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2 / 2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성장과 분배의 관계 다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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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2. 불평등이 성장의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3. 불평등 완화와 성장을 함께 이끌 정책들

 

[본 문]


1. 박근혜 정부,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을 잡나?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경제 부총리를 포함하여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이 면모를 드러내고 국정과제가 발표되면서 나오고 있는 공통적인 비판은 ‘시작부터 경제 민주화의 실종’이다. 이미 지난 대선 선거운동 후반기부터 ‘경제 민주화냐 성장이냐’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위기를 핑계로 경제 민주화를 버리고 성장으로 기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과연 경제 민주화 없이 박근혜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서? 수출 대기업을 지원해서? 금융 규제완화로 신용창출을 통해서? 과거의 성장 기제로 작동하던 이런 방식들은 이제 불가능해진 것이 아닌가? 그럼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경제 민주화라고 하는 과제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사실 불평등 문제와 관련이 있다. 2011년 월가점령 운동이후 글로벌 이슈로 부각된 문제가 99%의 불평등 문제다. 더욱이 현재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핵심 요인이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수요제약이라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단지 불평의 심화 정도에 대한 분석에 머무르지 않고, 불평등과 경제위기, 소득 불평등과 가계 부채의 관계, 불평등과 소비의 관계, 그리고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에 대한 의제로 넓어져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불평등과 성장의 관계 문제는 불평등 문제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던 아서 오쿤(Arthur M. Okun) 같은 1960대의 경제학자들은 사회가 평등과 성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오랜 동안 고속 성장을 위해 일정한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한국의 선성장 후분배 논리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좀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 경제학자인 브랑코 밀라노빅(Branko Milanovic)은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인 고등교육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어왔는데, 사회가 상대적으로 균등한 소득분배를 이루어야 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성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그래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 불평등이 성장 지속성에 주는 영향은?

 그리고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빈부격차를 좁히는 사회는 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이 보고서의 저자이기도 한 국제통화기금 경제학자 오스트리(Jonathan D. Ostry)에 의하면, 현재 미국 소득격차 추세로 보면 앞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1960년대의 1/3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경기 활황은 4.8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점점 더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기활황은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 금방 수그러드는데, 그것은 불평등한 사회가 금융위기와 정치적 불안정성 양쪽에서 모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가들은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굵직한 정책들을 합의해내지 못하고 쉽게 교착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국제통화기금 전 수석경제학자 라잔(Raghuram G. Rajan)은, 경제적으로 격차가 큰 사회의 정치적 시스템은 극단화되며 지금 워싱턴이 그런 것처럼 일종의 제로섬 게임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를 점점 어렵게 하고, 다시 성장을 점점 어렵게 만든다.”“제기되는 어떤 해법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룰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2011년 국제통화기금 스탭 토론 노트인 “불평등과 지속 불가능한 성장: 동전의 양면인가?(Inequality and Unsustainable Growth: Two Sides of the Same Coin?)"는 불평등 완화가 경제 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논문이다.  

우선 논문은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시작하기는 쉽지만 지속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단기적인 성장과 침체를 불평등과 연계시키기 보다는 최소 8년 이상의 장기 지속적인 성장세에 불평등 정도가 주는 영향을 주목했다. 그리고 [그림 1]이 예시하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보아도 불평등과 성장이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다시 말해 불평등 정도가 커질수록 경제 성장 지속기간이 짧아진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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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2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3년 가계부채 위험을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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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은행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의 위험

2. 가계의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의 위험

3.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가계 부채

4. 가계부채 대선공약 이행이 중요하다.


 

[본 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증가세를 지속했던 가계부채는 매년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국내적 요인으로 꼽혀왔다. 위험 수위도 해마다 조금씩 높아졌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주요 후보들 사이에서 위기관리 대책 차원에서 다양한 가계부채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자의 ‘중산층 재건 70%를 위한 10대 공약’의 제 1번이 바로 가계부채 대책이었다. 박근혜 당선자는 공약 이행을 위해서라도 정권 인수 이후 어떤 식으로든지 곧 바로 가계부채 대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경제와 사회 전망에서도 어김없이 우리경제의 가장 큰 국내적 위험요인은 가계부채다. 한겨레신문이 전문가 3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24명이 가계부채가 가장 위험한 국내요인이라고 응답했다.(복수 응답 기준) 두 번째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고용불안 10명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당연히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 현안도 가계부채라고 지목했다. 경기부양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많은 수치다. 여러모로 올해 상반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직접적인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될 것을 예견하게 한다.

1. 은행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위험

올해 가계부채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는 한국은행이 조사한 은행들의 대출 태도 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한국은행이 새해에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계의 신용 위험도가 카드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그림 1 참조) 신용위험은 가계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직면하고 있지만, 특히 가계의 신용위험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위험도가 상승하는 이유로서 1) 가계의 빚이 더 늘어나고 있고, 2)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등 담보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3) 소득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세 가지를 지목했다.

물론 이 조사는 가계의 입장이 아니라 대출을 해주는 은행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이라서 자금 운영상의 은행 내적 사정 같은 것이 함께 고려될 개연성도 있다. 그런데 대출행태 서베이에 응했던 은행들의 대출은 아직 부실 가능성이 높지 않고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문제는 신용카드사나 대부업에서 풀려나간 고금리 대출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신용위험은 한국은행 조사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사실 최근 수 년 동안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상당히 신중했던 반면, 신용카드사 등 제 2 금융권의 대출과 대부업 대출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공식적으로 최고 이자율 39%까지 적용 받고 있는 대부업체의 가계 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결과 2011년 말 기준 전체 대출 잔액은 8조 7천억 원, 이용자 수 252만 명까지 도달했다.(그림 2 참조) 은행을 넘어 대부업까지 전체 대출기관을 확대한다면 가계의 신용위험은 객관적으로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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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20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는 워릭대학교의 정치경제학부 명예교수이며 영국 아카데미에서 역사와 경제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국내에서도 출판된 1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케인즈 전기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래 소개하는 글은 세계 석학들의 기고 사이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것으로 역시 "부채를 탕감하라(Down with Debt Weight)"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각 국 정부의 경제대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긴축재정이다. 그는 이미 여러 글에서 "정부가 지출을 축소하면 경제가 더 위축되므로 부채는 더 증가한다. 그 결과 정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한다."고 비판해왔다.

또 하나의 잘못된 대책은 부채에 대한 과감하지 못한 대처이다. 그는 민간 은행이 파산했을 때 정부가 구제금융을 해준 것처럼 정부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에 필요한 대책이다. 그는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초반에 독일이 그리스의 빚을 탕감해주고, 이탈리아의 채무에 보증을 서줬다면 지금의 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빚더미에 올라서 이웃 나라의 빚을 과감하게 탕감해주는 것이 빠른 경제회복을 가져오는 길이라 주장한다.

어차피 받기 어려운 빚이라면, 차라리 통크게 탕감해주라는 것이다. 그러면 채권국이나 채무국이나 모두 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채무국은 그로 인한 부담 때문에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기는 결국 사람들의 구매력이 늘어나고,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통해 활성화되는데 부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구매와 투자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채무국이 침체되면 채권국 역시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채무국의 상황을 아예 모른 척 할 수는 없으니 구제금융 등의 지원도 계속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채무자의 파산에는 채권자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속이지 않았다면, 채무자의 상태를 채권자도 다 알고 있었다면, 그러면서도 돈을 빌려주었다면 그건 채권자의 잘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지금 독일이 통 큰 탕감을 할 수 없는 데에는 단지 정치인들의 무지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 국민들이 자신들의 세금으로 그리스 국민의 빚을 탕감해준다고 생각하여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일 국민이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부채를 탕감하라

(Down with Debt Weight)

 

2012년 4월 18일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t Syndicate)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거의 4년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어째서 경기회복이 이토록 더딘지 궁금해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긴 침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IMF에 의하면 세계경제는 2011년 4.4% 성장했어야 하고, 2012년 4.5% 성장했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실제로는 2011년에는 2.7% 성장에 그쳤고, 올해는 2.5%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조차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경제 전망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데에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금융위기로 발생한 손실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심각하거나 혹은 정치인들이 내놓은 경제대책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은행의 위기는 신속히 진압되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거대한 경기부양책이 실행되었다, 미국과 중국이 앞장섰고, 영국이 조정에 나섰으며, 독일은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지원에 나섰다. 금리는 대폭 하락했고, 파산한 은행은 구제금융을 받았고, 돈을 찍어내고, 세금을 줄였으며, 공공지출을 늘렸다. 일부 국가는 통화가치도 절하했다.

그 결과 추락은 멈췄고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은 은행위기를 재정위기와 국가채무 위기로 바꿔놓았다. 국가 채무불이행의 공포가 커지자 2010년부터 각 국 정부는 세금을 올리고, 공공지출을 줄이고 있다. 회복되는 것 같았던 경제는 다시 반전되었다.

카르멘 레인하트(Carmen Reinhart)와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그들의 명저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서 단기적으로 순환반복되는 심각한 은행 위기에 대한 안전한 대책은 없다고 말한다. 이런 위기는 "과도한 부채 축적"으로부터 비롯되며, 이는 경제를 "신용위기에 취약"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레인하트와 로고프는 전후에 발생한 경제위기들이 회복되기까지, 신용위기가 끝나고 경제 성장이 회복된 후에도 평균 4.4년이 걸렸다고 지적한다. 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 과정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공황의 경우 10년이나 걸렸다. 이에 대해 대공황의 경우 그에 대한 정책 대처가 느렸으며, 금본위제라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금본위제란 개별 국가들이 침체를 빠져나가는 자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경기 침체의 정도와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1970년대에도 거대한 금융위기들이 있었다. 레인하트와 로고프가 지목한 전후 발생한 거대한 경제 위기들은 1977년부터 2001년 사이에 있었다. 은행과 자본 움직임에 대한 규제 방식이 변했기 때문에 발생한 위기들이다. 하지만 당시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는 짧았다. 정책적 대응이 그렇게 한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는 이달 초 영국 수상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에게 인도네시아가 1998년 위기 이후 성공적인 경기회복을 이룩한 것에 대해 자랑했다. 인도네시아의 경기회복 계획은 "우리는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우리는 산업이 생산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고 말한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많은 정부, 특히 유로존의 정부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재정 긴축에 나서면서, 사람들은 구매능력이 있고 산업은 생산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퍼지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국가의 부채를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찍어낸 돈의 대부분은 은행 안에서 머물고 있다. 침체된 소비를 살리거나 추락한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유로존 자체는 작은 금본위제이다. 부채가 많은 국가는 자국 통화를 절하시킬 수 없다. 중국의 성장이 너무 느린 지금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아직은 더 바닥을 길 것처럼 보인다. 실업률이 20% 이상 올라간 국가도 있다.

재정정책, 통화정책, 환율정책이 모두 막힌 상황에서 장기 침체를 탈출할 방법이 있을까? 예일 대학교의 존 지나코폴로스(John Geanakoplos)는 대규모 부채 탕감을 주장한다. 은행이 파산할 때까지 기다려서 부채를 줄이기 보다는 정부가 "부채면제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채권자로부터 불량 부채를 사들인 후 채무자가 지불해야 할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다. 이는 채권자의 요구와 채무자의 부채를 동시에 해결한다. 미국에서는 기간자산담보대출(TALF, 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 프로그램과 민관합동투자프로그램(PPIP, Public Private Investment Program)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부채면체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규모가 너무 작다.


그러나 부채면제의 원칙은 공공부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유로존에 필요하다. 과도한 공공 부채를 두려워하는 이는 바로 은행이다. 공공 정크본드 역시 민간 정크본드만큼 불안하다. 포괄적인 부채 탕감을 통해서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나아질 수 있다. 정부의 절망적인 디레버리지 시도에 의해서 생계가 파괴된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부채면제는 채무자가 파산할 경우 채권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채권자들이 먼저 나쁜 대출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대출 시점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지 않는 한, 채권자 역시 대출 거래에 있어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1918년, 케인즈는 "우리가 이런 종이 수갑으로 우리의 손발을 묶는다면, 우리는 다시는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고 말하며 1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 간에 발생한 부채를 탕감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1923년에 "긴축 절대주의자야말로... 혁명의 진정한 산파이다." 라고 말한 케인즈의 외침은 오늘날의 정치가들이 주의해야 할 경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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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1 / 1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전망기획(6) 2012년 한국 경제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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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멈추지 않는 가계부채의 양적 증가
2. 우리만 가지고 있는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3. 새로운 위험, 서민 부채의 급증
4. 2012년 가계부채위험 관리 정책방향
5. 참고: 2003년 카드대란에서 생각해볼 두 가지

[본문]
1. 멈추지 않는 가계부채의 양적 증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국의 가계 부채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외국의 언론이나 투자가들도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주요 리스크로 가계부채를 지목하기도 했다. 한국의 가계부채 역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었다. 이제 미국이나 스페인 등 선진국처럼 거대한 거품 폭발 후에 고통스런 자동 조정과정을 겪을 것인가, 아니면 예방적으로 국가가 정책적 개입을 하여 폭발과정 없이 가계부채와 부동산을 연착륙 시킬 것인가 하는 선택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1) 위험성, 분명히 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최소 2010년까지는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 외에 특별한 예방책을 사용한 적이 없다. ① 아직 담보인정비율(LTV) 47.2%로서 선진국보다 낮다는 점, ② 대출 규모가 큰 중, 상위 소득계층의 부실화정도가 약하다는 점, ③ 연체율이 낮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 심지어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일시적으로 가계대출을 풀어주는 정책을 취할 정도로 가계부채는 부동산 경기부양의 종속 변수로 취급했다. 가계 부채가 아직은 끌고 갈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거나, 경기가 조만간 호전되고 소득여건이 개선되면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까지도 “가계 부채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다소 높으나, 건전성, 차주 구성, 금융사 손실흡수 능력, 가계 자산상황 등을 감안할 경우 아직까지는 대체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들어와서는 이전과 다르게 상당히 적극적으로 가계 대출에 개입한다. 정부 스스로는 아직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폄하하면서도 점점 더 현재화될 수 있는 위험요소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나 사회의 공통된 시각은 “연착륙”이다. 부동산을 보는 시각과 완전히 같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모두 적어도 과잉되어 있고 ‘잠재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2011년 이후 저 신용 층, 저 소득층, 다중 채무자들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 가중이 누적되면 연체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주택담보 대출의 원리금 상환이 몰리면서 가계 대출의 구조적 취약성이 현재화 되면 저소득층 뿐 아니라 중산층 일부도 연체와 파산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채무자인 가계 입장에서는 명백히 위험 수준이 부분적으로나마 현재화될 조짐이 큰 것이다.

채권자인 금융회사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정부 주장대로 아직 시중은행의 위험 흡수 능력은 문제가 없지만,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제 2금융권은 다중채무자의 연체나 파산 충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청년들이나 자영업에서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 이들은 2003년 카드대란 시기에도 가장 피해가 컸던 계층이다([그림11] 참조)

금융권 중심이 붕괴하는 것은 대외에서 오는 충격 정도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외곽에서의 국지적 충격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위험은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고 인지된 위험이었지만 결국 2011년 폭발되었으며 저축은행, 건설사, 예금자, 지역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정도 이상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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