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03 / 0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불붙고 있는 혁명의 기운이 전 세계에 ‘3차오일 쇼크’의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실각하자마자 또 한명의 세계 최장기 권력자인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도 위태위태하다.

 

이집트가 서방 세계의 아프리카 통로로 기능해 온 것과는 달리 리비아는 오랜 반미, 반이스라엘 노선을 걸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미국이 대통령궁을 폭격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축출되기는커녕 오히려 권력기반이 강화되어 왔다. 냉전 시대 제국주의 국가들이 카다피를 축출하는 데 실패했던 것은 리비아 민중의 지지와 함께 세계 8위의 원유생산 국가라는 지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카다피는 어느새 민중의 영웅에서 민중의 적이 되어 있고, 그의 앞날은 또다시 민중혁명의 기운과 ‘석유’에 맡겨질 전망이다.

 

리비아에서 민중 학살이 일어나면서 서방국가들은 하나 둘 ‘카다피의 석유’를 포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주판알이 튕겨진다.

 

세계적인 시장전망기관으로 성장한 노무라 연구소는 발빠르게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배럴당 220달러는 전 세계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몰고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게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원유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최근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의 ‘유가 급등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고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1.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

 

유가 급등 시나리오는 중동·북아프리카 산유국의 생산 감소 또는 중단으로부터 시작된다.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58 백만 bbl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원유 수급 상황은 일일 백만 배럴 안팎에서 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으로 인한 가격 급락 혹은 수요 급락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중단했을 경우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220달러까지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일부 금융시장의 시나리오는 이번 위기가 지난 1990-91년 걸프 전쟁 경험을 대입한 것이다.

 

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연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는 전쟁 전에 비해 최고 130% 상승하였고 잉여 생산능력은 전 세계 수요의 2.3% 수준까지로 급락하였다.

 

현 시기에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하려면 여기에 더해 몇 가지 부가적인 조건들이 시나리오에 추가되어야 한다. 부가조건이라 이라 함은 첫째, 정정불안이 리비아에서 인접 산유국인 알제리까지로 확대된다는 것과 둘째, 혼란스러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최소 수 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것 등을 말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가 유가급등을 가로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전반기에 150달러 수준 가까이 치솟았던 유가는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돌입한 하반기에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2. 국제 원유 수급 불균형 전망

 

앞서 언급한 바대로 리비아는 일일 원유 생산량이 1.58 백만 bbl이며, 서방에 의해 그 다음으로 지목되고 있는 산유국인 알제리는 1.30 백만 bbl이다. 이들 국가가 원유 생산을 중단한다면 일차적으로 약 2.88백만 bbl의 원유 생산이 감소함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이차적으로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수급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향후 유가의 움직임은 1) 중동,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2) 이로 인해 실질적인 생산 감소는 얼마나 일어날 것인지 3) 생산 감소에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이를 보충할 것인지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할 것이다.

 

공식적인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잉여생산능력은 리비아와 알제리의 생산량을 합한 것을 능가한다. 사우디는 2011년 1월 현재 약 3.5 백만 bbl의 잉여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OPEC 국가들이 생산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유가의 급등은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우디의 잉여 생산능력은 한 달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지난 주 OECD 국가들은 비축유를 방출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수급상황의 악화가 유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겠다.

 

현재 OECD 국가들의 석유재고량은 약 50~60일 분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재고 수준은 최근 5년 이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소비국들이 동조하여 재고 수준을 다소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가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3. 시장 시스템이 오일 쇼크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 국제 원유시장은 걸프 전쟁 당시와는 크게 달라져 있다. 1990-91년 당시는 1986년 경 OPEC의 가격통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이른바 ‘시장결정 시스템’으로 변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2011년 현재 ‘시장결정 시스템’에는 금융시장의 투기적 수요가 매우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2008년 유가급등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도 그 원인이 ‘원유시장의 금융 전염’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금융위기의 혼란스런 시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유가의 상승과 비상업적 포지션(non-commercial position)의 매수량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비상업적 포지션이란 실물 거래가 아닌 주로 선물시장에서의 거래를 의미한다. 이 거래에는 실제 소비자, 판매자들이 헤지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지만,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파생상품 판매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각종 펀드들이 기축통화에 대한 대체자산 보유를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비상업적 포지션은 실제 원유 인도분의 최소 수십 배에 달하며 현물 가의 변동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원유에 대한 금융투기는 이른바 장외거래(OTC)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거래 행위가 당국에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그 양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2006년에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는 석유시장의 거래의 60%를 ‘순수한 투기’로 보고한 바 있다.

 

4. 한국 정부는 환율을 어찌할 것인가?

 

한국은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부 말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에게 캠페인을 펼치기에 앞서 환율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과 2010년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지역 불안 이전에 유가가 상승국면에 들어서 있었던 셈이다. 이 두 해 동안 WTI 가격은 각각 배럴당 34.76 달러, 12.02 달러 상승했다. 2008년 최고점과는 아직 격차가 있으나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가급등의 위기감이 반감된 것은 이 기간에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유가급등의 효과를 다소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정부는 더 이상의 원화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워 1100원대 수준에서 환율을 묶어두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더 피하고 싶은 것이다.

 

자, 이제 리비아발 태풍이 몰아닥치면 어찌할 것인가? 거칠게 말해서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원화 절상의 여지는 앞으로도 약 20% 정도는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유가 급등의 영향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어쨌든 환율정책은 언제나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동반하게 되므로 고도의 정책적 판단과 세밀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완전 개방화, 자유화된 한국 외환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서 환율정책을 펼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정책과 외환통제, 그 중요성은 금융위기가 잦아든 지금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2 / 2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촉발된 중동의 민주화 운동이 시간이 갈수록 중동 전체 지역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25일부터 시작되어 2월 11일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사임하기까지 18일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이집트의 민주화 혁명은 이집트와 중동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면서 중동의 국제질서의 재편 조짐마저 예상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이집트 혁명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가운데, 그 여파가 예멘과 사우디, 리비아나 이란 등 중동의 여타 국가로 얼마나 확산되어갈지, 그 결과 중동 석유시장이나 국내 진출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중동을 넘어 중국이나 북한 등으로 민주화 운동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집트 혁명을 1987년 한국의 6월 항쟁에 비견하는 분석도 간간히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2011년 우리나라에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얘기다. 과연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이미 우리나라가 20여 년 전에 이미 겪었던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형의 사건이고 지금은 우리에게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하는 것인가.

 

우선 확인해 둘 것이 있다. 이집트 혁명이 발발한 원인을 무바라크의 30년 장기독재 체제에 대한 정치적 민주화 요구로만 국한해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튀니지나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의 적지 않은 국가들에서 장기 독재체제가 존속하거나 심지어 왕정 형태를 띤 정치체제가 21세기까지 이어온 것은 사실이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집트 혁명의 도화선도 지난해인 2010년 6월 부패경찰이 마리화나를 나누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29세 청년 인권운동가 칼레드 사이드에 대한 분노였다.

 

그러나 현재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기본적으로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가 미치고 있는 파장과 영향권 안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진실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 충격이 시작된 이래 4년을 지나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아직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형적인 지표경기 등은 다소 호전되고 있고 금융 불안도 일정하게 완화되고는 있으나 국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실업률이나 소득은 여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을 보더라도 이는 명확하다. 미국 경제는 3%수준의 성장률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고 부실 은행들이 수익률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업률은 9%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유럽 역시 9~10% 수준의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 이전 4%에 머물던 미국의 실업률과 비교한다면 두 배가 넘는 실업률이다. 당연히 소득도 개선되지 않았다. 경제위기는 실생활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얘기다.

 

이집트를 포함하여 대부분 중동 국가들의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공식 실업률 기준으로 9% 이상의 높은 실업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중 후진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것처럼, 공식 실업률을 뛰어넘는 사실상 실업자들, 그리고 엄청난 빈부 격차로 인해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소득으로 살아가야 할 빈곤층이 30~40%를 육박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높은 실업률과 소득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 것이 최근에 이른바 ‘물가 폭등’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양적 완화’라는 이름아래 경기를 부양한다고 대규모로 풀기 시작한 달러 유동성은 달러로 표시되는 석유, 원자재, 각종 곡물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여기에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자금들이 이들 원자재와 곡물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실수요와 무관한 투기적 수요를 발생시키면서 가격폭등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해 공급이 차질을 빚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높은 실업과 소득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식료품과 생필품 위주의 물가가 10%이상씩 치솟았던 것은 서민들의 생계에 결정적인 어려움을 가중시켰고, 이것이 최근 중동의 민주화 시위의 강력한 경제적 배경으로 자라나게 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튀니지 혁명을 ‘굶주림의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튀니지 혁명의 도화선이 지난해 12월 대학을 나온 청년 과일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로부터 시작되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정치 민주화에 대한 요구 이전에 경제적인 생계 압박이 중동 혁명의 중대한 이유였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혁명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세계적 경제위기 자체라고 할 만 하다.

 

고용불안과 소득정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식료품과 같은 서민물가가 폭등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지금의 중동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거니와, 이는 1970~1980년대의 한국사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2011년 지금 한국사회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사한 상황은 존재한다. 한국 역시 세계경제위기 영향권 밖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중국의 고성장 효과’ 덕택에 그 인접국이자 수출의존도 30%라는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경제는 지난해 6.1%의 고성장을 누려왔고 일자리도 약 30만개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고용상황은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고,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부분도 사회서비스의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임시직 일자리가 많았다. 올해에는 그나마 경제 성장률도 둔화될 것이고 일자리 증가 속도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인상과 소득증가도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수준임은 물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고 주로 해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석유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곡물 수입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산 소비재 수입물가 역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국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석유, 원자재, 곡물, 중국산 소비재의 수입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중이고 이는 생산 원가와 생산자 물가, 소비자 물가로 계속 전이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대학들이 등록금 가격 동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인상대열에 합류했고, 잘못된 부동산 정책 탓으로 전세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며,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공공요금이 인상 대기 중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 불안 걱정이 중동국가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올해에는 정부가 경제성장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이유로, G20을 개최하여 국격을 높였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경제실적을 내세우며 설득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친 서민 - 중도실용정책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집트 혁명과 중동 민주화 바람의 여파는 중동과, 중국, 북한 등에게만 해당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정부가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고용불안과 물가 불안에 걱정을 키워가고 있는 우리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이 글은 통일뉴스(www.tongilnews.com)에 기고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2 / 0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정부의 물가개입, 이번에는 효과가 있을까.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8%이상의 성장률을 지속시키고 있는 중국은 물론 경제성장률 6.1%를 달성한 한국을 포함하여 경기회복속도가 강했던 아시아 신흥국들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양파를 위시하여 식품가격이 20%가깝게 올라 사회적 혼란마저 우려되는 인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8년 금융위기 초반의 급작스런 식량,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부 국가들에서 폭동까지 일어났던 기억을 상기시킬 정도이다. 한국 역시 연초부터 각종 물가안정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물가억제가 서민생활 대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일단 물가안정을 제 1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은 지난해보다 다소 느슨한 물가관리를 허용하는 듯한 인상을 비쳤다. 물간안정 목표를 과거 3%를 중심선으로 0.5%편차를 두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1%편차로 확대하고 대략 3%에서 0.5% 올라간 전망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 1월에 기준 금리를 0.25% 올리면서 처음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올라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한국은행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조와는 달리, 정부는 연초부터 우려되는 물가불안을 정치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상당히 인위적인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일단 생활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 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 간 변동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정유사들을 긴장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료와 도시가스ㆍ우편료 등 중앙 공공요금을 소관부처 책임 아래 상반기에 원칙적으로 동결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서 물가안정의 일환으로 전세가격 안정대책까지 발표했지만 일단 실효성에 대한 호응도는 낮다.

 

시장경제를 특별히 중시해온 이명박 정부가 유독 물가관리에서 만큼은 70년대식 국가개입에 적극적이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였던 2008년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자, 정부는 이른바 ‘MB물가’라고 불리던 물가인정 품목을 정해 관리에 나섰지만 대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석유와 원자재 가격, 식품가격이 크게 폭등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 향방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이 이런 차원에서 여전히 불안한 것은 이해할만 하다.

 

해외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물가 불안

 

금융위기로 인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과 경기부양의 후폭풍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적어도 현재적 시점에서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지역별, 품목별 편차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과 일본, EU를 포함한 선진국 들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은 시장에 풀린 자금과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또한 소비되는 상품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 영향권에 들어갔다기보다는 품목별로 차별화가 심하고 특히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 일부 생필품의 가격 변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주로 신흥국들에서 현재 물가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는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과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한 유동성, 그리고 해외자금 유입으로 인한 유동성에 의한 통화팽창을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인상이나 긴축을 통한 자금 회수를 검토한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 팽창은 일반적인 실물 상품시장에서의 생활물가에 영향을 준 측면 보다는 증권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등 주로 자산시장으로 유입되어 자산 가격을 지지해왔던 측면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공급 요인으로는 해외 수입가격의 상승 영향을 들 수 있다. 달러 가치 하락과 신흥국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그것이다. 금융위기 정점이었던 2009년 초반 4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원유가격이 2011년 현재 90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인 것을 보면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8년 7월 국제 유가가 한때 145달러를 넘어섰던 경험은 금융 불안이 심각해지면 일시적으로 금융자산이 원자재와 같은 상품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도 달러 유동성 과잉과 맞물려 원자재에 대한 투기적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에너지 가격과 공산품의 생산자 물가를 자극하고 다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소맥, 옥수수, 대두 등 곡물가격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2010년 하반기부터 곡물가격이 30%이상 빠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2011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생필품을 중심으로 이미 우리의 제 1 수입국이 된 중국 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를 짚어봐야 한다.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2010년 11월부터 5%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최소 6%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국 물가 상승의 강력한 자극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일정하게 수입물가의 변동에 영향을 받으면서 움직여왔다. 특히 수입 물가는 환율 변동으로 다시 굴절되면서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2008~2009년에는 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을 더 증폭시킨 반면, 2010년에는 완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수입물가 상승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생산자 물가를 경유하면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데, 통상 생산자 물가에 후행하는 소비자 물가 속성상 올해 소비자 물가의 상승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입 물가는 이미 10%를 넘어서고 있고 생산자 물가도 5%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해보면, 현재의 물가 불안은 국내외에서 유입된 유동성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국민의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의 경우 국제적 상품가격 변동성과 중국 발 인플레이션에 따는 수입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적으로 등록금 가격이나, 전세가격, 그리고 각종 공공요금 인상 요인 역시 생활과 직결되는 물가 불안의 직접적 동기가 되기도 한다.

 

 

임금과 소득, 그리고 물가상승

 

사실 지난해 2.5~3.0로 상승했던 물가가 올해 3.0~4.0 수준으로 올랐다고 해서 국민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미리 진단해보는 것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지난해 배추가격 폭등이나 최근 인도의 양파가격 폭등과 중동의 식량가격 폭등, 그리고 2008년 석유와 식량가격 폭등의 결과 나타났던 국민들의 저항들을 살펴보면 물가가 1~2%올라서 발생했던 것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다. 최소 10~20% 이상 폭등하면서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석유가격이나 원자재 가격, 그리고 식량가격과 수입 생필품 가격 등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국민생활에 충격을 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 요인은 주로 해외 요인이나 환율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되고 있고 이는 고에너지 산업구조나 취약한 농업구조 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등 국내 정책수단에 의해 획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정부의 개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은 공공요금 관리 정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국민생활에는 오로지 물가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물가는 경제성장률이나 금리 등과 연동되면서, 그리고 특히 국민들의 고용안정 및 소득 상승과 결합되면서 동시적으로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물가 상승은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계층에게는 일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부채를 떠안고 있는 쪽에게는 부채의 실질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조차 한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과거 70~8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물가 상승이 적어도 임금비용의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이 0.2%로 사실상 정체되었던 2009년에 임금과 소득이 전부 마이너스에 빠졌던 것은 물론, 6.1%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던 지난해에도 평균 명목 임금인상률은 5%밑을 맴돌았으며, 실질 기준으로 소득 역시 2%내외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초래했다기보다는 낮은 임금 인상이 물가안정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편이 합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해보자. 연초부터 국민 경제생활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물가불안을 두고 전시행정을 하듯 요란하게 물가억제 대책을 내놓기 전에 다음의 사항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선, 상당부분 해외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물가상승 요인을 국내적인 단기 처방으로 잡겠다는 실효성 없는 약속 보다는, 국민들의 실질 소득을 개선시켜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임금억제는 물가 안정보다는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오히려 키워온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임금 상승을 유도하여 물가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도 임금비용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를 더 이상 꺼낼 명분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로, 해외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특히 중소기업들의 원가비용을 상승시키게 되며 불가피하게 대기업에게 납품하는 납품단가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이미 2008년에 주물 중소기업을 필두로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대기업들은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인상에 인색했고 결국 중소기업들은 역사상 초유의 납품 거부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위기에 몰리면서 ‘납품가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주장했던 바가 있다. 전체의 90%에 가까운 고용을 책임진 중소기업이 경영위기에 몰리면 이는 곧바로 고용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관심을 두어야 할 정책 방향은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가격 현실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이 될 공공 서비스 요금과 등록금, 그리고 전세가격 안정화에 대해 정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 될 것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1 / 1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 경제개혁이 실종된 2010년

 

미국 서브프라임 대출 부실이 현재화된 2007년 이후 4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폭발시켰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기점으로 잡아도 2년이 더 될 만큼 세계경제 불황은 장기화되고 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라고 표현하든 아니면 대침체(Great Recession)이라고 표현하든 자본주의 역사에서 가장 깊고 큰 상처를 남기면서 인류에게 경제 사회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경제 불황을 지금도 여전히 겪고 있는 중인 것만은 확실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위기에 직면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1929년 대공황의 학습경험을 살려 유래 없이 신속하게 재정과 통화를 투입하고 국제 공조를 과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채 1년도 지속되지 못한 채 2010년 2분기를 정점으로 회복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미국 등 주요 경제 선도국가들이 1929년과는 달리 국내 산업기반이 상당히 취약할 뿐 아니라 재정과 채무구조도 매우 허약한 상태여서 1929년 방식의 케인주의적 부양책을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한 1929년과는 달리 국제적 생산 분업 구조가 아시아를 포함하여 훨씬 복잡하게 얽혀있고, 글로벌 금융자산의 세계화 정도 역시 연간 세계 무역규모 32조 달러의 5배가 넘는 175조 달러로 팽창한 조건에서 일부 국가의 재정적, 금융적 역량만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는 사정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어느 쪽에서도 향후 ‘지속적이고 균형적인 경제발전’ 방향을 제대로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재정긴축인가 재정 팽창인가, 통화 공급 확대인가 축소인가, 무역과 경상수지 불균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글로벌 통화체제의 안정성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금융 규제의 정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그리고 결정적으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고용여건을 해소하면서 국가와 개인이 안고 있는 부채를 어떻게 축소시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누구도 내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현실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방향도 불확실한 상태인 것이다.

 

그 와중에서도, 과거 경제발전을 약속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실제로는 경제 불안정성만 확대해왔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들인 개방화, 자유화, 금융화, 민영화, 작은 정부 기조에 대 수술을 감행하여 경제의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에 착수하는 것만이 세계경제위기가 안겨준 심각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공감대는 꾸준히 확산되어 갔다. 한국 경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명목으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의 핵심 경제 비전이 바로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경제였으며 여기에 1970년대식 토건 경제를 얹은 정도였기 때문이다. 집권 초반에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2010년 외형적인 경기지표가 뚜렷한 호조를 보이면서 경제개혁과 정책전환 이슈들은 급격히 탄력을 잃어갔다. 국내총생산은 전년도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6% 이상을 달성했으며, 주가는 금융위기 이전 사상 최고치였던 2000선을 넘어섰다. 마이너스 7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던 일자리도 외형적으로는 30만 개 이상이 신규로 만들어졌다. 수출 증가율도 30% 가깝게 가파르게 회복되기 시작하여 외환 보유고는 3000억 달러에 접근하게 되었고 세계 무역규모 7위로 올라서면서 2011년에는 무역 규모가 1조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게 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도 3년 만에 2만 달러로 복귀했다. 지표 경기 수치 자체로만 놓고 보면 경제정책의 대전환이나 절박한 경제구조개혁을 해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를 반영한 듯, 정부가 무려 1년 동안을 뜸들이며 준비하여 2010년 10월에 발표했던 ‘국가 고용전략 2020’은 2020년 선진국 수준의 고용률 70%달성이라는 거창한 목표와 달리 그 어떤 획기적인 고용구조개혁 방안도 없었다. 금융개혁과제 역시 무성했던 논의와 달리 현실적으로 취해진 조치는 은행 예대율 개선이나 외화 예금 조달에 대한 약간의 규제 말고는 없었다. 오히려 논란이 되었던 외환은행은 하나은행에 인수 합병되고 우리은행 민영화 일정도 속도를 붙이는 등 신자유주의적 기존 정책이 수순에 따라 집행되고 있다.

 

지표경기 실적 회복세를 배경으로 각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은 강행되었으며 2010년 8월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주택거품도 유지시켜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경제 불황을 우리 경제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창했던 진보세력은 경제개혁을 위한 핵심 의제들을 국민들과 호흡하지 못한 채, 4대강 사업을 저지하고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유지, 확대하고자 복지의제를 확산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의미 있는 경제개혁 의제가 사실상 실종된 것이다.

 

 

 

2. 개혁 동력도 회복 체력도 상실한 글로벌 경제

 

그렇다면 세계 경제 차원에서는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점들이 해결되면서 안정적인 회복세로 접어들게 된 것인가. 그 결과 경제개혁 과제들이 더 이상 절박하지 않게 되었고 그것이 한국경제에도 그대로 투영된 것인가. 안타깝게도 글로벌 경제의 현실 상태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경제위기를 막으려 했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 덕분에 2009년 2분기부터 약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글로벌 경제는 자유낙하를 멈추고 일정하게 수습국면에 돌입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 숨 돌릴 여유를 확보했던 2010년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점들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여 경제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던 시점이기도 했다. 2010년에 접어들면서 각 국가들은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위기 수습대책들을 서서히 거둬들이면서 경제작동을 시장으로 되돌려주는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위기를 초래했던 핵심 영역인 금융규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악화된 고용사정이 미처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잠복되었던 재정위기, 통화위기 등이 전면에 불거져 나옴으로써 생산과 소비 모든 부문에서 경제 회복세는 짧은 수명을 다하고 다시금 둔화국면으로 진입한다. 2010년 상반기에 터져 나온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그리스 구제 금융으로 이어졌고 시차를 두면서 그 해 11월 아일랜드 구제 금융으로 확산되었다. 2010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미국 경기의 재 침체 우려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조치를 수반했고, 결국 치열한 환율전쟁(Currency Wars) 개시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 사이 기대 섞인 출구전략 시행과 위기 이후의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구상은 실종되었고 다시금 2차 위기관리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었다.

 

미국경제가 추가적인 6000억 달러의 양적완화 조치로 위기관리에 들어가고 유럽은 1000억 유로에 가까운 아일랜드 구제 금융으로 재정위기 확산 차단에 부심한 가운데, 신흥국들과 아시아는 선진국들의 넘쳐나는 과잉 유동성의 여파로 커져가는 금융시장과 부동산 시장 거품을 막기 위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 그것이 지금 세계경제의 현주소이다. 문제는 이들 대책들이 전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추가적인 재정확대의 한계에 몰린 오바마 정부가 재정이 아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여 양적완화 정책을 써서 고용회복과 경기부양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보다는 자본시장을 경유해 미국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만 높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미국 안에서도 적지 않다.

 

사정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아이슬란드와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에까지 구제 금융을 결정하면서 재정위기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지급 불능에 빠진 이들 국가들에게 부채 규모 자체를 축소하지 않은 채 부채 금리를 조금 인하거나 만기일을 연장해 줄 뿐인 구제 금융으로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위기를 해결하기 보다는 위기를 지연시키는 쪽의 대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결과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용부담을 내재한 채 세계경제는 뚜렷한 둔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전망 기관들이 2010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4.5%전후였던 것에서 2011년에는 4.0%전후로 둔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0년 하반기 표면화되었던 환율전쟁은 각 국가들이 국제 공조아래 자국의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만으로 고용회복 등 실물경제를 회복시킬 수 없다는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무역 상대국에게 통화 절상 압박을 가하는 등 타국 경제의 일정한 희생을 담보로 자국 경제의 회생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국제 공조체제의 사실상의 균열이자 무역전쟁의 전초전 성격이라는 우려할 만한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당초 이명박 정부의 기대와 달리 환율전쟁의 격전지가 되고 말았던 2010년 11월 서울 G20정상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환율 문제도 일단 흔히 쓰는 전쟁에서는 벗어났다"면서 환율전쟁 종식을 선언했지만 사실 환율전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우선 환율전쟁을 초래하게 된 내적 동인인 각 국가의 실물경제가 앞으로도 회복세를 타기 보다는 둔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자국 경제 회복을 위해 타국 경제의 희생을 요구하는 환율전쟁의 유인은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축 통화국가인 미국의 적자구조가 앞으로도 지속되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체제에 대한 불신과 도전이 더 확대될 것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는 아직도 위기관리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위기적 조짐들을 잠복시킨 채 불안한 봉합국면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고, 그런 점에서 경제개혁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3. 실물경제는 중국의 손에, 금융경제는 미국의 손에

 

그렇다면 세계경제로부터의 탈 동조화(de-coupling)가 사실상 허구라고 하는 것이 입증된 지금,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재 침체와 여전한 불안정성 환경 아래에서도 어떻게 기대 이상의 높은 실적을 달성하면서 경제개혁 과제들을 묻어버리고 있는가. 더욱이 자유화, 개방화 경제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발전해왔던 한국경제가 유사한 경제 모델을 채택했던 아이슬란드나 아일랜드, 두바이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고사하고 어째서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OECD 국가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올리면서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국가 재정투입임은 부인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GDP 대비 30% 미만의 양호한 국가부채 규모를 유지해왔던 한국정부가 상대적으로 큰 충격 없이 대규모 재정투입을 단행하여 떨어지는 경기지표들을 떠 받쳐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은 거의 모든 국가들이 동시에 시행한 정책이었다. 더구나 2009년에 비해 2010년에는 재정지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2011년에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정부 재정지출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서 대외지향적인 한국경제가 2000년대를 경과하면서 정착시켰던 경제구조 변화를 재검토해봐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구조와 체질 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겪어왔지만, 대외 경제관계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양상이 두드러진다.

 

첫째는 금융시장의 개방화와 자유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 금융시장이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시장 안에 유력 신흥시장으로서 편입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자본 차입시장, 주식 채권시장, 외환시장은 대외적으로는 해외자본의 유출입 규제가 거의 사라지면서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동조화되는 경향이 높아졌고, 대내적으로는 소매금융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가계의 대출과 유가증권 거래 규모가 확대되어왔다. 그리고 이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촉진하는 금융적 기초가 되었다.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은 개방화와 자유화 정도가 매우 높아진 신흥시장인 한국 금융시장에 다양한 경로로 진출하여 한국 소비자 금융시장을 급 팽창시켰고, 은행과 보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막대한 금융수익을 실현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례하여 규모화와 겸업화를 내걸고 덩치를 키워온 국내 은행들과 외은지점들의 수익성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으며, 주가는 2007년 2000포인트를 찍고 시가 총액 기준으로 100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양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한국 금융시장 변동의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가 외국자본이 된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가는 G20서울 정상회의가 열리던 지난 2010년 11월 11일 충격적인 옵션 쇼크 사태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장 마감 10여분을 남기고 동시호가가 이루어지는 시간대에, 도이체 방크 런던 법인 통합계좌를 통해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한 펀드가 한국 도이치 증권을 경유하여 매수차익거래로 무려 2조 3천억 원이 넘는 현물매도와 선물 매수를 쏟아내면서 순식간에 주가를 50포인트 이상 떨어뜨렸던 것이다. 이제 한국 경제의 미국 의존도는 과거처럼 무역시장이나 기술 의존 관계보다는 금융시장에서의 의존도가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

 

 

둘째로, 한국의 실물경제와 상품 무역에서 중국경제와의 연관도가 압도적으로 높아진 점이다. 불과 10년 전인 2000년만 해도 한국의 중국 무역 의존도는 수출이 10%, 수입이 8%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정확히 미국 의존도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 나마도 상당수 무역이 유력 대기업들의 핵심 제품이 아니라 열악한 중소기업들의 저가 상품 거래가 차지했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부차적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특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25%를 대 중국 수출이 차지하게 되었다. 홍콩을 포함하면 무려 30%에 이른다. 그것은 이제 미국의 3배에 가까운 규모가 되었고 1980년대 말까지 미국이 누려왔던 절대적 수출시장의 지위를 중국이 대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영세한 중소기업의 중국 진출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유력 대기업들 중심의 중국 진출과 중국 수출이 대 중국 무역을 주도하게 되면서 한 중 무역은 한국 실물경제 변동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수입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 자본주의 역사 이래 언제나 최대 수입국이었던 일본마저 중국이 대체하게 되었다.

 

특히 한 중 무역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사내 유보율이 700%에 달할 만큼 막대한 자체 자금조달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에는 크게 좌우되지 않는 반면 중국경제의 성장 여부에 따라 기업 실적이 영향을 받는 구조가 되었다.

 

한 마디로 표현하여,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금융경제와 실물경제가 이원화되면서 금융경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자본시장에 깊숙이 편입되었고 실물경제는 중국경제와의 연관도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구조로 대외 지향적 경제구조가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국민경제라는 틀 속에서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정합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축을 향한 원심력 형태로 이원화된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성은 금융위기에 대한 한국경제의 대처 양상과 이후 회복 양상에도 그대로 특징이 드러나게 된다.

 

 

4. 미국 효과로 부풀려진 금융시장 활황, 중국 효과에 의지한 실물경제 회복

 

우선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08년 말 무렵, 한국경제는 개방화된 외환시장과 증권시장, 그리고 은행의 차입시장 경로를 통해 위기 충격이 가감 없이 전달된다. 환율 폭등과 주가폭락, 은행 대외차입 시장 경색이 현재화되면서 외국자본 유출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질주했다. 그런데 2009년 2분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반대 방향의 흐름이 뚜렷해졌다. 한국 금융시장으로의 자본유입이 시작된 것이다. 2010년 까지 매해 30조원 규모의 해외 자금이 증권시장에 유입되었고 채권시장에는 그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왔으며, 국내 은행의 차입시장도 신용경색이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서게 되었다.

 

특히 2010년 하반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발표 여파로 자본유입이 가속화되자 주가는 2000선에 육박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상승세를 구가했다. 이제는 과도한 자산거품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고 유입된 외국자본이 또 다시 유출로 방향을 틀 경우 예상되는 충격을 대비해야 하는 실정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다수 정책 결정자들과 매체들은 주가 2000 재 돌파에 환호하면서 한국 증시의 활황이 마치 한국경제의 탄탄함을 입증해주는 징표가 되는 것처럼 들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물경제로 주의를 돌려보자.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실물경제로 전이되자 한국경제도 곧바로 침제에 접어 들어섰지만 오래지 않아 강한 반전 국면으로 진입했다. 그것은 한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풀려 은행들이 적극적인 신용공급을 재개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흔히 지목되는 요인은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와 환율효과이다. 부분적으로는 타당한 진단이지만 실물경제 회복 요인을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환율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우리나라 원 달러 환율은 2008년 1100원대에서 2009년 1270원대로 올라감으로써 확실히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증대 효과가 있었으며, 주요 경쟁 상대국인 일본의 환율 하락이나 대만의 미미한 환율상승에 비해 유리한 효과를 누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2010년에는 환율이 반대로 1160원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100원 이상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30%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을 일반적인 환율효과로 돌릴 수는 없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증가는 2009~2010년 사이 매년 1%이상씩 수출비중이 커지면서 평균 수출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수출 확대를 가능하게 한 중국효과(China Effect)때문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의 분석결과에 의하면 2008년 상반기에서 2010년 상반기 2년 동안 한국경제 GDP성장률 4.2% 가운데에서 그 절반이 넘는 2.2%는 대 중국 수출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3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우리의 외환보유고 확대 역시 대 중국 무역이 절대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2010년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는 390억 달러를 초과하면서 규모가 늘어나는 반면, 미국과는 겨우 76억 달러 흑자로 흑자폭마저 줄어들고 있고, 일본과는 -310억 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늘어나는 것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이처럼 한국의 실물경제 회복과 성장에는 환율효과에 감춰진 중국효과가 작용했던 것이고 그 수혜를 주로 대기업이 입으면서 대기업 실적도 크게 호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대침체 가운데에서도 중국경제가 8~9%의 고성장을 지속시키면서 세계 경제규모 2위에 등극했던 효과를 인접 무역 상대국인 한국이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국 경제가 1% 성장하면 전 세계 국가들에게 3년 뒤에는 0.2%포인트, 5년 뒤엔 0.4%포인트 추가 성장 전이 효과를 낸다는 분석도 있을 만큼 현재 중국경제가 한국 경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 전체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 중국 수출 비중 27%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대 중국 무역비중이 큰 중국의 인접 국가가 한국이다. 중국 효과가 그 어떤 나라보다 가장 크게 파급되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일부에서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70%가 중국의 대외수출을 위한 중간재 형태이고 중국이 최종 소비지로 수출되는 비중은 아직 30%정도이기 때문에 중국 효과란 사실상 선진국 경제회복 효과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경제 침체로 제한된 세계 시장에서 한국경제가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수출을 확대하는 문제와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등에 업고 수출을 확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아직 제한적이지만 중국 내수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경제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 한국경제의 자생력 회복을 위한 경제개혁 과제

 

한편에서는 미국경제가 위기 탈출방안으로 내놓은 2차 양적완화 기류를 타고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자금이 밀어올린 주가상승 분위기와, 또 다른 편에서 중국경제의 고 성장에 편승하여 늘어나는 수출로 얻는 경제 성장률과 무역수지 흑자에 도취되어 구조 개혁과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상황이 오늘의 한국경제이다. 한국경제의 취약한 체질개혁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불안정한 대외변수가 만들어 준 기대 이상의 성적에 환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대외변수에 기댄 양호한 실적들은 글로벌 경제의 재 둔화 추이로 인해 부정적 측면들이 확대되고 있다. 거시 경제 지표만 보더라도 2010년 상반기 국내 총생산이 전년 대비 7.6%였지만 하반기에는 4.6%로 추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이는 201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선행지수를 포함하여 광공업 생산지수, 설비투자와 수출 동향, 취업자 수 동향 등 대부분의 경기 지표들도 거의 대부분 상승 보다는 둔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짧은 회복, 재 둔화’라고 하는 글로벌 경제의 추이를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외변수에 의해 창조된 성장 실적의 마취에서 깨어나 우리 경제의 실체를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대외적 변동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대외 요인이 언제까지나 한국경제에 우호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불안정하게 과열되고 있는 금융시장에 방화벽을 구축해 안전장치를 서두르는 것이 한국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긴요하다. 금융 산업이 현대 경제 발전을 위해 여전히 필수적인 영역인 것은 틀림없지만,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발상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발상아래 추진된 금융 개방화, 자유화 역시 긍정적 효과 보다는 부정적 문제점이 크다는 것이 공유되면서 신흥국들이 앞 다퉈 자본 유출입 통제(Capital Control)에 나서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어쩌면 2010년 11월 G20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가장 중요한 결론은 “변동환율제하에서 환율의 고평가가 심화되고 있는 신흥국들은 신중하게 설계된 거시건전성 규제 도입을 통해 대응할 수도 있다”는 대목일 것이다. 외환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본 유출입 통제를 정당화해준 문구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자본통제로 방화벽 구축 -> 안전성이 확보된 금융시장의 공익적 성격 확대 -> 실물경제 지원 복원이 금융경제 개혁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

 

 

 

신흥국들이 취하고 있거나 예정인 자본 유출입 통제

구분

국가

(예상) 조치

이미 도입

브라질

외국인의 자국통화 표시 채권, 주식투자에 부과하던 거래세율을 6%로 계속 인상

인도네시아

외국인의 중앙은행채권 매입시 최소 1개월 보유 의무를 부과

태국

외국인 채권투자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15%) 면세조치를 폐지

대만

유입된 외국인 투자 자금 중 대만 국채 및 MMF 상품 투자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

중국

금융회사들의 차입규모 쿼터제를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외화유입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

추가 도입

브라질

거래세율 인상, 국채 투자에 대한 자본 소득세 부과 가능성

인도네시아

단기 국채에 대한 보유기간을 현행 1개월에서 추가 연장

태국

주식 투자 과세 등

인도

통화 당국은 부인중이나 시장에서는 규제 도입 가능성 전망

대만

국내 유입 자금 중 투자되지 않은 자금에 대한 fee부과 고려

신규 도입

말레시아

중앙은행 총재, 필요시 해외자본유입에 대한 공동대응 시사

콜롬비아

통화 당국은 부인중이나 시장에서는 규제 도입 가능성 전망

필리핀

역내 NDF에 대한 규제강화 고려, 외채 구조 및 상환일시 변경 고려

* 한국은행, “신흥시장 주가, 채권가격, 환율 강세의 배경과 정책 대응”, 2010.12

둘째로, 한국 실물경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한 중 경제관계가 상호이익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한 중 무역 의존도는 되돌릴 수도 없고 대체할 수도 없으며 오히려 2010년대 내내 더욱 강화되어 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중국효과는 무역뿐 아니라 국내 경제구조와 고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인데, 금융위기 이후 370만까지 떨어졌던 제조업 노동자가 최근 410만 명까지 회복되면서 경기상승과 고용흡수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중국효과와 연관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2000년대 초반까지 대 중국 관계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저가 임가공이 퇴조하고 이후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주력 상품들의 생산기지로 변모했던 것처럼, 향후에도 빠르게 경제 무역관계의 형태가 변화해갈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한국경제가 기술력과 자본력의 비교우위를 앞세워 무한 팽창할 수 있는 ‘기회의 땅’처럼 중국시장이 간주되었지만, 언제까지나 중국이 시장을 내주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소지도 얼마든지 있다. 조선업의 사례에서 이미 그 단초가 나타나고 있고 중국이 최근 외자에 대해 베풀었던 대부분의 특혜를 철회하면서 외자 의존도를 줄여가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 산업전망과 무역전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 중 경제 전략이 필요한 지점이다.

 

특히 우리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며 인접국가로서 중국 경제는 적어도 생산과 무역 면에서 세계경제의 중심지대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한 축을 아시아로 이동시키고 있다. 향후 한국의 실물경제는 글로벌 차원 이전에 ‘아시아 속의 한국경제’라는 구조 틀, 특히 한 중 경제 관계라는 구조에 의해 규정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이에 비하면 정부가 그토록 많은 양보를 통해 타결한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주는 영향은 부차적인 것이다.

 

또한 2010년 11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이 입증해주고 있는 것처럼, 현재의 중국 효과는 일부 대기업과 정규직 이상으로 수혜의 범위가 확대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대기업들의 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늘어나면서 국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대 중국 경제 전략이 일부 대기업만의 ‘황금 시장’이 아니라 다수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국가가 나서서 대중 경제 전략을 펴야 하는 이유다. 한미 FTA 변수가 아니라 중국 변수를 고려한 한국경제의 산업구조 개혁과 무역구조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의 미국변수와 실물시장에서의 중국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대외적인 호조건 그늘에 감춰진 국내 경제의 허약 체질은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를 통 틀어 한국의 내수시장은 금융업 - 건설업 -부동산 시장이 서로 얽히면서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금도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국민들의 경제생활을 짓누르고 있는 3대 악재, 즉 고용의 양과 질 악화, 가계 부채의 증가,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충격 우려를 안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은 2009~2010년 2년 동안 고용은 연 평균 10만 명 남짓밖에 늘어나지 않았으며, 반대로 가계 부채는 2008년 말 688조원, 2009년 말 734조원으로 늘었고 2010년 9월말까지는 다시 770조원으로 불어났다. 소득 여력과 차입 여력이 소진된 국민들이 더 이상에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수 없기 때문에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를 피할 수 없으며 ‘집 있는 빈곤층’이라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그간의 중산층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건전한 국내경제 체질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금융과 건설, 부동산을 엮는 개발방식을 접어야 한다. 대신 중소기업 중심의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고, 영세 자영업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발전적으로 유도하며, 절대 취약 분야인 사회서비스를 산업적 중추 분야로 육성해야 한다. 금융위기 와중에서 사회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은 상당한 공감대를 얻었지만 여전히 정부의 일회성 예산지원이나 의료산업 개방화나 민영화처럼 신자유주의적 사고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한국 내수의 주력 산업이었던 건설업을 대체하는 주력산업으로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익적 성격을 살려 육성할 필요가 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 / 01 / 11      정태인/새사연 원장

저는 토, 일요일에 더 오래 근무합니다. 번거로운 회의도, 전화도, 또 저녁의 약속도 없는 때야말로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때론 밤샐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늦어도 9시에는 집으로 출발합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보기 위해섭니다. 완전히 따로 노는 우리 네 식구도 이 때만은 한 자리에 모입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집의 세 여자가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걸 짐짓 놀리면서 콧등이 시큰해지는 걸 참아야 했습니다. 뭐 이런 황당한 얘길 보면서 감동을 하는가, 판타지 때문이 아닐까? 우리 가족이 “성균관 스캔들”에 열광했던 것까지 떠올리면 이 혐의는 더욱 짙어집니다. 우리가 흘린 눈물이란 현실 외면의 카타르시스가 아니었을까요?

 

시크릿 가든의 작가는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쓰면서도 오히려 주인공의 입을 빌어 그게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되풀이해서 상기시킵니다. 또 구질구질한 현실을 불굴의 의지로 씩씩하게 헤쳐 나가자는 거짓말도 하지 않습니다. 순도 100%의 판타지를 통해 우회합니다. 현실을 비틀지 않고 ‘시크릿 가든’이라는 딱 하나의 설정을 통해 감동까지 주면서 단숨에 뛰어 넘어버립니다.

 

***

 

참 시답지 않은 사람이 우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원장이 되었구나,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원들과 함께 새사연을 ‘시크릿 가든’으로 만들 작정입니다. 딱 그 하나 때문에 현실이 뒤바뀌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2년 뒤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기적적으로 여러 조건이 만족되어야 합니다. 정책 연합이 그 중 필수 요소라는 건 아무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연합정권이 내부에서 따지지 않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그런 정책꾸러미를 지금부터 1년 내에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야4당 정책연구원과 민간 정책연구소들이 함께 만들어 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새사연이 맨 앞장에서 모든 주제의 합의안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정치연합은 후보단일화로 축소.왜곡되고 우리는 또 실패할 겁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말한다”는 우리의 막연한 짐작을 엄연한 사실로 확인해 주었습니다. 삼성은 이제 한국의 검찰, 행정부, 사법부, 언론까지 장악했습니다. 이제 “승자의 저주”가 시작될 겁니다. 기업지배구조 면에서 삼성이 위험하다 하는데 그건 곧 한국이 위기에 빠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미 삼성은 세리보고서를 통해서 한국의 의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새사연은 삼성보고서들의 거짓말을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또한 삼성과 관련한 모든 자료와 정보, 운동을 모아서 “좋은 삼성 만들기” 네트워크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삼각동맹(재벌-경제관료-조중동)의 정중앙을 조준하겠습니다.

 

***

 

이순신 장군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함이 있다”고 했지만 기실 장군의 승리는 수많은 백성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전란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이 항상 우회할 수 밖에 없었던 무적함대가 어찌 단기간에 만들어졌겠습니까? 우리에게 “시크릿 가든”의 시크릿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까지 9명의 연구자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참여와 후원이 필요합니다.  “그래 특별히 회비를 더 내자!” 대단히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이상을 바랍니다(손석춘원장과 정반대로 정말 뻔뻔하죠?^^)

 

바로 여러분 옆에 있는 한 사람을 회원으로 초대해 주십시오. 좋은 삼성을 만들기 위해 발랄한 아이디어를 내 주십시오. 우리가 발표한 정책의 구멍을 메워 주십시오.

 

여러분을 시크릿 가든으로 초대합니다.


2011년 1월 12일  정태인  올림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