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지금은 다소 기억이 희미해졌을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2년이 채 안 되는 2011년 8월의 일이다.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재점화되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추락하려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5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미국의 유명 투자자 워렌 버핏이 세금을 더 내게 해 달라고 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이른바 ‘버핏세’라고 하는 증세 논쟁을 촉발시키면서 그때까지의 단선적인 재정긴축 논쟁 틀을 깨 버렸다.

버핏은 한 해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 대해 즉각 세금을 올리고, 1천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으로 세금을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재정긴축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환영했다. 미국 시민의 95%가 지지했다. 그렇게 부자가 제안한 부자증세는 순식간에 뜨거운 공감대를 넓혀 갔다. 이듬해인 2012년 5월 부자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같은해 12월20일, 프랑스 의회는 연간 100만유로(약 14억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대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유럽에서 부자증세가 입법으로 확정돼 갔다.

어렵게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앞을 가로막은 가장 시급한 장애는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증세를 주장하는 오바마와 감세와 긴축을 주장하는 공화당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를 넘기기는 했지만 올해 1월1일, 미국 하원은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부자증세·상속세율 인상, 실업급여 연장 등이 담긴 협상안을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의회도 부분적인 부자증세 입법화에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증세에 대해 “제가 서명할 법안에 따르면 2%의 최고 부자 미국인들은 세금이 늘어나지만 중산층의 세금증가는 막았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부부합산 연소득이 45만달러(약 4억7천만원) 이상의 소득세와 자본 이득세에 대해 각각 기존 35%에서 39.6%, 15%에서 20%로 증세가 실시되고 상속세와 급여세에 대해서도 약간의 증세가 이뤄졌다.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지만 어쨌든 북미에서도 증세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우여곡절 끝에 부자증세가 속속 입법화되는 상황에서 태평양 넘어 우리나라는 어떤가. 버핏세 논쟁이 개시되던 2011년 하반기부터 한국에서도 추가적인 감세행진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부자증세가 활발하게 검토된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 와중에서 우리나라 국회도 2012년 연말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언론들은 이를 부자증세라고 불렀다.

내역을 보면, 대략 소득세 특별공제 감면한도(2천500만원) 제도 도입과 법인세 최저한 세율 인상 등의 간접적인 증세요소들이 포함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법 개정으로 더 걷힐 세금은 올해 4천460억원, 내년 1조3천171억원을 포함해 5년간 1조9천456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국회에 보고된 이명박 정부 4년간 감세규모가 약 63조8천억원이었던 것을 기억해 보라. 5년간 고작 2조원에도 못 미치는 증세를 부자증세라고 할 수 있을까.

박근혜 당선자는 소득세와 법인세에서의 부자증세를 극구 반대하면서 대신 금융부문에서 증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 금융부문 증세는 실제로 어떻게 됐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기존의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확대하면서 약 2천억원의 증세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범위도 다소 넓혔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현물주식이 아닌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은 무산됐다. 국경을 넘는 금융거래에 대한 토빈세 도입도 언급이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부자증세는 제대로 흉내도 못 낸 채 다시 해가 바뀌게 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부자증세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녹아들어 있다. 당장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충당할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장기화되는 불황국면에서 재정지출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재정수지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이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이라는 잘못된 분배구조를 완화하는 정부의 적극적 재분배 정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조직적으로 강행해 온 감세정책을 바로잡는 일이다. 박근혜 당선자 말대로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1.14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최근 일본 민주당은 상속세(50%)와 소득세(40%) 최고세율을 각각 5%p 인상하겠다는 부자증세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올랑드는 100만 유로 초과소득에 대해서는 75%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지난 주 끝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20 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따라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에서 39.6%로 1993년 클린턴 정부 수준으로 복귀하게 된다. 1993년 클린턴 정부에서 최고세율을 31%에서 39.6%로 인상했을 때 재정적자는 줄어들고 투자와 고용, 성장률 등 모든 지표가 개선되었던 경험도 부자증세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가 줄어들고 있다. 1980년 62%에 달하는 최고세율은 1989년 50%, 그리고 외환위기 전인 1996년에는 40%까지 떨어졌다. 두 번의 개혁 정부 시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에서 35%, 법인세 최고세율은 28%에서 25%까지 떨어졌다. 부자감세를 추진한 MB 정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상위 1% 소득 비중은 11~12%에 달한다. 20세 이상 인구가 4천만이라고 할 때, 상위 1%인 40만 명은 전체 소득세의 40%인 12조를 부담하고 있다. 25%를 더 부담시키면 3조원의 재정수입을 얻거나, 나머지 99%의 소득세를 평균적으로 15%만큼 줄일 수 있는 금액이다.

부자증세는 그 자체로 최상위 계층의 세후소득을 줄여 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복지지출 확대로 2차적인 양극화 해소 기능을 수행한다.

부자증세는 또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만약 3 조원의 재정수입으로 교육과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률은 개선될 것이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이 각각 50%, 37.5%에 달하던 1980년대 후반 분배율과 성장률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1950~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대 미국의 최고세율은 91%에 달했으며, 90년대 미국의 신경제도 부자증세가 배경이 되던 시기였다.

물론 부자증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충하고, 소득과 재산에 연계된 권력 집중 해소를 통해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자증세만큼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금융거래세다. 금융거래세는 거래비용 증가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 투자활동으로 자원을 이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산가격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마지막으로 부자증세와 마찬가지로 아주 낮은 세율에도 연간 수천억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올려 복지지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선 정국에서 부자증세와 금융거래세 등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경제정책들이 거의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대선 후보들은 얼마나 훌륭한 경제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