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9 / 2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2 대선 주요 후보별 시대인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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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결국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보수이든 진보이든 그렇다. 국민들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느끼며 가장 정확히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대의 요구는 무엇인가? 전세계 인류를 경제위기로 몰아넣은 신자유주의를 종식시키고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이를 얼마나 인식하고 반영하고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99% 저항의 시대에 100% 국민행복론을 들고 나오면서 신자유주의 속에서 부를 독차지한 1%를 숨기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시대교체를 외치는 가장 적극적 후보이지만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그 방향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낡은체제를 청산하고 미래가치를 대변하는 후보이지만 역시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차별화되지 않고 있으며 실질적인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본 문 ]

새사연의 제안, ‘정권 교체’에서 ‘시대교체’로!

“시민들이 2012년 양대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두 민주정부 때처럼 대통령과 청와대 일부 바뀌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재벌 - 관료 - 보수언론의 3각 동맹에 휘말려 새로운 체제의 화두인 최소한의 보편적 복지국가도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3중, 4중의 위기가 중첩되는 거대한 전환을 맞고 있으며, 양대 선거는 새로운 사회 경제체제를 선택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권 교체는 물론이며 이를 통해 시대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2011년 아랍에서 시작해서 월가 점령시위로 터져 나온 민주들의 숨 가쁜 목소리도 시대교체, 즉 신자유주의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선택하고 수립해 나가는 일은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를 동반할 때 가능하다. 단순히 새누리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아닌, 시장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여의도 정치에서 시민정치로 넘어가는 시대교체가 되어야 한다.”

위의 인용문은 올해 5월 출간된 새사연의 정책대안 종합판 『리셋 코리아』의 내용 중 일부이다. 새사연은 최초로 대선에서 ‘시대교체’의 화두를 던졌었다. 시대교체로서의 대선이란 5년 전의 민주정부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주정부 10년에 더해 이명박 정부 5년 전체에 걸쳐 한국경제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투기와 양극화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민주정부 10년을 경험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비극으로 남았다. 민주정부는 사회복지를 늘려서 양극화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적극 수용한 신자유주의 그 자체가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위험한 경제 질서라는 인식은 하지 못했다. 결국 시대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 민주정부는 ‘좌파 신자유주의자’가 되어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신자유주의와 친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근본적 위기를 알린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했다. 불가피하게 재정을 확대하여 경기부양을 하고 얼마간의 외환 거시건전성 규제 방안을 내놓는 등 국가를 동원해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신자유주의 정부가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 정부들은 철저하게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역진해서 정책과 공약을 제시했고 결국은 국민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2012년 18대 대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은 시대의 변화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을까? 시대의 변화를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주요 후보들의 글과 발언에 기반하여 짚어보도록 하자.


박근혜 후보의 시대인식, 국가발전에서 국민행복으로

지금 70억 지구 인류 전체에게 4년 이상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파국과 자본주의의 위기 현장을 외면하기란 아무리 보수 우익이라도 해도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신자유주의와 시장 지상주의의 비판자라는 얼굴로 행세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기는 침체되고, 분열과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과 소득격차 심화라는 거대한 폭풍이 덮치고 있습니다. (중략)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바꿔야 합니다. (중략)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출마 선언문 중 일부이다. 그 내용을 보면 ‘자본주의 위기 → 소득격차 심화 → 국민 생활과 삶의 위기에 대처 → 경제 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라는 논리 전개이다. 완벽히 진보개혁 진영의 언어와 논리구조를 차용해 왔다.

정작 자신이 그 동안 주장해왔던 줄푸세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당연히 반성도 없다. 오히려 줄푸세가 경제민주화와 같은 맥락이라 오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근혜 후보의 시대인식은 몰역사적이다.

이 뿐 아니다. 그의 대표적 선거공약인 ‘100%국민 행복론’은 더욱 몰역사적인 주장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는 부를 독식하는 1%에 저항하는 99%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마당에 100% 국민이라니, 왜일까? 정말 더 완벽한 국민행복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100% 속에 1%를 슬쩍 합쳐버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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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 선거는 좀 독특하다. 우선 정당들의 정책이 서로 맞서는 대결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유럽처럼 긴축이냐 아니냐 하는 방식의 대결도 아니고 미국처럼 증세냐 감세냐 하는 모양도 아니다. 모두다 복지이고 모두 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진짜 경제 민주화냐 가짜 경제 민주화냐,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다소 맥없는 논쟁만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도 난감하다. 국민들에게 각 정당과 후보들의 차별성을 비교해서 알려줘야 하는데, 차별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 여부를 글로 비교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언론은 국민에게 익숙하고 단답형 방식으로 단순화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뽑아 정책비교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활을 새누리당은 반대, 민주통합당은 찬성한다는 식으로 차별화한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 민주통합당은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한다는 식으로 구분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마치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활여부가 되고 순환출자 금지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정말 그런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출자총액 제한, 상호 출자와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지분요건 강화, 금산 분리 등은 기업 집단형태로 존재하는 재벌들로 하여금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무분별한 계열사 확대로 부실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재벌개혁 영역이다. 당연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큰 맥락에서 볼 때 필요한 조치들이다. 재벌들이 대거 부실화됐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특히 중요했던 개혁과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 과제가 여기에만 국한되지는 않으며 어쩌면 2012년 버전의 경제 민주화에서 중심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왜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요구로 부상했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단순히 정치권에서 선거용 구호로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깊어진 양극화와 불평등 때문이다. 5년 전 대선에서는 대기업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고, 이명박 정부는 실제로 친 기업 정책을 폈지만 양극화와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2009년부터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을 정책과제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벌의 자발성에 기대는 동반성장은 처음부터 실패를 예정한 것이었고, 이는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은 정운찬 전 총리가 위원장 자리를 1년 만에 사퇴한 데서 증명된다.

물론 양극화와 불평등을 복지정책 확대를 통해서 완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2010년 무상급식을 매개로 급격히 확산된 국민의 보편적 복지 요구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개혁하지 않은 채,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복지정책을 확대한다고 불평등이 제대로 해소될 수는 없고, 조만간 재원의 한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편복지에서 경제 민주화로 국민들의 관심이 확장됐던 것이고 시장의 개혁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경제에서 시장의 지배자이자 독식자인 재벌에 대한 개혁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시장의 곳곳에서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독식, 힘의 논리가 작동하면서 경제적 약자들의 몫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제기된 것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정’으로는 이러한 횡포와 독식이 오히려 강화되고 고착되기 때문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재벌을 규제하고 노동자와 중소상인,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권리를 지켜주는 경제개혁을 실시하자는 것이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다. 국민들이 경제 민주화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 공간에서 경제 민주화나 언론에서 보도되는 경제 민주화는 나의 생활과는 꽤 멀리 떨어진 문제처럼 느껴진다. 국민 생활 한 가운데로 경제 민주화 논의를 다시 보내야 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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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23 새사연

왜 지금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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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왜 다시 재벌개혁을 말하는가.

2. 구조개혁인가, 불법규제인가.

3. 구조개혁을 정말 할 수 있는가.

4. 재벌경제력 집중 억제의 목표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재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까지 문제 삼겠다고 나서면서 분노는 더 크게 번져갔다. 재벌가의 2~3세들이 해외 생활을 하면서 먹고, 입고, 메고, 타고 다녔던, 그들에게 익숙한 것들을 국내로 수입해서 파는 사업에 꽤 많이들 손을 댔던 모양이다. 그런데 재벌가 자녀들은 하나의 트렌드 비슷하게 취미생활 삼아 빵집 사업을 했을지 모르지만 인근의 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언론 인터뷰에서 한 동네 상인이 “대기업들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내 땅 짚고 헤엄치기인데 우린 익사 직전”이고 하소연 한 것이 공연한 엄살일 수는 없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실로 15년 만에 우리사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15년 전 외환위기 때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외국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와 과잉 중복투자를 하는 바람에 환란을 맞았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불러들인 장본인이 재벌이라는 국민적 분노가 있었다. 그래서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컸었고 김대중 정부는 이를 배경으로 재벌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면 지금은 무엇이 재벌개혁을 사회적 관심사로 끌어 올렸을까.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 4년, 그리고 글로벌 경제위기 4년 동안 국민들의 소득은 늘지 않고 고용은 더 불안정해졌으며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그런데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해 대기업을 살리면 중소기업과 노동자, 서민들이 살아날 수 있다던 ‘적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위기의 와중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등 재벌 대기업 집단들은 ‘나 홀로 성장’을 구가했다. 문제의 정도가 심각해지자 친 기업 정부를 자임하던 이명박 정부 자신이 집권 후반기인 2009년 하반기부터 ‘공정사회’와 ‘동반 성장’을 말해야 할 정도였다.

특히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한국의 재벌기업집단들이 총수의 2세, 3세들을 동원하여 늘린 계열사들이 기껏 동네의 빵집, 자전거 가게, 라면, 순대 등 서민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들이 속속 들어나면서, 규제를 풀어주었더니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로 나간 것이 아니라 서민이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네골목으로 치고 들어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국민경제의 작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가 다시금 엄청나게 커졌음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경제력 집중 억제의 상징적 정책 수단이었던 ‘출자총액 제한 제도’ 부활 얘기가 정치권에서 제기되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경제력 집중이란 크게 1)시장 집중, 2) 소유 집중, 3) 일반집중의 문제로 요약되는데 우리 재벌은 그 가운데에서도 ‘일반집중’에 대한 문제가 핵심이다. 일반 집중이란 “산업이나 제조업 일반에서 또는 국민경제 전체에서와 같은 광범위한 경제영역에서 특정한 기업, 또는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지난 10년 동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얼마나 심화되었기에 빵가게까지 진출하게 되었을까? 우선 재벌의 일반 집중도를 ‘양적 규모’ 차원에서 자산, 매출, 순익, 계열사 수 같은 몇 가지 지표로 확인해 보자. 특히 55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LG, 그리고 롯데 등 5대 재벌 집단이 매출의 절반, 순이익의 2/3 이상을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5대 재벌 집단을 기준으로 2000년대 10년 동안 자산, 매출, 순이익, 계열사 수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겠다.

(1) 자산규모: 10년 동안 삼성과 현대차의 자산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3배 정도의 자산이 팽창했고 삼성은 70조원에서 230조원으로, 5대 재벌집단은 230조 원에서 620조 원 규모로 팽창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200조 원이 늘어나서 가장 속도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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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0 정태인/새사연 원장 

내 금년 목표는, 조폭들 이두박근에 새겨져 있는 ‘차카게 살자’다. 이런 신조를 지키는 걸 제일 방해하는 집단은 청와대다. 예컨대 ‘공정사회’를 내걸면 그 공정(아마도 fairness)이 뭔가를 알려 드리고, 그런 목표를 세웠을 때, 가능한 정책도 제시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공생’이다. 제발 말을 만들 땐 좀 보편적인 언어를 선택하기를…. 생물학의 ‘공생(symbiosis)’에는 기생(parasitism)도 포함된다. 하여 어찌보면 이번의 ‘공생발전’은 옛날의 자기 동업자들에게 “작작 해 먹으라”는 고언, 또는 명령 같다. 기생은 기생이되 ‘착한 기생’이라고 할까?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라서 별로 충격받을 것도 없는데 영어 표현인 ecosystemic development를 먼저 만들고 대통령이 정리한 번역어가 ‘공생발전’이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바다 건너 와서 고생하고 있는 생태계(ecosystem)라는 말은 정말, 또 정말 중요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전 인류 공멸의 위기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글로벌 기후변화로 생사를 넘나들게 될 테니 우리는 앞으로 economics라는 낱말 대신에 ecology라는 낱말을 배워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지금 대한민국이 ‘생태계’라는 말을 동원해서 할 일이 무엇일까? 그 말을 정말 고민한다면 청와대는 2011년 5월 발간된 영국 하원(POST, 하원 과학위원회)의 4쪽자리 보고서, ‘생태계 접근’(원문과 번역본은 새사연 홈페이지에 있다)부터 읽어야 할 것이다. 이 보고서의 주장을 한국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쉬운방법 있어요~생태계를 의식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내 아이(그리고 그 아이의 아이까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부터 ‘생태계 서비스’라는 개념이 나왔다. 생태계 서비스란 생태계라는 스톡에서 나오는 유·무형의 서비스로 생태계와 인간의 복지를 연결하는 개념이다.

즉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하려 할 때마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생태계 서비스가 어떻게 변할까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생태계 접근’이다. 당장 내가 얻는 것과 그 때문에 없어지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지금 하는 일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미래에 어떤 일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생태계 접근이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동적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환경영향 평가를 훨씬 넘어선다. 즉 특정 생물종이나 문화에 대한 위협을 넘어 광범위한 변화를 측정해야 하는 것이다.

생태계 접근은 4대강에서 바로 얻을 이익(건설경기 부양, 땅값 상승, 규제 철폐)과 무시한 것들이 초래할 편익의 상실도 고려하라고 요구한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낙동강 풍경의 경제적 가치, 습지의 홍수 예방 효과, 그리고 계획이 무산됐을 때 생태계가 입을 사회경제적 피해(예컨대 4대강 주변에 모두 골프장과 카지노가 생기면 일본처럼 동시에 망할 수 있다)는 물론 생물다양성의 파괴도 모두 계량화해야 한다. 만일 4대강 사업으로 상실되는 규제 서비스(홍수 조절 등), 문화 서비스(관광이나 휴양 등), 지원 서비스(생태계의 유지)의 가치를 계산한다면 4대강 사업의 수익성이 천문학적 마이너스일 것이다. 영국 하원은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세울 때 생태계 접근에 의한 계량 결과를 첨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함께 판단하자는 게 ‘생태계 접근’이다. 생태계의 변화는 수많은 사람의 상반되고 다양한 이익과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태계 접근은 숙의 민주주의(소통)를 전제로 하고 있다.

‘생태계’라는 말은 그저 비유로 쓰고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왕 ‘생태계’를 내걸었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우선 적어도 영국 기준에 맞춰서 ‘4대강 사업’을 평가하기. 이건 이미 저지른 일이라 객관적으로 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발간된 보고서인 ‘영국 국가생태계 추정’에 맞춰서 생태지도 만들기(생태계 서비스를 추정하는 데는 모든 학문이 다 동원되어야 하니 현재 한국에선 대통령밖에 지시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생각이라는 걸 조금 하기. 그후에 국민과 소통하기.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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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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