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정책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금리 인상은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통화정책의 일반적인 파급 메커니즘을 통해 금리 인상책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한 뒤, 물가 안정책을 비롯한 하반기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한 제언> 보고서 원문보기

1.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

■ 공개시장조작 정책
이자율타깃팅을 실시하는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발표한다. 주로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금융자산(통화안정증권이나 RP)을 매각[유동성 축소]하여 금리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책금리 상승은 은행채나 CD금리와 같은 금융기관의 시장성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재정차익 거래와 기대 실현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낳는다.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금리, 환율, 자산가격, 신용 등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 금리 경로
금리 경로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가장 고전적인 채널이다. 단기금리를 올리면 자본의 ‘사용자비용’이 증가하고, 국채가격을 비롯한 장기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한다. 이는 총수요 구성요소인 고정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지출의 감소를 초래하여 생산량 하락을 가져온다.(사용자비용user cost이란, 자본자산의 사용 또는 자본서비스를 얻는데 따르는 비용으로, 통상 감가상각과 이자비용으로 구성)
또한 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지출 결정에 미치는 경로는, 주택과 내구재에 대한 소비자의 결정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택투자와 내구재 소비의 지출도 하락한다.

■ 환율 채널
수출 주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효과를 통한 경상수지 파급 경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금리를 인상하면, 원화채권(또는 원화예금)이 다른 외화표시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상승하므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로 표시한 국내생산물(수출품)이 해외생산물(수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효과[국내 기업 가격경쟁력 하락]를 낳는다. 따라서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원화가치 상승은 원자재 수입가격을 직접적으로 하락시켜 직접적인 물가 하락 효과를 낳는다.

■ 자산가격 효과
통화정책이 자산가격을 통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주로 토빈의 q(기업의 시장가치/자본의 대체비용) 이론으로 설명된다. 토빈의 q가 높으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자본을 새롭게 대체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주식발행이나 차입을 통한 신규투자 증가로 투자지출이 확대되지만, 반면 q가 낮으면 다른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하거나 기존의 설비투자를 인수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한다.

화폐를 다른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통화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는 개인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실질잔고 감소를 초래하며, 실질잔고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금융자산이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여 결국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이에 비해 케인즈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주식투자에 비해 채권이나 정기예금의 상대적 수익률을 증가시키고,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그리고 주식가격 하락은 토빈의 q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투자지출을 감소시켜 생산량 축소로 이어진다.
결국 통화량 하락과 금리 인하는 주가 하락, 투자 하락, 생산 하락을 낳는다.

주식시장의 투자지출 축소 효과는 부동산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금조달 원천인 CD와 회사채 등 시장성금리의 동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부동산 구입의 비용과 부동산 투자의 상대적 매력을 감소시킨다. 결국 부동산 수요 감소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은 건설투자 축소로 이어진다.
또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주요 구성요소인 주식가격 하락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하락시켜 소비 또한 감소한다. 이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신용채널
금리상승에 따른 자산(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출의 담보가치 하락을 초래하며, 대출 리스크가 상승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재무포지션이 하락하고 대출자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프리미엄은 기업의 금융 포지션에 주로 의존하는데, 당기순이익 등 내부유보자금에 주로 의존하는 대기업은 프리미엄이 낮게 부과되는데 비해,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에 부과되는 프리미엄은 높다.

또한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지급불능 위험을 상승시키고, 모니터링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차입자 프리미엄 또한 상승한다. 결국 금리 상승은 현금흐름(cash flow) 압박과 자산가격 하락을 통해 대출, 즉 투자와 수요 감소를 초래한다.[Balance sheet channel]
이러한 원리는 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규모 축소와 현금흐름 압박은 다른 자금조달 원천을 보유하지 못한 가계[주로 중ㆍ저소득층]의 소비지출 하락을 유발한다.

특히 은행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 자산을 무리하게 구입한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과 현금흐름 압박으로 재무적 곤란(financial distress)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상승은 중ㆍ저소득층의 현금압박을 통해 가계파산과 강제 자산매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금압박에 대비하여 가계는 유동성 측면에서 화폐나 예금을 비롯한 유동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 비중과 내구재 지출을 축소한다.[Cash-flow effect]

2.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 금리 인상 파급 경로 요약
금리 인상은 금리 경로를 통해 과열상태인 경기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총수요 하락과 수입가격 하락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효과를 낳는다. 즉 경기가 과열상태에 있는 경우 금리 인상은 총수요 억제를 통해 물가상승을 완화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파급에 대한 여러 계량분석을 검토해도, 금리 인상의 물가완화 효과는 작은 반면, 실물경제 침체 효과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의 1% 금리 인상(2년 후 인하)의 실물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계량분석을 요약하면, GDP는 2년 후에 0.4% 감소한 반면, 물가는 그로부터 2년 후인 4년째에 0.4% 감소했다. 여기서 초기 2년 동안의 0.2% 인하 효과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가스요금 인상 효과보다 크지 않았다.
초기 2년 동안은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물가하락을 주도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본비용 상승에 따른 투자지출 하락이 물가하락을 유발했다. 특히 투자지출에 대한 감소효과는 매우 크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의 경우, 금리 인상은 추가적인 총수요 억제를 통해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동향, 금리 인상의 실질적 비용과 편익을 더욱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의 원인은 비용충격에 기인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는 원자재 상승분이 생산재와 소비재 가격으로 파급되는 것을 환율하락이 상당부분 완충시켰지만, 상반기 환율상승은 오히려 생산재, 소비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6월 들어 급격한 환율 상승 추세가 상당히 완화되었고 7월 유가와 천연가스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공산품 가격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많이 추월했고, 시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3일에 있은 한국은행의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물가는 비용요인에 주로 기인하여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상승이 멈추더라도 물가상승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기대심리→임금인상→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차단한다는 명분하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메커니즘은 경기상승 국면에서 전형적인 수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으로, 2008년 한국적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 처방이다.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가 증가하고, 70년대 서구의 경우처럼 완전고용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임금 협상력이 강한 경우,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차단하기 위한 ‘소득정책’은 유효하다. 그러나 서유럽의 ‘소득정책’은 중앙-산별 협상구조 하에서 삼자(정부, 노동자, 기업)가 환율ㆍ금리ㆍ임금ㆍ이윤 등 주요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적절한 합의를 통해 물가를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기업별 협상구조가 주를 이루고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협상력이 매우 낮은 한국의 경우 ‘소득정책’은 노동자의 일방적 고통분담으로 귀결되는 것이 과거의 사례다.

최근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총수요가 부진하고,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약한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은, 경기하강 속도만 더욱 가속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경착륙,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의 부담만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고, 정부의 ‘약속과 공언’대로 하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하반기 경제안정 대책
원자재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수입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안정적인 환율관리가 물가안정에 긴요하다.

금리 인상은 이자율 평형설에 따라 재정차익 거래를 통해 환율을 하락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이 3% 이상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수출주도 성장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달러) 선호[외평채 가산금리 상승],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용, 채권, 주식시장 안정과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 통화정책, 안정적 환율정책, 적극적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유가가 150달러를 넘지 않는 한 금리는 동결해야 한다.
또한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에 예상되는 무분별한 M&A와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위험자산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급등락을 사전에 방지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매도’를 비롯한 신용/대차거래에 대한 한시적 제한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금리는 동결하는 대신, 부동산 관련 세제, 재개발 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실태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여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하향안정화 추세가 일시적으로 전환된 후, ‘투기적 기대’가 경기하강 국면에서 실현되지 못했을 경우 급격한 경착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의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가급적 동결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물가가 전환되는 추세를 확인한 후 원가인상 요인을 최소한도로 반영하며, 경영상 필요한 원가인상 요인은 에너지 공기업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정책을 통한 보조금 지원으로 동결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사연 여경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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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힘드시죠? 제가 덜어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들, 이제 숨 좀 쉬게 합시다.”
“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겠습니다.”

서울 거리 곳곳에 선거플랑이 나부낀다. 지난 7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개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 각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학생, 학부모들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산적한 교육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는 바로 자신임을. 그러나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올바르게 책임질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지 판단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후보 6명의 공약을 세심히 살피고 내 아이, 혹은 내 동생, 내 손주에게 적합한 정책은 과연 무엇일지 결정해야 한다.

D-6일. 선거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부산과 충남 등의 지역에서 치러진 교육감 선거 선례를 바탕으로 처음 언론에서는 10% 안팎의 투표율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다. 언론은 20% 안팎의 투표율을 전망하고, 서울시선관위는 30%로 기대치를 높였다. 그나마 ‘교육대통령’이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서울시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유권자들이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조선일보, 주경복 17.5% vs 공정택 14.5%

언론은

선거를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로 몰아가 공정택, 주경복 후보의 2파전을 예고했다. 더욱이 ‘좋은 교육감 선출을 위한 학부모시민모임’ 등의 보수단체에서 ‘반전교조 단일후보로 공정택 후보를 추대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정택 후보 중심의 보수대연합이 추진되면서 ‘선거 과열’ 양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결국 보수 성향의 이규석, 장희철, 조창섭 예비후보는 사퇴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이인규, 김성동, 이영만, 박장옥 등의 후보들은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강조하며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 중 중도개혁을 표명한 이인규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6인의 약력 보기>

한편,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829명을 대상으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최대 허용 표본오차 ±3.4%, 응답률 14.8%)에서는 10명 중 6명 가량(58.6%)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6명 후보들의 공약과 정치적 성향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몇 명만 알고 있다’는 38.4%, ‘전부 알고 있다’는 3.0%다. 그런 가운데 후보 지지도에 대한 질문에서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50.6%)이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가운데, 주경복 후보(17.5%), 공정택 후보(14.5%)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이인규 후보(6.4%), 이영만 후보(5.1%), 김성동 후보(3.5%), 박장옥 후보(2.4%)의 순이었다. (조선일보 7월 23일자 참고)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후보별 공약

선거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각 후보별 정책 공약을 살펴보자. 먼저, 현재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은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이다. 선거를 통해 촛불정국에서 아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미친 교육’ 즉, ‘4.15 학교자율화 조치’에 담긴 0교시, 우열반, 영어몰입교육, 일제고사 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말을 유행시킨 0교시, 수준별 이동수업을 넘어서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어 가르치는 우열반, 초등학생 때부터 생활중심의 영어교육을 강화해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 영어몰입교육, 전국 모든 학생을 점수에 따라 한 줄로 세운다는 일제고사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택 후보는 0교시와 우열반은 금지시키되, 영어몰입교육, 일제고사에 대한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교육감으로서 ‘학력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효율성과 경쟁을 중시했던 공 후보의 과거 행적을 봤을 때, 0교시와 우열반을 금지하겠다고 한 것은 전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처사로 보인다. 그러나 영어몰입교육에 대해서는 ‘오?쥐 파동’을 불러일으켰던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도입 발표 이후, 맨 처음 적극적 도입 의사를 밝힌 공 후보였기에 한발 물러난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 역시 토시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정책화하고 있다. “영어교육, 학교에서 책임지겠습니다”라는 공 후보의 주요 구호와 맞물리는 지점이다. 구체적 공약으로는 모든 초등학교에 영어전담교사 배치, 모든 학교에 원어민교사 배치,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연차적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공 후보는 교육감 당시 초등학교 중간ㆍ기말고사와 성적표, 일제고사를 부활시켰던 만큼 일제고사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주경복 후보는 앞서 밝힌 ‘미친 교육’을 모두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주 후보는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성인들보다 적은 현실에서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잠자고 제때 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며 8시 이전 조기 등교와 학교 및 학원 22시 이후 심야학습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열반과 일제고사를 금지시키고 대신, 기초학력이 뒤쳐지는 학생을 위해 학생이 원할 경우에만 한시적인 형태로 운영하는 맞춤형 책임지도 특별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학력이 상위권인 학생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모든 학생이 교육과정이 정한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주 후보의 공약에는 학령기 이전부터 과열되고 있는 영어교육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

이인규 후보 역시 0교시, 우열반 등은 학생의 기본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영어몰입교육은 반대하되, 영어노출시간은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 교육청 책임 아래 해외 교환학생 적극 주선 △ 파견ㆍ교환학생 중 일정 비율 저소득층에 배정(경비 지원) △ 해외 학교 매입해 학생들의 해외 체험 기회 확장 △ 영어과목에 인터넷 과제시스템 도입해 방과 후 영어 노출 시간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영어교육을 위한 해외연수나 조기 해외유학, 이민까지도 넘쳐나는 현실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참여 여부를 강제하지 않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며, 다만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경우 최저 학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특별지원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책임 운영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학생들을 점수따기를 위한 경쟁으로 내몬다는 일제고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 밖에도 김성동, 이영만, 박장옥 후보는 0교시, 우열반, 일제고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영어교육에 있어서 현 정부 정책과의 차이점은, 김성동 후보는 귀국학생을 활용한 영어또래교육 실시와 교육소외 지역 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우선 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영만 후보는 서울시와 공조해 영어마을, 과학탐구 체험활동관, 문화 교육 탐방을 종합하는 벨트를 조성하고, 각급학교에 외국인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과정을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장옥 후보는 영어 공교육 목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특목고·자사고에 대한 후보별 공약

둘째, 특목고ㆍ자사고에 대한 각 후보별 공약 역시 이번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사교육을 부추기며 입시학원화 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특목고와 자사고는 지자체 선거 때마다 매번 후보들의 단골공약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100개 설립’ 계획으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얼마 전 7월 11일에는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페르마에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교에서 경기 의왕 소재 명지외고를 인수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울 은평뉴타운에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다 무수한 반발에 부딪친 뒤 지난 2월 은평 자사고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반납한 대교가 이번에는 외고를 사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특목고 입시전문학원이 특목고를 함께 경영하게 됐으니 학교가 학원의 돈벌이가 될 게 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특목고ㆍ자사고에 대한 교육감 입장의 현재적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공정택 후보는 전 교육감 시절부터 자사고 도입과 특목고 확대를 내세웠으며, 국제중학교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번 선거 공약에도 ‘특목고 및 특성화 중ㆍ고 확대 지정’이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반해 주경복 후보는 외고 정상화, 자사고 추가 설립 중단을 공약으로 하고 있다. 외국어 교과목의 선택폭을 확대해 다양한 외국어 교과목을 개설하고 교사 양성 연수를 실시, 외국어 교과목의 비중을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조정해 외고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사고 대신 핀란드형 중등학교, 정보산업형 대안학교 등 공립형 대안학교를 확대해 학교의 다양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인규 후보는 특목고ㆍ자사고의 확대를 반대하되, ‘창의형 자율학교’로 이들 학교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창의형 자율학교는 학점제로 운영하면서 원하는 학생들에게 조기졸업 기회를 적극 부여하며, 교육과정의 내용과 속도, 수준을 달리하는 다양한 선택기회를 부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이 학교의 학생 선발은 일반 중ㆍ고교에 적용되는 선지원 추첨제를 적용해 사교육 자극요인을 예방할 계획이다. 외고는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복안으로 외고를 중ㆍ고교 연계과정으로 전환하고 제2ㆍ3외국어 인증 졸업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 외 김성동, 이영만, 박장옥 후보는 특목고ㆍ자사고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나 공약을 내세운 바 없다.

교원평가에 대한 후보별 공약

셋째, 한나라당과 보수집단ㆍ언론들이 이번 선거를 ‘전교조 대 비전교조’ 대결구도로 만들어가는 형국에서 교원평가에 대한 각 후보별 입장 또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교원평가제는 지난 2005년 11월부터 정부와 전교조의 대립으로 활로를 못 찾은 채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교원능력개발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입법화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교원평가를 찬성하는 측은 교육서비스의 차원에서 교육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 평가로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며, 반대하는 측은 현재 교원평가는 선진국에서도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교사들 간의 서열화, 등급화를 낳아 학교 현장을 황폐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한다. 부적격 교사에 대한 판단은 다른 대책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은 정부나 전교조 모두 동의한 바다.

공정택 후보는 현 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 해, 교원평가와 교장 공모제의 연차적 확대를 주장한다.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연계해 수업 및 생활지도 역량이 부족한 교사는 일정기간 재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다면평가 등을 통해 부적격 교사는 과감히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주경복 후보는 현재 실시하려는 교원평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대신 불필요한 잡무와 전시행정은 줄이고 ‘교원업무지원인력’을 배치해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교원 전문성-책무성 향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교원 연수에 대한 행정ㆍ재정적 지원을 자율연수까지 확대하며, 부적격 교원을 심사하고 징계하는 교직복무심의제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인규 후보는 교원평가와 교장평가를 즉각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원평가를 통해 수업만족도가 높은 교사, 학생을 잘 배려하고 돌본 교사에게 승진이나 연수와 같은 최대한의 혜택을 주며, 부적격 교원에 대한 엄정 대응을 하겠다는 면에서 공 후보의 공약과 비슷하다. 이 후보는 여기에 더해 학부모와 교사의 교장 평가를 통해 이상 징후가 발견된 교사는 그 결과를 연임 허용 여부에 반영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김성동, 이영만 후보는 교원평가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 다만 이영만 후보는 학부모와 교사의 교장 선택권을 도입하며, 교장을 교육CEO 과정을 통해 양성, 학교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제로 임용하고 국내외 우수학교 벤치마킹을 위한 연수를 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장옥 후보는 교원 다면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사를 5%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각 후보들은 학교선택제, 방과 후 학교의 영리법인 허용 여부, 수업ㆍ평가방식, 미국산 쇠고기의 급식 사용 여부 등에서도 조금씩 입장의 차이를 보였다.

유권자가 책임지는 아이들의 미래

이상에서 살펴본 바, 공정택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당시부터 함께 보조를 맞추던 교육감이었기에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촛불후보’로 불리는 주경복 후보는 교수단체들과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지를 받는 만큼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좀 더 평등하고 보편적인 교육을 중시한다. 또 이인규 후보의 경우, 현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엇비슷한 정책을 내기도 했다. 그 외 김성동, 이영만, 박장옥 후보는 현재 이슈와 관계없이 현 정부의 정책을 유지하되 각기 핵심적으로 내세우는 공약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앞서 밝힌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도에 관한 질문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유권자는 51.6%였으며,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유권자는 38.4%에 그쳤다. ‘투표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40.9%는 그 이유로 ‘후보가 누구인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7월 24, 25일) 양일간은 부재자투표 대상자의 투표가 실시된다. 25일에는 투표 안내문이 발송되며, TV 공중파에서 합동토론회도 방송된다. 착착 진행되어 가는 선거일정 속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육정책과 비전을 가진 후보를 선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선관위의 홍보 노력이나 각기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보도하는 언론매체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답이 나올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교육감에게 떠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직선제로 바뀐 교육감 선거는 아이들의 미래를 내가 책임지겠다는 유권자의 의지가 결합돼야 그 진정한 의미가 빛을 발할 것이다.
 

최민선 | 새사연 연구원

서울시 교육감 후보 청계광장 시민토론회
◆ 일시 : 7월 26일(토) 오후 4시~6시

◆ 장소 : 청계광장

◆ 프로그램(사회 : 손석춘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 후보자 정견발표 : 후보당 5분씩
   - 후보간 질문 : 각 후보당 다른 후보 1명에게 질문 후 해당 후보 답변
   - 시민질문 : 시민패널 6명이 제비뽑기로 후보자를 선택해서 질문 후 후보 답변
   - 청소년의 바람 : 자유발언대 형식, 청소년이 바라는 교육

     ※ 토론회 30분 전부터 후보들의 유세가 진행됩니다.

◆ 주최 : 바른교육을 위한 시민의 선택(네티즌 연대), 청소년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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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까지 전파된 스태그플레이션

글로벌 경제와 함께 한국경제도 2008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조차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아직 큰 충격 없이 나홀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상반기 정부의 고환율 정책 덕택에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더 증가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1) 일차적으로 임시, 일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감소에서 나타나고 있고 (2) 특히 자영업자수가 1년 전에 비해 약 10만 명이 줄어드는 등 내수 부진과 물가상승은 자영업을 한계상황에 내몰고 있으며 (3) 일부 소기업들이 줄어들고 고용인원이 감소하는 등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임시, 일용노동자 → 자영업인 → 소기업으로 전달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하반기에 광범위하게 중소기업 생산 기반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기업들에게 특히 강화되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미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업황 실적이나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 상승한 것을 제외한다면 중소기업의 경기는 2007년 4/4분기를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특히 5,6월부터 급격히 꺾여가고 있는 추세다. 7월 업황 전망치 78.2는 2005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자재가격 폭등, 이를 가중시킨 고환율 정책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급격한 달러 약세를 초래했고 월가에 집중된 과잉 금융자본을 원자재, 식량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이동시켰다. 그 결과 2007년 4/4분기부터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고 이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수입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중소기업들에게 제조원가 상승의 부담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원가에 반영시켜주지 않았고 일부는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들어 원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과 선철(쇳덩어리) 가격이 각각 190%, 121% 올랐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주물제품 가격은 20~30% 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2월 29일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회원들이 납품단가 현실화를 내걸고 납품중지 등의 파업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부담을 얹어준 것이 이명박 정부 초기 강만수 경제팀의 고환율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3월 고환율 정책을 표방하면서 최대 95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3월 18일 1,021원대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이후 환율은 980원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상반기가 끝나는 6월 30일 1,043원을 기록하며 상반기를 마감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통상 달러로 표시되는 계약통화기준 수입가격보다 원화 표시 가격 증가율이 더 낮았다. 그 이유는 환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즉 당시까지는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을 환율이 완충시켜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3월부터 고환율이 시작되면서 달러표시 수입가격보다 원화표시 수입가격 상승률이 7% 이상 더 오르더니 6월에는 환율에 의해 수입가격 추가 상승분이 무려 17.5%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미 32.5% 오른 달러표시 수입가격 상승률을 49%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고환율이 담당한 것이다. 즉, 환율이 수입가격 상승분을 완충시키는 것이 아니라 확대시키고 있다.

고환율 기조로 증폭된 수입물가는 6월에 49%까지 치솟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은 무려 92%까지 상승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유가 폭등은 중소기업의 물류비 상승 부담까지 크게 높였다.

중소기업인들 원자재 가격 반영 명시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요구

정부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는 실효성 없어원자재 가격 부담이 계속 높아지자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5월 ‘납품단가현실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대처강도를 높였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된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12일, 절충안으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은 7월 11일 정부의 안을 거부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법제화 방안은 대략의 구조로 볼 때 다음과 같다 (1) 납품단가 조정협의 조건과 방법을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 한다. (2) 중소기업은 계약서에 따라 원자재 가격 등이 인상되면 대기업에게 납품가격 조정협의 신청을 하고, 대기업은 이를 응해야 한다. (3) 구체적 단가 조정은 여전히 원사업자-수급사업자의 자율결정으로 한다. (4) 대기업이 단가 조정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에 따라 제제조치를 취한다.

중소기업인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정협의제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 하도급계약서 작성이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기업들이 하도급 계약서 자체를 안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하도급 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 방법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은 큰 실효가 없다. (2) 현재에도 납품단가 분쟁 조정 신청을 하면 거래가 단절되는 경우가 무려 82%에 달한다. 워낙 교섭력 격차가 크고 거래단절이 빈번하여 50% 이상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인상 사유가 발생해도 참고 넘어간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과 교섭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현재 중소기업인들의 반응을 보면 “원자재 가격이 급변했을 때 이를 납품단가에 ‘연동’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조정’하도록 규정하면 실제로 조정에 나설 중소기업이 어디 있겠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교섭력 격차로 인해 실효성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납품 중소기업의 거래단절을 촉발하고 가격 협상의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초래할 뿐”, “이제는 곪을 대로 곪아 터졌기 때문에 연동제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자체에 엄청난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세계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라는 게 드물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관계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하도급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반영을 명시한다. (2)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 유형’에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를 추가하여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 (3) ‘중소기업 원가계산 센터’를 설립하여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가격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납품단가와 관련된 분쟁조정 기능을 부여한다.

환헤지 파생상품(KIKO)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 분산 능력이 비교적 취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은행들(주로 외국계 은행들)은 상당규모의 통화옵션 상품, 즉 환헤지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환헤지 파생상품이란, 주로 외화 결재를 하는 수출기업들이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처하고자 달러와 같은 외화 통화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설계된 통화옵션(KIKO, Snowball), 통화선도거래, 통화선물거래 상품 등을 말하며, 여기에 환변동보험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은행과 계약한 통화옵션상품, 특히 그 가운데 하나인 KIKO 상품으로 인해 심각한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통화관련 파생상품계약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맺는 금융상품 거래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기가 쉽지 않다.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16일 이후 상장기업 공시에서 올해 사업연도의 정기보고서에 통화 관련 파생상품 계약내역을 명시하도록 규정했으므로 향후 공시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질 것이다. 현재까지 추산된 바로는 2007년 KIKO를 포함한 통화옵션 상품 거래는 외국계 은행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거래 규모는 한국씨티은행이 65조 1천억 원, 신한은행이 43조 5천억 원, 산업은행이 30조 7천억 원, 우리은행이 18조 원, 그리고 SC제일은행이 16조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통화옵션 상품인 KIKO를 보면 환율이 일정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면 미리 정한 계약환율로 달러 환전을 할 수 있지만, 정한 범위의 최고한계를 넘어갈 경우에는 시장 환율보다 훨씬 낮아진 계약환율에 계약금액의 2~3배 이상의 달러를 팔아야 한다. 특히 “계약금액 정도의 손실은 환손실로 취급할 수 있지만 물량이 2배로 늘어난다는 규정 때문에 나머지 외화는 직접 시장에서 매수해 은행에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 폭이 훨씬 커지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손실액은 1조 6천억 원2008년 2월까지 KIKO 상품 계약을 맺은 대부분의 경우 환율상한선을 950원선으로 보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3월 이후 새 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해 환율이 일시적으로 1,020선까지 폭등하는가 하면, 2/4분기에도 좀처럼 980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 때문에 Knock-In 범위에 걸린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분기 KIKO 손실액은 총 2조 5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 손실액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1조 6천억 원, 그리고 대기업이 9천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변동추이를 보면 1/4분기 손실액은 오히려 적을 수 있고 2/4분기 손실액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2/4분기 환율급등으로 인한 평가손실 규모가 1/4분기의 2배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KIKO 손실을 제일먼저 시장에 공개한 제이브이엠은 1/4분기 손실 100억 원에 이어 2/4분기 손실이 13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고, 디에스엘시디는 지난 1/4분기 KIKO 손실 160억 원에 이어 2/4분기 95억 원의 손실을 발표했다. 우주일렉트로닉스는 2/4분기 손실이 1/4분기보다 무려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5월 27일부터 중소기업중앙회가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6월 4일 현재 114개 업체가 접수를 했다.

은행에 유리하고, 기업에 불리한 KIKO

KIKO 이외에도 수출보험공사에서 발행하는 ‘환변동 보험’ 상품을 구입한 중소기업들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환변동 보험은 계약환율보다 환율이 떨어지면 보험공사로부터 환차손을 보상받지만, 환율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차익은 수출보험공사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2008년 들어 6월말까지 수출보험공사가 기업에 지급한 보험금은 357억 원이지만, 반대로 기업으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2,222억 원이나 되었다. 환수금에서 보험금을 뺀 금액인 1,865억 원은 결국 기업의 손해 금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100여개 중소기업이 환변동 보험에 가입했고, “환율 인상으로 수입 단가는 올라간 반면 수출에서 거둔 환차익은 모두 환수 당해 일부 영세업체는 파산하기도 했다”는 것이 중소기업 중앙회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중소기업 손실은 1/4분기 코스닥 기업들의 순익감소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1/4분기 유가증권 시장의 기업들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는데 반해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손실로 인해 순이익이 33.98%나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확산일로에 있지만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가입한 기업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당사자 분쟁이라며 불개입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의 경우 투기목적으로 수출대금을 훨씬 웃도는 과도한 금액을 여러 은행들과 KIKO 통화옵션 거래를 하는 ‘오버헤지’에 나서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은행이 환헤지 상품의 장점만 강조하고 위험은 거의 알리지 않은 채 가입을 종용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 중소기업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KIKO 거래 약관이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14일 열린 약관심사자문위원회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이월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인들이 KIKO 등 환헤지 파생상품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1) 은행과 중소기업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통화옵션 상품의 성격이나 위험을 잘 모르고 은행의 일방적인 권유에 의해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2) 상품설계가 자동해지 권한이 없는 등 은행보다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으며 (3) 특히 수출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하여 방치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KIKO가 작년 하반기에 붐을 이룬 만큼 1년 만기가 도래하는 올 하반기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KIKO 관련 환차손으로 경영난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이미 KIKO 환차손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은행이 대신 납입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이 납입을 하지 못하면 일부 대출전환을 하거나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며 회수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도산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구제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공정계약 여부를 떠나 은행 역시 최소한 공동 부담을 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 가중

고환율로 가중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과 환헤지 파생상품의 손실로 이미 상반기 중소기업의 실적은 심각히 악화된 상태이다. 여기에 대출금리 마저 오르고 있어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던 은행들은 2002~2003년 신용카드 대란 여파로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더니, 2006년 하반기 참여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정책으로 대출길이 막히자 다시 2007년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대거 확대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재고 증가로 인해 운전자금이 필요해진 중소기업들이 대출 확대를 꾀하게 된다. 그 결과 올해에도 대출은 꾸준히 늘어서 대출 증가율이 7.7%(1월) → 3.2%(2월) → 4.2%(3월) → 7.4%(4월) → 5.8%(5월) → 6.1%(6월)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2008년 6월말 잔액기준 중소기업 대출은 398.8조 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89%를 차지하며, 전체 가계 대출 376.7조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포함해서 시중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고 있다. CD 금리는 5.36%(5월) → 5.37%(6월) → 5.59%(7월 22일)까지 인상되었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4.88%(4월) → 5.46%(5월) → 5.90%(6월) → 6.02%(7월 8일)로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대기업과의 금리 격차를 벌리면서 2008년 5월에는 7.14%를 기록하며 상승일로를 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 확대와 금리 인상은 곧바로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수익성이 나쁜 기업부터 연체를 가중시키게 된다. 특히 지난 수년간 대기업은 단기 차입금 상환 능력과 이자 상환 능력이 계속 개선된데 반하여 중소기업은 거꾸로 계속 악화되었다. 그 결과 2007년 말 기준 중소기업의 단기 차입금 상환 능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자 상환 능력 역시 2001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더욱이 현금 수입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현금흐름 이자보상 비율이 100%미만)이 31.3%로 늘어났는데, 거의 3개 기업 가운데 한 개 기업은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이자상환 능력 저하는 당연히 금융 연체 확대로 이어질 개연성을 갖게 되고, 더 심화되면 금융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연체율은 2007년 말 이후 0.3%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되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다시 1%를 넘어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유가 급등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은행 건전성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부에서는 정부 당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시중 통화량을 흡수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인플레이션 국면으로만 보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다.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침체가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오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은 급격히 늘어나 경영수지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정부, 대기업, 금융기업의 책임이 명백히 존재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경제정책운용의 핵심은 물가관리 이외에도 내수기반을 안정시켜서 경제회복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있다. 사실상 물가인상이 상당정도 국외적인 요인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물가상승 억제 자체보다는 국내적으로 물가상승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도 내수기반 안정은 핵심이다.

그런데 내수기반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경기의 활성화이다.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중소기업 경기 활성화는 취약한 기업에 대한 보호, 지원의 차원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과제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접근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살고, 국민경제도 살고, 대기업도 산다’는 접근법으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21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중소기업 192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60.9%가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호전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6.3%에 불과했다. 이들이 하반기 채용시장의 걸림돌로 지목한 것은 ’경기침체’(60.9%)와 ’원자재값, 유가 등 외적 요소’(29.7%)다.

중소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원자재가격 폭등, 환헤지 파생상품 손실, 이자부담 가중이라는 3대 악재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납품가 원자재가격 연동제 법제화와 환헤지 상품 불공정계약 무효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가 그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중소기업인들이 제시한 해법을 진지하게 논의하는데서 시작한다.

고환율을 조장해 원자재가격 폭등과 환헤지 상품 손실을 가중시킨 정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납품가에 반영해주지 않고 있는 대기업, 그리고 환헤지 상품 판매에만 매달린 채, 중소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나 관계 형성에 무관심한 은행들은 각각 국민경제를 위해 중소기업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정부와 대기업, 은행이 나서면 사실상 대부분의 문제를 풀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정책의 실책에 책임을 지는 한편 대기업과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을 옥죄고 있다고 생각하는 출총제 규제나 법인세 부담을 풀어줄 생각보다는 지금 중소기업을 규제하고 있는 세 가지 덫을 시급히 풀어주어야 한다. 대기업은 지금도 충분히 자유롭다. 지금은 대기업을 풀어줄 때가 아니라 대기업과 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의 규제를 풀어주어야 할 때다.

대기업 노동조합들과 민주노총 등 전국적 노동조합 조직들도 중소기업 회생이 노동자의 최대 현안인 고용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들의 납품가 연동제를 푸는 데 동참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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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라 화수분이 아니냐. 암만 따내도 여전히 지천이잖니?”

어릴 적 할아버지는 내 손을 이끌고 텃밭에서 저녁상에 올릴 깻잎과 고추를 따며 이렇게 말씀 하셨다. 그때만 해도 나는 화수분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할아버지의 흡족한 표정으로 미루어 ‘화수분이란 작물(?)은 상당히 농사가 잘되나 보다’라고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화수분을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러 중학교 때 한국 대표 단편문학선집을 읽으면서였다. 선집에는 일제 치하에서 작품 활동을 한 소설가 전영택의 ‘화수분’이란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었다. 예전 기억이 떠올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을 일컬음’이라고 뜻을 풀이했다. 화수분은 내 짐작과 달리 농작물 이름이 아니었다. 황하의 물을 가득 담은 그릇이 있어 아무리 퍼내 써도 그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중국 고사의 하수분(河水盆)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3년반 동안 53조를 팔아치운 외국인

최근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연이은 매도를 보며 새삼 화수분이 떠올랐다. 한국 주식시장이 재물이 끊이지 않고 솟아나는 화수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다만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외국인들은 2005년부터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로 돌아서 2005년 2.4조, 2006년 11.2조, 2007년 24.6조 원 어치의 주식을 계속 팔아치웠다. 올해는 7월 16일 현재까지만 이미 14.4조를 순매도해 연간 최대 순매도 규모였던 작년 기록을 갱신할 기세다. 3년 반 사이에 약 53조 원을 한국 증시에서 빼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이 연속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상장 12월 결산법인 555개사가 거둔 연간 순이익 총합계 49조 원보다 큰 것이며 올해 우리나라 살림살이에 쓸 국가 예산(256조 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처럼 많은 돈을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빼가고 있건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서의 비중은 32.3%로 여전히 영향력이 높기만 하다.

외국인은 원래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투자했으므로 실컷 빼가고도 많이 남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기업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문호를 처음 개방한 것은 1992년 김영삼 정권 때이다. 이로부터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까지 6년 동안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총 8.6조 원이다. 1997년 말 외국인의 주식 보유 총액은 9.59조 원으로 투자액보다는 크지만 금리 수익을 따져 환산하면 크게 남지도 밑지지도 않는 정도였다.

한도 100% 확대 그러나 2.8조 순매도

그러나 외환위기를 전후로 사정은 급변한다. 발등의 불인 달러 부족을 메우기 위해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금융 개방 정책으로 인해 1997년 한 해에만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23% → 26% → 50%로 세 번이나 확대되는 조치를 밟았다. 기업을 설립했거나 현재 경영하고 있는 대주주의 고정 지분을 고려할 때 투자한도 50%는 사실상 무제한적인 투자를 용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다음해인 1998년 5월에는 또다시 외국인 투자한도를 100%로 확대함으로써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전면 철폐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1998년부터 2008년 7월 16일 현재까지 외국인의 한국 주식시장 순매수 누계 금액은 아이러니하게도 -2.8조 원이다. 증시 전면 개방에도 불구하고 약 10년간 외국인의 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더 크다는 뜻이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비중(거래소 시장 기준)은 1997년 말 13.7%에서 2007년 말에는 32.3%로 오히려 두 배반 이상 늘었다는 사실이다.

자, 여기까지 전개한 이야기를 집약하면 이렇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의 13.7%만을 보유했으며 주식 평가액은 9.6조 원이었다. 그리고 이후 10년여 동안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가 아니라 2.8조 원을 순매도한 매도 주체였다. 올해 매도분을 제외한다 해도 10년간 순매수액 합계는 겨우 11.6조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32.3%로, 평가액은 307조 원으로 30배 이상 대폭 늘어났다.(2007년 말 거래소 시장 기준) 이러니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증시는 그들이 필요할 때 아무리 퍼가도 여전히 재화가 지천으로 남아도는 ‘화수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묘한 그릇은 저절로 재화가 생겨나게 할지 모르나 현실 세계, 특히 금융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금융 거래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어떤 사람이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면 반대편에서는 그와 동일한 금액만큼을 누군가가 꼭 잃어주어야만 한다. 어릴 적 구슬로 홀짝놀이를 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간단하다. 천하의 홀짝 귀재라 할지라도 잃는 아이들 구슬의 총합계 이상을 딸 수는 없는 것이다. 주식시장 단기 매매 차익의 원리는 홀짝놀이와 아무 차이가 없다.

물론 주식에 투자된 납입 자본은 기업의 생산 자본으로 사용되어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그에 따라 주가도 오르는 또 다른 속성도 지닌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 투기거래가 아닌 장기 투자에서 그리고 어디까지나 실물경제의 성장률을 반영하는 범위 안에서만 타당성을 지닌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에 시달려왔다. 국내총생산은 1998년 484조 원에서 2007년 901조 원으로 1.8배 성장했을 뿐이다. 이 사이 외국인의 보유주식 평가총액이 30배로 불어난 것은 결코 한국경제의 실물적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그릇을 채운 자 누구인가

실물경제 성장을 상회하는 외국인의 과도한 자본 수익의 이면에서 누가 대신 고통을 충당하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하다.

먼저 국내의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다. 외환위기 직후의 주가 침체기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양껏 사들였다면, 국내의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은 2005년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의 매물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전국이 펀드 열풍으로 들끓은 한해였다. 주식형, 채권형, MMF 등을 포함한 펀드 계좌가 2,000만개를 돌파하여 1가구 1펀드 시대를 맞이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금융 시장의 위험성이 이미 노출된 상황에서도 ‘펀드를 대체할 장기 투자 수단이 없다’는 금융기관과 언론의 장밋빛 예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007년 9월 말 적립형 주식펀드가 최초로 1,000만개를 돌파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여 뒤 우리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2,085포인트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가가 고점에서 이미 27%가 하락하는 동안 그 많은 펀드와 300만을 상회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고스란히 주가 거품을 조성한 외국인의 수익으로 귀결된 것이다.

직접투자나 펀드 투자를 하지 않은 국민들은 이 피해에서 예외일까? 그렇지 않다. 실물경제를 압도하는 금융경제의 영향력은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전 세계에서 주가 버블을 일으켜 막대한 차익을 거둔 금융 자본이 유가와 식량, 원자재 투기에 달려들 때 그 피해는 펀드와 전혀 무관한 서민에게도 돌아온다. 금융 경색과 금리 인상, 물가 폭등, 내수 침체라는 이름으로.

외국 자본 따라하기, 금융 추종 정책의 부메랑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를 중심으로 소위 선진화를 부르짖는 대부분의 식자들의 관심은 우리나라를 금융국가로 만드는 데 온통 쏠려 있다. 해외 펀드 투자를 대단한 국익 창출 수단이라도 되는 듯이 권장하고 몇 개 남지 않은 국책은행을 민영화하여 매각하지 못해 안달이다. 증시 개방과 OECD 가입으로 한국이 곧 선진국이 될 거라고 설레발을 떨던 외환위기 직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지금 어떤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는가. 얼마 전 미래에셋증권은 중국에 투자한 펀드의 대규모 손실에 대해 간담회를 열고 사과를 해야 했다. 미래에셋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4조 원 이상의 손실을 포함해 상반기 동안에만 모두 7조 1,775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그동안 국내 은행의 서브프라임 손실이 미미하다고 전해진 것과 달리 한국은행이 현재 외환보유액 2,581억 원의 15%에 이르는 370∼380억 달러 가량을 파산 위기에 처한 미국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에 투자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을 금융허브 국가로 만들기 위해 설립한 한국투자공사(KIC)는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나랏돈 20억 달러를 덥석 투자해 반년 만에 절반을 날렸다. 세계가 금융 불안으로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손실이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할지는 전혀 예측 불허다.

이 모두가 견실한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금융이라는 황금알 낳는 거위에 집착한 결과들이다. 선진국들이 모두 금융으로 돈을 벌어들이니 우리도 어서 서둘러 따라가야 한다는 금융 세계화 추종 정책은 이미 나라 안팎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승승장구한 외국 자본 역시 정작 자기들 나라에서 번지는 금융 위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은 한때 그들의 자존심으로 내세우던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의 부도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정도로 제조업 상황이 좋지 않다. 실물경제의 발전과 함께하지 않는 금융 강국의 꿈은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전가한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보여준 화수분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경제의 나갈 길은 결코 금융 추종 정책에서 구할 수 없다. 일자리를 늘려 청년들의 기지개를 펴게 할 때,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내수 경기를 살려 나라 안에서 자체적으로 수요와 생산이 촉진될 때, 한미FTA와 쇠고기 수입개방에 근심하는 농민들과 함께 식량 위기를 돌파할 농업 기반을 조성할 때, 그리고 투기활동이 아니라 이런 생산적 경제활동을 착실하게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봐라, 이게 정말 화수분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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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매도 개념과 거래 현황

■ 공매도(Short Selling)?!
고용과 미래에 대한 불안, 실질임금 상승률 정체, 부동산 등 자산 투기 열풍 등에 편승하여 많은 국민들이 직접 주식을 구입하거나 ‘펀드’ 형태로 간접 투자하고 있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주식 투자다. 미래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여 주식을 구매할 때 통상 롱(long) 포지션을 취한다고 한다. 이와 정확히 반대로, 숏(short) 포지션을 취하여 주식을 파는 것을 공매도라 한다. 즉 공매도(short selling)란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주식을 통상 차입을 통하여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1만원인 A 주식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여 중개인을 통해 B에게 100주를 차입하여 즉시 매도했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 후 주가가 20% 하락하여 8,000원에 거래될 때 다시 A주식 100주를 구입하여 B에게 상환하면, 20% 수익 20만 원을 벌게 된다. 따라서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가가 상승하기만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여 수익을 올린다. 한 푼 두 푼 벌어 적립식 펀드에 붓고 주가가 오르기만을, 아니 본전이라도 찾기만을 고대하는데, 한쪽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한 기법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확히 말해 공매도는 대차거래가 활용되는 하나의 투자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는 외환이나 채권처럼 대차거래 제도가 존재한다. 대차거래란 주식의 대량 보유자(통상 은행, 보험회사, 연기금)가 주식을 필요로 하는 차입자(증권회사, 자산운용회사)에게 일정한 수수료(연 2~4%)를 대가로 주식을 빌려주는 제도다. 차입자는 빌린 주식을 통해 매매거래의 결제, 차입 후 매도, 차익거래, 재대여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입 후 즉시 매도하는 것을 공매도라고 한다.

통상 1년인 대차기간의 계약이 종료될 때, 동종동량의 주식을 상환하고 수수료(연 2~4%)를 지불해야 하므로, 공매도 투자자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주가가 최소한 차입과 거래 수수료 이상으로 하락해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매도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부터 관련규정 준수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매도는 ‘위험’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대한다는 그럴싸한 명목 하에 도입되었지만,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규제를 점차 완화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현실은 공매도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고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FTSE 선진국 지수란 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로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1995년 공동으로 설립한 FTSE인터내셔널에서 발표하는 지수를 뜻함. 지수 편입 여부에 따라 해당 종목과 해당 국가의 주가가 큰 영향을 받는다)

■ 상반기 주식 대차 및 공매도 현황
상반기

주식 대차거래와 공매도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대차거래 규모는 작년에 비해 92%, 공매도는 무려 157% 증가하였다.
월평균 시장전체 매도금액(101.9조) 중 대차거래(10.07조) 비중은 10%에 해당하며, 공매도(3.2조) 비중은 3.1%로 전년(월평균 1.7%) 대비 83% 상승하였다. 특히 주식 대차 및 공매도 거래는 외국인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주식대차 시장에서 외국인 차입거래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8조1,923억)보다 27조원 이상 증가한 약 56조원에 달했다. 전체 거래금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93.3%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차거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공매도 규모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매도 규모는 2004년 월평균 0.32조원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 상반기에는 3.2조원으로 증가하였다. 연평균 78% 증가하여 4년 사이 무려 10배가 증가한 것이다. 주식시장이 급격히 하락한 6월, 시장 전체 매도금액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3.8%까지 치솟았다.

2. 공매도 규제 완화

■ 금융당국의 공매도 규제 완화
지난해 6월 미국에서 공매도 규제가 완화되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1934년 증권거래소법에 따라 1938년에 Up-tick 규칙을 제정하였다. 70년 이상 유지되어온 Up-tick 규칙을 특별한 이유 없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폐지하였다. Up-tick 규칙이란, 공매도를 통한 가격하락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공매도로 표시된 매도주문의 호가는 직전 체결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가 : ①10,000 → ②9,980 → ③9,980 → ④9,990 → ⑤9,990


주가가 상승중인 경우에만 직전가로 공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위의 예에서는 ④의 경우만, 9,900원에 호가를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규제가 지난 해 7월, ‘유가증권시장업무규정’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완화되었다. 즉 현재 가격(⑤)이 바로 직전에 형성된 가격(④)과 동일한 경우에도, 가장 최근에 형성된 가격(③)보다 높으면 현재가로 매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Zero-plus tick 규칙의 적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Up-tick(혹은 Zero-plus tick) 규칙을 적용할 수 없는 예외규정이 최근 너무 많아져 가격규제는 점점 무력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차익거래라고 하면, 현물가격과 선물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때 상대적으로 싼 시장에서 매수하고 비싼 시장에서 매도하여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차익거래에서는 Up-tick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시가(시작 가격)가 결정되지 않았거나, 시가가 종가와 같을 때, 장중대량매매인 경우에도 가격규제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결국 명목상 Up-tick 규칙을 적용받고 있을 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거의 마음대로 공매도를 실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초자산인 주식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이 도입되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파생상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초자산인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한다.

사실, 현대 금융시장에서 ‘투기’와 ‘헤지’의 구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공매도에 따른 ‘투기’의 대표적인 예가 1992년 조지소로스가 운영하는 헤지펀드의 영국 파운드화 공격이다. 독일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소로스는 헤지펀드를 통하여 파운드화를 공격하였다. 검은 수요일이라 불리는 9월 16일까지 파운드화 가치는 2주 동안 20% 이상 하락하였다. 당시 소로스는 100억 달러를 투자하여 10억 달러 이상의 투기수익을 올렸다.
굳이 현물 구입의 위험을 줄이거나 분산하기 위해서라면 선물이나 옵션 같은 다른 파생상품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저금리, 주식시장 활황, 그리고 펀드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유동성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규제를 완화한 것은 실은 다른 이유에 있었다. 외환이나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기법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의 전형적인 수법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내에서 비약적인 공매도 규모 확대는 주식시장의 하락세를 이용한 외국인의 시세차익 기법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금융당국이 조장했거나 최소한 방치한 측면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나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목적으로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 FTSE,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누구를 위한 ‘실적’인가
FTSE인터내셔날은 전 세계 50여개 국가를 산업과 지역별로 구분하여 각종 지수들을 발표한다. 그 중 선진국 시장은 22개, 선진신흥시장은 한국을 포함해 6개, 신흥시장은 18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2004년부터 승격 관찰 대상국에 포함된 이후, 선진국 시장에 편입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금융 및 외환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90년대 초중반 OECD에 가입하기 위해 금융자유화 조치를 실시했던 것처럼, 최근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각종 금융 및 외환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매도 규제는 FTSE 측에서 지속적으로 완화를 요구했던 핵심 사항 중 하나이고, 위에서 본 것처럼 사실상 거의 유명무실화 되었다. 공매도와 함께 FTSE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한 사항이 바로 외환거래 자유화다. 지난해 개정되어 올 초부터 시행되고 있는 외국환거래규정상 대차거래 제도 관련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올해부터 외국인투자자끼리 증권예탁원 등의 중개를 통하여 담보를 제공하고 주식을 차입 또는 대여하는 대차거래의 경우는 신고가 면제된다.(제7-48조 6항) 또한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금융기관의 주식을 차입하는 경우에도, 동일인당 100억원 이하이던 신고 면제 조항이 500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되었다.(제7-45조 16항) 즉 외국인끼리 차입, 대여하는 경우 신고할 필요가 없으며, 국내 금융기관에서 주식을 차입하는 경우도 500억원 이하이면 신고할 의무가 사라지게 되었다. 올해 들어 대차거래와 공매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바로 이러한 제도 변화 때문이다.

■ 시장의 투기화를 막는 것은 금융당국 본연의 임무다
지난해 6월, 미국에서 공매도 가격규제가 완화된 직후 서브프라임 문제로 주가가 하락하고 변동성이 확대되어 공매도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주가가 연이어 폭락하자 공매도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대차거래와 공매도 규정 준수여부를 점검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장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은 사실 이미 예상된 일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하반기 본격적인 미국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나라 또한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규제완화는 주가하락을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즉 공매도는 자동차에 비유하면 급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주가가 갑자기 상승할 때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차거래의 일시적 상환압력(Short Squeeze)을 발생시켜 주가가 급격히 치솟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 본연의 임무 중 하나가 금융안정이라고 했을 때 ‘공매도’ 제도는 본질적으로 금융 불안정을 양산하므로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규제 완화는 한번 실시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적인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외국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외국인만이 알고 있는 ‘선진’ 파생상품이나 금융기법을 통하여 규제/정보 차익으로 투기적 수익을 올린다면, 다른 시장참여자들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모두에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달 6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경우도 “대차거래 등을 통해 수익기반을 확대하고 대차거래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명목 하에 주식 차입거래의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또는 대주거래 제한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 심히 염려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시장을 완전 망쳐놓는 꼴이 되는 셈이다. 공매도로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서 허위 정보나 소문 등이 유포되면 시장은 더욱 교란될 수 있다.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은 우선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왜 발생했으며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기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헤지펀드 조기 도입, 자산유동화시장 활성화, 부동산 재개발 완화 등은 금융당국이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연초 수많은 기관투자가와 정부 관료들이 하반기부터 미국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최근 연방정부가 보증하는 모기지 대출, 유동화 업체들(GSE)에 긴급 구제금융 실시를 결정한 것처럼,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한 상태다. 세금환급 조치가 끝나는 4사분기부터는 실물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