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주식투자인구는 444만 명이다. 직접 주식을 구입하지 않아도 펀드를 통해 연결된 인구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그래서 444만 명의 개미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이 오를지 고민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그런데 오히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주식거래가 있다. 바로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공매도(short selling)이다. 공매도는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 후, 저렴한 가격으로 재매입해 상환하여 차익을 남긴다.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본다는 말도 이해가 안되는데, 자신이 소유하지도 않은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남긴다니 참 신기한 노릇이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번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현재 1만 원인 주식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고, 주식의 원래 소유주인 A에게 100주를 빌린 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내 손에는 100만 원이 들어온다. 그 후 예상대로 주가가 20% 하락하여 8천 원에 거래될 때 다시 100주를 구입하여, A에게 갚는다. 빌린 주식을 갚고 나서도 최종적으로 20만 원의 수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공매도한 주식은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공매도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남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한 후, 결제일에 이를 지급하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가능하다. 연 2~4%의 수수료를 내고 증권사나 증권예탁결제원, 연기금 등에서 주식을 빌릴 수 있으며, 통상 대차기간은 1년 정도이다.

문제는 공매도가 주가 폭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고의적으로 악성 소문을 퍼뜨려서 특정 기업의 주가를 하락시킨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물론이며 멀쩡한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증시를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 ‘9월 위기설’이 퍼졌을 당시, 외국인 투기 세력은 대대적인 주식 공매도를 감행하여 증시 불안을 최고도로 증폭시켰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서 비싸게 팔아 주가 폭락을 조장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사서 빌린 주식을 사고 차익을 챙겼다. 그들이 차익을 챙기고 있는 동안 많은 이들은 폭락한 주가를 보며 가슴을 태우고 있었을 것이다.

장난치는 투기세력과 속타는 투자자

실제로 올해 8월까지 국내 증권 시장에서 거래된 공매도 규모는 27조 4천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8%나 급증했다. 그리고 주식 대차거래 중 93.%가 외국인이었다. 국내에서 주식 대여를 가장 많이 하는 국민연금 역시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조 5천억 원 어치의 주식을 외국계 증권사에 대여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공매도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대만 등 10여 개의 국가들이 공매도에 제한을 걸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에 공매도 관련 정보공개 요청 및 불법적인 공매도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금융위원회가 지난 24일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에 이어서 30일에는 당분간 전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과열된 주가 상승을 진정시키고,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들어 공매도 규제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공매도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떠한가? 주식시장의 폭락을 조장하고, 외국인 투기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특정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이 때문에 한 푼 두 푼 벌어 펀드에 붓고 주식에 투자하는 444만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공매도 뿐 아니라 파생상품 역시 위험분산이라는 초기 목적을 벗어나 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기 도박이 되었다. 현실은 이론과 다르며, 그래서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론 속에서나 가능한 ‘시장의 자유’를 끊임없이 외치는 이들은 바보이거나 투기꾼, 둘 중에 하나이다.

<용어 공부>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

공매도 재매수. 공매도한 주식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다시 매입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1년 이내에 돌려줘야 하며, 주인의 요구가 있을 경우에는 3거래일 내에 돌려줘야 한다.

▶업틱룰(uptick rule)
호가 금지 규정. 공매도를 할 때 직전 체결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때는 공매도를 할 수 없으며, 상승 중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공매도를 통한 가격하락 압력을 완화하기 도입되었다.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사에서 발표하는 지수.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Morgan Stanely Capital International)과 함께 세계 2대 투자지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 선진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으로 구분한다. 그간 선진신흥시장에 있던 한국은 지난달 18일에 선진시장으로 편입되었다. 우리 정부는 선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융 및 외환 규제를 완화했으며, 공매도 규제 완화는 FTSE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핵심 사항 중 하나였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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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공매도
주제별 이슈 2008.07.30 14:12
<공매도 규제 완화와 시장 투기화> 보고서 원문 보기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주식 투자다. 이와 정확히 반대로,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주식을 통상 차입을 통하여 매도하는 것을 공매도라고 한다.
따라서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한 푼 두 푼 벌어 적립식 펀드에 붓고 주가가 오르기만을, 아니 본전이라도 찾기만을 고대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한 기법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상반기 주식 대차거래와 공매도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대차거래 규모는 작년에 비해 92%, 공매도는 무려 157% 증가하였다. 월평균 주식시장 전체 매도금액(101.9조) 중 대차거래(10.07조) 비중은 10%에 해당한다.
대차거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공매도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매도 규모는 2004년 월평균 3200억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 상반기에는 3.2조로 증가하였다. 연평균 78% 증가율로 4년 만에 정확히 10배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6월, 전체 매도금액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3.8%까지 치솟았다.

당국 공매도 규제완화 속셈은

무엇보다 공매도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외국인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주식대차 시장에서 외국인 차입거래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조 이상 증가한 약 56조에 달했다. 전체 공매도 거래금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93.3%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공매도를 통한 가격하락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 Up tick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공매도로 표시된 매도주문의 호가가 직전 체결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규제가 지난해 7월 일부 완화됐다. 현재 가격이 바로 직전에 형성된 가격과 동일한 경우에도, 가장 최근에 형성된 가격보다 높으면 현재가로 매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Zero-plus tick 규칙의 적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가격규제 적용이 면제가 되는 예외조항을 최근 너무 많이 설치하여 점차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지수차익거래에서 시작한 예외규정이 주식차익, 주식예탁증서, 상장지수펀드 차익거래 등 대부분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차익거래에 가격규제 예외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명목상 가격규제 조치를 적용하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은 거의 마음대로 공매도를 실시할 수 있다.

투기화 막는 것이 당국의 임무

금융당국은 왜 최근 공매도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했을까. 외환이나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기법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의 전형적인 수법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FTSE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으로, 외국인들이 금융시장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중반 OECD에 가입하기 위해 금융자유화 조치를 실시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각종 금융 및 외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투기적으로 변할수록 정보와 기술이 부족한 직간접적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만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경훈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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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7.16 09:17

1. 공매도 개념과 거래 현황

■ 공매도(Short Selling)?!
고용과 미래에 대한 불안, 실질임금 상승률 정체, 부동산 등 자산 투기 열풍 등에 편승하여 많은 국민들이 직접 주식을 구입하거나 ‘펀드’ 형태로 간접 투자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주식 투자다. 미래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여 주식을 구매할 때 통상 롱(long) 포지션을 취한다고 한다. 이와 정확히 반대로, 숏(short) 포지션을 취하여 주식을 파는 것을 공매도라 한다. 즉 공매도(short selling)란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주식을 통상 차입을 통하여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1만원인 A 주식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여 중개인을 통해 B에게 100주를 차입하여 즉시 매도했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후 주가가 20% 하락하여 8,000원에 거래될 때 다시 A주식 100주를 구입하여 B에게 상환하면, 20% 수익 20만 원을 벌게 된다. 따라서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가가 상승하기만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여 수익을 올린다. 한 푼 두 푼 벌어 적립식 펀드에 붓고 주가가 오르기만을, 아니 본전이라도 찾기만을 고대하는데, 한쪽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한 기법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확히 말해 공매도는 대차거래가 활용되는 하나의 투자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외환이나 채권처럼 대차거래 제도가 존재한다. 대차거래란 주식의 대량 보유자(통상 은행, 보험회사, 연기금)가 주식을 필요로 하는 차입자(증권회사, 자산운용회사)에게 일정한 수수료(연 2~4%)를 대가로 주식을 빌려주는 제도다. 차입자는 빌린 주식을 통해 매매거래의 결제, 차입 후 매도, 차익거래, 재대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입 후 즉시 매도하는 것을 공매도라고 한다.

통상 1년인 대차기간의 계약이 종료될 때, 동종동량의 주식을 상환하고 수수료(연 2~4%)를 지불해야 하므로, 공매도 투자자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주가가 최소한 차입과 거래 수수료 이상으로 하락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매도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부터 관련규정 준수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매도는 ‘위험’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그럴싸한 명목 하에 도입되었지만,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규제를 점차 완화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현실은 공매도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고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FTSE 선진국 지수란 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로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에서 발표하는 지수를 뜻함.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해당 종목과 해당 국가의 주가가 큰 영향을 받는다)

■ 상반기 주식 대차 및 공매도 현황
상반기

주식 대차거래와 공매도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대차거래 규모는 작년에 비해 92%, 공매도는 무려 157% 증가하였다.
월평균 시장전체 매도금액(101.9조) 중 대차거래(10.07조) 비중은 10%에 해당하며, 공매도(3.2조) 비중은 3.1%로 전년(월평균 1.7%) 대비 83% 상승하였다. 특히 주식 대차 및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주식대차 시장에서 외국인 차입거래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8조1,923억)보다 27조원 이상 증가한 약 56조원에 달했다. 전체 거래금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93.3%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차거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공매도 규모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매도 규모는 2004년 월평균 0.32조원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 상반기에는 3.2조원으로 증가하였다. 연평균 78% 증가하여 4년 사이 무려 10배가 증가한 것이다. 주식시장이 급격히 하락한 6월, 시장 전체 매도금액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3.8%까지 치솟았다.

2. 공매도 규제 완화

■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 완화
지난해 6월 미국에서 공매도 규제가 완화되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1934년 증권거래소법에 따라 1938년에 Up-tick 규칙을 제정하였다. 70년 이상 유지되어온 Up-tick 규칙을 특별한 이유 없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폐지하였다. Up-tick 규칙이란, 공매도를 통한 가격하락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공매도로 표시된 매도주문의 호가는 직전 체결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가 : ①10,000 → ②9,980 → ③9,980 → ④9,990 → ⑤9,990


주가가 상승중인 경우에만 직전가로 공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예에서는 ④의 경우만, 9,900원에 호가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규제가 지난 해 7월, ‘유가증권시장업무규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완화되었다. 즉 현재 가격(⑤)이 바로 직전에 형성된 가격(④)과 동일한 경우에도, 가장 최근에 형성된 가격(③)보다 높으면 현재가로 매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Zero-plus tick 규칙의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Up-tick(혹은 Zero-plus tick) 규칙을 적용할 수 없는 예외규정이 최근 너무 많아져 가격규제는 점점 무력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차익거래라고 하면, 현물가격과 선물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때 상대적으로 싼 시장에서 매수하고 비싼 시장에서 매도하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차익거래에서는 Up-tick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시가(시작 가격)가 결정되지 않았거나, 시가가 종가와 같을 때, 장중대량매매인 경우에도 가격규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결국 명목상 Up-tick 규칙을 적용받고 있을 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거의 마음대로 공매도를 실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초자산인 주식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이 도입되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파생상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초자산인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한다.

사실, 현대 금융시장에서 ‘투기’와 ‘헤지’의 구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공매도에 따른 ‘투기’의 대표적인 예가 1992년 조지소로스가 운영하는 헤지펀드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이다. 독일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소로스는 헤지펀드를 통하여 파운드화를 공격하였다. 검은 수요일이라 불리는 9월 16일까지 파운드화 가치는 2주 동안 20% 이상 하락하였다. 당시 소로스는 100억 달러를 투자하여 10억 달러 이상의 투기수익을 올렸다.
굳이 현물 구입의 위험을 줄이거나 분산하기 위해서라면 선물이나 옵션 같은 다른 파생상품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저금리, 주식시장 활황, 그리고 펀드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유동성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완화한 것은 실은 다른 이유에 있었다. 외환이나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기법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의 전형적인 수법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내에서 비약적인 공매도 규모 확대는 주식시장의 하락세를 이용한 외국인의 시세차익 기법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금융당국이 조장했거나 최소한 방치한 측면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나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FTSE,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누구를 위한 ‘실적’인가
FTSE인터내셔날은 전 세계 50여개 국가를 산업과 지역별로 구분하여 각종 지수들을 발표한다. 그 중 선진국 시장은 22개, 선진신흥시장은 한국을 포함해 6개, 신흥시장은 18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승격 관찰 대상국에 포함된 이후, 선진국 시장에 편입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금융 및 외환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90년대 초중반 OECD에 가입하기 위해 금융자유화 조치를 실시했던 것처럼, 최근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각종 금융 및 외환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매도 규제는 FTSE 측에서 지속적으로 완화를 요구했던 핵심 사항 중 하나이고, 위에서 본 것처럼 사실상 거의 유명무실화 되었다. 공매도와 함께 FTSE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한 사항이 바로 외환거래 자유화다. 지난해 개정되어 올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외국환거래규정상 대차거래 제도 관련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올해부터 외국인투자자끼리 증권예탁원 등의 중개를 통하여 담보를 제공하고 주식을 차입 또는 대여하는 대차거래의 경우는 신고가 면제된다.(제7-48조 6항) 또한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금융기관의 주식을 차입하는 경우에도, 동일인당 100억원 이하이던 신고 면제 조항이 500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되었다.(제7-45조 16항) 즉 외국인끼리 차입, 대여하는 경우 신고할 필요가 없으며, 국내 금융기관에서 주식을 차입하는 경우도 500억원 이하이면 신고할 의무가 사라지게 되었다. 올해 들어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바로 이러한 제도 변화 때문이다.

■ 시장의 투기화를 막는 것은 금융당국 본연의 임무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공매도 가격규제가 완화된 직후 서브프라임 문제로 주가가 하락하고 변동성이 확대되어 공매도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주가가 연이어 폭락하자 공매도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대차거래와 공매도 규정 준수여부를 점검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장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은 사실 이미 예상된 일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하반기 본격적인 미국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나라 또한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규제완화는 주가하락을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즉 공매도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급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주가가 갑자기 상승할 때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차거래의 일시적 상환압력(Short Squeeze)을 발생시켜 주가가 급격히 치솟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 본연의 임무 중 하나가 금융안정이라고 했을 때 ‘공매도’ 제도는 본질적으로 금융 불안정을 양산하므로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규제 완화는 한번 실시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인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외국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외국인만이 알고 있는 ‘선진’ 파생상품이나 금융기법을 통하여 규제/정보 차익으로 투기적 수익을 올린다면, 다른 시장참여자들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모두에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달 6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경우도 “대차거래 등을 통해 수익기반을 확대하고 대차거래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명목 하에 주식 차입거래의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또는 대주거래 제한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 심히 염려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시장을 완전 망쳐놓는 꼴이 되는 셈이다. 공매도로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서 허위 정보나 소문 등이 유포되면 시장은 더욱 교란될 수 있다.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은 우선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기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헤지펀드 조기 도입, 자산유동화시장 활성화, 부동산 재개발 완화 등은 금융당국이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연초 수많은 기관투자가와 정부 관료들이 하반기부터 미국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최근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모기지 대출, 유동화 업체들(GSE)에 긴급 구제금융 실시를 결정한 것처럼,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한 상태다. 세금환급 조치가 끝나는 4사분기부터는 실물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동남아 외환위기 등 위기 전염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저성장-고물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 안정’에 우선적인 관심과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우선은 대차거래와 공매도 제도의 운영 현황을 철저히 감독하여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공개해야 한다. 또한 모든 대차거래와 공매도 관련 정보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투자주체별로 상세히 공시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최선의 방안은 주변국(중국, 인도, 대만 등)처럼 공매도에 대해서는 철저히 규제하는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저금리로 시장 유동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굳이 공매도를 하지 않고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파생상품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따라서 ‘투기’를 더욱 부추기고 시장 ‘변동성’을 더 확대할 이유는 없다. 시장이 투기적으로 변할수록 정보와 기술이 부족한 직간접적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만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경훈 khyeo@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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