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1.03.28 15:33
2011 / 03 / 16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2011년 2월 고용시장 분석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2011년 2월 주요 고용동향
2. 계속되는 청년고용문제


[본 문]

1. 2011년 2월 주요 고용동향

□ 고용률, 실업률, 경제활동참가율
- 2011년 2월 고용률은 57.1%로 전년동월대비 0.5%p 상승
- 실업률은 4.5%로 전년동월대비 0.4%p 하락
- 경제활동참가율은 59.8%로 전년동월대비 0.3%p 상승
- 고용률, 실업률, 경제활동참가율 모두 고용지표가 전년동월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남
-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과정
- 하지만 고용수준의 회복은 경제성장률 회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음
- 이는 상대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많은 이익을 구가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신규고용 증가가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임
-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면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들로 하여금 설비투자가 아닌 신규고용을 위한 투자를 확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

□ 취업자
- 취업자는 2,333만 6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6만 9천명 증가
- 산업별로 전년동월과 취업자 수를 비교해보면, 도소매·음식숙박업 7만 8천명, 교육서비스업 16만 2천명, 농림어업 5만 1천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제조업 26만 3천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20만 3천명,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 10만 5천명 등 다수의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남
- 농업, 임업 및 어업,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부터 취업자 수가 줄어들어 왔으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남
- 제조업은 금융위기 이후 고용증대를 이끌고 있는 산업으로, 원화가치 평가절하를 바탕으로 한 수출증대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취업자 수가 급증하였는데, 이는 희망근로, 청년인턴 등과 같은 고용지표를 개선시키기 위한 정부정책에 따른 결과라 볼 수 있음
- 지속적으로 고용증대를 보였던 교육서비스업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경우,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증대는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서비스업에서는 2011년 들어 고용감소가 관측되고 있음(지난 1월에도 전년동월대비 교육서비스업 고용인원은 감소)
- 전체적으로 고용이 증가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고용의 질 측면에서 사회서비스산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이 필요

□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
- 실업자는 109만 5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7만 4천명 감소했으며, 실업률 역시 하락(0.4%p)
- 비경제활동인구는 1,644만 8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6만 3천명 증가
- 각 연도의 2월 고용동향만 분석대상으로 할 경우, 비경제활동인구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15세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9년 40.7%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점차 낮아져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2011년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은 40.2%)
- 비경제활동의 이유를 살펴보면, 연로(-12만 1천명), 육아(-4만 4천명), 재학·수강(-4만명), 심신장애(-1만 1천명) 등이 감소한 반면, 쉬었음(24만 4천명), 가사(8만 5천명)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인구는 증가
-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는 실제 실업상태인 사람이 취업활동을 포기하고 집에서 쉬거나 가사활동을 담당함으로써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음(실망실업자)
- 실업으로 잡히지 않지만 실제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반영한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야 함
- 구직단념자는 20만 1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5만 2천명 감소
- 취업준비자는 59만 7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만 9천명 감소

2. 계속되는 청년고용문제

□ 고용회복 없는 청년층
- 2011년 2월 15세이상 29세이하 청년층의 고용률은 40.1%, 경제활동참가율은 43.8%, 실업률은 8.5%로 나타남
- 금융위기 이전인 2005년부터 청년층의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왔으며, 금융위기 이후 다른 연령대에서는 고용이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지만 청년층의 경우 고용회복 추세가 크게 보이지 않음
- 일자리를 가진 청년층 취업자의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으며, 그와 함께 경제활동참가자 또한 줄어들고 있음

□ 청년층 일자리 실태
- 중장년층(30대, 40대)과 비교할 때 청년층의 일자리 질은 낮은 것으로 나타남
- 통계청의 201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이상 29세이하 청년층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5만 4천원으로 30대 임금근로자 216만 6천원, 40대 임금근로자 228만 6천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
- 청년층을 20대로 국한하여 20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을 계산해보면 150만 6천원으로 여전히 중장년층의 임금보다 많이 낮음
- 이러한 청년층의 낮은 임금은 경력이 짧고 승진사다리의 아랫부분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은 청년층의 특성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지만, 청년층의 일자리 질 자체가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함
- 15세이상 29세이하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54.0%로, 30대(37.3%)나 40대(46.6%)보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남
- 20대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51.6%로 절반이 넘음
- 같은 비정규직일 경우라도 청년층의 경우 30대나 40대 임금근로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 계속되는 청년고용문제,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 청년층의 경우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고용상황이 좋지 않고, 일자리를 가진 경우라도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인 경우가 많음
- 현재 청년층이 직면하고 있는 낮은 수준의 일자리는 이후 경제성장국면에서 자발적인 경제활동참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경제성장의 동력인 경제활동인구의 부족은 경제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침
- 또한 지금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청년층의 경우 낮은 숙련수준으로 인해 향후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으며, 생산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못함
- 이처럼 심각한 수준에 있는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있는 정책이 요구됨
- 청년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청년고용할당제의 도입이 필요
-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실업상태에 직면할 수 있는 청년층을 보호하기 위한 실업부조를 도입함과 동시에 그것을 이용하는 유럽식의 교육훈련정책 시행 등과 같은 현재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층의 숙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여야 함


김수현 sida7@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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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3 / 10      정태인/새사연 원장

‘승자의 저주’란 흔히 경매에서 승자가 됐지만 너무 많은 가격을 불러 실속이 없거나 심지어 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직관으로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총동원해서 매물의 미래 가치를 판단했다면 아마도 그 중간 값 정도가 실제 가치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경매에서 승리한 사람은 가장 큰 값을 써 낸 사람, 즉 매물의 잠재성을 극도로 과대평가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경매에 승리하고도, 아니 승리했기 때문에 그가 파산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승자의 저주’가 언론에 오르내린 건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 실패 때문이었다. 인수 당시의 한 주당 가격이 반토막났고. 또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수익보장 때문에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했던 현대그룹에 대해서도 똑같은 우려가 제기되었다.

 

‘승자의 저주’란  책을 펴낸 쎄일러에 따르면 승자의 저주는 출판권 경쟁이나 프로선수 스카웃 경쟁 등 경제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 오판을 한 회사, 그리고 그런 행동에 동조한 주주나 투자자가 최악의 경우 파산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시장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러나 그 회사가 대단히 크다거나 금융기관이라면 얘기는 사뭇 다르다. 우리의 외환위기나 작금의 미국 금융위기가 익히 보여 주었듯이 재벌이나 은행이 위험해지면 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대형 은행은 경제 시스템의 일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다.

 

지금 진행 중인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가 바로 그렇다. 하나지주는 조회 공시 2주일만에 4조 7000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계 은행인 ANZ가 3개월의 실사작업 후에 4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신속하고 과감하다. 뿐만 아니라 이미 확정한 수익보장 배당금 3000억원에, 수출입 은행이 동반매도권(tag-along)을 행사할 경우의 6000억원까지 합치면 인수가는 5조원을 훌쩍 넘어간다.

 

더구나 하나지주 내부 조달은 4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증자(27%)나 회사채(28%)로 채우는데, 증자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마저 김승유 회장의 호언과 달리 미국의 헤지펀드들로 알려져 있으니 금호처럼 수익보장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확 늘어나거나(또는 부동산 붐이 일거나) 대단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바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하나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경제학이 제시하는 답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대리인 문제다. 하나금융그룹의 대리인인 김승유 회장은 자산 1위의 은행을 만든 신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으니 이 위험한 야망을 가로막을 세력도 없다. 둘째는 대마불사의 문제이다. 따라서 거대은행 경영자들은 고수익 위험투자를 할 유인을 가진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은행은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부문에서 ‘승자의 저주’와  ‘대마불사’(大馬不死)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리를 해서라도 인수하는 게 정답이 된다. 만일 곤경에 빠지면 공적자금이 투입될 것이다. 조기의 최대 공적 자금회수를 목표로 정부가 되살아난 회사를 경매에 붙이면 다시 ‘승자의 저주’를 무릅쓴 인수합병이 시도되고  ‘대마불사’의 신화는 더욱 공고해진다.
 
이 정도 위험한 상황이라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수수방관 중이다.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론스타이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애초에 한국 은행법 상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지만 한국 정부는 그 당시에도, 그리고 또 그 이후에도 당국의 의무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한 바 없다. 기재부나 금융위원회로서는 론스타가 얼마를 챙기든 빨리 떠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금융위기 이후 G20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의 규제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과 일치하는 방향일까? 이제 은행 대형화와 투자은행화는 이제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 어떤 이유로든 현재의 외환은행 인수건은 최소한 중지되어야 한다.

*이 글은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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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3.28 15:22
2011 / 02 / 28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1.IEO(Independent Evaluation Office) 임무와 감사보고서의 주요 내용

1)IEO는 2001년 설립된 IMF 집행이사회(Board of Executive Board)의 직속 기관으로, 내부 독립적 감사기관

- 객관적 감사 활동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여,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무너진 IMF의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설립

- IMF의 감독 책임과 지배구조 문제 등에 대해 집행이사회에 주기적으로 감사보고서와 현안보고서를 작성


2)이번 감사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IMF의 감독 무능력의 구조적 요인들을 분석

- IMF의 주요 감독 기능은 경제위기를 방지하고, 조기경보체제를 가동하여 회원국들에 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정책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

- 그러나 IMF는 연 2회 발행하는 세계경제전망(WEO)와 금융안정보고서(GFSR) 등에서 거시경제변수의 변동성이 완화되고 금융시장이 효율적이라는 ‘Great Moderation' 과 ‘시장효율성’ 담론에 사로잡혀 금융위기의 타이밍, 규모 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여 회원국들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여 IMF 감독의 무능력을 드러냄

- 감사보고서는 IMF가 금융시장의 위기 요소를 식별하지 못하고, 조기경보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분석적, 조직적 장애 요인들을 찾아내고 개혁 과제들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

- 분석적 결함, 조직적 장애요소, 내부 지배구조 문제, 정치적 제약 등 4개 범주로 나누어, 2004~7년 IMF 감독 활동을 감사하여 IMF의 무능을 초래한 요인들을 분석함

- 이번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2009년 7월, 2009년 11월, 2010년 4월, 세 차례 workshop을 개최하고, 2010년 10월 자문그룹과 내부 검토회의를 통해 보고서를 최종 완성. 2010년 2월9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함.

 

* 감사보고서 원문은 http://www.ieo-imf.org/eval/complete/eval_01102011.html


2. 보고서의 주요내용(Ch.1~3은 첨부파일을 참조할 것)

 

Ch.4 IMF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왜 실패했는가?

- IMF가 위험을 확인하고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혼재되어 있음. 분석적 결함, 조직적 장애, 내부 지배구조 문제, 그리고 정치적 제약으로 범주를 나누어 분석함.

 

A. 분석적 결함

- 주요 선진국에 대한 감독 기능이 실패한 주요 요인은 바로 분석적 결함에 있었음. 분석적 결함이란 집단사고(groupthink)와 인식적 편견, 그리고 분석 접근법/지식 간극(gap) 등을 말함. 첫 번째 유형은 사고 과정과 의사결정을 가리키며, 두 번째는 스태프가 사용한 접근법과 방법론을 말함.

 

- 인지 편향(cognitive biases)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집단사고란 집단 내 사고의 동질적 경향으로서, 주도 집단이 기본 가정에 대해서 거의 도전하지 않고 특정 패러다임 내에서만 이슈를 고려하는 것을 말함. IMF 스태프(주요 거시경제학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는 시장훈육과 자기규제로 금융회사의 심각한 문제를 방지하는데 충분하다는 것. 그들은 또한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특정 대형회사에 대한 최소 규제만으로도, 금융시장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고 선진국 경제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었음.

 

- IMF 스태프들은 금융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는 미국과 영국, 다른 선진국 금융당국의 견해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었음. 시장시스템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위험을 부담하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당사자에게 위험이 재분배될 수 있다는 패러다임에 의견이 일치되었음. IMF는 선진국 금융당국의 평판과 전문가들에 과도하게 영향력을 받고 있었음; 이것은 지적 포획(intellectual capture)의 케이스라고 말할 수 있음.

 

-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es)이란 자신의 기대(또는 신념)에 조응하는 정보만 주목하고 조응하지 않는 정보를 무시하는 사람들의 경향을 말함. 이는 왜 IMF 스태프들이 다른 위험을 알리는 증거들은 무시한 채, 글로벌 안정성에 대한 주요 우려 사항으로 글로벌 불균형과 달러가치 평가절하에만 주목했는지를 설명함.

 

- 분석적 접근법의 선택과 상당한 지식 간극은 왜 위험과 취약성을 확인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함.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IMF 감독 기능에서 거시-금융 연계 분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요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시부문과 금융부문을 연계하는 분석은 충분하지 못했음. 경제학 전문가들과 IMF 경제학자들에 공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금융이슈는 핵심적 분석대상이 되지 못함. 따라서 그러한 연관관계를 분석할 개념적 틀이 부족했음.

 

- IMF 경제학자들은 거시-금융 연관관계를 분석하는데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입증된 거시 모형을 매우 중시하고 있었음. 정책 논의의 중심에는 DSGE(Dynamic stochastic general equilibrium) 모형이 있었음. 이 모형은 초보적 수준에서만 화폐와 자산 시장을 도입하고 있고, 현재 금융마찰(financial frictions)을 포함한 모형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 우려스러운 점은 모형을 만들기에 너무도 복잡한 경제적 환경을 분석하기 위한 유일한 도구로서 경제학자들이 모형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

 

- 대차대조표 분석법(Balance sheet analysis)은 전통적인 개방경제 거시모형보다 리스크와 취약성을 더 잘 포착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활용되지 못함. 고위 경제학자가 지적한 것처럼, “대차대조표 분석법은 거시경제 분석에서 빠진 주요한 부분(missing link)”이었음.

 

- FASP는 은행시스템의 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활용함. 그러나 이는 리스크를 평가하는 일차적 검토 도구로서 유용하지만, 이차 효과나 유동성 쇼크를 포착하지는 못함. 따라서 대부분의 금융당국과 IMF 스태프들은 스트레스테스트의 결과에 따라 현 금융 상태를 만족스럽다고 평가함.

 

B. 조직적 장애물

- 조직적 장애물로는 사일로(silo) 운영을 거론할 수 있음. 같은 IMF 직원이지만 금융 전문가들과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따로 놀았고, 따라서 금융과 거시경제가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금융위기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함.

 

- 사일로 행위란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도 않고 외부로부터 자문이나 교류를 추구하지 않는 경향을 말함. 사일로 행위는 오래된 문제로서, 부서 간, 부서(department)와 국(division) 내부, 심지어 경영진 내부에서도 발생했으며,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직원들의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 IEO 조사팀이 직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절반 가량은 GFSR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음을 인정함.

 

- 보고서들의 내부 검토 과정에서는 사건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는데 실패했고, 이사회, 경영진, 그리고 내부 검토자들이 제기한 우려를 발전시키지도 못함. 다자 감시와 양자 감시 보고서들은 서로 연계되지도 않았고, WEO와 GFSR 보고서의 분석을 서로 조정하지도 못함. 공식적인 부서 간 리뷰는 핵심 보고서, 국가 브리프, 그리고 스태프 보고서 생산과정의 맨 마지막에 실시되었음. 이는 부분적으로 부서 간 조정과 상호교류(cross-fertilization)가 왜 실패했는지를 설명함. 생산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다른 부서로부터 코멘트를 받았지만, 관점은 이미 굳어진 상태고, 상당한 변화를 주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단계. 따라서 코멘트는 최소한도로만 진행되었음.

 

- IMF 보고서들은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음을 지적한 외부 전문가들의 연구를 거의 참조하지 않음. 그러한 연구가 있음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IMF의 감독 관련 보고서에 공통적인 특징인, IMF의 배타적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 IMF의 거시경제학자들은 금융전문가들의 스킬과 경험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음. 때때로 거시경제학자와 금융전문가들 간에는 분석 방법론 사이에 ‘문화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음. 또한 중요 금융센터에 대한 양자 감시 임무는 경험 많은 금융전문가들에게 배정되지도 않았음.

 

C. 내부 지배구조 문제

- 내부 지배구조란 조직 전체와 내부 구성원에 적용되는 인센티브와 관리 과정을 말함. 우수한 감독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들의 솔직한 교환을 촉진하도록 인센티브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음.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관, 이사진, 그리고 당국의 견해와 다른 관점을 제출하는데 염려를 표명함. 기존의 지배적인 IMF 견해에 순응하도록 인센티브가 설계됨. 일부 고위 직원들은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면 자신의 경력에 손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많았음. 순응하는 보고서는 설령 오류로 드러나더라도 패널티를 받지 않았음. 인센티브를 올바로 설계하는데 책임성의 부족이 심각한 장애물로 자주 거론되었음.

 

- 많은 부서의 경제학자들은 정부 당국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사진이 직원들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권력에 진실을 말하지” 않을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었다고 토로함. 어떤 고위 직원은 자신들이 감독하고 있는 “국가에 의해 부당하게 포획”되었다고 토로했으며, 분석 작업은 주로 정부 당국의 정책 방안들을 ‘정당화’하도록 맞추어졌음.

 

- 사일로와 인센티브 이슈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밥그릇 싸움(turf battles)은 조직의 협조와 조정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로 자주 거론됨. IMF는 타이트하게 운영되고, 엄격하게 구분된 경계를 지닌 위계적 조직으로 알려져 있음. 한 고위 직원에 따르면, “IMF는 작은 영지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토로함. 양자와 다자 감시, 거시-금융 이슈들을 통합하지 못한 주요 요인도 부분적으로는 영역 다툼에서 비롯됨.

 

D. 정치적 제약

- 정치적 제약이란, 스태프 보고서의 메시지를 변경하라는 요구,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을 교체하라는 요구, 당국의 압력에 대한 자기검열(self-censorship) 압박, 그리고 특정 정책 이니셔티브를 추구하라는 요구 등 다양함.

 

- 자기검열은 공공연한 정치적 압력이 없더라도 상당히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드러남. 대부분의 직원들은 대주주[주로 미국 등 선진국]의 정책방안에 대한 비판에 한계가 주어진 다고 생각함. 어떤 직원은 “IMF는 선진국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국가에 진실을 말할 수 없다”고 토로함. 견해가 상충할 경우, 이사진은 직원보다는 당국의 견해를 지지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음. 때때로 당국은 미션 담당 책임자나 구성원들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음.

 

- IMF와 같은 다자 조직에서 특정 국가가 정책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거나 설계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 위기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특정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그 배후에는 대주주의 영향력이 행사됨. 예를 들어 스태프의 관심을 환율 분석으로 돌리고, 글로벌 불균형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 2007년 Decision on Bilateral Surveillance를 채택한 토의가 전형적인 사례. 특히 중요한 시기임에도 고위 직원과 이사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2008년 IMF 구조조정(downsizing)을 추진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

 

- 위기 진행 과정에서 IMF 감독 기능 부실 책임의 주요 요인으로 전반적인 IMF의 지배구조를 거론하는데, 이사회, 집행이사진 등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

 

3.IEO 감사보고서의 시사점

IMF의 한국경제 전망과 실제 지표 간 차이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2008

4.6 → 4.2 → 2.3

2.7 → 3.4 → 4.7

2009

3.5 → -4 → 0.2

4.0 → 1.7 → 2.8

2010

3.6 → 4.5 → 6.1

2.5 → 2.9 → 2.9

2011

4.5 →

3.4 →

*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 전년도 10월 전망치 → 당해연도 4월 수정치 → 실제 경제지표

1) 실제 경제지표와 완전히 어긋난 IMF의 한국경제 전망 수준


- IMF는 통상 전년도 10월과 이듬해 4월(수정치)에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하여 주요 거시경제지표를 전망.

 

- 747을 모토로 등장한 현 정부 첫 해에 IMF는 4.6%의 성장률과 2.7%의 물가상승률을 전망. 이미 2007년 여름부터 서브프라임 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 기조를 유지. 그러나 2008년 상반기에 유가가 폭등하고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어 실제 성장률은 2.3%, 물가상승률은 4.7%로 전망치를 완전히 벗어남.

 

- 2009년에는 성장률은 3.5%, 물가상승률은 4%로 전망했으나 실제 경제지표는 각각 0.2%, 2.8%로 이 역시 완전히 어긋남.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4월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각각 -4%와 0.7%로 변경했으나 이 역시 심각한 오류였음이 드러남.

 

- 2010년 또한 성장률과 물가를 각각 3.6%와 2.5%로 전망했으나, 실제 6.1%와 2.9%로 전망치를 크게 벗어남. 저금리-저원화-저유가, 즉 신3저 현상에 따른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과 중국효과 등을 과소평가했기 때문.

 

- 올해는 성장률과 물가에 대해서 각각 4.5%, 3.4%로 전망함. 기획재정부의 5% 성장률과 3% 물가상승률은 IMF 전망치를 근거함. 그러나 최근 농산물과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함. 4.5~5% 성장률 또한 고물가에 따른 긴축정책 압력, 중국의 긴축 정책, 외국인 자본유출 등의 거시경제 환경, 그리고 부동산버블과 가계부채 등 잠재적 불안 요소들을 과소평가함.

 

2) IMF의 감독 무능에 대한 반성과 한계


-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는 금융리스크를 인지하지도 조기경보 시스템을 가동하지도 못했음. 또한 거시경제 처방(금리인상과 재정긴축) 또한 실물경제 침체를 더욱 확대하였고,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한국사회의 양극화, 금융화, 그리고 자산버블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양산한 주요 요인임. 그러나 지금까지 IMF는 공식적으로 정책 오류에 대한 인정이나 반성이 거의 없었음.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한 자각과 교훈의 부족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또 다시 IMF의 무능과 정책 오류도 이어짐.

 

- 최근 IMF는 몇몇 Staff Report를 통해서 기존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와는 다른 견해들도 수용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이고 있음. 그러나 여전히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등 IMF의 지배적 담론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찾아보기 어려움.

 

- 금융시장 규제에 대한 담론에서도, 전통적인 미시건전성 규제에서 거시건전성 규제로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가 수용되는 긍정적 측면을 확인할 수 있음. 그러나 보고서에서 지적된 것처럼, 거시경제 전망이 어긋나고 금융리스크를 인지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거시경제와 금융부문을 연계하는 분석 틀이 없기 때문. 이에 대한 유용한 대안으로서, Post-Keynesian 경제학자들에 의해서 개발되고 있는 Stock-flow consistent model이 있으나 여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

 

- 이 보고서에서 지적된, 집단사고, 인지편향, 확증편향 등 분석적 한계, 사일로(silo) 행위, 상호교류 부족(cross-fertilization) 등 조직적 장애, 부서 이기주의(turf battles) 등 내부 지배구조 문제 등은 전형적인 관료 조직의 특징. 이는 비단 세계 최고의 경제학 두뇌가 모였다는 국제기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의 공통적인 특징. 이는 다양한 이론과 방법론을 수용하지 않은 신고전파 주류경제학의 순혈주의와 동종교배에서 비롯됨.

 

- 주요 정치적 제약으로서 IMF의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했지만, 구체적인 문제나 개혁 방향은 제시하지 못함. IMF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기업 의사결정 배분 방식을 따른 1원1표 원리. 또한 8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의사결정이 가능한데, 의결권의 17%를 보유한 미국은 거부권을 통해 IMF는 사실상 좌지우지. 따라서 IMF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1인1표 방식의 UN 원리를 따르고 의결권의 재조정을 통해, 이사회를 비롯한 인적 구성을 다양화시켜야 함. 다양한 학문과 인사의 교류를 통해 상호 경쟁과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IMF의 감독 무능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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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3.28 15:10
2011 / 02 / 21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사회불안요소와 중국의 성장체제 전환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급속한 경제성장 아래 증대된 사회불안요소
2. 중국 경제성장의 이면
3. 내수중심 성장체제로의 전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4. 글을 마치며

[요 약]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종이호랑이”라 불리던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이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2010년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조 8,800억 달러로 일본(5조 4700억 달러)을 추월해 미국(14조 6,600억 달러) 다음으로 높다. 중국을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꼽도록 만드는 것은 경제성장률인데 1990년 4,045억 달러이던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이후 연평균 10%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된 결과 20년도 되지 않아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중국은 경제성장에 있어서는 고공행진이 이어졌지만 국민들 사이에는 여러 불만들이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등 사회불안요소들이 증대되었다. 지난 2010년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자살과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이 급증한 해로 파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또한 도시와 농촌간, 계층간 소득격차의 확대로 인한 사회불안정성 역시 심각한 수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중국의 발전 및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이다.

이와 같은 사회불안요소들이 증가한 이유는 현재 “세계의 공장”이라고도 명명되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중심 경제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국유기업을 통한 자본집약적 대형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전환을 꾀했다. 그리고 제조업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시켜 투자에서 수출로, 수출에서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경제순환 구조를 형성하였는데, 이러한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는 연평균 10% 이상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수출중심 경제성장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동반했는데, 그 중 하나가 민간소비지출의 비중 축소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총지출 비중에서 민간소비지출 비중은 급격히 감소해 2004년부터는 30%대로 떨어졌다. 이와 같은 민간소비지출 비중의 감소는 우선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위해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저임금을 억제시켜 임금상승 수준을 낮게 유지하려는 노력과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인한 실업증가로 인해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가계소득의 감소는 지출의 감소로 이어져 민간소비지출 감소의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로 인한 역시 민간소비지출 감소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데, China Health and Nutrition Survey(CHNS)를 이용해 중국의 소득양극화와 소득불평등 수준에 대해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급격히 심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상대적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성향이 낮은 소득상위층의 소득은 증가하고, 소비성향이 높은 소득하위층의 소득은 감소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전체 가계지출수준은 상대적으로 감소해 민간소비지출의 비중을 하락시킬 수 있다.

파업 등 노사분규와 함께 이러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는 심각한 사회불안요소이다. 분석에 따르면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와 함께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임금근로자가 집중된 도시의 경우 그러한 현상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직면한 임금근로자들, 점점 더 벌어지는 도농간 격차, 그리고 가진 사람이 더욱 많이 가지는 소득분배에 있어서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중국경제성장의 이면에 있는 심각한 사회불안요소인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증가한 이와 같은 사회불안요소들은 최근 대외적 요인과 결합해 중국에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 여파는 기존 중국제조업 수출상품의 주요 수요자였던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과 총지출을 일제히 하락시켰고, 이는 제조업 상품에 대한 구매력 약화로 이어져 중국의 수출주도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역시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위안화가 평가절상 될 경우 중국의 제조업 상품의 해외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중심 제조업 부문에서의 과잉투자 문제가 점점 부각되는 속에서 이러한 요인들은 기존 수출중심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존 경제성장방식의 수정이 요구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개혁, 개방에 따른 사회적 갈등의 증가가 사회적 안정을 위협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내수중심의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역간 소득불평등의 해소와 소비진작에 역점을 둔 내수부양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의료보험, 연금제도 등 사회복지제도 수립을 위한 개혁을 추진과 같은 분배정책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전략들의 실시는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12차 5개년 계획에 담고 있는 “포용적 성장”의 내용은 사회불안요소를 해결하고 내수중심의 새로운 경제구조를 통해 성장을 구가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러한 내수중심의 성장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불안요소들을 제거함과 동시에 기존의 수출중심 경제구조에서 누리던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들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공적지출의 증대와 농촌지역에 대한 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소득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위험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함과 동시에 민간소비지출의 증가를 가져와 내수중심 경제성장 전략의 기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임금상승 역시 노사분규를 줄이고 도시노동자들의 소비를 증가시켜 마찬가지로 민간소비지출을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소득불평등과 양극화의 해소를 위한 소득하위층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의 소득을 상승시킴으로써 전체 민간소비지출의 증대를 가져와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의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의 정책 전환이 성공으로 끝날 것인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확대가 필요하고 서부지역의 도시화 역시 요원한 것이 사실이며, 정부 주도의 투자 증가로 인한 만성적 과잉투자와 신용버블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들은 내수주도 균형발전전략으로 성공적으로 전환될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간소비자의 지출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임금 증가 등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성잔전략 전환의 성공여부 판단은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확실해질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전략 전환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경제는 이러한 중국의 정책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대중(對中)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중국을 대비한 대중(對中) 정치전략과 함께 소비중심으로 변모할 중국 경제성장 전략에 알맞은 대중(對中) 경제전략을 수립하여 세계경제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수현 sida7@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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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2 / 15      정태인/새사연 원장

뜨거워지는 복지논쟁

 

설을 맞아 각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했다.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복지에 관한 설문도 물론 포함됐다. 어떻게 물었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놀랍게도 국민의 2/3 가량이 “증세를 해서라도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가히 경천동지요, 상전벽해라고 할 만하다. 2002년 정초에 탤런트 김정은씨가 “부자 되세요”라고 외친 것이 신호탄이었을까? 우리 대부분은 그동안 투기에 목숨을 걸었다. 주식과 부동산시장에서 나만은 승리해서 떼돈을 벌 것이라고, 우리 아이만은 특목고를 거쳐 일류대에 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어느 재벌의 황당한 선동에 따라 우리 모두 정상을 향해 온갖 경쟁을 다 벌였고, 거기서 복지란 패자의 구질구질한 구걸일 뿐이었다. 2008년 4월의 총선이 최악이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선거구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선거공약은 똑같았다. “뉴타운”, 그리고 “특목고”. 이런 낯 뜨거운 공약을 내걸지 못한 진보-개혁 후보는 하나 같이 “지못미”가 되었다. 드디어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나도 패자가 될 수 있다, 아니 패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일까?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40대 남자들은 샌델의 “정의론”을 뒤적이고 장하준의 “23가지”를 들춰 본다.

 

하여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뜨겁다. 야권의 “모두에게 복지를”(보편복지)에 맞서 한나라당은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를”(선별복지)를 내세웠고 민주당 내에서는 “증세없는 복지”와 “증세를 통한 복지”가, 그리고 진보진영에서는 “부자들의 증세”(내라)와 “우리 모두의 증세”(내자)가 맞서고 있다. 복지의 백화제방, 아름다운 풍경이다. 굳이 내 생각을 말하라면 “우리 모두의 증세에 의한 보편 복지”라고 대답하겠지만 지금은 단번에 정답을 내 놓는 경쟁을 할 때는 아닌 듯 하다. 예컨대 OECD 평균에 도달하려면 약 100조원이 필요하므로 증세를 해야 한다는 건 분명 맞는 말이지만 어떤 복지부터 늘려 나가야 하는지, 증세 이전에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믿음을 높일 방법은 없는지도 논의해야 한다. 그런 우선순위나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행동경제학으로 보는 복지논쟁

 

문제를 들여다 보는 방법은 수없이 많겠지만 여기서는 지난 10년간 빛나는 성과를 거둔 행동/실험경제학, 그리고 진화심리학이라는 안경을 써 보자. 그간의 연재를 통해 “작은책”의 독자들은 이런 논리에 익숙할 것이다. 보편복지 역시 공공재나 공유자원(common pool reource)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딜레마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가 밝혀 냈듯이 이기적 인간이라면 최적의 답을 찾을 수 없다.

 

다행히 이들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관찰하듯, 아니 우리 스스로 그러하듯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고려한다. 맹자의 ‘측은지심’은 하이예크나 프리드만이 주장하듯 원시적 감정이 아니라 지금도 엄연히 우리 안에 살아 있는 인간 본성 중 하나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은 상호적(reciprocal)으로 행동한다. 칸트가 말한 것처럼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것처럼 남을 대접”하려고 한다. 나아가서 눈에 띠게 공정함을 벗어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가까운 미래에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기꺼이 응징을 한다. 이런 속성이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협력이 이뤄져온 이유이며 그렇게 우리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 온 것이다. 예컨대 인간이 정말로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라면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민주주의가 없을 것이다.

 

이런 협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즉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말한다면 남의 선의를 이용하려는 내 탐욕(greed)이 그 하나요, 또 하나는 남에게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fear)이다. 복지에 관한 한 후자가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세금은 내지 않고 복지의 이익만 누리려 한다면 아무도 기꺼이 세금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는 게임 룰 바깥의 이야기이다. 사회적 딜레마 게임에는 확실한 규칙이 있다. 예컨대 공공재게임에서는 내가 얼마를 기여하면 공유자원이 그 액수의 세배만큼 늘어나므로 모두에게 확실히 이익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세금을 내 봤자 국가가 복지가 아닌 곳에 쓴다면, 예컨대 4대강 사업에 써버린다면 당연히 증세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는 것이 당연한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금 정권은 믿는다 해도 만일 다음 정권이 복지 예산을 삭감한다면 또 어찌 할 것인가? 따라서 사회복지세와 같이 복지를 용처로 정해 놓은 목적세를 거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정권이 바뀌어도 전혀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모두에게 확실한 이익과 만족을 주는 복지부터 시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복지 수혜자(수급자)의 무임승차이다. 한나라당이 들고 나온 “공짜 점심은 없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요, 1990년대 초 스웨덴 경제위기 때 경제학자들이 맹공한 지점이 기도 하다. 내가 낸 세금으로 누군가 놀고 먹는다면 그런 복지에는 선의를 지닌 사람도 찬성하기 어렵다. 행동경제학/진화심리학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나 노력과 관계없이 가난에 빠진(빠졌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기꺼이 도우려 하며 특히 그가 자립의 의지를 보일 때는 더욱 더 그렇다. 따라서 모든 복지에는 자활 프로그램이 동시에 붙어야 한다. 예컨대 실업급여에는 실효성 있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수적이고 충분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때는 급여가 중단되도록 해야 한다. 아동수당과 저축을 결합시킨 아동발달계좌도 그런 유의 정책이다. 이런 복지가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산업정책과 결합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북유럽 나라들은 경제학자들이 맹공했던 “공짜 점심”이 매우 유익했다는 것을 훌륭하게 실증했다. 실제로 의료와 교육에 대한 공공지출은 장기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투자임이 증명되어 있다.

 

이런 무임승차 문제를 복지 수혜자의 자격 제한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잔여복지/선별복지이다. 잔여복지란 시장과 가족이라는 ‘정상적 메커니즘’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에 한해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시장과 가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 즉 자산조사(means test)가 필수적이다. 불행히도 이런 방식은 균형해가 없는 ‘통제게임(control game)'을 만들어낸다. 정부는 되도록 수급자를 줄이려 하고 국민은 자신의 자산을 줄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사회의 불신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물론 자산조사가 필수적인 복지도 있다.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사회부조가 그러하다. 그러나 보편복지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그 대상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자산조사의 기준도 완화할 수 있다.

 

셋째는 납세자의 무임승차이다. 장관들의 청문회를 보면 이런 의심은 불행하게도 우리의 냉엄한 현실이다. 공공재게임에서 처음에 기꺼이 기여했던(납세) 사람들도 남들이 돈을 덜 낸다는 걸 확인하고 나선 자신도 기여를 줄이다가 결국엔 아무도 한푼도 내놓지 않는 비극적 결과를 맞게 된다. 이 게임에서는 돈을 안 내는 것이 무임승차자에 대한 유일한 응징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게임에 응징을 가능하게 하면 다시 기여가 늘어난다. 예컨대 스스로 100원의 비용을 물고 무임승차자를 지목하면 그 사람의 보수에서 300원을 빼앗는 제도를 도입하면 전체의 기여는 획기적으로 증가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상호적 응징자(reciprocal punisher), 또는 이타적 응징자라고 부른다.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세금을 사회 계층 별로, 또는 지역 별로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합의하고 탈세 등 무임승차자를 엄격하게 응징하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응분의 돈을 내면 나도 기꺼이 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상호적 응징자의 역할을 국가 복지의 경우에는 법이 담당하여야 하는 것이다. 즉 문제는 증세 자체가 아니다. 부담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또 규칙 위반자를 어떻게 응징할 것인지 합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복지에 기여를 많이 하는 부자들을 사회적으로 존경받도록 하는 제도를 고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컨대 사회복지세 상위 기여자 명단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간접상호성, 즉 평판에 의해 협력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넷째는 나의 이익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나도 결정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복지라면 더욱 더 기꺼이 세금을 낼 것이다. 어떤 복지냐에 따라 보편주의는 서로 다르게 적용될 수 밖에 없다. 무상급식은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학교별로,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점심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사람은 혜택을 보지 못한다. 한편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대상이 된다. 그러나 모두에게 똑같은 혜택(benefit)을 주는 것은 지극히 비합리적이다. 암의 세계적 권위자도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건강은 지극히 불확실성이 크다. 이런 복지라면 국민 모두 기꺼이 납세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은 비용 부담의 규칙도 정해져 있는 상태이므로(물론 더 나은 쪽으로 규칙 개정에 합의할 수도 있다) 용이하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은 늙는다. 따라서 노인복지 역시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는 항목이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해서 절박하게 느끼지 않을 뿐이다(인간은 불행하게도 대부분 근시안이다. 담배를 아직도 피는 나도 그렇다).

 

다섯째, 서로 협력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면 기꺼이 세금을 납부할 것이다(네트워크 상호성, 집단 선택). 진화 게임에서 협력적 인간은 이기적 인간에게 언제나 당한다. 결국 이기적 인간이 아니고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만다. 그러나 만일 협력적 인간끼리 모여 있는 네트워크나 집단이 있다면 그 단위 전체는 이기적 인간들의 집단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국가 단위로 시행되는 복지라면 나라간 비교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복지를 나라가 운영할 이유는 없다. 예컨대 근거리의 친밀 노동이 중요한 사회서비스는 국가가 자금을 지원하되 지자체가 운영할 수도 있고 나아가서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경제가 담당할 수도 있다. 만일 그런 지자체나 사회경제가 더욱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면 다른 집단이 모방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행동경제학과는 무관하게 우리 나라의 특성에 비춰 볼 때 복지의 공급 측면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아동수당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보육료가 일시에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터무니 없이 부족한 국공립 보육원의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동시에 시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은 의료나 노인복지도 마찬가지이다. 복지 전달 시스템을 시장에 맡겨 놓은 채 수당만 늘린다면 오히려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해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북유럽 나라들이 이런 세세한 제도를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부분을 신뢰(trust)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규범(social norm)이 상호적 응징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믿는다면 많은 경우 거래비용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무임승차자가 사회의 제재를 받게 되고 이런 규범이 내면화한다면 (국가) 제도가 져야 할 부담, 즉 감시비용이나 처벌비용은 훨씬 더 줄어들게 된다. 보편복지의 모범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이 사회적 신뢰를 측정하는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서 항상 최상위를 차지하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복지제도도 잔여복지의 자산조사처럼 상호 불신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쌓는 쪽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어쩌면 위에서 말한 모든 것보다 이 사항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역진불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이런 점들을 다 고려하면 어떤 순서로 복지를 시행하고 어떤 방식으로 재정을 조달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진 바 없지만 스웨덴 국민을 상대로 한 20여년에 걸친 반복 조사에서는 일관되게 1위는 의료, 2위는 초중등교육, 3위는 노인복지, 4위는 아동수당, 5위는 고용정책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부조와 주택수당은 최하위로 나타났다. 물론 이미 기본 복지가 갖춰진 스웨덴과 우리를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최소한의 소득보장이라는 기본복지도 갖추지 못한 우리에게는 사회부조가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하고 부동산 가격이 지금처럼 흔들린다면 주택 수당 역시 스웨덴보다는 더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논의가 예측하는 바와 그리 다르지 않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행동경제학/실험경제학이 밝혀낸 인간 본성에 맞춘 복지제도에 관해 아주 거친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복지국가를 향한 몇가지 큰 경로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어느 경로가 완벽하게 우월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다른 경로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이제는 체계적인 논리와 수치를 갖춘 구체적인 논쟁이 필요하다. 이 논쟁에 우리 모두 참여해서 합의를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역진불가능한 복지국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월간 '작은책'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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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