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08 막강한 ‘교육대통령’, 우리가 투표해야 하는 이유 (11)
주제별 이슈 2008.07.08 13:05

‘7월 30일, 서울시민이 교육감을 직접 뽑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 승강장과 거리 곳곳에서 보게 된 캠페인 광고. 교육감 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의식한 서울시선관위의 노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상태다. 사실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인상적이지도 않은 한 문장의 광고는 아무 의미없이 지나치기 십상이다. 얼핏 본 사람들은 ‘총선 광고가 아직도 남아있나’ 생각할지도 모른다.

D-22일. 서울시 사상 처음으로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게 된다. 교육에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날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역사와 교육감의 권한, 현재 등록한 후보들을 차례로 살펴보며 그 의미를 새겨보자.

금품선거, 교단분열로 얼룩졌던 과거 교육감 선거

오늘날의 직선제가 되기까지 교육감 선출방식은 몇 차례 변화 과정을 거쳤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제도의 골격은 1991년 3월 1일 제정·공포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의해 마련됐다. 이 법률에 의거해 교육감 선출방법은 “교육감은 당해 교육위원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되, 제적교육위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제28조 제①항)로 규정되었다.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방식에서 교육위원회에 의한 간접선거로 바뀐 것이다. 교육위원은 주민직선으로 구성돼 대표성을 확보한 시·군·구 의회와 시·도 의회가 선출했다. 최대 25명의 교육위원들이 각각 선호하는 교육감 후보를 써내 최다 득표자가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교육감이 됐다. 이로써 교육감의 대표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문제가 생겼다. 바로 금품선거였다. 교육감 후보는 몇 명 안 되는 교육위원들의 표를 금품으로 사들였다.

이에 문민정부는 학부모, 교사, 지역유지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를 도입한 후, 1998년부터 교육감선거인단(학교운영위원 및 교원단체 선거인)이 교육감을 선출케 하는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교육감 선출과정의 비리를 해소한다는 명분과 학교운영위원회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계산이 작용했다. ‘중앙 → 지방 → 단위 학교’로 권한과 책임을 이양시켜 단위 학교 운영의 민주화와 지방교육자치를 동시에 달성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된 제도 개편은 대표성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이전의 제도가 대표성을 충족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정부는 2000년부터 교육감 선출자격을 학교운영위원회 전원으로 확대했다. 대표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으나 이전의 대표성 논란에 대한 형식적 대응이었다. 이는 후보의 조직이나 자금 동원력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지우지되는 폐해를 낳았다. 차기 교육감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신을 지지할 교원 등을 학교운영위원으로 포섭하려는 신경전이 치열해져 학교는 ‘정치화’ 됐다. 이 기간 중 35차례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총 253건이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이 가운데 당선자들의 위법행위는 16건이나 됐다.

현재의 교육감 주민직선제 도입은 참여정부가 2006년 12월 20일 제정, 공포한 법률 개정에 따른 것이다. 앞서 밝힌 사전선거운동 시비, 교단 분열, 선거 비리 및 부정, 주민대표성 논란 등이 개정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상징적이나마 지방의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교육위원회를 시·도 의회의 상임위원회로 흡수, 통합하는 제도 개편이 함께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교육위원회의 기능은 축소되고, 교육감의 기능은 독임제(행정기관의 의사 결정이나 집행 권한을 행정기관장 1인에게 일임하는 제도) 집행기관 형태로 강화됐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학교자율화 조치를 위해 2008년 법률을 개정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다루던 초중등 관련 업무를 교육청에 고스란히 넘겨줬다.

따라서 이번에 뽑힐 교육감은 △교육예산 편성권 △공립유치원 및 초·중·고 교직원 인사권 △학교신설 및 이전 △유치원 설립 인가권 △사설학원 지휘감독권 △교육관련 조례 제정권 등 시·도 내 교육 제반사항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육 대통령’이다. 교육감의 권한 중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관장사무) 교육감은 교육, 학예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1. 조례안의 작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2. 예산안의 편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3. 결산서의 작성 및 제출에 관한 사항
4. 교육규칙의 제정에 관한 사항
5. 학교, 그 밖의 교육기관의 설치, 이전, 폐진에 관한 사항
6.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7. 과학기술교육의 진흥에 관한 사항
8. 평생교육, 그 밖의 교육, 학예 진흥에 관한 사항
9. 학교체욱, 보건 및 학교환경정화에 관한 사항
10. 학생통학구역에 관한 사항
11. 교육, 학예의 시설, 설비 및 교구에 관한 사항
12. 재산의 취득, 처분에 관한 사항
13. 특별부과금, 사용료, 수수료, 분담금 및 가입금에 관한 사항
14. 기채, 차입금 또는 예산 외의 외무부담에 관한 사항
15. 기금의 설치, 운용에 관한 사항
16. 소속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
17. 그 밖에 당해 시, 도의 교육, 학예에 관한 사항과 위임된 사항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멈출 수 있는 ‘교육대통령’

첫째, 교육감은 연 6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한다. 지난해 교육감은 정부 전체예산의 약 20%인 31조원의 교육예산 중 87%인 27조원을 집행했다. 서울시교육감은 그 중 부산광역시 1년 전체예산과 맞먹는 6조 1,674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새로 선출될 서울시교육감은 22개월의 임기동안 332억 원의 예산을 쓸 수 있다. 실로 어마어마하다.

둘째, 교육감은 공립유치원 및 초중고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며, 교장 임명권 및 장학관 임용권도 갖게 될 예정이다. 수치로 보면 총 16명의 교육감이 44만 명의 교원에 대한 인사 및 지휘권을 행사한다. 대기업인 삼성그룹의 임직원수가 20만명을 좀 넘는다는 사실에 빗대어보면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입법예고된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교장 임명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행사하던 시도 교육청 장학관 및 연수, 연구기관의 장에 대한 임용권도 교육감에게 위임된다. 따라서 법적으로 학교장 권한의 사안이라해도 교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현재 이명박 정부의 학원자율화 조치로 이슈가 되고 있는 우열반과 0교시 수업, 심야수업과 보충수업, 방과 후 학교 허용 여부도 교육감이 결정할 수 있다. 두 달 넘게 타오른 촛불정국을 촉발하며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구호를 유행시킨 ‘미친교육’의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시민들이 어떤 교육감을 선출하느냐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학원자율화 조치가 유지될 수도 있고,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넷째, 교육감은 특수목적고 및 자율형사립고의 설치, 이전, 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특수목적고를 신설할 때 교육과학기술부와 사전협의하도록 정한 것을 현 정부가 폐지해 특목고 신설 역시 교육감의 권한에 속하게 된 것이다.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이자 사교육의 진원지로 비판받아 온 특목고와 자사고는 이제 모든 유형의 선거에서 주요 공약화되고 있다. 특목고나 자사고 설립 유무에 따라 부동산 값도 널뛰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교육감에게 특목고 및 자사고에 관한 권한을 일임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또 이는 ‘자사고 100개 신설’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도 교육감에 의해 백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섯째, 그 외 고교선택제, 학교정보 공개, 영어몰입교육, 학원 영업시간 제한, 미국산 쇠고기 급식, 교원평가제 등 요즘 교육계에서 민감한 사안 대부분도 교육감의 의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 특목고 및 자율형사립고 등의 수월성 교육, 교원평가제, 고교선택제, 학교정보 공개, 학원 영업시간 제한, 영어몰입교육, 미국산 쇠고기 급식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요즘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해 각 후보가 어떤 입장과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가 시민들의 주요 관심사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는 곧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서울시민의 심판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이 다른 시?도교육청에 미치는 파급력까지 생각이 미치면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교육감 선거는 진보 vs 보수?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15일에서 16일까지 양일간 정식후보등록 후, 17일에서 29일까지 13일간 본 선거전에 돌입한다. 본래 교육감의 임기는 4년이지만, 이번에 선출될 교육감의 임기는 2010년 6월 30일까지로 1년 10개월이다. 차기 교육감은 2010년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기 때문이다. 후보자격은 학식과 덕망이 높고, 과거 2년 동안 비정당원인 자로, 교육경력 또는 교육공무원으로서의 교육행정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이다.

현재까지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된 사람은 모두 9명이다. △공정택 현 서울시 교육감 △김성동 한국교육문화포럼 회장 △박장옥 한국청소년연합 자문위원 △이규석 중앙대 겸임교수 △이명만 호원대 겸임교수 △이인규 아름다운학교 운동본부 상임대표 △장희철 ‘장희철행정사무소’ 대표 △조창섭 서울대 명예교수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그들이다.

최근 언론들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보도하고 있다. 공정택 현 교육감을 포함한 다수의 후보들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고수하려는 보수 성향인 반면, ‘반이명박’ 주경복 교수는 전교조 등의 교육단체들과 민교협(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외 다수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를 받는 진보 성향의 후보라는 것이다. 거기에 ‘반이명박, 반전교조’를 표방한 범진보 성향의 이인규 후보도 출사표를 던져 주목받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특정후보에 대한 전교조 등의 조직적 지원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거라며 낮은 투표율 문제와 함께 벌써부터 선출될 교육감의 대표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교원평가 문제 등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이익단체라는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이용한 정치적 공세다.

그러나 다수의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다만 내 아이가 ‘정상적인’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입시경쟁과 사교육이 판을 치는 지금의 교육현실은 누구도 원치 않은 결과다. 부모들은 그저 학벌주의, 학력주의 사회에서 내 아이가 사회경제적으로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경쟁 속으로, 사교육의 장으로 내보낸다. 교육감 후보들 역시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각자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언론플레이에 휩쓸리지 말고 ‘비정상적인’ 교육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먼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 누가 출사표 던졌나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세 후보는 어떤 사람이며 주요 공약은 무엇인지 잠시 살펴보자.

먼저 공정택(74) 후보는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덕수상고 교장, 남서울대 총장, 서울시교육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 서울시 교육감이다.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이 인성교육을 강조한데 반해, 공 교육감은 학력신장을 강조하면서 평등성보다는 수월성을 중시해왔다. 지금도 현 정부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기조로 △고교선택제 △특목고와 자사고 등 고교다양화 △수월성 교육 강화 △교원평가제 도입 등을 주요 공약을 내세운다.

주경복(57) 후보는 프랑스 파리5대학 졸업,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대표, 교수단체연대회의 대표, 민교협 의장으로 활동했으며 현 건국대 교수이자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이다. “소수를 위한 교육, 부패 1등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주 후보는 학생, 학교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교육정책을 바꾸겠다고 말한다. 주요 공약은 △고교선택제 반대 △특목고와 자사고 반대 △5%를 위한 불평등 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복지 실현, 평준화 전면화 △현재 논의되는 형태의 교원평가 반대, ‘학부모참여지원센터’를 통한 교원 능력 제고 등이다.

이인규(48) 후보는 서울대 사회교육과 졸업,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장,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 위원, 서울미술고 교감, 한국교육연구소장으로 활동했으며 현 아름다운학교 운동본부 대표이다.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지지를 밝힌 주 후보에게 공개토론을 요구하기도 한 이 후보는 “학생 경쟁 절반으로, 학교 책임 두 배로”를 기조로 학부모 중심의 교육개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공약은 △고교선택제 찬성 및 선지원 추첨배정 중학교로 확대 △외고 기능의 적극적 정상화 △‘창의형 자율학교’로 특목고, 자사고 수요 흡수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 중심의 교원평가와 교장평가 전면 실시 등이다.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시민의 것으로 만들어야

현재까지 교육감 선거를 치룬 곳은 부산, 울산, 경남, 충북, 제주, 충남 등 6개 지역이다. 2007년 2월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처음 치러진 부산시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5.6%였다. 지난 25일에 있었던 충남도교육감 선거는 단독출마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을 높인다며 최고 2억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선거 날 도내 모든 초중고를 임시휴교 조치했다. 그러나 투표율은 겨우 17.2%에 불과했다. ‘처음이니까’라는 변명으로는 합리화하기 어려운 참담한 결과다. 또한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호 2번이 당선됐다. 이는 대선에서 정당 기호가 2번이었던 한나라당 후보로 착각한 ‘묻지마투표’ 때문이라는 설이 우세하다.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실시되는 7월 30일은 평일이다. 선거를 위한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기에 직장인들은 투표에 어려움이 따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날은 휴가가 한창일 시기이기도 하다. “도대체 투표를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만 하다. 이에 서울시교육감 선거 역시 15% 안팎의 낮은 투표율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선거가 끝난 지역이나 선거 예정 지역이나 교육감 선거의 의미나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보여준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한 사람들이 뒤늦게 후회하며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구호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서울시교육감은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다. 더욱이 그 권한은 예산, 인사, 정책에 걸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만큼 막강하다. 한번 겪은 후회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서울 시민들의 소중한 판단과 한 표가 필요하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생활인과 함께 한국사회의 진보적 대안을 모색하는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 새사연 바로가기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