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4 / 17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위기의 공공의료 살리기파일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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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위기의 공공의료
2. 외국에는 없는 의료공공성의 개념
3. 시장화된 현실이 만들어낸 개념, 공공성
4. 의료체계의 본질적 목표는?
5. 공공‘기관’ 대신 공공‘역할’론으로 전환, 타당한가?
6. 왜 공공기관이 중요한가?

 

 

[요약문]

 

공공의료가 위기다. 한국 사회 공공의료는 매우 취약해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병상수 12%, 병원수 6%로 전체의료에서 10%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최하위이며 민간의료기관의 상업화된 의료행위는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의심케 할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 바뀌는 정부마다 공공의료 활성화를 약속해왔지만 정권이 끝나는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공공의료는 더욱 위축되었다. 민간병원의 공급과잉 상태에서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고 이로 인해 경영적자가 심화되는 식으로 악순환을 끊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민간병원 활성화론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개혁집단내에서도 기관으로서의 공공보다는 기능으로서의 공공에 방점을 찍어왔다.

 

공공의료기관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이 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없어도 의료 공공성이 달성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의료의 공공성이 대체 무엇인가?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의 경우, 철저하게 민간영역(시장)을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발전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들이 뒷전이 되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개념으로 ‘공공성’이 부각되었다. 지나친 시장화가 진전된 한국사회에서는 의료공공성 확보라는 시장질서 반대의 측면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한국 의료체계의 지배적 질서는 시장인가? 한국 의료공급의 시장화를 극복하기 위해 보조금정책-물적 인센티브 방식이 타당한가?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 공공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구체적으로는 표준진료를 선도해야 한다. 올바른 진단 및 치료기준과 적절한 진료비를 받아야 하고 상업적 진료를 지양해야한다. 의료연구와 교육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병원이 되어야 한다.

 

민간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공익적 사업이란 재정지원을 받아 일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그 경우 한국사회 시장적 의료질서 극복은 불가능하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한국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고 큰 틀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구조적 변화가 가능한 수준의 개혁조치들은 공공영역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적극적 예산 배정과 거버넌스 구조 개편, 운영과 진료 형식의 변화를 통한 멋진 공공병원 만들기와 이러한 공공병원의 의료체계 지배력을 높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 의료 개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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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6고병수/새사연 이사


어느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갔을 때의 일이다. 토론자로 온 어느 전문가분이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 취지를 말하던 중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과 지역의 풍토병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는 것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리가 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정말 대한민국에서 공공의료원이란 곳은 정말 희생과 봉사, 투철한 소명의식 없으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결국 희생과 봉사라는 것은 부유한 상황에서도 하지만, 보통은 자신의 처지나 상황에 관계없이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타적인 관점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원들은 이익에 신경 쓰지 않고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 힘쓰다보니 ‘적자병원’이라는 온갖 비아냥과 그를 뒤받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의원들까지도 비난을 할 정도로 힘들게 운영되는구나….

이러한 생각들로만 끝났다면 내 머리가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두통의 주범은 토론자들이 아무도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일어나 질문을 해야 했다.

“발표자 OOO 선생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이 꼭 공공의료 실현에만 있는 건가요?”

청중들이나 토론자들 모두 생소한 질문이라는 듯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귓불이 뜨겁고 괜한 질문을 했나 후회가 들기도 했다. 질문의 취지를 다시 정리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나는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이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이 안 좋은 곳, 국가적 재난의 상황 등, 정말 그러한 상황들에 주동적으로 일을 하라고 만들어진 것인가 라고 정리를 하였다. 내 질문 취지를 잘 이해를 못했는지 토론자는 아까와 같은 얘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어서 계속 공공의료원의 문제점, 발전방향 등을 토론하고 질문도 받으면서 진행이 되었지만, 내 관심은 거기서 끝났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는데 다음 옷깃이 제대로 연결되겠는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공의료원의 설립목적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2012>에서 우리나라 지방의료원의 설립근거와 목적을 알 수 있다. 제2조에서 ‘지방의료원이란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기관’으로 정의하면서 그 역할을 제7조에서 ‘1. 지역주민의 진료사업, 2. 감염병 및 주요 질병의 관리 및 예방 사업, 3. 민간 의료기관이 담당하기 곤란한 보건의료사업, 4. 의료인ㆍ의료기사 및 지역주민의 보건교육사업, 5. 의료지식과 치료기술의 보급 등에 관한 사항, 6.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보건의료 시책의 수행, 7.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보건의료사업의 수행 및 관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길게 나열되어서 복잡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말하면 지역에서 일반 진료를 주로 하면서 필요한 공익적인 의료사업을 하라는 것이다. 이 표현이 중요한 것이 우리는 자칫 지역의 공공의료원을 무슨 공공의료의 첨병쯤으로 여기기 때문에 잘 새겨둘 필요가 있다. 

많은 연구 자료들이나 글들을 보면 상당수가 공공의료원의 역할을 공공의료의 실천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게 된다. 실제로는 지역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평범하게 제공하면서 지역병원으로 자리 잡으라고 한 것이 본말이 전도되어 ‘공공’이라는 것에 중심점이 잘못 잡히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지금의 공공의료원이 겪는 딜레마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실제로 공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중심에 두고 행하려면 특수목적 병원들이어야 한다. 한센병원, 결핵병원 등처럼 말이다. 물론 공공의료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일반적인 건강이나 의료문제가 주된 관심사이어야 하고, 특별히 공익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사립병원들과 차별적으로 잘 하라는 것뿐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졌기에 국가나 지방정부는 지원과 물적 토대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이다.

공공의료원은 일반 병원이라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에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라면 34개 지방공공의료원과 5개의 적십자병원을 말할 수 있다(안타깝게도 최근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을 없애기로 하여서 지방공공의료원이 33개로 오히려 줄어들게 되었다). 그들 모두 인력난, 재정난을 겪고 있고,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연유에는 공공의료원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나 국가나 지방정부, 혹은 관련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공공이라는 측면만 강조해서 문제점이 나타나는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공공(公共)’이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회의 일반 구성원들에게 공히 관계되는 것을 말한다. 공공의료원은 그래서 지역사회의 일반적인 주민들에게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적절히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자본주의의 첨단 국가인 대한민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립병원들이 돈 안 되니까 접근하지 않는 분야를 맡아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본말이 전도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의료원을 그냥 편하게 바라봤으면 한다. 그 병원들도 그냥 일반 병원들처럼 생각해 주자. 그렇다고 병원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통의 병원들처럼 생각하자는 것이다. 거기에서 출발해서 지역에서 자리 잡게 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고병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제주도 '탑동 365일 의원'을 공동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보건복지분야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 본 글은 라포르시안에도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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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22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복지부예산 제약산업 지원, 과연 정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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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겉으로는 공공의료 확충, 실제로는 제약산업 육성
2. 한미 FTA 보건의료 대응, 제약산업 지원이 유일?
3. 올바른 의약품 정책, 제약산업 육성은 하위목표여야
4. 공적 R&D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
5. 규제완화,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에 신중해야
6. 제약산업 육성은 국민 건강증진의 수단이어야 한다

 

[본 문]

1. 겉으로는 공공의료 확충, 실제로는 제약산업 육성

2013년 복지부 예산 중 보건의료에 관한 예산을 살펴보면 제일 앞머리에 있는 것이 공공의료 확충이다. 내년도 보건의료에 관한 예산은 총 9조326억 원 규모다. 하지만 대부분은 건강보험 지원으로 들어가고 실제 보건의료정책으로 사용되는 금액은 1조 8천억 규모다. 세부내용으로는 중증외상센터를 9개소로 늘리고 취약지역 분만 산부인과도 4개소 더 확충하는 등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예산 3,61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위한 예산 169억 원, 아동 필수예방접종 항목에 뇌수막염 백신을 추가하는데 필요한 예산 144억 원도 편성했다. 그 외에도 정신보건 강화, 의료급여환자 보장성 확대 등도 눈에 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약산업육성방안이다.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지원 외에 산업계에 대한 지원은 주로 R&D 분야와 보건산업지원 부문으로 계산되는데 보건의료 R&D 분야가 총 4,362억 원으로 전년대비 9.5%인상이며, 보건산업육성에는 총 3,372억 원으로 2012년 2천468억 원 대비 36.6% 증액된 수치다. 물론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에 대한 지경부, 교과부 예산이 통합 반영되어 있기는 하지만 제약산업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이 눈에 띈다. 이는 전체 보건복지 분야 증가액이 4.8%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액수이며 13년 계획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공의료에 관한 예산 증액분 19.8%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신약개발지원(360억 원), 개량신약 및 글로벌 제네릭 개발지원(239억 원), 백신 등 전문의약품 개발지원(205억 원), 글로벌 헬스케어 활성화(65억 원), 의료산업 생태계 발전형 의료시스템 수출(40억 원) 등을 통해 해외진출 활성화를 지원한다. 특히, 글로벌 제약 M&A 전문펀드 조성에는 정부 출자분 200억 원을 포함, 연간 1천억 원, 오는 2014년까지 총 2천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펀드는 국내외 VC, 기관투자자 자금 유치를 통해 마련하고 유망벤처 M&A와 기술제휴 등을 지원키로 했다. 제약산업 관련 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641억 원이 투입된다.

신약과 고급의료기술 개발 등을 위한 보건의료 R&D 투자도 대폭 확대된다. 올해 예산은 4천362억 원으로 전년(3천985억 원)대비 9.5% 증액되는데 그중 제약산업 R&D에는 총 3,372억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36.6%증가로 증가폭의 대부분을 제약 R&D에 투자한다. 연구개발지원의 세부 지원 항목은 ▲신약·의료기기 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맞춤·재생의료 트렌드 대응을 위한 유전체, 재생의료 R&D 강화 ▲의료서비스·질병 예방 R&D로 의료서비스 최적화·의료비 절감 ▲신종감염병·기후변화 등 공공보건 위기 대응 R&D 강화 등이다.

 

2. 한미 FTA 보건의료 대응, 제약산업 지원이 유일?

제약산업 집중 지원계획은 거슬러 올라가면 한미 FTA 대응방안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발표한 보건의료 부문 한미 FTA 대응방안의 핵심내용은 제약기업육성이었다. 값싼 제너릭 의약품 생산을 통한 내수지향형 제약산업은 한미 FTA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로 지목되었고 이를 위해 제약산업 지원방안을 마련해왔다. 구체적으로는

o 1단계('08-'10) : 국내제도 선진화 및 시장개방에 적응하는 제약산업 체질개선을 목표로 유연한 구조조정 지원
o 2단계('11-'12) : 단기목표인 개량신약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 수준의 제네릭 기업 육성을 위해 기술개발 및 해외수출 지원
o 3단계('13-'17) : 바이오의약품 등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선약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 육성을 목표로 신약개발 지원 등이다. 기획재정부. 한미 FTA 산업별 보완대책 안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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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7  고병수/새사연 이사 

영국 의사들에 대한 단상

오늘은 영국의사협회(BMA,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중간 계층에 속한다. 계급으로 표현되는 사회과학적인 언어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가난하지도 아주 부유한 계층에 속하지도 않는, 그러한 중간적인 위치라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의 의사들 또한 의료 개혁이나 NHS를 바라볼 때도 그러한 입장을 취한다고 공공노조 분들은 이야기 했었다.

이전에는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공무원적인 성향이 많았지만, 점점 사적 영역으로 많이 전환되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목소리를 내게 된 것 같다. 나는 이러한 경향성을 가진 영국의 의사협회는 어떤 관점으로 지금 데이빗 캐머런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NHS 개혁을 바라보는지 궁금하였다.

영국의사협회(BMA)건물인데, 왼쪽은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이 건물의 한 곳에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1851년에서 1860년까지 살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의 NHS 제도 아래에서 수십 년 동안 잠자던 영국의 의사들은 토니 블레어 노동당 총리 시절에 이루어진 의료 개혁으로 많은 성과급(incentives)을 챙기게 되어서 웃음을 띄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인두제만으로 진료 수입을 얻던 일반의(GP)들이 2004년부터 초과 진료 수당이나 진료 내용에 따라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주치의들은 등록된 일정 수 의 주민 수에 따른 수입 이외에는 더 얻어지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주민들의 진료에 다소 소홀한 점도 있었고, 약을 투여하거나 진료 시간 외의 근무를 회피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일부 의사들은 수입이 좋은 미국이나 다른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기도 하였다. 당연히 진료 대기 시간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전의 노동당 정부는 대대적인 의료개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의사들의 진료권 확대와 수입 증대였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에서 보여준 영국의 주치의들의 수입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정책 변화로 생겨난 것이다. 무어 감독은 미국의 일차의료 상황을 개탄하면서 동시에 영국의 의사들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공공의료가 발전하여도, 국가 주도의 의료를 하더라도 의사들의 수입은 줄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미국 의사들의 반개혁적인 성향에 반박하려는 의도에서 영국 의사들의 에피소드를 집어넣었을 것이다. 확실히 영국의 의사들은 일반의뿐만 아니라 전문의들도 요즘은 꽤 수입이 좋은 걸로 알려져 있었다.

이렇게 의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서 정부에 부응하는 경향이 컸다. 이러한 의사들은 지금의 새로운 정부의 NHS 개혁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국의사협회의 NHS 개혁에 대한 생각

2010년 말에 보수당의 캐머런 정부가 NHS 사영화(privatization) 계획을 발표하자, 많은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을 했다. UNISON을 비롯한 영국의 노조 및 많은 시민단체들이 첫 번째로 반대를 했고, 뒤를 이어 의사협회도 곧 반대 성명을 내면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던 의사협회는 도대체 무엇에 분노를 했기에 정부 개혁에 반기를 들었을까? 이것은 영국의사협회의 브로셔 일부를 번역해서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생각의 단면을 엿볼까 한다.

NHS를 사영화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라는 제목으로 강력하게 정부의 NHS 개혁을 반대하는 영국 의사협회 브로셔의 겉표지. NHS의 원래 글자에서 ‘CASH()’를 떼어 거대 민간자본에게 건네주는 장면을 표현했다.

영국의사협회 : “영국의 NHS가 변하고 있습니다. 민영보험회사를 비롯한 민간 자본이 NHS를 대신해서 환자를 관리하게 됨으로서 그들은 고무되어 있습니다. 즉 여러분들의 GP 의원과 병원, 지역의 간호 기관들과 방문 간호 기관과 같은 지역건강센터들이 미래에는 상업화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민간자본에 의해서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의료 공급자가 되어 거대한 다국적 회사로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게 될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NHS 환자관리를 하는 것이 그들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매력이라는 것은 바로 국민 세금에서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창출된 이익들은 민영병원들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나눠질 것입니다. 이것은 공공재정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비록 우리의 NHS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이 의지하고, 국민들이 고마워하는 체계입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조직들 중에서도 특히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혜택을 입고 있는 공적인 건강관리 체계(NHS)가 변한다면 그런 모든 것들은 위험에 처해지게 될 것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민간보험회사를 필두로 한 자본 세력은 국가 공적 구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면서 NHS의 돈을 얻어가고 있다. 즉,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민간병원에서 환자를 보게 하고, 그 비용은 NHS에서 민간병원에 내어주는 것이다. 심각하게도 국가가 그 돈으로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쓰지 못하고, 사적 영역의 의료기관과 보험회사를 살찌우는데 쓰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

영국의사협회 : “NHS는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민간 병원으로 보내게 되는데, 민간자본들은 바로 이러한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원합니다. 그들은 점점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되었는데, 그들이 하려는 의료서비스들은 간단하고 비용이 덜 드는 치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힘들이지 않고 버찌를 줍는 것처럼 보여서 ‘cherry-pick’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수백만 파운드가 이러한 경로로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NHS는 복잡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것들을 맡게 될 테죠. 그러면서 들인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고 하면서 NHS 조직과 의료인 양성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돌리며 거기에 예산을 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영리병원들은 대기 시간(wating time)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일상적인 NHS 의료서비스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NHS 병원들은 영리병원들에게 일상적인 의료서비스의 내용들을 빼앗기게 되면서 얻을 수 있는 재정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문을 닫는 상황까지도 가능하게 됩니다.

민간자본의 영향을 받는 병원들이 NHS 환자관리를 한다는 것은 이제 또 하나의 의료공급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필요 이상의 의료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일종의 낭비입니다. 그리고 공공의료 체계에 있는 NHS 의료기관들은 민간 병원과 환자 유치 경쟁을 해야 하며, 환자들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NHS 실무자들이 협력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이미 몇몇 NHS 기관들은 환자 유치를 위해 광고를 하고 있는데, 환자 관리에 사용해야 할 재정을 홍보에 이용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환자 처치에서 보면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골라야 한다면 좋아 보일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을 선택하게 된다면 치료비로 지급되는 돈들은 환자를 따라 NHS에서 빠져나가는 셈이 된다고 의사협회는 지적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NHS 의료인이나 행정요원들을 양성할 예산들이 축적되지 않음으로 인해 점점 NHS는 상당 부분의 영향력을 민간보험회사로 대표되는 사적 영역에 빼앗기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몇 년 동안 논쟁이 붙고 있는 영리병원(영리법인병원) 문제와 건강보험 가입 자율화 문제를 떠올려 보았다. 영국(의료 보장성 90%)에 비해서 나약한 보장성(62%)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지만 그나마도 강제지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민간보험으로 옮아갈 것이고, 그랬을 때 건강보험 재정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떤 연구자는 지금의 건강보험 재정도 적은 마당에 그들이 빠져나가버린다면 지금의 재정보다 1/3 혹은 절반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그러면 지금의 62% 정도의 보장성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현실이 벌어진다.

그리고 영리병원이 몇 개씩 생겨나는 것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보게 되면 규모가 제법 큰 병원들은 너도나도 앞 다투어 영리병원화 할 것이고, 사람들은 비싼 돈을 줘가며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진료 내용들도 수익성이 높은 것들만 골라서 하게 되고, 정말 필요하지만 수익이 떨어지는 것들은 취급을 안 할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들도 높은 수익을 따라 움직이게 되어 많은 병원들에서는 의료 인력의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이것은 순진한 상상이 아니다. 지금 공공의료의 최상에 있는 영국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어지고 있는 영국 병원의 현실을 영국의사협회의 소개를 보면서 들여다보자.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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