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무디스인가?

출처 http://www.ibtimes.co.kr/article/news/20090209/5693797.htm

지난 14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소식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최고치인 1735.33까지 뛰어올랐고, 원화 가치도 2008년 9월 이후 최고로 올랐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이 세계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잘 억제하면서도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경제 회복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무디스를 비롯한 이른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무디스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금융 연금술’이란 말을 낳을 정도로 경이로운 금융 기법으로 평가 받던 ‘증권화(securitization)’(또는 자산유동화)의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은 컸다.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동화 증권에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도록 한 것이 바로 이들 신용평가사들이기 때문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몇몇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대 투자은행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산유동화를 위해 앞다퉈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MBS(주택담보증권), CDO(부채담보증권)라는 이름의 금융 파생상품들을 만들어냈다. 복잡한 수학과 물리학 수식 안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들 증권 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어 있었다. 훗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금융 빅뱅의 뇌관이었던 셈이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파생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그 덕에 높은 수익률에 눈이 먼 헤지펀드들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와 기꺼이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한때 무디스 이사를 지냈던 제롬 폰스는 지난해 3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가 이미 정점을 넘어선 시점에서도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 등급을 유지했으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도산하기 불과 1개월 전에도 A등급을 유지했다. 대규모 손실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던 AIG에게는 이보다 높은 AA등급이 주어지기도 했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무디스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사에 대해 나흘 전까지도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친 일이 있었다. 당시 무디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들은 바로 이듬해에 역시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월드컴사를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미국 의회에 이들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 법안이 제출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방법과 절차에 대한 규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더불어 신용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는 어떠한 서비스 비용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G20 정상회의에서도 추상적이나마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평가 대상 기업들에게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평가의 방법과 근거도 불투명할 뿐이다.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무디스의 이번 조치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33개월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과연 33개월 전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등급까지 끌어내린 신용평가사들의 조치는 정당했을까.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직전 한국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A1, S&P AA-, 피치 AA-로 선진국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가 일어난 지 두 달 사이에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6등급 아래로, S&P는 10등급 아래로 끌어내렸다. 한국의 국채가 두 달 만에 ‘정크 본드(jung bond, 투자 가치가 없는 쓰레기 채권)’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외국 자본은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우리 앞에는 엄청난 빚 독촉장이 쌓여있었다. 결국 그해 12월 3일 한국은 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와 우리의 삶으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이 이렇듯 짧은 시간에 내려앉는 일은 적어도 당시까지만 해도 유례가 없었을 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였다는 사실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내리는 신용평가의 공정성, 나아가 정치적 의도까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수많은 기업들에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국가 기관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들일 뿐이다. 30여 년 전인 1975년 미국증권거래소가 무디스, S&P, 피치 등 3개 신용평가사를 공식 평가사로 지정한 것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의 역할과 권한은 어디까지나 미국 안에 머물렀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금융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의 기업으로, 또 국가들로 평가의 대상을 늘려갔고 그에 따라 이들의 힘도 자연스럽게 커져갔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엄청난 힘에 걸맞는 책임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먼 곳에서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정작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빚이 1년 사이 32조 8000억 원이나 늘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국회 정무위 보고). 이번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그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문이 그들이 내뱉는 ‘신용 평가’ 안에 머물러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힘겹게 지나온 오늘, 우리는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 간 확장돼온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더불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공공의 감독과 규제, 과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경쟁 구도의 보장, 나아가 공공 신용평가기관의 설립 등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그것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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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지난 1월 23일,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쾌도난담 2010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블로거 경제 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블로거 토론회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과 테터앤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행사입니다.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의 숫자와 수식으로 가득한 경제전망이 아닌 땀과 생활이 있는 경제 전망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당일 행사를 사진과 글로 전해 드립니다.

행사는 오후 2시, 초청강연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강연은 본격적인 블로거 토론 전에 현재의 경제 상황을 짚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되었습니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님과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님이 해 주셨습니다.

<초청강연 1 :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정태인 교수님은 세계금융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30분간 말씀해 주셨습니다. 치밀한 논리와 유머로 유쾌한 강연을 해 주셨습니다.

<초청강연 2 :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김병권 부원장님은 가계 부채와 한국 경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2010년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 뇌관이 될 수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해서 거침없이 지적해 주셨습니다.

초청강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블로거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시간은 각자 10분씩. 1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지만 모두들 그 10분 안에 자신이 하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때론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블로거 1 : 이정환 -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




첫 번째 발표 블로거는 미디어 오늘 기자인 이정환님(http://www.leejeonghwan.com/)이 해 주셨습니다. 본인 스스로 블로거가 본인이고 기자는 부업이라고 하시는 만큼 제목 역시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경제 기자다 보니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해 주셨습니다. 좀 더 나은 한국 경제를 위한 총 여덟가지 해법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참고로, 토론회 당일 아침까지 일이 있어서 술을 마셨다며 자신이 헛소리를 할 수도 있다고 농담을 해 주셨지만 시종 열정적인 목소리와 눈 빛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블로거 2 : 석진혁 - 청년의 눈으로 본 2010 한국경제>




두 번째는 청년유니온(준)의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석진혁님(blog.naver.com/hero990926)의 발표가 있엇습니다. 청년유니온(준)에 대해 더 아시고 싶다면 http://cafe.daum.net/alabor 에서 확인하세요.

"잘 지내나요, 청춘?"이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발표는 현재 청년들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요 연구기관에서는 2010년 한국경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 놓고 있지만 이는 청년 일자리 부족과 청년들의 부채 규모를 감안하지 않은 그들만의 전망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청년들의 삶을 담은 동영상까지 만들어 오는 열성을 보여주셨습니다. 동영상을 입수하여 바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거 3 : 정다혜 - 2010년 경제와 대학생>




세 번째 발표자는 2010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인 정다혜님(you47.tistory.com)이 해 주셨습니다. 등록금과 청년실업 이야기에서부터 대학생들의 열악한 주거권까지 대학생들의 현실을 고발해 주셨습니다. 물론, 이런 현실이기에 대학생들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결의(?)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학교의 총학생회장 답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블로거 4 : 강기대 - 죽은 낭만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발표자료는 http://blog.naver.com/kkdzpswl/130078779192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발표자는 이 날 발표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강기대님(blog.naver.com/kkdzpswl)입니다. 현재 고려대 09학번인데요. 자신의 세대를 두고 낭만이 죽은 세대라며, 스펙 쌓기 열풍으로 수업을 재끼고 술을 마시거나 토론으로 밤을 새우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MT 참석자도 과나 학부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상태를 안타깝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대학의 낭만과 추억 보다는 모두가 취업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상황을 신자유주의의 문제와 연관지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청중 중 비슷한 또래 분들은 공감을 하시고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안타까운 표정이 교차했습니다.

<블로거 5 : 김현 - 머니해킹과 2010 한국경제>


머니해킹의 저자이신 김현님(blog.lawfully.kr)입니다. 물론 블로거로도 유명하신 분입니다. 현재 변호사이신데요, 이 날 주식투장의 함정과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면서, 개미투자자들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구조적으로 심리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행사 당일 한 가지 후문은 의외로 목소리가 작으시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블로거 6 : 민노씨 - 블로그 마케팅의 명암>




여섯 번째 발표자는 블로거라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민노씨(http://minoci.net)입니다. 상업성과 자본이 점차 잠식해 들어오는 블로거스피어의 현 상황을 날카롭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경제문제 대해서 잘 아는가 아닌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는 오프에서의 문제만이 아님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블로거들의 연대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강하게 주장해 주셨습니다. 참고로 민노씨의 성함을 아는 분들이 극히 적다는데. 민노씨의 본명을 아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블로거 7 : 이성규 - 웹2.0과 Sharing Economy>




마지막 발표자는 테터앤미디어의 이성규님(http://blog.ohmynews.com/dangun76/)입니다. 몽양부활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하신 블로거입니다. 웹2.0이 만들어낸 Sharing Economy가 경쟁과 효율성, 배타적 소유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분석해 주셨습니다. Sharing Economy와 사회주의의 관계에 대해서도 재미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종합토론>


초청강연, 블로거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종합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종합토론은 트위터를 통한 질문과 현장에서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애초 1시간 정도의 종합토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질문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특히, 왜 20대가 블로그를 많이 하지 않는냐는 이정환님의 질문에 석진혁님과 정다혜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략 '스펙과 취업. 우리는 그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취지의 말씀을 해 주셨는데 행사장에 있었던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습니다.

총 5시간이 넘는 토론회였습니다. 끝까지 행사장을 가득 채워주신 많은 분들과 발표해 주신 블로거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블로거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 예정입니다.  앞으로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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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2010년을 맞이해 지난 열흘 동안 발표한 2010 전망 시리즈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이번 전망 보고서들을 좀 더 다듬고 보충하여 책으로 21일 발간될 예정입니다.

새사연 2010 전망은 아래의 목차를 누르면 해당 보고서로 이동합니다. 보고서를 읽으신 후에 비판적 견해, 지지, 보충 등의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의견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견을 작성하신 후 이 글로 트랙백을 보내주셔도 좋고, 메일(happyzero78@saesayon.org)을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새사연 2010 전망>

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 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을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총괄 : 2010년을 새로운 경제 화두의 원년으로
2. 미국 경제 : 불안한 2010년 미국경제 전망 
3. 한국 경제 : 출구전략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한 2010년 한국경제
4. 고용 전망 : ’신(新)고용전략’의 과제
5. 정치 분야 :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6. 보건(사회) 분야 : 2010년 화두, 살만한 세상만들기 프로젝트
7. 남북관계 : 전환기의 한반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
8. 가계 부채 : 2010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9. 2010년 가정 경제 운용을 위한 제언
10. 교육 분야 : ’수평적 다양화’를 통한 수월성 교육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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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11.10 19:50

"직접투자는 못하지만 간접투자 상품(펀드)이라도 사겠다.”

지난 9월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언론은 일제히 이 발언을 타이틀로 기사를 내보냈다. 대통령이 앞장서 펀드에 가입하겠다니,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해 ‘우리 주식시장은 걱정하지 말라’는 강한 자신감 아니겠는가.

혹시라도 대통령의 발언을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가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날 1,425포인트로 마감한 종합주가지수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장중 최저가 892포인트(10월 27일)까지 날개도 없이 추락했다. 순진한 투자자는 단기간 마이너스 37.4퍼센트라는 엄청난 손실에 청심환이라도 사먹지 않고서는 배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당선 전 주가지수 3,000포인트, 5,000포인트도 장담하던 대통령이니 겨우 이 정도의 엇박자에 놀라서는 대한민국에서 살기 힘들다.

재산은 모두 사회 헌납하겠다고 공약했고 월급은 전액 기부하기로 한 대통령이 무슨 돈으로 펀드에 가입하느냐고 갸우뚱하는 사람, 당장이라도 펀드에 가입할 듯하더니 왜 아무 소식이 없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 등 온갖 뒷말이 무성했지만 잠시 잊어주기로 하고 바다 건너로 눈을 돌려보자.

펀드 권하는 MB, 저축 장려하는 오바마

“경제 변화와 위기의 이 시기에 우리는 이전보다 더 미국 경제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우리는 재정 책임성을 유지하여 미국 어린이의 미래를 빚더미에 저당 잡히게 해서는 안 된다. (중략...) 그리고 우리는 개인의 저축을 장려하여 미국 경제를 계속 강하게, 미국인의 은퇴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후보 시절 대선전에 임하면서 발표한 <2008 미 민주당 대선 강령>의 일부분이다. 강령은 미국경제의 미래를 위한 투자, 미국민의 은퇴 후 생활 설계의 주요 수단으로 연금, 기금과 함께 저축을 강조하고 있다.

펀드 권하는 MB와 저축 장려하는 오바마의 차이는 무엇일까? 얼핏 두 사람의 재테크 성향 차이로 보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현재의 세계적 금융 위기를 보는 시각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 즉 향후 금융정책의 본질적인 차별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증시에 애정을 보인다 한들 펀드의 원조는 미국이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은 42.3퍼센트(2006년 기준)로 한국 20.9퍼센트, 일본 10.3퍼센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주식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연금 및 보험(31.4퍼센트) 자산 가운데 상당부분이 기관 펀드로 운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자본시장(증시) 관련 투자상품 비중은 60퍼센트 정도에 이른다.

결국 그간 미국은 일반 가정 대부분이 압도적인 비율로 자산을 주식이나 펀드로 보유해 왔으며 이렇게 투자된 돈은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를 끌어올리고 또 각종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등으로 해외에 투자되어 금융소득을 창출해 왔다. 미국인의 은퇴 설계는 캘퍼스(캘리포니아주 공무원 연금) 등 대규모 기관 펀드들이 책임을 지는 듯했다.

신자유주의의 기수 레이건 이후 점차 미국은 사회 전반적으로 실물경제보다 금융 수익에 의존하는 사회로 변화해 갔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전체 기업 수익의 10퍼센트에 불과하던 금융 부문 수익이 2000년에 이르면 40퍼센트로 증가한다. 메인스트리트의 실물경제보다 자본 소득 창출에 모든 힘을 쏟는 월스트리트 제국이 되면서 게임의 룰은 어느덧 돈놓고 돈먹기의 투기로 변했고 금융 투기를 주도한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헤지펀드들은 정부의 규제와 감시를 떠나 금융 정글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이러한 자본의 과잉 공급과 금융의 탈규제화 그리고 투자은행들이 개발해낸 온갖 투기성 파생상품은 마침내 제살을 깎아먹는 단계로 접어들어 서브프라임 사태로 터진 것이다. 또한 금융 세계화를 통해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 금융상품은 유럽과 아시아 남미 등 세계 도처의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한국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자본시장 중심 경제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

오바마 당선인의 금융정책은 이러한 구조적 위기의 진원인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로 모아진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부터 증권거래위원회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금융규제 시스템을 만들고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파생상품과 헤지펀드, 모기지브로커 등에 대한 연방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시장 자율에만 맡겨 두었더니 문제가 발생하므로 규제를 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앞에서 보았듯이 가계의 건전한 저축과 연기금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자본시장 중심의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질하려는 의지를 내포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이같은 금융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실물경제의 회복과 중산층 중심의 내수경기 부양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껏 금융으로 먹고살던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당선된 지 사흘만인 지난 7일 경제참모회의에서 발표한 ‘경제회생을 위한 4대 정책과제’는 이를 잘 보여준다. ▲실업보험 확대와 경기부양책을 통한 중산층 구제 ▲금융위기 진정, 특히 금융위기의 자동차산업 등 실물 부문 확산 차단 ▲납세자 보호, 주택 보유자 지원 등을 골자로 금융구제책 재점검 ▲청정에너지, 보건의료, 교육, 중산층 세금감면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 경제 성장동력 확보 등이 그 내용이다.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돈이 돈을 버는 머니 워킹(money working) 아메리카 기조가 유지된 지난 20여년 간 미국경제는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자동차 회사 GM이 부도설에 휩싸일 정도로 금융 이외의 실물경제 부문에서 성장 동력을 상실했고, 자본 규모에 따라 소득이 달라지는 머니 게임의 속성상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심화되었다. 오바마 당선인의 금융정책은 결국 이러한 구조의 시정과 패키지로 계획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에 추월당한 경제 동력을 회복하는 일도 단시일에 이루어지기 힘들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더 증폭시킬 수 있다. 여기에 30년 가까운 자본시장 중심 성장 정책에 익숙해 있는 세력들의 내부 저항이 거셀 것이다. 당장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월가와 상당한 친숙성을 지니고 있다. 또 금융이 글로벌화된 까닭에 미국 혼자만의 시스템 개혁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국제적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제반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다수 미국인들은 강력한 시스템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당선인의 금융 개혁 의지가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여 좌회전 깜박이 넣고 우회전으로 돌지, 자신에게 표를 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지 깊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리먼 인수하겠다는 산업은행의 만용, 근원은 MB 금융정책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산업은행 민영화다. 국내에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없어 금융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서둘러온 산업은행 민영화는 국가 주요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금융 지원이라는 이 은행의 설립 취지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라 처음부터 ‘세계적 수준의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황당한 계획이었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모델로 한 세계적 수준의 투자은행들이란 다름아닌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등 바로 얼마 전 천문학적 손실을 내고 파산신청을 한 투자은행들이다. 국민의 세금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어도 모래에 물 스며들듯 부실의 끝이 안보이는 바로 그 ‘세계적 수준’의 금융 투기 회사들 말이다.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크자 나름대로 신중을 기한답시고 민영화를 수년간 3단계로 나누어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단계는 민영화 준비기간으로 산업은행을 투자은행 부문과 정책 기능으로 분리하여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단계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1단계 초입에 들어선 산업은행은 벌써부터 글로벌하게 사고를 칠 뻔했다. FRB도 골드만삭스도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은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과감하게 노크한 것이다. 협상이 틀어졌기에 망정이지 만일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가 이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리먼 인수 시도는 민유성 행장 개인의 모험심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현 정부의 금융산업 정책에 충실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태평양 건너 ‘리먼’브라더스와 국내의 ‘리만’브라더스는 그렇게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꺼삐딴 리와 미스터 리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은 산업은행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종주국인 미국과는 정반대로 금융에 대한 규제를 푸는 정책들이 용감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월 13일 국제 금융위기로 한동안 미루었던 금산분리(은행법, 지주회사법) 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외환위기의 뼈아픈 경험을 반성하며 만들어진 금산분리 정책의 후퇴로 이제 재벌의 은행 소유는 한층 현실에 가까워졌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펀드를 권하는 대통령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정책에서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당선인은 이처럼 철저하게 반대 궤도를 달리고 있다. 한쪽은 지난 수십년 간의 시장 실패를 인정하고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교정하기 위한 정책을 고심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영미권에서 이제 빠이빠이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고하려 하는 철지난 모델로 서둘러 가지 못해 안달하는 형국이다. 펀드라도 가입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용도폐기된 낡은 시스템에 대한 지극한 집착을 보여줄 뿐이다.

오바마의 대선 승리 후 벌어진 ‘발가락이 닮았다’ 논쟁은 국민들을 또 한번 씁쓸하게 만들었다. 과연 얼마나 철학과 정책이 닮았는가를 떠나서,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찰떡궁합을 과시하여 워싱턴포스트 지로부터 ‘애완견’ 운운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이제 전임 대통령과 완전히 상반되는 정책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를 두고 비전이 같다고 나오는 청와대의 모습은 그냥 웃기에는 다소 처절한 블랙 코메디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과 친밀하고 소련군이 진주하자 소련군 장교의 환심을 사고 월남해서는 미군정과 가깝게 지내는 인물을 풍자한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가 겹쳐서 떠오르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을 거꾸로 돌리는 듯 완전히 상반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MB와 오바마가 같은 철학을 공유한 닮은꼴이라고 굳이 주장한다면, 듣는 오바마 당선인 아무래도 이렇게 말할 듯하다.

“미스터 리, 제발 플리즈, 오바(하지)마”

정희용/새사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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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