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5 / 2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조세피난처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한국 대기업들이 적발되고 있어 경제민주화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과연 외국의 대기업들은 어떨까. 신자유주의 탐욕의 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국제적인 조세 피난처 버진 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둔 부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여론이 뜨겁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마저 빡빡하여 긴축이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우리도 뒤늦게 사회 안전망을 늘리기 위한 복지지출 규모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부자들이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안내면서 조세 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해두고 있으니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상황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규제완화가 확대된 이래 더 심화되었다. 특히 ‘사악하지 말라’는 사훈으로 유명한 세계적 IT기업 구글, 그리고 애플과 아마존 등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이미 2011년 세전 수익의 80%에 해당하는 98억 달러를 법인세가 전혀 없는 버뮤다로 옮겨 세율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것이 밝혀져 세계적인 논란거리가 되었다. 또한 영국에서 32억 파운드(2011년)의 돈을 벌었으나 법인세는 600만 파운드만 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아이폰 제조사 애플 역시 2012년 아일랜드 자회사를 이용하여 미국에서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납부를 지난해 90억 달러 정도 덜 냈다고 알려져 미국 의회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2012년 현재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들이 해외 취득 소득을 본국에 돌려보내지 않아 1조 7천억 달러의 현금이 해외에서 보관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마침 미국 진보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회피와 법인세 감세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 소개한다. 그는 일관되게 미국 공화당의 긴축 주장에 반대하면서 부자 증세를 적극 주장해온 학자다. 라이시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조세 회피와 감세가 결국 평범한 국민들의 세금으로 매워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대 자본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서로 협조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반대로 극우 국수주의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는 최근 경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세계화가 글로벌 자본에게만 특히 어떤 이익을 주고 있는지, 이들이 ‘국가 경쟁력’ 운운하며 애국적인 발언을 하고 있지만, 실은 어떻게 세계적으로 임금을 깎는 경쟁을 부추기고 세금을 회피하여 이익을 확장하는지에 대해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짧은 블로그 글에 압축적으로 담아놓고 있다. 결국 애플과 구글, 아마존처럼 선할 것만 같은 글로벌 첨단 기업도 제대로 규제를 하지 않으면 절대 선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자본과 국민국가(Global Capital and the Nation State)

 

2013년 5월 20일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로버트 라이시 블로그(http://robertreich.org/)

 

 

글로벌 자본이 그 어느 시기보다도 막강해짐에 따라, 거대 기업들은 국가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면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타내고 세금을 깎아서 몸집을 유지하려고 정부와 시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동시에 찾아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조세 피난처에 이윤을 숨겨두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과 시민들은 이제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포괄적인 조세 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

 

구글, 아마존,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 그리고 모든 월가의 거대은행들은 가능한 많은 이익을 해외에 숨겨두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낮은 법인세가 필요하다고 워싱턴을 압박한다.

 

물론 헛소리다. 사실은,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의 국가의 국가 경쟁력 운운하면서 자국에 대한 애국적인 표현을 쓰지만 - 역자)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아무런 충성심도 갖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가능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며 세금을 낮추고 보조금을 늘리기 위해 국가 사이의 경쟁을 조장하는데 불과하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을 평범한 국민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낮은 임금을 찾아 해외공장을 이전하는 등 각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경쟁을 조장한 탓에 그 평범한 국민들은 이미 월급이 쪼그라들어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며칠 런던에 있었는데, 영국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영국정부와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담합을 하는지에 관한 얘기뿐이다. 구글은 세금이 낮은 아일랜드 자회사를 이용해서 영국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기 위해 영국매출을 조작했다.(이 문제를 조사한 영국 의회 위원회 의장은 ‘사악하지 말라’는 사훈을 가진 구글에게 ‘기만적이고, 계산적이며,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했다.) 아마존은 세금이 낮은 룩셈부르크의 자회사로 영국 매출을 돌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때문에 영국에 내는 세금보다도 더 많은 보조금을 영국 정부로부터 받게 되었다. 스타벅스의 세금회피 전략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영국 소비자들은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 스타벅스 보이콧을 시작했다.


* 골드만삭스 영국 법인이 2013년 연초로 예정됐던 2010~2012년분의 보너스 지급 시기를 오는 4월 초로 연기하는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다. 4월 6일부터 시작하는 2013회계연도부터 영국 소득세의 최고 세율이 45%로 기존보다 5%포인트 낮아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처럼 지급을 연기하면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은 수천만 파운드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이날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서 "이렇게 많이 버는 사람들이 지급 시기를 조정, 세율에서 이득을 취하는 데 골몰한다는 것은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

 

* 아마존은 2012년 영국에서 43억 파운드 매출을 올렸는데 법인세는 매출의 0.1%만 낸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아마존은 지난해 영국에서 법인세로 240만 파운드를 냈지만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이보다 많은 250만 파운드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2013.5.22)

 

* 스타벅스는 영국에 진출한 1998년부터 총 30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는 860만 파운드만 낸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홍역을 치렀다. 스타벅스는 결국 2013∼2014년 1천만 파운드의 세금을 더 내기로 했다. (연합뉴스 2013.5.22)

 

 그러는 사이, 각 국가들이 함께 뭉쳐서 글로벌 자본에 대항하여 협상력을 높이기를 기대할 시점에서, 정 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외국인 혐오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UKIP)이 점점 더 강력해지면서 영국에서 세 번째로 대중적인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영국 유권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음 총선에서 독립당에 투표할 생각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 탈퇴 논쟁에 대한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독립당 지지율은 4% 포인트가 상승하여 19%가 되었던 것이다.

 

우익 국수주의 정당들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도 이민 반대나 보호주의 뿐 아니라 기업들에게 낮은 세금 많은 보조금을 주도록 국가 간 경쟁을 부추기는 압박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열 양상은 글로벌 자본의 힘만 강화시켜줄 뿐이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social-europe.eu/2013/05/global-capital-and-the-nation-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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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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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3.2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계 최대 IT 선도기업 애플이 주주들을 위해 그동안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향후 3년간 약 50조원(450억달러)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의 현금창고에 100조원(976억 달러)가량이 쌓여 있어 더 이상 그대로 관리가 불가능할 정도란다. 과연 명성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낸 결과다. 미국이 정보통신 첨단기술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애플이 이를 대표한다고 자랑할 법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됐건만 애플을 칭찬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금융위기로 파산해 국유화까지 됐던던 GM과 같은 자동차산업을 띄우는 분위기가 눈에 띈다. 올해 1월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돌아왔다”고 반겼던 것이 그 사례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3월호에 의하면 2007년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을 100이라고 봤을 때, GM 파산 시점인 2009년 6월의 생산량은 48로 반 토막 났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파산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이 수치가 84까지 올라왔다. 투입된 공적자금을 감안하면 객관적으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회복 수준이지만, 어쨌든 이 정도를 가지고도 미국 정가에서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부활하고 있다며 환호성을 올리고 이것이 대선 정국의 이슈가 될 정도다.

매번 예상을 뛰어넘어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첨단기업 애플보다, 파산의 구렁텅이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전통적인 굴뚝산업 GM이 대선 시점에서 더욱 대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고용’ 때문이다. 올해 접어들면서 미국 더블 딥 위험도가 상당히 누그러졌고 지난해까지 9% 넘게 유지되던 실업률도 8.3%대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고용률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58.6%다. 2009년 8월 58%대로 떨어진 이후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미국 고용률은 63% 수준이었다. 미국 대선에서 고용 문제가 최대의 사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산업 분야에서 지식기반 경제를 강조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대다수 선진국들은 주요 제조업기반을 해외로 아웃소싱하게 된다. 정보통신 기술혁신을 배경으로 지식기반 서비스업 중점 육성이라는 호소력 있는 논리도 있었지만, 어쩌면 임금비용 절감이라고 하는 신자유주의 단기 수익추구 논리가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싼 임금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남미 등지로 공장을 이전하는 해외투자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글로벌 생산체계가 확립됐다. 그 전형이 애플이다.

애플의 본사는 물론 미국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기획과 설계라고 하는 앞단과, 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마케팅과 영업이라고 하는 뒷단은 미국 본사에서 지휘하고 작업한다. 그러나 수십만 명이 투입돼 실제 기기를 생산해 내는 제조는 중국 선전공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만들고 그 공장 주인은 대만 기업 팍스콘이다. 과도한 노동으로 자살행렬이 언론에 계속 보도됐던 그 기업이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독일은 부품을 제공한다. 미국 본사에는 핵심 공정과 핵심인력만 남기고 생산공정을 중국에 아웃소싱한 결과, 애플은 100조원대의 현금보유를 쌓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배당을 해 주고 있지만 막상 미국 실업률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기업의 수익률 극대화가 그 나라 국민경제의 이익과 합치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휴대폰 가운데 국내생산 비중이 21.6%라고 한다. 5대 중에 4대는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노동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국내생산이 64.1%였지만 매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9천74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대수 기준으로 애플을 따돌렸지만, 10대 가운데 1대만이 한국 구미공장에서 생산한 것이었다. 때문에 구미공장 노동자수는 몇 년째 1만명을 넘지 않고 있다.

사실 첨단산업이라고 부르던, 아니면 지식기반 경제라고 부르던 단지 일부분의 업무공정만이 첨단지식이 동원되고 대부분은 일반적이거나 단순한 업무들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이들 단순 일반 업무들이 모두 기계화·자동화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발전 정도나 지식사회 정도에 따라 비중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대체로 첨단지식과 일반지식, 복잡한 업무와 단순한 업무, 인력 투입과 기계화가 함께 어우러져서 종합적인 업무프로세스가 작동하는 것이 생산의 일반 전형일 것이다.

그런데 첨단 산업화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임금비용을 낮추기 위해 글로벌 해외 아웃소싱을 단행하고, 이를 탈산업화라든지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이라고 포장하지 않았는가. 공장을 개발도상국가에 옮겨 놓고, 공장이 없는 탈산업화를 이룩했다고 자화자찬하지 않았는가. 그 허구가 세계 경제위기 와중에 고용문제로 드러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지금 "재산업화", 아웃소싱에 대비되는 "인소싱(Insourcing)"이라는 새로운 구호가 한창인 모양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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