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7.01 10:16
MB정부 교육정책과 사교육비 증가의 함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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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과의 전쟁’? 그러나 교육주가는 상승 중

- ‘사교육 대책’ 연일 목소리 높인 MB(서울신문)
- 與 ‘사교육과의 전쟁’ 본격 돌입(서울경제신문)
- 당ㆍ정ㆍ청, ‘사교육 폐해 근절 실무회의’ 본격가동(머니투데이)
- “고1 내신 성적 대입 전형서 제외, 학원 초등 밤9시 중·고 10시 제한”(AFPBB News)
- “자율형사립고 요건 완화” … 목표 달성 위한 궁여지책?(프레시안)
- 초중고교 내신제도 연말까지 손본다(연합뉴스)
- “사교육대책 신중해야” 여권 일각 속도조절론(국민일보)

지난 6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촉구한 이후 각 언론은 연일 사교육 대책과 관련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결정된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누가 누구와 세력다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얼핏 봐서는 파악할 수 없는 제목들이 신문을 가득 매우고 있다.

바라보는 학부모는 매달 가계부의 지출항목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의 수렁을 벗어날 수 있을지 애가 탄다. 특목고나 대학의 입시를 앞둔 학생은 당장의 정책이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며 불안해한다. 학원 관계자는 학원만 단속하면 음성적 고액과외가 난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학교 교사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빠졌다며 비판한다.

한편, 이처럼 공격적인 사교육 경감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 당연히 피해가 예상되는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는 떨어져야 정상이건만 예상을 뒤엎고 추락하지 않았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교육 관련주의 대표격인 메가스터디 주가는 지난 23일 이후 2.29퍼센트 상승했으며 대교는 1.56퍼센트, 정상제이엘에스는 0.11퍼센트씩 올랐다. 웅진씽크빅(10.44퍼센트)과 능률교육(14.48퍼센트) 등 10퍼센트 이상 상승세를 보인 업체도 3곳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사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가 줄지 않고 있는데다 사교육 대책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돼 면역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사교육 시장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새로운 입시정책은 변별력을 위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국민일보 6월 29일자, <사교육대책, 사교육업체에 호재? …발표 이후 주가 10% 넘게 오른 곳 3개사나>).
학부모, 학생, 사교육계 등 국민의 이러한 반응 속에서 정부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촛불정국’과 올해 ‘서거정국’ 등으로 인한 급격한 지지도 추락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뽑아들었다. 마치 80년 전두환 대통령이 군부독재를 무마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과외 전면금지’라는 카드를 내민 것과 같은 형국이다. 신군부의 억압적 과외금지 조치는 결과적으로는 상류층의 고액과외만 부추겼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당시 국민들에게는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현 정부가 사교육 대책에 속도를 내고자 하는 것도 멀어진 민심을 얻어 지지도를 높이자는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사교육 대책에서 성과를 내면 4대강 사업이나 미디어법 등의 다른 정책들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속내다. 따라서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마련에 주력해 지금까지처럼 주위의 비판도 아랑곳 않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중도ㆍ친서민 정책을 주창하면서 나온 첫 아젠다가 사교육 경감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 대책의 성패가 MB정권의 미래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뉴스 6월 28일자, <與, ’사교육 경감의 정치학’ 성과 낼까>).

국민이 부담할 수 있는 한계선까지 오른 사교육비

사실 과중한 사교육과 그 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사교육 부담은 꾸준히 상승했고 그 끝점에 이명박 정부가 있는 것이다. 우선 각 가정에서 느끼는 과거와 현재의 사교육비 부담수준을 알아보자. 교육비는 크게 납입금, 교재비, 문구류와 기타교육훈련비로 표시되는 사교육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 항목별로 그 비중을 따져봤을 때 과거나 현재나 사교육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그림 1]과 같이 1990년과 2008년의 교육비를 항목별로 비교해보면 과거에 비해 현재는 납입금, 교재비, 문구류가 모두 비중이 감소한데 반해 사교육비의 비중은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에는 사교육비의 비중이 46퍼센트였으나 2008년에는 67퍼센트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1990년부터 2008년까지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과 사교육비를 절대적 액수로 비교해보자. [그림 2]를 보면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으로 각 가정의 월평균 소비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전체 교육비와 사교육비 또한 속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990년에는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약 67만 원 중 2만 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했으나, 2008년에는 약 283만 원의 소비지출 중 34만 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비지출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퍼센트에서 12퍼센트로 18년간 4배나 커진 것이다.

이제 각 가정의 월평균 소비지출과 사교육비가 전년에 비해 얼마나 증가 혹은 감소했는지 비교하면 최근의 사교육비 증가 추세가 더욱 명확해진다. [그림 3]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뚝 떨어진 것 외에는 비교적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소비지출이 2006년 이후 5~6퍼센트의 증가율을 보이며 거의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증감 폭이 큰 사교육비 곡선은 1995년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과 본고사 실시, 2000년 과외금지 위헌 판결,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대입제도 변경 논란 등으로 인해 상승한 것 외에는 대부분 전년에 비해 감소하다가 2006년 이후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구체적으로 2007년과 2008년의 증감률을 살펴보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각각 5.3퍼센트, 6.7퍼센트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사교육비는 각각 10.9퍼센트, 15.2퍼센트로 소비지출보다 증가율이 두 배가 넘으며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정부, 사교육마저 양극화를 가속시키다

이렇듯 사교육비가 가파른 증가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갈수록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림 4]를 보면 알 수 있듯 90년대에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던 분위별 사교육비는 2002년을 기점으로 고소득층일수록 기울기가 급하게 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더해가는 현실 속에서 1,2분위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은 소득 감소에 따라 자녀의 사교육비도 아껴야 하지만 3,4,5분위에 해당하는 소득 중·상위층은 점차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큰 소득 차이가 나는 1분위와 5분위 가구의 사교육비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2007년과 2008년 월평균 사교육비는 각각 1분위가 약 5만 9,713원, 6만 9,289원, 5분위가 약 29만 8,923원, 35만 2,208원으로 나타났다. 최하위 소득가구에 비해 최상위 소득가구가 5배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MB 집권 1년의 결과, 사교육비 4.3퍼센트 증가

현재 이명박 정부는 ‘공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음에도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실제 현 정부가 집권한 지난 1년간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20조 9,000억 원으로, 2007년에 비해 4.3퍼센트나 증가했다. ‘경쟁과 자율’이라는 명분 하에 ‘묻지마’식으로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의 결과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전후에 달라진 사교육 실태를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2007년과 2008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자.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교육 참가율은 낮아졌으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왜 늘어났을까. 이는 지난해 경제위기와 정부의 교육정책이 각 가정의 소비지출 특히 사교육비 지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와 연관된다.

몇 가지 근거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전체적인 사교육 참여율은 2007년 77.0퍼센트에서 지난해 75.1퍼센트로 1.9퍼센트 낮아졌다. 그 중 소득수준별 사교육 정도를 보면 소득 100~200만 원인 가정의 경우 4.4퍼센트가 줄었으나 소득 500~600만 원인 가정은 0.8퍼센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90퍼센트대의 높은 참여율을 보이던 고소득층에 비해 50퍼센트대의 현격히 낮은 참여율을 보이던 저소득층의 자녀가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그나마 다니던 학원을 끊어야 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사교육 참여가 낮아지긴 했으나, 10명 중 7명 이상은 사교육을 받는 현실에서 100만 원도 안 되는 저소득층 자녀는 절반 이상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포기하는 상황이 전체 사교육 참여율을 끌어내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반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22만 원에서 2008년 23만 원으로 5.0퍼센트가 증가했다. 참여율이 낮아졌으나 절대적인 사교육 비용은 늘어난 것은 5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원비가 전반적으로 오른 까닭으로 보인다. 소득별 사교육비를 통해 살펴보면, 소득 100~200만 원인 가정은 사교육비로 0.9퍼센트를, 소득 500~600만 원인 가정은 3.5퍼센트를 더 지출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전자의 저소득층은 아예 사교육을 받지 않는 가정이 44.7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10~20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정이 16퍼센트로 그 다음을 이었으나 후자의 고소득층은 5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가정이 23퍼센트로 월등히 많았다.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는 사교육비의 최고 수준을 ‘50만 원 이상’으로 설정해 고소득층의 실질적인 사교육비는 추정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100만 원 미만의 최하위 소득 가구와 700만 원 이상의 최상위 소득 가구의 사교육비는 각각 5만 원과 47만 원으로 1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이는 다시 말해 학원비 상승으로 전반적인 사교육 비용이 늘어났으나 절대적인 부분은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이 고액의 사교육을 받으면서 끌어올려진 것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별 사교육 실태에서도 나타난다. 읍면지역과 광역시에서는 사교육 참여율이 2.4퍼센트 줄었으나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중소도시와 서울에서는 각각 1.7퍼센트, 1.5퍼센트만 줄었다. 반대로 사교육비 지출은 중소도시와 서울에서 각각 1.4퍼센트, 1.2퍼센트가 늘었고, 읍면지역과 광역시에서는 0.8퍼센트, 0.4퍼센트가 증가했다.

또한 소득이 높은 계층의 자녀가 고액의 사교육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적이 높은 자녀일수록 고액의 사교육을 더 많이 받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으로 성적이 높아서 사교육을 받는지, 사교육을 받아서 성적이 높은지 자료를 통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성적이 좋은 학생은 양질의 사교육으로 더 많은 도움을 얻는다는 비례관계가 성립하는 현실 그 자체이다. 여기에는 반대로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은 사교육의 도움을 얻을 기회조차 별로 없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성적이 상위 10퍼센트 이내인 학생은 10명 중 8명 이상이 사교육에 참여하며 31만5천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성적이 하위 20퍼센트 이하인 학생은 10명 중 절반만이 사교육을 받으며 12만 9,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사고, 특목고, 국제중 등의 성적이 높은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는 키우고 성적이 낮은 학생은 방치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의 폐해가 각 가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사교육 참여율은 낮아졌으나 사교육비는 증가한 이유는 소득이 적거나 자녀의 성적이 낮은 경우에는 사교육을 줄이는 가정이 많았고, 소득이 높거나 자녀의 성적이 높은 경우에는 고액의 사교육을 시키는 가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즉,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교육의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영어ㆍ수학 사교육비 증가 … 입시경쟁 위주 교육정책의 결과

다음으로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지점은 영어, 수학 과목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사회, 과학 과목이나 예체능을 위한 사교육비는 감소했다는 것이다. 학교급별로는 초중고 모두 영어와 수학 과목의 사교육비가 늘었는데, 특히 초등학생의 영어 사교육비 증가율이 타 과목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전체적으로 예체능 및 취미를 위한 사교육비는 4만 3,000원에서 4만 4,000원으로 2.3퍼센트 증가했고 일반교과의 사교육비는 2007년 17만 8,000원에서 2008년 18만 8,000원으로 타 과목 사교육비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 5.6퍼센트가 증가했다. 그 중 영어와 수학 과목만 13만 8,000원이나 지출됐다. 초등학생의 영어 사교육비는 2007년 6만 9,000원에서 2008년 8만 원으로 15.9퍼센트나 급증했다. 이러한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과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은 일반교과 및 논술 관련 사교육 수강목적별 분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사교육의 수강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선행학습’을 위한 것이라는 응답이 2007년에 비해 1.3퍼센트 더 높게 나왔다. 이는 진학준비, 불안심리, 보육 등 다른 목적에 대한 응답비율이 낮아진 것과 상반된 결과다.

MB 교육정책의 전환 없이 사교육비 경감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집권한 지 1년 만에 교육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사교육비를 증가시켜 왔다. 그 핵심적인 교육정책은 구체적으로 ▲학교자율화 방안, ▲일제고사, 학교정보공시제, 고교선택제 등 일련의 ‘학교 한 줄 세우기’ 정책,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1) 지난해 ‘촛불정국’은 0교시, 우열반, 강제적 야간자율학습 등의 학교자율화 방안을 반대하며 나선 여중생들에 의해 촉발됐다. 당황한 정부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척 했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각급 학교는 대부분 0교시를 부활시키고 우열반,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얘기하는 학교자율화 방안은 교육에 관한 모든 결정 권한을 학교에 넘기겠다는 것인데, 이 권한이 현재의 입시경쟁 교육에 익숙한 교육관료들의 손에 넘어간 순간부터 과거의 스파르타식 암기교육이 되살아나고 있다. 학내의 이러한 분위기는 곧 학생 간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2) 교사 13명을 파면ㆍ해임하면서까지 밀어붙인 일제고사와 그 성적의 결과를 공개하는 학교정보공시제는 전국의 학교를 서열화 시키고 있다. 교과부에서는 일제고사와 학교정보공시제가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는 무작정 성적이 낮은 아이들에게 강제적으로 방과후 학습을 시키는 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 서울에서 실시할 예정인 고교선택제는 학교정보공시제로 공개된 학교의 순위를 더욱 부각시키며 각 학교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할 것이다. 학생 지원이 적은 학교는 학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줄이거나 폐교를 시킬 예정이므로 애초에 학생 지원이 많은 학교는 더 많은 재정지원을 받고 그렇지 않은 학교는 기피대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은 성적과 입시결과가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한 무한경쟁을, 각 학교는 선호학교가 되기 위해 학생들에게 더욱 강도 높은 문제풀이식 교육을 시키게 될 것이다.

3)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특목고, 국제중, 기존의 자사고가 이미 100개도 넘는 현실에서 자율형 사립고, 마이스터고, 기숙형공립고 등 특수학교를 전국적으로 300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소위 ‘SKY’대학의 입학정원의 6배가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400개 이상의 특수학교는 결국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필수코스로 인식돼 초ㆍ중학생의 고교입시를 과열시킬 수밖에 없다. 초등 3학년 때부터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이러한 정책은 모든 초ㆍ중학생이 특목고ㆍ자사고와 같은 특수학교를 가기 위한 1차 경쟁과 일반고 중에서도 명문학교를 가기 위한 2차 경쟁에 휘말리게 만들 것이다.

이렇듯 0교시에서 자사고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생 간의 경쟁 뿐 아니라 학교 간 경쟁, 나아가 만인 대 만인의 경쟁을 낳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경쟁, 그것도 사교육이 유리한 입시교육을 위한 경쟁이 만연한 학교교육은 필시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불러온다.

4) ‘오륀지 파동’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어몰입교육은 학교에서 모든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인수위의 계획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무산됐지만 “모든 학생이 고교만 졸업하면 기본적인 생활영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 정부는 이 프로젝트의 세부계획대로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시작되는 영어수업을 1학년 입학 직후부터 실시하려다 시범운영 결과, 학생의 학습부담과 사교육 과열이 현실로 나타나 3~6학년의 수업시수 확대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나 영어전용강사 배치, 현직 교사의 연수 확대, 영어 친화적 교육환경 구축 등은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영어 사교육은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교육을 강화하고 대입 시 국가영어평가시험을 도입하려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로 인한 사교육비의 폭증은 예고된 일이나 다름없다. 이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들에게 영어수업을 실시했던 1997년 직후 조기유학이 급증했던 경험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081026 새사연 보고서, <‘사교육비 두 배, 공교육 붕괴’로 향하는 MB교육> 참고). 게다가 영어교육을 위한 어학연수는 교육의 양극화를 더욱 촉진시킨다.

5) 또한 이명박 정부는 현재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각 대학에 대입전형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수능을 없애 2012년 이후에는 대입을 완전히 대학자율에 맡기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부터는 대교협 관계자들의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있던 대학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 장치들을 풀어버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대입자율화에 대한 대안으로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얘기하지만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한 기준마련과 고교-대학 간 연계, 주입식ㆍ암기식 초ㆍ중등교육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대입자율화 성공의 결과를 이끌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 모든 자율권을 줬으나 각 대학이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능력을 성장시키는 교육을 위한 입시는커녕 각 대학이 본고사와 같이 사교육의 주범을 이용해 자교에 성적 좋은 학생을 유치하는 데만 혈안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은 향후 변화될 대입전형에 전전긍긍하고 있어 이로 인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딸마저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 대책을 믿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정부가 지금까지 원천적으로 사교육을 조장해온 교육정책은 전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각종 금지, 고발, 강제 조항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사연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 각각의 타당성 여부를 짚어보기에 앞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과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 증가가 어떤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짚어봤다. 정부는 한 쪽에서는 사교육비 팽창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정책을 강행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요란하게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쏟아내며 자가당착에 빠진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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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위기의 한국교육> 연재기획 목차

① ‘사교육비 두 배, 공교육 붕괴’로 향하는 MB교육
② 맹목적 시장론자들의 위험한 교육실험
③ 수월성 교육의 뜻도 모르는 이명박 정부
④ 학교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명박 정부 1년이 채 안 되어 대선 당시 내걸었던 교육공약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은 정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은 ‘미친 교육’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사교육비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학교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임을 간파한 사교육 시장은 경기침체에도 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교육모임은 ‘위기의 한국교육’ 4회 연재기획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사교육비를 급증시키고 있는지 진단하고,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 과정과 붕어빵처럼 유사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교해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그려 보려 한다. 그리고 대안적 사례로 ‘형평성과 수월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보며 우리식 교육개혁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공부 잘 하는 아들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게 일하는 성욱, 은행에서 명퇴 후 교사 아내와 사춘기 딸에게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받으며 사는 기영, 이국땅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유학 보내고 홀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기러기 아빠 혁수. 영화 ‘즐거운 인생’(감독 이준익)의 주인공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군상이다. 그들이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 배경에는 버거운 사교육비와 왜곡된 학벌사회가 자리하고 있다.

7퍼센트 성장 공약, 사교육비 분야에서만 초과 달성

입시경쟁과 학벌사회 풍토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사교육비 부담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제침체와 물가폭등에도 불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2/4분기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분기 10.1퍼센트에서 11.0퍼센트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28만 3,211원으로 지난해보다 18.6퍼센트 증가했다. 2003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사교육비(학습지 제외)가 18.4퍼센트 증가해 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7만 원에 약간 못 미치던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도 안 돼 올해 1분기에 19만 원, 2분기에 20만 원 선을 돌파하면서 연이어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제 7퍼센트 성장 공약은 이제 어디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공약(空約)이 되었건만, 유독 사교육비만큼은 목표를 두 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교육비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층에 따른 학벌 대물림’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2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3~2008년 상반기 소득별 가구소비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득수준 상위 10퍼센트 계층의 교육비 지출액은 월평균 58만 192원으로, 하위 10퍼센트의 7만 4,193원보다 무려 7.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을 비교했을 때, 하위 10퍼센트 소득계층의 경우 교육비 비중이 2003년과 2008년 상반기에 7.3퍼센트로 같은 데 반해, 상위 10퍼센트는 2003년도 11.5퍼센트, 2008년 상반기에는 13.0퍼센트로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결국 소득 하위층은 점증하는 사교육비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된 반면, 소득 상위층은 사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학벌 세습구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폭증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이 명백히 갈리는 것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필연적 결과로 보인다. 공교육의 몰락과 사교육의 득세, 10퍼센트 내외의 명문 사립학교와 대다수 별 볼일 없는 공립학교로 구분 편재되는 중등교육 구도, 소득 상위 계층의 귀족교육과 중하위 계층의 교육 포기와 방치는 수 년 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대한민국 교육의 암울한 미래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불과 1년 사이에 우리 교육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사교육비 두 배’의 출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지난 대선 시기 이명박 후보는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을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학교 불만 두 배, 사교육비 곱절’의 형국이다.

사교육비를 급증시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각각 살펴보자.

먼저, 인수위 시절부터 논란을 빚었던 영어몰입교육을 골자로 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비를 확실히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 영어수업을 실시하자 조기 유학이 급증했던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97년 241명이던 초등학생 유학생은 2004년에 6,276명으로 무려 26배나 늘었다. 영어유치원이 유행처럼 번졌고 초등학생 영어 과외는 이제 필수가 되고 있다. 수업료가 100만 원 가까운 영어유치원도 몇 년 전에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1, 2학년의 74퍼센트(2006년)가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 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대입 시 국가 영어평가시험을 도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영어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 발표 후 3~6월 사이, 초등부 프리미엄 사교육 업체인 정상JLS와 CDI홀딩스의 평균 수강생 수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60퍼센트와 49퍼센트 증가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채용 전형에서 ‘영어말하기 시험’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어 관련 교육주가 연일 강세를 보였다. 증시의 이런 민감한 반응은 현 정부 영어 정책의 정확한 귀결점인 영어 사교육 시장 및 관련 업체의 급성장을 입증하고 있다.

초중교 입시 부활시킨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다음으로 국제중 설립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사실상 초중교 입시를 부활시켜 전반적인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제중 설립은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과 맞물려 초등학생 조기 유학과 영어 사교육시장 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어, 국사 외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니 입학전형에 영어시험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수업을 따라가려면 영어 선행학습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중은 이미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특목고/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전 단계로 인식돼 치열한 ‘국제중 입시경쟁’을 낳는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청심국제중의 2007년 일반전형의 경우 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30년 만의 초등학생 입시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제중 설립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초등 사교육시장의 비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00개, 마이스터고 100개 설립 계획은 현재 100개가 넘는 특목고를 몇 배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특목고와 같은 학교를 늘리면 사교육비가 그만큼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듯 특목고 역시 사교육 없이는 따라가기 힘든 교육과정과 명문대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 것이 뻔하다. 물론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초중학생의 사교육비 증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특목고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외고의 사례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6년 12월 당시 이경숙 의원(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1일 기준 서울시내 5,911개 입시/보습학원 중 강남구 676개(11.4퍼센트)를 비롯한 상위 6개 자치구에 전체의 46.7퍼센트에 해당하는 2,758개 학원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502개, 양천구 495개, 노원구 391개, 강동구 367개, 서초구 318개 순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순서가 외고 입학생이 많은 지역의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특목고와 사교육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초등 6학년 학부모의 30퍼센트가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고, 특목고 진학 희망 초등학생의 94.2퍼센트와 중학생의 87.6퍼센트가 사교육에 참여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2007년 3월 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명문 학교와 열등 학교 가를 ‘학교 한 줄 세우기’

마지막으로 일제고사, 학교정보공시제, 학교선택제 등 일련의 ‘학교 한 줄 세우기’ 정책 역시 학교 간 경쟁에 불을 붙여 사교육비를 급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들은 쉽게 말해 물건을 살 때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가 학교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이에 정부는 그 기준으로 ‘일제고사 성적’라는 가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공개된 일제고사 성적과 명문 학교 입학률을 기준으로 각 학교는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서게 된다. 조금이라도 등수를 올리기 위한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각 학교는 학생 간 입시경쟁을 조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시경쟁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부른다. 또한 그동안 30퍼센트의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명문대 진학 패키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99퍼센트의 학생들이 열등 학교를 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

폐교도 불사한 블레어의 교육 정책, 결국 교육 양극화만 키워

올해 1월, 각 언론 및 증권사들은 건설과 교육 업종이 ‘MB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설과 학교자율화 공약 때문이다. 정부는 분명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교육정책이라 주장했지만 각 언론 및 증권사, 투자자들은 공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킬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2월부터 교육 관련주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능률교육, 에듀박스, 디지털대성, YBM시사닷컴, 포넷, 삼성출판사, 웅진씽크빅 등 교육주가 현 정부 출범 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학교 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에 다름 아님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을 느끼고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건만 이명박 정부는 왜 이 같은 교육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현 정부의 교육 개혁 드라이브는 교육에 시장주의 원리를 적용하면 성공한다는 확신에 기초해 있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품과 기업이 도태되듯이 공교육, 심지어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조차도 품질이 떨어지면 도태시켜야 한다는 신념이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주의적 교육 정책은 학교 간 경쟁을 앞세운 영미식 교육개혁을 그 모델로 한다. 그 가운데서도 현 정부의 정책은 주별로 편차가 다양한 미국식보다 영국식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

대처 정부의 등장과 함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한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 이후 시장주의와 경쟁원리에 입각한 교육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시장주의와 경쟁원리’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학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겠다고 내건 취지도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과 판박이다. 블레어 정부는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교육기준청(OFSTED)의 평가 결과에 따라 낙제점인 학교를 퇴출시키는 극단적인 정책도 실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 간 경쟁 정책이 과연 영국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력과 만족도를 높였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원이 충분하고 상위층 자제들이 몰린 일부 사립교는 탄력을 받았지만 대다수 중하위층 서민들 자녀가 다니는 공립교는 갈수록 교육의 질이 부실해지고 교육 환경이 황폐화되었다. 영국 교육기준청 보고서는 공립학교의 절반이 학부모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강화된 경쟁 속에서 1999년 영국 국립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 가운데 10퍼센트가 불안, 우울증, 강박관념,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행동장애와 과잉행동 같은 갖가지 정신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30퍼센트에 달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은 사실상 교육에서 방치되고, 매년 1만 2,000명의 학생들이 영구퇴학을 당하고 있으며, 재학생 800만 명 중 100만 명이 사전 허락 없이 결석을 하고 15만 명의 아이들은 정학처분을 받고 있다.

폐교도 불사하겠다는 교육정책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한국이 1, 2위를 다툰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영국은 7, 8위권으로 중하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IMD 교육경쟁력 주요 국가별 순위에서는 27위로 한국(29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패한 영국 교육 따라하기 당장 멈춰야

한번 잘못된 궤도에 들어선 정책은 교정되기보다는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2006년 블레어 총리는 더욱 강화된 교육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노동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로 간신히 법안이 통과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블레어에 이어 2007년 집권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이 나쁜 학교가 2013년까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폐교 또는 흡수 통합하겠다며 경쟁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체 공립학교의 5분의 1이 문을 닫게 된다.

이처럼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이 우리와 무관한 일일까? 이명박 정부의 프로젝트대로 국제중과 자사고 특목고 300개가 생기고 입시경쟁의 심화와 사교육의 팽창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면 나머지 6,000개 공립학교들이 처하게 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경쟁력 미달’을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폐교 통보를 받게 된다면? 아니 그 이전에 빠듯한 살림살이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 몰입교육과 국제중 입시학원, 다시 중학교에서는 명문고 입시 사교육 과정을 양껏 따라가지 못해 결국 ‘별 볼일 없는’ 열등 공립학교에나 다니게 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 세계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던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금융의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의 막차를 따라가고 있다. 교육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20여 년 간 철저한 실패로 귀결된 영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따라하기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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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8.27 09:16
왜 성공한 핀란드가 아니라 영국 교육인가?

사람과 지식이 중심이 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창의적 인재양성이 국가경쟁력을 가늠하는 최우선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경쟁에서 살아남을 소수 엘리트를 위한 교육투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개혁이 더 필요하다.

성공적인 교육개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학업성취도 결과를 말하지 않더라도, 핀란드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가르치며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교육복지국가이다. 핀란드 학생들의 70퍼센트가 공부가 즐겁다고 답할 정도로 학교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 교육복지보다 수월성만을 강조하는 우리 교육은 경제침체의 원인을 교육실패로 돌리는 영국식 교육개혁을 따라하기 바쁘다. 1998년 블레어 영국총리는 교육이 최대의 경제정책이라며, 학교자율화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강조하며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하는 처방을 도입했다. 교육시장화 정책은 결국 학교의 사기만 저하시켰고, 2007년 11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성적이 저조한 670여개의 중등학교를 폐교시키겠다고 할 정도로 영국에는 실패한 학교들로 넘쳐났다.

그럼에도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를 3개 등급으로 분류해서 공개하는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학교별 성적공개로 공교육에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작금의 교육정책은 특목고 확대로 인한 교육양극화와 사교육비 증가, 학벌사회를 조장한 교육현실을 은폐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교육개혁 논의에 교육자와 교육철학은 없고 ‘경쟁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는 경제전문가와 경제논리만 넘쳐나고 있다. 교육관료들은 자신들의 정치철학이나 교육적 소신을 버리고 이들과 한무리가 되어 핀란드와 같은 평등교육을 위한 정책에 나서고 있지 않다.

‘학교성적 공개’는 실패한 영국의 교육정책

학교 간 경쟁과 교육 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강화해 학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교육시장화 논리는 이미 영국에서 실패한 교육 정책이다.

1967년, 1976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은 영국은 1980년에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월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펼쳤다. 공공부문 민영화 등의 경제정책의 결과는 사회양극화를 가중시키며, 1979년 이래 처음으로 전국 아이들의 33퍼센트가 최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영국정부는 경제침체의 원인을 교육정책의 실패로 돌리고 19번이나 교육법을 개정하면서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학교자율화, 학교 간 경쟁을 도입했다.

특히 학교 간 성적 순위표 공개와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부모들의 학교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결국 부동산 가격에 따른 학군의 양극화와 입시명문 학교를 찾아 나선 백인들과 중산층의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교육시장은 힘없는 빈곤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었다. 사립학교는 거대한 학교시장이 되어 학벌세습의 통로가 되고 있고, 학교 서열화로 인해 경영난과 학업실패를 반복하는 공립학교는 존폐위기에 내몰리는 처지에 있다.

‘학업성취도 결과’는 정책연구자료용 아닌 학교 간 경쟁 상품

교과부가 2010부터 초중고교의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3등급으로 공개한다고 밝힌 것은 2007년 5월 25일 국회에서 제정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을 무색하게 하는 처사다. 이 법에서는 ‘국가 및 시도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자료를 공개할 경우 개별학교의 명칭은 제공하지 않으며, 소재지에 관한 정보의 공개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어서 지난 11월 16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 따르면 초중교 지역교육청 단위로, 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 단위로 공개하도록 하였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나 교육관계자들도 학교와 지역간 격차, 서열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개별 학교의 구체적인 성적자료 공개에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번 시행령은 학교 서열화를 불러올 학업성취 결과에 대한 공개를 유보하고, 정책연구자료로 활용하도록 한 종전의 입법취지를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수정된 시행령(안)의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0년에 실시되는 시험부터 공개되지만, 초중고교의 교과별 평가계획, 학업성취(기말고사) 사항, 학교폭력발생 및 처리 현황, 교원현황 등 40여개 항목은 올 12월부터 공개된다. 기말고사 성적은 과목별 학년평균점수와 표준편차가 올려진다. 국가 수준 성취도 평가는 3개 등급(우수, 보통, 기초학력미달)로 공개되고, 기초학력미달 비율이나 보통학력이상 비율 등은 전년도 대비 향상도까지 공개된다.

교육정보공개가 교육수요자의 알권리 충족, 학교책무강화, 낙후지역 파악 등에 필요하다고 강변하지만, 학업성취결과 공개는 전국의 초중고교를 등급화하는 일이다. 경쟁의 논리가 적용될 학교는 끝없는 약육강식의 입시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성적평가에 얽매이게 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는 날로 증가할 것이다.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들의 시험 성적은 더 나빠질 것이고,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학교 서열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의 학부모들은 재력과 부동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0년 고교선택제가 실시되면 좋은 학교를 찾아 이동할 것이다.

초중고교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재편되는 하나의 거대한 학교 시장이 되어 고교등급제와 명문대 진학 상품으로 포장될 것이 뻔하다.

경제적 논리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들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초중고교의 교육수준이 미흡해서가 아니다. 입시중심의 암기식 성적 경쟁을 조장하는 교육정책이 학생을 지치게 하고,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교육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는 것은 인간교육, 사회정의, 전인교육을 구현하려는 교육 본연의 역할을 가로막는 일이다.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벌어지는 학력격차와 사교육 시장으로 왜곡되어 있는 수월성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교육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길 뿐이다. 국가경쟁력 향상도 결국은 학생들의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교육을 보장하면서 전 국민의 상향적인 지적 평등을 이룰 때 가능하다.

이영탁/교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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