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08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불평등은 어떻게 세계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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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세계경제 동반침체 우려 부각

2. 불평등과 경제위기 메커니즘

3. 최근 한국경제와 정책방향

 

[본 문]

1. 세계경제 동반 침체 우려 부각

 

1) 세계 3대 경제권 PMI 일제히 하락

- 최근 그리스의 디폴트 또는 유로존 탈퇴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실물경제 또한 고용 및 PMI(제조업 구매관리지수) 지표 부진으로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있음.

- 최근 생산동향을 반영하는 PMI는 5월 세계 3대 경제권이 일제히 하락. 유로지역은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하여 3년 만의 최저치인 45.1을 기록. 중국 또한 7개월 연속 하락하여 48.4로 떨어짐.

- 미국의 PMI 또한 56에서 54로 떨어졌으며, 5월 고용지표는 당초 예상치인 15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9만으로 충격을 더함. 한국의 PMI는 4월 14개월 최고치인 51.7에서 51로 하락함.

 

2. 불평등과 경제위기 메커니즘: 3가지 경로

- 1930년대 대공황과 2008 금융위기는 미국의 1% 소득점유율로 대표되는 양극화 심화라는 뚜렷한 유사성이 보임. 그러나 불평등과 경제위기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함. 소득불평등, 글로벌 불균형, 금융화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관시키는 연구는 최근 Post-Keynesian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음.

1) 불평등 심화 → 내수 침체

- 198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경제의 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특히 유럽과 일본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0%p 이상 떨어짐. 반면 미국과 영국은 5% 수준 하락으로 유럽보다 심각하지 않으나, 개인소득 분배 악화는 더욱 심각함.

- 미국의 상위1% 소득 비중(자본소득 제외)은 1980년 8%에서 2007년 18.3%까지 상승함. 영국 또한 1980년 6%에서 2007년 15.4%로 10%p 상승. 영미 국가에서 상위1% 소득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CEO 소득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기 때문. CEO의 소득은 GDP 통계에서 피용자보수로 분류되는데, 이를 이윤소득으로 계산할 경우 유럽과 유사한 노동소득 분배율 추이를 보일 것임.

-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위 그림의 조정(2)]은 1991년 73.2%에서 1996년 75.2%까지 상승했으나, 2011년 63.2%로 10%p 이상 떨어짐. 위 그림에서 조정(1)은 자영업자의 영업잉여를 포함한 노동소득분배율로 1996년 정점(64.4%)에서 2011년 54.5%까지 하락함. 상위1% 소득비중 또한 1995년 7.2%에서 2010년 11.5%로 4.3%p 증가함.

- 임금소득자와 저소득계층의 소비성향이 크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민간소비 침체를 초래함. 통상 임금과 이윤이 민간소비 증대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하면 0.3~0.4의 한계소비성향 차이를 보임. 즉 노동소득분배율 1%p 하락은 GDP의 0.3~0.4%에 달하는 민간소비 침체를 가져옴.

 

2) 금융세계화(탈규제) → 부채 창출 → 두 가지 성장모델

- 지출 측면의 GDP = C(소비) + I(투자) + G(정부지출) + NX(순수출)

- 처분 측면의 GDP = C(소비) + S(저축) + T(세금)

- (I-S)+(G-T)+(X-M)=0 또는 (S-I)=(G-T)+(X-M)

- 민간부문의 초과지출(S

-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부채주도 성장모델은 경상수지 적자와 가계부채 증가가 누적된 반면, 수출주도 성장모델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됨. 즉 글로벌 불균형은 두 성장모델의 경제적 결과이자 공생관계의 반영.

- 소득불평등 확대는 총수요 부족을 초래하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상호 연관된 두 가지 성장모델이 출현함. 미국과 영국은 부채주도 성장모델, 독일과 중국 등은 수출주도 성장모델.

- 부채주도는 부채가 창출하는 소비와 건설투자, 수출주도는 대외수출 확대가 총수요 부족의 대체재. 글로벌 무역 불균형, 실물에 비한 금융부문의 기형적 성장, 가계부채 증가, 자산시장 버블 등은 두 불균형 성장모델이 초래한 경제적 결과물.

- 글로벌 규모로 보면, 미국을 대표로 한 부채주도 모델이 중심부에 있지만, 유럽만 놓고 보면 부채주도 모델은 주변부에 위치함. 금융제도, 노사관계, 산업정책 등 제도적 요소들이 개별국가의 역사적 경로와 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대응이 개별 성장경로를 결정함.

- 우리나라는 전통적 수출주도 성장체제와 1997년 외환위기의 정책대응인 외환준비금 축적 전략으로 수출주도가 강화됨. 또한 외환 및 금융자유화에 따른 부동산버블과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에서 보듯, 부채주도 또한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두 불균형 성장전략의 취약점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음.

- 미국을 비롯한 부채모델은 최종수요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반면, 독일 등 수출모델은 소비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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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08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로라 타이슨(Laura Tyson)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이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하스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했던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교수와 함께 산업정책과 무역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윌가를 대변하는 관료들에게 밀려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시 교수는 ‘세계의 시선’을 통해서 몇 차례 소개한 바가 있는데 경제위기의 원인이 심각한 소득 불평등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타이슨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인들이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이 소비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전 연준 의장 볼커(Paul Volcker)의 주장을 반박하며, 진짜 문제는 미국 국민들의 소득이 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아래 요약하여 소개하는 글에서 타이슨은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소득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부유세와 법인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타이슨은 지금과 같이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조건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고 본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이나 기술에 의존하는 산업의 경우 낮은 법인세를 찾아 이동하기 더 수월한데, 이런 산업이 미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법인세 상승으로 인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결국 그 부담은 노동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문제라고 본다.

타이슨이 법인세를 낮추는 대신에 내놓은 방안은 배당금과 자본이득에 부과하는 세금을 높이는 것이다. 즉, 자본소득에 직접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인세 인상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업의 경우 개인보다 조세회피 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세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소득세가 세금 부과에 더 수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에서 자본소득에 부과되는 세율은 15%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낮다.

타이슨의 주장을 그대로 한국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까? 삼성의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이건희의 세금을 올리는 것이 적절할까? 한국의 상황에서 어느 쪽이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조세 평등에 적절한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또한 재벌개혁의 일환으로서 법인세가 사용된다는 점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까다로운 법인세 문제
(The Corporate-Tax Conundrum)


2012년 5월 3일
로라 타이슨(Laura Tyson)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현재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법정 법인세가 가장 높다. 다양한 세제 혜택을 감안한 실효세율에 있어서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법인세는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법인세율은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에 나가서 투자하고, 생산하고, 고용하도록 만든다. 또한 미국에 들어온 외국 기업을 위축시킨다. 결국 경제성장은 더뎌지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생산성과 실질임금은 낮아진다.

일반적인 통념에 의하면 법인세 부담은 주로 자본을 가진 이들의 몫이다. 하지만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다면,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과 일자리 부족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많은 국가들이 법인세를 낮추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법인세는 재정수입 측면에 있어서도 비효율적이다. 혁신적인 금융 거래와 합법적인 세금회피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법적 거주지와 소득을 얻는 지역을 조작할 수 있다. 이는 자본과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분야일수록 그러한데, 이런 분야는 미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야이다.

법인세에 대한 긴밀하고 광범위한 국제 공조가 없는 상황이라면 미국은 다른 국가처럼 법인세를 낮추어야 한다. 대신에 수익 뿐 아니라 부채에도 세금을 부과하며 법인 뿐 아니라 법인이 아닌 대상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통해 세수를 확대하는 것이 미국 조세법을 덜 훼손하는 것이며 효율적인 방법이다.

물론 법인세가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연방정부의 재정수입은 매년 120억 달러씩 줄어든다. 이는 조세기반을 확대하고, 조세지출을 줄임으로써 상쇄시킬 수도 있다. 조세지출은 세제 혜택으로 인한 세수의 손실을 의미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업세(business tax) 개혁과 심슨-보울스(Simpson-Bowles)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은 모두 이러한 조세지출 축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석유와 가스, 항공기 사업 같은 ‘특별 이익단체’들은 그들이 받는 상당한 수준의 세율 혜택에 비해서 충분한 수입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세제혜택을 줄여야 한다 - 역자주) 하지만 가속 상각의 할인, 제조업의 세금 감축, R&D 세제혜택 등은 의미있는 세제혜택이다. 이런 항목에서의 세제혜택을 증가시키는 것은 투자를 감소시키고, 혁신을 늦추어서 결국 법인에 대한 세금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법인세를 낮추는 대신에 법인의 주주에 대한 세율을 높임으로써 세수의 손실을 해결해야 한다. 법인세를 낮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배당과 자본소득에 대한 세율은 15%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낮다. 하지만 국민소득 중 이윤이 차지하는 몫은 언제나 높았다. 자본 소유자에 대한 낮은 세율을 주장하는 이들은 법인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인세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개인의 자본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법인세를 낮추면 이런 주장을 반박할 수 있다.

법인 소득에 대해서 개개인이 세금을 낼 경우 세후 실질 소득은 감소하겠지만, 이런 세금은 법인의 투자를 방해하는 효과는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노동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본 소유자에게 바로 과세를 할 수 있다. 게다가 개개인의 주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것이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것보다 훨씬 쉽다. 애플은 복잡한 기술을 써서 그들이 법인 소득을 얻는 지역을 조작한다. 하지만 애플의 주식을 갖고 있는 개개 미국 시민은 그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 얻었던지에 상관없이 배당금과 자본 소득을 신고한다.

최근의 연구는 자본소득과 배당금에 대해서 일반 소득과 똑같이 과세할 경우, 그래서 1997년 이전 세율로 장기 자본 소득에 대해서 최대 28%의 세율을 부과할 경우에 법인세를 35%에서 26%까지 하락시켜도 무방하다고 밝히고 있다.

법인세의 인상은 미국 국민들로 하여금 법인이 그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으며, 소득 불평등을 확산시킨다는 이미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자본이동이 가능한 조건에서 법인세의 인상은 좋지 않다. 심지어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조차도 좋지 않다. 이는 재정수입을 축소시키고, 세제의 누진성을 악화시키며,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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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23 새사연

왜 지금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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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왜 다시 재벌개혁을 말하는가.

2. 구조개혁인가, 불법규제인가.

3. 구조개혁을 정말 할 수 있는가.

4. 재벌경제력 집중 억제의 목표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재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이명박 대통령까지 문제 삼겠다고 나서면서 분노는 더 크게 번져갔다. 재벌가의 2~3세들이 해외 생활을 하면서 먹고, 입고, 메고, 타고 다녔던, 그들에게 익숙한 것들을 국내로 수입해서 파는 사업에 꽤 많이들 손을 댔던 모양이다. 그런데 재벌가 자녀들은 하나의 트렌드 비슷하게 취미생활 삼아 빵집 사업을 했을지 모르지만 인근의 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언론 인터뷰에서 한 동네 상인이 “대기업들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내 땅 짚고 헤엄치기인데 우린 익사 직전”이고 하소연 한 것이 공연한 엄살일 수는 없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실로 15년 만에 우리사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15년 전 외환위기 때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외국자금을 무리하게 끌어와 과잉 중복투자를 하는 바람에 환란을 맞았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불러들인 장본인이 재벌이라는 국민적 분노가 있었다. 그래서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컸었고 김대중 정부는 이를 배경으로 재벌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면 지금은 무엇이 재벌개혁을 사회적 관심사로 끌어 올렸을까.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 4년, 그리고 글로벌 경제위기 4년 동안 국민들의 소득은 늘지 않고 고용은 더 불안정해졌으며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그런데 규제완화와 감세를 통해 대기업을 살리면 중소기업과 노동자, 서민들이 살아날 수 있다던 ‘적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위기의 와중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등 재벌 대기업 집단들은 ‘나 홀로 성장’을 구가했다. 문제의 정도가 심각해지자 친 기업 정부를 자임하던 이명박 정부 자신이 집권 후반기인 2009년 하반기부터 ‘공정사회’와 ‘동반 성장’을 말해야 할 정도였다.

특히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한국의 재벌기업집단들이 총수의 2세, 3세들을 동원하여 늘린 계열사들이 기껏 동네의 빵집, 자전거 가게, 라면, 순대 등 서민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들이 속속 들어나면서, 규제를 풀어주었더니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로 나간 것이 아니라 서민이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네골목으로 치고 들어왔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다. 국민경제의 작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도가 다시금 엄청나게 커졌음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경제력 집중 억제의 상징적 정책 수단이었던 ‘출자총액 제한 제도’ 부활 얘기가 정치권에서 제기되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경제력 집중이란 크게 1)시장 집중, 2) 소유 집중, 3) 일반집중의 문제로 요약되는데 우리 재벌은 그 가운데에서도 ‘일반집중’에 대한 문제가 핵심이다. 일반 집중이란 “산업이나 제조업 일반에서 또는 국민경제 전체에서와 같은 광범위한 경제영역에서 특정한 기업, 또는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지난 10년 동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얼마나 심화되었기에 빵가게까지 진출하게 되었을까? 우선 재벌의 일반 집중도를 ‘양적 규모’ 차원에서 자산, 매출, 순익, 계열사 수 같은 몇 가지 지표로 확인해 보자. 특히 55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삼성, 현대차, SK, LG, 그리고 롯데 등 5대 재벌 집단이 매출의 절반, 순이익의 2/3 이상을 차지하면서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5대 재벌 집단을 기준으로 2000년대 10년 동안 자산, 매출, 순이익, 계열사 수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겠다.

(1) 자산규모: 10년 동안 삼성과 현대차의 자산규모가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3배 정도의 자산이 팽창했고 삼성은 70조원에서 230조원으로, 5대 재벌집단은 230조 원에서 620조 원 규모로 팽창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200조 원이 늘어나서 가장 속도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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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3 / 27 새사연

90년대 한국경제는 어떻게 불평등을 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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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한국경제도 자본주의 황금기가 있었다
2. 소득상승이 경제발전 동력이 되다
3. 불평등이 가장 낮았던 시절
4. 높은 저축과 안정된 부동산 시장
5. 잠깐 동안 존재했던 내수 기반 경제의 가능성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한국경제도 자본주의 황금기가 있었다.

선거를 앞두고 심각한 소득 불평등이 문제라고 한다. 무너진 중산층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보편복지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을 그대로 두고 복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문제다.

지금의 문제는 재벌 중심의 수출경제로부터 기대했던 적하효과가 소멸한 탓이라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정당들이 내수기반 경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내수를 살리려면 민간소비가 회복되어야 한다. 민간소비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 소득이 없으면 살아날 수 없다. 결국  소득 불평등과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부채가 문제다. 도대체 내수기반을 회복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없어 보인다. 

우리경제에서 ‘소득 상승을 동력으로 한 내수기반 경제’가 가능할까? 이론에 불과할 뿐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역사적 경험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임금과 소득이 꾸준히 오르고, 불평등은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는 활기차게 이뤄졌다. 정말이다. 한국경제도 그렇게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또 지금을 안타까워하며 한국경제의 지난 30년을 돌아보자.

1987년과 1997년은 한국경제를 돌아볼 때 꼭 짚어야 할 두 번의 큰 분기점이다. 먼저 1987년이 가져다 준 한국경제의 황금기를 살펴보고, 이후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경제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살펴보자. 

1987년 한국경제는 3저 호황이라는 매우 유리한 대외 경제적 환경을 맞는다. 1985년 열린 선진국들의 플라자 합의 덕분이다. 또한 6월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 민주화의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었고, 뒤이은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조합 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임금인상 요구도 높아졌다. 이처럼 내외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1987년에서 1996년 동안의 한국경제는 그 이전 시기와 확연히 다른 거시경제 지표를 기록한다. 물론 그 이후 시기와도 확연히 다르다. 이 시기는 한국경제의 전 역사를 통틀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났던 시기다. 한국 자본주의 경제사에 유일했던 황금기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987년 이후 10년 동안의 흐름이 이어졌다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한국경제의 굵직한 난제들은 상당부분 해결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시 노동자의 임금과 소득은 가장 빠르게 증가했고, 노동소득 분배율이 개선되면서 소득 불평등 정도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저축률을 자랑하면서 국민경제의 투자 잠재력을 키웠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은 큰 변동 없이 일정수준을 유지했다.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민간 구매력이 향상되고 내수기반은 탄탄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재벌 대기업은 자본과 기술을 축적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보자. 

2. 소득상승이 경제발전 동력이 되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조합 결성이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다. 1989년에는 노동조합 조직률 20%, 조합원수 200만 명으로 정점에 올랐다. 2011년 기준 10% 밑으로 내려간 노동조합 조직률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노동조합이 활성화되면서 유례없는 노사 분규와 임금인상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연 평균 실질 경제성장률이 8.3%였을 정도로 상당히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2001년에서 2010년까지 평균 경제 성장률은 4.2%였다. 이와 비교하면 당시에는 확실히 고성장 기조가 이어진 반면 2000년대에는 저성장 기조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고성장이 이어지면서 일자리는 매년 50만 개 가량 늘어났고, 고용률도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였다([그림1] 참조). 1994년에서 1996년 동안에는 역사상 최고치인 고용률 61%에 근접했다. 최고의 일자리 창출 시기였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에는 고용률이 급격히 하락하여 60% 밑을 맴돌았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추락했다. 아울러 이 시기는 노동유연화가 사회적으로 확대되기 전이어서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불안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일자리가 늘어나니 당연히 노동자 임금과 가계 소득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집계하고 있는 명목상 피용자보수가 당시에 매년 15~2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해준다([그림2]참조).

임금상승에 따라 기업의 생산원가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당시 전 산업 기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14%까지 달했다. 반면 2000년대에는 10% 전후로 하락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으로 적자행진을 했던 것도 아니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충분했으며, 이를 노동자와 기업이 어느 정도 나눠 갖는 양상이었다.

요약하자면 1987년 이후 10년은 ‘노동조합운동 활성화 → 취업자 수 증가 → 고용률 증가 → 임금 상승’이라는 선순환의 연쇄적 상승작용이 바람직하게 작동했던 시기다. 특히 이 시기의 경험은 당시의 노동운동 활성화와 노동 민주화가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수 기반을 강화시키면서 경제의 선순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이다. 반면 2000년대는 ‘노동조합운동 약화 → 취업자 수 증가세 약화 → 고용률 하락 → 실질임금 정체’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매우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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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3.08  정태인/새사연 원장 

전세계가 뒤흔들리고 있다.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래 최대의 경제위기에 학자들은 대침체(Great Recess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무래도 불황(depression)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어감의 침체를 사용해서 빨리 이 수렁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희망도 담았을 것이다. 실제로 2009년에 세계 각국은 동시에 돈을 풀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출구전략의 시점을 가늠할 정도로 문제를 해결해 낸 듯했다.

시장만능 파국 맞아 ‘사회’ 가치 각광

그러나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가로막았고 유럽에서는 역내 불균형 때문에 남유럽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미국과 동아시아 간의 글로벌 불균형 역시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또다시 파국을 맞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 유럽, 일본이 동시에 제로성장 언저리에 머무르는 일본형 장기침체(Long Recession)로 갈 가능성이 높다. 위기 때는 뻔하게 보였던 미시적 금융제도 개혁이나 거시건전성 규제마저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완전히 파산한 주류경제학의 교수들은 오늘도 대학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똑같은 이론, 예컨대 효율시장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경제의 앞날은 말 그대로 ‘잔뜩 흐림’이다.

당연히 지난 30여년간 이 세계를 지배해 왔던 미국식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라는 말이 특별히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국가의 복지가 공격을 받으면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가 부상했는데, 이제는 시장경제마저 뒤흔들리고 있으니 더욱 각광을 받는 것이다. 주류경제학의 이론대로, 기업의 단기 주주 이익 극대화로 사회 전체가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던져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적 책임 투자’를 새로운 글로벌 규범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졌다. 존 롤스의 정의론이 인기를 얻고, 행정학에서 신공공행정론이 물러간 자리를 ‘공공가치행정론’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이다. 가히 칼 폴라니의 말대로, 시장만능이 불러온 파국에 대응해 ‘사회’를 내세우는 대응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 모두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한 몸부림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완전히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가 “짜잔” 하고 나타날 수는 없는 상황이다(예컨대 1929년의 대공황과 비교한다면 지금 시점에는 이미 새로운 경제학이 나타났어야 하고 중국은 미국을 한참 제쳤어야 한다). 하지만 10년 내지 20년의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사회’로부터 분리됐던 경제가 다시 사회 속의 제자리로 돌아가는, 즉 경제가 사회적 규제를 받는 쪽으로 나아갈 것은 틀림없다.

‘사회적 경제’는 인간의 상호성에 기초해(Homo Reciprocan) 사회적 연대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경제부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이기성에 기초한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시장경제와는 다른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에서 가장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다. 협동조합의 7원칙은, 진화생물학과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인간 협동의 조건을 고스란히 반영한 인류의 오랜 지혜이다.

최근에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함께 협동조합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미리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구성하는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가 신뢰와 협동으로, 다소 느리겠지만 아주 단단하게 우리 사회의 공동체에 뿌리박는다면 우리의 시장경제에도 인간과 사회의 따뜻함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이나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는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를 지배하여 가격의 움직임마저 부드럽게 규율하는 사회이다.

이기심 대신 협동으로 따뜻한 시장을

지금 국민들의 염원인 복지국가의 형성에도 사회적 경제는 기여한다. 복지의 마지막 전달경로에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가 개입할 때 효율과 평등이 동시에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의 건강보험체계에서 의료생협이 1차 진료기관을 담당하게 되면 돈을 절약하면서도 훨씬 더 따뜻한 복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에서 사상 최대의 사회적 경제 실험을 하고 있다. 복지와 사회적 경제, 이 둘이 손발을 맞출 수 있다면 한국은 어느덧 세계가 뒤따르고 싶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한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한겨레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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