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1 / 2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2012년 가장 중요한 화두로 ‘불평등(Inequality)’를 제시하면서 다양한 각도로 이에 대해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석학들의 관점과 견해를 다양하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누리엘 루비니 교수, 폴 크루그만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그리고 로라 타이슨과 로버트 라이시 교수 등이 소득 불평등 문제를 현재 경제위기의 중심 문제로 지목하면서 각자의 견해를 밝혀왔다. 그 가운데 경제학자 케인스의 전기를 써서 유명해진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교수가 또 다시 불평등이 경제위기 발생의 원인이자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글에서 저자는 금융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알기 쉽게 연결하면서 왜 금융 그 자체보다는 그 이면의 소득 불평등이 위기를 발생시키고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한마디로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가 상대적 빈곤에 놓여있는 계층들에게 부채를 끌어 쓰려는 강력한 ‘수요’를 만들어내면서 부채의 급증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득이 오르지 않아 이를 메우기 위한 ‘대출 수요’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자금을 공급해주는 은행들이 예금 규모를 뛰어넘어 무제한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규제완화’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또한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짧은 글이 마치 금융의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을 충분히 단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칼럼의 핵심은 대출 수요를 만들어낸 소득의 정체를 강조하고 이것이 위기의 원인이자 회복지연의 원인임을 부각시키려는데 있다. 특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아니라 정부의 적절한 재정지출을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최후의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중앙은행을 의미-역자)가 아니라 ‘최후의 소비자(spender of last resort; 결국 정부를 의미 -역자)'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상위 1%로 소득이 집중되어 가장 불평등 정도가 심각했던 시점이 1928년과 2007년 이었고, 이 때 심각한 경제위기가 시작되었던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동시에 불평등이 가장 줄어들었던 1950~60년대에 오히려 자본주의 황금기였음을 또한 기억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외부세력이 아니라, 내부의 불평등을 증폭시키는 자기 자신이며 자본주의의 ‘자기 파괴적(selt-destructive)'성격에 있다는 점을 이 칼럼은 환기시켜주고 있다.


 

불평등이 자본주의를 죽인다.

(Inequality is Killing Capitalism)

 

2012년 11월 2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2008~2009년 위기가 발생한 것은 은행의 과잉대출 때문이고, 위기로부터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깨져버린’ 대차대조표로 인해서 은행들이 대출을 하지 않는데 기인하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졌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추종자들과 오스트리아 학파들(신자유주의 경제학파 -역자)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위기로 치닫는 기간 동안에, 은행들은 예금 규모를 뛰어넘는 돈을 차입자들에게 대출해주었는데, 이는 특히 미국 연준(Fed) 같은 중앙은행이 공급해주는 엄청나게 싼 이자 덕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중앙은행의 돈으로 자금을 두둑이 채운 상업은행들은 비합리적인 수많은 투자 프로젝트에 신용을 제공했고, 이 때 광란의 대출을 가능하게 해준 폭발적인 금융혁신(특히 파생상품)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채의 역 피라미드는 미국 연준(Fed)이 금리를 올리면서 흥청거리는 소비를 중단시켰을 때 붕괴되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2004년 1%에서 2006년 5.25%가지 올렸다. 그리고 2007년 8월까지 유지시켰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이 붕괴하고, (자산을 훨씬 초과하는 채무를 보유한) 좀비 은행들을 양산시켰고, 채무자들을 파산시켰다. 

현재의 문제는 은행이 자금 대출을 재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출을 꺼리면서 제 기능을 못하는 은행들을 어떻게 하든지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미국과 유럽에서 엄청난 규모의 은행 구제 금융을 해주고, 뒤이어서 중앙은행이 다양한 비정통적인 경로를 통해 돈을 찍어서 은행시스템으로 돈을 공급해주는, 수차례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을 한 것이다.(위기가 과잉 신용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하이에크 추종자들은 이런 조치에 반대한다.)

동시에, 다시는 은행이 금융시스템을 위태롭게 하지 못하도록 규제체제가 모든 곳에서 더 강화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 물가안정 목표를 임무로 했던 것에 더해서, 영란은행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the stability of financial system)’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러한 분석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경제적 건강성에서 본질적인 것은 신용 공급이라는 믿음과 관련이 있다. 돈이 너무 많이 공급되어도, 너무 적게 공급되어도 경제적 건강성을 해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을 택할 수도 있다. 신용에 대한 공급 보다는 ‘신용에 대한 수요’가 결정적인 경제적 동인이라는 관점이 그것이다. 결국, 은행들은 반드시 적절한 담보 아래에서만 대출을 해준다. 그런데 위기를 향해 가는 기간 동안에는 상승하는 주택가격이 담보를 제공해주었다. 바꿔 말하면 신용 공급은 신용 수요의 결과였다.  

이것은 다소 다른 측면에서 위기의 기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경제위기가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 때문이 아니라, 사려 깊지 못하거나 기만적인,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채무자(가계와 기업 - 역자)들 때문이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문이 제기된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차입을 했을까? 왜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경기침체 이전 시기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폭등하게 되었을까? 

사람들이 탐욕스러워서 자신들의 분수보다 늘 더 많은 것을 원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왜 이러한 ‘탐욕’이 그렇게 미친 듯이 표출되게 되었을까?  

여기에 답을 하기 위하여 우리는 소득분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아야만 한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각 국가 안에서 소득 분배는 지속적으로 더 불균형하게 되어갔다. 지난 3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하는 와중에도 중위 소득자들의 소득은 정체하거나 심지어 하락하기조차 했다. 이것은 부자들이 생산성 향상의 더 많은 몫을 뽑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수준이 향상되어가는 이 세상에서, 상대적 빈곤층들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한 것일까? 그들은 빈곤층이 늘 했던 것, 부채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는 전당포에서 돈을 빌렸고 지금은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로부터 돈을 빌린다. 그들의 빈곤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었고 (담보로 잡은- 역자)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채권자인 금융회사는 그들을 점점 더 깊은 부채의 늪으로 빠뜨리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물론, 일부에서 가계의 저축률이 폭락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걸 문제 삼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마지막 논문들 중 한 곳에서 밀턴 프리드먼은 저축이 지금은 주택의 형태를 띤다고 쓰기도 했다.  

나에게 이런 관점은, 중앙은행이 갖은 방법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함에도 불구하고 왜 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하지 않고 있고, 왜 경기회복은 다시 흐지부지 되어 가는지에 대해서 정통적인 설명보다도 훨씬 더 잘 설명 해준다. 대출 은행들이 위기 이전에 대중들에게 대출을 강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역시 그들은 부채가 있는 가구들에게 돈을 빌릴 것을 강요할 수 없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설비 확장 자금을 대출 받으라고 기업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약하면, 경기회복은 미국의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 영란은행에게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정책 결정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최후의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중앙은행을 의미-역자)가 아니라 ‘최후의 소비자(spender of last resort; 결국 정부를 의미 -역자)'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것은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다. 

만약에 정부가 이미 많은 부채를 짊어져서 더 이상 국민들에게 자금을 빌릴 수 없다면,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려서 공공사업이나 인프라 프로젝트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지출해야 한다. 이것이 거대 서구 경제권을 다시 움직이게 할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을 뛰어 넘어서, 우리는 국민소득과 자산의 대부분을 소수의 수중에 집중시키도록 하는 시스템을 더 이상 지속시킬 수 없다. 자산과 소득의 결연한 재분배야말로 대부분의 경우 자본주의 장기적 생존의 본질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지금 다시 한 번 이 교훈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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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사람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본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더라도 어렵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고 흉내만 내는 경우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방 이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경제가 1%대로 주저앉기 시작하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성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보수적인 색깔을 다시 드러내 보였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경제민주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운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례적 이야기를 반복한 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성장에 부담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돕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당초에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이 조금만 약해져도 곧바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성장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년에 2% 이하로 성장 전망이 떨어지면 성장을 하겠다고 경제민주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거의 확정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긴 침체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 전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이어진다면 경기부진 지속기간이 과거보다 더 길어지게 되며, 향후 성장경로도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기 정권을 책임질 대선후보들은 당연히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성장동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고려해야 할 성장은 5년 전의 ‘747 성장’과 같은 고속성장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현재의 세계적 장기침체 국면에서 탈출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확실해지는 정도에 따라 재벌 등 일부 보수세력들이 ‘재벌 때리기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식의 반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도 이런 발상을 하는 것 같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도 있다. “국내외 경제가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충분할 수밖에 없고, 공급 측면에서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수요의 충분한 개선 없이는 투자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다는 점에서 수요회복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영향을 줄 경제민주화의 역할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당면한 양극화의 가장 확실한 해법일 뿐 아니라 내수를 기반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경제민주화 담론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소득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소득이라는 ‘성장연료’를 주입해 주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새사연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상호 갈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다시 신기술과 창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누구에게 창업을 독려하는가. 자본도 없고, 시장수요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에 나서라는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직장을 잡은 30~40대 직장인에게 직장에서 나오라는 얘기인가. 그도 아니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퇴직금을 밑천 삼아 창업에 뛰어들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에 뛰어들어 자영업 과잉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아무 때나 신기술이나 창업을 말하면 첨단이고 벤처인 것은 아니다. 제발 아무 때나 만능의 열쇠인 것처럼 ‘창업’ 얘기를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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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1월 6일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 발행부수 8위인 워싱턴 포스트가 이번에도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0월 26일자 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 더”라는 편집국 사설을 통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고 그 이유까지 밝혔다. 언론사가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현상은 우리에게 매우 낯선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공개지지를 선언하면서 지난 4년 동안 오바마의 경제 정책, 외교정책, 사회정책 등을 두루두루 자신의 관점에서 평가해 놓았다. 그 결과 실책도 있었지만 업적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면서 오바마가 4년 더 대통령을 하는 것을 지지했다. 반면 공화당 롬니 후보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특히 미국 국민 47% 경멸 발언을 포함하여 롬니의 진실성에 대해 상당히 불신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오바마와 롬니 가운데서 “오바마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라는 차원에서 오바마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가 간결하게 요약한 지난 4년의 오바마 정부 평가는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롬니에 대한 평가를 보면서 미국 여론의 맥락을 간접적으로 알아보는 소득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론사가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지지후보를 밝히고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가를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한 가지 확인해 둘 것은 워싱턴 포스트라고 해서 대단히 진보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대외정책 등을 평가한 것을 보면 철저히 미국적이다. 따라서 이 점을 감안하며 다만 미국 내에서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틀과 접근법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래는 워싱턴 포스트의 오바마 대통령 지지 사설을 번역한 것이다.


 

 

“워싱턴 포스의 공개지지: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 더”

(Washington Post endorsement: Four more years for President Obama)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

2012년 10월 26일자

대부분 2012년 대선 캠페인도 이제 끝이 나고 있다. 핵심 질문은 다음 4년 동안 누가 이 나라를 더 낫게 이끌 것인가이다. 그리고 가장 급한 문제는 누가 미국 정부를 좀 더 건전한 재정기반위에 올려놓을 것인가이다.

이 문제는 투표 결과가 집계되자마자 승리자에게 곧바로 제기될 것이다.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일련의 세금 감면 종료와 정부지출 축소(재정절벽fiscal cliff을 말함 - 인용자)가 내년 1월에 작동될 예정이지만, 현재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어떻게 방향을 찾는가에 따라서 그의 성공적인 임기와 건강한 미국이 가능해질 수 있다.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이자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방향을 찾는 항해사로서 더 나은 입장에 있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에 느꼈던 실망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는 재정문제에서 “어려운 결정에 대해 고질적으로 회피하는” 상황을 끝내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사회보장 개혁과 세입 증대의 균형이라는 유일한 해결방식에 전념하고 있다. 반대로 롬니는 세금은 늘 내려가야 하며 올라서는 안 된다고 하는 공화당의 비현실적인 이데올로기를 수용해왔다. 그렇게 되면 미래에는 정부가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느라 국가안보에서부터 빈곤층과 환자를 돌보는 것,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투자에 이르는 정부가 해야 할 모든 것들을 외면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불평등이 이미 확대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롬니가 그리는 미래는 국가의 부 가운데 훨씬 더 많은 몫이 부자들에게로 돌아가는 미래가 될 것이다.


재정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만약에 오바마의 첫 번째 임기가 실패했고, 롬니가 미국의 안전보장과 대외적 리더십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롬니가 기질이나 능력, 성격 면에서 더 우월함을 보여주었다면 그를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어떤 것도 진실이 아니다.

오바마 첫 임기가 과연 실패했는지부터 짚어보자. 재정위원회(Fiscal Commission)의 초당적 권고를 흐지부지하게 만들고, 존 베이너(John A. Boehner) 하원의장과 함께 2011년 여름 재정협상에 실패했던 것에 대해 우리는 오바마에게 실망했다. 오바마는 오만하고 예민한 백악관 참모진 내부에 갇혀서 의회와 기업의 지도자들을 멀리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기업을 파트너로서 보다는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는 자신이 약속했던 이민자 정책과 기후변화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해 거의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타협할 줄 모르는 공화당 태도가 실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오바마 첫 임기 동안의 상당한 업적은 훨씬 더 인상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그가 집권했을 때 자유낙하 하고 있던 경제를 지탱시켜낸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미국의 금융이 멈추기 직전까지 갔었던 그 때가 얼마나 두려운 상황인지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에 대해 성공적으로 의회승인을 얻음으로써 혼란을 피하기 위한 첫 단계를 시행했다. 그렇지만 부시는 후임자에게 여전히 엉망인 상황을 넘겨주어야 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오바마는 일자리 감소를 완화시키고 시장의 신뢰 회복을 돕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계획하여 의회 승인을 받아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의 구제계획을 세웠다. 그가 책임을 맡겼던 탄탄한 전문가들, 특히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F. Geithner) 재무장관은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일 수 있는 인기영합 정책을 요구했던 민주당 좌파들, 그리고 가끔은 국가에 상당한 해악을 미칠 수 있는 공화당의 방해 사이에서 방향을 잡아나갔다. 경기회복 계획 중에는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필요도 없는 고속철도나 소비자들이 사지도 않을 전기 자동차에 집착하여 상당한 예산을 낭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연준(Fed)과 공조하면서 핵심적인 과제를 수행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2009년 3월 6,626 포인트였던 다우존스 산업지수 주가가 오늘날 13,000 포인트까지 반등했다는 사실이, 위기 이전보다 실업이나 빈곤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한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반적으로 경제가 의지하고 있는 신뢰의 회복을 반영하고 있다.


오바마의 두 번째 업적인 미국의 새로운 의료 서비스 법(The Affordable Care Act)은 4500만 미국인이 의료보험 없이 사는 부끄러운 현실을 종식시킬 때까지 제대로 시행이 되려면 꽤 걸릴 것이다. 또한 완전한 해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감당할 수 없이 올라가는 의료비용을 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군대 내부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고 동성 결혼을 지원하기로 선언함으로써 오늘날 중요한 시민권을 위한 싸움을 진전시켰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자동차와 트럭에 대한 야심적인 연료절약 표준을 널리 알리고, 산업이 이에 협조하도록 설득함으로써 중요한 전진을 했다.

오바마는 특히 아프리카에서 부시 정부가 시작한 에이즈(HIV/AIDS) 퇴치 캠페인을 지속시켰다. 그는 각 주들이 필요한 교육 개혁을 하도록 독려했다. 비록 이민자 정책 개혁을 하는데 실패했지만, 아리조나 주나 알라바마 주와 같은 공화당 주지사 주들에서 이민자에 대한 최악의 괴롭힘에 법무부가 맞섰다. 그는 국무장관에 힐러리 클린턴(Hillary Rodham Clinton)과 교육부장관에 안 덩컨(Arne Duncan) 등 행정부 요직의 지도자들을 준비했고, 유능한 두 명의 연방 대법원 판사를 지명하고 승인하는데 성공했다.

대외정책도 역시 성공과 실패가 있었다. 오바마 정부는 강력하게 알카에타를 추적하여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을 찾아냈다. 그는 독재자 가다피(Moammar Gaddafi)에 저항하는 리비아의 대중적 폭동을 지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항하는 아시아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중국의 국가적 후원을 받는 대부분 부패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도록 할 목적으로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대화를 개시했다.

반면, 그는 집권 기간 동안 두 가지 매우 중요하고도 예상치 못했던 대외정책 기회에 대해 망설이거나 일관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2009년 이란의 민주화 폭동과 2년 후의 아랍의 봄이 그것이다. 시리아가 내전에 빠져서 대부분 시민들인 3만 명 이상이 희생되고 있을 때 오바마는 미국이 한발 떨어져서 방치하도록 했다. 중동의 6개 국가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극단주의자들의 팽창도 마찬가지로 방치했다. 미군의 임무를 종결시킨 뒤 이라크에서 안전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그는 이라크에 쏟아 부은 10년 동안의 헌신을 활용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에 군대를 증파하면서 동시에 인위적인 기한을 설정하고 성공에 대한 명확한 확신도 없었던 그의 양면성은 앞으로 수 년 동안 발생할 문제를 남겨놓았다.

롬니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와 같은 오바마의 실적들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아프카니스탄과 이란, 시리아에 대한 그의 정책적 처방전은 오바마와 거의 다르지 않다. 롬니나 그의 러닝메이트는 대외정책 경험이 없다. 게다가 그의 즉흥성은 확신을 불러일으켜주지 못했다. 예를 들어 러시아를 미국의 가장 큰 적이라고 부른다거나, 중국에서 한 인권활동가를 위한 출국 협상을 시도할 때 절제를 하지 못하고 폭발한다거나, 중동에서 미국 외교관이 공격을 받을 때도 그렇다. 롬니는 자신이 더 잘할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보여주지 못했다.

롬니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확인해보자. 롬니가 만들어 온 것은 무엇인가? 그는 경기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적절하게 약속한다. 비록 그의 정치경력이 빈약하지만 그의 비즈니스 경력은 인상적이며 잘 조직된 선거 운동을 이끌어왔다. 아마도 그의 정부는 그가 선거운동에서 제안한 말들보다 더 실용적인 정부가 될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는 재정적자가 더 늘어나는 것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다. ‘온건한 롬니’가 백악관을 장악할 수 있을까?

애석한 점은 롬니가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인구의 47%를 경멸했던 경솔한 표현은 우리가 들었던 어떤 다른 것보다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단지 추측일 뿐이다. 한 때 그는 존 매케인 스타일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대선 방송토론에서 그는 스스로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 이전에 태아의 생명권(낙태금지)을 열렬히 지지했던 그는 입장을 바꿔 여성의 낙태권리를 지지했다. 그의 입장 바꾸기는 게이의 권리, 총기소지, 의료 문제, 기후변화 문제, 그리고 이민자 문제 등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이제 롬니 선거운동의 핵심 내용을 살펴볼 차례이다. 롬니는 경제적 불평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연방예산에 훨씬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감세를 약속했다. 그는 감세의 부정적 효과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사람보다도 문제의 시급성을 이해하고 있고 균형 잡힌 방법으로 문제를 풀기위해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오바마를 초토화시키려 했던 롬니의 선거운동이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공화당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그런 공화당과 오바마가 공조한다면 오바마의 집권 2기는 롬니의 당선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것이 오바마를 훨씬 나은 선택으로 만드는 이유다.

 

* 롬니의 47% 발언 파문이란? (인용자 해설)

롬니가 올해 초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기부금 행사에서 했던 발언으로 지난 9월 유출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롬니는 “47%의 미국인은 어떤 이유에서든 오바마에게 투표한다. 이 47%의 사람은 정부에게 의존적이며 자신을 희생자로 간주하고 정부가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의료보험, 음식, 집 등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 나의 일은 그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일이 아니다. 난 절대 그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라'고 설득할 수 없다. ... 내가 신경 써야 하는 사람들은 사려 깊은 5~10%의 무당파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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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10.10이은경/새사연 연구원

 

10월 4일부터 국감이 시작되었습니다. 국정감사는 예산안을 비롯한 정부 정책추진과정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국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문제입니다. 이는 따로 떨어진 이슈가 아니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사회에서 생산되는 총 성과물의 분배와 재투자에 관한 문제입니다. 복지확충에서 가장 큰 이슈 역시 국가 전체의 재원 배분 문제입니다.

이번 위클리 펀치에서는 국가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 개발) 예산에서 드러난 대기업과 국가 예산 배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과학기술, 지식, 정보 등이 국가성장을 견인하는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R&D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2천년대 들어 국가 R&D 예산은 급격하게 증가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개발비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국제적으로 비교해보아도 국가 전체 R&D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2010년 한국 R&D 비용은 전체 GDP의 3. 7%로 미국의 2.8%, 일본의 3.3%, 독일의 2.8%에 비해 높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는 핀란드로 3.9%로 세계 2위 수준입니다.

또한 정부 예산 중 R&D의 비중이 높습니다. 정부 R&D 투자는 2000년 이후 연평균 12.4% 증가해 민간의 12.1%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물론 국제기준으로 봤을 때 민간대비 공공의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전체 GDP에서 정부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 예산에서 R&D가 차지하는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반면 세부 지출내역을 보면 경제, 국방영역의 지출이 과도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산업기술 및 생산 영역과 국방부분 R&D 예산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적별 분류를 보면 더 명확한데, 산업생산 및 기술 분야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52.3%(2010년)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10.4%, 일본의 27.4%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비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가 전체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은 기업체에 지원되고 있어 전체 R&D 자금의 74.8%가 기업체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입니다. 공공재원 중 민간기업체에 지원된 금액은 17.5%에 육박합니다. 여기에 대기업과의 문제를 대입하면 문제는 더 명확해집니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지원하는 R&D 예산 2조 2천억원의 자금 중 300인 이상 대기업에 지원되는 비중은 1조 8백억 규모로 60%에 달합니다.

 

[ 2011년도 경제사회목적별 정부연구개발예산 분포 ]

출처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11년도 정부연구개발예산 현황분석. 2011.12

우리나라 예산에서 R&D 지원비용은 매우 높은 수준이며 지원은 대부분 대기업의 산업 생산 영역으로 투자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은 부자감세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반면 줄어든 세입에도 불구하고 R&D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그 지원 역시 대기업에 집중되었습니다. 물론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적자금은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학문이나 대규모 연관융합연구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제품개발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부분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몫이며 그 성과 역시 기업이 독식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각종 경제 부양정책을 통한 지원조치, 또 다른 측면에서는 R&D 자금 지원 등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한 엄청난 혜택이 대기업에게 집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재정마련을 위한 세금분담에서 대기업은 또다시 제외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이렇게 연관이 됩니다. 이 사회에서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경제성장의 성과물은 어떻게 분배되고 재투자되어야 하는지, 정부 세입과 지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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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0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4.11총선이 임박했다. 선택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11월 대선을 향한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분투하고 있고 공화당은 4월 현재 롬니(Mitt Romney 후보가 독주하면서 사실상 후보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공화당 롬니 후보는 1984~1994년 베인캐피탈(Bain Capital)이라는 사모펀트를 운영하여 거액의 자산을 축적했지만, 그의 15%도 안 되는 세금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롬니 후보의 이런 전력과 맞물리면서 미국 선거전에서는 부자 증세와 감세 논쟁이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다. 오바마는 버핏세라고 불리는 부자 증세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롬니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시절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소득 불평등 완화와 부자증세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국내에 출판된 저서로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가 있으며, 새사연에서도 몇 번 소개한 바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롬니 후보의 감세안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아래 번역 요약한 글은 로버트 라이시가 본인의 웹사이트(robertreich.org)에 올린 것이다. 우화의 형식을 빌어 롬니 후보의 감세안을 비판하고 미국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고있는 글인데,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소개한다.

우리의 총선과 대선에서 로버트 라이시와 같은 주장을 할 학자는 누가 될 수 있을까?

 

세기의 우화
(The Fable of the Century)

 

2012년 4월 5일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경제적 이익을 최상층 부자들이 모두 가져가는 국가를 상상해보자. 그들은 국가의 총소득과 부의 대부분을 축적해놓는 반면 중산층의 구매력은 떨어져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대부분의 중산층 임금은 계속 하락할 것이고, 중산층이 가진 거의 유일한 자산인 주택가격 역시 하락한다.

최상층 부자들은 그들의 거대한 재산 중 일부를 떼어서, 주기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바친다. 세금을 깎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 결과 중요한 공공투자 재원은 없어진다. 없어진 공공투자 재원은 학교나 도로, 노인과 빈민을 위한 의료 안전망 등에 쓰였던 것으로, 대부분 중산층을 위한 것이었다.

부자들의 최상위에 금융가들이 있다. 이들은 모든 경제 주체들을 압도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주식시장이라는 카지노에서 잘못 투자를 해서 돈을 날리게 되어도,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제한하려고 만든 규제들까지도 없애버릴 수 있다.

금융가들은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 그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금융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며 더 부유해지기 위해서 어떠한 일이라도 한다.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고하고 다른 수백만 명의 임금이나 이익은 삭감시킬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다.

그 금융가들의 최상위에는 사모펀드 매니저들이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서 이익을 쥐어짜고 두툼한 수익을 남긴 후 그 기업을 다시 되팔아 버린다. 인수한 기업에 빚 부담을 잔뜩 안기거나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사모펀드 매너저들은 위험한 투자에 자기들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인수할 기업을 투자자들에게 구경시켜주기만 한다. 그런데도 두툼한 수익이 생기면 20%를 챙겨간다.

그들의 엄청난 수입은 조세제도 상의 허점 때문에 자본소득으로 취급되어 15%의 소득세밖에 물지 않는다. 사모펀드 매니저들이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열심히 준 덕분이다. 이들은 단 한 푼도 자기 돈을 투자한 것이 없고 따라서 단 10센트의 위험을 감수한 것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대선을 상상해보자. 공화당이라고 불리는 어떤 정당은 대통령 후보로 사모펀드 매니저를 지명했는데, 그는 1년에 2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긁어모으는데도 중산층보다 낮은 세율인 13.9%의 세금을 냈다.

점점 억지스럽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화라는 점을 감안해주기를 바란다. 이 정당과 대통령 후보는 백만장자들이 한해에 추가적으로 15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부자감세를 계획하고 있다. 그들은 공공의료(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교육, 직업 훈련, 무료급식, 어린이 영양 등 중산층과 빈곤층이 의지하고 있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재원을 삭감할 계획이다.

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우화에는 두 가지 결말이 있다. 어떻게 끝날지는 당신이 선택해야 한다.

한 가지 경우는 이 사모펀드 매니저 후보가 월가 카지노와 대기업 경영자들을 모두 끌어들여 그들에게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나 선거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후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부자들에게 과세를 하지 말자”, “기업에게 과세하면 해외로 빠져 나간다”, “정부는 우리의 적이다”, “다른 정당(민주당)은 미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바꾸려고 한다” 는 식의 엄청난 거짓말 광고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데 거액의 선거자금을 쏟아 부을 것이다.

엄청난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진실처럼 들리기 되고, 시민들은 공화당과 사모펀드 매니저 후보를 믿게 되고, 그들에게 투표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국가는 금권정치(plutocracy)가 장악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결말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사모펀드 매니저의 입후보와 그들이 거짓말을 팔기 위해 사용한 자금들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경제와 민주주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민들이 깨닫고, 이 모든 것을 되돌리려는 시민운동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시민들은 사모펀드 매니저와 그가 기반하고 있는 모든 것들, 그리고 그를 후보로 지명한 정당을 거부한다. 시민들은 모두를 위해 작동하는 경제, 모두에게 책임을 지는 민주주의를 재창조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냥 우화다. 그러나 결말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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