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정치2013.03.12 09:59

2013 / 03 / 0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가 평가하는 차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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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브라질의 룰라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동시대에 동일한 과제를 떠안았던 남미의 대표적인 두 지도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스타일은 상당히 달랐고 때문에 국내외적인 평가도 다르게 나타난다. 어쨌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브라질 대통령을 지냈던 룰라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과 함께 8년 동안 남미의 반신자유주의 개혁과 남미 통합을 위해 협력과 경쟁, 때로는 일정한 갈등을 겪으면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차베스를 근접 거리에서 경험했으면서 동시에 일정한 거리에서 평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도자가 룰라다.

 

차베스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날 룰라는 오랜 정치적 동반자인 차베스를 추모하는 장문의 글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했다. 이 글에서 룰라는 차베스의 정치 스타일이나 행동에 대해 자신이 동의하지 못하는 대목도 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민중에 바친 헌신과 남미의 통합에 기여한 공적이 그 어떤 것으로도 부정될 수 없다는 확신을 글 전체에서 강조하면서 추모와 경의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독자들에게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고 있다.

 

2007년 봄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우리 연구원은 차베스의 서거에 즈음하여, 그때나 지금이나 주관적인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우리의 지적 풍토에서 좀 더 객관적 접근을 돕고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룰라의 글을 요약해 보았다. 다른 글은 몰라도 룰라의 생생한 평가에는 대부분 공감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문]


차베스 이후의 남미

(Latin America After Chavez)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2013년 3월 6일

룰라(Luiz Inacio Lula da Silva)

 

오랜 암 투병 끝에 지난 3월 5일 화요일 우고 차베스가 서거한 이 시점에서, 그가 남미의 통합을 위해 했던 역할과, 베네수엘라 빈민에게 그의 14년 재임기간이 가지는 의미는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해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는 베네수엘라 국내 및 국제 정치적 문맥 차원 모두의 측면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의미에 대해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틀림없이 오늘날 가장 역동적인 대륙인 남미의 지도자와 민중들로 하여금,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왔던 국제적인 통합을 더 전진시키기 위하여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차베스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남미국가들의 통합을 위한 그의 깊은 신념, 그리고 민중의 고통을 개선하는데 절실했던 사회 개혁을 위한 그의 헌신이 없어진 상황에서, (남미 통합과 같은) 과제들은 새삼스럽게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특히 보건과 주거, 교육 등에서 이룬 사회개혁은 수천만 베네수엘라 민중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차베스 대통령이 주장하거나 실천한 것 모두를 꼭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가 논란이 많은 사람이고 때로는 극단적이며, 논쟁을 절대 회피하지 않는다든지 어떤 주제도 터부시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차베스 대통령이 했던 것들 중 어떤 것은 말하지 않는 편이 더 분별력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나에게 들었을 때도 있었다고 시인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개인적인 성향이며 이로 인해 그의 품격을 조금이라도 떨어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이 가지고 있었던 이데올로기나, 비판자들이 ‘권위주의(autocratic)’라고 간주했던 정치 스타일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그는 가볍게 정치적 선택을 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절대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정직한 사람이라면, 더구나 그의 극심한 반대파라고 하더라도, 베네수엘라 빈민과 남미의 통합을 위해 차베스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높은 동지애와 신뢰, 그리고 심지어 애정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의 인생에서 만났던 수많은 유력 인사와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남미 대륙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민중들(토착 인디언이나 유럽과 아프리카인의 후예들, 그리고 최근의 이민자들)의 통합을 차베스만큼 그렇게 믿었던 지도자는 거의 없다.

 

장래에 유럽연합 모델을 향해 갈 수도 있는, 12개 정부들의 조직으로 2008년에 구성된 남미국가연합의 결성 조약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0년에 남미 공동체와 카리브해 국가들은 미주기구(OAS)와 나란히 정치포럼을 구성함으로써 통합을 이론적 수준에서 실천적 단계로 도약시켰다. (미주기구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는 포함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주개발은행(IDB)과는 다른 새로운 대출기관인 남미은행 역시 차베스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베스 대통령은 남미가 아프리카나 아랍세계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발전시키는데 매우 관심을 기울였다.

 

만약 공인(公人)이 아무런 이념(idea)도 남기지 않고 사망했다면, 그의 유산과 정신 역시 사망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은 아니었다. 강력하고, 역동적이며, 잊을 수 없는 차베스의 이념(idea)은 대학에서, 노동조합에서, 정치 정당들에서, 그리고 민중들이 사회적 정의와 고통의 경감과 권력의 공정한 분배를 문제 삼는 모든 장소에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토론될 것이다. 아마도 그의 이념은 미래에 청년세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위대한 남미의 해방 전사 시몬 볼리바르의 인생이 차베스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던 것처럼.

 

이념적 영역에서 차베스의 유산이 지저분한 정치 세계에서 현실화되려면,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 지점에서 그의 이념은 논쟁되고 경쟁될 것이다. 차베스 없는 세계는 차베스가 했던 노력과 의지를 대체할 새로운 지도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차베스의 꿈은 한낮 문서상으로만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의 유지를 지키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적 제도를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들은 정치 시스템을 더 유기적이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쉽게 정치적 참여를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반대파와 더 대화하도록 해야 하고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그룹을 더 강화해야 한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통합과 차베스 대통령이 어렵게 성취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이 요구된다.

 

차베스 지지자이든 반대파이든,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가톨릭 신자이든 개신교도이든, 부자이든 빈민이든 그들의 미래를 약속할 국가적 잠재력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의심할 바 없이 모든 베네수엘라인의 열망이다. 그 열망은 오직 평화와 민주주의만이 현실화시킬 수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창설을 지원했던 다양한 기구들 역시 남미 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는 더 이상 남미 정상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겠지만 그의 이상(ideals)과 베네수엘라 정부가 계속 이어가게 될 것이다. 남미와 카리브해 정치 지도자들의 민주적 동지애는 우리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통합에 대한 최선의 보증이 될 것이다.

 

통합을 향한 움직임에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그러나 남미 통합 노력을 지속시키면서도 유엔이나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 포럼에 대한 남미 국가들의 참여 협상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2차 대전 이후에 탄생한 이들 기구들은 오늘날 다극화된 세계의 현실과 충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카리스마 있고, 개성이 강하며, 어떤 지도자들도 갖기 어려운 대중과의 친화력과 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던 차베스 대통령이 그리울 것이다. 나는 함께 대통령을 하던 8년 동안에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와 우리 민중들의 이익에 기여했던 그와의 우정과 동반정신을 언제나 소중히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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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3.01.09 15:32

2013.01.0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 결과 보수 세력의 10년 집권이 굳어지자, 역사의 퇴행이 심화되었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이라고 하는 선거 공약 틀이 신자유주의적인 규제완화와 감세, 민영화, 금융화를 대체했다는 것 또한 중대한 역사적 변화다. 진보는 다수 국민과 호흡하면서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도 이 의제들을 진보적 내용으로 확장시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미 상식은 바뀌고 있다.

특히 보편 복지와 경제민주화, 노동권 회복의 구체적 내용들을 국민과 공유하면서 ‘과거의 당연한 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적 상식들 대신에 진보적 전망과 정책을 ‘전문적 지식’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당연한 상식’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은 이제 보편 복지의 상징으로서 당연한 상식이 되었다. 무상급식이 상식이 되면서 중등교육까지 무상 의무교육 실시, 대학 등록금 절반으로 인하 등 다양한 교육복지가 전파되고 있는 중이고 이를 박근혜 정부도 회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이 ‘투자자산’이며 ‘매매차익’을 기대하는 것을 당연한 상식으로 살아왔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 문제가 ‘주거 가치’, ‘주거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고, 점점 더 주거복지가 주택 문제를 대하는 새로운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 소유나 매매시장보다는 공공 임대주택의 중요성이 함께 커져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과거의 상식을 유지하기 위해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취득세 감면 연장 등 얼마 남지 않은 규제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세력도 존재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가 적자와 부채문제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특히 가계부채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인식하고 있는 가계의 신용위험 정도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서 카드 대란 시절의 위험도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10대 공약 중 첫 번째가 가계부채 대책이기도 했다. 여기에서도 ‘상식의 전복’은 일어나고 있다. ‘빚진 죄인’이라고 부채의 모든 책임을 채무자에게 덮어씌우고, 온갖 고금리 연체이자에 채권추심과 압류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던 관행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새사연의 과제는 진보 정책을 국민의 상식으로 바꾸는 것

채무자에게도 최소한의 인권과 생존권과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약탈적 대출과 터무니 없는 고금리 수익을 추구한 금융회사도 일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새로운 상식’이 확립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부채의 노예로 삶이 속박된 최근의 신자유주의 금융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빚을 진다는 것은 오늘날 사회적 삶의 일반적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빚을 지지 않고 산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학자금 대출,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 자동차 신용대출, 의료비를 위한 대출 등등. 대출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요한 수단이 됨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은 복지 체계에서 채무체계로 나아갔다.”(안토니오 네그리,2012,『선언(Declaration)』50쪽)

대안은 다수 국민들의 생활과 생각 안에 진보의 ‘새로운 상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다. 반대로 길어야 20여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관념들, 규제완화와 시장 자율, 금융혁신과 신용거품, 자산투기 등을 비상식적인 것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 동안 진보에서 만들어진 참신하고 진취적인 정책들을 ‘새로운 상식’의 이름으로 국민 곁에 다가서도록 하는 집요한 노력이 쌓이고 또 쌓이면 시대는 결국 바뀐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때문이다. 새사연은 진보 정책들이 국민 생활의 저변에서 새로운 상식으로 확립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비록 정권은 일시적으로 역사를 역행하더라도 국민의 생각은 의연히 미래를 바라보며 진보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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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9 10:04

2012.12.19정태인/새사연 원장

 

시대교체?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누구 얘기일까? 바로 지난 16 일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얘기다. 민주당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가 9월 16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봄에 새사연에서 출간한 <리셋 코리아-18 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 가지 개혁과제> 제1부의 제목이 바로 '정권교체에서 시대교체로'이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말은 2007년에 이미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처음 사용한 말이고 그 말을 만든 사람은 나였다.  

불행하게도 너무 앞서 나갔다. 1년이 지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시장만능의 세계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에 들어섰다. 어느 곳이 새 시대의 정책기조를 먼저 시행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새사연은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까지 감복시킨 것일까? 불행하게도 박근혜 후보의 정책기조는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다. 줄푸세는 시장근본주의, 경쟁지상주의의 한국어 번안이니 그야말로 구시대의 정책기조라 할 만 하다. 반면 문 후보의 정책기조는 <리셋코리아>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


새 시대의 과제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갈 체제를 5 년 내에 완성시킬 수는 없다. 구체제 기득권 세력, 즉 재벌-경제관료-조.중.동의 3 각 동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구체제를 해체해야 할 것이고 어떤 것은 다행히 빈 터라서 바로 주춧돌을 놓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먼저 국민들부터 다독여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시대교체'의 과제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머릿속에서 해결될 리 없다. 문후보가 밝힌 '국민정당'과 '시민의 정부'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선 문후보가 명확히 밝히지 않은 핵심 과제 몇 개만 짚어 놓는다.

우선 가장 장기적인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좌우할 생태문제를 들 수 있다.

어제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박근혜 후보는 원전 마피아들을 해체할 생각이 전혀 없다(종합적으로 꼼꼼히 검토하겠단다). 문재인 후보는 수명이 다 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원전의 축소와 함께 탄소 배출도 시급히 줄여야 한다. 전기의 생산과 소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전격적으로 충분히 높은 세율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 늦어도 인수위가 탄소세 부과의 청사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새 시대의 패권교체기에 우리나라가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패권도 , 중국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다. 생태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동아시아를 묶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다.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공동 관리해서 2조 달러 이상의 여유분을 동아시아 경제의 생태화, 낙후지역의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동아시아판 마샬플랜은 이 지역 총수요를 확대해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에 중국, 일본, 동남아와 논의해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천명해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FTA 협상에 목매달 때가 아니다. 최근 IMF 가 허용한 나라별 자본통제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시에 토빈세를 부과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이다. 참고로 0.05% 정도의 토빈세를 부과하면(즉 1억 원의 외국 돈이 국경을 넘을 때 5만 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약 7-8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셋째는 복지국가 건설의 경로를 밝히는 일이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새누리당은 '재정 건전성'을 들어 거의 모든 복지 확대에 반대할 것이다. 현재 표류 중인 유통법이 곧 닥칠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시행령만 바꿔도 해결할 수 있는 복지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시행령만 개정해도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확대할 수 있다. 인수위는 모든 분야의 시행령을 검토해서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일괄 처리해야 한다.

서민들에 대한 이런 복지는 동시에 단기 침체를 극복할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복지의 힘을 피부로 느낄 때 법을 바꿔야 하는 정책들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은 새 시대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밝히고 국민이 합의한 일부터 재빨리 실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가 커다란 방향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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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2 09:59

2012.12.12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시대와 역사의 흐름을 결정하는 최후의 한걸음은 언제나 국민 

지금 세계사적으로 보수가 주도했던 한 시대가 저물고 진보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감세와 규제완화, 작은 정부와 민영화(이를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줄. 푸. 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국민의 저항에 공권력 동원하여 규율을 세우고-라고 할 수 있다)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30년 역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붕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시 규제 자본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부자 증세를 부자들이 말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큰 정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민영화나 시장화는 더 이상 대세가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 대선에서 보수 세력이 집권에 실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중이다. 아직 진보의 대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수가 더 이상 세상을 주도할 수 없음은 명확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5년 전 대선에서 ‘747성장’과 같은 양적인 고속성장론이나, 경부 대운하 같은 토목개발 성장론이 지배했다면 지금은 누구도 성장의 숫자 따위는 말하지 않는다. 반면 전통적으로 진보의 의제였던 ‘경제 민주화, 복지, 노동권과 일자리’의 3대 의제가 이번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핵심 공약이다. 국민들이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음을 직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진정 우리나라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아직 신자유주의가 태동하기도 이전인 유신 시대로 되돌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은 2012년 12월 19일이 될 것이다. 19일에 얼마나 압도적으로 투표장에 가서 유권자의 권한을 행사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역사와 시대를 바꾸는 최후의 한 걸음은 언제나 지도자나 특정 집단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에 의해 결정되었다.  

4.11 총선을 훨씬 능가하는 투표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그래서 문제는 투표율이다. 지난 5월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 투표율 80.4%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난 1월 치러진 이웃 나라 대만 총통선거 74.4%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낙관할 수 없다. 지난 4월 11일 치러진 총선은 2008년 총선 투표율 46.1%보다 훨씬 높은 54.3%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로 낮은 총선 투표율일 뿐이었다. 2012년 1월 민주통합당의 상승세에 야권연대 성사에 따른 활기와 여기에 대비되는 새누리당의 위기의식이라는 긴장국면 속에서 총선이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투표율이었다. 결국 야권 연대까지 한 야당이 패배하고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67~68% 정도의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 2004년 총선과 2008년 총선 투표율 사이에서 결정된 이번 4.11 총선 투표율 비율 정도와 유사하게, 12월 대선 투표율이(2002년 대선과 2007년 대선 투표율 사이에서) 결정된다고 가정하면, 대략 67~68% 수준이 예상된다.

그림: 총선 투표율 변화를 가지고 유추한 18대 대선의 연령별 투표율 예상

 
그런데 이 정도 투표율을 달성하려면 평균 투표율 이하인 수치를 가진 20~30대의 투표율이 오르지 않으면 안된다. 54.3%투표율을 보였던 4.11총선보다 최소 5백만 명 이상이 더 투표장에 가야만 19일 대선 투표율이 67~68%로 올를 수 있기 때문이다. 50만 명도 아니고 5백만 명이다. 20~30대는 50%를 넘어 60%에 가까운 투표율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단순히 투표율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가 되려면 4.11 총선보다 최소 750만 유권자가 더 투표에 참여하여 70%이상의 투표율을 보여주어야 한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수준의 참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감동은 유권자가 만들자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혹한 속에서도 투표장으로 나가게 할 감동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 그 어느 선거보다도 국민들을 관조자로 만들게 하고 있고 전문가들의 지적 경연장에 머물고 있는 것이 이번 대선이다. 평범한 유권자 국민들의 참여 기회는 그 어느 선거보다도 좁다. 기껏 ‘선거운동 펀드 참여’밖에 할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고약하다. 돈만 내고 구경이나 하라니. 

그렇다면 감동을 유권자가 스스로 만들자! 유권자가 어설픈 정책공약들의 이면을 통찰하고,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전복시키고, 열리지 않고 있는 참여의 문을 스스로 열어가면서 혹한의 추위를 뚫고 투표장으로 향하자! 정치권에게 감동을 느끼지 못할 바에는 정치권에게 감동을 보여주자! 분노하는 국민의 이름으로, 분노하는 유권자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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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1.05 14:31

2012 / 11 / 0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Story Briefing]투표시간 연장해야할 사회경제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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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교체’라는 거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정치 참여를 확대해야 하는 길고 긴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다. 한편에서의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불안으로 인해 투표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또 다른 편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불신의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

왜 정치를 바꿔야 하는지 7가지 장면을 가지고 공감해보자. 미국의 전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비판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대다수 미국인을 위해 작동해왔던 경제와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극소수 부자와 힘 있는 계층으로 부와 권력이 집중되었다고 비판하면서 현재 미국 경제의 모순을 다음의 7가지 사실을 통해 적시한 것을 옮겨본 것이다.(Robert Reich, 2012,『Beyond Outrage』,서문)

 

1. 지난 30년 신자유주의 시대 동안에 경제성장의 과실은 최상층 1%에게로 집중되었다.

 


현재 미국의 400대 최고 부자들은 미국 시민 절반인 1억 5천만 보다도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미국 최고 경영자 중위 연봉은 870만 달러(약 100억 원)이다. 월가의 경영자와 핵심 펀드매니저와 일반 미국인의 임금 격차는 현재 약 300배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30배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언론보도에서 삼성전자 등기 임원의 연봉이 109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의 약 120배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기준으로 연봉 환산을 하면 약 1000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등기 임원과 1천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 하물며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도 수백만임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2. 2008년의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경제는 5년째 거의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득과 재산이 최상층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미국이 중산층도 소득이 늘지 않았고, 때문에 빚을 얻어서 소비했다. 2007년까지 빚을 포함하여 소득의 110%를 소비했다. 빚으로 주택을 사고 금유투자를 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로 부채거품이 터졌다. 더 낮아진 소득 100% 가운데 이자 상환을 하고 나면 소비가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가계 소득은 5배 정도가 늘었는데 부채가 10배가 늘었다. 1992년 110조 원이던 가계 부채는 현재 1100조 원으로 불어났다. 미국 시민과 마찬가지로 빚을 얻어 주택을 샀고, 주택가격은 이제 하락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빚을 얻어 소비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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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