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운/ 새사연 이사 



세계경제를 뒤흔든 위기의 원인은 취약계층에서 시작되었다


런던정경대학 교수 코스타스 라퍄비챠스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를 이상하고 낯선 위기라고 했다. 라파비챠스에 따르면, 금융 역사에서 서민들의 빚 때문에 한 나라가 위기에 휩싸이고 그것이 글로벌 경제까지 뒤 흔든 사례는 없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당시 미국의 위기는 서브프라임 즉 가난하고 직업 없는 히스패닉들과 백인 노동자 계급이 상환능력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집을 사고 몇 년 후에 곧바로 변동이자 때문에 감당 할 수 없이 불어난 이자와 원리금으로 인해 채무불이행을 비켜갈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대출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급기야 미국 경제 전체를 위기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미국의 금융자산과 실물경제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직접적 계기는 저소득층의 채무불이행이다. 규모로 봐도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저소득층의 부채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문제의 원인은 이를 근거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와 증권화 때문에 부채 상환능력이 있었던 자산까지 위기가 전염된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수준에서 부채상환 여력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밀접하게 연관된 (자산 유동화와 증권화가 만들어 놓은) 금융혁신의 고리 때문에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는 한 계층의 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앞선 글에서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 규모가 45% 정도여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국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무디스 신용평가 회사의 진단을 인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서처럼 촘촘하게 연계된 현대 금융 네트워크의 특징 때문에 위기는 적은 규모에서 발생한 채무불이행이 국민경제 전체를 잡아먹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부는 2016년 4월 총선과 여름 종합 대책, 그해 11월 종합대책 보완책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총량 증가 관리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 중 특히 주목 할 내용은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가계의 소득 수준과 총부채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대출, 책임질 수 없는 대출을 막아 총량 증가를 억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 가계부채 사태는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접근은 전형적인 총량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총량 수준에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아직 임박한 파국의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온 조치라고 보인다.


그러나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생계와 관련된 대출수요 증가다.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빚이라도 내어야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가계대출 부분이 문제를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 저소득층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찾아 갈 곳은 결국 고금리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 제2금융권 신용대출, 그리고 캐피탈과 대부업체가 그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16년 가계대출 증가 요인은 무엇보다 생계 자금과 주택 임대차 대출이 특징이다. 2015년 1월~8월 동안 생계자금용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에서 24.5%, 주택임대차용 대출은 6%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1월~8월 생계자금용 대출은 27.1%, 주택임대차용 대출은 13% 올랐다. 이는 더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지금까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60%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말이다(예금취급기관 기준).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출금상환 목적의 대출이 줄었다는 점이다. 지난 해 1월~8월 25%였으나 올해 1월~8월에는 10%로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이는 생활자금과 주택임대차 비용에 급하여 그나마 빌려서 갚았던 것도 불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NICE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4등급 이하 금융소비자는 964만 명에 달하며, 이 중 은행권 대출은 고신용자에 집중되었다. 금융소비자 1,498만 명 중 1~3등급은 534만 명, 4~7등급은 698만 명, 8~10등급은 266만 명이다. 또한 은행권 1~3등급 대출비중은 2012년 말 69%에서 2015년 말 79%로 크게 증가하였다. 2016년 이후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저신용 금융 소비자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5년 1분기부터 2016년 1분기까지 가계대출 총량 증가는 주로 은행권 대출 증가에서 비롯된다. 이 기간 동안 비은행 대출은 증가세가 크지 않고 또한 총량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6년 1분기 이후 총량 증가는 비은행 대출의 증가가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에서 은행권 대출심사 엄격화에 따라 생활자금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결국 문제는 총량 증가를 관리하는데 있지 않고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소득 계층과 직업군 또는 연령층에 대한 선제적인 공적 채무조정이다. 이들의 위험이 단순히 우려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될 경우 우리나라에 2008년 미국의 파국이 재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벌어진 파국에 대응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왜 그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다. 더 나아가 그들이 금융혁신을 통해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위기가 터지고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자 했으며 또 하였는지에 대해서이다. 미국의 경우,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부실 모기지 증권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주택시장 지원 정책으로 압류위기에 처한 가구가 채무불이행으로 압류에 처하지 않도록 지원하였다. 지금도 해당 정책을 개선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적 채무조정 실적이 부진하다. 공적 채무조정이란 ‘부실채권을 채권자의 입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입장에서 접근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갱생과 회복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을 의미한다. 이것이 다음 칼럼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본 칼럼은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연재 칼럼입니다.


1.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①

2.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는 왜 한국의 가계부채가 위험하지 않다고 했을까? ② : 가계부채 총량 증가 관리 대책, 문제 원인은?


원문 바로가기: http://saesayon.org/2017/03/29/20533/




발행일: 2017.03.29

발행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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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7 / 23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용어 해설

   

2금융권 가계대출 비중

 

전체 가계대출에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과 기타금융기관(보험사카드사할부사증권사대부업 등)의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

 

예대마진(%): 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로, (대출채권 이자수익/평균잔액) - (예수금 이자비용/평균잔액)으로 계산함

 

 

▶ 문제 현상

 

금융위기 이후가계대출 증가의 67%를 제2금융권에서 조달

 

최근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급증하는 동안2금융권 가계부채 비중 또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40% 수준이던 동 비율은 지난 1사분기 49.1%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주택대출 또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25%에서 1사분기 32.5%로 증가하였다신용도가 낮고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은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가계대출의 건전성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 비율은 2007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2007년부터 저신용자·저소득층의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지자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대출은 224(33%) 증가하였다이 중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74(19%) 증가하였고2금융권은 151(51%) 늘어났다특히 대부업이 포함된 기타금융회사는 33조에서 77조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2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의 2/3인 67%를 차지하였다.

 

또한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대출금리와 수신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은 금융위기 전보다 높은 상태다특히 상호저축은행의 경우금융위기 이전 5% 수준의 예대금리는 1사분기 12.03%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위기 이전(2006~2008평균 11.3%에서 현재 15.5%까지 증가하였다반면 수신금리는 위기 이전 6%에서 현재 3.5%까지 떨어졌다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p 내렸음에도 불구하고대출금리는 올리고 수신금리는 내려서 예대금리를 늘렸다따라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 경감은 미미하고 은행의 이자수익만 증가하게 되었다.

 

 

▶ 문제 진단과 해법

 

2008년 국내은행 예대율은 135.8%로 아시아 국가 평균(82%)을 훨씬 초과하였다이에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불안정 문제가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2009년 12월 15개 국내은행에 대한 예대율 규제를 도입하였다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둔화되었으나대출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금융당국은 사태가 악화되자2011년 6월 제2금융권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였다그러나 지난 1사분기 은행권과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각각 2%, 4.7%로 증가율이 둔화됐으나카드사할부사대부업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2%로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기관별 예대율 및 건전성 규제로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와 부실 감독에 따른 부동산 PF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저축은행은 가계대출과 예대금리차를 대폭 늘렸다이는 가계의 채무 부담 가중과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은행은 다시 가계의 신용리스크 증가를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지고 있다2금융권 가계대출 건전성과 예대마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가계부채 수요 자체를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대출수요가 있는데 기관별로 대출을 규제하면 규제차익이 발생하여 신용도가 낮은 금융기관의 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따라서 가격부양 기조의 부동산대책이나 부채를 통한 성장정책은 지양하고규제차익을 없애기 위해 기관별 규제에서 기능별 규제로 규제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둘째금융기관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 행태에서 은행 본연의 공공성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이를 위해 가계와 중소기업에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여 여수신 금리 경쟁을 유도하고가산금리 산정과 운용에 대한 적정성 및 평가 기준을 마련하여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은행의 서민금융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현행 은행업감독규정에서 은행경영실태 평가제도는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수익성 등 은행 수익 위주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그러나 수익성’ 위주로 은행 건전성을 감독하면자칫 가계 부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따라서 향후 은행경영실태 평가제도에 예대마진사회공헌활동성과급 및 배당 운용 적정성고용창출 등 공공성 역할을 강화하는 지표를 추가해야 한다.

 

넷째정부의 공적 금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예를 들어 중·저소득층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세대출 금리는 시중은행이 5.5~6%, 저축은행이 7~15%에 달한다.반면 국민주택기금의 근로자·서민 전세대출 금리는 3.3%로 은행보다 2~3%p 낮고저축은행 보다는 4~11%p 낮다. 5000만원 원금에 3%p 금리 차이는 연 150만원에 해당한다정부가 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 등 공적 금융기관의 출자금을 늘려서라도 중산층까지 공적금융의 수혜가 확대될 수 있는 금융복지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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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0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 사례로 돌아보는 ‘주택 소유 정책’의 결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4.11 총선의 여파- 마지마 남은 규제 풀기

2. 소득 불평등을 가계 대출로 은폐하라.

3. 2008년 금융위기와 물거품으로 돌아간 소유의 꿈

 

[본 문]

1. 4.11총선의 여파 - 마지막 남은 규제 풀기

4.11총선이 야당의 패배와 보수 집권 여당의 승리로 결론나면서 웃었던 것은 여당의 대선후보 박근혜의원만이 아니었다. 우선 재벌들이 희색이 되었다고 각 언론매체들이 분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재벌들이 야당의 패배를 반긴 것은 공인된 분위기다. 물론 야당이 이겼다고 한들 이들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강도 높게 재벌개혁을 추진했을지, 그리고 그에 대해 과연 당사자인 재벌들이 두려워 하기는 했을지는 미지수다.

재벌과 함께 총선 결과를 크게 반긴 세력은 부동산 부양에 이해관계가 큰 집단이 아닐까 싶다. 총선이 끝난 바로 다음날인 4월 12일,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주택협회가 19대 국회에게 1) 분양가 상한제 폐지 2)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규제 완화 3) 투기지역 해제 4) 다주택자 양도세 일반세율 적용 5) 매입임대주택사업 규제완화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던 것이다. 투표결과가 미처 정리되기도 전에 차기 국회에게 이런 보내는 요청을 언론에 내보낼 정도이니 얼마나 이들의 요구가 간절했던 것인가?

기업 친화적일뿐 아니라 지독히 건설업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가 무려 6차례를 통해 부동산 규제완화를 해주어 거의 다 풀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가격규제, 금융규제, 조세규제, 제도규제들마저 최종적으로 풀어달라는 것이다. 규제라고 이름붙이기도 민망한 마땅히 기초적인 시장질서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만이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또한 현재 인구학적 주택 수요로 보나, 가계부채와 같은 금융여건을 보나, 소득수준 등 어떤 측면을 보아도 과거 10여 년 동안의 과잉 거래, 과도한 가격, 과도한 차입을 지속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그 수준으로 복귀하려는 부질없는 열망을 담고 있다. 지금은 자산 투기장 노릇을 해온 주택시장을 마감하고 다수 국민들의 주거를 위한 복지정책으로 전환하려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다. 그런데 건설업자와 다주택 소유자들, 투기세력과 금융업자들이 총선결과를 등에 업고 다시 이를 되돌리려는 것이다.

사실 6월에 개원하는 19대 국회를 기다릴 것도 없다. 임기를 1년도 남지 않은 현 정부가 5월 안으로 건설업자들이 바라는 강남 투기지역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완화, 매입 임대주택 규제완화 등을 발표할 준비를 서두른다는 소식이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마지막 남은 규제를 푼다고 해서 시대를 되돌릴 가능성이 많아보이지는 않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여전히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거래 활성화’라는 명목이, 위에서 사례를 든 부동산 규제완화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른바 ‘주택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진정 우리 국민의 염원인가, 아니면 안정된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국민의 바램인가?

주택 소유가 염원이라면 어떻게 해든 많은 국민들에게 자기 소유의 집을 갖게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주택거래시장에 넉넉한 주택을 공급해야 하며 거래가 활성화되도록 정부가 각종 정책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소유가 아니라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주거복지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주택 소유’를 정책적으로 극점에까지 밀어붙인 결과 전대미문의 부동산 시장 붕괴와 가계 파산, 그리고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사례를 돌이켜보고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마침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 출신인 시카고대학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교수가 금융위기를 다룬 2010년 저작『폴트라인( Fault Lines)』에서 이 문제를 실감나게 다루고 있어 일부 논지를 확인해 보겠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금융시스템 문제 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주택 소유정책과 연계시키면서 잘 풀어나간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이하의 인용 글들은 특별한 언급이 없는 한 라잔 교수를 인용한 것이다.

 

2. 소득 불평등을 가계대출로 은폐하라.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가 소득 불평등을 주택 소유로 은폐하고자 했던 미국 정치의 유혹이 작동했음을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시카고 대학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교수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 출신이기도 한 그는 금융위기를 다룬 2010년 저작『폴트라인( Fault Lines)』에서 소득 불평등과 주택 소유를 조장한 정치세력, 그리고 이를 지원하며 고수익을 올린 금융회사들의 행위를 상당히 실감나게 묘사해주고 있다.

우선 1980년대 이래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라잔 교수가 지목한 것은 ‘소득 불평등’이다.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소득 불평등이 경제위기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불평등이 위기를 일으킨 근본 원인이기도 하고, 또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훨씬 더 광범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라잔 교수가 풀어냈던 논지는 이렇다. 미국 정치권은 심화되어가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유럽처럼 세금을 걷어 소득 재분배를 시행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금융 대출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었다.

소득 불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미국의 중산층 가구들은, “원래 하던 소비 패턴을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몇 년에 한 번씩 차를 바꾸고 외국으로 가끔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면, 월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눈치 챘다. 그리하여 정치권이 소득 불평등 심화 대응책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저소득 가구에 대한 신용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 대응책이 주는 소비증대와 고용 증가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반면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미래로 미룰 수 있다.”

“가계 대출 확대야말로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정치인들은 믿었다. 가계 대출을 확대하게 되면 집값이 상승하고, 집값이 상승하면 국민은 자신들이 더 부자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 소비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가계 대출 확대는 금융 산업 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 주택 건설 분야의 수익과 고용증대를 가져오는 효과도 유발할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안전한 방법으로 보였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1990년대 클린턴 정부가 선택한 것이 ‘저소득 계층위한 서민용 주택 건설’이었다. 저소득 계층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준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집을 살 자금이 있을 턱이 없으니 저소득 계층을 위한 대대적인 대출 규제완화 방안들이 강구되었고 실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정책의 정점에 2000년대 부시행정부의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주택소유사회(Ownership Society)'가 있었다. 2002년 행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 일부를 보면 주택 소유사회라는 환상을 미국 시민들에게 어떻게 심어주었는지를 금방 알 수가 있다.

“무엇인가를 보유한다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국민 누군가가 내 집을 마련한다면,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어제 아틀랜타에서 새롭게 집을 마련한 주민들의 신규 주택단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되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집 주인은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내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얼굴은 자부심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와 같은 자부심이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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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개인부문 금융부채를 기준으로 1천조원을 넘어선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금융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금융시스템의 핵심 위험요인은 유럽국가 채무위기(75.7%)였고, 그 다음으로 가계부채 문제(67.6%)를 지목했다. 정치 및 지정학적 리스크(50.0%)나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위험(36.5%)보다도 가계부채가 훨씬 더 높았다. 채무의 대부분은 고소득자들이 안고 있기 때문에 큰 위험은 없다고 한 정부 발표와는 달리 금융시장에서는 위험도를 높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절대규모도 문제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소득층의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점이 최근까지 추가적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2010년 말까지는 잔액 기준으로 소득이 3천만원 미만인 가계가 안고 있는 부채 비중이 30% 정도였는데, 지난해 4분기 새로 늘어난 부채의 40%는 3천만원 미만 가계의 것이었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자금이 모자라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이 정도가 지난해까지 한국은행에서 적시해 왔던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4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를 내면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고연령층 가계부채’ 문제를 지목한 것이다. 직접 인용해 보자.

“은퇴 등으로 소득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50세 이상 고연령층의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1년 말 현재 46.4%에 달하고 있다. 이는 2003년에 비해 13.2% 포인트 상승한 것인데 같은 기간 중의 인구비중 상승 폭(8.0%포인트)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인구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 55~65세대라는 신조어가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직장생활에서 정년이 돼 소득은 없는데 유일한 국민적 노후보장 시스템인 국민연금은 아직 받을 나이가 되지 않아, 일자리와 소득이 공백상태로 있게 되는 10년간의 연령대에 속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55~65세대는 곧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관련된다. 한국전쟁 이후 출산장려정책이 시행된 55년부터 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인 712만명에 이른다. 55년생의 정년 연령인 55세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제생활 밖으로 쏟아지는 이들을 받아 줄 사회적·경제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는 이들이 인생 2막을 시작하며 다시 사회에 발을 내딛는 방식으로 자영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기업에서는 받아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 다른 길을 만들어 주지 않으니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당연히 목돈이 필요하고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창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은퇴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세 이상 자영업자 비중이 2008년 47.1%에서 2011년 53.9%로 높아졌으며 은행에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 중 주택구입 이외 목적 대출도 50세 이상의 연령층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제 교집합이 명확히 들어온다. '저소득층-50~60대 고연령층-자영업'으로 묶여지는 일련의 인구 군이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지대가 될 수 있고 이들이 가계부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이 문제를 비중 있게 할애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고액 등록금으로부터 유래된 청년들의 부채부담에 못지않게 세대별로는 50~60대의 가계부채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가지 진보개혁세력이 유념할 것이 있다. 통상 50~60대는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일 것으로 간주된다. 고연령층 가운데 자영업의 교집합이 더해지면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자영업이 보수적일 것이라는 가정은 최근 SSM 저지운동 등으로 상인들의 대기업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면서 상당히 완화됐다. 역으로 진보개혁세력은 무조건 20~30대에게 정치적 호소를 하는 분위기가 한껏 고조돼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재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보건데 과연 50~60대가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가. 오히려 기존 질서와 시스템에서 가장 생활의 위험에 노출된 세대가 아닐까. 진보개혁세력은 이들에게 적절한 대안을 찾아 호흡하려는 노력보다는 쉽게 보수라고 치부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점점 이들과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대선을 앞두고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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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3.1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드디어 가계대출이 줄어들었다. 지난 1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줄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들의 대출도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라 언론매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물론 2월 통계까지 나와 있는 시중은행의 경우 2월에는 다시 대출이 약간 올랐다. 그러나 매달 2조원 이상 대출이 늘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의 증가다. 그리고 카드사나 할부금융 통계는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큰 흐름에서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한국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이라고 우려가 컸던 지점이 바로 1천조원 규모의 가계부채가 아니던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모조리 가계부채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줄지 않아서 더 걱정이 많았던 것 아닌가. 더욱이 가계부채 감소가 부동산 경기하락의 영향을 받아서 발생하고 있다니 그 역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경제에서 서로 맞물리면서 연착륙을 해야 할 대상이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아니던가.

그런데 가계부채 감소를 보도하는 매체들의 태도가 탐탁지 않다는 어투다. 만일 은행들의 입장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온 국민이 우리경제의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감소를 바라고 있는 와중에서도 은행들에게는 가계부채 감소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왜 그런가. 매출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감소하면 수익이 감소하는데 어떤 영리기업이 박수를 칠 수 있단 말인가. 은행에게 ‘대출은 곧 매출’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도 시중은행들은 매월 2조~3조원의 가계대출을 늘려 왔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난해까지 연 평균 8% 이상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경제성장률을 훨씬 초과해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집어 말하면 금융회사들은 평균 성장률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렸고 그만큼의 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때문에 가계부채 사상 최고 기록은 곧 은행수익 사상 최고 달성과 같은 말처럼 간주됐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부채는 1천조원을 넘었는데, 은행이 달성한 수익 12조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였다.

이런 은행들에게 가계대출 감소는 곧 매출 감소이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법하다. 실제로 은행 관계자들은 올해 가계대출이 최소 4%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서 수익을 봤던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주춤하니 성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은행이라는 사적 회사의 이익과 국민경제의 이익이 이처럼 정면으로 배치되게 됐을까. 왜 시장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전체가 이익을 보지 못하는 구조가 됐을까. 은행이 공적 금융기관이 아니라 사적 회사가 됐기 때문은 아닌가. 은행이 사적 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자금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면 이런 이익의 충돌은 없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재미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대출이 줄어든다고 하니 서민 핑계를 대면서 서민들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출을 줄이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금융회사들이 서민대출을 줄이면 서민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는 악순환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주장 자체는 맞는 측면이 있다. 분명히 경기가 나빠지고 각 가정과 자영업자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때 은행이 대출창구를 조이면 서민과 중산층들이 힘들어할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가계부채 축소는 언제 어느 세월에 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정부가 대출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경기가 위축되고 유동성 흐름이 막히는 시점에서는 은행들 스스로가 자금회수에 나서는 것이 오늘날의 자유화되고 개방된 금융시스템 구조다. 경기가 매우 나쁘고 자금회수가 의심됨에도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고 있다면, 각종 담보 요구를 까다롭게하거나 리스크를 상쇄할 다른 대책을 세울 경우에 한한다.

은행들이 리스크를 금융소비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수익률은 보존하기 위한 행태들을 부쩍 늘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신용대출 금리가 한 달 사이에 무려 1%포인트 이상 상승해서 7%를 넘어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출을 유지한다는 것은 은행의 매출과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언정 서민들의 자금수요를 절대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다. 정부가 금융회사들에게 대출을 줄이지 말라고 하기 이전에, 불법·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온갖 금융리스크를 가계와 대출자에게 넘기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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