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2.18 10:05

고용대란 시대,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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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가 장기불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각 나라의 최대 경제 이슈는 단연 고용안정 대책이다. 이미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경기침체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경우(그림1 Scenario 3 실업률 참고), 2007년 대비 최대 5,0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세계적으로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형편이다(ILO, "Global Employment Trends", 2009.1). 지구상에 우리나라 국민 수 이상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용사정 역시 이런 추세를 피해갈 수 없다. 2009년 1월 일찌감치 취업자 수가 10만 명 이상 줄어들어 ‘마이너스 고용시대’로 추락하였다.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그 폭이 더 커질 것이다. 그 동안 4대강 정비 사업으로 5년 간 90만 명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식의 낙관적 전망을 고집해왔던 정부조차도 -2퍼센트 성장에 -20만 명 취업자를 예측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IMF가 전망한 한국경제 성장률 -4퍼센트를 가정하면, 최소 -30만 명 수준으로 고용이 추락할 것이 확실하며, 그 이상 성장률 추락마저 배제할 수 없는 마당에 취업자 수 감소는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1월 현재 공식 실업자 수가 84만 명이니 실업자 120만 명 이상 추락은 거의 확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고용사정 더 악화시켜

이 같은 세계적인 고용대란을 앞두고 각국 정부는 고용보호와 유지를 위한 각종 대책과 추가 일자리 창출대책을 세우느라 부심하고 있다. 신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30일, 부시 행정부에서 약화된 노동조합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연방정부 계약업체들을 상대로 노조탄압 금지, 단체교섭권 공지, 계약업체 교체시 고용승계 등을 명시한 3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경향신문> 2009.2.2).

노조를 탄압하는 계약업체들에 정부 예산이 유입되는 것을 금하고, 연방정부 계약업체로 하여금 직원들에게 노동관계법에 따른 단체교섭권 공지를 의무화하도록 하며, 연방정부의 계약업체가 바뀔 경우 고용승계를 의무화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미국조차도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기 보다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함으로써 고용유지를 꾀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임금 삭감정책을 고용정책이라고 내놓으며 임금을 삭감한 기업에 세제지원을 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비정규직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최저임금법이 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면서 최저임금을 낮추는 시도마저 강행 하려고 한다.

이들 정책이 고용유지와 확대에 기여할지 의문시 되는 것은 물론, 경제 불황을 핑계로 기업들이 자행할 무분별한 노동자 피해 전가를 정부가 앞장서 조장하고 여기에 인센티브를 부여해주는 꼴이다. 반면 고용과 임금 유지를 위해 부단히 애쓰는 선의의 중소기업들에는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단순한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넘어 조속한 경기회복 차원에서 보더라도, 최저임금 삭감이나 비정규직 기간 연장은 내수기반을 약화시켜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을 유지하는 정책은 구매력이 뒷받침된 수요를 확대하는 효과’적인 차원에서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런 점에서 타당성이 높다(전병유, “최근의 고용위기와 고용정책 방향 모색”, 한국노동연구원, 2009.2).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정규직 기간 제한 완화와는 정반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용유지 지원금을 비정규직 해고방지에 우선 적용’하는 정책이 지금 당장 도입되어야 한다.

고용보험기금 적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까

마이너스 고용시대로 진입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들이 신청하는 실업급여액은 뛰고 있고,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들이 신청하는 고용유지 지원금 역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실업급여 신청자가 2008년 1월 9만 4,000명에서 1년 뒤인 2009년 1월에는 12만 7,000명으로 늘어났다. 경기침체에 따라 비자발적 실업자가 늘고 실업급여 신청률 역시 예년의 50퍼센트 수준에서 84퍼센트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업들의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 건수가 2008년 1월 418건에서 2009년 1월에는 무려 3,874건으로 폭증해, 9배 이상 증가했다. 해당 기업에서 지원금을 받을 노동자들도 같은 기간 4,000명에서 3만 2,000명으로 늘었다(노동부 보도자료, “1월 실업급여 신규신청자 및 지급액 급증”, 2009.2).

문제는 고용불안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통상 고용사정 악화가 경기 침체보다 3~6개월 정도 늦게 나타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심각한 고용불안은 올해 중,후반기로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노동부가 구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나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에 지급하는 고용유지 지원금은 실상 국가 재정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와 고용주가 분담하는 ‘고용보험 기금’을 노동부가 임의로 집행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고용보험기금은 2006년 기준으로 매년 연단위로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약 8,000억 원 정도 적자 손실이 잠정 집계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아직 적립된 고용보험 기금이 약 7조 9,0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향후 2년 간 지금 상황(적자)이 지속되어도 고용보험기금이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머니투데이> 이영희 노동부 장관 기자간담회 주장, 2008.2.13).

노동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24일 주요업무 계획을 보고하면서 총 5조 4,000억 원 이상을 투입하여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노동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노사관계 대책”, 2008.12). 해당 금액의 대부분이 노동부 자체 예산이라기보다는 노동부 재원과 관계없는 고용보험기금임은 물론이다. 노동부는 여기서 고용유지 지원금 583억 원을 포함해 실업급여를 위한 재원 3조 3,000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미 1월 한 달에만 고용유지 지원금이 92억 원이 지급되었고, 실업급여 역시 계속 늘어만 간다. 정부가 당초 성장 전망치 3퍼센트, 고용전망치 10만 명을 기준으로 고용보험기금 약 1조 적자를 예상했는데, 이런 상태라면 실제로는 그 두 배를 훨씬 넘는 적자가 예상된다.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상황이 아니다.

반쪽짜리 고용보험제 말고, 80퍼센트 노동자가 받을 고용보험 필요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데 있다. 노동부가 자기 재원도 아니고 노동자와 고용주가 적립해왔던 고용보험기금을 마치 자신의 자금인 것처럼 생색을 내며 고용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나마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우선 현재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용보험에 가입된 약 940만 노동자이다(2008년 12월 상시근로자 기준으로 938만 5,000명. 한국고용정보원, “2008년 12월 고용보험 통계 현황”, 2009.1). 물론 처음 실시되었던 1995년 400만 명 수준에 비하면 14년 동안 두 배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완만하기 그지없다. 현재 통계청에서 발표한 노동자 수가 약 1,6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노동자의 6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자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취업자 인구는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약 2,40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취업준비생(60만 명)과 ‘그냥 쉬었음’인구(170만 명)까지를 합치면 2,600만 명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고용보험 이외에 고용 관련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사실상 고용보험의 혜택을 입어야할 인구가 줄잡아 2,600만 명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본다면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고용불안의 위험범위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잠재적 대상자인 2,600만 명의 36퍼센트만이 고용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반쪽짜리 고용보험도 안 되는 셈이다. 일용노동자를 포함한 수백만 노동자들, 자영업자들, 그리고 취업준비생 등은 아예 실업급여나 고용유지 지원금 대상에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다시 확인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고용보험 이외에 이렇다 할 고용안정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용보험이라는 제한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그나마 1/3에 불과하다는 것이 냉정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 정도 수준의 고용안정 장치를 가지고서 앞으로 다가올 외환위기 이상의 고용대란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1/3이 아니라 80퍼센트 이상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준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실시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국가적 수준에서 통상 알려진 4대 보험제도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그리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그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거의 전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발전해 왔고, 나름대로 저소득층이 좀 더 수혜를 받을 수 있게 소득 재분배 효과를 늘리며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용보험은 그렇지 않다. 고용에 이해관계를 가진 국민의 1/3 정도만이 고용보험이라는 사회적 장치 안에 들어와 있을 뿐이다. 그런데 경기 불황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못지않게 고용안정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요구는 더욱 절박하게 커져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보험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준하는 수준으로까지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확대시키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다. 우선 현재 임의가입방식으로 되어 있는 일용, 건설 노동자 등 노동자 적용 폭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확대되어 가고 있는 자영업인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나아가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을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과제는 기금 재원마련이다. 특히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인이나 취업을 아직 하지도 못한 청년 취업준비생에게 고용보험 납부를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고용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취업 문제를 넘어서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적인 책임 영역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노동은 국민의 권리이며, 국가는 국민이 노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서 고용보험 기금에 출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고용보험기금을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금융기관들을 위한 채권안정 펀드나 은행자금확충펀드에는 10조, 20조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고용안정을 위한 기금에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비정상적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임의가입 방식으로 자영업인 고용보험가입을 추진하겠다는 식의 소극적 방식을 폐기하고 즉시 자영업인 대부분을 포괄하는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최소 3년간 보험료 납입을 유예시켜야 한다(정부는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해 실업금여 임의가입을 올 하반기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노동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노사관계 대책”, 2008.12). 그 대신 해당 비용을 정부가 출연해야 한다. 또한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을 전액 충당해야 한다.

고용의 사회적 책임성을 감안해, 비교적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도 내부 고용확대를 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신 고용보험기금에 일정 금액을 출연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고용보험 기금 운용위원회를 설치해야

고용보험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의 고용보험기금 출연을 상설화하는 고용보험제도를 개혁한다면 당연히 기금운용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금액이 제때에 지급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노동부가 돈 한 푼 내지 않고 기금운용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정상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별도의 기금운용위원회를 설치해서 경제 불황으로 인한 실업대책과 고용유지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를 조기에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고용이 가장 중요한 경제 이슈가 되어야 한다. 고용안정의 두 가지 축은 ▲ 기존의 고용을 유지하고 실업 대책을 세우는 것이며, ▲ 새로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고용유지 지원과 실업급여 지급 등은 당장 신속히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이 문제 해결의 가장 유력한 정책적 수단이 바로 고용보험이다.

최저임금 삭감, 통상임금 삭감, 비정규직 기간 연장과 같은 고용악화 정책을 버젓이 고용안정대책이라고 내놓을 때가 아니다. 1년 이상 장기화될 고용불안 국면 앞에서 1년 미만짜리 청년 인턴제로 연말에 고용 상황을 더 악화시킬 국면도 아니다. 적자행진을 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을 쓰는 것인데도 마치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고용안정에 투입하고 있는 것처럼 과시할 상황도 아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시급히 도입해서 고용대란을 막을 한 축을 서둘러 준비하자. 그리고 토목 건설 같은 백색 시멘트 뉴딜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분야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준비하여 또 다른 방어 축을 병행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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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1.29 14:30
최근 고용 동향과 2009년 실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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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고용 동향

‘고용의 역성장’이 시작되다
신규취업자 규모가 지난해 12월 들어 전년 동월대비 1만 2,000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의 지표로서 이른바 ‘고용의 역성장’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12월의 공식 실업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0.2퍼센트p 상승한 3.3퍼센트에 불과해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지만, 새사연이 집계한 실질실업률은 이미 10퍼센트를 넘어 약 12퍼센트에 도달했다. 이는 15세 이상 인구 100명 가운데 약 10명이 실업 또는 유사실업의 상태에 빠졌으며 그 수가 사상 최초로 300만 명을 돌파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정규 노동시간보다 덜 일하고 있는 취업자(36시간 미만 단시간노동자) 중 추가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불완전취업자’를 여기에 포함시키면 350만 명을 넘어선다.
고용 사정이 얼마나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지는 고용률의 변화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15세 이상 생산 가능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2008년 12월에 58.4퍼센트를 기록해서 11월에 비해 한 달 동안 1.5퍼센트p나 하락했다.

현실화하고 있는 실업 대란
문제는 고용 사정이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경제지표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문이라도 상승 추세에 있다면 그 곳에 희망을 걸어 보겠으나 현 국면은 이런 예측이 끼어들 여지마저 없다.
지난해 4분기 실질GDP 성장률을 보면 경제침체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실질GDP 성장률은 3분기에 0.5퍼센트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5.6퍼센트(이상 전기대비, 계절조정계열)를 나타내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 -7.8퍼센트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4분기 GDP 성장률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특히 설비투자와 수출이었다(각각 전기대비 -16.1퍼센트, -11.9퍼센트). 이는 한국경제의 침체가 금융에서 대외부문으로 전이되는 2단계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 및 자본시장은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거의 동시적으로 경색 국면에 들어선 바 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2차적으로 세계의 실물부문 침체가 수출입의 격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어 3단계는 내수 경제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예상된다. 투자와 수출 부진이 소비 부진으로 이미 전파된 상태에서 이제 소비 부진이 고용 악화와 상호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가속도가 붙게 되면 전 산업과 부문에서 취업자가 감소하는 완벽한 실업대란 국면이 된다. 2단계의 심리적 기점을 취업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마이너스 고용’으로 삼는다면, 3단계는 ‘실업자 150만’ 또는 ‘유사 실업자 400만’을 심리적 기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내수부문, 하위 계층 취업자부터 충격 시작
지난해 12월 취업자가 가장 크게 하락한 산업으로 제조업, 건설업과 도소매업 및 개인서비스업 등이 꼽힌다. 먼저 제조업의 경우 앞서 한국경제의 위기 전파 경로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경제의 침체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제조업을 제외하면 취업자 하락폭이 큰 산업들은 모두 고용 효과가 큰 내수관련 산업임을 알 수 있다. 내수 산업은 실물 생산의 침체보다 고용 침체가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환란 이후 경제 구조가 낳은 내수 산업의 ‘과잉 고용’과 경제 전반의 ‘고용 유연화’ 문제가 있다. 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손쉽게 조정하기 쉬운 취약 계층에 대해 사전적으로 고용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직업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전문가와 사무 종사자만 소폭 증가했고 서비스·판매종사자와 기능·기계·조립·단순노무 종사자가 크게 하락했다. 또한 자영업주와 임시·일용직의 취업자 감소도 계속 지속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수출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해 왔던 최근 수년간은 상용직 노동자의 증가가 이들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를 일정 부분 보충해 주었으나 -필자 주: 정부 공식 통계상의 상용직 구분은 비정규직을 대거 포함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함- 지난해에는 상용직 노동자의 증가세마저 둔화되면서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2. 환란의 추억, 실업의 기억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실업률이 최고 7.8퍼센트까지 치솟아 실업자가 15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고용사정은 더욱 심각했는데 구조조정 등으로 취업자가 갑자기 128만 명이나 감소했고 사회에 새롭게 진출하는 약 50만 명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당시의 고용충격은 이후에 어떤 구조적 특징을 낳았을까? 실업대란을 앞둔 2009년의 전망에 앞서 환란이 만들어 놓은 구조적 특징을 짚어 봄으로써 시사점을 찾아보기로 하자.

첫째, 고용-구매력 사이 ‘악순환의 연관’ 형성
고용 충격은 소득 불평등과 ‘악순환의 연관’을 형성함으로써 저성장과 저고용의 구조를 낳았다. 충격이 해소된 이후에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가계의 구매력과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고용 효과가 큰 내수와 투자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일자리의 차별 구조 고착
주력 성장 부문(대기업과 공기업, 수출, 제조업 부문)의 고용방출은 ‘일자리의 차별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이들 부문은 환란 당시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선도했다. ‘효율화’를 명분으로 전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고용 비중을 급격히 떨어뜨린 것이다. 이 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으로 흘러간 고용은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 든 다음에도 주력 부문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대규모 하층 일자리’로 고착된다.

셋째,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개인 전가
이른바 ‘지식노동자’가 강조되면서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여기에 투여되는 비용이 개인과 가계에 전가되는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교육, 의료, 주거(부동산)와 사회보험 등은 개인과 가계가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하기도 하지만, 양질의 노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른바 지식기반경제 시대에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에게도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와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아 왔고 오롯이 개인과 가계에 전가되고 있다.

이상의 특징들은 비가역적으로 구조화되면서 현재의 고용 구조를 규정짓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환란을 극복했다는 자부심 뒤로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것이다. 당장 실업대란에 대비하는 것 못지않게 위기가 지난 후에 지난날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3. 2009년 전망 : 남아 있는 악재들

남아있는 악재 1 : 구조 조정
2009년 상반기에 고용 사정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들의 본격적인 인력 조정에 있다. 2008년에 중소 제조업, 영세 서비스업 그리고 비정규직 등 한계상황에 있던 부문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고용 악화는 2009년에는 정부와 기업들이 주도하는 인위적인 인력조정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180만의 건설업과 20만의 조선업을 필두로 두 자리 수 수출 격감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400만의 제조업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들 산업들은 전방효과, 즉 생산유발효과가 큰 산업들이기 때문에 전방에 위치해 있는 운수, 통신, 금융업과 사업자서비스업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이 만들어 내는 후폭풍인 셈이다.

남아 있는 악재 2 : 거품 붕괴
통계청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가장 최근의 경기순환기를 기준으로 하면 하강기의 고점과 저점 사이의 기간은 28개월이다. (제6순환기 고점 2002년 12월 - 저점 2005년 4월) 경기의 침체(recession) 기간이 2년 4개월 정도라는 것이다. 참고로 외환위기 당시의 경기 수축기간은 2년 5개월이었다. (제4순환기 고점 1996년 3월 - 저점 1998년 8월) 그렇다면 2008년 1월에 고점이 형성되었으므로 최소한 2010년 2/4분기는 되어야 저점에서 반등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03년과 2004년의 제6순환기가 신용카드와 벤처산업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맞이했던 순환기라는 점이다. 금융거품의 성격을 강하게 반영하는 제6순환기는 다른 순환기보다 최소 1년에서 1년 6개월 이상 수축기가 길었다.
한국경제에서 부동산과 금융상품 투자자산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이나 이번 위기가 급격한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예컨대 부동산 가격의 경착륙으로 나타날 경우 한국경제는 더욱 긴 침체로 빠지게 될 것이다.

남아 있는 악재 3 : 잘못된 경제 예측과 정책 실패
정부는 지난해 2009년 경제성장률을 4퍼센트로 가정하고 국가 예산을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연말에 한국은행이 2009년 실질GDP 성장률을 2퍼센트로 낮춰 잡았고 올해 들어서자마자 연일 대내외 경제연구소들이 이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최근에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퍼센트에서 0.7퍼센트로 낮추어 잡았다. 정부도 곧바로 성장률 목표치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애초 설정한 성장률 목표치 3퍼센트를 (이 중 1퍼센트는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 수정한다는 뜻이다.
현 시기 정부의 잘못된 경제 예측이 가져올 파장으로는 첫째, 현실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정부정책의 신뢰성 상실, 둘째, 세수 차질 발생으로 인한 재정운용의 혼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성장률을 올리는 것에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둔다는 사실 그 자체다.
현재 국면은 세계경제 구조가 흔들리는 시기인 관계로 성장률을 전망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맞춘다 하더라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 제고에 정책 목표를 두게 되면 거품을 유지하는 데에 정책수단을 소모하고, 효과가 불확실한 각종 신성장 산업에 재원을 낭비하며 감세와 같이 회복할 수 없는 재정지출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과 불완전 취업자, 비경제활동인구 등 고용의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되고 또한 더욱 소외될 우려가 있다.

4. 맺음말 : 실업자 전망

앞서 밝힌 대로 외환위기 당시 공식 실업자 수는 150만 명에 달했다. 한 해 동안 약 90만 명이 증가한 결과다. 2009년에도 과연 이만큼 실업자가 증가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하고도 더 중요한 사실은 고용 사정이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이번 위기가 세계적 규모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환란 당시가 다른 점은 당시는 한국경제가 대외 경제의 호조건을 발판으로 비교적 빠른 기간인 1년여 만에 경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둘째, 통상적인 경기순환이 깨져 버려 이를 복구하는 데 시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금융 거품의 붕괴는 침체 기간이 길다는 경험적 사실에 더해 현 위기가 외부로부터 시작된 탓에 불확실성이 대단히 높아져 있음을 고려한 판단이다.
셋째, 퇴출된 고용을 흡수할 비상구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란 당시 제조 대기업에서 구조조정된 인력은 영세 서비스업, 농림어업, 사업서비스업 등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부문 등으로 흡수됐다. 그러나 이들 부문의 일자리가 대단히 열악해진 상태에 있기 때문에 현재 여력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실업자 수는 조금씩, 장기간에 걸쳐 계속 확대될 수 있다. 국책연구소인 한국노동연구원은 2009년 경제성장률을 1.0퍼센트로 보고 취업자가 5만 3,000명 감소하고 실업자 수는 25만 명이 증가한 91만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연평균). 그러나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으로 보인다. 최근 추세로 보았을 때 2009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점차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현재 73만 7,000명인 공식 실업자 수는 2009년 1분기에 85만 명 수준에 도달한 뒤 올해 안에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유사 실업자도 4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이제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실업자 급증과 실업대란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게다가 백번 양보해서 경기가 반등한다 해도 고용이 회복되는 데는 훨씬 더 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유사)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실업기금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하자. 예컨대 고용보험기금의 2009년 실업급여사업 계정은 전체 기금의 10퍼센트에 육박하는 8,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계획 기준). 지출을 약 3조 5,000억 원으로 잡은 데 따른 것이다. 과연 이 정도로 실업급여기금이 충분할까? 답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따라서 기금 출자 규모와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일단 장기전에 대비할 비축 식량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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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12.03 10:31

“도전하라구? 그런데 어디에 할까요?”

12월 첫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주제는 청년실업 문제였다. 대통령이 제안하는 해법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청년이여, 도전하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냉난방 잘 되는” 사무실보다는 현장에서, “좋은 직장”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그리고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모색하라고 제안한다. 덧붙여 고용지원센터, 청년인턴제, 신용회복프로그램, 해외 워킹홀리데이 등 정부가 펼치는 갖가지 제도를 소개하며 정부의 노력을 피력하고 있으나,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니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하자.

대통령이 갖고 있는 청년실업의 해법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청년실업자들이 공감했을까? 해결책을 개인의 ‘도전정신’으로 돌리는 현실 인식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자칫 실업의 책임을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년들은 과도할 정도로 학업과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으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더구나 청년실업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선진국이 더 심각하다는 대통령 자신의 인식과 배치되고 있지 않은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그것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실업 국제비교 평가 ‘한국은 평균 이하’

또한 선진국의 청년실업이 한국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도 사실과 반드시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7퍼센트대로 10퍼센트를 넘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낮은 것은 맞지만, 이 수치만 가지고 한국의 청년실업의 심각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덜하다고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첫째, 비교 연령층에 차이가 있다. OECD가 국제비교를 할 때 청년층이라 함은 15~24세를 말하지만, 한국은 의무복무제도로 인해 사회진출 연령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서 15~29세를 청년층으로 분류해서 통계를 구한다. 만약 한국과 선진국을 직접 비교하고자 한다면 같은 연령대인 15~24세의 실업률을 비교해야 할 테고, 이 경우 2006년 기준으로 한국 청년실업률은 10.0퍼센트로 훨씬 높아진다.

둘째, 보다 중요한 문제는 한국의 청년들은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이른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실업률의 비교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는 고용률(=취업자/청년인구)로 비교하는 게 보다 현실에 부합하는 데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OECD 평균보다 상당히 안 좋은 수치를 나타낸다. 15~24세 인구 중에서 취업자의 비중은 불과 27.2퍼센트로 비교대상 국가 29개국 가운데 22위이다.

                              [그림1] OECD 국가별 청년 실업률 비교(%)


* 주: 2006년 기준 전체 29개국 중 11위 (데이터가 없는 룩셈부르크 제외), 출처: OECD Employment Outlook 2007.


                                [그림2] OECD 국가 청년 고용률 비교(15~24세, %)

* 주: 2006년 기준 29개국 가운데 22위 (데이터가 없는 룩셈부르크 제외), 출처: OECD Employment Outlook 2007.

벨기에, 쿼터제로 ‘5만 명’ 신규고용 창출

익히 알려져 있듯, 한국의 청년실업은 특수성을 갖는다. 많은 청년들이 구직에 나서기 보다는 먼저 취업준비에 매달리거나 아예 구직을 단념하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의 규모는 실업자 인구와 엇비슷하거나 능가한다. 실제로 이들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무려 20퍼센트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를 공식실업률과 비교한다면 OECD 국가들 가운데 약 22위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이고 벨기에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벨기에는 고용률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약 27퍼센트 비중이다. 그래서인지 벨기에의 ‘로제타 계획(Rosetta Plan)’에 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청년층 실업정책을 수립할 때 자주 교훈으로 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로제타 계획은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대단히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포괄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이전에 실행했던 실업대책 방안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계획은 이전과 달리, 청년층 실업의 책임을 상당부분 산업계와 정부가 나눠 청년들과 정부, 그리고 업계가 청년층 실업의 책임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그 책임을 공유하는 한 가지 실천 방안으로 50인 이상의 기업들에 대해 전체 피고용자의 3퍼센트를 청년층으로 신규 채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른바 쿼터제인 셈이다. 기업들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반대를 표하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시행한 첫 해에는 목표치를 훨씬 넘는 약 5만 건의 신규채용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어난 바 있다.

다가올 고용대란 국면, 할당제를 시행하자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아니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첫째, 차별을 없애라. 둘째, 생계비를 보장하라. 셋째, 자기계발의 기회, 혹은 훈련을 제공하라. 청년들이 ‘도전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언급한 세 가지가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청년들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삶이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를 무릅쓸 수 없다는 의미일 뿐이다.

내년 고용상황은 청년실업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한가하게 들릴 정도로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을 것이다. 자영업인들로부터 시작된 ‘아래로부터의 붕괴’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어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도산이 시작되고, 재벌들의 인력 구조조정으로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IMF 외환위기 때처럼 또다시 고용조정의 결과가 청년고용의 어려움으로 고통이 전가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청년고용은 ‘학교 → 일’로 이행되는 과정의 하나이므로 최초 진입이 늦어지면 장기실업에 빠질 경향이 대단히 높아진다. 한번 때를 놓치면 다른 연령대와는 달리 장기화될 가능성 또한 크다.

현재로서는 청년실업의 대책을 한가하게 ‘고용지원센터’ 등과 같은 곳에 맡겨둘 때가 아니다. 벨기에와 같은 ‘쿼터제’도 아닌 ‘할당제’를 실시해야 할 때이다. 먼저 청년 신규채용 목표 규모를 미리 정하고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 공공부문 등의 사업장을 골라 기업규모에 따라 할당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이 청년 채용을 빌미로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경영부담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혹은 조건부로 청년을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이미 청년층의 취업자는 2003년 이후 계속 줄어들었고 여기에는 대기업, 공기업 등 매출 상위 기업들이 무경험자 채용을 꺼려 온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 기업과 공공부문은 마땅히 청년실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림3] 청년층(15~24세) 최근 고용 추이

* 출처: 통계청 KOSIS Database.


이상동/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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