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퇴조 뚜렷... '촛불' 힘 입증
2년후 지방선거는 보수네트워크-촛불민심 진검승부 될 것



졌다. 분명한 패배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 했던 이들에게는 패배였다. 누구는 눈물을 터뜨렸을 것이고, 누구는 쓰린 가슴에 소주를 들이부었을 것이다. 혹자는 '그럼 그렇지' 하는 냉소를 터뜨리며 베개 속에 머리를 파묻었을지도 모른다.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촛불 민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밤은 그렇게 허무하게 흘러갔다.

선거결과를 좀 더 뜯어보면, 소위 '강부자'의 승리였다. 촛불이 밀었던 주경복 후보는 17개 구에서 승리하고 8개 지역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 수치일 뿐, 강남구 한 곳에서의 압도적 패배가 전체판도를 뒤집었다. 이해관계로 똘똘 뭉친 '강부자'들은 철저한 계급투표로 승리를 얻었다.

강남·서초·송파의 밤은 계급투표의 승리감에 환호성이 울려퍼졌을지도 모른다. 주경복 후보는 공정택 후보에게 2만2053표 뒤졌지만 강남구 한곳서만 공정택 후보에게 3만2776표 뒤졌다. 강남구 표만 제외한다면 주경복 후보가 1만723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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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교육감 선거 지구별 득표 주경복 후보는 서울지역 25개 구 중 17곳에서 승리했으나 강남·서초·송파구의 압도적인 공정택 지지표에 밀려 패배했다


촛불의 한계인가, 성과인가


촛불이 매달린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패배했지만 촛불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볼 수 있는 계기로 보인다. 촛불이 해낸 성과가 어디까지고, 해내지 못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짚어보는 것은 선거 패배 이후를 모색하는 데 중요하다.

강남·서초·송파구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곳이다. 서울지역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는 강남·서초·송파 순이었고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 지역의 위력이 그대로 입증됐다.

그러나 변화가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강남(66.4%), 서초(64.4%), 송파(57.8%)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공정택 당선자의 지지율은 강남(61.14%), 서초(59.02%), 송파(48.08%)에서 대선 때보다 모두 하락했다.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정부의 종부세 완화 정책과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아지면 교육환경이 나빠진다'던 서울시 교육청의 입장이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 지역에서 계급투표를 강화한 요소였임에도 지난 대선에 비해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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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대선, 18대 총선에서의 한나라당 승리율과 초대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의 승리율 (승리율이란 서울 지역 25개 구에서 승리한 비율이며, 18대 총선의 경우 48개 선거구 중 한나라당이 승리한 비율)

또한,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표심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의 모든 구에서 승리했고(100%), 지난 총선에서는 서울지역 48개의 선거구 중에서 8개를 제외한 40개 선거구에서 승리했다(83%). 그러나 공정택 당선자는 25개 구 중 8곳에서만 승리함으로써 서울지역 32%의 구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의 대결이 이명박 정부와 촛불민심 간의 대리전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런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서울지역에서 이명박 정부의 헤게모니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비록 강남·서초·송파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타지역에서는 이미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인정하듯 이런 변화는 촛불이 없었다면 기대할 수 없는 결과다. 촛불시위가 처음 일어난 5월 2일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의 패배가 촛불의 패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촛불의 근본적 한계라기보다 3개월 동안의 성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척도일 뿐이다.

좌절할 것도 냉소를 머금을 이유도 없다.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한국 사회 보수화가 이제 겨우 긴 터널의 초입에 서 있을 뿐이라고 자조했던 현실은 급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패배는 아직 촛불의 힘이 조금 모자랐을 뿐이다.

한계를 뛰어넘을 통찰력이 필요한 시기

이명박 정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자율화 중앙행정기관 지방 이양, 대기업 방송사 소유제한 완화 등 중앙의 권력을 유사 성향의 지방권력 혹은 시장권력에게 배분하려 하고 있다. 이에 반발하는 국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경찰관 기동대를 창설하고 언론장악에 나서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명박 정권은 언론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시장권력을 통해 통제하길 원한다. 국민이 반발하는 민영화를 국가가 추진하기 전에 자신의 정치적 동맹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지방권력으로 이양하고, 지방권력이 시장권력에게 이를 다시 이양하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 또한 '분권'과 '자율'의 이름으로 시장권력에게 넘겨주고 있다.

이는 분권은 분권이되, 한국 사회 전반에 자리잡은 보수적 네트워크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실질적이고 안정적이며 장기적인 권력 장악이다. 이런 의도가 현실화된다면 그 어떤 권력이 탄생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튼튼하게 뿌리박힌 보수적 시장권력의 힘을 거스를 수 없게 된다.

'자율'과 '분권'의 이름으로 무차별하게 전개되는 시장권력화를 저지하고 아래로부터의 시민권력을 창출시키는 것은 온전히 시민의 몫이다. 이런 의미에서 2년 후 지방선거는 정치·경제·시민사회에 촘촘히 뿌리박힌 보수적 네트워크와 이명박식 국가운영에 반대하는 촛불민심 간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격전의 장이 될 것이다.

촛불 시민이 주시해야 할 것은 '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한계를 뛰어넘을 통찰력이다. 이를 통해 현실의 한계와 문제를 파악하고 성과는 살리면서 긴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지역 68%개 구에서 촛불민심이 승리했다는 것은 2년 후 지방선거에서 촛불민심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손우정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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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심한 투표결과... 아고라를 떠날 것 입니다

    Tracked from MetalRcn  삭제

    오늘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했다. 나는 물론 한표 투표를 행사했다. 일단 결론은 공정택 후보의 당선이다. 투표율부터 보자. 15.4% 이다. 15.4%..... 아고라를 비롯한 인터넷 여론을 보면 무슨 투표율이 80% 이상은 나올듯한 분위기 였다. 이명박 심판하자, 교6감 선거, 경복 궁에서 잔치를 벌이자.. 아주 인터넷 여론만 보면 다 투표에 관심이 있고 6번이 될것 같은 분위기 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침부터 지지부진한 투표율에 8시까지 투표를..

    2008/07/31 14:44
  2. 자그니의 생각

    Tracked from zagni's me2DAY  삭제

    누구나 인정하듯 이런 변화는 촛불이 없었다면 기대할 수 없는 결과다. ...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의 패배가 촛불의 패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촛불의 근본적 한계라기보다 3개월 동안의 성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척도일 뿐이다.

    2008/07/31 16:43
  3. 25개구 중 17곳 뒤지고도 ‘강남권’이 살렸다

    Tracked from 복이의 아름다운 세상.  삭제

    http://news.empas.com/show.tsp/20080731n01550 어제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진행됐다. 투표율 15.4%, 당선인 : 공정택 40.1% 득표 2위 : 주경복 38.3% 이제 우리나라의 모든 행정은 있는자들을 위한 것이다. 어제의 투표는 정말 있는자들을 위한 투표였지 않았나 싶다. 투표율 15.4%... 평일에 이뤄진 투표. 잘먹고 잘사는 강남에서는 투표율이 좋았나 보다.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은 투표를 못했나 보다. 당..

    2008/07/31 17:04
  4.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의 의미

    Tracked from 별의 목소리  삭제

    패배감에 사로잡혀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분석, 향후 선거 준비와 대응방안 마련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교육감선거의 진보진영 승리에 대한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하고 싶다. 다음 블로그 뉴스 미디어 토씨의 김종배씨는 선거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렸다. 공정택 후보는 확실하게 비전을 제시했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확대하겠다고 했고 국제중학교를 신설하겠다고..

    2008/07/31 21:03
  5. 투표율을보니 촛불민심은 일부좌빨들의 선동이 맞나보다

    Tracked from Ubuntu Linux | 자본주의 최고권력은 불매운동  삭제

    나 이제 개한민국에 남아있던 미련이 모두 사라졌다. 이민 가련다. 3개월동안 광화문을 밝혔던 끝없는 촛불들,, 그 촛불민심지지도가 80%라고 굳게 믿었다. 개한민국 국민도 이제는 더이상 말뿐이 아닌 실천하는 민주의식이 꽃피는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주댕이나 날불댈줄알지 실질적 행위라고는 눈꼽만치도 하지 않고 날로먹으려는 도둑놈들이 대부분이었음이 대선.총선에 이어 교육감선거로 극명히 드러났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민주국민의 알흠다운 투표율좀 감상해보..

    2008/08/01 02:00
  6. 강남은 계급투표를 한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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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공정택 교육감의 당선을 보고 "에이..ㅅㅂ 대한민국 ㅈ까라 그래"라는 심정으로 오늘 하루는 가능한한 블로그 글들도 안보고 뉴스도 안볼려고 했다. 머..그래도 '20프로도 안되는 투표율 속에서 주경복 후보가 이정도면 정말 선전한거지..' 라는 생각속에 마음을 가다듬고 이것저것 웹 서핑을 하던 도중 흥미로운 제목의 글을 하나 발견했다. "강남, 계급투표 한게 아니다" 진보성향의 잡지인 레디앙에서 요즘 유행하듯이 블로그로도 글을 발간하는 모양인데....

    2008/08/01 10:19
  7. 언론소비자주권 운동 카페를 소개합니다.

    Tracked from 개념 블로그  삭제

    더이상 조중동에 속지 마시고, 언론소비자주권 운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인터넷을 찾아 보시면, 그동안 조중동이 보여준 작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촛불 집회에 참석 안해도 저희들은 할 것이 많습니다. 저의 주변부터 차근 차근 변해가면 분명 이나라의 언론이 바로 서는 날이 올 것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으시고, 조중동의 폐해를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http://cafe.daum.net/stopcjd 감사합니다.

    2008/08/16 21:31
<공매도 규제 완화와 시장 투기화> 보고서 원문 보기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 차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인 주식 투자다. 이와 정확히 반대로, 자신이 소유하지 않는 주식을 통상 차입을 통하여 매도하는 것을 공매도라고 한다.
따라서 공매도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한 푼 두 푼 벌어 적립식 펀드에 붓고 주가가 오르기만을, 아니 본전이라도 찾기만을 고대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내가 알지도 못한 기법으로 주가가 더 떨어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형국이다.
상반기 주식 대차거래와 공매도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대차거래 규모는 작년에 비해 92%, 공매도는 무려 157% 증가하였다. 월평균 주식시장 전체 매도금액(101.9조) 중 대차거래(10.07조) 비중은 10%에 해당한다.
대차거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공매도 또한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매도 규모는 2004년 월평균 3200억에 불과했던 것이 2008년 상반기에는 3.2조로 증가하였다. 연평균 78% 증가율로 4년 만에 정확히 10배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6월, 전체 매도금액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3.8%까지 치솟았다.

당국 공매도 규제완화 속셈은

무엇보다 공매도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외국인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주식대차 시장에서 외국인 차입거래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조 이상 증가한 약 56조에 달했다. 전체 공매도 거래금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93.3%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공매도를 통한 가격하락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 Up tick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공매도로 표시된 매도주문의 호가가 직전 체결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규제가 지난해 7월 일부 완화됐다. 현재 가격이 바로 직전에 형성된 가격과 동일한 경우에도, 가장 최근에 형성된 가격보다 높으면 현재가로 매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Zero-plus tick 규칙의 적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마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가격규제 적용이 면제가 되는 예외조항을 최근 너무 많이 설치하여 점차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지수차익거래에서 시작한 예외규정이 주식차익, 주식예탁증서, 상장지수펀드 차익거래 등 대부분의 파생상품을 이용한 차익거래에 가격규제 예외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명목상 가격규제 조치를 적용하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은 거의 마음대로 공매도를 실시할 수 있다.

투기화 막는 것이 당국의 임무

금융당국은 왜 최근 공매도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했을까. 외환이나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기법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의 전형적인 수법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FTSE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조건으로, 외국인들이 금융시장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중반 OECD에 가입하기 위해 금융자유화 조치를 실시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각종 금융 및 외환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투기적으로 변할수록 정보와 기술이 부족한 직간접적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만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경훈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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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 로마에서 열린 UN식량안보정상회의에 이어 7월초 홋카이도에서 개최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는 석유가 폭등, 지구온난화, 식량위기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었다. 이 두 회의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할 것인가’의 여부였다.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와 대체에너지, 지구온난화와 환경보전, 식량위기와 식량주권의 측면에서 모두 연관된 이슈이기 때문에 G8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대표적인 식량수출국인 동시에 농업무역 자유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미국과 브라질이 바이오디젤 생산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 UN식량안보정상회의에서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하는 목소리와 이에 반대하는 주장 사이에 뜨거운 논란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왜 바이오디젤이 논란인가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 혹은 대체연료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바이오디젤은 두 가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바이오디젤 원료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대량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대규모 기업형 화학농업으로 환경을 해치는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인류의 먹을거리로 사용되어야 할 곡물이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어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식량위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측면이다.

바이오디젤은 유지 식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을 주원료로 해,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오염이 없고 손쉽게 재생산되어 대체에너지로 주목받아 왔다. 이런 장점으로 바이오디젤은 국제 유가 폭등 속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석유 등 화석연료의 고갈 위험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이라크 침략 등으로 국제 유가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급상승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바이오디젤의 경제적 수익성도 크게 높아지면서 2000년대 이후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원료재배 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에서 촉발된 바이오디젤 원료재배는 국제 유가 급등을 계기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 바이오디젤 생산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미국과 브라질은 바이오디젤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향후 바이오디젤 생산에 필요한 원료재배 면적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에너지관련 법률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까지 350억 갤런의 바이오에탄올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0∼40퍼센트를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바이오디젤 추진기구들은 브라질의 약 1억2,000만ha, 인도의 1,400만ha, 아프리카의 3억9,700만ha 등 바이오디젤 원료재배에 필요한 지역을 찾아내 눈독을 들이고 있다.(참고로 남북을 합친 한반도 전체 경지면적은 약 300만ha를 조금 상회할 것으로 추정)

바이오디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바이오디젤의 생산 확대는 식량수출국과 바이오디젤 생산국가에 이득이 될지 모르나 식량가격 폭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식량수입국에 전가된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디젤은 석유, 자동차, 곡물로 대표되는 초국적 자본에게는 더 많은 이윤과 권력을 부여하지만, 전 세계의 가난한 민중과 농민에게는 더 많은 빈곤과 고통을 안겨준다.

향후에는 바이오디젤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를 위해 대량의 화학농업에 적합한 GMO(유전자조작생물체) 종자 사용이 확대될 것이다. 가난한 빈곤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더욱 위험한 먹을거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물오염 혹은 물부족으로 인한 질병과 피해 역시 가난한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

곡물메이저로 대표되는 초국적 자본이 직접투자, 계약재배,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에 필요한 원료재배 면적 확보에 나서면서 해당 지역의 소규모 가족농이나 원주민은 토지를 빼앗기거나 강제로 퇴출당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형 농장에 농업노동자로 고용된 일부의 농민들 역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약 1억 명 이상의 새로운 기아인구를 추가로 양산하였고, 약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식량위기에 직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식량위기 위험국가만 약 37개국으로, 식량폭동이나 소요사태가 이는 등 기아와 빈곤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현상들은 불과 1년여 사이에 새롭게 벌어진 일들이다.(이 부분은 [관련글] 장경호, ’식량의 무기화와 고곡물가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참조)

일부에서는 바이오디젤을 현행 식량위기의 주범으로 규정하기도 하며,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식량가격 폭등의 약 70퍼센트가 바이오디젤 때문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바이오디젤이 식량위기의 유일한 주범은 아닐지라도 육류소비의 증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확산 등 여러 가지 요인들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바이오디젤때문에 식량가격이 70퍼센트나 폭등한 것은 아니지만, 바이오디젤과 식량가격의 메카니즘을 고려할 때 가격상승폭의 70퍼센트 정도는 바이오디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은 과장이 아니다.

이처럼 대체연료로서 바이오디젤은 일차적으로는 농민, 특히 소규모 가족농을 몰락시키고, 결과적으로 대다수 민중과 빈곤층이 그 피해를 떠안게 되며, 지구적 차원에서 환경이 파괴된다. 결국 바이오디젤과 최전선에서 맞부딪히는 것은 농업과 농민이며, 이 때문에 국제농민연대조직인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가 바이오디젤에 대한 강력한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국제적 규제기준 필요

작년 3월 아프리카 말리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SF) 참가자들은 바이오디젤(bio-diesel)이란 용어 대신에 농업연료(agro-fuel)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이유는 ‘바이오’라는 접두어가 마치 바이오디젤을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오해하게 할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농업무역 자유화로부터 발생한 사회적 생산관계를 은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을 원료로 얻어지는 연료를 의미하며, 농업연료는 농업을 통해 얻어지는 연료를 의미한다. 그런데 바이오디젤 생산에 필요한 원료는 자연계로부터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라는 생산행위를 통해 생산되는 사회적 생산물이다.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여 세계 곳곳의 소규모 가족농을 퇴출시키고, 환경파괴적 생산방식을 확대하면서 식량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에게 ‘바이오’라는 접두어를 붙일 수 없다는 지적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지구적 차원에서 바이오디젤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타당하다. 지금까지 바이오디젤 규제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제기된 주장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식량주권이 바이오디젤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바이오디젤 원료생산이 식량생산에 비해 부차적인 지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곡물 가운데 식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부분을 활용하거나, 비식용 작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옥수수, 사탕수수, 고구마 등을 직접 원료로 하여 바이오에탄올(bio-ethanol)을 생산하기 보다는 줄기나 잎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환경파괴적 생산방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열대우림을 파괴하여 재배면적을 확보하거나, 대량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살포하는 화학농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이와 같은 생산방식의 대체방안으로 소규모 가족농에 의한 생산, 다수의 농민에 의한 소규모 생산방식, 환경친화적 생산방식들이 제시되고 있다.

셋째, 화석연료의 대안 가운데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 가운데 바이오디젤은 주요 수단이 아니라 보조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바이오에탄올 보다 동물의 배설물을 활용하는 바이오메스(bio-mess)나 설탕을 활용한 부탄올 생산을 대체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넷째, 수출을 목적으로 바이오디젤을 생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출목적의 바이오디젤 생산은 결국 현행 바이오디젤 생산의 문제점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수출보다 국내적인 에너지주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현실적인 사례에 적용해 볼 수 있다. 부안, 제주 등에서 농민들이 유휴지를 활용하거나 겨울철 이모작의 방법으로 유채를 재배하여 바이오디젤을 생산하여 자기 지역내 공공차량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 브라질 등의 사례에서 드러났듯, 국가와 초국적 자본의 주도하에 대규모 환경파괴를 동반하거나 혹은 식용 곡물 생산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수출하는 행위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하는 문제는 개별 국가 보다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식량, 에너지, 환경 등에서 바이오디젤과 관련한 문제는 이미 인류 공통의 의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활동을 규제해야 하기 때문에 기후변화협약처럼 개별 보다는 국제적 차원의 협약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UN식량안보정상회의와 G8정상회의에서 바이오디젤을 규제하는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향후에도 식량, 에너지, 환경 문제를 주요하게 다룰 모든 국제회의에서 바이오디젤 문제는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바이오디젤 생산을 규제하는 국제적 기준 마련은 시기와 방법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 결국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경호 통일농수산사업단 정책실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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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스태그플레이션의 주범은 신자유주의> 보고서 원문 보기

“지금 우리는 두 가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인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가 공존해 있는 상태이다.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상태라고 볼 수 있다.” 1965년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영국 의회의원 매클리오드의 말이다.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현재 방향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게 맞다" 2008년 7월 28일 한국의 경제정책 수장인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발언이다. 수십 년 만에 자본주의 경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부활했고, 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한국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사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그런 현상이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되어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7월 23일, “2008년 하반기 이후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Mild Stagflation)’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경제의 구조가 세계경기뿐 아니라 유가에도 민감한데다 외부충격에 의한 내수의 완충역할도 거의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평균적인 세계경제 상황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술 더 떠서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주장을 실은 보고서를 7월 27일 발표했다. 연구원은 과거 일본 경제기획청에서 사용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지수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OECD국가들 평균보다 무려 5배가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보수적 집단인 기업경제연구소와 가장 방어적일 수밖에 없는 재정부가 스태그플레이션을 인정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물가 급상승과 더 심각한 고용 하락, 내수 침체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음을 판단하는 것이 그리 복잡했던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4.5~5%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보이고, 소비자 물가는 한국은행의 관리 상한선인 3.5%를 벗어나 뛰어오르고 있다면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봐야 했다. 소비자 물가는 2008년 1월에 이미 3.9%를 기록하면서 높아져 있었고, 성장률도 3월부터 대부분 기관들과 국제 투자은행들이 4.8% 미만으로 낮추기 시작했다. IMF와 OECD는 아예 4.5% 미만으로 잡았다. 그렇다면 2008년 상반기에 이미 상황은 결정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장 단순하게 확인할 수 있는 두 개의 지표는 소비자 물가와 실업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업률은 통계청도 인정하듯이 현재의 고용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므로 취업자 증가수로 살펴보자.

[그림1]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단 소비자 물가는 6월 5.5%까지 치솟았고 석유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올해부터 빠르게 치솟고 있다. 그런데 이들 물가 급등은 경기활황에 따른 수요확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압박 때문이었다.

반면 취업자수 증가는 2006과 2007년 30만 명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던 것에서 빠르게 하강하여 2008년 6월에는 14만 7천명까지 추락했다. 이와 같은 물가상승과 고용사정 악화 추세는 올해 하반기 내내 확대되며,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경제는 확실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진단해야 옳을 것이다.

더욱이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그나마 올해 경제성장률 1분기 0.8(전기 대비), 2분기 0.8(전기 대비)마저 주로 두 자리 수를 넘는 수출호조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데, 외환위기 이후 약화된 내수경기가 올해 들어 더욱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경기침체 강도는 배가된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부동산 가격은 불안정하고 주식과 펀드는 폭락하는 등 자산가치 하락조짐이 심상치 않은 대목도 현재 상황의 위험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폴 볼커식 해법

역사상 자본주의 경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공인된 시기는 1970년대뿐이었다. 미국의 경우, 1970년부터 1981년 사이에 인플레이션은 15%까지 뛰어오르고 동시에 실업률도 9%로 높아졌으며 시차를 두고 세 번의 마이너스 성장을 반복했다.

이때 스태그플레이션 해결사로 등장한 사람이 폴 볼커(Paul Volker)이다. 카터대통령에 의해 1979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되어 1987년 그린스펀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까지 연준 의장을 맡았던 폴 볼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초고금리, 초긴축을 강행하여, 당시 금리가 무려 20%까지 올랐다. 그린스펀과 마찬가지로 폴 볼커도 역시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경제성장과 고용증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는 믿음에 기초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 집중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림3]에서 보는 것처럼 1981년 13.5%에 달했던 미국의 물가는 1983년 3.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그 대가는 가혹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볼커의 금리인상과 초긴축,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완화가 짝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초창기인 1981년 7월~ 1982년 11월 경제성장은 -2.0%로 다시 추락했고, 실업률은 10% 수준으로 치솟아 미국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 넣었다.

결국 신자유주의를 탄생시켰던 폴 볼커와 로널드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대처법은 미국 국민의 지독한 고통을 볼모로 한 것이었다. 그 조차도 물가 진정 외에는 1980년대 미국 경제를 제대로 회생시키지는 못하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양산하여 1985년 플라자 합의에까지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들이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경제의 전성기인 1990년대에는 동구사회주의 붕괴와 미국 단일패권의 형성, 동유럽과 러시아와 중국 등 신흥시장의 급부상, 그리고 금융과 IT산업의 부흥이 결합되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즉, 볼커와 레이건의 경제정책의 효과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특히 이후 워싱턴 컨센서스에도 영향을 준 고금리, 긴축정책은 1998년 한국을 포함한 수많은 나라에 고통을 안겨준 실패한 정책이다.

그러나 고금리, 통화긴축, 규제완화, 감세 등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해법이 미국과 전 세계를 신자유주의 경제로 전환시켜간 것은 확실하다. 나아가 노동운동의 붕괴, 노동자들의 상대적인 소득 하락과 양극화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분기점이 되었다는 것도 확실하다. [그림4]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폴 볼커와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시작되던 시점부터 노동자의 분배몫이 생산성 상승속도와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에게는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분배악화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약하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폴 볼커의 해법, 신자유주의 해법은 다수 노동자와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이었으며, 그나마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은 이후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성장도 되고 고용증대도 될 것이라는 폴 볼커의 기대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보면서 금리인상과 초긴축, 감세 정책 등을 동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정책결정자들이 과감하게(?) 국민의 희생과 고통을 요구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2008년 한국 상황에 폴 볼커식의 국민희생을 압박하라는 주장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일정한 세금인상과 정부지출 증대 등을 배합하고 기술혁신을 추진하는 등 미국, 영국과는 다소 다른 대책을 세웠던 일본이 1980년대에 성장률과 물가안정에서 더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는 주장은 그나마 좀 나아 보인다.

2008년 스태그플레이션은 다르다

최근 상황에 가장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영역은 아무래도 증권투자자들인 듯 싶다.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주식투자법’이 언론지상에 빈번하게 오르내리고 있는데 대략 현금과 상품, 실물을 확보하라는 따위의 주문들이 주종을 이룬다. 여전히 노동보다는 자본의 순발력이 뛰어난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선 2008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즉,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수습했던 신자유주의 경제가 바로 지금의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80년대 이후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규제 완화는 각종 첨단 파생상품기법을 만들어냈고, 이들을 취급하는 헤지펀드를 키웠다.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전 세계로부터 거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금융시장을 키웠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미국 국내 주택금융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금융문제로 전환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편에서는 미국과 세계의 실물경기 침체를 불러일으켰고, 다른 편에서는 달러가치 하락과 금융자본의 실물시장 이동을 부채질하여 석유와 원자재, 곡물시장에 거대한 투기적 수요를 일으킴으로써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

이렇게 해서 2008년 판 스태그플레이션이 30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최근 1년 동안 무려 아홉 차례에 걸쳐 금리를 3.25% 내린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이 아니라 금융위기를 막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월가가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으라고 훈수를 두면서도 막상 미국에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결국 30년 전에는 신자유주의 해법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잠재웠는지 몰라도, 지금은 신자유주의 자신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의 원인이며 주범인 처지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80년대 식 규제완화, 감세, 긴축, 고금리 따위로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한다는 것은 문제의 원인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오히려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했던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해법을 역적용해야 한다.

금융 규제 강화,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회복이 필요

지금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현재의 금융위기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특히 금융감독 강화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은 금융 불안정성과 얽혀있다는 점에서 1970년대와 다르며, 금융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금융에 대한 감독과 규제의 강화밖에 없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완전고용과 복지확대를 이어가던 끝지점에서 발생한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는 달리, 수십 년 동안 양극화 확대와 복지 축소가 심화되던 상황에서 맞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금 상황의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폴 볼커식으로 물가 상승을 막는다면서 극단적인 경기침체와 국민의 고통감수를 요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사고다.

자본주의가 이미 한 번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하더라도, 양극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한국 국민들은 물가 안정이 될 때까지 지금 이상의 경기침체를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을 갖고 있지 못하며 정책결정자들이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무조건 긴축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하며, 지금은 정부가 한편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구사하고, 이를 위해 감세조치를 중단하여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요약하면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발생된 것이며 특히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연동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점에서 70년대의 그것과 다르다. 현재는 규제완화, 감세, 긴축 등의 정책적 수단들을 동원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금융을 중심으로 한 규제와 감독강화로 금융 불안정성을 통제하면서 일정한 재정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내수회복을 촉진시켜야 한다.

한국의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주장해왔던 경제정책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는데도 전혀 이 지점에 대한 자성이나 문제점에 대한 인정이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오히려 다시금 국민들에게 물가를 잡을 테니 경기침체의 고통을 감수하라는 요구를 한다. 규제완화와 감세확대를 주장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며 자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수 국민과 진보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만 하고 있을 시점이 아니다. 조만간 모든 고통의 책임이 국민들에게 넘어올 수도 있다.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에 기초하여 적극적 대응을 요구해야 하며, 특히 신자유주의에 의해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 타개를 기점으로 한국경제 구조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마치 40여년 전 케인즈주의 경제시스템이 스태그플레이션 대처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으로 전환되었던 것처럼, 지금은 신자유주의를 벗어나는 구조 전환을 시작할 때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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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ta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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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는 규제완화, 감세, 긴축 등의 정책적 수단들을 동원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금융을 중심으로 한 규제와 감독강화로 금융 불안정성을 통제하면서 일정한 재정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내수회복을 촉진시켜야 한다." - 김병권

    2008/07/29 20:57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정책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금리 인상은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통화정책의 일반적인 파급 메커니즘을 통해 금리 인상책의 실효성에 대해 검토한 뒤, 물가 안정책을 비롯한 하반기 우리 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금리 인상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하반기 경제 회복을 위한 제언> 보고서 원문보기

1.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

■ 공개시장조작 정책
이자율타깃팅을 실시하는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발표한다. 주로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금융자산(통화안정증권이나 RP)을 매각[유동성 축소]하여 금리상승을 유도하는 것이다.
정책금리 상승은 은행채나 CD금리와 같은 금융기관의 시장성금리 상승을 초래하고, 재정차익 거래와 기대 실현을 통해 장기금리 상승을 낳는다.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금리, 환율, 자산가격, 신용 등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 금리 경로
금리 경로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가장 고전적인 채널이다. 단기금리를 올리면 자본의 ‘사용자비용’이 증가하고, 국채가격을 비롯한 장기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한다. 이는 총수요 구성요소인 고정투자, 건설투자 등 투자지출의 감소를 초래하여 생산량 하락을 가져온다.(사용자비용user cost이란, 자본자산의 사용 또는 자본서비스를 얻는데 따르는 비용으로, 통상 감가상각과 이자비용으로 구성)
또한 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지출 결정에 미치는 경로는, 주택과 내구재에 대한 소비자의 결정에도 동일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택투자와 내구재 소비의 지출도 하락한다.

■ 환율 채널
수출 주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효과를 통한 경상수지 파급 경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금리를 인상하면, 원화채권(또는 원화예금)이 다른 외화표시 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상승하므로 원화가치가 상승한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로 표시한 국내생산물(수출품)이 해외생산물(수입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효과[국내 기업 가격경쟁력 하락]를 낳는다. 따라서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원화가치 상승은 원자재 수입가격을 직접적으로 하락시켜 직접적인 물가 하락 효과를 낳는다.

■ 자산가격 효과
통화정책이 자산가격을 통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주로 토빈의 q(기업의 시장가치/자본의 대체비용) 이론으로 설명된다. 토빈의 q가 높으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자본을 새롭게 대체하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주식발행이나 차입을 통한 신규투자 증가로 투자지출이 확대되지만, 반면 q가 낮으면 다른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하거나 기존의 설비투자를 인수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한다.

화폐를 다른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통화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는 개인들이 보유하고자 하는 실질잔고 감소를 초래하며, 실질잔고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금융자산이 주식 투자의 비중을 줄여 결국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이에 비해 케인즈주의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주식투자에 비해 채권이나 정기예금의 상대적 수익률을 증가시키고, 긴축정책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하락을 초래한다. 그리고 주식가격 하락은 토빈의 q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투자지출을 감소시켜 생산량 축소로 이어진다.
결국 통화량 하락과 금리 인하는 주가 하락, 투자 하락, 생산 하락을 낳는다.

주식시장의 투자지출 축소 효과는 부동산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금조달 원천인 CD와 회사채 등 시장성금리의 동반 상승을 초래하고, 이는 부동산 구입의 비용과 부동산 투자의 상대적 매력을 감소시킨다. 결국 부동산 수요 감소에 따른 부동산가격 하락은 건설투자 축소로 이어진다.
또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주요 구성요소인 주식가격 하락은 금융자산의 가치를 하락시켜 소비 또한 감소한다. 이는 부동산가격의 하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신용채널
금리상승에 따른 자산(주식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대출의 담보가치 하락을 초래하며, 대출 리스크가 상승함에 따라 금융기관의 재무포지션이 하락하고 대출자 프리미엄이 상승한다. 프리미엄은 기업의 금융 포지션에 주로 의존하는데, 당기순이익 등 내부유보자금에 주로 의존하는 대기업은 프리미엄이 낮게 부과되는데 비해,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에 부과되는 프리미엄은 높다.

또한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지급불능 위험을 상승시키고, 모니터링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차입자 프리미엄 또한 상승한다. 결국 금리 상승은 현금흐름(cash flow) 압박과 자산가격 하락을 통해 대출, 즉 투자와 수요 감소를 초래한다.[Balance sheet channel]
이러한 원리는 가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데,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규모 축소와 현금흐름 압박은 다른 자금조달 원천을 보유하지 못한 가계[주로 중ㆍ저소득층]의 소비지출 하락을 유발한다.

특히 은행대출을 통해 부동산 등 자산을 무리하게 구입한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과 현금흐름 압박으로 재무적 곤란(financial distress)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상승은 중ㆍ저소득층의 현금압박을 통해 가계파산과 강제 자산매각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현금압박에 대비하여 가계는 유동성 측면에서 화폐나 예금을 비롯한 유동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부동산 등 비유동자산 비중과 내구재 지출을 축소한다.[Cash-flow effect]

2.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 금리 인상 파급 경로 요약
금리 인상은 금리 경로를 통해 과열상태인 경기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총수요 하락과 수입가격 하락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정책효과를 낳는다. 즉 경기가 과열상태에 있는 경우 금리 인상은 총수요 억제를 통해 물가상승을 완화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실물경제 파급에 대한 여러 계량분석을 검토해도, 금리 인상의 물가완화 효과는 작은 반면, 실물경제 침체 효과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중앙은행의 1% 금리 인상(2년 후 인하)의 실물경제 파급효과에 대한 계량분석을 요약하면, GDP는 2년 후에 0.4% 감소한 반면, 물가는 그로부터 2년 후인 4년째에 0.4% 감소했다. 여기서 초기 2년 동안의 0.2% 인하 효과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가스요금 인상 효과보다 크지 않았다.
초기 2년 동안은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물가하락을 주도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본비용 상승에 따른 투자지출 하락이 물가하락을 유발했다. 특히 투자지출에 대한 감소효과는 매우 크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비용충격 인플레이션의 경우, 금리 인상은 추가적인 총수요 억제를 통해 경기하강 속도의 가속화와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의도한 물가안정 효과는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동향, 금리 인상의 실질적 비용과 편익을 더욱 면밀히 검토한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물가상승의 원인과 대책
최근 급격한 물가상승의 원인은 비용충격에 기인한 것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는 원자재 상승분이 생산재와 소비재 가격으로 파급되는 것을 환율하락이 상당부분 완충시켰지만, 상반기 환율상승은 오히려 생산재, 소비재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6월 들어 급격한 환율 상승 추세가 상당히 완화되었고 7월 유가와 천연가스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공산품 가격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많이 추월했고, 시차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와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3일에 있은 한국은행의 경제동향 간담회에서도, “물가는 비용요인에 주로 기인하여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는데 유가상승이 멈추더라도 물가상승 여파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기대심리→임금인상→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차단한다는 명분하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메커니즘은 경기상승 국면에서 전형적인 수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한 긴축통화정책으로, 2008년 한국적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 처방이다.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가 증가하고, 70년대 서구의 경우처럼 완전고용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임금 협상력이 강한 경우,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을 차단하기 위한 ‘소득정책’은 유효하다. 그러나 서유럽의 ‘소득정책’은 중앙-산별 협상구조 하에서 삼자(정부, 노동자, 기업)가 환율ㆍ금리ㆍ임금ㆍ이윤 등 주요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적절한 합의를 통해 물가를 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기업별 협상구조가 주를 이루고 노동조합의 조직률과 협상력이 매우 낮은 한국의 경우 ‘소득정책’은 노동자의 일방적 고통분담으로 귀결되는 것이 과거의 사례다.

최근 소비와 투자, 고용 등 총수요가 부진하고,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약한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은, 경기하강 속도만 더욱 가속화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정,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경착륙,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의 부담만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 경제팀을 전면 교체하고, 정부의 ‘약속과 공언’대로 하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하반기 경제안정 대책
원자재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수입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안정적인 환율관리가 물가안정에 긴요하다.

금리 인상은 이자율 평형설에 따라 재정차익 거래를 통해 환율을 하락시킨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국이 3% 이상 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왜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수출주도 성장을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달러) 선호[외평채 가산금리 상승],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용, 채권, 주식시장 안정과 급격한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 통화정책, 안정적 환율정책, 적극적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유가가 150달러를 넘지 않는 한 금리는 동결해야 한다.
또한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에 예상되는 무분별한 M&A와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금융기관의 대출, 위험자산 등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주식시장의 급등락을 사전에 방지하고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매도’를 비롯한 신용/대차거래에 대한 한시적 제한조치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금리는 동결하는 대신, 부동산 관련 세제, 재개발 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금융기관의 주택대출 실태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여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의 하향안정화 추세가 일시적으로 전환된 후, ‘투기적 기대’가 경기하강 국면에서 실현되지 못했을 경우 급격한 경착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원자재 가격의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가스,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하반기에 가급적 동결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물가가 전환되는 추세를 확인한 후 원가인상 요인을 최소한도로 반영하며, 경영상 필요한 원가인상 요인은 에너지 공기업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필요하다면 재정정책을 통한 보조금 지원으로 동결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사연 여경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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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힘드시죠? 제가 덜어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들, 이제 숨 좀 쉬게 합시다.”
“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겠습니다.”

서울 거리 곳곳에 선거플랑이 나부낀다. 지난 7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개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 각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학생, 학부모들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산적한 교육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는 바로 자신임을. 그러나 진정 아이들의 미래를 올바르게 책임질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일지 판단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후보 6명의 공약을 세심히 살피고 내 아이, 혹은 내 동생, 내 손주에게 적합한 정책은 과연 무엇일지 결정해야 한다.

D-6일. 선거는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부산과 충남 등의 지역에서 치러진 교육감 선거 선례를 바탕으로 처음 언론에서는 10% 안팎의 투표율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다르다. 언론은 20% 안팎의 투표율을 전망하고, 서울시선관위는 30%로 기대치를 높였다. 그나마 ‘교육대통령’이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서울시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유권자들이 인식한 결과일 것이다.

조선일보, 주경복 17.5% vs 공정택 14.5%

언론은

선거를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로 몰아가 공정택, 주경복 후보의 2파전을 예고했다. 더욱이 ‘좋은 교육감 선출을 위한 학부모시민모임’ 등의 보수단체에서 ‘반전교조 단일후보로 공정택 후보를 추대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정택 후보 중심의 보수대연합이 추진되면서 ‘선거 과열’ 양상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결국 보수 성향의 이규석, 장희철, 조창섭 예비후보는 사퇴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이인규, 김성동, 이영만, 박장옥 등의 후보들은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강조하며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 중 중도개혁을 표명한 이인규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6인의 약력 보기>

한편,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829명을 대상으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최대 허용 표본오차 ±3.4%, 응답률 14.8%)에서는 10명 중 6명 가량(58.6%)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6명 후보들의 공약과 정치적 성향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몇 명만 알고 있다’는 38.4%, ‘전부 알고 있다’는 3.0%다. 그런 가운데 후보 지지도에 대한 질문에서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50.6%)이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가운데, 주경복 후보(17.5%), 공정택 후보(14.5%)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이인규 후보(6.4%), 이영만 후보(5.1%), 김성동 후보(3.5%), 박장옥 후보(2.4%)의 순이었다. (조선일보 7월 23일자 참고)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후보별 공약

선거의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각 후보별 정책 공약을 살펴보자. 먼저, 현재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은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이다. 선거를 통해 촛불정국에서 아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한 ‘미친 교육’ 즉, ‘4.15 학교자율화 조치’에 담긴 0교시, 우열반, 영어몰입교육, 일제고사 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말을 유행시킨 0교시, 수준별 이동수업을 넘어서 성적에 따라 반을 나누어 가르치는 우열반, 초등학생 때부터 생활중심의 영어교육을 강화해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 영어몰입교육, 전국 모든 학생을 점수에 따라 한 줄로 세운다는 일제고사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택 후보는 0교시와 우열반은 금지시키되, 영어몰입교육, 일제고사에 대한 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 교육감으로서 ‘학력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효율성과 경쟁을 중시했던 공 후보의 과거 행적을 봤을 때, 0교시와 우열반을 금지하겠다고 한 것은 전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처사로 보인다. 그러나 영어몰입교육에 대해서는 ‘오?쥐 파동’을 불러일으켰던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도입 발표 이후, 맨 처음 적극적 도입 의사를 밝힌 공 후보였기에 한발 물러난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 역시 토시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정책화하고 있다. “영어교육, 학교에서 책임지겠습니다”라는 공 후보의 주요 구호와 맞물리는 지점이다. 구체적 공약으로는 모든 초등학교에 영어전담교사 배치, 모든 학교에 원어민교사 배치,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연차적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공 후보는 교육감 당시 초등학교 중간ㆍ기말고사와 성적표, 일제고사를 부활시켰던 만큼 일제고사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주경복 후보는 앞서 밝힌 ‘미친 교육’을 모두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주 후보는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성인들보다 적은 현실에서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충분히 잠자고 제때 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며 8시 이전 조기 등교와 학교 및 학원 22시 이후 심야학습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열반과 일제고사를 금지시키고 대신, 기초학력이 뒤쳐지는 학생을 위해 학생이 원할 경우에만 한시적인 형태로 운영하는 맞춤형 책임지도 특별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학력이 상위권인 학생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모든 학생이 교육과정이 정한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주 후보의 공약에는 학령기 이전부터 과열되고 있는 영어교육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

이인규 후보 역시 0교시, 우열반 등은 학생의 기본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영어몰입교육은 반대하되, 영어노출시간은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 교육청 책임 아래 해외 교환학생 적극 주선 △ 파견ㆍ교환학생 중 일정 비율 저소득층에 배정(경비 지원) △ 해외 학교 매입해 학생들의 해외 체험 기회 확장 △ 영어과목에 인터넷 과제시스템 도입해 방과 후 영어 노출 시간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영어교육을 위한 해외연수나 조기 해외유학, 이민까지도 넘쳐나는 현실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또한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참여 여부를 강제하지 않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며, 다만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경우 최저 학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특별지원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책임 운영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학생들을 점수따기를 위한 경쟁으로 내몬다는 일제고사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 밖에도 김성동, 이영만, 박장옥 후보는 0교시, 우열반, 일제고사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영어교육에 있어서 현 정부 정책과의 차이점은, 김성동 후보는 귀국학생을 활용한 영어또래교육 실시와 교육소외 지역 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우선 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영만 후보는 서울시와 공조해 영어마을, 과학탐구 체험활동관, 문화 교육 탐방을 종합하는 벨트를 조성하고, 각급학교에 외국인과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과정을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장옥 후보는 영어 공교육 목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특목고·자사고에 대한 후보별 공약

둘째, 특목고ㆍ자사고에 대한 각 후보별 공약 역시 이번 선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사교육을 부추기며 입시학원화 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특목고와 자사고는 지자체 선거 때마다 매번 후보들의 단골공약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100개 설립’ 계획으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얼마 전 7월 11일에는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인 ‘페르마에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교에서 경기 의왕 소재 명지외고를 인수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서울 은평뉴타운에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다 무수한 반발에 부딪친 뒤 지난 2월 은평 자사고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반납한 대교가 이번에는 외고를 사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특목고 입시전문학원이 특목고를 함께 경영하게 됐으니 학교가 학원의 돈벌이가 될 게 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특목고ㆍ자사고에 대한 교육감 입장의 현재적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공정택 후보는 전 교육감 시절부터 자사고 도입과 특목고 확대를 내세웠으며, 국제중학교 설립을 추진해 왔다. 이번 선거 공약에도 ‘특목고 및 특성화 중ㆍ고 확대 지정’이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반해 주경복 후보는 외고 정상화, 자사고 추가 설립 중단을 공약으로 하고 있다. 외국어 교과목의 선택폭을 확대해 다양한 외국어 교과목을 개설하고 교사 양성 연수를 실시, 외국어 교과목의 비중을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조정해 외고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자사고 대신 핀란드형 중등학교, 정보산업형 대안학교 등 공립형 대안학교를 확대해 학교의 다양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인규 후보는 특목고ㆍ자사고의 확대를 반대하되, ‘창의형 자율학교’로 이들 학교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창의형 자율학교는 학점제로 운영하면서 원하는 학생들에게 조기졸업 기회를 적극 부여하며, 교육과정의 내용과 속도, 수준을 달리하는 다양한 선택기회를 부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이 학교의 학생 선발은 일반 중ㆍ고교에 적용되는 선지원 추첨제를 적용해 사교육 자극요인을 예방할 계획이다. 외고는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복안으로 외고를 중ㆍ고교 연계과정으로 전환하고 제2ㆍ3외국어 인증 졸업제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 외 김성동, 이영만, 박장옥 후보는 특목고ㆍ자사고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나 공약을 내세운 바 없다.

교원평가에 대한 후보별 공약

셋째, 한나라당과 보수집단ㆍ언론들이 이번 선거를 ‘전교조 대 비전교조’ 대결구도로 만들어가는 형국에서 교원평가에 대한 각 후보별 입장 또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교원평가제는 지난 2005년 11월부터 정부와 전교조의 대립으로 활로를 못 찾은 채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교원능력개발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입법화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교원평가를 찬성하는 측은 교육서비스의 차원에서 교육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