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9 / 04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에서는 11월 열릴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미트 롬니(Mitt Romney)의 탈세 혐의가 집중 부각되고 있다. 롬니와 그가 만든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케이먼 군도와 같은 조세피난처에 가짜회사를 만드는 방법 등을 통해 세금을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펀드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입은 35%의 소득세율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이를 다시 투자 펀드에 넣어서 15%의 자본이득세율을 적용받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가 또 한 번 롬니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간 스티글리츠는 롬니 후보가 불평등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롬니의 긴축정책은 경기를 둔화시키고 일자리 부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스티글리츠의 글을 요약하자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롬니의 탈세를 비판하고 있다. 우선 현대 경제를 유지하는데 교육이나 기술과 같은 공공재가 필수적인데, 공공재의 생산을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정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유지에 필요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는데, 탈세는 그러한 믿음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셋째, 불평등이 악순환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의 탈세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은 악화되고, 이는 금권정치를 통해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다시 정치적 불평등은 특권층에게 유리한 사회경제적 제도를 만들어냄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롬니의 탈세 혐의에 대한 스티글리츠의 비난은 결국 공정하지 못한 사회가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지 세금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에 적용될 수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롬니가 내야 할 공정한 몫

(Mitt Romney's Fair Share)

 

2012년 9월 3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미트 롬니의 소득세가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공세일까? 아니면 진짜 중요한 문제일까? 답하자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미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토론의 밑바닥에 깔린 주된 주제는 국가의 역할과 공동체 행동의 필요성이다. 현대 경제의 핵심이라 할 민간부문조차 혼자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을 포함한 효과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대 경제는 기술적 혁신 위에 세워져있다. 기술적 혁신은 정부에 의한 기본연구기금 덕분에 가능했다. 이는 생산될 경우 모두가 이익을 얻지만, 민간부문에만 맡겨놓을 경우 적게 공급되거나 아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는 공공재 중 하나이다.

미국의 보수당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 기술, 기반시설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재를 제공하는 경제는 그렇지 않은 경제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공공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신고된 소득(케이먼 군도나 다른 조세피난처에 숨겨진 자산은 미국 정부에 신고되지 않는다)의 15%만을 세금으로 지불하는 고소득자들은 분명 공정한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물고기는 머리부터 썩는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이 공정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이들이 그러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모두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재를 마련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세금 납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신뢰와 협동의 정신에 기반하고 있다. 부자들이 그러듯이 모든 사회구성원이 조세 회피에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한다면, 조세 제도는 무너져버리거나 훨씬 더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구조로 바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모든 약속이나 계약이 법을 통해 강제되어야 지켜질 수 있다면, 결국 시장 경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제도가 공정하다는 믿음만 존재한다면, 신뢰와 협동은 유지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결과는 경제제도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협동과 노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의 경제제도가 불공평하며, 조세 제도는 불공정의 상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그가 내야 하는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있지만 그의 비서보다 그의 소득 세율이 더 낮으며, 이는 제도 자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옳다. 세금을 면제 받은 롬니도 워렌 버핏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 실제로 닉슨이 중국에 방문했던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부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것을 주장했던 최고 권력의 위치에 선 부유한 정치인이 역사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롬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낮은 세율로 인한 세금 투기가 결국은 경제를 망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상위층의 세금 투기는 경제학자들이 ‘지대(rent)'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는 경제의 파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파이의 큰 조각을 집어 가는 것일 뿐이다.

소득 상위층에는 경쟁을 저해하고 생산을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서 자신들의 소득을 늘리려는 많은 독점가들이 존재하고 있다. 협동으로 얻은 수익 중 자신이 더 많은 부분을 얻기 위해서 노동자를 위한 몫은 거의 남겨두지 않은 채 회사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CEO들,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약탈적 대출을 자행하고 신용카드 남용을 부추긴 은행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지대추구행위와 불평등은 소득 상위층의 세율이 낮아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규제는 사라져버렸고, 그나마 존재하는 규제는 약화되었다. 지대추구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났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부당한 이득도 매우 커졌다.

오늘날 총수요의 부족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괴로운 문제이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 엄청난 불평등을 가져왔으며, 악순환은 이어져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정과 취약성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 또 다른 악순환이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며, 다시 정치적 불평등은 롬니와 같은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만들어 내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강요한다. (롬니는 지난 10년 간 최소 13%의 세율로 세금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 의한 정치가 가져온 경제적 불평등은 오늘날 전세계 경제를 약화시키는 중요 원인 중 하나이다.

롬니는 조세 회피를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결과는 국세청의 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최고 한계 소득세율이 35%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는 상당 규모의 조세 를 회피한 것이 분명한다. 물론 문제는 단지 롬니만이 아니다. 이같은 수준의 조세회피는 공공재의 생산과 분배를 어렵게 한다, 공공재 없이 현대 경제는 번영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롬니와 같은 규모의 조세 회피는 제도의 근본적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한다는 것, 그리하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만들어 주는 연대의식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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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12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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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공공선택이론과 사회선택이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성은 각 집단 고유의 ‘정의’ 관념에 입각하여 사회적 공론에 의해 결정된다. 공공성은 시장실패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에서 인정하는 시장실패로는 외부성, 공공재, 독점의 3가지가 있었다. 경제학자들이 시장실패에 대해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은 시장과 유사한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선 공공재에 대해서는 린달균형(Lindahl equilibrium)이란 것을 통해 해결한다. 린달은 스웨덴 경제학자이다. 시장경제에서 시장 수요 곡선은 개별 수요 곡선을 합하여 구한다. 예를 들어 음료수 한 병의 가격이 500원일 때 각 사람마다 원하는 개수를 구한 후 다 더한다.  하지만 공공재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비배재성과 비경합성이라는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화가 공급되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소비가 가능하다. 즉,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린달이 내놓은 해법은 수량이 정해져 있을 때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을 더해서 가격을 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공재의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 자신이 필요한 재화의 양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린달균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정부실패의 결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독점의 경우, 경쟁을 도입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연독점의 경우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 자연독점이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한계비용이 계속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IT산업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복제비용은 0원이다. 그렇다면 최대로 생산하여 0원에 파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가장 이로운 상태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지적재산권 등을 도입해서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산업이라 불리는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운편 등도 모두 자연독점이다. 이 같은 자연독점은 그 자체를 분할시켜서 독점을 해결하려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가격규제를 한다.

외부성의 경우, 피구라는 영국의 경제학자가 해법을 제시했다. 긍정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외부선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고, 부정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외부악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것이 앞서도 설명한 바 있었던 피구 해법이다. 그에 비해 코즈는 재산권이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고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수 있다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개인들끼리 거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코즈 정리를 내놓았다. 코즈 자신이 그렇게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자들은 코즈 정리를 국가 개입 배제의 원리로 사용해왔다.

위의 세 가지 해결책을 종합한 것이 주류경제학의 공공경제학에서 가르치는 공공선택 이론이다. 대표적 학자는 뷰캐넌(Buchneon), 털럭(Tullock)이 있다. 공공경제학의 내용은 결국 시장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학도 사회선택이론에서 애로우(Arrow)와 센(Sen)이 정의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선택이론이란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전체적인 복지와 후생을 극대화하는 자원배분 절차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개개인이 모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도 사회 전체적으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1950년대 미국의 후생경제학자이며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애로우는 일관성, 만장일치, 비독재성, 보편성, 독립성 등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5개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는 절차는 없다는 불가능성의 원리를 내놓았다. 이는 다시 말해 인류가 이성으로 사회 전체의 복지를 극대화하는 체제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998년 아시아인으로서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센은 정교한 수리모형을 개발하여 앞의 5개 조건을 계량화하여 사회전체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공리주의적 입장으로 개개인의 효용의 합이 가장 크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후생을 극대화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와 함께 센은 그동안의 경제학이 주로 합리성과 효율성만을 주된 목표로 삼았으나 앞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 정의라는 정치사회학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 분배정의 실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성을 갖는 재화의 종류

구체적으로 공공성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를 분류하고, 그 성격에 맞는 공급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공재와 공유자원

공공재와 공유자원은 사회적 딜레마에 속하므로 명백히 공공성을 지닌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는 공급할 수 없거나 자원 고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공공경제나 사회경제에서 공급하거나 관리해야 할 분야이다.

2) 필수재(necessary goods)

식량, 의료 등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량 이상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합의하는 재화이다. 수요곡선의 균형가격 아래에 생기는 수요, 다시 말해 돈이 없어 소비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는 시장의 근원적 한계이며 이는 아담 스미스와 마샬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재화의 공급에는 국가재정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

3) 네트워크재(network goods)

네트워크재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한계비용은 감소하고 한계효용은 증가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기술적 자연독점이 발생한다. IT산업이나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우편 등 네트워크를 가진 산업들이 이런 성질을 가진다. 우리가 흔히 공공서비스라고 부르는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네트워크재는 필수재에 속하므로 평등의 요구가 강해서 교차보조금을 주어 지역별, 계층별로 고른 공급을 할 필요가 있다. 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또 초기 설립비용이 커서 국가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4) 가치재(merit goods)

머스그레이브(Musgrave)는 예방 의료, 의무 교육 등 개인에게 맡겨 둘 경우 과소소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치재로 정의했다. 최근 행동경제학이 밝힌 것처럼 인간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할인율이 대단히 높거나 자신에 대한 낙관이 과도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재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의료, 교육 등은 국가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음의 가치재는 똑같은 이유로 과잉소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음주, 흡연이나 도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 가치재의 성격에 따라 국가가 공급하거나 사회적 보험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사적 공급을 하되 규제하는 방식(예컨대 죄악세를 부과하는 경우). 사회적 유도와 권장 등이 제시된다.

5) 안보재(security goods)

안보재란 식량, 에너지, 국방 등 국가나 공동체의 안보에 필수적인 재화를 말한다.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가격의 변화와 함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안보재의 경우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를 허용할 경우 개인이나 공동체, 국가가 존립의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국가나 공동체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6) 체제재(system goods)

금융, 언론 등 사회경제 체제를 구성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체제는 그 자체로 공공재이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최근의 세계금융위기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이라는 규제 대상을 설정하여 금융이 체제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거시 건정성 규제(macro prudential regulation)라는 새로운 규제수단을 채택하도록 했다.

한편 언론의 경우 민주주의는 공공재이며 언론은 민주주의의 존립에 필수적인 재화라는 점에서 체제재에 속한다. 그러나 언론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이므로 공공성이 강하다 하더라도 국가가 소유하거나 통제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공공성을 관철시키는 방식은 시민의 참여와 협동이 되어야 한다.

7) 기타

공공성은 사용가치의 특성에 주목하며 공공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폭넓고 다양하게, 또 구체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공공성을 지닌 재화의 목록은 상식에 기초한 아주 소박한 설명이다. 더구나 시장실패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므로 미래에 새롭게 등장할 공공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검토해 볼만한 이론을 몇 가지 더 소개하면 우선 사회철학자 테일러(Taylor)가 제시한 환원할 수 없는 사회재(irreducibly social goods)라는 개념이다. 테일러에 따르면 이런 사회재는 시장 밖의 조직인 국가나 공동체, 협동조합 등 사회경제, 자선단체 등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효율과 평등을 높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이탈리아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지위재(position goods)와 관계재(relational goods)가 있다. 지위재란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되는 재화이다. 소위 말하는 명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사회적 분리와 질투를 유발하여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는 재화나 서비스들이다. 반면 관계재란 사람들 간의 관계, 공유 속에서 효용이 더 높아지는 재화를 말한다. 사회서비스 중에서도 돌봄 노동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즉, 지위재가 부정적인 외부성을 발생시킨다면 관계재는 긍정적인 외부성을 창출한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위재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관계재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면세를 해줄 수 있다.

공공성이란, 사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공적 가치를 공론장에서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합의하여 공공가치 행정의 방식으로 조달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공성의 대상이 되는 재화와 서비스에 관해 어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이후 시장실패론 등 산업구조를 분석하여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공공성의 특징을 파악하여 적절한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공공성이라고 해서 언제나 공공경제 혹은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재화나 서비스, 산업분야에서 공공경제와 시장경제, 그리고 사회경제의 최적 조합을 의식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8)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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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이 이렇게 성공한 이유가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 개인용 컴퓨터에서나 가능한 작업들이 그대로 핸드폰에서 구현된다는 점? 아니면 멋진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을 꼽자면 혁신적이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하 어플)이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에서 활용되는 어플들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와 카메라 그리고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 등을 조합해서 모바일 웹2.0 혁명의 참여, 공유, 개방 그리고 실시간이라는 특성들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던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사용에 지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어플을 앱스토어(App Store)에서 구매해 설치한 뒤 이를 활용하고 다시 전파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정리하면 스마트폰의 성공은 '앱스토어'의 성공이며 다시 앱스토어의 성공은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Wi-Fi의 개방이 어플리케이션의 발전을 이끌어내

그 런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혁신적이고 다양한 어플들이 순식간에 개발되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기존에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앱스토어의 수익분배 정책이 개발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다른 하나의 요인은 바로 'Wi-Fi(무선랜)'의 개방이다.

전문가들도 이미 인정하고 있듯이 Wi-Fi(무선랜)의 개방은 소비자가 요금에 대한 제약 없이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장점과 그로 인해 무선인터넷 접속을 극대화하는 한편, 스마트폰이 가진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개발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앱스토어에는 스마트폰의 기능과 무선인터넷을 조합한 혁신적인 어플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고 이것이 스마트폰 혁명을 강력하게 추동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원래 Wi-Fi 기능은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는 무선인터넷 수익을 잡아먹거나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 Wi-Fi가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되자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어플들을 내놓게 되고 사용자들 역시 무선 인터넷 요금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스마트폰을 활용을 위해 더 많은 어플을 구매하게 되고 그래서 시장은 더더욱 확대되고 그에 따라 기술도 계속 발전하는 연쇄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Wi-Fi라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요금 부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오히려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확대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바로 '공공재'로서의 정보통신 인프라의 기능이다.

Wi-Fi의 공공재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

대중들의 참여와 공유, 개방에 대한 요구와 기업들의 이익 추구에 대한 요구가 부딪히는 경우는 자주 있어 왔다. 특히 공공재를 둘러싼 국민과 기업 사이의 논쟁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도, 전기, 통신, 철도 등 공공재로 인식되는 영역을 둘러싸고 이윤추구를 하려는 기업들과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국민은 늘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Wi-Fi(무선랜) 개방과 관련해서 새로운 공공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미 국민은 Wi-Fi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오히려 Wi-Fi 개방과 확대가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기업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돈을 둘여 투자한 인프라를 대중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국 곳곳에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깔아놓은 Wi-Fi는 220만 개(KT 50만 개, 통합LGT 170만 개)가 넘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무선인터넷 사용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Wi-Fi 공공재론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Wi-Fi를 지역에 대량으로 설치해서 무선인터넷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정부가 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외국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Wi-Fi망을 건설하는 작업들이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수조 원의 돈을 투자해서 건설한 인터넷망을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어떤 과정으로 건설되었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세계제일의 인터넷 강국이 되었는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이 함께 만든 세계 제일의 정보통신 인프라

현재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받는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인터넷망 설치 초기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비투자를 꺼렸고 이를 설득하고 지원해 수요를 창출한 것은 정부와 국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은 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유무선통신서비스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서비스로 전기나 철도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넓은 영역에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대부분 정부가 주도해서 민간사업자들을 나중에 결합시키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한 국의 경우 1994년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구축계획'을 정부가 먼저 세우고 행정전산화, 국가기간전산망(정부, 공공기관), 초고속공중망(기업, 가정) 보급, 그리고 초고속정보통신망 기반구축 등의 순서로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먼저 구축된 초고속국가망의 경우 소유를 정부가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하도록 특혜를 주는 한편 민간사업자가 설비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초고속 국가망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학교, 병원, 관공서 등에 먼저 인터넷망을 구축하도록 지원했으며 이후 기업과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공중망의 경우 막대한 자금지원을 하기도 했다.


사실 민간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에 인터넷망 구축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설비투자자금을 저리융자로 대출해주고 전 국민에게 PC 보급사업을 펼치고 교사, 학생, 주부, 군인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사업을 펼쳐 수요를 적극 창출하였다.

그리고 국민들 역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과 이용으로 한국을 세계 제일의 인터넷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엄청난 수로 늘어났고 이것이 지금 인터넷 강국의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유무선인터넷망은 기업들 혼자의 노력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참여를 꺼리던 기업들에게 막대한 지원과 혜택을 주면서 지원한 정부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한 국민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Wi-Fi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무선인터넷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이를 확대·발전시키려는 고민보다는 기존 가입자들인 국민에게 높은 데이터요금을 부과하고 Wi-Fi를 막는 등의 정책으로 무선인터넷 기술의 발전을 지체시키기까지 했다.


오히려 기업들이 이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고 자조하던 이동통신시장에서 무선인터넷을 필두로 이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바꿔낸 것은 다수 국민의 신기술에 대한 욕구와 활용 그리고 참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금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모두 기업들만의 투자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양 주장하고 신기술의 발전과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는 '무선인터넷판 정보격차'를 걱정해야 할 때

최근 프랑스와 핀란드에서는 국민의 인터넷 이용이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의 이용이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정보가 생활의 필수요소가 되는 정보화 사회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는 물이나 전기와 같은 공공재가 된 것이다. 따라서 수도관이나 철도, 전력망과 같이 정보가 이동하는 경로인 유무선 인터넷의 통로인 정보통신 인프라 역시 공공재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발전의 한 모습이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적 성격을 띠게 되면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보접근권이 국민기본권이 되는 시대라면 정부는 무선 인터넷의 활성화를 앞두고 새로운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민간기업들이 자사의 Wi-Fi를 개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HOT-SPOT Wi-Fi 장소는 대도시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이제는 '무선 인터넷판 정보 격차'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무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확대를 오직 민간기업들의 설비시설투자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식의 안이한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앞서 한국이 도서산간지역, 중소도시, 농어촌 등까지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선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이미 공공재적 성격을 띠기 시작한 정보통신 인프라 투자를 민간기업들의 시설투자에만 맡겨놓겠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KT가 민영화되던 시기 정부가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식하고 민영화된 KT에 농어촌이나 도서산간지역에 시설투자를 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게 한 경우가 있다. 이미 정부도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는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외면하고 민간기업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에서는 그간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시장만능주의가 득세하면서 공공재라면 비효율적이고 부패하며, 오로지 시장만이 투명하고 효율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Wi-Fi 공공재 논쟁을 보더라도 오히려 공공재와 국민 대중의 참여가 결합하면 훨씬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모바일 웹2.0 혁명은 참여, 공유, 개방의 정신에 실시간이라는 특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Wi-Fi 개방정책과 공공재로서의 정보통신 인프라의 성격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역시 낡은 체제에 안존하려는 기업을 비롯한 정부와 모바일 웹2.0 혁명을 이끌고 있는 국민들이 '공공성'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두고 진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조성주 haruka23@paran.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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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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