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헌법 제1조가 제 가치를 발휘하는 때이다. 국민주권주의가 실현되는 토대는 국가의 권력이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눠져 견제와 균형을 통해 나라 살림이 운영되게 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있다. 이는 국가 권력을 독점하거나 몇몇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한 장치였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역사적 과정에서 삼권분립의 원칙이 유명무실한 시대들이 많았다.


오늘날에도 권력 남용의 폐단이 끊이지 않으면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맞았다. 이는 국가의 상당한 권한이 대통령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헌법 제1조에 밝혀져 있듯,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이념은 민주주의이다. 그러나 삼권분립의 제도 안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이 민주주의 원칙에 서 있지 못해 초래된 문제를 보다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애플비(Paul H. Appleby, 1891~1971)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정책과 행정(Policy and Administration)』1) 에서 국가의 권력이 실질적으로 나눠지고, 통치권자의 행정 권한이 잘못 쓰이지 않으려면 시민을 위해서,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선구적으로 말했다. 이는 정치와 행정에 몸담고 이 시대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라면 새겨 들어야할 대목이다. 그들의 권력이 누구를 위해, 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시사점을 준 본 책을 요약 정리해본다.



경제 대공황행정의 역할 적극적으로 변화


애플비2)는 1930년~1940년대 미국 대공황과 전쟁 시기에 십여 년 이상 미국 행정 관료로 지내다가 이후 학계로 자리를 옮기며 미국 행정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루즈벨트 행정부에서 농업장관 비서관직과 농업차관보를 역임하고, 트루먼 행정부에서 미국 예산국 부국장을 거쳤다. 이처럼 대격변기에 행정 경험을 쌓은 이후 시러큐스대 맥스웰 학교 시민권과 공공문제 학장으로 재직하며 공공사업과 정책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학술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치행정이원론에 반론을 제기하며 정치행정일원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는 이전과 다르게 국가의 결정과정에서 행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데 시민의 참여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정책이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 것이고, 행정은 낮은 수준에서 일을 집행하는데 그치던 관점과 달리해, 정책과 행정을 모든 수준에서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행정(administration)은 정책결정(policy-making)뿐 아니라 집행(execution)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다시 정의하고 있다. 관리(management)는 정책결정과 집행의 혼합이긴 하나, 보다 낮은 수준에서 최소한의 정책결정에 의한 집행을 지칭한다. 공공행정(public administration)은 정책결정과 관리가 혼합된 형태로, 입법적, 사법적, 대중선거에 의한 정책 결정 차원이며 대다수 대통령의 정책결정이 그러하다.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미국 정부는 8가지 정치적 절차로 운영되고 있다. ① 대통령 임명(presidential nominating), ② 일반 임명(general nominating), ③ 선거(electoral), ④ 입법(legislative), ⑤ 사법(judicial), ⑥ 정당 유지 및 운영(party maintenance and operation), ⑦ 선동적인(agitational), ⑧ 행정 및 집행적(administrative or executive) 절차이다. 모든 정치 기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정치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간다. 이 장에서는 행정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방식을 탐색하는데 목적이 있다. 8가지 정치 과정에서 다양한 기관, 공무원의 참여 수준은 단일하지 않다.



전문가의 역할 확대행정과 연결 중요


공공행정의 주요 기능은 사회 서비스 안의 정치인의 역할과 전문가의 역할을 조화롭게 만들고 연결하는 일이다. 정치 행정가는 탁월한 정치적, 조직적인 결합자이다. 물론 최상위의 행정가의 역할이 낮은 지위의 행정가보다 더 정치적이긴 하다. 이는 전체 정부 영역, 시민, 정부 기관, 정치 절차에 보다 더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행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역할은 더 명확해져야 하고, 행정에서 전문가와의 관계에 관심이 필요하다. 행정기관 내 낮은 수준에서 전문가와 행정가의 역할이 쉽게 결합되며, 전문적인 정보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도 영향이 준다. 이렇듯 전문가의 역할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다. 행정은 대중의 힘과 의식에 대한 무게나 조정과 관련. 정부 내부의 모든 행정과 모든 정책 결정은 정치적이며 정부적이다. 정당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일반화하고 단순화하여 시민들의 선택 범위를 좁히고 명확히 하는 예비 메커니즘인데 반해, 행정부는 보다 다양하고, 더 구체적이며 세부적인 문제를 다룬다.


모든 부분에서 정책결정과 행정은 하나의 작업이다. 프로그램과 관계된 조직의 일부는 행정과 연관되어 있고, 행정과 관계된 조직의 부분들은 프로그램과 관계가 있다. 조직과 구조는 관련된 개념이다. 구조 없는 조직이 없으며, 구조는 조직의 본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행정 계층(administrative hierarchy)은 대중적인 요구의 메시지를 받는 기관이며, 그 내용들은 대부분 반대의견이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고 조정하며, 그 과정 안에서 다른 대중의 요구와 기대를 담아 신중하게 관점과 원칙을 넣는다.



증대된 권력견제와 균형으로 통제


정부의 증대된 힘은 행정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책 결정에 의해 불가피하게 행사된다. 이러한 행정권이 민주적 전통이나 이상과 조화를 이루며 수행될 수 있을지는 논의 지점이다. 정부가 행정권을 소유하고 행사하는데 대한 우려는 당연히 현대의 총체적인 견제와 균형, 절차가 다원적 가치를 계속 견지해 가는데 적절한지이다. 이는 행정부 내 관련의 자의적인 행동을 막는 견제와 균형과 관련되어 있다. 행정권이 광범위해지고 더 많이 영향과 통제를 받는 건 정부 권력의 한 면모이다. 그 힘은 협력하며 쓰인다. 이는 상당한 정도로 정부 내 부분들과 상호작용에 의해 스스로 통제가 되며, 또한 전체와 부분 모두 정치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정치와 행정이 혼재되어 있다면, 자유주의 체제에서 행정과 보수적인 체제에서 행정 간에 구분되는 차이는 명확하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행정은 새로운 일을 하고, 옛 방식을 바꾸려는 데 반면, 보수적 행정은 그러한 의지가 덜하다. 자유주의 체제 행정에서는 보수적인 체제 행정보다 상상력, 대담함과 창조성에 여지를 둔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 자유주의 체제 행정은 새롭게 보이는 대상을 향한 움직임에 집중하는 반면, 보수적 체제 행정은 오랫동안 친숙한 대상을 지원하는데 쏟는다. 행정 과정에 영향을 주는 정책 변화는 선거, 선거 기대, 리더십 변화의 반영, 대중적 감정 변화의 반영에 이어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체제의 행정이거나 보수적 체제에서 행정의 성격은 당시 리더십에 의해 수정된 정치적 합의의 직접적인 산물이기도 하다.



정부의 주된 관심은 시민이어야


이제까지 본 행정은 정책결정 과정과 정치 과정과 다르지 않다. 정부를 운영하는데 일반적인 고려 사항에서 주 관심사는 시민이어야 한다.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질문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정치 기관은 중요한 대중매체이다. 모든 시민의 이익을 고려해 이슈를 일반화하고, 응답을 모아내고, 선택의 범위를 좁히고, 다수의 합의와 동의를 확립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시민의 영향은 각 기관마다 똑같지 않다. 시민은 의회와 같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계속 위임하고 있다. 일부는 법원에, 일부는 입법부에, 일부는 행정 관료와 기관에. 시민들은 당 안과 밖의 활동이나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 정책은 정책결정을 이르지만, 이것이 마음대로 독점되거나 고립된 정책결정은 아니다. 공공정책은 사람들이 달성하고 통제하는 수많은 기본적인 정치과정 중 하나이다.



1) Paul H. Appleby, Policy and Administration, the university of Alabama press, 1949.

2) 애플비의 저서로는 『거대 민주주의』(1947), 『정책과 행정』(1949), 『도덕과 행정』(1952), 『주권자로서 시민』(1962) 등이 있다.


원문바로가기: http://saesayon.org/2017/03/21/20485/


발행일: 2017.03.21.

발행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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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운/ 새사연 연구이사 



중국은 매년 3월 국가의 핵심 현안을 심의하고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양회(两会)를 베이징에서 개최하는데 특히 올해(3월 3일~3월 16일)는 시진핑(习近平) 지도부 집권 1기 (2013~2017년)의 마지막인 해인만큼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새사연 인사이트 이번호에서는 주로 경제 관련 이슈를 중심으로 양회(两会)에서 어떤 쟁점들이 논의될지 미리 짚어보도록 할 것이다.


* 양회(两会)란 중국 최고의 국가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3.5일 시작)와 중국 최고의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 3.3일 시작)를 지칭하는 용어로 중요한 두 가지 회의라는 의미에서 양회(통상 2주간 개최)라 하며 중국 경제 및 사회의 발전방향, 경제성장률, 통화·재정정책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


경제성장


2017년 중국 경제는 안정 속의 발전(稳中求进)을 기조로 그동안 강조해 왔던 공급측개혁(供给侧改革)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보이나, 경제성장률 목표는 2016년의 6.5~7.0%에서 6.5%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지난 2016년 중국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풀이된다. 2016년 9개 분야 중 6개 분야에 대해서만 목표치를 제시했으나 이 중 재정적자 부분의 목표는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중국정부가 2020 샤오캉(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건설을 위한 장기목표달성에 열을 올리고 있어 전년과 동일한 6.5~7.0% 수준에서 목표치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주로 정부 측 전문가다.


소득증대


특히 이번 양회는 농촌 빈곤지역에 집중한 지역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편으로 중국이 샤오캉 사회의 전면화를 위해 노력하는 맥락에서 그리고 농촌 빈곤이 심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역 정책이 시급하다는 객관적 요청에 따른 것이다.


농촌 빈곤 지역의 소득 성장률을 전국 평균 이상으로 높이고 기본 공공 서비스 수준도 전국 평균에 근접시켜 빈곤을 퇴치할 수 있도록 노력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불평등 완화 정책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농민 소득 증대와 농산물의 유효공급 보장, 농업 품질 제고와 효율 증진 등을 포함하는 농업 공급측개혁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발전


지역 정책은 더 포괄적인 맥락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수도권 통합개발 계획인 징진지(베이징ᆞ/텐징/허베이성) 프로젝트,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지역발전 프로젝트와 함께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연결된 각종 개발 계획 등도 금년 양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의 일부 수도 기능을 이전할 것으로 보이며, 교통체계 통합과 스모그 방지 공동 방지책등 정책들도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택시의 전기차화를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만 보면, 7만대 수준으로 택시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1조원 재정지출 예상)이며, 상하이 등은 3~4천 대 수준에서 변경 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한 인프라 확대 등 일대일로 정책을 가속회할 것으로 보이며, 기존 중국의 경제 성장이 동남해안 중심으로 치우쳐 발전한 결과로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서부지역의 인프라 기반 강화 및 자유무역지구 확대도 논의될 것으로 점쳐진다.


국유기업 개혁


지난 지역양회에서 심도깊이 논의된 것과 같은 맥락에서 국유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양회 이후 주식시장 반등이 기대되는데 국유기업 개혁이 주요하게 언급될 것이다. “혼합소유제”로 알려진 국유기업 개혁안은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여 제시될 것이다. 북경은 종업원지주제, 상하이는 전체상장, 동북 지방은 자본관리, 후베이는 구조조정이 중점 정책으로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양회의 관전 포인트


2017년 양회에서 가장 심도 깊게 논의되고 시장도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국유기업 개혁방안 중 혼합소유제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다. 또 농업 개혁에 대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8년 중국이 제11차 3중 전회를 통해 개혁개방을 시작하였을 당시 농촌의 향진기업을 통해 성공을 이루었다는 기억을 상기하면 혼합소유제와 농업 개혁은 상당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쟁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급측개혁이 주목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더 많은 주제들이 심도 깊게 논의되고 정책으로 제시될 것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경제성장의 부정적 효과를 해소하고 다시 출발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이벤트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중국은 여러 중요한 결정을 하는 해가 될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데, 집단지도체제의 구성은 5년 주기로 변하고 있다. 최고지도자 교체가 10년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최고지도자 교체 5년 전에 차기 집단지배체제 구성이 마련되기 때문에, 최고지도자 선출 5년 전 어떤 집단지도체제가 구성되는 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올해 가을 치러질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5년 후인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지도자 후보가 최고자도부의 구성원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가을 중국은 자신들의 미래를 “누가” 이끌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될 것이며, 이번 3월 양회는 “어떤 부분을 어떻게”가 결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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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13

발행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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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길/ 새사연 이사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림으로써 촛불시민혁명이 마침내 승리의 마침표를 찍기에 이르렀다. 누구나 직감하고 있듯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대변혁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마련된 것이다. 촛불시민혁명의 진정한 위대성은 바로 그 대변혁을 위한 에너지를 풍부하게 충전했다는 점이다.


국회가 박근혜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켰던 2016년 12월 9일 전후 상황을 비교해 보면 문제의 본질이 보다 명료하게 드러난다. 12월 9일 이전 보수 세력은 박근혜를 탄핵시키더라도 보수 정권 재창출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반기문이라는 카드가 있었고 ‘신보수연합’의 무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3지대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는 마치도 촛불시민혁명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갔다. 박근혜 지지 세력은 극소수로 내몰린 채 숨을 죽여야 했다. 박근혜 반대 분위기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박근혜가 자신의 공약대로 국민대통합에 기여했다는 역설적 표현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보수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대신 진보로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반기문은 중도하차했고 제3지대는 신보수연합 무대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극우 보수 세력은 심각한 위기의식에 사로잡혔다. 위기의식은 촛불집회에서 사드 배치 반대 등의 구호가 터져 나오면서 한층 격화되었다. 극우 보수 세력이 대거 태극기 집회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태극기 집회는 한 때 서울 숭례문에서 세종대로까지 가득 메울 정도로 기세를 올렸다.


<조선일보> 등 보수 매체는 국론이 두 동강 났다며 비명을 질렀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이 낮에는 반탄(탄핵반대), 밤에는 찬탄(탄핵 찬성)으로 갈라졌다고 묘사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독자층이 두 패로 갈라진 상태에서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탄핵을 둘러싸고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대체로 그 중간에 있던 세력 특히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심하게 동요를 일으키기 쉽다. 그런데 놀라운 현상이 발생했다. 박근혜 탄핵 지지 여론이 75퍼센트에서 80퍼센트 사이에서 큰 흔들림 없이 유지되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서 탄핵 지지 여론은 더욱 높아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티에 따르면 86퍼센트가 헌재 결정에 대해 잘했다고 평가했으며, 92퍼센트가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승복할 수 없다는 의견은 6퍼센트에 그쳤다.


어떻게 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두 측면을 동시에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촛불시민혁명은 참가자 수에서도 공전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광범위한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데서 특유의 능력을 발휘했다. 공감의 리더십에서 극치를 보여준 것이다.


반면 태극기 집회 측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거꾸로 태극기 집회가 보여준 극단적인 수구 색체는 보수 세력 내부에 심각한 정서적 균열을 일으켰다. 헌재 탄핵 결정 직후 군가 합창을 하고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모습은 그러한 균열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약속을 파기하면서까지 특검 조사를 시종 거부한 채 책임 떠넘기기 발언으로 일관한 박근혜의 모습은 극우 보수 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키웠다. 법리 논쟁은 제쳐 둔 채 시간끌기와 트집 잡기로 일관한 대통령 대리인단들의 모습 또한 그러한 반감을 키우는데 톡톡히 한 몫 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극우 보수 세력은 진보 보수를 떠나 나머지 국민들이 정치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박영수 특검이 거침없는 공격적 수사로 일관하고 헌재가 전원일치로 박근혜 파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도 다분히 이러한 배경에서 가능했다.


보수가 다시 하나로 결집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반면 검증된 대로 박근혜 탄핵으로 뭉쳤던 국민들의 정치적 유대는 진보 보수의 경계선을 넘어 상당히 강력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대변혁을 뒷받침할 가장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대변혁을 선도할 강력한 힘이 만들어졌다.


그간 청년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실패와 좌절, 패배만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그들에게 승리의 경험은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런 청년세대 입장에 입장에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청년세대의 세상을 향한 불신과 냉소를 극에 이르도록 만들었다. 청년세대에게 대한민국은 아무런 희망도 없는 지옥의 땅이었다. 청년세대에게 가장 호소력 있게 다가간 것은 이 나라가 하루 빨리 망하는 것뿐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세대의 40퍼센트 이상이 우리 미래와 관련해 ‘붕괴 후 새로운 시작’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촛불시민혁명은 청년세대의 의식에서 액면 그대로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다. 청년세대는 촛불시민혁명을 통해 그들의 삶에서 처음이자 역사에 기록될 의미심장한 승리를 경험했다. 이 경험은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1987년 6월민주항쟁의 승리는 자신감을 회복한 노동자 대중의 광범위한 진출을 촉발시켰다. 그 유사한 현상이 청년세대에게 나타날 것으로 확신한다.


청년세대의 의식변화는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관심이 비상하게 높아졌다. <중앙일보>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92퍼센트가 다가오는 대선에서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2016년 4.13총선 대의 투표율 52.7퍼센트에 비해 비겨할 수 없이 높은 수치이다. 열성적 투표 층인 5060세대보다도 10포인트나 높은 것이었다.


촛불시민혁명은 박근혜 탄핵 추진을 통해 정치 지형을 뒤바꾸어 놓았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를 일으킬 거대한 에너지를 충전했다. 세상을 바꾸는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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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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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형/ 새사연 이사 




 

기업형 임대주택은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다.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전환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최장 8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다는 기업형 임대주택은 새로운 주거대안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발표되고 사업이 추진되면서 기업형 임대주택이 누구를 위한 임대주택 정책인지에 대한 논란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을 둘러싼 논란은 한정된 정부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정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하여 주택기금 융자, 공공택지 배분, 용적률 상향, 토지 수용권 부여 등 막대한 지원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공적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공급된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주택시장의 임대료와 비교하여 높은 수준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누구를 위하여 공급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만들어지고 있다.


본 연구는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의 내용을 분석하여 지원정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도입한 기업형 임대주택은 정비사업 연계형, 촉진지구형, LH공모형, 민간 제안형 등으로 그 유형이 다양화되어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의 각 유형별 분석을 통하여 박근혜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누구를 위한 정비사업 리츠인가?


  정비사업 리츠의 사업구조


  정비사업 리츠는 국토부가 2015년 도입한 정비사업 연계형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을 의미한다. 정비사업 리츠는 사업성 부족으로 장기간 사업추진이 중단된 도심지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부동산 리츠를 통하여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하였다. 정비사업 리츠는 장기간 중단된 정비사업구역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정비사업 리츠의 사업구조는 조합(토지 등 소유자)이 기업형 임대주택을 수용하고 지자체는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사업성을 개선한다. 또한 국토부는 주택기금공사를 통하여 조합의 사업비 대출 등 정비사업을 지원한다. 용적률 상향의 대가로 조합은 조합원 분양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을 조합원 분양가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에게 매각하고,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는 매입한 주택을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8년간 임대 운영한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는 리츠나 펀드 혹은 민간기업이 담당할 수 있다. 사업자는 운영기간 동안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대료로 리츠나 펀드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당하고, 청산시점에 주택을 매각하여 리츠나 펀드를 청산하게 된다.


  개발이익을 확대를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재개발시장은 사업성이 부족한 구역을 중심으로 사업이 중단되었고 일부지역에서는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사업성 부족으로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정비구역의 경우 재산권 제한, 슬럼화에 따른 우범 지대화, 매몰비용의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켰다.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정비사업이 중단된 경우, 정부의 대책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하여 개발이익을 확대하여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었다. 2010년 이후 정부는 정비구역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건립의무 비율 완화, 정비구역 내 도시계획시설 무상양여 등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하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정비사업 리츠는 사업성 부족으로 중단된 재개발사업에 대하여 용적률 상향을 통하여 사업성을 확대를 도입한 점에서 기존 정비사업 대책과 동일하다. 다만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에 대한 반대급부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전체 일반 분양 물량을 조합원 분양가로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정비사업 대책과 차이가 존재한다. 즉, 기존 용적률 상향은 사업시행자에게 주어지는 직접적인 인센티브였지만, 정비사업 리츠는 용적률 상향을 통하여 확대된 개발이익을 조합과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에게 배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정비사업 연계형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에 부여되는 용적률 상향 등의 내용은 시범사업지구로 지정된 인천의 00구역 재개발사업의 변화된 정비계획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인천 00구역 재개발사업은 2008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나 이후 시공사 선정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추진이 중단되었던 구역이다. 인천 00구역은 2015년 국토부의 정비사업 연계형 기업형 임대주택 시범단지로 선정되어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00구역이 정비사업 연계형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변경되면서 얻은 개발이익은 용적률 상향과 임대주택 의무비율 축소로 요약할 수 있다. 인천시는 재개발사업의 사업성 개선을 위하여 임대주택 건립의무비율을 건립세대의 17%에서 5%로 하향하였다. 임대주택 건립의무비율은 인천시 모든 재개발사업에 적용되므로 기업형 임대주택에 특별히 주어지는 정책은 아니다. 임대주택 건립의무 비율 축소는 정비계획 변경 시점에 새로운 조례가 적용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비사업 연계형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얻은 개발이익은 용적률 46.6%가 상향되고 그 결과 건립세대가 1,598세대가 증가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인천 00구역에서 용적률 46.6%가 상향되면 건축면적 102,207㎡가 증가하고 이를 전용면적 60㎡의 주택으로 공급하면 대략 1,246세대의 주택공급이 늘어난다. 여기에 임대주택 공급 감소 325세대를 더하면 공급주택은 1,598세대가 증가하게 된다.


    확대된 개발이익은 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정비사업 연계형으로 공급되는 기업형 임대주택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전량을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조합원 분양가로 매각하도록 협약이 체결된다. 재개발사업에 조합원은 사업주체로서 주택을 원가로 공급받는다. 따라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조합원 분양가로 주택을 매각하는 것은 원가로 매각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조합원에게 공급되는 주택가격이 원가로 책정되는 것은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을 이해하면 명확하다. 조합이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본질은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과 분양수익을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즉, 관리처분계획은 전체 사업비용에서 일반분양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을 조합원에게 배분하게 된다. 일반분양가격은 관리처분 시점에 주변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분양이 가능한 금액으로 결정되므로 주변시세와 같은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분양가가 높아지면 조합원이 분담하여야 할 분담금은 그에 비례하여 낮아지고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면 그에 비례하여 조합원의 분담금액은 높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분양 물량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조합원 분양가로 매각하는 것은 주택을 원가로 매각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인천 00구역은 기업형 임대주택을 수용하면서 용적률 46.6%가 증가하였고, 추가로 임대주택 건립비율 축소를 합하여 전용면적 60㎡아파트 1,598세대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1,598세대의 공급가격을 주변 시세 3.3㎡당 1,000만원과 조합원 분양가 3.3㎡당 800만원으로 추정할 경우 개발이익의 차이는 대략 790억 내외로 추정할 수 있다.


  인천00구역의 경우 용적률 상향 등으로 확대된 개발이익은 결국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의 차이로 표시될 수 있다. 늘어난 용적률을 기준으로 조합이 일반분양으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와 조합원 분양가로 기업형 임대주택에게 매각할 경우 차액은 799억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일반분양가격과 조합원 분양가격이 합리적으로 추정된 것으로 가정하면 조합은 기업형 임대주택을 받아들이는 대신 799억의 이익을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에게 양도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물론 기업형 임대주택을 수용하였기 때문에 용적률 상향이 이루어졌고 중단되었던 재개발사업이 다시 시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도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을 향유하고 있다. 문제는 용적률 상향과 같은 도시계획적 통제를 풀어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어디로 귀속되고 있는가에 있다. 정비사업연계형 기업형 임대주택은 용적률 상향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 대부분이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에게 귀속되고 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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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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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새사연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 위기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으로 들어와


세계경제는 이미 “최장기 수준에서 경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진입했다. 이 말의 의미는 경제가 항상 침체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침체를 벗어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금융 불안정을 치를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경제 위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다.


새사연은 6대 쟁점 중심으로 2017년 세계경제 전망을 내었다. 그리고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으로 4가지를 간추렸다.


첫째, 무엇보다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구조조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경제 전망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경제의 체질 개선 및 강화라는 미명아래 자본의 일방적인 수익추구만 관철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둘째, 내수 회복에 대한 노동중심성이 논의되고 대안으로 마련되어야한다. 이는 시민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을 마련하고 세력으로 존재하는가 여부와 관련 있다. 가장 나쁜 유형의 내수 회복은 생계비 부담을 배가하는 가운데 노동을 배제하는 투자가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내수 회복은 청년, 여성, 노인 고용이 증가하고 지나치게 비싼 사회서비스의 가격을 낮추는 가운데 형성되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가 국민경제 이득으로 이어지는 틀은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되어 있어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의 중소, 중견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통한 상품의 국제경쟁력 확보는 국민경제의 성과가 국민들의 부를 증진시키고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며 청산되어야 한다. 환율, 수입조건 및 여러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이익이 보장되어야 하며, 대기업과도 상생적인 합의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정부의 바람직한 산업정책과 미래 먹거리 전망 속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수행되어야 한다.


넷째,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2017년은 정치 리스크와 계속되고 있는 저성장 기조가 섞여 주의 깊게 상황을 점검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한 해이다. 국가 수준의 컨트롤 타워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가계부채이다. 현재 가계부채는 더 이상 개별 정책과 조치만으로는 경착륙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수준의 컨트롤 타워를 마련하고 대응하는 일이 시급하다. 물론 중요한 것은 국가수준의 컨트롤 타워를 어떤 시각과 누구의 통제 하에 둘 것인가이다.



불평등의 해결촛불시민혁명에서 창의적 사고와 실천의 영감 찾아야


국내외 정치 정세에 대한 포괄적인 전망의 핵심 키워드는 불평등이다. 2017년은 역사의 변곡점을 통과하는 전형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17년은 낡은 시대를 뒤로 하고 새로운 시대를 본격적으로 탐색하는 한 해가 되어야한다.


우리는 지금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국면에 직면해 있다. 너무 많은 과제와 씨름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 한 복판을 관통하는 핵심 문제는 딱 하나이다. 불평등 심화이다. 전 세계적 범위에 걸쳐 불평등은 최고 부자 8명이 하위 36억 명과 맞먹는 재산을 갖고 있을 정도의 극단적 수준에 이르렀다. 불평등 심화는 우리가 액면 그대로 경험 하고 있듯이 경제 체제를 마비시킬 정도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평등 심화의 끝은 공멸이다. 보수 성향의 다보스포럼이 불평등을 향후 10년 동안 인류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로 간주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시킬 것인가에 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2차 분배 수단인 조세와 3차 분배 수단인 복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둘은 여전히 유효하기도 하고 절실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에만 의지해서는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없다. 국가 우위 시대도 지나갔다. 세계화 국면에서 기업은 유리한 곳을 골라 자유롭게 이동해 왔다. 추가증세를 용이하게 했던 장기 고도성장도 마감되었다. 유럽형 복지국가 모델이 황금기를 누리던 시절과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따라서 불평등과 대결하는 우리의 자세는 불평등을 원천적으로 해소시키는 방향에서 사회경제 구조의 혁신적인 재구성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구체적인 경로와 방법 역시 이전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적 사고와 실천이 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시민혁명은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촛불시민혁명 이후 새로운 국면을 탐색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다.



주택시장붕괴 막고 공공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되어야


2017년 주택시장은 그간 미뤄졌던 구조조정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은 정체되어 있고 주택가격은 더 많이 올라 있다. 주택 마련을 위하여 거액의 대출을 받은 소유자들은 금리인상에 따라 더 많은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만 한다.


집 없는 서민들은 높아진 전세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도심지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 젊은 청년층의 주거불안은 훨씬 심각하다.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춘들은 알바를 전전하면서 1평이 되지 않는 고시원에 거주하면서도 자기 소득의 3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청년세대의 과도한 주거비 지출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대한민국의 생존조차 위협하고 있다.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주택가격과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다른 한편 금리인상과 공급과잉에 대한 공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차기정부는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에 많은 시간과 재원을 쏟아 부어야 할지 모른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건설과 주택으로 경기를 부양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것이다. 전 재산이 주택 하나에 몰려 있는 사람들은 가격조정을 감내하지 못하고 인위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요구할 수 있다. 예상되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구조조정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주택시장의 붕괴를 막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주택구매를 조장하는 금융정책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이지만 추가적인 피해를 막아야 할 필요는 충분하다. 전월세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논의되었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임대시장과 매매시장의 안정화는 동시에 진행되어야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저소득층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확대되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전세임대와 분양전환 임대 등 단기적으로 공급호수를 맞추는 시도보다는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여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은 해당 주택거주자의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 주택시장 임대료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공급에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주택공급을 민간에 의존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주택가격을 높이거나 극단적인 주택공급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가구수 증가에 따른 주택수요를 예측하고 공공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LH 부채 문제를 핑계로 방기하였던 공공택지 공급을 확대하고 적정 수준의 주택을 공공(the public)이 공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위험 사회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투자해야


저성장 시대에 불안한 노동시장, 협소해진 사회안전망에 최근 정재계 게이트까지 겹치면서 사회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자살률 세계 최고, 노인빈곤율 세계 최고, 저출산율 세계 최고에 사회 불신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위험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 사회 안전핀 역할을 해온 사회복지망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직격탄을 맞으며 후퇴한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복지국가의 실현가능성은 결국 의지의 문제이며, 이는 곧 재정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기조를 전면에 내걸었으나, 이는 결국 ‘갈등의 복지’로 그 한계를 드러내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이름 그대로 개인이 맞닥뜨린 생애에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협소한 복지 예산에 복지공약은 줄줄이 뒷걸음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지자체나 개인에게 전가되면서 매해 복지 책임을 둘러싸고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2013년 집권 초기에는 ‘박근혜 정부 공약 가계부’까지 발표하며, 세입과 세출 관리만으로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공약을 이행하겠는 의지를 밝혔다(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공약, 2012).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약속한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초등 온종일돌봄, 4대중증질환 비급여 부담, 반값등록금 등 대부분이 애초 시행하기로 했던 수준보다 후퇴하였다. 심지어 고교 무상 교육처럼 아예 시작도 못한 공약도 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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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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