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정/ 새사연 연구원



  3.13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 고용보험 피보험자 현황과 구인·구직현황을 통해 ‘17.2월 노동시장 동향을 분석하였다.


  * 피보험자란?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시근로자, 즉 상용직근로자와 임시직근로자의 취업활동을 알 수 있는 지표를 뜻한다. ( 단, 일용직 근로자는 제외한다.) 


○ 핵심내용


서비스업, 여성, 고령층이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세를 주도한 계층이다. 그러나 고용보험 피보험자의 양적증가가 바로 구직난 해소 지표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불안정한 일자리 증가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 주요내용


고용보험의 전체 피보험자수가 최근 20만 명대로 둔화되었으나, 장년층과 서비스업 등에서 피보험자가 증가하며 전년동월대비 2.5% 증가하였고, 5개월 만에 30만 명대로 회복하였다.


연령별 피보험자 수는 50세 이상에서 7.7% 증가하였고, 29세 이하 청년층에서는 1.9% 증가를 기록하였다. 30-40대 피보험자가 0.2% 증가하여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청년층 제조업 피보험자는 58만 7천 명으로 청년층 피보험자 비율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이긴 하지만, 전년동월대비 1만7천 명 감소하여 가장 크게 감소한 산업이기도 하다.


규모별 고용보험 피보험자수 추이는 30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전년동월대비 2.8% 증가하여 300인 이상 사업장이 1.8%인 것에 비해 중소기업 주도세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추이는 전년동월대비 남성은 1.6%, 여성은 3.8% 피보험자가 증가해, ‘15.1월부터 남성에 비해 여성 피보험자 증가율이 2배 이상 높아 여성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의 변화는 취업에서 비자발적 실업 상태로 이동하는 모습의 추이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17.2월 8만 3천명으로 ’16.2월 보다 1만 명 증가하였고, 구직급여 지급액 또한 4,152억 원으로 동기대비 246억 원 증가하였다.


‘17.2월의 신규구인인원은 15.6%, 신규구직건수는 9.3%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직의 어려운 정도를 보여주는 구인배수(신규 구인인원 / 신규 구직건수)는 0.66으로 ‘16.2월 0.56보다 높아졌다. 구직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표. 성별연령별 신규 구직자 현황 (천명, %, 전년동월대비)



○ 함의 및 전망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시근로자, 즉 상용직근로자와 임시직근로자(일용직 근로자 제외)를 취업활동을 알 수 있는 지표이다. 5개월 만에 피보험자수가 30만 명대로 증가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계약직 등이 만료되는 연말, 연초가 지나고 신입 공채 시장이 활성화 되는 2월 이후에 증가한 것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가 전년동월대비 1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나, 동기간 0.1 높아진 구인배수를 보면 구직이 여전히 어려운 것이 앞선 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연령별 구직자 추이를 보면, 신규 구직자의 수는 29세 이하의 청년층이 가장 많지만, 증감률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29.1%를 기록해 가장 크게 증가하였다.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50세 이상의 증가율(7.7%)이 29세 이하 청년층의 증가율(1.9%)보다 높은 것을 구직자 추이와 함께 보았을 때 고령층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서비스업은 일용직 근로자가 많아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를 통한 정확한 추이를 알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그리고 보건복지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이다. 청년층의 경우도 아직은 제조업에 취업한 경우가 가장 많지만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즉, 피보험자가 증가하는 것은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외적으로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으나, 내적으로는 계약직과 같은 불안정 일자리가 증가한 것일 수도 있다. 또한 경기변동에 민감한 서비스업에 불안정 일자리가 다른 산업 대비 많은 편인데, 청년층이나 고령층과 같이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취업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해당 업종 일자리들의 노동환경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한다.

 

원문 바로 가기: http://saesayon.org/2017/03/20/20456/


발행일: 2017.03.20.

발행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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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6 / 04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한국은 대외적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경제성장률도 회복도 상대적으로 빨랐으며고용률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되었다특히실업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다지난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이후40만 명 이상 늘어나는 취업자 수를 성과로 지적하며 이미 금융위기의 충격은 해소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하지만 노동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많은 숙제들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용률 회복의 이면에는 공공근로나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와 같은 좋지 않은 일자리 증가와 자영업자의 증가가 상당 부문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청년층의 고용률은 전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실업에 취약한 여성중고령자중소기업 노동자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당한 위험한 상황에 내몰려 있는데이들의 상당수는 고용보험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으며일자리를 잃을 경우 더 나쁜 일자리에 직면하게 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늘 실직으로 인한 빈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실제 빈곤사회적 불평등양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이전부터 사회안전망 강화와 저소득층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보험 지원을 강조해왔는데지난 5월 2OECD 역시 이와 같은 취지의 보고서를 발간했다보고서에는 실직자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데특히 중고령자를 비롯 저숙련 노동자중소기업 노동자 등에 대한 지원 방안과 고용보험 적용 및 지원내용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실직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확대해야

(Korea should boost support for laid-off workers)

 

OECD

2013년 5월 2

 

OECD는 새로운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회안정망을 강화하고실직자들이 더욱 빨리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지원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ack to Work: Korea"는 한국은 경제위기로 인한 최악의 결과는 피했으며실업률도 경제위기 이전인 3% 수준으로 다시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파산하거나 구조조정으로 인해 매년 일자리를 잃은 많은 노동자들특히 중고령 노동자들과 저숙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에서는 매년 20~64세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의 2.5%~5%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이 이처럼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남성(3.2%)보다 여성(3.8%)에서 그 비율이 약간 더 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실직자의 절반 이하만이 일년 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특히열악한 일자리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중고령 노동자들의 경우 실직될 위험이 가장 큰 동시에실직된 이후에도 장기실업상태에 머물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실직자의 2/3이상은 이전과 동일한 일자리나 동일한 숙련을 사용하는 일자리에 종사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새로운 일자리에서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일년 내 일자리로 돌아가는 실직자는 월평규 임금의 4% 하락,실질 연평균 총소득의 10% 하락을 경험하고 있었으며새로운 일자리에서는 정규직 계약을 할 가능성이 적어지고 사회적 급여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OECD는 한국에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권하고 있다. (※ 아래는 해당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함)

 

○ 고용노동부 고용 센터에 직업상담사와 같은 직원들을 확충해 구직자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함

 

○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증명된 (특히실업기간이 짧은 노동자들에게 효과적인직업탐색훈련과 일자리 연계 서비스가 더욱 강조되어야 함

 

○ 단기에 스스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구직자들에게는 집중적인 지원이 제공되어야 함. 6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으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실직자들에게는 취업성공 패키지 프로그램의 1단계와 동일한 서비스의 제공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임

 

○ 최근 상담과 참여자 선별기능을 강화한 직업능력개발 계좌제(the Individual Training Account Programme)가 잘 정착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함

 

○ 실업자들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지금 있는 직업에서의 숙련도 향상보다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지나 대인관계와 관련된 숙련이나 수학 관련 숙련 등과 같이 포괄적인 숙련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함

 

○ 구직활동에 대한 지원직업탐색훈련직업훈련을 포함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대한 더욱 엄격한 평가가 필요함개별 고용 센터나 지방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그램들 역시 평가 대상이며 모범사례는 다른 지역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전파함

 

○ 고용서비스를 제공에 있어 민간 취업알선기관의 역할 확대는 성과 측정 및 취업알선기관의 보상체계에 대한 신중함 검토가 동반되어야 함

 

○ 고용보험 준수율은 실업급여가 실직자들에 대한 소득보조금 제공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함그리고 중소기업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적용률 확대에 성공적인지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함만약 그렇지 못하다면적용률을 개선시키는 다른 방안을 찾거나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빈곤에 노출될 위험이 큰 이들 저소득 실직 노동자들을 기초생활보장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함

 

○ 고용보험 적용률 확대에 덧붙여고용보험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되었을 때 더 많은 이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함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oecd.org/newsroom/koreashouldboostsupportforlaid-offworkers.htm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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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숨겨진 비정규직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가 발표된 이 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591만 명이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33.3%가 비정규직 노동자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부 통계는 임시·일용직 노동자들 중 일부만을 포함하고 있다.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은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들로 고용이 불안정하며, 상용직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나 복지와 관련된 처우에 있어 차별을 받는 노동자들이다. 그러므로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않은 임시·일용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에 포함해 비정규직 규모를 산출하고 있는데, 이런 노동계의 방식을 따를 경우 2012년 8월 비정규직의 규모는 848만 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에 가까운 47.8%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이다.


쌓여가는 차별, 사회보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과 함께 저임금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임금근로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37만 7천원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277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2012년 8월 현재).

뿐만 아니다.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에 직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보험지원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는다. 의료보험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의 98.9%가 직장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8.4%만이 직장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으며, 국민연금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들은 97.5%가 직장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2.7%만이 직장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실업보험과 연계된 고용보험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6.6%만이 이를 직장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 빈곤과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히려 사회보험서비스에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많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로 인해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working poor)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소득의 소비탄력성이 큰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지속될 경우 민간소비수요의 감소를 불러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희망은 어디서


다행인 것은 최근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관찰되고 있으며, 새 정부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나 정부의 약속이 실제 노동시장 내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 못 할 것이라 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몇몇 공공부문 사업장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신분으로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새정부 역시 선거에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실제로 어떤 정책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할지는 막연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한편,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금의 비정규직법만으로는 직면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실제 지난 정권에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또 다른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새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대한 고찰과 함께 법안의 수행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OECD 고용노동사회국 수석경제학자인 폴 스와임은 “한국의 사회정책 과제”라는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한 핵심 과제로 비정규직 해소를 주장하였다. 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는 근로소득의 불평등과 고용불안의 원인이 된다고 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근로의욕을 높여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며, 임금격차의 축소로 소득 형평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 등 사회 문제의 해결방안인 동시에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써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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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10.26 09:09

1990년대 미국이 한창 잘 나갈 때 ‘유럽 복지병’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유럽의 많은 시민들이 국가가 지급하는 각종 수당에만 의지해 살아가려고 해서 결국 국가 전체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증가한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발생하고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돌입하고 난 뒤로는 ‘유럽 복지병’이라 비아냥대던 말도 조금 잦아든 것 같다. 1990년대 미국의 고도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한편으로는 금융 파생상품에 기댄 성장이고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기댄 저실업이었다는 사실이 보다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반복된 이미지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의식의 저 밑바닥에서 중요한 순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와 사람들의 판단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복지 환자병’은 공적 재원을 착복하는 공무원이나 정치가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지 서민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생존과 근로 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보호의무를 필요로 한다. 현재와 같이 경제가 장기간 불안한 안개 속에서 헤매야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에서 복지는 ‘복지병’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어떤 누리꾼의 표현대로 ‘복지 영양실조’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기초적인 사회보장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빈곤율이 점점 상승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여러 가지 사회보장 체계 가운데 고용 부문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지를 확인해 보기로 하자. 지난 1995년 최후로 도입된 사회보험인 ‘고용보험’이 분석의 대상이 될 것이다. 고용보험은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유일한 고용안전망 제도다. 독자들도 같이 확인하면서 자신의 위치는 어디인지 찾아보기 바란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는 1050만 명에 달한다

고용보험은 단순히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소극적인 제도가 아니다. 취업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서도 각종 보조금과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고용지원센터와 같은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부 예산 가운데 노사가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는 예산이 50퍼센트를, 일반회계에서 지출되는 예산은 10퍼센트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나머지 40퍼센트도 산재, 장애인 등 각종 기금으로 역시 일반회계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고용보험은 조금 과장한다면 ‘국가의 고용정책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고용보험이 어느 정도의 ‘영양실조’ 상태인지는 사각지대의 규모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12월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938만 5000명에 이르렀다. 처음 실시되었던 1995년의 400만 명에 비하면 두 배 이상 가입자가 늘었고 그동안 의무가입 범위를 계속 확대해 왔으니 나름의 성과를 폄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용보험을 통한 보호의 수준이 여전히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아직도 가입율은 전체 취업자의 4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호대상자의 최소 80퍼센트 수준까지는 고용안전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해야 한다. 고용보험은 근로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로부터 그 의의가 도출되므로 고용보험의 배제로 인한 기본권의 차별이 광범위하다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국회예산정책처(2009)는 고용보험 적용 사각지대의 규모를 취업자 2274만 명의 58.8퍼센트인 1336만 명으로 보고 있다. 이 규모는 현재의 고용보험이 임금노동자의 일부만을 보호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들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아예 고용보험 가입이 배제되어 있다(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임의가입을 허용하는 특례가 있긴 하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태). 또한 임금노동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업주와 근로자에 의해 가입이 기피되고 있다. 노동자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 자체는 임금의 0.45퍼센트로 얼마 되지 않지만, 고용보험 가입에 의해 다른 사회보험 가입이 강제될 경우 부담해야 할 임금의 16.91퍼센트(노사 부담 합계) 보험료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저임금노동자, 그러니까 정말 보호가 절실한 계층들이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1. 고용보험 적용 사각지대 현황 


*  자료: 국회예산정책처(2009), “추가경정 예산안 쟁점분석” 111쪽

조금 더 정확히 규모를 알고자 한다면, 임금노동자 가운데 공무원과 사립교직원 등을 보호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이들은 현재 고용보험에 들어 있지 않지만 신분 보장의 수준이 높고 직역연금으로 실직 후의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편 실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실업급여 자체를 수급 받고 있지 못하다(실업자 대비 수급률 35퍼센트 수준).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상당히 엄격한 편이기 때문이다. 전병유(2009)은 대체로 이런 기준에 따를 경우 사각지대의 규모를 총 823만 명으로 추정한다.

                       표1. 고용보험 관련 취업자 수 현황 추정치(2009년 1월) (단위: 만 명)

* 자료: 전병유, 2009년, ‘심화되는 경제위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병유(2009)의 추정은 국회 예산정책처(2009)의 추정보다는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조금 더 정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아직도 고려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것의 대부분은 바로 청년실업자들이다. 김병권(새사연 브리핑, 고용대란 시대,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입하자, 2009.02.17)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에서도 고용보험의 적용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취업준비생 60만 명과 ‘그냥 쉬었음’ 인구 170만 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이 비경제활동 상태에 놓인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서 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고용안전망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는 총 2400만 명에 달하고 사각지대의 규모는 앞서 전병유(2009)의 계산값에 230만 명을 추가해 총 1050만 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림2. 고용보호 대상자

보편적 사회보장을 위해 대상을 확대해야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부류 중에서 대표적인 집단 세 가지를 뽑아낼 수 있다. 첫째,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로 사회보험료 납부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집단, 둘째, 자영업자들로 법적으로 아예 고용보험 가입 자체가 배제된 집단 그리고 셋째, 청년실업자들로 현행 보험중심의 고용안전망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집단이다.

이러한 집단들이 한국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흔히 한국의 고용안전망이 정규직 임금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경직된 ‘보험’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 보자면, 의무가입의 대상을 확대하거나 연대급여와 같은 부조 성격의 제도를 가미한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국가가 부담하거나 누진적 요소를 강화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청년실업자 등 실업급여 수급이 배제된 자에 대한 2차 급여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최저임금미달 소득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면제와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회보험료 부과를 동시에 실시함으로써 재원을 확보하기도 한다.

고용안전망의 확대는 ‘배제된 자’의 기본권을 보장해준다는 의미를 갖지만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경제적 안정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금융과 부채로 소비를 만들어내는 신자유주의 경제를 넘어서 고용으로부터 안정적인 소득과 소비의 선순환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현대복지국가의 이념은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용불안은 급격한 소득 감소를 낳고 이는 소비 위축과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나아간다는 20세기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도 도출된 것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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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4.14 09:39
한국 고용보험의 현황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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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축성장과 급속한 고용구조 변화

지난 40년간 한국경제가 이룬 압축적 경제성장으로 고용구조도 급속하게 변했다.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1960년대까지도 농가경제활동인구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60퍼센트를 넘었지만, 근대화라는 기치 아래 이루어진 공업화로 농촌인구가 대거 산업도시로 이동하면서 현재는 농가경제활동인구는 전체의 6.6퍼센트, 농어업이 GDP에 기여하는 비중도 3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광공업의 중요성은 1970년대부터 그에 반비례하여 높아졌다. 1990년대부터 광공업 분야의 취업자 수는 정체되었지만 여전히 GDP 기여 비율이 30퍼센트에 가깝다. 1990년 이후의 시기는 서비스업 분야의 급속한 성장이 주된 특징을 이루었다. 취업자의 65퍼센트 정도가 넓은 의미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고, 서비스업이 GDP의 5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996년 OECD회원국가가 되었으나, 그 이후로도 계속 ‘선 성장, 후 분배’ 원칙을 고수해 왔다. 급격한 도시화와 고용구조의 변화가 초래한 문화적 충격과 부의 집중, 불평등 심화현상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경제성장에 상응하여 발전하지 못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직면한 1997년의 정치경제적 위기는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가하였다. 이를 계기로 부랴부랴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의 대상을 확대하거나 의무화하면서 형식적이나마 사회안전망을 갖추긴 했지만, 한국정부와 재계가 신자유주의의 핵심적 요소인 노동의 유연성, 즉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 불안정해졌다.

[그림2]는 한국의 급속한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만들어진 고용구조의 주요한 두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는 높은 비임금근로자의 비율이다. 비임금근로자는 대부분 자영업인과 그 가족 종사자들로 구성된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OECD 평균이 약 16퍼센트인데 비해 한국의 경우는 33퍼센트에 달한다. 2009년 2월 현재 자영업인 수는 555만 명 정도인데 이들 중 74퍼센트가 고용원이 하나도 없는 자영업인이다. 고용원이 있는 경우에도 대부분은 1~4인 미만에 해당한다. 또한 전체 자영업인 중 거의 90퍼센트가 종합소득이 2,400만 원 이하이다. 자영업의 소득파악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이러한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이들 사업의 영세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높은 비정규직노동자의 비율이다. 전체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한국의 경우 32퍼센트로, OECD 평균 16퍼센트에 비해 두 배 높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매우 보수적인 통계에 따라도 큰 차이가 나는데,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비정규직의 개념과 분류방식에 따르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소장은(2008) 정부쪽 분류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52퍼센트라고 주장한다.
이를 전체 취업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로 환산하면 약 36퍼센트에 해당된다. 비정규직의 개념과 분류방식 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OECD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파트타임이 비정규직의 다수를 점하지만, 우리나라는 시간제근로제(파트타임) 비중이 7.6퍼센트로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에서 한국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게 나오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서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사업주들이 임금을 삭감하고 퇴직금이나 사회 보험 등의 지원을 회피할 목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2007년에는 비정규직으로 2년간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속칭 비정규직 보호법이 제정되었으나, 사업주들은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해 버림으로써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비정규직 해고법’으로 그 의미를 바꾸어 버렸다. 최근에는 정부가 일자리 안정이란 미명아래 비정규직 고용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을 결정했는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규직을 줄이고 인턴을 늘리는’ 정책과 더불어 고용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영세자영업인과 비정규직의 높은 비율은 사회적 양극화와 함께 삶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97년 위기 이후에 하위와 상위 임금계층이 동시에 빠르게 증가하고 중간 계층이 줄어드는 U자형 고용시장 구조가 나타났는데, 하위 임금계층은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지했다(전 병유 외, 2007).

[표 1]은 전체 임금근로자 중 저임금근로자의 비율이 늘었으며, 동시에 이들 중 비정규직의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의 경우 약 19퍼센트가 저임금근로자에 속하는 반면, 비정규직은 38.3퍼센트로 정규직 저임금근로자의 2배 수준이었다. 또한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7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비임금근로자는 임금근로자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양극화가 진행되어, 전체 자영업인 중 42퍼센트가 저소득 취업자로 분류된다. 전체적으로 “저소득 취업자의 83.8퍼센트가 임시직·일용직·자영업인·무급가족종사자”로 구성된다.

신자유주의 체체의 폐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나름대로 문제의 심각성을 완화시켜주는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진행 중인 공황으로 야기될 실업과 빈곤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사회안전망의 개선이 시급하다. 이에 앞서 한국의 사회안전망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들을 간략하게 짚어 보겠다.

2. 부실한 사회안전망

고전파 경제학에서부터 시작해 한계효용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주류 경제학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 메커니즘이 완전고용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5퍼센트 이상의 실업률이 거의 상시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케인즈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다. 지난 30년 동안 몰아친 신자유주의 광풍도 실업과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서구의 국가들은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사회안전망 체제 자체는 대부분 유지한 채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의미하는 실업급여와 사회적 부조보다는 국가의 고용지원 역할을 의미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방점을 찍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였다.

우리나라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더불어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으로 이루어진 4대보험 체제를 확립하면서 형식적으로 사회안전망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행정편의주의를 제도시행의 우선적인 원칙으로 삼고, 소득파악이 쉬운 정규직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4대보험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로 인해 정작 사회적 도움이 더 절실한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들 대부분은 사회보험의 대상에서 오랫동안 제외되어 있었다.

건강보험은 1989년에, 국민연금은 1999년에 전 국민을 포괄하는 제도로, 고용보험은 지난 97년의 위기를 경험하면서 1998년에, 산재보험은 2000년에 각각 상시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적용되면서 전체 사업장을 포괄하는 제도로 확대되었으나 여전히 보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사회보험 가입률이 30퍼센트대 초반으로 정규직과 비교해 1/3수준이다. 이는 사회보험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편의주의에 입각해 원천징수가 쉬운 정규직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공공부조 제도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제도를 부정수급의 방지에 초점을 둬 운영하고, 엄격한 수급권자 선정기준을 적용해 소극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소생계비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 많은 사람들이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림3]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계층에 속하는 약 840만 명과 최저빈곤층 중 자산보유 기준을 넘어서는 비수급 빈곤층 및 차상위계층을 이루는 263만 명은 사회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대부분은 노동시장에서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성에 시달리고, 직업을 잃었을 때는 사회보험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도 전혀 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이외에도 사회안전망의 보장수준이 너무 낮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건강보험의 경우 2007년 현재 보험의 보장률이 64.6퍼센트, 법정본인부담률 21.9퍼센트, 비급여 본인부담률 13.5퍼센트로 선진국의 보장률 75~80퍼센트와 비교할 때 크게 뒤쳐져 있다(김 정희 외 2008). 국민연금의 경우도 시행한지가 오래되지 않았고 초기 가입률도 낮아 2006년 현재 공적연금 (공무원, 사학, 군인 연금 포함) 수급자의 비율이 16.4퍼센트 수준이다. 앞으로 수급자의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사회보험으로서의 중요성이 더 커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노령자를 위한 안전망으로는 미흡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소득대체율이 60퍼센트로 설계되었지만, 앞으로 50퍼센트로 낮춘 후, 다시 40퍼센트로까지 낮출 계획이어서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연금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김 성숙 외, 2007).

한국의 미흡한 사회안전망 체제는 사회복지예산의 규모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림4]는 상단부터 스웨덴, OECD평균, 일본, 미국, 한국의 순서로 GDP대비 사회복지예산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과 비교하면 무려 1/5 수준밖에 되지 않고, OECD평균이나 일본, 미국과 비교해도 1/3미만 정도다. 1인당 사회복지 예산으로 따지면 OECD평균의 1/4에도 못 미친다. 사회복지에 투입되는 예산도 대부분 4대 보험의 기금에서 나가는 것이여서 정부의 일반예산에서 지출되는 사회복지비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턱없이 미흡하다.

우리의 주된 관심사인 고용보험제는 전반적으로 부실한 사회안전망의 한 부분으로서 여러 가지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용보험의 특성과 한계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3. 현행 고용보험제도의 특징

한국에서는 1995년 7월 1일자로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시행 직후인 1997년에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미흡하지만 적시에 제도를 활용할 수 있었다. 위기를 겪으면서 처음에 적용대상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1998년 1월 1일부터는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같은 해 3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99년 10월 1일부터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고용보험이 4대 보험 중 가장 늦게 시행되었지만, 경제위기를 계기로 1964년에 시작된 산재보험보다 2년 먼저 1인 이상 상시근로자가 있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실시되었다.

2001년에는 고용보험을 통해 모성보호급여 (육아 휴직, 산전후 휴가급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일용근로자, 60세 이후의 신규고용자, 시간제근로자, 국가와 지자체가 실시하는 공공근로종사자, 연근해 어선원, 일부 외국인근로자”에게까지 적용대상이 확대되었다. 이직 전 18개월 180일 이상 피보험자 자격을 유지한 임금근로자는 구직급여 (또는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가입을 희망하는 영세자영업인 (5인 미만의 사업주)가 “직업능력개발사업에 해당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이 승렬 2007).

고용보험은 실업급여와 고용안정사업 및 직업능력개발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사업은 [표3]에서 알 수 있듯이 피보험자에게 별도의 보험료를 부과하고 분리되어 운영된다. 현재 피보험 노동자는 임금총액의 0.4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고 이에 상응하는 액수를 사업주가 부담하여 실업급여 기금을 확충하고 있다.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사업주가 전액부담하고, 보험료는 사업장의 크기에 따라 0.25~0.85퍼센트까지 차등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한국의 고용보험이 형식적으로는 모든 노동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관리되고 있는 사람은 56.8퍼센트에 불과하다([표2] 참조). 비임금근로자까지 포함한 전체 근로자 중 가입한 사람의 비율은 약 38퍼센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업자 중 실업급여 (구직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의 비중은 2000년 10.5퍼센트에서 2006년 31.7퍼센트, 2008년에는 39.8퍼센트로 꾸준히 증가하였으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낮은 수준이다(노동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실업급여와 실업부조 제도를 병행하고 있어 수혜율이 60퍼센트를 넘고 있다. 미국은 실업부조 없이 실업보험제도만 운영하고 있어 수혜율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실업부조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해 많은 피보험자들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들과는 달리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자발적 이직자와 본인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이직자에게는 실업급여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발적 이직사유로 실업자가 되어도 일정기간 지급유예기간을 설정한 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표4] 참조). 취업 의지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 이직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실업기간 동안에 생계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피보험자에게 떠넘기고 정부와 보험기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문제는 소정급여기간이 짧고 임금 대체율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다. 임금 대체율은 이직 전 임금의 50퍼센트로, 미국과는 동일하나 일본의 60~80퍼센트, 독일의 67퍼센트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총액 임금대체율로 따지면 이보다 훨씬 낮은 28.7퍼센트에 불과해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하기에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실업보험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는 문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너무 작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현재 고용보험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인 실업급여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인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통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업부조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의 일반재정에서 충당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대부분 사업주와 피고용자들이 부담하는 보험금에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이면서도 관리운영에 피보험자들의 참여를 극히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모순적 태도로 인해 일부에서는 적극적 노동정책과 소극적 노동정책을 제도적으로 분리하여 전자는 정부가 일반재정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여 운영하고 후자는 순수 보험제도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유 길상 2005).

고용보험 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지적해야 할 사항이다. 지난 10년간 고용안정센터를 전국적으로 설립하고, 노동시장정보 시스템 Work-Net을 개설하는 등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프라만 갖추었을 뿐 고용서비스 질 개선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고용보험 전달체계와 고용서비스가 낙후되어 있고, 관련 서비스 간 연계도 아직 충분치 않다. 선진국에서 대부분 운용되고 있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원스톱 서비스는 소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체제로서 사회보장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이다.

즉 생계지원, 직업상담, 직업훈련, 고용보조금을 모두 하나의 틀 안에 포괄하고 있다. 이 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인프라의 구축과 더불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채용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이 분야를 등한시 했다. 사회복지 지출도 워낙 적고, 복지정책에 대한 의지도 강하지 않기 때문에 진보진영에서 강력히 요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더디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일부 공무원들의 장애인 복지비 유용 사태는 이러한 복지인프라의 부실과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용의 부재 속에 예산만 책정하여 지출해 버리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복지 개념이 낳은 결과이다.

지금까지는 현행 고용보험 제도가 피보험자에게 주는 혜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주로 지적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현 제도가 포괄하고 있는 대상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림5]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고용보험에 가입여부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겨우 40퍼센트 정도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피보험자의 대부분은 5인 이상의 사업장의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6.4퍼센트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의 27.4퍼센트는 가입하지 않고 있고,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8.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주와 그 가족종사자들은 아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다.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는 고용의 불안정성이 상대적으로 큰 영세자영업인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고용보험의 포괄대상과 관련된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점은 현재의 ‘실업’ 개념이 많은 수의 실질적인 실업자를 범주 안에 포함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2월 현재의 공식적 실업자 수는 92만 4,000명으로 경제활동인구 대비 3.9퍼센트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때의 실업개념은 직업이 없는 사람들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만을 경제활동인구에 포함시키고, 취업준비자, 진학준비나 군입대 대기자 등 이행기에 놓인 사람들, 넓은 의미의 구직 단념자를 포괄하는 쉬었음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여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있다.

[그림6]은 미국의 실업자 분류범주인 6단계 확대 실업자 개념을 응용하여 한국의 통계청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실업자수를 그래프로 표현해 보았다. U1에서 U6까지 각각의 개념이 미국 노동부에서 정의하는 것과는 달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장 넓은 개념은 U6의 경우 미국과 비교해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U6가 453만 7,000명으로서 실업률은 약 17퍼센트가 된다. 미국의 U6실업률 14.8퍼센트보다 높으며, 공식실업률 3.9퍼센트의 4배 이상이 된다.

미국에서처럼 주 36시간 미만의 취업인구 중 추가 노동을 원하는 사람으로 불안전취업자를 제한하더라도 실업률은 15.4퍼센트에 이르고, 주 18시간 미만의 불안전 취업자 100만 명을 아예 제외한 경우인 U5에 해당하는 실업자 수도 352만 9,000명으로 실업률은 13.5퍼센트에 이른다. 공식적인 실업률에 포함해야 하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이들은 고용보험의 피보험자 자격을 아예 가지지 못하는데다가, 한국에는 실업부조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실업통계와 관련되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특징은 청년실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7]은 연령대별 실업자 수와 실업률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으로 15~29세 청년층의 공식 실업률은 전체 공식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 8.7퍼센트에 달한다. 공식실업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쉬었음과 진학준비, 취업준비’도 대부분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어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청년실업 문제는 공식 실업통계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실정이다.

고용보험제도는 앞서 언급한대로 고용의 촉진과 안정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과 실업급여와 부조를 통해 실업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도와주는 소극적인 노동정책을 통합하고 있다. 한국의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두 가지 노동시장정책 모두 부실하여, 대량의 실업자군과 미흡한 사회안전망을 그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고용보험이 고용을 촉진하고 실업자를 부조하는 제도로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지금까지 살펴본 한국의 고용구조와 실업의 특성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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