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9.08 13:27



‘교육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중고교 교육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위험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재선된 공교육감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경쟁을 통해 학교체제를 하나의 거대한 학교시장으로 만들려는 실험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공교육감의 귀족학교, 학력경쟁을 위한 위험한 실험

공교육감의 교육정책 대부분은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위한 경쟁으로 요약될 수 있다. ‘나에게 경쟁 빼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공교육감은 ‘경쟁을 통한 교육경쟁력 강화’를 교육철학의 전부로 삼고 있다. 공교육감은 당선되자마자 국제중학교 설립, 고교선택제 확대, 일제고사 실시, 교육뉴타운 건설과 자립형사립고 신설 등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적 인재양성을 위해서 중학교때부터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국제중학교를 설립하겠다거나, 고교선택제를 실시해 학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하위 2% 학교는 퇴출하겠다는 공교육감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경제학자에 가깝다. 이러한 논리는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교육을 시장에 맡기고 경쟁시키면 된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공교육감의 교육정책이 더 위험스러운 것은 당선의 주요 지지계층인 일부 강남권 중상류 계층과 특정 종교사학, 학원, 특정 이념세력을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립학교로 설립되는 국제중학교는 의무교육형태인 초등교육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중 설립이 전국적으로 봇물 터지듯이 번지면서 사교육 시장 증가와 중학교 입시부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청심국제중학교는 조기유학을 다녀온 교육자, 사업가, 의사의 자녀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귀족학교가 되고 있다.

교육뉴타운 건설과 자립형 사립고 확대는 사실상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외국어고 등 특목고의 전철을 밟을 것이 뻔하다. 또한 학교선택제와 일제고사 결과 공개는 학교를 서열화하고, 입시경쟁을 위한 전쟁터로 만들어 교육양극화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공정택 교육감의 위험한 교육실험들은 한국의 교육과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지도 모른다.

공교육감의 지난 4년 평가, 사교육비만 폭등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 가계지출을 보면 입시보습학원비 등 보충교육비가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가구당 교육비로 월평균 24만 원을 지출해 사상 처음으로 20만 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7일 발표한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최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극심한 경제침체와 물가폭등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상반기에 마침내 15조 원을 돌파했다. 2003년 10조 원 가량이던 교육비가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 가계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6.2%로 증가하였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 교육시장화 정책이 최근 사교육 폭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또한 평준화가 ‘학력저하’를 가져왔다며 ‘학력경쟁 강화’를 내세워온 공교육감의 지난 4년간의 책임도 크다. 공교육감은 자사고, 특목고 확대, 일제고사 부활, 전국학력평가 실시, 영어몰입교육, 학원교습시간 연장 등을 추진해 왔다.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며 학교간 경쟁을 위한 전체학교 평가를 실시하고, 10여년 전 폐지되었던 초등학교의 중간 및 기말고사를 부활시켰다. 국제고, 과학고 등 특목고를 확대하고 국제중학교를 설립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사교육비 증가는 ‘학생들이 공부하다 피곤해서 죽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24시간 학원자율화를 요구하는 학원의 요구에 시교육청이 앞장서 온 결과이기도 하다. 0교시, 심야 강제자율학습, 학원의 심야 불법교습 폐지를 요구하는 학생, 교사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보다는 3개월 동안 3번에 걸쳐서 학원의 심야교습 시간 제한을 폐지하려 하였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성적과 경쟁을 강요하는 이러한 학력신장 정책은 결국 학부모와 교사,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고교평준화와 교육양극화해소 서울시민추진본부에 의해 ‘공교육감 퇴진’운동까지 불러왔다. 당시 공교육감의 서울교육학력신장 정책은 2만여 명의 현장교사들에 의해 43.5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국가청렴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4년의 서울교육의 청렴도는 이전 교육감들이 16개 시도교육청 중 중간순위를 유지한 반면 공교육감 기간에는 전국 꼴찌 수준이었다.

공교육감의 학력경쟁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보다는 이미 교육산업으로 성장한 사교육시장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여 학교를 시장화하고, 학생들을 혹독한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정책이다.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단편적이고 나열적인 교육정책은 결과적으로 공교육 전체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소수 특권층을 위한 교육만 만들게 되고, 사교육 시장에서도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고통 해결에 나서야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을 살리는 길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경제논리, 종교나 사학자본의 이해에 따라 휘둘려서는 안 된다.

현재 대다수 학부모들은 늘어나는 사교육비로 고통받고 있고,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매몰되어 건강권, 학습권, 인권마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감과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은 원천적으로 사교육의 고통을 해소하기 보다는 사교육 시장에서 교육양극화, 사회양극화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는 인재를 양성하기보다 학력저하, 사회일탈, 저소득층 양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뿐이다.

현재의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망 있는 교육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큰 틀의 교육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강남의 사교육을 분산하기 위해 판교 신도시에 훌륭한 학원단지를 유치하자거나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고교선택제를 실시하자거나, 국가경쟁력을 위해 영어공용화를 위한 영어몰입교육이 필요하다거나 참교육을 실천하는 전교조를 몰아내자는 정치인, 경제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상품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교육을 사업이나 상품으로 생각하는 경제학자나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교육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협력과 논의가 필요하다. 사교육비를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단 한명의 학생도 경쟁의 낙오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상생과 협력의 동반자로 성장하여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최우선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핀란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중심으로 인재양성에 성공한 나라들이 세계에는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영탁/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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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7.31 14:12

보수 퇴조 뚜렷... '촛불' 힘 입증
2년후 지방선거는 보수네트워크-촛불민심 진검승부 될 것



졌다. 분명한 패배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 했던 이들에게는 패배였다. 누구는 눈물을 터뜨렸을 것이고, 누구는 쓰린 가슴에 소주를 들이부었을 것이다. 혹자는 '그럼 그렇지' 하는 냉소를 터뜨리며 베개 속에 머리를 파묻었을지도 모른다.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촛불 민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밤은 그렇게 허무하게 흘러갔다.

선거결과를 좀 더 뜯어보면, 소위 '강부자'의 승리였다. 촛불이 밀었던 주경복 후보는 17개 구에서 승리하고 8개 지역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 수치일 뿐, 강남구 한 곳에서의 압도적 패배가 전체판도를 뒤집었다.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강부자'들은 철저한 계급투표로 승리를 얻었다.

강남·서초·송파의 밤은 계급투표의 승리감에 환호성이 울려퍼졌을지도 모른다. 주경복 후보는 공정택 후보에게 2만2053표 뒤졌지만 강남구 한곳서만 공정택 후보에게 3만2776표 뒤졌다. 강남구 표만 제외한다면 주경복 후보가 1만723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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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교육감 선거 지구별 득표 주경복 후보는 서울지역 25개 구 중 17곳에서 승리했으나 강남·서초·송파구의 압도적인 공정택 지지표에 밀려 패배했다


촛불의 한계인가, 성과인가


촛불이 매달린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패배했지만 촛불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볼 수 있는 계기로 보인다. 촛불이 해낸 성과가 어디까지고, 해내지 못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짚어보는 것은 선거 패배 이후를 모색하는 데 중요하다.

강남·서초·송파구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곳이다. 서울지역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는 강남·서초·송파 순이었고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 지역의 위력이 그대로 입증됐다.

그러나 변화가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강남(66.4%), 서초(64.4%), 송파(57.8%)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공정택 당선자의 지지율은 강남(61.14%), 서초(59.02%), 송파(48.08%)에서 대선 때보다 모두 하락했다.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정부의 종부세 완화 정책과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아지면 교육환경이 나빠진다'던 서울시 교육청의 입장이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 지역에서 계급투표를 강화한 요소였임에도 지난 대선에 비해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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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대선, 18대 총선에서의 한나라당 승리율과 초대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의 승리율 (승리율이란 서울 지역 25개 구에서 승리한 비율이며, 18대 총선의 경우 48개 선거구 중 한나라당이 승리한 비율)

또한,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표심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의 모든 구에서 승리했고(100%), 지난 총선에서는 서울지역 48개의 선거구 중에서 8개를 제외한 40개 선거구에서 승리했다(83%). 그러나 공정택 당선자는 25개 구 중 8곳에서만 승리함으로써 서울지역 32%의 구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의 대결이 이명박 정부와 촛불민심 간의 대리전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런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서울지역에서 이명박 정부의 헤게모니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록 강남·서초·송파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타지역에서는 이미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인정하듯 이런 변화는 촛불이 없었다면 기대할 수 없는 결과다. 촛불시위가 처음 일어난 5월 2일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의 패배가 촛불의 패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촛불의 근본적 한계라기보다 3개월 동안의 성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척도일 뿐이다.

좌절할 것도 냉소를 머금을 이유도 없다.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한국 사회 보수화가 이제 겨우 긴 터널의 초입에 서 있을 뿐이라고 자조했던 현실은 급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패배는 아직 촛불의 힘이 조금 모자랐을 뿐이다.

한계를 뛰어넘을 통찰력이 필요한 시기

이명박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자율화 중앙행정기관 지방 이양, 대기업 방송사 소유제한 완화 등 중앙의 권력을 유사 성향의 지방권력 혹은 시장권력에게 배분하려 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국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경찰관 기동대를 창설하고 언론장악에 나서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시장권력을 통해 통제하길 원한다. 국민이 반발하는 민영화를 국가가 추진하기 전에 자신의 정치적 동맹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지방권력으로 이양하고, 지방권력이 시장권력에게 이를 다시 이양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 또한 '분권'과 '자율'의 이름으로 시장권력에게 넘겨주고 있다.

이는 분권은 분권이되, 한국 사회 전반에 자리잡은 보수적 네트워크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실질적이고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권력 장악이다. 이런 의도가 현실화된다면 그 어떤 권력이 탄생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튼튼하게 뿌리박힌 보수적 시장권력의 힘을 거스를 수 없게 된다.

'자율'과 '분권'의 이름으로 무차별하게 전개되는 시장권력화를 저지하고 아래로부터의 시민권력을 창출시키는 것은 온전히 시민의 몫이다. 이런 의미에서 2년 후 지방선거는 정치·경제·시민사회에 촘촘히 뿌리박힌 보수적 네트워크와 이명박식 국가운영에 반대하는 촛불민심 간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격전의 장이 될 것이다.

촛불 시민이 주시해야 할 것은 '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한계를 뛰어넘을 통찰력이다. 이를 통해 현실의 한계와 문제를 파악하고 성과는 살리면서 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지역 68%개 구에서 촛불민심이 승리했다는 것은 2년 후 지방선거에서 촛불민심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손우정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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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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