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10 / 23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서 연구 방향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연구 목적을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새사연이 지향하는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공존공생’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며,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팟캐스트입니다. 미디어콘텐츠창작자협동조합(MCCC)이 제작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수연 연구원과 한겨레 신문의 박기용 기자가 진행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장보고서 - 공존공생이 만난 협동조합’은 팟캐스트‘공존공생’을 통해 만나본 협동조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지금의 신자유주의 사회는 이윤추구가 최고의 목표이다. 그래서 적정함을 넘어서 탐욕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그런 삶이 아니라 적당한 노동, 적당한 이윤, 적당한 즐거움, 적당한 시행착오를 추구하며, 그런 가운데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고자 한다.”



적정기업 이피쿱(ep coop). 이름만 보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잘 짐작이 가지 않는다. 대신에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일지 궁금하고 상상하게 만들어, 왠지 재미있는 일을 할 것만 같은 곳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협동조합 팟캐스트 공존공생 시즌2의 첫 번째 초대손님으로 이피쿱의 김이준수 이사장과 김경 조합원을 만났다.

이피쿱은 2013년 8월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쥔, 커피노동자들로 이루어진 직원협동조합이다. 커피노동자들이란 커피콩을 볶는 로스터(Roaster),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Barista) 등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을 칭한다. 현재 5명의 조합원이 함께하고 있다. 

혁명의 온상, 카페를 부활시키자

커피노동자 협동조합이니 카페를 함께 운영하나 보다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의 생각과 활동은 단지 커피 판매와 카페 운영에 머물지 않는다. ‘적정기업 이피쿱’이라는 독특한 이름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 순간부터, 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바에는 남다른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피쿱은 커피에서 시작하여 먹거리 전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데, 누구나 좋은 먹거리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식품정의’의 관점에서 조화로운 삶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이름에 들어간 ‘이피(ep)’는 커피의 에스프레소(espresso)에서 시작되어, 환경친화적인(eco-friendly) 먹거리를 뜻하고, 이를 통해 문화와 삶이라는 확장된 이야기(extended playing)로 이어진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함께 하는 이들에게 ‘벨 에포크(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

원래 서양에서 커피하우스(카페)는 교류와 생산의 공간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온갖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새로운 철학이 탄생하고 담론이 만들어졌다. 17세기 후반 영국의 왕 찰스 2세는 '커피하우스가 혁명의 온상'이라는 정치적 이유를 들어 커피하우스 폐쇄령을 포고했으며, 그 후 찰스 왕의 우려대로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기운은 파리의 카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후 한국사회에 들어온 카페는 커피와 카페가 가지고 있는 문화는 쏙 빠진 채 상업의 얼굴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피쿱은 커피가 가진 문화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고 김경 조합원은 설명한다. “이피쿱은 문화를 가진 카페, 지역에서 관계를 맺는 카페를 추구한다. 커피란 결국 관계의 확장, 문화의 확산이다. 커피 장사는 커피나 커피기계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동네 카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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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10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목 차]


1. 들어가며

2. 40대 후반, 50대 전반이 설립하는 협동조합의 특징

3. 청년세대 협동조합의 몇 가지 특징

4. 서울시 지역별, 연령별 협동조합 설립의 특성




[요 약 문]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수리한 건수가 2,600건을 넘어가고 있는데, 지난 10개월 동안 매달 평균 260개의 협동조합 설립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3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3000개 이상의 설립신고 수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


현재의 협동조합 붐은 베이비 붐 세대의 남성들이 주로 은퇴전략으로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협동조합 방식을 다수 선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세대는 이미 13~16년 전, 벤처 창업을 경험했던 세대들이었기 때문에 창업이 낯설지 않은 세대들이다. 2000년 전후 당시 벤처 창업의 50%이상은 30대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자체 자금과 사업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사업자 협동조합 비중이 전체의 66%가 넘는 이유도 협동조합 설립 주체의 대분이 40~50대인 것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협동조합이 청년세대들에게 아직은 사회진출의 새로운 선택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청년들에게 협동조합이 아직은 ‘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50대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50대의 경우 기존 법인 기업 설립 비중은 25%에 불과했지만 협동조합 설립 비중은 무려 38%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서초/송파로 알려진 강남 3구가 협동조합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협동조합 설립의 1/4(24.8%)가 강남 3구에서 설립되었다. 인구수를 감안하면 종로/중구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위 그룹에 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업의 편의성을 감안한 사무실 소재지 선택에 의한 고려가 상당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역시 많은 수자다. 


둘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은 대체로 구 도심권에 해당하는 종로/중구/영등포(19.5%)이다. 이들 그룹은 인구를 감안할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아지는데, 이는 오히려 이들 지역이 사무실 소재지의 편의성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개연성이 있다. 셋째로, 마포/서대문/은평구 지역이 협동조합 설립 분포(14.4%)가 높은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서민층 비중이 높은 이 지역의 경우 강남 3구와 여러모로 대조적일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조만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년이 다가온다. 이제부터는 설립신고 → 신고 수리 단계를 넘어서 구체적 사업개시 -→ 사업 운영 -→ 수익 발생 등 본격적인 사업이 전개될 것이다. 실제 사업을 어떤 정도로 개시하고 사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지 분석이 앞으로 필요한 과제다.



#본 보고서는 <서울시 청년일자리 허브>의 용역 프로젝트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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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7 / 15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서 연구 방향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연구 목적을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새사연이 지향하는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공존공생’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며,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팟캐스트입니다. 미디어콘텐츠창작자협동조합(MCCC)이 제작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수연 연구원과 한겨레 신문의 박기용 기자가 진행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장보고서 - 공존공생이 만난 협동조합’은 팟캐스트‘공존공생’을 통해 만나본 협동조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작년 여름, 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이슈였던 MBC 파업을 기억하시나요? 방송문화진흥위원회와 정수장학회 등 MBC 대주주들이 공영방송의 운영을 쥐락펴락하면서 편파왜곡 보도로 MBC의 보도기능을 기형적으로 만들었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징계하면서 파업이 시작되었죠. 2월에 시작된 파업은 170여일을 지나 7월에서야 정상화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일보 역시 정수장학회라는 대주주에 의해 편집권이 침해당하면서 지난 해 8월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요인은 주주들이 언론을 좌지우지 했기 때문입니다.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이후, 이런 언론에 대한 자본의 간섭을 막고 편집권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거나 새롭게 협동조합으로 창립되는 언론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2013년 6월 9일  ‘공존공생’ 제2회 중 -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공존공생 팟캐스트 두 번째 손님으로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의 이대희 기자를 만나보았다. 주식회사였던 <프레시안>이 최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대희 기자는 협동조합팀장을 맡아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탄생하고 자리잡아 가는 과정을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프레시안>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나름의 색깔을 명확하게 갖고 있는 언론사 중 하나이다. ‘관점이 있는 뉴스’라는 기치 아래 깊이 있는 기사, 심층적 분석, 전문성 있는 외부필진의 글을 제공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2001년 창립되어 약 13년간 자신의 색깔을 만들며 대표적인 인터넷 언론 중 하나로서 자리를 잡아왔다. 


그리고 최근 또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주식회사 <프레시안>을 프레시안 협동조합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이대희 기자는 당면해서는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이고, 근본적으로는 언론사에 걸맞는 지배구조 확보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언론사의 수입은 크게 구독료와 광고료로 이루어지는데, 둘 중 광고료의 비중이 월등하게 큰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인터넷 언론은 돈을 내지 않아도 볼 수 있도록 온라인상에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굳이 구독료를 납부할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광고를 받지 못하게 되면 재정난에 처하게 되고, 광고를 받기 위해 기사의 방향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구독료와 광고료로 운영되기 힘들다면 자금이 풍부한 사주를 만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역시 사주의 영향에 기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프레시안>이 결국 협동조합이라는 대안을 선택한 것도 이런 상황들을 모두 고려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두 가지 문제, 안정적 경영과 편집권 독립


2007년 노무현 정권 말기 한미 FTA가 한참 추진되던 시절, <프레시안>은 한미 FTA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하고 있었으나 동시에 한미 FTA를 옹호하는 정부의 광고를 싣게 되었다. 그러자 독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한미 FTA 홍보 광고는 실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 유료독자 모집을 시작했다. 그렇게 프레시앙이라 불리는 3000명의 유료독자들이 탄생했다. 이미 유료독자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데 디딤돌로 작용했을 것이다.


2009년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뉴스 캐스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사 제목을 보고 <프레시안>에 접속하는 독자들이 늘어났다. 이 덕분에 트래픽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광고 단가가 올라가 재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었는데 네이버의 뉴스 시스템이 바뀌기도 했을 뿐 아니라, 트래픽에 신경쓰다 보면 기사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경영상의 부침 속에서 2012년 한 기업체로부터 인수제의가 들어왔고, 꽤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든든한 사주가 생긴다면 재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기자들 월급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프레시안> 기자들은 그에 앞서 언론사로서의 정체성이 지켜질 것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사주 혹은 대주주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기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MBC, 부산일보 등이 사주와의 마찰로 파업을 호되게 겪었고, 이데일리와 국민일보 등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수 제의를 거절하고, 2012년 말부터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 그 때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의 하나로 협동조합을 염두에 둘 수 있게 되었다. 


2013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존 주주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것을 두고 논의를 시작했고, 약 한 달 간의 논의 끝에 5월 3일 주주총회에서 전환을 결정했다. 이후 6월 1일 협동조합으로서의 창립 총회를 열었으며, 7월 4일 서울시로부터 설립인가 필증을 받아 정식 협동조합이 되었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협동조합 설립을 마친 셈이다.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일정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가 힘들 수도 있는데, 다행히도 <프레시안>은 그런 문제는 겪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 주주들이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프레시안>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로써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최초의 국내 언론사 프레시안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되었다.  


협동조합팀장으로서 전환과정을 전담한 이대희 기자는 그간의 작업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각종 행정적, 실무적 문제들을 처리하는 일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기존 법인의 협동조합 전환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기존 법인의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바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사업자 등록번호만 바뀔 뿐 기존의 법인격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법인이 바뀌면서 각종 거래와 계약들을 모두 다시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협동조합으로서 출발하는 시간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것들은 매우 실무적인 문제이기는 하나 또 그만큼 실질적인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독자와 기자가 함께하는 협동조합


프레시안협동조합은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다. 소비자(독자) 조합원과 직원(기자) 조합원으로 나뉜다. 소비자 조합원의 출자금은 3만 원 이상이고, 매월 1만 원의 회비를 낸다. 직원 조합원의 출자금은 300만 원 이상이다. 소비자 조합원과 직원 조합원 간의 출자금 액수가 다르지만, 당연히 의결권은 1인 1표로 등등하다. 현재 약 4000여 명의 소비자 조합원과 30명의 직원 조합원이 존재한다. 이사는 10명으로 소비자 조합원에서 5명, 직원 조합원에서 5명이 선출된다. 


협동조합으로서의 전환을 통해서 이루려는 목표는 우선 안정적 재정 확보일 것이다. 현재 재정에서 광고비가 80%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회비를 바탕으로 이를 줄여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안정적 재정을 바탕으로 ‘관점이 있는 뉴스’라는 원래의 기치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와 자본의 권력에서 자유롭고,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에 입각하여 깊이있는 뉴스를 제공하고, 뉴스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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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7 / 0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국제적인 조세 피난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둔 부자들의 명단을 연속적으로 공개하고 일부 유력인사들의 연루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국회에서도 진보 정의당 박원석 의원 등이 한국 부유층의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탈법 탈세행위의 심각성을 지목하기도 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도 이 문제에 대해 몇 차례 지적한 바가 있다. 특히 핵심은 조세 피난처를 넘어 전 세계에 계열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이 이전가격시스템을 이용하여 광범위하게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라고 지목하면서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역외탈세 수법은 바로 합법과 불법 기준이 모호한 ‘이전가격 시스템(transfer price system)'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회사가 프랑스에 법인을 세우고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하자. 프랑스 법인이 직접 소매 판매하는 대신 세금이 낮은 아일랜드 법인에 원가보다 조금 높게 넘기고, 아일랜드 법인에서 이익을 크게 붙여 판매했다면 프랑스 법인은 이익이 거의 없을 것이므로 세금도 거의 안 낼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세금이 낮은 이웃 룩셈부르크에 금융법인 계열사를 설립한 뒤 프랑스 법인이 여기서 금융대출을 받게 하고 그나마 이익도 이자비용으로 룩셈부르크 금융법인에 돌려줬다면, 프랑스 법인은 매출이 아무리 많아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 이익은 없고 비용만 잔뜩 늘어났으므로.”(김병권, “글로벌 대기업들의 탈세수법은 따로 있다.”)


그런데 때 마침 지난 6월 27일자로 유엔무역개발회(UNCTAD)에서 2013년 세계투자 보고서("WORLD INVESTMENT REPORT 2013")를 발표하면서, 보고서의 일부에서 조세 피난처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 이동 규모에 대해 적시를 해놓았다. 이 보고서의 안에 “직접투자와 역외 금융(FDI and offshore finance)”이라는 약 4쪽 분량의 짧은 내용이 그것이다.

 

보고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세 회피처로의 자금 이동이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또한 전형적인 조세 회피처는 전체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볼 때 크지 않은 부분임을 강조하면서, 예를 들어 룩셈부르크, 헝가리, 네덜란드 같은 낮은 조세국가들에서 주로 활동하는 특수목적회사들의 자금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을 주의환기 시켜준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조세회피지역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를 커지게 만들고 광범위한 조세회피행위를 하는 핵심 주체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며, 이들이 이전가격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대규모 조세 회피를 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을 정당하게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에서는 더 이상 상세히 다루지 않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 회피처를 경유하는 최근의 글로벌 자금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요약해 놓고 있고 몇 가지 정책적 제안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소개한다.

 

 

 

 

세계 직접투자 자금 흐름과 역외 금융(조세 회피처)
(FDI and offshore finance)

 

2013년 6월 27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http://unctad.org/en/pages/PublicationWebflyer.aspx?publicationid=588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는 조세회피(tax avoidance)를 줄이고 국제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왔다. 예를 들어 조세 투명성을 개선하고 금융거래 정보교환을 촉진하는 것이 G20정상회의가 출범부터 고려한 핵심과제였다. 조세 회피처(tax haven)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미있는 압력이 가해졌고 각국 정부들은 개인과 기업에 대해서, 그리고 조세회피구조에 제약을 두려는 활동가 그룹들은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압박을 해왔다.

 

1. 직접투자와 역외금융(Offshore finance)에 대한 거시적 경향

 

직접투자에서의 역외금융 메카니즘은 주로 1) 역외금융센터(Offshore Financial Centers; OFC)또는 조세 회피처(tax haven), 2) 특수목적 회사(Special Purpose Entities; SPE). - 환율 리스크 관리나 투자금융 등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설립된 외국 계열사들이나 지주회사같은 특수 회사들로 구성된다. 이들 회사는 세금이 낮거나 세금관련 특별한 혜택을 주는 나라들에 세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체로는 아무런 경제행위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소수의 직원들만 있으며 비 금융자산도 거의 없다.(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라는 말이다. -인용자) 역외금융센터나 특수목적회사는 제 3국으로부터, 또는 제 3국으로 자금을 옮기는 통로역할을 하곤 한다.

 

지금 역외금융센터에 대한 자금투자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해있다.  2011년보다 약 100억 달러(-14%)가 줄기는 했지만, 2012년 역외금융센터로 투자된 자금은 거의 800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역외금융센터로 자금이 몰려든 것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다.([그림 1] 참조) 2007~2012년 기간에 역외금융지대로 유입된 자금은 연 평균 75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전인 2000~2007년 기간 연평균 유입액 150억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조세 회피처의 경제는 이제 무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며 전 세계 직접투자의 6%에 달하고 있다.

 

조세회피처로 들어온 자금은 곧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유입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원래 국가로 되돌아가는(round-tripping) 자금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는 키프러스, 네덜란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3개국은, 러시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3개국이기도 하다. 이는 사실상 외국인 직접투자자로 위장된 국내 투자와 거의 유사한 것이다. 역외 금융센터로 흘러들어온 자금의 상당부분은 다른 나라로 재투자하기 전에 잠깐 머물러 있는 투자자금이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헝가리 소재의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금융 흐름은 유엔 직접투자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특수목적회사는 다수의 주요 투자 국가들에서 투자 흐름과 양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역할도 증대되고 있다.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는 특수목적회사들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전형적인 나라다. 과거 10여 년 이상 이들 회사를 유치한 대부분 국가 경제에서 이들 회사들은 직접투자와 관련하여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이런 현상은 특수목적회사가 역사적으로 주변적 역할 정도밖에 못했던 포르투갈과 덴마크 같은 나라들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직접투자가 자본을 유치한 국가 경제의 활동에 영향을 준 정도를 측정할 데이터는 없지만 대부분은 제 3국으로 다시 재투자된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에 들어온 직접투자의 1/3은 특수목적회사가 유입시킨 것인데, 유입된 자금 대부분은 중.동부 유럽으로 재투자된다.

 

특수목적회사를 유치한 나라들에게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조세혜택 때문이고 이중과세 방지 조약이 되어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모리셔스(아프리카 동쪽의 섬나라)는 인도와 이중과세 방지협정이 맺어져 있는데, 비 거주 인도인들이 소유한 외국기업들에게 매력적인 곳이다. 이들은 모리셔스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인도에 투자하는 것이다. 특수목적회사 투자자금의 전달자로서, 모리셔스는 인도에 대한 최대의 직접투자 국가가 되었다.

 

세금회피가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의  주요 동기지만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 조세체제가 서로 다른 국가들에서 온 파트너들과 조인트 벤처를 만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세 중립적인 해법(tax-neutral solution)으로서 조세 회피처를 이용할 수 있다.


▶ 서로 다른 법적 관할권에 분산되어 있는 주주들이 법적 중립성(legal neutrality)을 위해 조세회피처를 이용할 수 있다.


▶ 제도가 취약한 국가의 기업들이 국제적 비즈니스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국제 자본시장과 법적 시스템에 접근하기 쉽게 해 줄도 있다.


 

2. 조세회피를 줄이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그 결과

 

OECD가 주도해왔던 국제 금융거래에서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견고한 노력들은 주로 역외금융센터에 초점이 가 있지만, 역외금융센터로 들어오는 자금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 역외금융센터로 들어오는 핵심적인 자금은 자금을 잠시 보관(parked)해두려는 다국적기업(transnational corporation;TNC)의 해외 현금 보유 차원에서 봐야 한다. 실제로 역외 금융센터로 유입된 자금은 다국적 기업의 수입이 해외에 머무른 규모와 유사한데, 2005년 미국의 자국투자법(Homeland Investment Act)의 효과가 한편에서는 미국 다국적 기업의 자금이 해외에 머무르게 하였고, 그 자금이 역외금융센터로 유입되게 되었다. 2008년 이후 역외금융센터의 자금유입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 남겨둔 현금보유의 기록적인 급증과 함께 동시에 발생했고 때문에 효과가 상쇄된 것이다.

 

▶ OECD일부 국가들이 역외금융센터로의 자금 유출을 줄이려 했던 효과는, 전체 글로벌 투자자금에서 새로운 투자 국가들의 비중이 증대함에 따라 상쇄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역외금융센터로 유입되는 자금은 2009년에 390억 달러에서 110억 달러로 2/3 수준까지 줄었다. 같은 해에 일본에서 유입된 자금은 23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이러한 감소는 신흥 투자 국가들의 자금 유입증가로 상쇄되었다. 

 

그러나 역외금융센터는 문제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제적인 노력이 역외금융센터의 조세회피 방지에 맞춰져 있지만, 실은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자금흐름이 훨씬 중요하다. 2011년에 역외금융센터로 9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었지만 헝가리,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단 세 나라에서는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600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수목적회사를 이용하는데 약간의 변동이 생겨도 역외금융센터의 자금유입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 정도다. 또한 여기서는 직접투자만 거론했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조세 국가들을 이용하여 세금을 회피하는 이전가격 구조(transfer pricing schemes)도 중요하다.

 


3. 정책적 고려방향

 

가능한 정책적 대응은 복잡하겠지만 몇 가지 짚어본다면,

 

▶ 역외금융센터만 규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중심 문제도 아니다.

 

▶ 신흥 투자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의 역할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이들이 역외금융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꼭 조세회피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용이한 회사설립, 무역정책의 이익, 국제투자 협정 등 자국에서 얻지 못하는 다른 잠재적 이익을 위해서 역외금융센터로 자금을 투자할 수도 있다.

 

▶ 국제 금융거래에서의 조세회피 억제와 투명성 확보는 글로벌 이슈이므로 더 집중적인 다자간 접근이 필요하다.

 

▶ 궁극적으로,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조세회피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은, 국가간 법인세율 차이, 역외조세 체제의 활용, 다국적 기업 수익의 본국 송금에 연계된 조세의무 체제 등을 서로 결합시켜 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동시적으로 접근 하지 않으면,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조세회피를 줄이려는 노력은 부질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의는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를 뛰어넘어 이전가격 메커니즘을 포함해야 하는데, 다국적 기업이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한 지역에 공정하게 세금을 내도록하는 과감한 해법도 있어야 한다.(예를 들어 통합 접근법으로서, 다국적 기업의 각 지역 자회사가 발생시킨 매출과 자산, 고용 등을 고려하여 각 지역별 과세부담 비중을 정식화 시킬 수도 있다.)

 

▶ 정책결정자들은 역외금융센터나 특수목적회사에 대해 양성적으로 허용 가능한 제한 범위에 관해 유용한 논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향후에 유해한 조세회피행위나 투명성 부족에 대항해 싸울 수단을 제공해준다.

 

▶  마지막으로, 역외금융센터와 특수목적회사로의 자금의 유출입에 대해 정책 결정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은 중요한 것이다. 특수목적 회사들에 의한 금융거래 정보의 경우 기존 전통적인 직접투자와 분리하여 따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할 필요도 있다.

 

 

원문 게재 사이트:

http://unctad.org/en/pages/PublicationWebflyer.aspx?publicationid=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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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7 / 04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서 연구 방향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연구 목적을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새사연이 지향하는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공존공생’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며,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팟캐스트입니다. 미디어콘텐츠창작자협동조합(MCCC)이 제작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수연 연구원과 한겨레 신문의 박기용 기자가 진행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장보고서 - 공존공생이 만난 협동조합’은 팟캐스트‘공존공생’을 통해 만나본 협동조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한 남자가 있습니다. 새벽 다섯시에는 동대문 시장에서 한 짐을 싣고 분당까지 다녀왔습니다. 분당 일이 끝날 무렵 센터의 콜을 받고 강남의 사무실로 갑니다. 거기서 건네받은 서류를 구로까지 배송했네요. 느닷없이 찾아온 더위로 헬멧 안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입니다. 아스팔트 열기에 의한 화상, 혹시 모를 사고 때문에 짧은 옷은 생각조차 못하지요. 오후 두 시가 되어서야 근처 분식집에서 늦은 점심을 챙깁니다. 커피 한 잔에 담배를 한 개비 입에 물자마자 또 콜이 옵니다. 스케줄에 늦은 연예인을 일산까지 모셔다주는 일입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회사에 수수료를 내면 손에 들어오는 수입도 매우 적습니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퀵서비스 기사들은 전국에 산재한 3~4천 개 업체에서 17만여 명이 일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는 연 2조 원을 웃돈다고 합니다. 퀵서비스업체는 직접 오토바이나 기사를 보유하는 게 아니라, 퀵서비스 기사에게 고객 알선업무만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습니다. 대표적인 특수고용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된 일에 비해서 불안정한 수입, 비인간적인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퀵서비스 기사들이 협동을 시작했습니다.”


-2013년 6월 4일  ‘공존공생’ 제1회 중 -



공존공생 팟캐스트 첫 번째 초대 손님이 오는 날, 스튜디오 문을 열었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인 한 남성이 있다. 검은 모자, 온 몸을 감싼 검은 보호대, 검은 장화. 거칠고 서툰 말투로 먼저 도착한 팟캐스트 제작자들에게 무언가 열변을 토하고 있다.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김영대 이사장이다.


“협동조합 왜 했는지 모르겠다, 협동조합만 하면 모든 게 좋아질 것 같았는데, 더 힘들어졌다.”


오토바이 퀵 기사 인생 20년

 

‘아니, 이런! 첫 번째 초대 손님부터 이렇게 협동조합에 대해 회의적인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이야.’ 하고 당황했다. 하지만 이후 김영대 이사장과 함께 한 한 시간이 넘는 녹음 시간과 그보다 3배는 길었던 뒤풀이 술자리를 통해서, 그래도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은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묘한 희망을 보았다.


이 날도 역시 오토바이를 타고 온 김영대 이사장은 퀵 기사로 살며 오토바이를 탄 지가 20년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삐삐와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주문을 받던 시절, 청계천에서 다양한 물건을 실어 나르며 잔뼈가 굵은, 우리나라 퀵 기사 1세대이다. 젊은 시절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오토바이 하나 끌고 청계천에 들어가 엄청 고생했다고, 한 번은 200kg 철근을 실고 달린 적도 있다고, 잘못하면 그냥 죽을 수도 있었다고 옛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혹시 기억나는 ‘진상’ 고객이 있냐고 물으니, 퀵을 착불로 시켜놓고 지금은 돈이 없다고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하거나 계좌로 보내주겠다고 하고 떼먹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고 한다. (우리, 이러지 말자!)


김영대 이사장의 말에 의하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퀵 기사가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당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이들이 오토바이 하나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퀵서비스 시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17만여 명이 퀵 기사로 일하고 있을 정도로 늘어났다.


17만 퀵 기사, 사실은 불법?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오토바이 퀵 서비스가 불법이다. 화물운송법에 의해서 이륜차는 돈을 받고 화물운송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퀵 기사들이 운송 도중 경찰에게 걸려 벌금을 떼는 경우도 있었고, 용달협회에서 경찰과 함께 나와 단속하기도 했단다. 이렇듯 관련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요금도 정해져 있지 않고, 퀵 기사들의 노동자 혹은 사업자로서의 지위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때문에 17만여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불법 화물운송자로 남아 있는 것이다. 


퀵 업체가 퀵 기사들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떼어가는 (매우매우) 불합리한 현상도 관련법의 부재로 인한 측면이 크다. 현재 일반 퀵 업체에서 퀵 기사가 받는 운송 건당 수수료는 23퍼센트. 고객의 주문을 받아서 연결시켜주는 대가로 퀵 업체는 수수료를 받아간다. 즉, 만 원짜리 퀵을 운반하면 그 중 2300원은 퀵 업체 사장님이 가져가고, 퀵 기사에게 돌아가는 건 7600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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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