장을 포함해서 약 530만 대이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 7,000만 대의 1/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전부 없어져도 과잉생산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이 받아들여지면, 그 다음에 GM대우나 르노삼성, 기아, 현대 수순으로 얘기가 번져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구조조정은 왜 글로벌하게 보지 않을까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거나 경쟁력을 상실한 자동차 기업들이 먼저 정리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고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떤가. 현대차는 금융위기 와중에도 지난 2008년 약 1조 8,000억 원 가량의 흑자가 예상된다. 기아자동차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GM그룹 전체에서 25퍼센트를 생산하는 GM대우 역시 GM그룹에서 가장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쌍용자동차조차 2004년 말 상하이 자동차에 인수된 이후 2006년부터 영업이익 기준으로 흑자 전환했고, 2007년 4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위기가 터진데다가 그 동안 상하이차의 투자 기피 문제가 누적되어 2008년부터 적자폭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글로벌한 관점에서 볼 때 자동차 과잉생산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GM의 경우 이미 2005년부터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지 않은가. GM은 2007년 230억 달러 적자, 2008년 9월까지 200억 달러 적자를 보았다.

물론 냉엄한 국제 경제 상황에서 글로벌한 협력으로 자동차 산업이 감산을 하거나 구조조정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각국은 자국의 기업들을 먼저 보호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고, 자국 노동자들을 보호하는데 역점을 두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다.

만약 불가피하게 국내 기업을 구조조정 한다 하더라도, 해외 자동차 회사들의 구조조정 → 국내 자동차 회사의 해외공장 구조조정 → 국내 자동차 회사로 진행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다. 국내 자동차 기업의 구조조정도 인력 구조조정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어야 한다.

쌍용차가 특화되어 있는 SUV 모델 보다는 불황 국면에서 경차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기업이 2~3년 내다보고 경영을 하는가. 경기가 회복된 다음에도 계속 경차만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따위의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쌍용자동차가 “2008년을 최악으로 판단한다면 향후 12 ~ 15만 대 규모의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쌍용차는 자체적으로 충분히 경영유지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대규모 고용문제와 직결된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은 신중해야 한다(이종탁, “쌍용자동차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민주노총 토론회 자료 2009.1).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타국 자동차 산업이 쌍수 들어 환영할 일

일각에서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늦추면 오히려 경제 불황이 깊어지고 일본식의 장기 불황으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말 그 자체로만 보면 틀린 것은 없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주로 11년 전 외환위기 학습효과와도 관련이 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는 아시아 일부 나라들을 제외하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부실한 우리 기업들을 보호해 줘봐야 이후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자동차 산업만 해도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국내 기업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말하자면 불황 이후까지 살아남는 자동차 기업들이 향후 경쟁력을 회복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고, 불황까지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도태되고 불황 극복 이후에도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더 나아가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보, 기아 등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중복 과잉투자로 심각한 과잉생산에 경쟁력도 없어 부실과 도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삼성자동차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인해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양호한 경영실적을 내던 회사들이 세계적 수요침체로 매출부진을 겪고 있고, 그래서 경영난에 빠지고 있다. 우리가 먼저 우리 기업들을 자진해서 세계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할 내부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쌍용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특히 쌍용자동차는 51퍼센트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인 상하이 자동차가 인수 당시 매년 3,000억 원씩 4년간 1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던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기술유출에만 열을 올린 탓에 일시적으로 경쟁력을 위협받고 경영난에 빠진 것이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노동자의 생산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쌍용자동차의 위기는 경제위기에 의한 위기가 아니라 대주주에 의해 유발된 위기라는 것이다(이종탁, “쌍용자동차의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 쌍용자동차를 포함해서 우리 자동차회사를 구조조정하면 잃는 것은 우리의 일자리이고 우리 산업기반의 유실이다. 타국의 자동차 산업이 박수를 치고 환영할 것이 명백하다.

경제위기 대처의 제 1원칙은 ‘고용’


“쌍용 자동차는 부도난 회사도 아니고 자본잠식이 된 회사도 아닌, 단지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단 한 차례의 정식협의 테이블에 참여조차 못한 노동조합을 희생양 삼아 구조조정 거부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예는 국내외를 통틀어 전혀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투기자본감시센터 보도자료 2009.1)

상황이 이러한데도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정부는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발을 뺀 상하이 자동차의 주장을 되받아 인력 2,000 ~ 3,000명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전체 7,000명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노동자를 해고하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2006년 554명 희망퇴직을 포함해서 쌍용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정리해왔음에도 말이다.

더욱이 쌍용자동차 노조는 ‘강성’이 아니라 ‘연성’으로 알려져 있다. 하다못해 GM노동조합에 가해지는 비난인 퇴직연금 문제 등에서 과도한(?) 요구를 한 것도 없다. 오히려 상하이 자동차 기술유출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을 일부 나눠야 할 판이다.

현재 쌍용차의 1차 부품업체는 213개이며 2, 3차까지 포함하면 500 ~ 600개에 이른다. 이중 44개 업체는 쌍용차에 100퍼센트 전속된 업체다. 여기에 약 1만 3,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 그리고 그 가족수는 4만 명으로 평택시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지금 상황에서 경제위기 해결의 제 1원칙은 고용이다. 어떤 나라도 예외가 없다. 또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자국 산업을 지켜내는 것이다. 향후 경기회복 국면에서 이니셔티브를 잡고 도약할 것인지에 모든 나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살아남은 기업들과 산업들이 대대적인 국제 산업구조 재편 속에서 도약의 길을 찾을 것이다.

쌍용자동차 회생대책의 제 1원칙도 ‘경쟁력’이나 ‘구조조정’같은 것이 아니고 바로 ‘고용’이다. 방송통신 통합법개정으로 2만 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아무런 정책에나 갖다 붙이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진실성을 보이려면 우리 자동차 산업 생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자국 기업을 지키려는 치열한 노력 없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세계 과잉생산 해소를 위해 우리 기업을 죽이고, 최대 5,0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적인 실업사태 속에 우리 노동자를 앞장서 실업자 대열로 집어넣고 타국 노동자를 살리는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지금 이명박 정부의 비상경제 대책이다.

국유화한 다음에는? 그걸 왜 지금 고민하나

그러면 당장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일에도 순서가 있다. 문제가 생겼으면 원인을 찾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 우선 상하이 자동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단 기술유출행위를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이미 지난해 검찰은 기술유출 행위를 조사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후 어떤 명시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공권력 동원에 분주한 요즘의 모습과는 판이하다. 동시에 쌍용자동차에 손실을 입힌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하며 법적인 제재와 자산동결 등의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산업은행과 경기도와 공조해서 즉시 공적자금 투입을 하여 경영 정상화와 회생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 그 길만이 유일하게 고용을 보존하면서 기업을 회생시키는 길이다. 삼성과 같은 민간 기업에 넘기는 것은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필연적으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나 해외 매각은 상하이자동차 매각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고려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미 은행들에게 외환보유고 300억 달러와 한미통화스왑 15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지급보증까지 했다. 채권안정 펀드 5조 원의 상당 부분도 은행지원이었으며, 20조 원 은행자금확충펀드까지 조성하면서 금융기관 지원에 주력했다. 금융기관을 지원할 수 있다면 당연히 제조업을 지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고용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오히려 금융기업보다 쌍용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명확하지 않은가.

국유화 한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그것을 왜 지금 고민하나? 영국과 유럽은행들이 속속 국유화 되고 있는데, 그들은 국유화 이후 프로그램이 미리 준비되어 있어서 국유화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앞으로 몇 개의 기업들에게 공적자금이 투입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대단히 비상적인 상황이다.

향후 수년간 상당한 금융기업과 제조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정부관리 아래 두어야 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유화 이후의 계획은 앞으로 닥칠 수년간의 장기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는 시점에서 쌍용자동차를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관리 아래 있는 10여 개의 기업들 매각도 판판히 무산되고 있는 마당에 아직 국유화를 시키지도 않은 기업의 매각 얘기가 무슨 쓸모가 있는가.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정부 매각 일정에 오른 공적자금투입 기업들 매각이 모조리 무산될 것을 도대체 보지도 않는가.

이참에 이명박 정부는 국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부인지, 중국 정부 눈치만 보는 정부인지, 국내외 금융자본의 이익을 우선 챙겨주는 정부인지, 아니면 우리 국민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인지. 쌍용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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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실물경제 침체가 뚜렷해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11년 전 외환위기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경제위기의 진원지 미국에서는 이미 감원과 해고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실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매월 20만 명 이상의 고용감소가 진행되어서 올해에만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새로 발생했다. 지난 10개월 간 금융업에서 발생한 실직자가 14만 명이 넘으며, 제조업에서도 15만 명이 감원되었다.

우리경제에서도 시공능력 41위인 신성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을 신호탄으로 건설업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상되고 있다. 저축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업의 감원 움직임도 심상치 않으며, 미국 본사 GM이 흔들리면서 함께 위기를 맞은 GM대우를 비롯하여 제조업 역시 감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은 올해 신규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그냥 쉬고 있는 사람만 126만 명

하지만 우리의 고용은 더 줄일 것이 없을 만큼 이미 오래 전부터 부진한 상태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8년 10월 경제활동인구는 2,458만여 명이고, 이 중 실업자는 73만여 명으로 실업률은 3.0퍼센트이다. 하지만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위한 학원이나 기관에 통학’하는 사람이 23만여 명, ‘취업준비’ 중인 사람이 35만여 명, 그냥 ‘쉬고 있는’ 사람이 126만여 명이다. 이들을 포함한다면 실질적인 실업자는 257만여 명으로 실업률은 3배 정도 늘었다.

또한 지난달과 비교하여 새롭게 늘어난 신규취업자는 10월의 경우 11만 3,000여 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출범 초기 신규취업자 20만 명 창출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 목표는 연속 8개월째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의 매달 신규취업자수는 평균 50만 명 수준이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절반 수준인 20만 명 정도로 감소하더니 다시 절반이 줄어든 상황이다.

보다 결정적인 문제는 우리경제 자체가 ‘고용’을 통한 장기적 성장보다는 고용을 줄여 ‘수익’을 늘리는 단기적 성장에 치중해왔다는 점이다. 우리경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수출이나, 많은 혜택을 받아왔던 대기업의 경우 고용 창출은 미미하다.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금융업 역시 제몫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노동유연성 강화 정책 역시 고용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질GDP 10억 원이 늘어날 때 취업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취업계수의 경우, 97년에 40.6이었던 것이 2007년에는 29.4로 하락했다.

외환위기 반복하지 않으려면, 재정지출과 고용 창출 필요

고용, 다시 말해 일자리는 경제가 돌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다. 일자리가 있어야 소득이 발생하고, 소비가 발생하고, 생산과 투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장기적인 실물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침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은 고용과, 그것을 통한 내수활성화이다. 게다가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세계경제 전체가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나 재계는 대기업이 살아야 고용이 유지될 것 아니냐며 구조조정을 손쉬운 방안으로 꺼내든다. 11년 전에도 우리는 똑같은 상황을 겪었고,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일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위기가 지난 후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되찾았는가? 일자리를 잃은 대다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을 전전했고,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은 주 50시간 이상의 근무에 시달렸다.

정부는 우리경제에서 진짜로 살려야 할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국민들임을 알아야 하며, 적극적인 재정지출로 고용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시대에 토목공사를 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를 우리 경제구조를 바꾸는 기회로 생각하고 대규모 사회서비스 사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가올 경제난 속에서 저소득층과 노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대거 확충하면 그들의 고통도 덜어주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아울러 실업급여 기간을 늘리고, 청년실업자와 재취업자에 대한 임금 지원 금액을 대폭 늘리는 쪽으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11년 전 우리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대기업들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하며 고통을 분담했다. 이제 정부와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할 차례이다.


<용어 공부>


▶경제활동인구


생산연령인구(15세 이상 인구) 중 노동을 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인구. 통계조사를 할 때 ‘최근 구직활동을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면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며,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모두 포함하며, 취업자와 실업자의 합계가 경제활동인구이다.

▶비경제활동인구

생산연령인구(15세 이상 인구) 중 노동을 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인구. 그러나 실제로는 ‘취업준비자’나 ‘구직단념자’ 등의 경제활동의 의지가 있는 사람들도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실업률의 허점이 발생하게 된다.

▶실업률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 따라서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취업준비자’나 ‘구직단념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공식 실업률은 실제로 일어나는 체감 실업률보다 낮게 계산된다. 이를 보안하기 위한 대안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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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11.19 10:20
늦은 한파가 시작되었다. 계절만 겨울로 들어선 것이 아니다. 일하는 직장에서 실직의 한파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시 구조조정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11년 전 환란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실물경제 ‘꽁꽁’, 고용대란의 계절이 오다

세계 실물경기 침체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이미 감원과 해고의 충격이 거세게 시작되었다. 공식적인 실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매월 20만 명 이상의 고용감소가 진행되어서 올해에만 100만이 넘는 실업자가 새로 생겼다. 금융위기로 직장을 잃은 실직자가 10개월 동안 14만 8,000명에 이르렀고, 제조업에서도 15만 명이 감원되었다. 미국 연방정부는 자칫 수백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할 수도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회생에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월가와 미국 제조업의 구조조정 한파는 거의 시차도 없이 국내로 직수입되고 있다. 시공능력 41위인 신성건설이 신청한 법정관리를 신호탄으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을 필두로 금융업계의 감원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계적인 내구재 소비 위축의 여파로 미국 본사가 생사기로에 처한 GM대우의 감산 움직임이 시작되었고, 잔업과 특근 축소에 이어 다음은 구조조정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자나 반도체 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는 최근까지 초호황을 누려왔던 조선업마저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다.

‘비정규직 기간 연장’이라는 안이한 발상

이미 올해 초부터 임시직, 일용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추가 일자리 증가가 2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다시 9만 명으로 줄어든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올 겨울을 분기점으로, 곧 정규직 일자리도 안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고용대책이라고 해서 현행 2년의 비정규직 기간을 연장하자는 주장도 들린다. 어이 없는 주장이다. 지금은 비정규직뿐 아니라 자영업, 청년, 정규직을 포함해 국민경제의 고용 틀 전부가 흔들리고 있는 말하자면 고용대란 국면이다. 안이하게 비정규직의 고용 편리성을 조금 늘려서 해결될 시국이 아니다. 기업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외환위기 아니라면서 구조조정은 왜 꺼내나

‘구조조정’은 업계에서만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정부쪽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에 외환위기도, 금융위기도 없다고 수차례 확언을 해왔던 정부가 어째서 외환위기 정도가 와야만 있을 법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얘기하고 있는가. 사실 위기는 이미 외환과 금융시장에서, 수출시장에서, 내수시장에서, 그리고 고용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위기의 심각성은 뚜렷한 해결의 돌파구가 없기 때문에 한두 해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내내 지속될 수도 있다. 사실,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국과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세계경제가 호황세를 누리던 시기였다. 미국도 신경제 활황의 정점을 향해가던 시기였다. 그래서 수출을 통해 한두 해만에 외형적으로나마 환란을 넘어서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과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은 물론, 10퍼센트를 넘는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까지도 성장 하락세가 점쳐지고 있다. 전 세계의 소비, 특히 우리가 주력 수출품으로 삼고 있는 자동차와 전자 같은 내구재 소비 축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도 2009년 수출증가율을 3퍼센트 내외로 보고 있다. 2000년 평균의 1/5도 되지 못하는 극적인 추락이다.

유일한 돌파구였던 수출마저 봉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결국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내수를 살리는 것 이외에 선택지는 없다. 토목 건설 같은 내수가 아니라 국민의 구매력을 높여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살아나 경기가 회복되는 길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고용이 있다. 고용이 늘어야 소득이 올라가고 구매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구조조정된 상황, 뭘 얼마나 더 하려고

하지만 고용은 오래 전부터 이미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카드 대란 여파로 늘어나는 일할 사람(경제활동가능인구)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채, 고용은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었다. 여기에 올해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 취업자 수는 이미 내부적으로 소리 없는 인력 구조조정이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8년 동안 전년대비 취업자 증가수가 20만 명을 밑도는 방향으로 추락하고 있다. 늘어난 경제활동가능인구(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반대로 20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던 시기는 2003년 카드 대란 시기와 지금 뿐이다. 그나마 카드대란 시기는 그 전해인 2002년 과잉 신용팽창으로 취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뒤의 반작용 측면도 있고, 바로 이듬해부터는 회복세를 보였다.

                                 [그림1] 2001년 이후 취업자수 증가 추이(천명)

* 자료: 통계청


그러나 올해의 경우는 2005년 이후 3년 동안 그나마 유지되어온 28만여 명의 취업자 증가 추세도 꺾여서 아예 1/3수준인 9만 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현재의 추세를 볼 때, 전년 대비 취업자가 조만간 마이너스 증가로 돌아서고 취업자 절대규모가 감소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판단된다.

원래 저조했던 고용이 다시 마이너스로 돌입한다면 그 충격은 외환위기를 사실상 넘어서게 될 것이다. 정부가 내년 목표로 잡은 20만 명 고용창출이 어림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대마불사’, 은행도 대기업도 아닌 국민이어야

그렇다면 더 고용을 줄여 구조조정을 한다는 발상이 현재 우리 경제 실정에는 무모한 일이 아닐까. 그런데도 여전히 정부나 재계에서는 대기업이 살아야 고용이 유지될 것 아니냐는 이른바 대마불사 논리에 집착하는 듯하다. 국민경제에서 진정 불사해야 할 대마는 무엇인가. 은행도 수출 대기업도 아니다. 바로 국민이다.

11년 전에도 대마불사의 논리에 따라 은행과 대기업을 살려주었다. 그러나 대마(대기업, 은행)가 기사회생한 후에 국민에게 일자리를 다시 준 것은 아니었다. 그 탓에 환란으로 일자리를 잃은 대다수 노동자들은 이후 비정규직을 전전했고, 퇴직금으로 대출을 받아 직장인 월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영업에 주 50시간 이상을 바쳐야 했다. 대기업에서 쏟아진 수많은 인력들을 채산성도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떠안아야 했다.

1996년에서 2006년 10년 동안 300인 미만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220만 명이 늘어난 반면 300인 이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꾸로 78만 명이 줄어들었다. 11년 전 환란으로 대기업이 인력을 대폭 줄인 후에 지금까지 거의 고용을 늘리지 않았음을 통계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림2] 기업규모별 고용정도 추이(사업체 기준, 천명)

* 자료: 통계청

 
실패한 인력 구조조정 다시 반복하지 말자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은 정확히 말해서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더 이상 구조조정을 해야할 인력도 없다. 어려운 시기 인력 구조조정을 감내했다고 해서 시절이 좋아져 남긴 수익을 공유한 것도 아니었다. 다시 말해 인력 구조조정으로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이미 실패했다. 실패한 방법을 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강조되어온 것은 고용이 아니라 기업의 수익이었다. 특히 은행들의 수익 창출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 수익은 고용을 줄여서 얻은 수익이었고 미래의 투자를 포기한 대신에 만들어진 단기수익에 불과했다. 개인들의 소득도 마찬가지다. 일해서 번 노동소득을 늘리는 대신에 손실 가능성이 높은 각종 위험 펀드에 가입하여 투기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일시적인 소득증대의 착시현상을 심어주었다.

인력을 줄이고 미래의 장기 수익을 포기하며 얻은 기업의 단기 수익, 지금의 노동 소득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의 소득을 담보 잡아 부채를 끌어 쓴 소비와 구매력이 결국에는 거품으로, 파산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 발 금융위기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선진국이나 한국에서나 경제위기 극복의 실마리는 모두 정부가 쥐고 있다. 이미 시장의 해결능력은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을 재원으로 재정지출을 가장 효율적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할 시기다. 지금은 정부가 대마불사 논리에 사로잡혀 대기업과 금융기업 자금투입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국민의 구매력이 커질 수 있는 곳에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해야 한다. 나아가 고용에 가장 직접 영향을 주는 중소기업 회생을 위해 강도 높은 공적자금 투입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대기업 주주들에게는 스스로 자본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직접 지분매입을 하는 등 자본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국민의 노후를 담보한 국민연금이 굳이 쓰여야 한다면, 막아봐야 별 효과도 없는 주가 떠받치는데 쓸 것이 아니라 자본의 구조조정을 하는데 쓰여야 한다. 정부가 보증할 일이 있다면 고용확대 위험에 대한 보증을 해야 한다.

11년 전에는 금모으기 운동을 벌여 외환위기 탈출에 힘을 보탠 적이 있다. 이번에는 서민들의 ‘돌반지 금모으기’가 아니라 대주주들이 가진 ‘금송아지 모으기’ 운동을 요구해 경제 위기의 난국을 돌파해 보자.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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