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11 / 04 정태인/새사연 원장



[ 목 차 ]

1. 세계 경제는 3개의 지뢰를 비켜갈 수 있을까? : 2014년 세계 경제 전망

2. 경제성장률은 몇 %일까? : 2014년 한국 경제 전망

3. 지뢰는 미리 제거하고, 튼튼한 경제를 위한 정책적 제언




세계경제는 2008년 10월,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5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확실히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00년대 전반기의 호황과 비교한다면 여전히 “장기침체”라고 말하는 게 온당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뒤에서 보듯이 2008년 위기의 중요한 원인들은 거의 제거되지 않았고 위기를 막기 위해 취했던 ‘비전통적’ 정책들을 부드럽게 거둬들일 방법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안고 있는 시한폭탄, 또는 미해결의 과제들이 폭발하지 않는 한 선진경제권은 그럭 저럭 2% 후반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완만한 회복은 개발도상국의 경기둔화, 또는 위기 가능성과 맞물려 있다. 지난 9월 버냉키의 양적완화정책 축소 발언 이후 신흥경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이들 경제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97년 동아시아 위기를 맞은 나라들(태국, 한국, 인도네시아)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현재 곤란을 겪고 있는 브라질,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대 GDP 경상적자 비율, 대외채무비율, 외환보유고 비율은 그다지 나아보이지 않는다. 


한편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의 부채가 급증해서 이를 국유 자산의 판매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지방 정부가 파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로 인해 금융경색 현상이 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공산당과 중앙정부가 강력하기 때문에 급격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1979년 한국의 심각한 경제위기가 1980년대에 공권력에 의해 수습된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7% 중반 대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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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6 / 1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성장률 7%보다 고용률 70% 목표가 더 나은가?

 

먹고 살기가 어렵다. 사실 우리의 경제형편이 어렵게 된지는 꽤 오래되었다. 분기별 실질 성장률 기준으로 우리 경제가 3% 밑을 맴돌기 시작한 것이 2011년 가을부터이니 전에 겪어보지 못한 체감적 불황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1.5%였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이어서 5.15 벤처 활성화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더 이상 성장의 엔진이 되기 어려운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은 곧 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지금은 1990년대 말 IT벤처 붐이 불던 시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가 취임전과 달리 최근 ‘제 2의 한강의 기적’이니, ‘경제 부흥’등의 용어를 써가면서 다시 성장률에 집착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큰 흐름은 여전히 양적인 성장률 자체 보다는 내부의 ‘불평등 개선’이나 ‘사회 안전망’, ‘일자리의 양과 질의 개선’ 등이다. 경제 민주화와 보편 복지, 일자리가 대선 주요 의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연히 박근혜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가 내놓았던 ‘747 공약’같은 성장률 목표를 내걸지는 않았다. 여기까지는 필연이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량적 목표를 내걸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고용률 70%다. 지난 6월 3일, ‘고용률 70% 로드맵’까지 발표하면서 실행의지를 구체화했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 확대 논란을 불러왔던 여성 고용률과 청년 고용률 증대 목표가 눈에 띤다.([그림 1] 참조) 어쨌든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라고 부르는 지금의 상황에서, 외형적인 성장률에 집착하기 보다는 고용을 늘려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겠다.

 

 

1% 올리기도 무거운 고용률

 

그런데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짚어볼 것이 있다. 첫째는 현재의 고용률 64.2%(2012년 말 OECD기준)에서 집권 5년 동안 70%까지 무려 6%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OECD기준으로 고용률 정의는 15세~64세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출산률이 세계 최저라고 하지만 아직은 이들 인구가 매년 약 20만 명씩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률을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년 약 12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즉 매년 12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야만 늘어나는 생산가능 인구를 흡수하면서 고용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고용률을 1% 끌어올리려면 약 36만개 이상의 추가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15세~64세 생산가능 인구가 약 3600만에 이르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일자리가 일시적면 소용이 없다. 고용률은 금방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36만개 이상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고용률 1%는 결코 작은 수자가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수치인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1%도 무거운 고용률을 무려 6%나 올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매년 평균 47.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집권 기간 동안 총 238만 개의 추가적인 일자리를 창출하여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4대 재벌인 삼성, 현대기아차, SK, LG의 총 임직원이 94만 명이고 그 중 국내인력이 56만 명가량 된다고 한다. 238만개의 일자리는 이명박 정부 5년 실적의 두 배에 가깝고 4대 재벌이 해외에까지 고용하고 있는 인력 규모를 두 배 이상 넘어간다. 정부가 다시 외형적인 양적인 일자리 개수 70%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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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3정태인/새사연 원장

 

다행이다.

부러 경제성장률을 낮춰서 추경예산을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지만 나는 그래도 객관을 인정한 박근혜 정부를 칭찬한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 정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제관료들이다. 놀랍게도 2012년 9월,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짠 사람이나 지금 2.3%를 들고 나온 사람은 똑같다. 한 나라의 경제, 그것도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경제 성장율이 불과 6개월 만에 1.7%p 수정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경제성장 예측 모형(이른바 동태확률일반균형(DSGE)모형으로 수천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돼 있다)의 전망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파라메터(방정식의 상수들)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그 수치들을 수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높은 이유, 모델이 잘못됐거나, 뻥튀기했거나

이번 발표에서 왜 갑자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지를 조목 조목 밝히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들은 위에서 인용한 새사연의 보고서를 읽으면 된다. 요악하자면 “대외 경제 여건의 호전”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정부가 기대를 건 수출은 플러스를 기록하면 다행이고 내수 부문은 저임금과 가계 부채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일 것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2%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다. 결국 2012년 하반기 발표는 모델이 잘못 됐거나, 정부의 의도 때문에 성장률을 뻥튀기했다는 게 새사연의 주장이었다.

어쨌든 정부가 우리 예측대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수정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세입도 줄어든다. 하여 증세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도 주장했고, 심지어 부자증세가 아닌 국채에 의한 추경도 찬성한다고 썼다. 도토리 키재기인 여야가 어떤 수사를 동원해서 갑론을박한다 해도 10조 원 이상의 추경에 합의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경제성장 기조가 바뀌어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그런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리하게 수출진작책을 쓴다면 국제적인 통화전쟁에 직면할 것이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내년이나 후년에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결국 지난 50년간 지속된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 기조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정태인, 2013년, 한국경제 ‘국민 행복시대’로 갈 수 있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13.1.9) 이것이 우리의 답이다. 다행히 정부도 수출 증가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러므로 내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의 상승,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확충 밖에는 없다. 나아가서 동아시아에 5조 달러 이상 쌓아 놓은 외환보유고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이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히 말해서 관료들은(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주위의 청와대 경제비서관들은 다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부동산 붐에서 내수 확대의 길을 찾았다. 맞다. 현재 내수의 걸림돌인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또는 공포스러운 파국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이큐가 두자리 이상이라면 자연스레 찾을 해법이긴 하다. 그 자체도 실현되기 어렵겠지만(모든 수단이 다 동원된 이번 정책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혹여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어찌 할 것인가? 새로운 거품으로 과거의 거품이 꺼진 자리를 채우는 방법은 이미 미국에서 실패한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폭탄 돌리기” 게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를 통해 주장했고, 앞으로 계속 제시할 대안인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외에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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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1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

 

2013년이 밝았다. 하지만 밝아오지 않은 세계 경제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사실 언제 밝아올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태이다. UN은 2.4%로 201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각 국의 경제정책이 잘 작동할 경우 3.8%까지 높아질 수도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0.2%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경제는 어떨까? 정부는 3% 성장을 예상했지만, 아마 2.5%대에 그칠 것이다.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가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 각 국 정부의 최대 목표는 이 침체를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이다.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도 경제 회복, 경제 안정이다. 새로운 세대투표를 보여주었다고 평가된 50대 유권자들이 박근혜 정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그나마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먹고 사는 것이었다고 이야기된다.

그런데 스티글리츠 교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위기 이후의 위기들"이라는 글에서, 우리가 더 큰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 침체보다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이며, 더 위협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지구온난화, 사회구조의 변화, 세계불균형, 불평등 심화이다. 위대한 학자가 가질 수 있는 거대한 시야이다. 스티글리츠가 제시한 진짜 중요한 문제들에 비하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걱정 따위는 근시안적이다.


그렇다고 경제 문제가 하찮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스티글리츠의 의도도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경제문제에만 집중하느라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거나 혹은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들을 심화시키는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구온난화, 사회구조의 변화, 세계 불균형, 불평등 심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경제침체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새 정부도 경제성장에 급급해서 근시안적 대책을 내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라는 우리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경제회복과 성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방향은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이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을 제한하여, 더 많은 경제주체들에게 기회를 주고, 노동권을 강화하고, 복지를 확대하여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높여야 한다. 그것이 '뒷탈'없는 경제성장으로 가는 길이다.

 

 

위기 이후의 위기들

(The Post-Crisis Crises)

 


2013년 1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유로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때문에 세계 경제의 장기적 문제들이 간과되고 있다.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느라 이 문제들은 더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를 매우 큰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구온난화이다. 세계 경제 성장의 악화는 탄소배출 증가를 늦추겠지만, 이는 그저 짧은 유예기간을 얻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는 세계의 온도를 고작 섭씨 2도 낮춘다는 제한된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매우 느리게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갈 경우 미래에는 탄소 배출의 급격한 축소가 요구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경제 침체 상황에서 지구온난화는 나중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세계 경제를 개선하는 것이 총수요와 성장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기술적 진보와 세계화의 흐름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급격한 구조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정도로 충격적일 수 있으며, 시장은 이런 충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농촌의 농업 경제로부터 도시의 제조업 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처럼, 오늘의 문제도 일정 정도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탄생해야 하는데, 현대 금융시장은 새로운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투자와 착취를 선택했다.

또한 구조적 변화를 만드는 과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요구한다.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 중에는 건강과 교육이 있는데, 이 두 분야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시장 불완전성을 근본적 특징으로 갖고 있으며 평등과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 이전부터 세계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 독일과 중국 등 무역수지 흑자 국가들이 소비를 늘려야 한다.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실제 유로 위기가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독일이 수출을 통해 장기간 쌓인 흑자를 처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GDP 대비 비중으로 보았을 때 줄어들고 있으나 장기 추세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국내 저축이 늘어나고 세계 통화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 저축 상황은 좋지 않아 경제 침체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아마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소비를 늘린다고 해도 반드시 미국 상품을 수입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와 교육 같은 비무역재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공급 체인의 심각한 불안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중국 수출제조업자에게 생산요소를 공급하는 국가들에게 그렇다.


마지막으로 불평등 속에 세계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빈곤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함께 소득 상위 집단이 점점 더 많은 경제 성과를 가져갈 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중산층이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미국에서 기회의 평등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불평등의 추세를 악화시켰지만, 대침체가 있기 이전부터 이미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였다. 실제로 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불평등의 심화가 경제 침체의 이유 중 하나이며, 세계 경제에 관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구조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다수 시민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하는 경제, 정치 구조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이 상태로라면 경국에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것이고, 사회 제도나 체제는 그 권위를 의심 받게 될 것이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격차가 지난 30년 동안 대단히 좁혀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빈곤상태에 있으며, 저개발국가와 그 외 국가 사이의 격차는 아주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다.

국가 간 격차에 관해서는 불공정한 무역 협정도 문제이다. 농업 보조금을 통해서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것은 가난한 국가의 많은 이들의 소득이 농업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선진국은 친개발무역체제를 창출하기 위해 2001년 11월 도하에서 맺은 약속도 지키지 않았고, 빈곤국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2005년 글렌이글스 G8 정상회의에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시장은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풀 수 없다. 지구 온난화는 본질적으로 "공공재" 문제이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정부가 더 많은 행동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재정감축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 때에 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발생할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재정적자를 격렬히 반대하고 긴축정책을 옹호하는 자들의 주장은 오늘의 경제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미래의 전망도 어렵게 만든다. 이런 모순은 총수요 부족과 함께 오늘날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대안은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 지구온난화, 세계 불평등과 빈곤,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추구할 때 우리들 자신을 구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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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0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집권 첫해에 경제 위기를 맞는 징크스

우연이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권은 모두 집권 첫해에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던 1997년 그 시점은 한창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이 구제금융 조건을 협상하던 터라, 김대중 당선자는 당선 확정 당일부터 환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1998년 집권 첫해는 15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사상 최악을 경제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2003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집권 첫해부터 앞 정부가 조장한 거대한 신용 카드대란의 후폭풍을 뒷수습하는데 경제역량을 모두 투입해야 했다.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그 해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내수가 휘청하는 경험을 했다.

‘747공약’과 ‘경부대운하 건설’이라고 하는 그랜드 플랜을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인 2008년 초까지만 해도, 100년 만에 한번이나 올까 말까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가 그 해 가을에 터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성장은 고사하고 집권기간 평균 3%도 안 되는 성장률 실적밖에 기록할 수 없었던 이명박 경제의 운명은 그렇게 첫 해에 결정되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다. 5년 전의 보수적 정권교체와 달리 정권연장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아니 상당히 나쁜 편이다. 일단 2012년 경제가 당초 전망인 4%성장에서 반 토막 난 2%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가 평년 대비 재정투입을 두 배쯤 올려서 성장률을 약 0.5% 끌어올린 덕택이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정부의 개입효과가 없었다면 1% 성장에 그쳤을 거라는 말이다. 15년 전처럼 환란도 없었고 카드대란도 없었는데도 바닥을 기는 성장률이었다. 두 자리 성장을 하던 수출이 마이너스에 빠지고 민간소비 증가도 1%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동반성장도 아쉬운데 동반침체의 위험 있다.

2013년 경제는 기본적으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망 기관들이 대체로 2.6%(삼성증권) ~ 3.2%(한국은행) 사이를 전망하는 등 올해 보다 체감이 거의 없을 개선을 전망하고는 있는데, 이것도 사실은 ‘소망’ 수준에 가깝다. 예를 들어 2012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이유가 2013년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경제가 다소 호전되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여건이나 고용 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상저하고(上底下高)다. 2012년 한국경제를 전망할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상반기 보다 더 나쁜 하반기 경제가 실제 결과였다. 2013년에도 ‘상저(上底)’일 것은 틀림없겠으나 ‘하고(下高)’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특히 박근혜 경제의 앞날에 안 좋은 소식은 경제 회복을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역대 정권들이 취임 초에 경제침체와 싸워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지만 그래도 내수와 수출 가운데 한 가지는 양호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펼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글로벌 수출 환경 호조 덕분에 환란을 예상보다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고 노무현 정부도 신용카드 대란으로 무너진 내수를 두 자리 수 수출증가로 만회할 수 있었다.

시기

민간소비 증가율(%)

수출증가율(%)

1998년 외환위기

-12.5

+12.9

2001년 IT거품붕괴 여파

+5.7

-3.4

2003년 카드대란

-4.0

+14.5

2009년 금융위기 여파

+0.0

-1.2

2012년 동반침체시작(추정)

+1.4

+3.0

그런데 박근혜 정부 앞에는 어두운 수출환경과 허약한 내수 기반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을 보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6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경기침체는 저 멀리 사라지고 경제는 앞으로 쌩쌩 달릴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지역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식 불황으로 나가고”있다고 2013년 세계경제를 압축해서 표현했다. 정부도 5%이상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내수는 어떤가. 역대 정부들이 내수를 소홀히 하고 수출에만 의존결과 내수 토대가 계속 취약해졌다. 고용여건은 2013년에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하여 민간 구매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므로 건설투자나 긍정적 자산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11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부채를 동원한 소비확대의 측면을 잠식하면서 경제 성장의 현실적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 해에 가계부채 위기관리와 씨름해야 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물론 박근혜 정부에게도 의지할 카드가 하나 정도는 남아있다. 바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다. 2012년 경기하락을 2% 수준에서 방어한 것도 바로 정부 재정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한 긴축 논쟁이 경기침체를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재정지출 확대를 넘어서 어떻게 분배구조를 개선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확대시키고 내수성장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바로 박근혜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 민주화, 중산층 70% 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줄. 푸. 세’로 상징되는 대기업 위주 경제, 1% 편향 정책을 추구하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같은 정당에서 집권 연장된 정부다. 다만 2012년 한국사회가 경제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부상시켰고 박근혜 후보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를 차용하면서 경제 민주화와 공정한 시장 경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 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행될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색깔이 다시 경제정책에 투영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바로 이 점이 2013년 한국경제 전망을 하는데 가장 불확실한 대목이다. 따라서 2013년 한국경제는 수출이나 내수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정부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공약대로 경제정책을 실행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이글은 한겨레 21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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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