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9.09 10:32

돌아온 MB맨 리만브라더스 강만수 전 국가경쟁위위원장의 컴백이 화려하다. 대통령 경제특보로 임명된 지 5일 만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며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저출산문제는 심각하다. 돈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외 우수 인재를 받아들이는 이민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세계에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나도 백인 조카 며느리가 둘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교수도 이민정책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한국경제신문, 2009.9.6).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중국적 문제가 저출산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기존 저출산 대책은 과연 의미가 없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과연 이중국적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줄까?

일단,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과 이중국적 문제는 아무 연관이 없다.
우리나라 국적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엄격한 수준이다. 국적 취득 및 유지, 연관된 의무와 권리 또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실제 그로 인해 나타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과는 연관이 없다. 원정출산으로 이중국적이 증가하고, 많은 경우 외국국적을 선택하고 있으나 이는 병역 문제 때문이다. 즉, 이중국적 허용이 부유층의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고, 그런 탓에 정부도 병역 문제를 해결한 사람 위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원정출산의 규모

원정출산의 규모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원정출산과 관련, 한해 국내 임산부들이 얼마나 외국으로 나가고 들어오는지, 비용을 얼마나 쓰고 오는지도 파악이 안 돼 대책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아래 기사에서 밝히고 있는 수를 대략 추정하면 약 5,000~7,000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원정출산으로 미국에서 태어나는 한국 아기들은 연간 5,000여 명. 이 수치는 괌, LA, 뉴욕, 하와이, 보스턴 등지의 병원을 이용한 원정출산 산모들을 합친 결과로 친척이나 친구 집 등에서 출산하거나 유학, 연수, 해외 지점 발령 기간에 맞춰 출산하는 한국인 산모를 포함하면, 실제 원정출산의 숫자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LA Times, 2002.5.26).
2001년 3,000여 명 수준이던 한국 산모의 원정출산이 2004년 현재 7,000여 명 수준으로 급증. 9.11 이후 미국 입국이 까다로워지면서 캐나다로 향하는 산모도 늘고 있는 추세(The Asian Pacific Post, 2004.6.3).


강만수 경제특보가 이야기한 것도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적극적 이민정책을 고민해보자는 이야기인 듯하다. 하지만 기존의 저출산 대책에 한계가 있다고 규정하고 이민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저출산 대책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추진되어야 한다.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출산 및 육아에 긍정적인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갖추지 않으면 출산율은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예산지출과 정책추진은 오히려 너무 미약한 수준이다. 노동환경, 보육 및 교육 환경, 가정문화, 가치관 등 전반적 영역을 개선하기 위한 통일적 정책이 부족하다. 기업들에게 일-가정의 조화를 위한 고용, 보육, 노동환경 제공을 강제하지도 못하고 있다. 여전히 약간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정책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수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 장려책을 통한 출산율 제고는 한계가 있으니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청와대의 핵심 관료로서 취할 올바른 입장이 아니다.

출산력 제고방안으로서의 대체이민정책은 인구성장, 생산가능 인구증가 및 부양비 변화 등의 효과는 있으나 제한적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UN, 2000). 특히 젊은층 이민을 통해 일시적 고령화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으나 이민정책 효과의 한계는 명확하다. 즉 이민이 노동력 감소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는 있으나 사회ㆍ정치적 환경에 따라 이민이 특수하게 작용하는 특징이 있고 실제 고령화를 억제하느냐에 대한 이견도 존재하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의 핵심 대안으로 고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했던 나라들도 최근에는 사회적 통합을 고려해 대규모 이민보다는 자국민의 부분적 출산력 회복정책 추구로 정책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이민정책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 여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제고하는 정책은 오히려 강조되어야 한다. 사실 여성의 출산 및 양육권을 보장하는 차원의 사회 구조조정을 통해 출산율을 제고하는 방식보다 대규모 이민정책이 경제적으로는 더 이득인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중국적 논란과 진행과정

현재 우리나라의 이민 상황은 외국인노동자의 유입과 결혼이민자의 증가, 그로 인한 다문화가정 자녀의 증가, 해외국적 선택자 증가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강만수 경제특보는 이 중국적 이탈자의 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고 이중국적이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법무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17만 명에 달하고,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국적 취득자는 5만 명이라고 한다. 이것이 정확한 수치인지도 불명확하지만, 국적포기의 이유도 설명돼있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국적을 택하는 사람보다 외국국적을 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이민문제에서 국적이탈자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국적을 포기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 단지 우리나라가 우수 인력을 유입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을 추진해오지 않았다는 부분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해외유학생 및 이중국적자들이 해외생활을 선택하는 데는 병역문제와 고용조건 등의 처우문제가 본질적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이중국적 논란이 병역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에 한해 이중국적 허용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병역혜택 없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이 실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해외거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 곳에서의 생활조건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와 보다 나은 지원체계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인력유출을 핑계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은 부유층의 병역문제 등을 에둘러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중국적 추진 진행과정

현행 국적법은 만 20세 이전에 이중 국적을 갖게 된 사람은 만 22세 이전까지, 만 20세 이후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는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면 6개월 안에 원래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규정이 해외우수인력 유치에 장애가 되고 국적이탈자가 국적취득자를 크게 웃도는 원인이라는 주장 하에 이중국적 허용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3) 국적ㆍ영주제도 개선을 통한 정주 유도
○ 영주비자 발급 대상 확대
- 전문인력에 대한 영주비자 발급 요건 중 학력기준 완화(박사 → 석사) 및 투자자에 대한 발급 요건 중 투자금액 기준 완화
○ 고급기술인력에 대한 일반귀화요건 완화(법무부)
- 필기시험 면제 및 귀화심사기간 단축
○ 우수 외국인에 대해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법무, 외교)
-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사실이 없는 외국인 중 우수 외국인에 대해 일정기간 국내 체류 후 복수국적 허용 검토

강만수전장관이 취임한 뒤 가진 첫 회의인 제11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2009.3.26)에서 우수 외국인재 이중국적 허용을 검토했다. 법무부는 이날 회의에서 우수 외국 인력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단일국적주의 하의 현행 국적제도를 조건부로 완화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과학ㆍ경제ㆍ문화ㆍ체육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이 있는 외국인으로서 우리나라 국익에 이바지할 것으로 인정되면 특별귀화 대상자로 분류, 귀화에 필요한 국내 의무거주기간(5년) 체류 조건과 귀화시험이 면제된다. 이들에 대해선 그간 관련법에 따라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외국적 포기증명 대신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권리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외국적 행사 포기각서’만 내면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이 한국으로 귀화해 한국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자신의 원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우수 외국인재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통해 국적법 시행령에 명시키로 했으며 선거권과 피선거권 부여 여부는 추후 검토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국제결혼이나 부모의 외국체류 중 외국국적 취득 등의 이유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한국인에게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나이가 지나면 이 사실을 통보하고 1년 내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박탈하는 ‘국적선택 최고(催告)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또한 강만수경제특보는 지난 7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의 사실을 통해 강만수 경제특보를 비롯한 정부는 이민문제를 해결하는 핵심과제로 이중국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책추진 시도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을 이렇듯 설익은 논리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적극적 이민정책은 필요하다

UN은 “1년 이상의 의도적 체류를 동반한 국제적 이주”를 이민(移民:migration)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취업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이주한 이주근로자도 이민자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UN의 정의에 의하면 2008년 말 현재 57만여 명의 외국인이 취업하고 있는 한국도 이민국가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이민 상황을 보면 체류외국인이 110만 명이 넘고 결혼이민자 등으로 인한 다문화 사회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인구이동은 본격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이민관련 정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이민정책을 개괄하면 인구가 과밀하다는 판단 하에 1980년대까지는 적극적 이출정책(국민을 해외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펴왔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외국 이주노동자의 입국이 폭증하자 이주노동자 대책이 요구되었다. 그 결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산업연수원제도를 거쳐 2004년 현재 외국인고용허가제도가 유일한 이민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근래 들어 고급 인력의 국내 유치와 제조업 중심의 인력난, 결혼이민자의 증가, 해외유학생의 증가 등 이민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2008년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으나 구체적 입법화나 추진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9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을 보면 금년 5월 말 현재 외국인주민은 110만 6,884명으로 2008년 89만 1,341명보다 21만 5,543명(24.2퍼센트) 증가했다. 이들 중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주민은 6.7퍼센트인 7만 3,725명에 불과하고, 외국인근로자가 52퍼센트를 차지한 57만 6,557명이다. 이 중 불법체류가가 20만 명이 넘고 결혼이민자의 수는 14만 4,385명, 다문화가정 자녀수도 6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민대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야기된 노동력감소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여성 및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 출산장려 정책을 통한 인구증가율의 적성 수준 유지
- 국내 인력의 해외 유출 최소화
- 재외동포의 활용
- 외국인력 도입 및 이민을 통한 노동력 확충

즉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질을 높이고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해외 우수 인력들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안착해 다문화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적극적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도 유입된 이민자 사회의 확산과 그로 인한 사회문화적 갈등,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 등 이민의 증가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이민자 사회를 기존 사회에 편입시키고 정주시키려는 노력들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를 둘러싼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이 함께 해결되어 나가야 한다. 여성의 사회활동과 출산ㆍ양육이 양립할 수 없고,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이국국적 허용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경제수장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가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은경/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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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10.23 18:13

강만수 장관의 워싱턴 현장체험 효과

미국 금융위기나 우리 경제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 상식선 이상의 낙관적인 전망을 가졌던 인물이 바로 강만수 재정부 장관이었다. 강 장관이 10월 13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 방문차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위기의 현장을 체험하면서 지금의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내심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현장체험의 결과가 10.19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이라는 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내친김에 부동산 거품 방지를 위한 마지막 안전핀이었던 대출규제를 사실상 풀어버리는 10.21 부동산 부양정책까지 발표했다. 미국 월가의 말투를 빌려 “선제적(Preemptive)이고, 확실한(Decisive), 그리고 충분한(Sufficient) 시장안정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우리 정부가 마련한 정책들이다.

주요 내용은

① 외국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은행의 대외채무를 총 1,000억 달러까지 3년간 지급보증하고(현재 국내은행 대외채무는 약 800억 달러),

②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미 지원 결정을 한 150억 달러 이외에) ‘외환보유고를 동원하여 300억 달러’를 직접 은행에 공급하며,

③ 원화 유동성마저 막혀버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에서 환매조건부 채권(RP), 국채 직매입, 통안증권 중도상환을 통해 원화를 공급하고,

④ 3년 이상 가입한 장기보유 주식과 채권 펀드에 대해 소득 공제나 비과세 등 ‘세제 지원’으로 일반 펀드가입자의 손실보전을 해주며,

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기업은행에게 정부가 보유한 주식, 채권 등 ‘1조 원 상당의 금액을 현물 출자’한다는 것이다.


주로 시장을 통해서 달러와 자금수급을 조절해왔던 이전의 방식과 비교해, 달러와 원화를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점은 워싱턴 방문 효과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아울러 내년 경제성장률도 4퍼센트 이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해 눈높이도 상당히 낮아졌다.

미국조차 내던진 ‘시장 자기조정’ 기대 못 버린 강만수 장관

사실 9월 접어들면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공황 국면으로 치달은 금융파국을 막고자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동안에, 한국의 쟁쟁한 보수 두뇌집단들은 첨단 금융시스템을 운영해온 미국이 이를 슬기롭게(?) 조기에 수습하리라고 믿고 낙관적인 전망으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미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과신해온 것이다. 1929년 대공황을 경험하고 그 이후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 다양한 대응기법과 장치들을 만들어왔던 미국이 설마 이정도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겠는가 하는 기대가 깔려있었던 것이다.

후진국에서도 있을 법하지 않은 불투명하고 원시적인 대출을 마구잡이로 남발해 지금의 금융위기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가 바로 미국이라는 사실은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는 동안, 미국 정부는 ‘정부의 관리 능력’이 아니라 ‘시장의 조정능력’을 믿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표면에 떠오르고 1년 가까이 미국이 한 것이라고는 모든 걸 시장에 맡기고 오직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것 뿐이었다. 지난 3월 14일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무너지자 뒤늦게 공적자금 3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시장에 개입했지만 그 때만 해도 “시장에 맡기고 간섭하지 말라”는 목소리에 눌려 보다 적극적인 예방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9월 14일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연이은 메릴린치, AIG보험이 무너지는 걸 목격하면서 서둘러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을 내놓았지만 그 때는 이미 상황이 손쓸 수 없이 악화된 뒤였다. 미국 정부는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것을 보고서야 “시장이 자기통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인정했다. 시장 기능의 붕괴는 곧 미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상실로, 그리고 한국 정부와 보수세력의 예측능력 상실로 전이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강만수 장관이 의욕적으로 발표한 10.19 금융안정화 대책들은 시점을 놓치면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미국의 위기 대응책을 다시 한발 늦게 뒤따라가는 형국이다.

미국과 유럽이 이미 은행 부분 국유화까지 주저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신용경색에 몰린 은행들의 어떤 자구책도 담보하지 않고 자금을 풀어주는가 하면, 감세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시장에 대한 믿음에 기초하여 정부가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고와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발상이다. 미국도 버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우리 정부는 버리지 못하고, 미국보다 더 미국적인 신자유주의적 신념으로 일관하고 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최근 “보이지 않는 손이 안보이는 것은 그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보이지 않는 손(시장)을 맹신하는 경향을 통박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외부 금융충격을 완충할 시스템 구축이 절실

새사연은 현재의 세계 금융위기가 극단적 신용경색과 금융공황으로, 그리고 한국의 외환위기로 현실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단 10퍼센트만 되어도 그 후과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대다수 서민들에게 최소 수 년 이상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적어도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 당국자들의 표현대로 “선제적이고 확실하며 충분한 조치”를 시급히 실행해야만 한다. 하나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인 외부의 금융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국민경제를 살릴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밑에서부터 붕괴되어가는 내수기반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은 외국발 금융변동에 대한 어떤 완충기제도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밤사이 뉴욕증시가 폭락하면 바로 다음날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폭증하고, 환율이 치솟는 일이 몇 달째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투기세력마저 제한 없이 들어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국내외 자본이동에 아무런 제동장치도 없어 환율변동이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요동치고 있으며, 기업들이 도대체 수출입 대금결재 시점을 잡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정부는 150억 달러 이상을 시장에 풀어서 환율 폭등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 효과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정부의 외환대책은 환투기 세력과 시장에 ‘호구 잡힌’ 모양새며, 외환보유고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급기야 외환 스왑시장 등에 150억 달러를 풀고 추가로 300억 달러를 은행에 직접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달러 거래는 막혀버렸다. 환율은 1,300선 밑으로 내려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동안에도 키코(KIKO) 가입 수출중소기업들의 도산 위험은 더 높아지고 있고, 수입물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외국인의 주식매도와 달러 송금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외환시장의 극심한 불안정성이 시사하는 바는, 국내외의 경제 여건으로 볼 때 우리가 지금 외환시장의 완전한 개방과 제약 없는 자유변동환율제를 능동적으로 운영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에 의한 안정적인 조절기능이 상실된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사실 1998년에 입법되고 1999년에 시행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외환시장이 자유화되고 자유변동환율제로 바뀐 것은 외환위기로 인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 때문이지 내부적 여건 성숙에 따른 결과라 보기 어렵다. 그리고 현재 금융규모와 금융관리 능력이 우수한 나라들을 제외하고 외환시장 자유화와 완전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나라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장 외국환거래법을 고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외환시장이 자기조절 능력을 상실한 지금, 심각한 외부 금융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장에 자금을 푸는 방식을 뛰어넘어 충격을 완충시킬 ‘시스템적 기제’는 필수적이다.

정부는 예를 들어 ① 칠레 등에서 이미 실시한 바 있는 외화가변예치제도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단기 외화자금의 유출입에 대해 일정한 지연 또는 예치를 통해 급격한 외화유출입을 완화하는 방안, ② 주식시장의 사이드카 발동과 유사하게 일일 환율 변동폭을 일정한 범위로 묶어두는 조치를 일정기간 시행하는 방식, ③ 그리고 현행 외국환거래법에서 허용하는 재정부 장관의 권한을 최대화하여 시스템 차원에서 외환거래와 유출입이 안정화될 수 있는 조치 등을 다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외환시장 자유화가 대세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인데, 여기에 역행한다고 망설일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 금융시스템의 모든 것이 대전환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떤 것이 대세이고 어떤 것이 스탠더드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어떤 심각한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사태이다. 아이슬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등 세계 곳곳에서 외환위기가 터지는 국면이 아닌가.

내수기반 붕괴 막는 ‘선제적 대응’만이 살 길

세계 경제위기의 소용돌이로부터 우리 경제를 살리는 가장 시급한 일이 외부 금융충격을 완충할 시스템적 기제를 확보하는 것이라면, 이와 동시에 내수기반의 붕괴를 막고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해 내수경제를 중심으로 내성을 키우는 일이 급하다. 이는 향후 세계 실물경기 침체 여파로 수출마저 한 자리 수로 곤두박질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강만수 장관은 우리 금융기관들이 미국과 달리 파생상품 부실도 미미하고 재무건전성도 좋아서 아직 위기 국면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가 다른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내수기반 경제와 수출 대기업과 단기수익 추구에 몰두한 거대 금융기업들로 양분된 경제이다. 이 두 경제는 사실상 별개의 세계를 형성해 상호 가치사슬 체계가 끊어진 지 오래다.

우리의 경우 미국의 GM과 같은 대기업이나 메릴린치와 같은 금융회사가 부도에 몰리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600만 자영업의 몰락과 중소기업의 도산 위기는 11년 전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심각한 국면이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이 미국에 비해 크지 않더라도 내상은 곪아가고 있었다.

새사연은 그 동안 미국발 금융위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동시에 한국 신자유주의로 인해 발생한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기반붕괴를 집요하게 이슈화시켜 왔다.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과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매출실적에 타격을 입은 이들은 최근 금융위기로 자금조달 길마저 완전히 막혀버린 데다가, 이미 대출받은 자금의 이자 부담도 치솟고 있어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자영업과 중소기업들은 현재 사채 이외에 자금조달 길이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니, 적어도 이들에게 우리나라 은행이나 금융기관이 부도난 거나 다름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던 정부가 10월 초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을 해주도록 후선에서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최근 기업은행에 1조 원 현물출자를 통해 자금을 확충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우리·신한 3개 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이 신보의 보증서를 갖고 가도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할 만큼 철저히 사익을 추구하는 일반 시중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는 것은 사실상 ‘지원 대책’이라고 볼 수도 없다. 자금지원으로 시중은행들만 좋은 일 해주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유일하게 국책은행으로 남아있는 기업은행이 그나마 대출을 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1조 원 자본확충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데다가, 대출 조건이나 대출이자 부담에 대한 추가조치가 없는 한 고금리 상황에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구제금융과 공적자금 투입은 거대 금융기관이나 재벌 대기업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정부 자금을 직접 지원해주는 은행들에게는 해외자산 매각, 대주주 배당금 지급 일시 중지 등 강력한 상응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위해 훨씬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구제금융과 공적자금을 기업은행을 경유해서, 또는 특별 기금관리기구를 만들어 직접적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에게 지원해주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동시에 자금 지원시 일반 시중금리가 아닌 이보다 훨씬 낮은 정책금리를 적용함으로써 이자부담을 줄이고 기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지출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비용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두 가지, 피해야 할 세 가지

외부 금융충격이 이미 내부로 전달된 뒤에 은행 자금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외부 금융충격을 완충시킬 시스템을 신속히 마련하고, 동시에 자영업과 중소기업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 강력한 공적자금 투입을 시행하는 것이 현재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과제다.

반대로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 정부가 절대로 피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감세조치, 부동산 거품 확대, 금융 규제완화가 그것이다.

1) 감세

정부는 이미 지난 9월 1일 법인세율을 5퍼센트 인하하여 약 9조 원의 세금을 감면하고 소득세 3조 6,000억, 재산세 5,000억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바 있고, 현재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은 채 강행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감세를 통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을 낮춘다고 개인소비나 설비투자가 당장 살아나기 어려운 시점... 섣부른 감세정책은 재정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특히 소득세나 법인세는 한번 낮춰주면 재인상이 어려운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매일경제> 2008.10.22)고 지적한 초교텐 국제통화연구원 이사장의 주장을 정부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황당한 것은 정부가 감세정책을 고집하면서도 동시에 최근 경제위기 대처를 위해 상당히 많은 재정지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만수 장관은 “재정은 OECD 국가 중 건전하니까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수출 위축에 따른 것을 내수가 커버”해야 한다고 지난 10월 17일 기자회견에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부터 성장률이 3퍼센트 초반을 넘나들고, 이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소득세와 재산세, 법인세 등이 늘어나지 않을 것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것은 백번 옳다. 그러나 그 전제로 감세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향후 장기적인 국면을 감안할 때, 감세를 안 하고도 현재 국가 채무 300조 원을 넘는 추가적인 적자재정 편성을 해야 할 상황조차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부동산거품 확대

지금의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장본인이 미국 부동산 거품임을 모르는 이는 현재 없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6년을 정점으로 부동산 거품이 상당하며, 현재 거품이 빠지고 있다. 이미 전국 아파트 미분양 가구가 16만 채에 이르며 건설사들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이 저축은행 기준으로 14퍼센트를 넘어섰고, 시중은행들 연체율도 급증하고 있다. 고정금리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10퍼센트를 넘어서서 기 대출자들의 가계 부담도 위험해지고 있다. 거품이 급격히 빠지지 않고 연착륙하도록 유도하면서 이미 엎질러진 과잉공급과 대출부담을 해소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고 투기를 부활시키려는 우려스런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를 요지로 하는 부동산 부양대책을 지난 8월 21일 내놓은 데 이어 종부세를 완화하더니 10월 21일에는 사실상 대출규제를 풀어버리는 투기지역 해제를 다음 달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은 부동산 위기를 피하고 있는 것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통해 대출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 억제를 위한 최후의 안전핀이라고 할 대출규제를 수도권 중심으로 풀어버려 우리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현재의 고금리 상태가 대출규제완화에 어떤 작용을 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정 시점에서 은행들이 적극적인 대출영업을 강행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3) 금융 규제완화

전 세계적으로 자유시장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특히 금융에 대한 규제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유독 우리 정부만 지난 10월 13일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전격 발표하는 등 금융 규제완화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이미 파산한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을 모델로 추진해온 ‘자본시장통합법’ 역시 모델이 사라져버린 지금에도 우리 정부는 고수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금융 규제완화를 보류하라는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정부는 ‘위기는 기회’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참에 우리 금융이 세계적으로 도약할 기회로 삼아 금융 규제완화와 금융혁신의 가속페달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사람들에게만 온다. 금융 선진화를 위해 우리 정부가 준비한 것은 무엇인가. 이미 파산한 투자은행 모델이었다. 잘못된 준비였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지만 다른 나라들에게는 기회가 아니고 우리나라만 기회인가. 다른 나라들은 기회가 아니라서 금융규제를 검토하는 것인가.

그래도 굳이 금융 규제완화와 금융선진화를 하고 싶다면 현재의 금융혼란이 진정되고 여타 국가들에서 금융시스템이 재편되는 결과를 보면서 해도 늦지 않다. 고려대 박영철 교수는 “미국과 유럽의 금융개편이 어느 정도 추진되어 한국의 경쟁상대 투자은행의 형태와 기능의 윤곽이 잡히는 단계에서 제도 개편을 시도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박영철, “미국 금융위기와 한국의 대응”, 2008.9.30). 이는 최소한 보수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보수여 가치체계를 뜯어 고쳐라

조순 전 부총리는 10월 16일 "정부가 은행 주식을 반(半)국유화 하는 경천동지할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등 지금 시기는 역사적인 시간"이라며 "더 많은 파장을 가져올 것이고 그 결과는 경제구조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는 주가와 환율변동에 어지러움을 느끼지만, 지금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아도 경제사적으로 대변동의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동안의 우리 경제구조 변화를 보건데 경제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이 보수의 주장처럼 좌파정책을 펴왔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신자유주의 보수 경제노선 때문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정부 역시 실제로는 보수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 상황을 악화시켰다.

신자유주의와 결별해야 할 시점에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부가 들어선 우리 역사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지금 한가하게 좌우파 이데올로기 논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권의 지지기반을 챙기고 있을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앞으로 수 년 간 나라와 국민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시는 11년 전의 외환위기와 이어진 국민의 고통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고통을 줄이고 생존을 지켜낼 수 있다면 어떤 이데올로기도 어떤 정책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한국의 보수가 상식선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낡은 가치체계를 미련없이 버리는 것이 상식에 닿는 일이다.

“보수여! 시장을 너무 믿지 말아라. 시장을 믿으면 선제적 대응은 불가능하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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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