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3 고병수 / 새사연 이사


고병수 / 새사연 이사



공공병원 문제로 많은 자료들을 들춰봤지만 하나같이 “공공병원을 강화하자”라든지, “공공병원의 재정, 시설, 인력 등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얘기들밖에 없었다. 그 내용들을 보면서 과연 그렇게 하면 지금의 공공병원 문제들이 해결될까 의아했다. 물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들 있지만, 그 정도의 문제의식과 해법 가지고 실제 병원을 운영하라고 했을 때 지금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 판단해 본다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공공병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총론적인 것들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 필요한 각론적인 것들이 지금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신뢰 확보가 중요

 

신문보도, 관련 연구 자료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보고도 해답이 안 보여 나는 직접 몇몇 공공병원들을 찾아 나섰다. 병원 규모, 시설, 인력 등을 둘러보면서 어렵게나마 몇몇 직원들과 병원의 책임자인 원장님들을 면담했다.


 (사례 1)

유명한 대학병원 부원장 출신으로 있다가 정년퇴임하면서 오게 된 OO공공의료원의 김원장은 부임하면서부터 병원 노조 간부들을 여러 차례 만나서 병원 살리기에 대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뿐만 아니라 전 직원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면서 꽃과 간단한 선물을 갖다 주었고, 카드에다가는 그 직원을 지켜본 소감을 적으면서 하는 업무가 힘들지만 병원과 환자를 위해서 애써 주니 너무 고맙다는 말을 빼곡히 적어서 함께 보낸다. 김원장은 병원 행사가 있으면 떡이나 음료수를 들고 청소 직원들이나 주차관리인들에게 먼저 갖다 준다. 이러한 모습에 직원들은 감동을 하고, 어려워도 원장의 뜻을 따르려고 같이 노력을 하게 되었다.

부임 초기에 직원들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때, 원장은 의사들에게 직원들 월급을 먼저 주자고 제안해서 승낙을 받았고, 노조에 이를 알리자 노조에서는 오히려 의사들이 먼저 월급을 가져가야 자꾸 떠나지 않을 거라면서 자기들이 양보하겠다고 거절했다. 몇 번이고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의사들의 급여를 먼저 정산하게 되었고, 직원들은 80% 정도의 월급을 수령해야 했다. 다음 달에도, 또 다음 달에도 직원들은 제대로 된 월급을 손에 쥘 수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재정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직원들 급여가 어느 정도씩은 잘 돌아가게 되었고, 의사 인력도 많이 늘리고 시설도 보강해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게 되었다. 


노조와 해마다 분쟁을 겪어야 했던 위의 OO의료원은 원장이 몇 차례 연임을 하는 동안에 한 번도 분쟁 없이 단체교섭이 통과되었으며, 전 직원들의 화합된 분위기 속에 병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어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했으며, 의사 인력도 보강을 해서 처음에는 괄시하던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많이 찾아오는 병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례 2)

OO의료원으로 새로 부임한 강원장은 오래 전부터 지금의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오던 터였다. 그러던 중 원장 공모에 응했고, 몇몇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종합병원으로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지역 특성에 맞는 병원으로 바꾸기로 결정을 했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진료 수가도 낮아서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만 정말 필요한 진료과를 잘 키우면서 노인질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

노인전문병원에 걸맞게 시설이나 장비도 맞춰서 보강을 했고, 내과와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핵으로 지역의 의료 욕구도 충족하면서 어르신들의 질환에 전문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위 의료원은 종합병원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시대적 변화와 지역민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서 운영 방침을 전환한 예이다. 아직 운영 초기여서 그 성과는 평가를 할 수 없지만, 내가 찾아갔을 때는 왠지 모를 도전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고, 외래마다 환자들이 빼곡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멋진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하여

 

만성 적자의 병원, 지역 주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병원..... 이것은 지금의 공공의료원들에 항상 따라다니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처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리는 게 정답일까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또한 ‘아니올시다’이다. 그것은 마치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를 없애고, 모든 학교를 사립학원으로 만들어버리는 꼴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공교육의 이념을 없애고, 저급한 시장의 논리에 우리 아이들을 맡겨 놓을 것인가?

 

사립학교조차도 많은 운영비를 국가에서 대면서 공공의료원에는 찔끔찔끔 지원금을 대면서 왜 그렇게 싫은 소리들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국 34곳 지방의료원들은 20% 이상의 의료급여환자들을 돌보고 있으며(민간병원의 경우 12%), 국가 재난 사태에는 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익이 안 된다고 민간병원들이 기피하는 하는 의료사업들을 꿋꿋이 해내고 있는 공공의료원을 오히려 더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간병원들도 비보험 진료, 특진비, 값비싼 검사와 치료가 아니면 흑자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의 실정에서 대한민국의 공공의료원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공공의료원들 내부의 문제점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스스로 개혁해야 할 부분들도 많다. 원장이나 조언자가 병원 개혁 방안을 내놓아도 모른 채 무시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행태는 커다란 병폐이다. 원장은 2~3년 있다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더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조직해야 할 중간 관리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의사들이나 직원들의 적극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한다. 성실히 환자를 대하면서 지역의 주민들이 병원을 찾아오게끔 해야 하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례 3)

병원 청소부 김씨 아주머니는 여느 때처럼 병실을 돌며 일을 하는데, 한 환자가 자기를 불러서 호소를 한다. “아주머니, 검사 끝났기 때문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이 왜 안 나오죠? 간호사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아이고, 배고파.....”

김씨 아주머니는 병동 스테이션으로 가서 간호사에게 그 병실의 환자 문제를 얘기한다. “어, 아주머니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그 환자 밥을 따로 시켰는데, 조금 늦나봐요. 저희가 가서 말씀드릴게요. 늘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병실에 문제가 있으면 저희에게 말해주세요. 바빠서 빼뜨리는 것들을 아주머니가 함께 도와주시니까 든든하네요.” 간호사의 말에 청소부 아주머니는 보람을 느낀다. 비록 환자를 대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도 환자의 케어에 같이 복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병실로 가서 그 환자에게 금방 식사가 올 것이라고 안심시켰고,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아까 청소하시는 김씨 아주머니가 말해주셔서 저희가 더 빨리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영양사실에 얘기했어요. 30분 내로 올 거예요. 아주머니가 병실을 청소하시면서 저희들이 못하는 부분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저희들도 간호사가 한 명 더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이 병원은 환자 신뢰를 얻은 여러 사례들을 모아서 직원회의 때 중간 관리자들이 발표하고, 그 직원을 칭찬하면서 의기를 북돋워준다. 이러한 병원의 분위기는 원장의 의지와 중간 관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한다. 


보통의 병동이었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다 하니까 청소부 아주머니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핀잔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은 의사나 간호사만 아니라 청소부부터 전 직원들이 환자를 위해서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어느 직원일지라도 환자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만들어 주고 있는 두 가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이 환자가 병원을 신뢰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물론 병원의 의료시설이나 의사 인력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부족하니까 공공의료원은 운영이 힘들다고 너무 핑계 대는 것은 아닐까?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덜 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지방의 어떤 공공의료원은 만성 적자에, 주민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무리하게 심혈관 센터를 추진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시설을 확충한다는 명분이지만 30분이면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도 가능한데, 과연 그러한 훌륭한 시설이나 장비가 없어서 의료원이 신망을 못 얻는 걸까 먼저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신뢰란 믿음이 가고, 의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병원으로서 신뢰를 갖는다는 말은 믿고 자신의 건강과 더 나아가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도 맡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인력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지금의 공공의료원들은 지역사회 종합병원으로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구체적인, 정말 주민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는 비단 몇몇 공공의료원만 고민해야 할 게 아닐 듯하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 속에서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는 주민과 환자들의 충성심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공공의료원들은 ‘공공’이라는 글자를 지우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민간병원들은 망하느냐, 흥하느냐의 기로에서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지낸다. 공공의료원들도 우리가 스스로 해내지 못한다면 망할 수 있다는 각오로 환자들을 대하고, 병원 체질 개선에 노력을 배가하도록 해야 한다. 그 가운데 국가나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얻어야 하며, 주민들이 “우리 지역의 OO의료원은 정말 찾아가고 싶은 곳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찾은 의료원 중 몇 곳은 정말 그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례들을 연구하고 독특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우리도 멋지고 안심이 되는, 지역 의료의 중심이 되는 공공의료원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4.25고병수/새사연 이사

지난 칼럼을 쓸 즈음에는 진주의료원이 폐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각계각층에서 공공병원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폐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를 망치는 일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홍준표 경남 도지사도 다소 주춤하는 기세다.

 

 

외국의 공공병원 특징

 

진주의료원 때문인지, 지난 대통령 선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웬만한 국민들은 한국의 공공의료 부분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외국은 의료보장성이 90% 가까이 되는데 우리는 60% 남짓, 외국은 공공의료 인프라가 90% 정도 되는데 한국은 10% 정도(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12%, 병원 수는 6% 정도)로 흔히 비교하는 OECD에서도 최하위라고 한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로 그동안 필자가 찾아갔던 외국의 병원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공공병원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모두 알다시피 공공병원 이용은 거의 무료라는 점이다. 암이든 중증질환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반면 동네의원들은 나라마다 달라서 진료비를 내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둘째, 종합병원은 거의 다 공공병원이다. 그래서 외국에 갔을 때 공공병원이 어디 있느냐 물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하면 주변에 깔린 게 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굳이 ‘공공병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평범하게 ‘OO종합병원’이라고 표현하며, 주민들 역시 평범하게 이용할 뿐이다. 늘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면서도 굳이 숨을 쉰다고 일일이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캐나다 토론토 근교에 있는 ‘노스 요크 종합병원(North York General Hospital)’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예산으로 지역에서 전문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런던 외곽 뉴멀든(New Malden) 지역의 킹스턴 종합병원(Kingston Hospital)

역시 공공병원으로서 영국도 지역마다 균등하게 유치해서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공공병원의 의료 수준과 의료의 질이 사립병원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래서 공공병원에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진료과들이 있지만, 사립병원들은 진료수가가 낮거나 노력 대비 수익이 낮은 것들은 취급하지 않는다. 심장수술, 중증질환센터, 응급실 등은 외국의 사립병원들이 들여놓지 않는 진료 내용들이다. 주민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겪게 되면 모두 지역의 종합병원(공공병원)으로 간다. 사립병원들은 대부분 수술이나 검사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는 경우가 많다.

 

넷째, 외국의 공공병원들은 거의 적자병원들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적자를 만들어내니까 문제 있는 병원이라는 인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병원들은 해마다 내년도 병원 운영 예산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고 있고, 주민들로부터 진료비를 받아서 운영하지 않으며, 의료장비, 수술기법, 약품비, 인건비들이 해마다 증가하는데 예산이 따라서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마다 배치되어 있는 종합병원들의 소중함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치환 수술을 받아야 하는 70세 스미스 부인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병원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그곳에는 NHS와 계약을 통해 치료비를 받고 있는 사립병원(영리병원)도 있었고, NHS 병원(공공병원)도 있었다그녀는 NHS 병원을 골랐지만 수술 날짜는 정해졌어도 병실이 나오지 않아서 다시 사립병원을 찾아서 시간을 잡았고병실에 입원을 한 후 빠르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받은 얼마 후 운이 나쁘게도 그녀에게 위험한 합병증이 생기고 말았다하지만 그 사립병원은 응급의료 전문 인력은 물론 응급치료 시설도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급히NHS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다행히 스미스 부인은 머잖아 회복을 할 수 있었지만자칫 기본적인 수술이었어도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의사협회 제공 사례)

 


적자가 아니라 예산이 늘어나는 것

 

필자가 사는 제주도의 2013년 예산이 3조 원이 약간 넘는다. 2014년에는 분명 이 금액보다 많은 예산이 수립될 것인데, 도 예산이 수천억 원 초과되었다고 도 행정을 나무랄 것인가? 예산이 초과 수립되었다고 도의회에서 질타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만 적정하게 만들어졌는지, 새는 구석은 없는지 살필 뿐이다. 국가나 시도의 예산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그러한 시각을 공공의료원에는 왜 못 보여줄까? 각 시도에서는 주민들의 공익을 위해서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면서 지역의 건강지킴이인 공공의료원에는 왜 넉넉하게 쓰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조직이나 단체의 예산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공공의료원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의 보건문제에 관여하고, 저소득층 환자들을 돌보고 국가 비상사태 때에는 적절한 역할을 해내는 의료원들은 해마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적자란 개념은 경영에서 쓰는 말이라서 예산이 늘어난다고 쓰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외국과 다른 점은 한국의 공공의료원들은 전액 국가나 지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로부터 진료비를 받아가며 운영해야 하며, 쥐꼬리만큼 아주 조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더 힘들게 운영되고 있다.

 

국가의 전폭 지원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외국의 공공병원을 우리는 왜 못 만들어낼까? 거기에는 앞선 칼럼에서 썼듯이 대부분의 의료 인프라가 민영화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이 큰 영향을 미쳤고, 둘째는 공공병원을 키우지 못하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소홀한 인식이 컸다고 본다.

 

그렇다고 외국의 공공병원들이 모두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공공의료원들이 아무 잘못이 없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것들을 조명하면서 우리 공공병원들이 발전할 방법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4.06고병수/새사연 이사


어느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토론자로 온 어느 전문가분이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 취지를 말하던 중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과 지역의 풍토병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것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정말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원이란 곳은 정말 희생과 봉사, 투철한 소명의식 없으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결국 희생과 봉사라는 것은 부유한 상황에서도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처지나 상황에 관계없이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타적인 관점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원들은 이익에 신경 쓰지 않고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 힘쓰다보니 ‘적자병원’이라는 온갖 비아냥과 그를 뒤받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까지도 비난을 할 정도로 힘들게 운영되는구나….

이러한 생각들로만 끝났다면 내 머리가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두통의 주범은 토론자들이 아무도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일어나 질문을 해야 했다.

“발표자 OOO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이 꼭 공공의료 실현에만 있는 건가요?”

청중들이나 토론자들 모두 생소한 질문이라는 듯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귓불이 뜨겁고 괜한 질문을 했나 후회가 들기도 했다. 질문의 취지를 다시 정리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나는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이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이 안 좋은 곳, 국가적 재난의 상황 등, 정말 그러한 상황들에 주동적으로 일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인가 라고 정리를 하였다. 내 질문 취지를 잘 이해를 못했는지 토론자는 아까와 같은 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어서 계속 공공의료원의 문제점, 발전방향 등을 토론하고 질문도 받으면서 진행이 되었지만, 내 관심은 거기서 끝났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는데 다음 옷깃이 제대로 연결되겠는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012>에서 우리나라 지방의료원의 설립근거와 목적을 알 수 있다. 제2조에서 ‘지방의료원이란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기관’으로 정의하면서 그 역할을 제7조에서 ‘1. 지역주민의 진료사업, 2. 감염병 및 주요 질병의 관리 및 예방 사업, 3. 민간 의료기관이 담당하기 곤란한 보건의료사업, 4. 의료인ㆍ의료기사 및 지역주민의 보건교육사업, 5. 의료지식과 치료기술의 보급 등에 관한 사항, 6.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보건의료 시책의 수행, 7.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보건의료사업의 수행 및 관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길게 나열되어서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말하면 지역에서 일반 진료를 주로 하면서 필요한 공익적인 의료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이 표현이 중요한 것이 우리는 자칫 지역의 공공의료원을 무슨 공공의료의 첨병쯤으로 여기기 때문에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 자료들이나 글들을 보면 상당수가 공공의료원의 역할을 공공의료의 실천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게 된다. 실제로는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평범하게 제공하면서 지역병원으로 자리 잡으라고 한 것이 본말이 전도되어 ‘공공’이라는 것에 중심점이 잘못 잡히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지금의 공공의료원이 겪는 딜레마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실제로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행하려면 특수목적 병원들이어야 한다. 한센병원, 결핵병원 등처럼 말이다. 물론 공공의료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일반적인 건강이나 의료문제가 주된 관심사이어야 하고, 특별히 공익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사립병원들과 차별적으로 잘 하라는 것뿐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졌기에 국가나 지방정부는 지원과 물적 토대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공공의료원은 일반 병원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라면 34개 지방공공의료원과 5개의 적십자병원을 말할 수 있다(안타깝게도 최근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을 없애기로 하여서 지방공공의료원이 33개로 오히려 줄어들게 되었다). 그들 모두 인력난, 재정난을 겪고 있고,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연유에는 공공의료원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나 국가나 지방정부, 혹은 관련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공공이라는 측면만 강조해서 문제점이 나타나는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공공(公共)’이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에게 공히 관계되는 것을 말한다. 공공의료원은 그래서 지역사회의 일반적인 주민들에게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적절히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자본주의의 첨단 국가인 대한민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립병원들이 돈 안 되니까 접근하지 않는 분야를 맡아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본말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원을 그냥 편하게 바라봤으면 한다. 그 병원들도 그냥 일반 병원들처럼 생각해 주자. 그렇다고 병원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통의 병원들처럼 생각하자는 것이다. 거기에서 출발해서 지역에서 자리 잡게 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고병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제주도 '탑동 365일 의원'을 공동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보건복지분야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 본 글은 라포르시안에도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