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벌이는 가장 뜨거운 경제논쟁은 이론의 여지없이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과점으로 인한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제한’, 즉 시장실패 때문일 것이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기업들이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 가격 등으로 초과이윤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시정하고 다시 자유로운 경쟁시장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억제를 목표로 하는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과점적 시장을 자유경쟁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자발적 협조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일정한 시장개입과 규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한국의 재벌개혁도 이런 측면이 있다. 특히 보수세력은 재벌개혁에서 이 측면만을 강조하고 ‘부의 재분배’ 등은 외면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과연 ‘독점적, 비경쟁적 시장’을 다시 ‘비독점적, 경쟁적 시장’으로 되돌려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기업들은 자본과 시장의 집중을 통해 끊임없이 독점을 추구하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게임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경제민주화란 말인가. 물론 아니다. 이는 철저히 자유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시장이 실패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전통적인 의미의 시장적 방법이 아닌 다른 제도와 다른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하나의 대안이 바로 공공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다양한 인간의 생활방식을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시장 영역에 편입시켜 온 것이다. 수도·전기·가스·철도 등 에너지와 SOC 산업 분야가 대표적이고, 교육과 보건 같은 사회서비스 부문이 또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민영화를 ‘재공공화’시키는 경제개혁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제민주화다.

그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 합창하고 있는 3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민영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선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문제의식이 없다고 판단된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범위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어떨까.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민명령1호 타운홀 미팅에서 “공공연구소 연구원의 60%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져 왔는지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도 경쟁과 효율을 평가지표로 삼아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특히 ‘경쟁과 효율’만을 평가지표로 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무모하게 추진해 온 민영화 후과를 어떻게 수습하고 ‘공공성’에 기반한 경제민주화를 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야권의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안철수 후보는 민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안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제는 더 이상 공기업의 민영화가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차이나 텔레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간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죠”라고 밝혔다. 또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 특히 국민의 생활과 관련해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는 철도·공항 등은 민영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부분이다.

이처럼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 과도한 시장화를 교정하기 위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공경제 영역을 복원하고 확대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경제민주화 과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나 더 있다. 최근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도 시장경제·공공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해 줄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들이 많다. 경제위기에 사회적 경제가 강한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독과점과 시장 실패를 ‘자유경쟁 시장’으로 바꾸는 개혁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시장 단일 경제구조에서 시장경제와 공공경제, 그리고 사회적 경제로 경제의 소유와 운영구조를 다양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조금 확대된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후보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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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6김병권/부원장

 

 

* 경제 민주화 국민운동본부가 9월 25일 출범식을 하면서 발표한 3대 분야 13대 과제입니다.

 

1. 첫째, (시장에서의 경제민주화) 시장경제의 전체운영의 측면에서 재벌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중소기업, 중소상인,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민주주의 기본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각 권력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국가권력 전체의 민주적 운영을 실현해 나가듯이, 시장권력도 재벌대기업의 독식에서 벗어나기 위하여는 시장경제의 각 이해당사자인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등 각계각층의 이해와 요구에 의하여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경제적 약자인 중소상인,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담합행위로 인한 과도한 물가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경제적약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켜 시장경제의 운영이 지나치게 재벌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만 운영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득분배, 고용창출, 소비자의 안정된 소비, 가계의 안정, 수출과 내수의 균형 등 시장경제 전체의 균형을 찾아 나가는 것이 경제민주화가 지향하는 목표일 것이다.

(1) 재벌대기업의 중소상인/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규제를 위한 중소상인/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 제정

(2)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제, 동네상권 진출규제를 위한 허가제 도입 등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상생법 개정

(3) 불공정한 납품단가 인하, 납품단가 원자재가격 연동제 도입 등을 위한 하도급법 개정과 중소기업 사업조합 단위의 공동행위 허용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4) 재벌대기업의 담합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2. 둘째, (일자리에서의 경제민주화)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비정규직 규제와 차별철폐로 일자리 안정화, 정리해고 남발규제 등으로 일자리 지키기 등으로 청년과 노동자 등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

재벌대기업의 노동의 유연화전략으로 고용없는 성장, 비정규직 등 불안정 일자리의 만연과 정규직의 임금, 근로조건에 비하여 지나친 차별, 수시로 벌어지는 대량해고로 인한 일자리의 불안 등으로 청년실업과 저임금근로자(Working Poor)가 양산, 상시적인 고용불안정은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핵심적 원인이 되고 있다. 재벌대기업의 세계적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진행된 과잉 노동유연화는 재벌대기업의 수입이 낙수효과에 의하여 근로자, 중소기업 등의 수입증대로 이어져 사회경제 전체의 소득과 소비가 견실해져 내수도 증대된다는 논리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재벌대기업 위주만의 성장은 고용없는 성장일 뿐이고 이에 따라 청년실업, 일을 해도 빈곤에서 못 벗어나는 근로빈곤층의 양산, 정규직도 상시적인 대량해고의 위험에 노출 등 일자리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이제 일자리 측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불완전 고용을 안정된 일자리로 전환하기 위한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철폐, 정리해고 남용의 규제 등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 등 일자리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5)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창출 특별법” 제정

(6) 비정규직 및 여성노동자 차별철폐와 비정규직의 축소 및 여성노동권 확보를 통한 일자리 불안 해소

(7) 정리해고 남용으로부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8) 청년실업과 근로빈곤층 해소를 위한 대기업·공기업의 청년고용할당제 도입과 최저임금제도 전면 개선

(9)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실시로 농민생존권 보장 ·식량주권을 실현 및 경제민주화의 토대 구축

 

3. 셋째, (‘경제력 집중’과 ‘조세정의’에서의 경제민주화) 재벌의 지배구조와 경제력 집중을 개선하고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재벌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개선하기 위하여 재벌 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을 제한하고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 재벌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서 재벌총수 등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소수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이중대표소송 등 지배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재벌 기업집단을 총수일가가 전횡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인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하여 사전적으로 공정거래 측면에서의 행위규제뿐만 아니라 사후적으로 일감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을 증여세와 소득세를 통하여 환수해야 한다. 재벌대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감면을 폐지하여 공평과세를 실현하고 법인세 상위구간의 신설등을 통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여 한다.

(10) 재벌기업집단의 문어발식 진출규제를 위한 출자총액제한과 순환출자금지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11) 재벌기업집단 내부의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공정거래법과 상속증여세법 및 소득세법 개정

(12) 노동자의 경영참가,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이중대표소송 등 경영민주화와 지주회사의 지배요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요건 강화 등을 통한 재벌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13) 재벌대기업에 대한 각종 특혜감면의 폐지를 통한 공평과세의 실현과 법인세 상위구간 신설 등 누진적 과세를 통한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과 법인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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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2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 개편’ 법적 틀 제시
권한과 책임 명문화해야
독과점 규제 가능케 되고
주주·노동자 권리도 보장

막상 총선에서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누그러졌지만 재벌개혁이 절박하다는 문제의식은 정치권이나 학계, 시민사회까지 그 어느 때보다도 넓은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지금 어떤 개혁이 필요하고 어떤 개혁 수단이 동원되어야 하는지는 백인백색이다. 2009년에 폐지된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부활하자는 의견에서부터 순환출자 금지 같은 새로운 사전규제 장치를 동원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재벌과 총수일가의 범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편법 증여를 막는 것이 긴요하다는 주장과 원-하청 불공정 거래가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조금 호흡을 길게 하고 역사적 맥락에서 재벌개혁 논쟁을 파악해 보자.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구축되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큰 틀의 재벌규제 체제는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 동안 점차 약화되고 대신 시장 자율이나 자본시장을 통한 견제에 맡겨지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시장의 자율적 조정능력이나 자본시장에서의 소수 주주권 강화 방식만으로는 재벌 집단이 적절히 견제되지 못했다. 오히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 정도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지금은 재벌의 독점적 횡포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마땅한 사회적·제도적 장치가 없는 규율의 공백상태에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마저 친기업정책을 내걸면서 지난 4년 동안 유통 재벌은 골목상권을 휩쓸고, 석유·통신재벌은 독과점 가격을 밀어붙였다. 전자와 자동차 재벌은 하청단가를 깎아 거대한 수익을 달성하는 등 국민경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포식자로 커져버렸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재벌개혁이 새롭게 국민적 의제로 부상한 배경이다.

지금은 한두 가지 수단으로 재벌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한국 경제를 내다보면서 규제 공백상태에 있는 재벌을 어떤 제도적 틀로 규율해나갈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학계 등에서 그동안 간간이 나왔던 ‘기업집단법’ 제정 주장은 이미 한국 경제의 중심에 착근되어 버린 재벌체제를 공식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성문법적 틀 안에서 규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현재의 시점에서 적합한 대안일 수 있다.

기업집단법은 개별 기업 범위를 넘는 기업집단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실체’라는 점을 상법 차원에서 인정하고, 그 존재와 구성 요건을 법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현실적 실체이면서도 법적 규정이 없었던 기업집단과 기업집단을 이루고 있는 계열 회사들 사이의 지분관계는 물론 통제 권한과 책임 범위, 구조조정본부 같은 기업집단 전체의 지휘통제 구조를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나아가 전체 기업집단과 소속 기업 사이의 이해 상충 관계를 규율하며, 이른바 내부 거래 허용범위 등도 규정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합의한 재벌체제의 구조 개편 방향을 법적 틀로 제시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재벌과 관련해 제기돼온 여러 쟁점이 정리되어 기업집단법에 종합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므로 경제학계와 법학계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현실 경제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규제의 공백상태를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의 시급성도 있다. 출총제를 부활시켜서라도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재벌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정거래법에, 기업집단법에 포함될 주요 맥락들이 있는 상황이고 추가적으로 어떤 규율이 필요한지도 알려져 있다. 의지만 있다면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곧바로 논의에 들어가고 법률 제정을 서두를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확인해둘 것은 기업집단법이 어떤 측면에서는 재벌 인정법이지 반재벌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벌 규제법과 동시에 공정거래법의 전면 재개정이 같은 무게로 다뤄져야 한다. 독일은 주식회사법에 콘체른 규정을 삽입했던 1965년 이전(1958년)에 경쟁제한방지법(GWB)을 제정하여 독과점 규제를 하고 있다. 나아가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보편화시킨 1976년의 공동결정법이 기업집단에 대한 노동자의 견제 수단으로 존재한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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