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 / 새사연 이사장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구성하는 시민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위한 경제 조건이겠지만 주거, 교육, 육아, 건강의 문제 등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 중에서 양질의 보건의료는 경제 수준, 복지 수준과 함께 발전하면서 그 나라의 선진성의 지표라고 볼 수 있다. 보건의료의 발전은 보건의료체계라는 틀을 통해서 달성되며, 그에 따라 각 나라마다 정해진 자원과 재정을 운용하면서 의료 인력 및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나라의 보건의료 정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일차의료이다. 일차보건의료는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이 겪는 대부분의 건강상의 문제들에 대해 가장 먼저 접하고, 포괄적이면서 지속적인 관리를 하게 되는 과정으로서 질병의 예방과 교육, 적절한 의학적 치료, 여러 전문가들과의 통합적 환자 관리를 통해 나라의 건강지표를 향상시키며, 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선진 외국과 달리 한국은 12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의료의 질적 발달 보다는 양적 팽창을 중심으로 한 의료정책과 의사들은 자영업자 의식을 중심에 두게 된 관행적 사고 때문에 다소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오기도 하였다. 의사 수가 많아지고, 전문의 제도가 급속히 확대되는 가운데 1977년 공적 건강보험의 시작과 1989년 전국민건강보험제도의 확대 속에서 의사들은 비로소 사회와 의료공급자인 의사로서의 관계를 인식하게 된다. 건강보험제도는 다행히 자리 잡는 모습을 보였지만, 같이 시도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일차보건의료 개혁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한국의 보건의료 문제는 점점 여러 가지로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그러한 위기 상황이 피부에 와 닿기 전이지만, 이제 의료 재정의 문제나 의료서비스 공급의 문제, 의료 자원 배분의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이 터져 나올 것이다. 외국이 1980년대를 거치면서 심각하게 고민해온 의료개혁의 문제들이 이제 한국에서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그들과 똑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임을 선험적으로 인지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필요가 절실해지고 있다.


이 글은 이렇게 시민들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들 중에서 건강의 문제를 다룰 것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보건의료 정책의 내용을 풀어나갈 것이다. 여러 보건의료의 문제들을 간단히 요약하다시피 서술하면서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핵심인 일차보건의료의 방향을 가장 중요하게 제안할 것이다. 물론 그 방향은 발달된 의료제도의 형태를 목적의식적으로 의식하면서 그 노정에 있게 될 현실 속의 일차보건의료제도의 내용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이루지 못한 경제 발전과 건강지표의 달성과 같은 밝은 우리의 현실 뒤에는 노인 인구의 증가나 총인구의 감소, 소득 격차로 인한 건강 불평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 재정의 문제나 불완전한 의료 전달체계,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놓여있다. 이러한 현실들은 오래 지나지 않은 미래에 우리의 의료체계를 흔들 것이며, 의료서비스 수혜자인 국민들이나 공급자인 의사들 모두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모두가 인지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파행적 국정 운영에 대한 전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19대 대통령선거가 조기에 치러질 가망성이 있는 이 시점에 선거를 준비하는 집단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보건의료에 관한 정책 제안을 보내는 바이다.



Ⅰ. 한국 보건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보건의료는 사람의 삶과 함께 해 왔다. 고열 때 일연의 단군 기록에 보면 환웅천황이 풍백, 운사, 우사를 거느리고 곡식, 수명, 질병, 형벌, 선악들을 주관하고 무릇 인간사 삼백육십 여 가지를 주관하며 인간 세상을 다스렸다, 라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역사가 깊다. 삼국시대를 거치면서 의학이 발전하고 고려에 들어 제도화 되고 민중들을 위한 혜민국, 제위보, 동서대비원 등이 만들어지고, 정규 의학교육도 실시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더욱 발전하고 고려 때의 것들을 계승하면서 역할과 이름도 비슷한 혜민서, 제생원, 동서활인원 등이 운영되었다. 한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 등 중요한 의서들이 만들어지고, 의학교육의 정규화 및 의료체계가 자리 잡힌 것도 이 당시였다.


1880년대 말부터 서양의학이 들어오고 일제강점기를 맞으면서 한의학의 자리를 서양의학에 내주게 되었고, 의료 체계는 새로운 의학에 의해 재편된다. 서양 의학은 중앙을 중심으로 확장했고,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하다보니 지역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다행이 선교사들의 힘에 의해 여러 지역에도 의료기관이 세워져서 민중들을 위한 보건의료 활동이 이루어지고, 아직까지도 사람이 사는 곳곳에는 몰락해가는 한의원이나 한약방들이 그래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의 의학을 발전시킨다거나 전국의 보건의료 문제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생각이 없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오로지 총독부를 중심으로 위생이나 보건의 문제를 중심으로 다뤘고, 모든 것은 식민지 병참기지화나 일본의 침략을 위한 기반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에서의 의료체계는 발전할 수 없었다. 해방 이후 미군정 시대, 정부 수립 후 지금까지도 우리는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만들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다보니 지금까지 흘러왔다.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게 일차보건의료인데 여러 전문의들이 혼재되어 있는 기현상, 비효율적인 의료체계 속에서 의사나 의료 인력들은 불필요한 경쟁과 소모적인 노력을 경주하며 힘들어 하게 됐고, 시민들은 뭔지 모를 의료 체계 속에서 자신의 건강 권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나 정치인들은 어느새 방관자가 되거나 약소한 정책 변경 정도로 생색을 내고 있을뿐, 치솟는 의료비에 대한 대책이나 국가 50년 대계의 보건의료 체계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 한국 보건의료의 문제,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나?


   (1) 의사들, 먼저 나서서 시민들을 위한 의료를 이야기하자.


한국 의료의 공공성 부재, 의사들의 자영업자 의식은 그동안의 역사에서 길들여진 것이다. 한국에서 보건의료 문제를 생각할 때 여러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흔히들 어떤 정책에 대해서 의사들의 반대가 심하다, 너무 자신들의 병원 경영에만 신경 쓴다 등 의사들의 이기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며 정책 실현의 어려움의 중심에 의사들이 있음을 강조한다. 겉으로는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래된 문제와 본질의 것이 왜곡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사들은 원래 보수적이라서 웬만하면 정부 정책에 호응하며 지냈었다. 박정희나 전두환, 노태우 때처럼 독재정권이라면 힘에 눌려서라도 복종을 했고, 그 시절이 아니더라도 타협하며 지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을 여러 차례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김영삼 정부가 추진하던 ‘주치의등록제도’가 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됐고, 김대중 정부 초기에 야심차게 준비하던 ‘단골의사제도’ 역시 시작도 못해보고 묻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부와 의사들의 대화가 잘되는가 싶더니 ‘선택의원제’ 문제로 다시 격돌했고, 포괄수가제 문제로까지 대립이 이어졌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 때는 의사협회장이 앞장서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의사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이 동참했다. 그다음에 돌아온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정책과 저숫가뿐이었다. 그 당시에는 의사들에게는 자승자박, 자업자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토양은 도대체 언제부터 만들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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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형 / 새사연 이사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국내 부동산시장은 상고하저 현상이 뚜렷하였다. 2015년 하반기 미국발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2016년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하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공포는 쉽게 잊혀졌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던 2015년 공급물량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6년 주택공급은 전년과 비교하여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상반기 가격하락에 대한 공포가 잊혀 지면서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증가하고 거래가격도 2006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분양시장은 사상 최고치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가 시장에 유입되었다. 주택거래 증가와 신규 분양물량 증가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2016년 11월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 정부는 일부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다. 12월 미국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주택시장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 기초한 주택시장의 성장은 임계점에 도달하였다. 저금리에 기초하여 부채를 늘려 주택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은 한계점에 도달한 가계부채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오히려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경우 주택시장은 급격한 가격하락이 발생하고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가 파산하는 경착륙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적정 수요를 두 배 이상 초과하여 공급된 분양주택의 본격적인 입주가 다가오는 2017년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2017년 장기불황 초입에 들어서고 있는 국내 부동산시장의 현황과 요인을 점검하고자 한다. 주택시장의 현황과 더불어 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킨 지난 10년 보수정권 집권 기간에 발생한 문제가 무엇인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주택시장 위기의 시작과 선택의 기로


시간을 5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하우스 푸어로 대표되는 가계부채 문제였다. 2010년 이후 국내 주택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만들어졌다. 주택시장의 가력하락이 이어지면서 거래량도 감소하였다. 2006년 9월 30,000건에 육박하였던 아파트 거래량은 2012년 10월 3,000건 수준으로 떨어져 최고치 대비 1/10토막이 났다.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부진이 이어지면서 가계대출의 연체율도 급증하였다. 2010년 0.5%를 기록하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2년 1%로 증가하였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주택을 구입하였던 소유자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과 주택가격 하락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었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소유자들의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증가되고,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파산하여 국내 주택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속히 퍼져갔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방치할 경우 국내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공포가 언론을 통해서 연일 보도되었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세력은 다름 아닌 하우스푸어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었다. 금융기관은 하우스푸어의 대규모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하우스푸어 문제의 핵심은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주택가격이다.


2000년 이후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였고 국내 주택가격은 국민들의 소득수준 대비 높은 수준을 형성하게 되었다.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도 함께 상승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이 조정국면에 진입하면서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계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주택가격을 조정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주택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고통이 수반되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우스푸어로 대표되는 주택시장의 위기는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하여 시장의 안정을 달성할 것인가 혹은 당장 고통을 외면하고 주태가격 상승으로 이 문제를 이월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더 많은 빚으로 덮어버린 가계부채


정부는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주택시장의 구조조정 대신 인위적인 가격상승으로 문제를 덮어버리는 손쉬운 해결책을 선택하였다.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완결판인 4.1부동산 대책은 인위적인 주택경기 부양대책 기조로 일관하였다. 우선 정부는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공급과잉을 지목하였다. 주택시장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하여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공급을 축소하였다. 주변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었던 보금자리주택은 민간건설사가 지속적으로 폐지를 주장하였던 정책이었다. 정부는 공급과잉을 이유로 이를 간단히 수용하였고 주택공급은 민간건설사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여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기 위하여 정책이 도입되었다. 2013년 수익·손실공유 모기지대출을 통하여 주택수요자에게 연 1~1.5%의 파격적인 금리로 대출하는 상품을 출시하였다. 수익·손실공유 모기지대출의 재원은 주택기금을 재원으로 조성되었다. 2013년 당시 주택기금의 주요재원이었던 청약저축의 이자율은 3.3% 수준이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주택구입자를 지원하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2013년 9월 출시된 수익·손실공유 모기지대출은 출시 한시간만에 2조원이 대출되는 진기록을 기록하였다.


정부의 주택경기 부양대책에 맞추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기 인하하기 시작하였다. 2011년 7월 3.25%를 기록하였던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3.00%, 10월 2.75%, 2013년 5월 2.50%, 2014년 8월 2.25%, 10월 2.00%, 2015년 3월 1.75%, 6월 1.50%, 2016년 6월 1.25%로 인하되었다. 2014년 7월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가계부채의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 상환비율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하였다. 담보인정비율은 70%로 확대되었으며 총부채 상환비율은 60%로 확대되었다. “빚내서 집사라” 구호가 주택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인위적인 주택경기 부양대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전환에 따라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수요자들이 주택을 매입한 결과, 매매수요 증가에 따라 주택가격도 동반하여 상승하였다.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가격은 2013년 상반기 이후 상승세를 기록하였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2014년 평균 2.41%, 2015년 6.09%, 2016년 7.5% 상승을 기록하였다.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2008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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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진 / 새사연 이사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후대에 마을살이,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같은 마을운동을 연구할 학자들은 2012년을 흥미롭게 관찰할 듯하다.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공동체) 만들기(활성화) 지원 조례’라는 명칭의 자치법규 제정이 크게 늘어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공동육아, 방과후학교와 같은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지방선거 등에서 드러난 민심(전형적 개발공약 및 선심성 공약에 대한 거부감, 연대와 주민참여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2017년은 대선, 2018년은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제도적 지원근거가 마련되기 시작한 지 4~5년차에 접어드는 마을살이가 여러 사회⋅경제⋅정치 변수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의 유행이 아니라 당연한 정책 영역으로 남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2012조용한(?)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 지역공동체, 지역만들기, 자치공동체, 도시재생과 같은 용어를 제목으로 하는 자치법규 중에서 마을이나 공동체에 대한 지원내용을 담아 제정 또는 전부 개정된 조례는 2016년 12월 말 기준으로 171개에 달한다. 제정(또는 전부개정)된 시기별로 집계하면 2004년 처음으로 관련조례가 제정된 이후 2011년까지 26개의 실적이 있었다.


2012년 이후의 실적은 2012년 42개, 2013년 30개, 2014년 17개, 2015년 23개, 2016년 33개로 2011년 이전과 비교하면 여러 지자체에서 마을살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다음 <그림 1>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논의했듯이 2012년부터 관련조례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마을현장에서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겠지만, 연대와 협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그에 따라 보편복지와 같은 이슈가 선거에서 이기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마을이 중한 지역?


마을살이 관련 조례가 지정된 광역지자체는 17개 광역시도 중 울산광역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3곳을 제외한 14곳이다. 기초지자체의 제정여부를 살펴보면,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53%에 해당하는 121개 단체에서 관련조례가 제정되었다.


아래 <그림 2>를 참고하여 광역시도별로 보면, 서울과 광주의 경우 모든 기초지자체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하였다. 이밖에도 인천과 경기도의 경우 80% 이상의 기초지자체에서 관련조례를 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수도권 지역에서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도시지역(자치구 및 시) 및 비도시지역(군)별로 관련조례 제정 여부를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도시지역 114개 단체 중 65%에 해당하는 94개 지역, 비도시지역 84개 단체 중 32%에 해당하는 27개 지역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다. 즉, 도시지역에서 마을살이에 대한 관심이 비도시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가 빚어진 요인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다. 비도시지역의 경우 여전히 지역 내 관계망이 중요하게 작동되는 사회구조가 유지되고 있어서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주요 이슈가 아닐 수 있다. 또한 인구밀도가 공동체가 형성되기 어려울 정도로 감소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자치단체장의 철학이나 정치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별 지자체의 여건과 특성을 세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을살이를 지원할 의지는 있나


2017년 2월 3일 기준으로 법제처 DB에 기록되어 있는 법령은 4,882건, 행정규칙은 14,293건, 자치법규는 98,095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과 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지원정책이 모두 구현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집행부서의 실행의지와 의회의 예산편성이 정책구현의 기본조건이다.


그런데 마을공동체 활성화처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정책의 경우에는 공공의 실행의지와 예산만으로는 제대로 구현되기 어렵다. 그래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공공정책과 마을현장 사이의 가교가 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표 2>로 정리한 관련조례에 중간지원조직을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현황을 살펴보면, 17개 광역시도 중 관련조례를 제정한 14개 단체 모두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였다. 한편 기초단체의 경우에는 관련조례를 제정한 121개 단체 중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곳은 70%에 해당하는 85개 단체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정책을 구현해 나가고 있는지는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각각의 실태를 세세하게 살펴봐야 정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을살이의 특성상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없다는 것은 곧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마을살이와 관련된 중간지원조직을 운영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마을공동체 지원 역할도 수행하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포함하여 집계하면 광역지원센터는 11개 광역단체에 14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기초지원센터는 77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를 포함하여 집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살이 관련 지원센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기초단체 수인 121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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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운/ 새사연 연구 위원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665년 런던은 흑사병으로 5만 명 이상의 시민을 잃었다. 이듬해 1666년에는 런던 대화재가 일어나 엄청난 대혼란이 뒤따랐다. 이 시기 아이작 뉴튼은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학의 위대한 기초를 세운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기적의 해(Annus Mirabilis)”라고 부르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기적의 해”는 시인 존 드라이든이 학사병과 런던 대화재, 네덜란드와의 전쟁과 같은 고난을 극복한 영국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다. 2017년 세계경제는 과연 “기적의 해”가 될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다른 모든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2017년 세계경제는 “공포의 해(Annus Horribilis)”가 될 것이며, 세계시민들은 가장 자본주의적인 크리스마스를 맞게 될 것이다.


스케치 최근 세계경제의 사정


세계경제는 이미 “최장기 수준에서 경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진입했다. 대단히 부정적인 진단이지만, 이를 부정하는 것 또한 상당히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낙관적인 세계경제 전망은 우리시대의 것이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의 역사에서 볼 때, 부정적인 진단과 전망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1849년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당시 자본주의 사회의 대중의 빈곤과 극심한 불평등을 보며 경제성장과 이윤 그리고 분배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자들을 가리켜 “우울한 학문에 종사하는 존경하는 교수님들”이라고 풍자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우리시대에 다시 경제학이 우울한 학문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최장기 수준에서 경기침체(secular stagnation)”을 처음 제안하고 유행시킨 로렌스 서머스는 그 뜻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최장기 수준에서 경기침체가 의미하는 바는 경제가 항상 침체상태에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 말이 담고 있는 것은 통화정책을 통해 침체를 성장으로 변경시킬 수 있으나, 이 경우 상당한 정도의 금융 불안정을 대가로 치를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인 우리시대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언젠가부터 경제 전망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어조는 부정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다음해에 대한 경제 전망은 매번 다시 발표되는 수정 본을 통해 하향조정(downward revision) 되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중국이다. 2014년 이후 중국은 7%대 성장을 멈췄고 반복적인 하향조정을 통해 이제는 5%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 수준도 지키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중국마저도 유행처럼 되어버린 하향조정의 트렌트를 비켜가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 중국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을 짜고 추진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국제무역이 감소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시대 경제의 핵심어는 부채와 위기이다.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이 두 핵심어가 우리시대를 상징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계속되는 저성장의 원인과 우리가 어떤 체계 하에 놓여있는가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제가 계속해서 저상장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부채 동학과 위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채, 즉 빚이 성장을 만들었고 한계에 다다르면 곧이어 위기에 빠져드는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부채 동학에 의한 성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성장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최종적 위기 바로 직전의 아름다운 시절(belle époque)이다. 따라서 부채동학은 단순히 빚이 많아졌고 벌이도 없는데, 돈을 빌리는 파렴치한 짓 수준에서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축적체계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부채-위기 축적체계가 만든 낯선 현상이다. 프랑스의 유력지 Alternatives economique에 크리스티앙 샤비뉴(Christian Chavagneux)는 이를 자본이 주도하는 “탈세계화의 힘(Les forces de la démondialisation)” 라고 주장하는 글을 발표하였다.


현재 세계경제는 자본의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국들 뿐 아니라 국제금융과 여기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나라들 간 호혜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적대적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지나가고 자본의 탈세계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는데, 이는 세계시민들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세계화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탈세계화의 폭압적인 질주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노동자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탈세계화의 위험에 가장 먼저 그리고 크게 노출되는 대상은 후진국과 신흥국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학력, 노동 숙련도, 성별, 노동조합 미조직 정도에 따라 겪을 피해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은 가장 나중에 비교적 약한 수준으로 그 피해를 겪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성장 정도와 사회복지의 수준에 따라 시민들의 처지가 결정된다는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의 “지리적 시민성” 개념은 세계 시민이 처한 비극을 잘 조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샤비뉴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샤비뉴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주의는 승승장구 했던 시기를 지나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화도 예년 같지 않다. 더 이상 국제금융과 국제무역이 호황을 누리며 전세계모든 나라가 이익을 볼 것 같지는 않다. 무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쇠퇴하고 있다. 기업의 자회사 거래가 국제무역의 급격한 하락을 겨우 막아내고 있을 뿐이다. 국제 무역의 60%는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 간에 발생하는 거래이다. 이렇게 보면 쇠락하고 있는 국제무역의 흐름은 기업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며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금융 쪽도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적 수준에서 은행 간 대출의 규모는 2007년~2008년에 비해 약 33% 감소하였다. 유럽의 경우 이런 사정은 더욱 극적이다. 2015년~2016년의 대출규모는 2008년의 절반 수준이다.


세계경제가 이미 장기침체에 진입했다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것은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였다. 피케티는 불평등의 심각한 상황을 강조했지만 실상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경제성장이 예외적으로 높았던 전후 경제성장의 “영광의 30년”을 제외하고 나면 매우 예외적인 순간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거시 성장론의 대가 로버트 고든(Robert Gordon)은 현재의 기술혁신이 과거 생산성 향상효과에 기여한 것보다 훨씬 저조할 것이라며 앞으로 25년간 기술혁신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더라도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고든은 기술발전이 경제성장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솔로우의 생산성 역설”에서 가장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는 “당신은 컴퓨터 세상이 된 것을 모든 곳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단 한 곳 생산성 통계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하며 기술발전이 생산성 향상, 곧이어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못하였음을 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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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경제주거노동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의 시작은 여느 해와 분명히 달랐다. 새해를 맞아야 할 대한민국의 시계는 매일같이 새롭게 밝혀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과거 시간대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간 국정운영은 ‘불통’으로 일관되었다. 그러나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으리라곤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그 ‘불통’의 시간 안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무고한 학생들과 탑승객들이 희생당하였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는 시민들이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긴급 재난 상황에서 대한민국 최고 통치권자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역할을 못 했는지 이제야 그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세월호 아이들이 생사를 오가던 ‘7시간’동안 청와대는 왜 손 놓고 있었는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는데 동조한 문화계 인사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그 진실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난 석 달간 대한민국에서는 박근혜 게이트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은 각계각층의 인사 청탁과 비리로 물들어져 있었고, 소수 권력층의 잇속을 채우기에 바빴다. 정부와 기업, 문화, 교육, 경찰 등에 만연된 인사 비리에서 대학입시 부정까지 권력이 개입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정권의 입맛을 맞추지 않으려는 사람은 스스로 직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입시에 여념이 없던 수험생들, 경쟁사회에 내몰린 청년세대에게 이 부정한 현실은 너무 큰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어디 그 뿐인가. 인양은커녕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로 세월호 참사는 1000일을 맞았다.


부가 부를 불리고, 상위 1%의 권력이 대한민국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고 있다.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는 수십만 개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국회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가 열려 관계자 청문회가 잇따르고 있고, 특검팀은 국정농단에 공범한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수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불안한 노동시장, 협소해진 사회안전망에 최근 정재계 게이트까지 겹치면서 사회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자살률 세계 최고, 노인빈곤율 세계 최고, 저출산율 세계 최고에 사회 불신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위험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 사회 안전핀 역할을 해온 사회복지망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직격탄을 맞으며 후퇴한 사실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갈등’의 복지로 전락


박근혜 정부는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기조를 전면에 내걸었으나, 이는 결국 ‘갈등의 복지’로 한계를 드러내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이름 그대로 개인이 맞닥뜨린 생애에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협소한 복지 예산에 복지공약은 줄줄이 뒷걸음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담이 지자체나 개인에게 전가되면서 매해 복지 책임을 둘러싸고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현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줄곧 강조했다. 국정 5년간 세출을 줄여 81.5조원, 세입을 늘려 53조 원을 더한 134.5조 원(연평균 27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2013년 집권 초기에는 ‘박근혜 정부 공약 가계부’까지 발표하며, 세입과 세출 관리만으로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 공약을 이행하겠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약속한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초등 온종일돌봄, 4대중증질환 비급여 부담, 반값등록금 등 대부분이 애초 시행하기로 했던 수준보다 후퇴 하였다. 심지어 고교 무상 교육처럼 아예 시작도 못한 공약도 있다.


이제는 ‘증세 없는 복지’가 사실상 불가능했음을 인정하는 것만 남아있다. 재정 수입과 지출은 현 정부의 임기 초기부터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임기 막바지에 들어서 부처마다 세출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기에 바빴다. 지난 4년간 세입 측면에서 기업의 책임은 축소 된 반면, 경기불황에 소득마저 정체된 근로자부담은 더욱 무거워졌다. 정부 세입 중 근로소득세는 2015년에 28조원을 기록하여 2011년 대비 49.5%나 급증했다. 이에 반해 세입 중 법인세는 2015년 45조원으로 2011년 대비 0.3% 늘어난데 그쳤고, 총세수 대비 법인세율은 2011년 25%에서 2015년 현재 22%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정부가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입법화하면서 ‘건전재정’이나 ‘균형재정’을 내세워 세출마저 조이고 있다. 이는 경제 악화로 세수마저 줄어들 전망에 따라 향후 재정 악화를 고려해 만든 대비책으로, 국가채무비중을 GDP 대비 45%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안을 담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세출마저 조이면서 위험사회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의무지출 비중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위험에 써야할 재정 여력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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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