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누리당의 박근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그리고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안철수 원장이 차례로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12월19일 치러질 18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들이 확정됐다.

대선 이전부터 그랬지만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쟁점이 되는 영역은 여전히 경제개혁 부분이다. 지금 경제개혁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로 집중되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독식해 불평등을 조장하는 재벌에 대한 개혁으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자는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추진해야 할 경제개혁은 대단히 광범위한 것이며 근본적인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자본주의의 대세로 간주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온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누적시켜온 뿌리 깊은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멈춰 세워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 차원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과제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고용차별과 불안정성 △금융 자유와 개방으로 인한 투기와 신용거품 △주주자본주의 경영으로 인한 단기수익 추구를 규제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는 특히 노동권 보호(노동 민주화), 금융의 규제강화(금융 민주화)와 함께 주주자본주의를 폐기하고 기업과 산업에서 더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혁을 위해 국가가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특히 금산분리를 넘어서 금융시장 규제와 자본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규제는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표현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토는 대선에서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위기가 전혀 해소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은 여전히 위기에 취약하지만 과도한 자본 유출입 변동에 대한 경계는 없다. 1천조원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며 불안해 하지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금융회사들에 대한 적절한 규제 논의도 없다.

재벌이 은행과 금융회사를 소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은행은 모두 재벌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가계부채의 주범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금융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재벌이라기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선 후보들이 최근 좀 더 실험적으로 제시하는 경제개혁 비전들도 신자유주의 극복이라는 큰 틀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문재인 후보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공유가치 성장론'을 제시한 바가 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제안하는 공유가치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장선에서 산업 생태계의 발전 속에서 기업의 이익을 찾는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경영학 개념이기는 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신자유주의 틀 안에서 제시된 개념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으며, 부분적 수용은 가능하지만 대선의 핵심전략이 될 정도는 아니다.

출마선언 후 제일 먼저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혁신 기반 경제론’도 유사하다. 그는 “현재 정치권 화두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인데, 거기에 혁신경제가 연결돼야 두 바퀴의 자전거처럼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면서 전통 제조업 틀을 벗어난 지식기반 혁신경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벤처적 혁신의 개념만으로 우리경제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불평등을 완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권시절에도 적지 않게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형 중소기업을 강조했지만 양극화 해소나 불평등 완화에 기대한 것만큼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경제질서를 대체할 개념으로는 너무 약하다.

안철수 후보는 이런 언급도 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되면 마음 놓고 도전해 창업할 수 있고 성공확률도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도 많이 된다”면서 “그런 자유로운 환경에서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맞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혁신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혁신을 위한 토양을 만들어 준다는 사실이다. 차라리 혁신을 위해서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는 효율과 경쟁만을 유일 가치로 내세운 신자유주의에 대해 공히 비판적이다. 그러나 아직 제시한 정책 구도는 신자유주의에 맞설 만큼은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더욱 과감한 정책 진화를 기대해 본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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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2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 선거는 좀 독특하다. 우선 정당들의 정책이 서로 맞서는 대결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유럽처럼 긴축이냐 아니냐 하는 방식의 대결도 아니고 미국처럼 증세냐 감세냐 하는 모양도 아니다. 모두다 복지이고 모두 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진짜 경제 민주화냐 가짜 경제 민주화냐,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다소 맥없는 논쟁만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도 난감하다. 국민들에게 각 정당과 후보들의 차별성을 비교해서 알려줘야 하는데, 차별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 여부를 글로 비교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언론은 국민에게 익숙하고 단답형 방식으로 단순화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뽑아 정책비교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활을 새누리당은 반대, 민주통합당은 찬성한다는 식으로 차별화한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 민주통합당은 기존 순환출자도 금지한다는 식으로 구분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마치 출자총액 제한제도 부활여부가 되고 순환출자 금지가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정말 그런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 출자총액 제한, 상호 출자와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지분요건 강화, 금산 분리 등은 기업 집단형태로 존재하는 재벌들로 하여금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무분별한 계열사 확대로 부실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재벌개혁 영역이다. 당연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큰 맥락에서 볼 때 필요한 조치들이다. 재벌들이 대거 부실화됐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특히 중요했던 개혁과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 과제가 여기에만 국한되지는 않으며 어쩌면 2012년 버전의 경제 민주화에서 중심 영역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왜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요구로 부상했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 단순히 정치권에서 선거용 구호로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깊어진 양극화와 불평등 때문이다. 5년 전 대선에서는 대기업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고, 이명박 정부는 실제로 친 기업 정책을 폈지만 양극화와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2009년부터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을 정책과제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벌의 자발성에 기대는 동반성장은 처음부터 실패를 예정한 것이었고, 이는 동반성장위원장을 맡은 정운찬 전 총리가 위원장 자리를 1년 만에 사퇴한 데서 증명된다.

물론 양극화와 불평등을 복지정책 확대를 통해서 완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2010년 무상급식을 매개로 급격히 확산된 국민의 보편적 복지 요구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개혁하지 않은 채,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복지정책을 확대한다고 불평등이 제대로 해소될 수는 없고, 조만간 재원의 한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보편복지에서 경제 민주화로 국민들의 관심이 확장됐던 것이고 시장의 개혁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국경제에서 시장의 지배자이자 독식자인 재벌에 대한 개혁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시장의 곳곳에서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독식, 힘의 논리가 작동하면서 경제적 약자들의 몫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제기된 것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정’으로는 이러한 횡포와 독식이 오히려 강화되고 고착되기 때문에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재벌을 규제하고 노동자와 중소상인,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권리를 지켜주는 경제개혁을 실시하자는 것이 경제 민주화의 핵심이다. 국민들이 경제 민주화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 공간에서 경제 민주화나 언론에서 보도되는 경제 민주화는 나의 생활과는 꽤 멀리 떨어진 문제처럼 느껴진다. 국민 생활 한 가운데로 경제 민주화 논의를 다시 보내야 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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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6정태인/새사연 원장

 

무슨 대단한 지식이나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약간의 경제학 지식과 현실 경제 흐름에 대한 ‘감’, 그리고 시계열 통계만 볼 줄 알아도 금년 성장률이 3%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새사연은 작년 말에 EU가 그럭저럭 위기를 헤쳐나갈 경우 한국 경제는 금년 2% 중반대 성장을 이룰 것이고, 더 나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행과 정부, 그리고 재벌 연구소들 모두 3% 후반대의 성장을 장담했다. 6개월이 지나자 EU 상황을 핑계로 3% 정도로 성장률을 끌어내리더니 최근엔 재벌 연구소들이 2%도 어렵다고 징징댄다. 문제는 이어지는 얘기다. 그러므로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상식이다) 등 경제개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박근혜 후보도 숟가락을 내민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가 더 위험해질 거라는 주장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다’고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김영삼의 ‘세계화’)으로 외환위기를 맞자 이들은 오히려 더 많은 개방과 경제자유화를 주장했다. 당시에는 ‘왕초 각설이’ IMF의 요구사항이 그랬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치자.
 
참여정부 초기 경제성장률이 5%에 머무르자 재벌과 조중동은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규제완화를 해야 투자를 늘릴 거라고 압박했다. 노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고백한 때였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 세계가 그랬고 지금도 각설이 타령은 여전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월스트리트는 여전히 흥청망청이고 오바마는 고전 중이다.
 
굳이 김빠진 옛 드라마의 ‘다시 보기’를 누른 건 앞으로 6개월 동안 일어날 일이 그 안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건 이명박 정부건 15년 넘게 양극화가 심해지자 ‘성공신화’에 취했던 국민들이 깨어나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외쳤고,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박근혜 후보는 끼어들기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이슈는 경제위기의 해법인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에 가장 잘 대처할 후보로 박근혜 후보를 꼽았다.
 
아마도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한 최근의 성과에, 어쩌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겹쳐졌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선거가 아니고 지금은 60∼70년대가 아니다. 단언한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위의 재벌 연구소의 주장을 따를 것이다. 위기 때문에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나아가 그런 정책은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과 조중동에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이며, 보수적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동맹세력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지금 코 앞에 닥친 위기는 구체제의 방식으론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현재 국민이 요구하는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협동조합(사회경제)이야말로 위기 탈출의 묘책이다. 지금 세 정책을 실현하려는 시민 세력이 뭉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희망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의 미적거림에 탄식하고 안철수의 모호함에 불안에 떨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낙선운동, 투표 격려, 그리고 야당과의 야권 단일화를 해 왔다. 이제 사회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뚜렷한 요구가 있는 만큼 더 정확한 정책 목록, 정책을 실현한 내각의 구성 원칙, 그 내각과 시민의 통합 가버넌스를 내세워야 한다.
 
2008년에는 정권을 내주고 나서야 석 달 넘게 광장으로 나왔지만 지금 정권을 만들기 위해 나서면 훨씬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이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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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3 / 29 새사연

민주정부 10년 동안 왜 경제 민주화를 못했나?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환란으로 사라진 내수기반 경제의 희망
2. 금융시장이 개방된 한국경제
3. 선출되지 않은 절대 경제권력 재벌
4. 벼랑 끝까지 온 불평등과 한국의 99%
5.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 함께 가야한다.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환란으로 사라진 내수기반 경제의 희망

김영삼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금융개방은 재벌 대기업의 팽창 욕구와 결합하여 외환위기라는 한국경제사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켰다. 물론 그 뒤에는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주도해온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구들, 이를 지배해온 미국이 있었다. 외환위기는 한국경제를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분기점이 되었다. 개방과 자유화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기업들은 단기 수익성을 목표로 경영전략을 바꾸고 노동유연화 정책을 속속 도입하였다. 그 결과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고용불안은 확대되었으며, 전반적인 실질 근로소득이 하락하고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었다. 중산층은 곧 붕괴되었고 본격적인 사회 양극화가 시작되었다. 기업 금융은 줄고 가계를 대상으로 한 소매 금융이 크게 확대되었다. 실물경제는 4%대의 성장률에 머무르는 대신 자산시장 거품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가파른 상승을 시작했다.

외환위기 와중에 정부 도움으로 살아남은 절반의 재벌 대기업은 부채 축소와 수익성 개선을 내걸고 신자유주의 단기 수익추구에 성공적으로 편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 고용을 축소하면서 내수 시장 대신 본격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했고 철저히 수출위주의 성장 전략을 구사했다. 국내 경제와 재벌 대기업의 성장이 단절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시기 재벌 대기업 주도하면서 성장과 고용이 동시에 달성되는 한국형 발전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것은 우리 경제와 국민들의 삶을 파괴했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이 1998년부터 2007년까지의 민주개혁정부 10년 동안 이루어졌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민주개혁정부는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 생산적 복지,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을 정책기조로 삼아 일정하게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를 확충하려는 노력을 했고 성과도 있었다. 게다가 외환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또한 규제완화와 금융 자유화가 세계적 추세로 진행되면서 한국만 단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의 민주개혁정부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금융자유화와 개방화를 추진했고, 재벌 대기업 집단이 경제력 집중을 가속화하여 경제권력화 되도록 방치했던 측면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로 인해 1차분배 영역인 시장에서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졌다. 특히 10년 동안 민주정부가 큰 비판 없이 추진한 자본시장 개방과 자유화 정책은 해외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자유로이 유입되도록 했고, 부동산과 건설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을 통제하지 못함으로써 항시적 금융 불안과 신용카드 대란, 부동산 거품을 자초했다.

요약하자면 민주개혁정부는 한편으로는 강력한 양극화 경향을 갖는 시장주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를 보완하는 사회복지를 확대했지만, 지배계층의 강력한 저항과 투기경제에 발을 담근 시민세력의 소극적지지 속에서 전자가 후자를 압도해버렸다. 그 결과 2007년 대선에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권인 이명박 정권이 당선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개혁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한국경제에 이식시킨 금융개방경제, 수출주도경제, 자산거품경제의 뿌리는 향후 한국사회가 사회적 역량을 집중하여 근절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로 남았다.

...전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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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0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에 실린 마틴 울프(Martin Wolf)의 글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기 위한 7가지 방법(Seven ways to fix the system's flaws)"을 요약 소개한다. 마틴 울프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평론가이며 저서로는 '금융공황의 시대'가 있다.

이 글은 파이낸셜타임스가 "자본주의의 위기(Capitalism in crisis)"라는 이름으로 연재하는 기획기사의 일부분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재를 시작하며 자본주의는 굉장히 뛰어난 생존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변화와 개혁을 실행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30년대 대공황을 이야기하는데, 그 덕분에 케인즈주의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히 세가지 점에서 개혁이 일어났고 본다. 첫째, 금융규제가 강화되어 미국에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분리한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되었다. 둘째, 많은 국가에서 복지국가가 탄생하고 발전했다. 셋째, 2차 세계대전 후 1930년대의 보호주의를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는 1930년 대공황보다는 규모 면에서 작지만, 큰 사건이고 특히 세계의 경제권력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위기가 어떤 개혁과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아래 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개혁을 제시하고 있다. 거시경제, 금융, 일자리와 소득, 기업 지배구조, 조세, 민주주의, 세계화의 7가지 부문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기 위한 7가지 방법
(Seven ways to fix the system's flaws)

2012년 1월 22일
마틴 울프(Martin Wolf)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3년 전 세계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았다. 지금 상황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무언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일까?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장점이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7가지 변화의 요구를 살펴보자.

1) 거시 불안정성 관리(Managing macro instability)

경제학의 주요 논쟁 중 하나는 현대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불안정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민스키(Minsky)는 그의 걸작 "불안정한 경제 안정화시키기(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에서 경제가 잘 굴러가는 시기에 이미 침체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자기자본을 담보로 자본을 차입하여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 - 역주)가 점점 증가하여 결국엔 폭발하고 만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현금 흐름을 통해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헤지(hedge)"에서 현금 흐름을 통해 부채의 원금은 갚지 못하지만 이자는 갚을 수 있는 "투기(speculative)"로, 그리고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폰지(ponzi)"로 금융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겪은 일이 바로 이것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위기를 안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경기순응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둘째, 거시 건전성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특히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간과했던 점을 개선하여 레버리지의 증가를 규제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중앙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위기 전 정부와 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으로 침체가 촉진되었다.

2) 금융시스템 개선(Fixing finance)

금융은 모든 시장경제에서 핵심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취약한 신뢰의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는 까닭에 쉽게 붕괴되었다.

대안은 무엇일까? 경제를 금융으로부터 보호하고, 금융을 경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다시 말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튼튼한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격 흡수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핵심 금융기관들은 자기자본의 10배를 넘는 레버리지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금융기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즉각 해결에 나갈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투자은행이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금융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3)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 해결(Addressing inequality and jobs)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 국가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다. 불평등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이 문제가 된다고 보는 시각은 두 가지이다. 첫째, 불평등으로 인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결과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빈곤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제대로 된 출발 기회를 얻기 힘들다.

대안은 무엇일까? 재정정책을 통해 승자로부터 패자로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일자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교육과 보육의 질 개선 등은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 효과적으로 수요를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4) 기업 지배구조 변화(Changing corporate governance)

현재 자본주의의 핵심기업은 유한책임회사(주식회사, LLC Limited liability corporation)이다. 이는 매우 훌륭한 사회적 발명이지만,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고위 임직원과 주주의 이익에만 주목하여 기업의 장기적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주주의 권한은 환상에 불과하다. 주주 가치의 최대화는 함정일 뿐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기업의 소유권과 협력관계 등을 손상시키지 않는 한에서 세금과 규제를 확실하게 가해야 한다. 순수하게 독립적이고, 권력 분산적이며, 투명한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임직원의 급여를 투명하게 하고, 기업에 해가 되는 보너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

5) 조세 제도 수선(Tinkering with taxation)

세금은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금은 핵심 공공재 공급에 필요한 가용자원의 양을 결정하고,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에 포함된 부채에 대한 특혜를 없애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자산과 부채를 동등하게 취급한다면 취약성을 확실히 감소시킨다. 또한 과세대상을 소득에서 소비와 부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부자 과세의 경우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이 많기 때문에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6) 정경유착 근절(Curbs to purchasing politics)

정치와 시장은 각각 적절한 영역을 갖고 있다.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고, 정부는 시민을 기반으로 한다. 민주적 정치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면 금권정치, 재벌에 의해 장악된 정치가 되고 만다.

대안은 무엇일까? 기업의 선거자금과 정치자금 후원을 규제해야 한다.

7) 공공재의 세계화(Globalising public goods)

오늘날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중요한 특징이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작동하는 금융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로 통합된 세계 금융시스템을 분해시키고 국가적 수준에서 규제를 하는 것과 통합된 세계 정치를 강화하면서 높은 수준에서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광범위하게는 정치의 방식과 경제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시장의 개방, 통화의 안정, 금융의 안정, 환경 보호 등과 같이 전세계가 공유하는 공공재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적 지배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위기는 그저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기회이다. 자본주의는 항상 변화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내에서 특수하고 실용적인 개혁을 찾아야 한다. 물론 자본주의는 여전히 자본주의이다. 매우 불완전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의 가장 훌륭한 발명 중 하나이며, 더 많은 이들이 번영을 꿈꿀 수 있는 바탕이다. 그러니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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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