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출범 앞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 하라. 

며칠 후면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지난해 경제가 2.0% 저성장 늪에 빠진데 이어 올해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집권 첫해를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같은 정당이면서도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해왔고 경제 정책도 경제 민주화를 모토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경제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분명하게 평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가 바로잡고,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산업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논문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2012)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단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독히 ‘친 기업적 결과’를 초래한 ‘친 기업적 정책’ 

논문은 외환위기 이후,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가처분 소득이 이례적으로 비약적인 증가를 했지만, 가계의 소득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성장밖에 하지 못한 점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은 대침체의 경제위기 시기여서 통상 기업 소득이 크게 떨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오히려 기업소득이 훨씬 크게 증가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00~10년 사이 가계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율이 OECD국가 가운데에서 헝가리를 제외하고 가장 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논문은 “기업 부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임금 등으로 가계에 충분히 환류하지 못한데다 자영부문이 침체하고 여기에 조세나 준조세를 통한 2차 분배도 가계보다는 기업에 유리하게 작동한데 따른 결과”라고 요약했다. ▶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임금비용 절감과 노동자의 임금 몫 감소, ▶ 감세효과의 대기업 편중적 수혜, 그리고 ▶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생계형 자영업의 경쟁격화와 유통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인한 시장 잠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친 기업적인 성장전략’이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 과실의 공유가 아니라 반대로 철저한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명확한 증거이다. 친 기업 정책의 결과가 기업소득의 극적인 증가와 가계소득의 정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지극히 친 기업적 결과를 낳았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게 ‘친 노동 정책’을 요구하면 무리일까?  

“친기업적 정책 중심의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가계. 노동. 자영 부문에 대한 배려를 늘리는 정책 전환이 요청”된다고 논문은 제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노동권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유연 노동시장에 규제를 시작하여 추락하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반전시켜야 한다. 기업소득 성장이 아니라 가계소득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친 기업 정책이 아니라 친 노동정책에 의해 뒷받침 될 것이다.  

또한 대기업으로부터 중소상인의 상권을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통해 조세를 통한 기업과 가계의 격차를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와 격차의 진원지가 기업과 가계 사이의 격차라는 사실은 법인세 증세가 왜 우리나라에서 특히 필요한 것인지를 간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에게 이명박 정권의 ‘친 기업 정책’을 버리고 ‘친 노동 정책’으로 접근하라는 요구를 하면 무리인가? 문제는 보수정권이라 하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질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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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1년부터 경제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했으니 3년째다. 특히 지난해는 2.0% 수준밖에 성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특별히 주목할 경제적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한 것이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다. 새로 취임하는 박근혜 정부는 예산집행을 상반기에 몰아서 할 뿐 아니라 추경편성까지 해서라도 경기악화를 막으려 할 것이지만 체감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럼 하반기는 어떨까. 그건 그때 가 봐야 한다. 유럽위기 향방 등 대외적 변수들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나라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2012년 실적은 최고의 신기록 행진을 했다. 지난해 매출액 잠정집계는 201조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8.4%가 늘었다. 영업이익은 더 놀랍다. 29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인 88.84%가 증가했다. 이 정도 어마어마한 규모면 우리 국민들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졌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우리경제에서 ‘부자 삼성 가난한 국민’의 특징이 점점 더 짙어져 간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왜 그럴까. 한국은행에서 이에 대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이슈보고서 ‘가계소득 현황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민소득 가운데 기업이 이윤·이자·배당금으로 가져가는 몫이 계속 커져 온 반면 가계에게 차례지는 몫은 줄어 왔다고 분석한다. 외환위기 직전인 95년 국민소득 가운데 가계의 비중은 70.6%였다. 그런데 2011년에는 61.6%까지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의 몫은 16.6%에서 24.1%까지 늘어났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신자유주의 영향 등으로 가계소득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에서 유독 가계의 몫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2011년 기준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76.4%, 일본 65.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69.0%였다. 한국이 61.6%였음을 비교해 보라. 언론에서는 우리 사회가 '격차 사회'라고 난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남성과 여성의 격차 등 수많은 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격차의 근원에는 기업과 가계가 가져가는 몫의 격차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보자.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가계소득이 예전에 비해 늘지 않은 이유를 세 가지 차원에서 설득력 있게 정리했다. 첫째로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속도를 임금증가가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90년대에는 연평균 임금 증가율이 11.7%였고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2.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양상이 달라진다. 임금상승률은 7.2%에 불과한데, 영업이익률은 10.2%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은 훨씬 더 올랐을 것이다. 결국 기업이 이윤을 내고 성과를 올려 거둔 몫을 노동자에게 비례해서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자 삼성, 가난한 가계의 숨은 비밀은 이처럼 단순한 곳에 있었다.

두 번째는 기업의 노동자뿐 아니라 취업자에서 28.2%나 차지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됐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수익 역시 임금과 유사하게 90년대까지는 괜찮았지만 2000년대 오면서 현저히 줄어들었다. 90년대에 자영업자 연평균 영업이익은 10.2% 증가해 기업 영업이익과 비슷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자영업자 영업이익이 고작 1.5%밖에 늘지 않았고 기업은 10.2%가 늘었으니 당연히 기업에 비해 자영업 가계의 소득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임금노동자보다 못한 영세 자영업의 확산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세 번째는 바로 가계부채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저축률이 10%가 넘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부채에 대한 이자상환보다 저축에 대한 이자수입이 많아서 순이자소득이 14%씩 늘어났다. 그런데 2000년대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다. 순이자소득이 마이너스 13.3%로 역전된 것이다. 2011년 기준 1천조원의 가계부채 때문에 상환해야 할 이자가 연간 44.5조원 규모로 불어났으니 당연한 일이다. 반면 기업은 2000년대 들어와 부채 비율이 크게 축소됐고, 금융비용도 줄어들었다. 들어오는 수입은 충분히 오르지 않고 나가야 할 지출만 늘어난 곳은 가계뿐이었다.

이런 분석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소득 확대→소비증가→고용창출→인적자본 축적→성장지속→소득확대'의 선순환을 이루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체제로 바꿔야 한다. 새사연은 이를 ‘소득주도 성장모델’이라고 부른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빼 버렸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첨예한 이슈가 된 경제민주화가 그 해답이 되지 않을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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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0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집권 첫해에 경제 위기를 맞는 징크스

우연이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권은 모두 집권 첫해에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던 1997년 그 시점은 한창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이 구제금융 조건을 협상하던 터라, 김대중 당선자는 당선 확정 당일부터 환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1998년 집권 첫해는 15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사상 최악을 경제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2003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집권 첫해부터 앞 정부가 조장한 거대한 신용 카드대란의 후폭풍을 뒷수습하는데 경제역량을 모두 투입해야 했다.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그 해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내수가 휘청하는 경험을 했다.

‘747공약’과 ‘경부대운하 건설’이라고 하는 그랜드 플랜을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인 2008년 초까지만 해도, 100년 만에 한번이나 올까 말까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가 그 해 가을에 터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성장은 고사하고 집권기간 평균 3%도 안 되는 성장률 실적밖에 기록할 수 없었던 이명박 경제의 운명은 그렇게 첫 해에 결정되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다. 5년 전의 보수적 정권교체와 달리 정권연장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아니 상당히 나쁜 편이다. 일단 2012년 경제가 당초 전망인 4%성장에서 반 토막 난 2%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가 평년 대비 재정투입을 두 배쯤 올려서 성장률을 약 0.5% 끌어올린 덕택이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정부의 개입효과가 없었다면 1% 성장에 그쳤을 거라는 말이다. 15년 전처럼 환란도 없었고 카드대란도 없었는데도 바닥을 기는 성장률이었다. 두 자리 성장을 하던 수출이 마이너스에 빠지고 민간소비 증가도 1%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동반성장도 아쉬운데 동반침체의 위험 있다.

2013년 경제는 기본적으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망 기관들이 대체로 2.6%(삼성증권) ~ 3.2%(한국은행) 사이를 전망하는 등 올해 보다 체감이 거의 없을 개선을 전망하고는 있는데, 이것도 사실은 ‘소망’ 수준에 가깝다. 예를 들어 2012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이유가 2013년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경제가 다소 호전되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여건이나 고용 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상저하고(上底下高)다. 2012년 한국경제를 전망할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상반기 보다 더 나쁜 하반기 경제가 실제 결과였다. 2013년에도 ‘상저(上底)’일 것은 틀림없겠으나 ‘하고(下高)’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특히 박근혜 경제의 앞날에 안 좋은 소식은 경제 회복을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역대 정권들이 취임 초에 경제침체와 싸워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지만 그래도 내수와 수출 가운데 한 가지는 양호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펼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글로벌 수출 환경 호조 덕분에 환란을 예상보다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고 노무현 정부도 신용카드 대란으로 무너진 내수를 두 자리 수 수출증가로 만회할 수 있었다.

시기

민간소비 증가율(%)

수출증가율(%)

1998년 외환위기

-12.5

+12.9

2001년 IT거품붕괴 여파

+5.7

-3.4

2003년 카드대란

-4.0

+14.5

2009년 금융위기 여파

+0.0

-1.2

2012년 동반침체시작(추정)

+1.4

+3.0

그런데 박근혜 정부 앞에는 어두운 수출환경과 허약한 내수 기반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을 보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6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경기침체는 저 멀리 사라지고 경제는 앞으로 쌩쌩 달릴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지역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식 불황으로 나가고”있다고 2013년 세계경제를 압축해서 표현했다. 정부도 5%이상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내수는 어떤가. 역대 정부들이 내수를 소홀히 하고 수출에만 의존결과 내수 토대가 계속 취약해졌다. 고용여건은 2013년에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하여 민간 구매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므로 건설투자나 긍정적 자산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11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부채를 동원한 소비확대의 측면을 잠식하면서 경제 성장의 현실적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 해에 가계부채 위기관리와 씨름해야 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물론 박근혜 정부에게도 의지할 카드가 하나 정도는 남아있다. 바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다. 2012년 경기하락을 2% 수준에서 방어한 것도 바로 정부 재정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한 긴축 논쟁이 경기침체를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재정지출 확대를 넘어서 어떻게 분배구조를 개선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확대시키고 내수성장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바로 박근혜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 민주화, 중산층 70% 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줄. 푸. 세’로 상징되는 대기업 위주 경제, 1% 편향 정책을 추구하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같은 정당에서 집권 연장된 정부다. 다만 2012년 한국사회가 경제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부상시켰고 박근혜 후보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를 차용하면서 경제 민주화와 공정한 시장 경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 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행될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색깔이 다시 경제정책에 투영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바로 이 점이 2013년 한국경제 전망을 하는데 가장 불확실한 대목이다. 따라서 2013년 한국경제는 수출이나 내수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정부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공약대로 경제정책을 실행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이글은 한겨레 21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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