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새사연 정회원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1만 5천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결성의 자유를 요구하며 열린 대규모 집회가 그 기원이다. 그 이후 각 나라는 3월 8일 여성의 권리 및 ‘진보와 자유’를 주장하는 여러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1977년 3월 유네스코는 공식적으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선언하였다. 한국에서도 1920년대 세계 여성의 날을 최초로 기념했으며, 1985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로 부활해 오늘 서울시청에서 33회 대회가 개최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여성의 권리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사회, 최소한 한국 행정부에서 여성을 보는 인식은 모성, 출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만든 전국‘가임기 여성’ 수 등을 표시한<대한민국 출산지도> 나 ‘여성의 높은 교육수준’을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분석하여 대안으로 ‘휴학, 연구, 자격증 취득을 하면 대기업과 공공기관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자’는 보건복지부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저출산 대책이 관료들의 낮은 여성인권 인식 수준을 증명한다.


이 관점들이 불쾌한 것은 여성의 몸을 사회에서 ‘타협 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은 여성 그 자신의 것이다. 나의 자궁은 온전히 나의 것이지, 사회 유지 및 세금 감소를 막기 위한 출산의 도구로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5년 전, 나는 화학생리대 사용 거부를 선언했다. 그리고 택한 것은 생리컵(menstrual cup, 체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는 컵)생리컵을 쓰는 것은 나에게 ‘해방’을 의미하였다. 한 달에 5일 이상 있는 불편하고 찝찝한 느낌으로부터의 해방, 매번 ‘조물주는 여성을 싫어하지’ 라며 여성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는 것으로부터 해방, 그리고 여성을 얽매는 전통적인 정숙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난 내 질과 자궁을 사회가 원하는 역할에서 탈피시켜, ‘단지’ 나의 몸으로만 존재케 할 수 있었다. 이제 나에게 월경은 한 달에 한 번 번거롭게 구는 객식구같은 대자연의 저주가 아니며 자궁은 내가 잘 관리해 온 손톱, 피부와 같이 내가 잘 관찰하고 보살펴 줄 내 몸이 되었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생리컵을 발견했다. 실리콘이나 고무로 된 컵을 질 내부에 넣어 생리혈을 담아내는 생리컵은 넣고 빼는 것에 대한 진입장벽만을 극복하면, 반영구적이다. 경제적 이익 외에도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며, 화학약품으로 인한 생리통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생리컵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해서 나에게 맞는 생리컵을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가 필요했다. 먼저 적절한 사이즈를 알기 위해 생리혈의 양을 알아야 한다. 둘째, 자신의 질 길이에 맞춰 생리컵의 길이를 정해야 한다. 셋째, 배나 방광의 민감도에 따라 탄력성을 결정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우선 배나 방광, 질, 자궁경부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요구한다.


모든 단계가 생소했지만 특히 두 번째 단계, 나에게 적합한 생리컵의 길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사람마다 자궁의 위치가 다르므로 질 입구에서 자궁경부에 도달하는 길이도 다르다. 이 길이에 맞춰 생리컵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길이를 재는 도구는 가운데 손가락이었다. 그렇다. 나는 생리컵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질 안에 손가락을 넣은 것이다. 단순 길이를 잴 뿐만 아니라 약간 손가락을 움직여 질 내부에서 자궁경부에 도달하는 정방향인지 혹은 오른쪽,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져있는지를 확인하였다. 내 질 내부가 어떤 모양인지 느끼는 것은, 낯설지만 친숙한 동굴을 탐험하는 것과 같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질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 넌 이렇게 부드러웠구나!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구나! 그걸 이제야 알아채서 미안해.


지난 달에 생리컵을 사용한 뒤 이번 달 월경이 기다려진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하지만 일부는 진실이다. 이번 달에도 몇 알의 진통제와 번거로움은 함께하겠지만 내 몸과 나눌 대화를 생각하면 그 시간이 예전처럼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내 몸은 온전한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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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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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운/ 새사연 연구이사 




2017년 가계부채위험 수준 아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천344조3천억 원으로 1년 사이 141조2천억 원(11.7%)이 급증하였으며, 이는 우리나라 GDP의 82.9%에 해당한다. 상승폭이 그 어느 정권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를 감당해 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책 당국은 이렇다 할 정책 처방 없이 총량 증대라는 억지책만 내고 있는 형편이다. 국제통화기금까지 나서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를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지난 2월 7일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Moody’s)의 진단이 흥미롭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생각만큼 큰 걱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주장을 내놓았는지 배경이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일단 신용평가 회사가 이런 분석을 내놓았으니 당분간 한국의 가계부채 관련 경제위기설은 잠잠할 것으로 보이며, 가계부채 발 신용평가 하향조정은 없을 것 같다. 대내외 상황이 모두 취약하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최근의 경제 상황임을 감안하면 무디스의 이런 평가는 분명 악재는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 신용평가 회사의 진단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나 여기서 비롯되는 채권, 주식 등 여러 금융 자산에 대한 평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 상황이 긴급한 것이 아니라면 정책 당국이 서둘러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도 걱정이다.


필자는 여기서 딱 두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 현 가계부채 수준이 한국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 볼 것이다. 둘째, 현 가계부채 수준을 소득분위별 등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이 글이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즉 사회적 불평등이 가계부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시스템 수준에서 리스크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에 기초해 있기에 정책 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총량 증가 억지책으로만 접근하는 것이다.



무디스총량 늘었지만부채의 분포 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등을 감안하면 채무상환 능력 아직은 양호


지난 2월 7일 무디스(Moody’s)는 현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는 아니라고 진단하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기준금리 결정 설명회에서 시장금리의 상승 압력과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때문에 염려되긴 하지만 가계부채 채무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현재 가계부채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채무상환에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로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국가차원의 위험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 국민경제 수준에서 봤을 때 금융자산이 금융 부채보다 많기 때문에 그리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가계부채를 갚는데 쓰이는 금융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계의 금융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난 해 3/4분기 기준으로 45.3%로 예년평균 45.9%(2010년~2015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고 평균 잔존만기가 장기화되고 있어 질적 구조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심 근거이다.


그래서 결국 “가계신용이 큰 폭 증가하면서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졌으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금리 상승압력 등으로 취약가계를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2016.12)는 결론에 이른다.



2017년 가계부채 상황은 어떠한가?


먼저 국민경제 수준에서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비중을 살펴보자. 가계의 금융자산과 부채를 함께 고려한 부채 상환 능력을 보면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2016년 3/4분기 말 45.3%(추정치)로 전년 말 (44.8%)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다. 이는 금년 들어 가계의 금융부채 증가율이 자산증가율을 상회하였기 때문인데, 다만 동 비율은 예년 평균(2010∼15년 45.9%) 수준으로 여전히 가계의 금융 자산이 부채의 2.2배 수준에 달한다는 점 등에서 부채상환능력은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2016년 3/4분기 기준 부채증가율이 10.4%로 자산 증가율 8.2%를 상회하지만,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0% 하회하기 때문에 채무상환 여력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1. 금융 자산 대비 부채 비율 





이는 앞서 무디스나 한국은행 등 여러 기관들이 평가한 근거로 활용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를 소득 분위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보인다.


2016년 12월 발표된 가계금융복지 조사(2016년 3월말 기준)에 기초한 가계의 소득 및 순자산 분위별 금융부채 보유 분포를 살펴보면 부채상환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4분위 및 5분위(상위 40%) 계층이 각각 전체 금융부 채의 약 70% 및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표가 의미하는 것은 현재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소득이 나쁘지 않는 4분위와 5분위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 높은 4, 5분위 계층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은 것은 당연하며 이를 기초로 한국 가계부채의 채무상환 여력은 나쁘지 않아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득 1분위, 2분위, 3분위의 가계부채 비중은 30%에 머물러 있지만, 이들은 소득이 낮고 자산 보유 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가계부채로 인한 채무상환 부담이나 채무상환 때문에 기본 생활을 위한 소비가 곤란 한 점 등은 총계 수준의 가계부채 통계로는 또 금융 자산 대비 금융 부채 비중 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림2. 2015년, 2016년 소득 분위별 부채 보유 비율 추이 


              *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 주) 가계금융복지조사(2016.12 발표)


국민경제 전체로만 보면 놓치는 문제가 있다. 즉 누가 빚을 갚을 것인가이다. 전체 수준이 아니라 소득 분위로 볼 경우 이는 전혀 달리 보이는데, 이유는 부자인가 가난한 사람의 빚을 갚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상환 부담이 자산 보유액보다 크지 않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개인별 수준에서 보면 갚지 못할 사람은 현재 상황이 변하지 않는 이상 영원이 갚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디스나 여타 기관들의 경제를 보는 시각은 사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에서 자산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전체와 부분을 나누면 전체를 보는 시각의 장점도 동시에 사라지게 된다.


*송종운의 가계부채 칼럼은 2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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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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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2-5-5-2’ 학제개편안이 여느 대권주자들의 교육 공약보다 더 자주 회자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큰 그림은 유아 2년을 공교육 과정에 포함하고, 초등학교 5년, 중고등 통합과정으로 5년, 2년제 진로탐색학교를 다니는 체계로의 개편이다. 이 내용을 담고 있는 학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전혀 다른 두 갈래의 논의가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 일찌감치 제기된 선거연령을 낮추는 움직임과 맞물리고 있다. 안 전 대표의 학제개편안이 시행되면 현행 선거 연령을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낮출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아직 선거권을 행사하기에는 만18세는 이르다는 반대의견도 오가고 있다. 올해 대선이 앞당겨질 경우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만19세 청년들이 생길 수 있다는 현실론도 선거연령을 낮추는 움직임에 힘을 주고 있다.


한편 교육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현실화할지 고심이 크다. 또다시 교육의 틀만 바꾼다고 지금의 실망스런 공교육이 창의, 인성, 사교육 없는 교육으로 개혁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유아 공교육화남은 쟁점들


사실 유아의 공교육 연령을 앞당기는 안을 현실화하는 데도 합의해야할 쟁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사실 만3~5세의 교육 및 보육료 일부를 지원하는 누리과정이 지자체의 예산 부족과 정부의 책임 회피로 매해 갈등을 빚고 있다. 유아 교육의 공교육이나 유아 의무교육은 결국 불안정한 예산과 이로 인한 부모들의 불신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먼저 합의해야 한다.


다음 쟁점은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기부터 제안된 ‘유보통합’(유치원-보육시설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환경에서 과연 유아 2년의 공교육 과정이 도입될 수 있겠느냐는 문제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유보통합위원회가 세워져, 유보통합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부처 통합까지를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유보통합이 현재 어떤 단계에 와있는지조차 확인되고 있지 못하다. 유치원과 보육시설 간 교사 양성과정이 다르고, 이에 따라 처우도 차별화되고 운영체계도 다른 현실에서 유아 대상의 ‘누리과정’이 시설마다 동일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유아 대상의 공교육 과정이 시설마다 질적인 차이가 없도록 교사 양성과정이나 처우, 이원화된 관리 부처를 일원화하는 과정을 먼저 시행한 후 학제개편이 논의되어야지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일선 현장에 야기하는 혼란은 더 클 수 있다.



재정 지원만 더 늘리면 공교육 완성?


유아 공교육의 논의 선상에서 시행된 누리과정과 이에 대한 정부의 공적지원은 ‘국가 책임 유아 교육’의 첫 걸음이었으나, 미완의 상황에 있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지금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최소화하며, 집 가까이에 국공립 기관을 확충하는 등이 절실하다. 현 유아교육은 ‘국가 완전 책임 유아교육’이나 ‘의무교육’이라는 목표를 정하고는 있지만, 목표 대비 우리의 현실은 여러 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


단순히 지금보다 공적 지원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유아 공교육의 취지를 살리는데 여러 한계가 있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데 가장 많이 논의되어온 쟁점들 중 ‘유아교육의 부모 부담 경감’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정부의 공적지원 수준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보다 국공립 유아교육 기관을 어떻게 확대해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유아의 ‘무상교육’이라고 말하기에 정부의 공적지원은 현실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 원인에는 유아 교육 및 보육기관의 설립형태에 따라 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이 크게 벌어진 때문이다. 현재 유아 교육은 유치원뿐 아니라 다수의 어린이집이 책임지고 있다. 2015년 연말 기준으로 유치원을 다니는 유아(만3~5세)는 68만 2553명, 어린이집을 다니는 유아는 33만 4923명이다(표 1 참고). 부모의 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국공립기관을 이용하는 유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전체 유아의 22.3%에 불과하다. 부모들은 비용 등의 이유로 국공립기관을 선호하지만, 이용이 쉽지 않아 불만이 높다.





유아 사교육 줄이고유아 교육 내용 개편해야


이와 동시에 유아 교육 및 보육 기관 안팎으로 파고든 사교육을 관리 감독해 ‘부모의 경제적 부담 경감’에 대한 체감효과를 높이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유아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기본 교육이 끝난 이후에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그 가짓수는 기관마다 차이가 크며, 그 수가 늘어남에 따라 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동시에 증가한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다년간 이뤄진 영유아 교육・보육비, 사교육비 추정 연구를 살펴보면, 정부의 공적 지원이 늘어났음에도 사교육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비용적인 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단 2015년 조사에서 사교육비 개념이 이전과 다르게 정의되면서 지난 조사와 단순 비교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야 한다(표 2 참고).


설립유형과 상관없이 대다수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영어, 수학 등 교과 중심의 특성화프로그램이나 특별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2015년 조사에서 영유아 사교육 개념을 달리하더라도, 유아 기관 안에서 이뤄지는 사교육 가짓수의 추이는 이전 년도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부모의 자녀 양육에 지출하는 총비용이 크게 줄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유아기관 안과 밖에서 이뤄지는 교과 중심의 사교육을 줄이고, 유아 교육의 내용을 유아를 중심에 놓고 다시 세워야 한다. 현 누리과정의 취지가 지나치게 초등연계를 강조하면서 교과 중심의 사교육 프로그램이 유아들에게 강요된 면도 있다. 이는 향후 유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기관 안에서 이뤄지는 특별활동프로그램 수를 줄이고, 누리과정의 내용을 유아의 성장에 맞게 바로잡는 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유아 공교육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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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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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길/ 새사연 이사 



마냥 잘 나가던 사회단체나 기업, 국가 등이 몰락의 길을 걷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중 하나로 ‘자만’을 꼽을 수 있다. 자만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한 때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절대 지존들의 운명은 이 점을 생생하게 입증한다. 소니와 노키아 두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였던 소니는 195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소니는 1950년대 자신들이 최초로 개발한 트랜지스터 소형 라디오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소니는 불과 5년 만에 미국 트랜지스터 라디오 시장을 평정했다. 1960년대 이르러 소니는 독자 개발한 브라운관을 내세워 컬러TV 시장까지 석권했다. 1980년대에 와서는 이동하면서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음향기기 워크맨을 출시해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 워크맨은 오랫동안 경영학에서 기존 시장 판도를 뒤바꾸어 놓는 ‘와해성 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었다.


소니가 1983년 필립스와 공동 개발한 CD는 기존 LP를 퇴출시키며 음향 매체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올랐다. 자신감을 가진 소니는 1991년 CD마저 대체할 미니디스크(MD)를 출시하는 면모를 과시했다. MD는 여러 가지 점에서 CD를 압도하는 장점이 있었다. 먼저 MD는 크기가 CD의 절반도 안 되었다. 이는 MD를 장착한 휴대용 음향기를 더욱 소형화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MD는 CD에 없는 녹음 기능까지 있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을 녹음한 뒤 이동하며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작비용도 CD에 비해 훨씬 저렴했다. MD의 대박 성공은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MD플레이어는 시장에서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결정적 요인은 음악 시장이 급속하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했다는 데 있었다.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PC가 일반화되고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음악을 듣는 형태가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LP나 CD, 카셑 테이프 등 아날로그 매체를 재생해 듣던 것에서 음악 파일을 재생해 듣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휴대용 MP3플레이어가 출시됨으로써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소니의 MD는 아날로그 관점에서 보면 분명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능이 없었다. MD는 시대에 뒤떨어진 고물딱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요즘은 기억에 가물가물할 정도로 존재가 희미해 있었지만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IT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1989년 미국 모토로라를 재치고 1위 자리에 오른 노키아는 1990년대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50퍼센트 이상을 점유했다. 초창기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노키아의 심비안 플랫폼은 40퍼센트 이상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노키아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바로 그 자신감이 노키아의 발목을 잡았다. 노키아는 휴대전화는 싸고 잘 터지기만 하면 잘 팔릴 것이라고 하는 사고에 푹 젖어 있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으로 대세가 전환되는 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심비안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초기 기세를 올렸으나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플랫폼 기반에 있음을 충분히 파악 못한 것이었다. 노키아의 약점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낡은 심비안은 터치식 UI에는 맞지 않았고, 자체 앱 시장인 오비(OVI)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애플 플랫폼의 강력한 대항마로 구글 안드로이드가 등장했으나 삼성처럼 안드로이드로 재빨리 갈아타는 민첩성도 발휘하지 못했다.


노키아의 구식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에 밀려 일거에 시장을 상실했다. 심비안 플랫폼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2009년 4분기 44.4페센트에서 2011년 2분기 22퍼센트로 내려앉았다. 다급해진 노키아는 플랫폼을 MS의 윈도로 전환했으나 도리어 치명타가 되었다. 결국 노키아는 2013년 휴대전화 사업을 MS에 매각했다.


지나친 자신감은 자만을 낳고 자만은 해 왔던 대로 하려고 하는 관성을 낳는다. 관성은 급격히 방향이 바뀌는 시기에 기존 방향을 고수하게 함으로써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소니와 노키아가 바로 그런 운명을 겪었다.


자만이라는 병에 걸려 몰락 위기에 직면한 가장 최근 사례로서 한국의 보수 세력을 들 수 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열악한 조건에서 산업화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하는 강한 자부심을 품어 왔다. 그러한 자부심은 조선, 전자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섬으로써 한층 증폭되었다.


조선 분야는 일본이 50여 년간 부동의 세계 1위를 지켰던 분야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가전 시장은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이 한손에 쥐고 흔들고 있었다. 당시 한국의 업체들이 그러한 일본 업체들을 넘어선다는 것은 상상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와 한국 업체들이 일본을 넘어선 것이다. 한 때 세계 조건업계 1위에서 7위까지를 한국 기업들이 독차지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휴대전화, TV 등 핵심 가전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이 일본을 재치고 세계 1위를 질주하기도 했다. 덩달아 일본에 주눅 들어 살던 한국 사회 분위기가 일본쯤이야 하는 것으로 확 바뀌었다. 외신 기자들 눈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로 비쳐졌다. 보수 세력은 자신감이 넘쳐났다.


한국 경제는 정점을 찍는 바로 순간부터 고강도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가령 한국은 2010년대 접어들어 R&D투자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정작 생산성은 33위로 바닥을 기고 있었다. 무언가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수 세력은 둔감했다. 그 이상 어려운 시절도 다 헤쳐 나왔는데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매사를 대했다. 보수 정치권은 새로운 비전을 찾기보다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의 의지해 연명하려 했다.


결국 경제는 보수가 강하다는 통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보수 세력 전반에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최순실 사태가 엄습해 오자 흔들리던 보수는 급속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과연 진보개혁 세력은 이러한 보수의 붕괴로부터 충분한 교훈을 얻고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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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정/ 새사연 연구원,  2017.02.08




지난 2월 2일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JTBC <썰전>에서 기획한 ‘2017 대선주자 릴레이 썰전’에 출연하여, 안보, 복지, 경제 분야에 대한 그의 주장을 풀어냈다. 이후 2월 5일에 ‘『혁신성장』 1호 공약 : ‘창업하고 싶은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보내고, ‘창업’에 관한 세부 공약을 발표하였다. 본 칼럼에서는 유승민 대선후보가 내세우는 공약들을 살펴보고, 만약 그가 당선이 된다면 어떤 대한민국이 그려질지 예상해보고자 한다.


유후보가 <썰전>에 출현한 이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유후보 뿐 아니라 가족과 공약이 오르내렸다. 또한 지지율이 높지 않았던 유후보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시청 후기들이 올라오는 등 보수정당에서 적절한 대선후보를 찾지 못했던 유권자들에게는 목마름을 적셔줄 단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유후보는 방송에서 ‘대선 후보 중 유일한 경제 전문가’ 프레임을 강조하며 이를 ‘개혁 보수’로 끌어가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이러한 경제전문가의 창업정책은 기존의 정책들과 어떻게 다를까? 유후보가 내세운 여섯 가지 약속을 들여다보자.


▲ 창업에 실패해도 개인의 빚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회생할 수 있는 ‘혁신안전망’의 구축 ▲ 안 되는 것 빼고 모두 다 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대폭 없애고, 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벤처 및 창업에 관련한 법을 하나로 모아 통합적으로 운영 ▲ 창업이 자수성가의 통로가 되어 자신의 재능과 열정으로 성공하는 사회를 만들기. 특히 중소기업의 특허에 법인세 인하 및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 약속 ▲ 벤처캐피털 설립요건을 완화, 투자의 용이성 제고를 위한 투자 자금 소득공제 혜택 제공 ▲ 초등학생부터 창업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는 창업교육 비중 증가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자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강화 ▲ 산업정책의 중심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옮기고,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를 주도적으로 참여 유도


이 여섯 가지의 공약을 종합하면, 지원 강화와 규제 완화로 표현할 수 있다. 좋은 의미로는 보도 자료에서 언급했듯이 연못에 적은 수의 큰물고기가 아닌 호수에 수 만 마리의 크고 작은 물고기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부 정책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전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것들에서 ‘대기업’을 ‘민간 전문가’로 대체한 것 외에 새롭거나 획기적인 공약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리고 창업의 궁극적인 목표를 현재 부실화된 대기업을 대체할 차세대 ‘대기업’의 모색으로 잡은 것 또한 아쉽다.


나아가 이전 정부들에서 실시한 창업정책 전반에 대해 청년창업가 당사자들의 비판이 이미 상당히 보도 되었는데, 그 중 규제 완화 외에는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 않은 모습 또한 우려스럽다. 유후보의 공약에서 혁신 안전망에 대한 부분은 투자 및 세금우대를 골자로 짜여 있고,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을 목표로 한 이공계 창업을 위주로 교육의 목표가 세워져 있다. 투자 중심의 환경을 만들고자 이전 정권은 대기업에게 의존하지 않았나? 민간 투자의 기반이 어디인지 정확히 조준하지 않은 채로 투자 생태계를 논하는 것은 안개 속에서 아무 방향으로 발을 내딛는 것과 같다. 뿐만 아니라 창업의 테두리 안에 이공계열의 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창업을 사회경제 혁신의 시작으로 잡았다면 인문계 및 사회계열의 창업 또한 함께 생각해야한다. 4차 산업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이 펼쳐질 것을 예고하는데 로봇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 또한 융성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유승민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을 보았다. 수 년 간의 정치경험과 경제를 심도 있게 전공한 유능함으로 ‘개혁 보수’라는 대표 타이틀 아래에서 차분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당선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사드가 배치 될 것이고 세금이 인상될 것이다. 또한 청년 일자리 정책들이 이전보다 더욱 창업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안보의 확충, 복지 기금 확보, 그리고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이상적인 것이 아닌 개혁과 보수라는 단어처럼 전혀 다른 방향의 주장들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단순명료해 보이는 타이틀 아래에 상충되는 개념들을 추스르지 않는다면 공약은 허황된 약속으로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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