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6이은경/새사연 연구원

박근혜 정부에서 발표한 기초연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위 70%만 주겠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국민연금과 연동해서 가입기간, 불입 금액에 따라 차등이야기로 들어가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여기에 A값, B값 이야기가 나오면 대체 나한테 얼마를 주겠다는 거지? 내 부모님은 얼마를 받는거야? 라는 질문이 튀어나온다.

 

간단히 생각하면 이렇다. 

월 2백만원을 받는 평균 임금자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40%이다. 평균 본인 소득의 40%를 국민연금에서 보장해주겠다는 말이다. 물론 소득대체율은 소득에 따라 다르다. 고소득층은 연금액은 많지만 소득대체율은 낮고 저소득층은 본인의 평균 소득에서 40%보다는 많이 받는다. 게다가 이는 40년을 꼬박 넣어야 가능한 비율이다. 현 우리나라 평균 국민연금 가입기간 23년으로 계산하면 소득대체율은 25% 이하로 떨어진다. 즉 국민연금 수령액을 계산할 때 소득과 가입기간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평균 23년정도 열심히 부으면 본인 소득의 25%정도인 50만원을 노후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월 2백만원 정도의 평균소득을 가진 경우에 그렇다.) 하지만 여성은 장기간 취업하는 경우가 드물어 제외되는 경우가 많고, 매우 많은 비정규직과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아예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더 낮은 금액을 받게 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 1) 소득대체율 25%, 월 50만원 수준으로 노후에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는가?(부부의 경우 더 낮아진다)

- 상대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선을 이야기한다. 정부에서 발표한 중위소득은 연 3,750만원, 월 310만원이 넘는다. 50만원 정도의 소득으로는 빈곤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 2) 아예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 국민연금 사각지대라는 말이 무색하다. 김원섭의 조사에 따르면 18~59살 근로연령 인구(3279만3000명)의 51.4%인 1685만6000명이 사실상 연금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여기에 10년 이하로 넣어 받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계산하면 사실상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아니라 국민연금 자체가 섬인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7년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기초노령연금은 1998년 70→60%, 2007년 60-→40%로 소득대체율을 감소시키는 대신 “국민연금 40%+기초연금 10%”로 총 5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태어났다. 여기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보장을 해준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이다.

 

하지만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2028년에 5→10%가 될 때까지 기초연금을 매년 인상하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다. 더 나아가 모든 노인에게 10%, 즉 20만원을 주겠다며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보완기능을 아예 없애버렸다. 핵심내용은 국민연금에서 균등하게 지급되는 금액의 2/3만큼을 빼고 주겠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가 돈을 주는데, 국민연금에서 받는 돈은 빼고 주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약속파기다. 턱없이 부족한 소득대체율에 대한 보완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약속해놓고 국민연금을 받는 만큼 삭감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계획이 추진되면 한국은 외견상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있지만 그 미래는 암울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개인연금화이다. 국민연금은 연대적 성격이 강한 누진적 설계로 되어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등 경제 상황으로 가입자가 늘지 않고 국가재정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편적 연금으로 존속하기 어려운 조건이 조성되고 있다. 또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노인에게 20만원,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에게는 일정액 삭감으로 빈곤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용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

 

우리나라 공적 노후소득보장 지출금액은 너무 적다. 적어도 너무 적어서 2010년 OECD평균 9.3, 한국은 1% 수준이다. 이 총량을 늘리지 않고서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가, 사회가 지출하는 총량을 늘리지 않으려고 하니 별별 어려운 산식을 제시하고 꼼수를 부리게 된다. 노후소득보장문제 전혀 어렵지 않다. 현 시점에서, 향후 누구에게, 얼마나 돈을 더 지출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어떻게, 누구에게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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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김병권 부원장

복지에서 경제로, 진보를 향한 경쟁

지금 정치권에서는 경제 민주화 대안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명시하여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고 부르고 있는 헌법 119조 2항은 1987년부터 있었던 헌법조항입니다. 그런데 여당이나 야당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보수 세력이 틈만 있으면 개헌 할 때에 폐지되어야 할 1순위 대상이었던 조항이었습니다. 자유 시장 원리와 작은 정부 원리에 반한 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 그동안 노동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온갖 유형의 비정규직과 저임금을 계속 확대 재생산 해왔던 지금의 노동시장에 규제의 칼을 대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동일가치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원칙아래 임금차별을 해소하자고 주장하는 한편, 그동안 거리낌 없이 실행되던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히 하자는 주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보수적인 한나라당이 새로 개정되는 정강의 맨 앞자리에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를 놓았다고 합니다.

“2011년 복지담론을 향한 경쟁이 뜨거웠다면, 2012년은 경제 민주화를 향한 긍정적 경쟁을 기대해 봅니다.”

성장으로 일자리 더 만들자고?


그런데 한나라당을 포함하여 아직도 “경제 성장을 더 해서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에서 벗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지난 10여 년 동안 양적인 일자리 창출을 정책목표로 내걸고 매년 몇 십 만 개 일자리를 만들었나 하는 실적에 매달렸습니다. 최근 이명박 정부도 일자리가 무려 40~50만개가 늘어났다고 요란하게 홍보하고 있지요. 그럼 50만개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는데 왜 국민들은 경제가 힘들다고 하고, 정치권도 새삼 경제 민주화를 경쟁적으로 주장할까요.

만들어진 일자리 마다 급여와 근무조건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워킹푸어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중간 임금의 2/3이하인 저임금 근로자가 25%이상이 넘어 OECD최고라는 불명예도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특히 일하는 시간은 정규직보다 결코 적지 않은데 시간당 근로소득 자체가 워낙 적은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땀흘려 일해도 안 되는 일자리들이죠.

나쁜 일자리? 나쁘게 만든 일자리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는 다 어디가고 나쁜 일자리만 만들어질까요? 최근 수년 동안 사회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평균 15만개 이상씩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진보에서 예견했던 것이고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부분 매우 열악한데다 저임금이고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면 진보운동이 당초에 열악한 일자리 창출을 주장했단 말입니까? 아니면 미래에는 나쁜 일자리밖에 창출될 것이 없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 복지 서비스 일자리 자체가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 그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는 만들기에 따라서는 최고의 고급 일자리, 안정적 일자리가 될 수도 있고 지금처럼 열악한 일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10여 년 동안 노동 유연화 바람이 불고 노동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면서, 극단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사용을 임의대로, 편의적으로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일자리를 나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다른 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나쁜 일자리는 모두 좋은 일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노동 유연화라는 그럴듯한 속임수로 이윤을 위해 노동을 함부로 사용해왔던 관행들에 제동을 걸고 노동사용의 엄격한 규제와 질서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일자리가 좋아지게 될 것입니다. 경제 민주화를 위한 핵심은 바로 '좋은 일자리로 바꾸기' 입니다.

“노동권을 보호하고 노동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고, 복지의 길이고, 민주화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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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손녀들은 동네 빵집을 휩쓸고

10여 년 전만 해도 동네에 고유한 제과점 빵집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당시에만 해도 동네에서 자영업으로 하는 제과점이 약 1만 8천개 정도였다니까요. 지금 길거리에 나가서 주유소 구경하는 것보다 흔했던 것입니다. 전국에 주유소는 1만 3천개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자영업자가 하는 제과점이 지금은 약 4천 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8년 만에 무려 77.8%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중소기업 중앙회 조사 결과랍니다.

반면 전혀 다른 풍경도 있습니다. 이른바 재벌가 딸과 손녀들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결합한 형태의 '럭셔리 베이커리' 사업에 너도 나도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죠.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고,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베키아 에 누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롯데그룹 장선윤 사장은 '포숑'이라는 브랜드를, 현대차그룹 정성이 전무도 '오젠'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있군요. 재벌가 딸들의 빵집 경연을 방불케 하고 있죠.

규제 풀어주었더니 골목대장 노릇하나

더 가관인 것은 재계 순위 21위인 LS그룹이 최근 계열사인 엘에스네트웍스를 통해 자전거 유통 시장에 진출했답니다. 진출한지 2년도 안되어 전국에 매장을 14개나 열었고, 30~40%씩 할인 행사를 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답니다. 한발 더 나아가 LG 그룹이 과거 아워홈과 사보텐, LF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 라면·순대 등을 판매하고 있고 CJ역시 비빔밥 등 한식사업에 진출했다는 것이죠. 대명그룹은 계열사 베거백을 앞세워 떡볶이 사업에 뛰어들었구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한국의 재벌기업집단들이 총수의 2세, 3세들을 동원하여 늘린 계열사들이 기껏 동네의 빵집, 자전거 가게, 라면, 순대, 떡복이 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제를 풀어주었더니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로 나간 것이 아니라, 서민이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네골목으로 치고 들어온 것입니다.

한심하다고 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미 지분을 취득하여 계열사로 편입해버린 상황에서 상법상 법률적 문제는 아무것도 없으니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까? 실제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 정의에 어긋나고 0.1% 재벌의 독식으로 인해 99.9% 국민의 생계가 위험해진다면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죠.

계열분리 명령제 도입으로 지분 매각처리 시키면 된다.

이와 같이 명백한 재벌의 시장 지배력 행사와 대기업의 독점 횡포를 원천적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계열분리 명령제입니다. 재벌 그룹의 압도적인 독점력을 이용해 골목시장을 잠식하고 해당 지역의 자영업 종사자들을 생계위협에 몰아넣었다면 해당 빵가게 체인이나 계열사에 대해 계열분리를 명령하여 관계된 지분 매각 등을 조치시킴으로써 원인 무효로 만들어야겠지요. 지금은 재벌 대기업에 대해 이런 정도의 강도 높은 규제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꿈쩍도 않을 만큼 우리나라 재벌은 무소불위의 경제권력,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재벌권력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추진했던 중소기업 고유 업종 선정이라는 자발적 규율만 가지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은 재벌개혁을 위한 ‘재벌(규율)법’ 제정을 주장하고, 그 재벌법에는 반드시 계열분리 명령제와 기업 분할 명령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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