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총기, 삼성의 오기


"앞으로 제2, 제3의 희생자가 나오지 말란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2008년 1월 14일, 충청남도 태안군청 광장에서 열린 고 이영권씨 장례식장을 울린 절규다. 애면글면 가꿔온 양식장이 기름 쓰레기장이 된 날벼락에 절망한 이씨는 끝내 목숨을 끊었다. 장례위원장은 영결사에서 울분을 삭이며 고발했다.
 


▲ 태안 군민들은 기름 유출 사고를 일으킨 삼성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엄청난 사고를 낸 당사자들은 침묵하고 있고,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진정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열로 이씨를 보낸 바로 다음날이다. 바지락 채취로 생계를 이어온 70대 어민이 다시 극약을 마셨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제2의 희생자다. 자원봉사자들이 정성을 다해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니다. 아직 지옥 같은 곳이 숱하다. 어민의 절망은 무장 깊어가고 있다. 제3의 희생자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절망과 슬픔에 잠긴 태안 어민들 자살 잇따라


그러나 보라. 장례식장을 수놓은 만장들이 삼성의 무책임을 성토했지만, 오늘 이 순간까지 삼성은 사과 한마디 없다.


왜 그럴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을 법한 태안반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검은 기름으로 범벅을 해놓고도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감탄과 개탄을 섞어 말했다.


"삼성의 침묵을 보면서 참 언론플레이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으로선 사과를 할 때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요. 사과를 하는 그 순간, 태안 앞바다를 기름으로 뒤덮은 게 바로 삼성이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게 되니까요."


그렇다. 아직은 바다를 기름으로 오염시킨 게 삼성중공업의 배였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


왜 그럴까. 정박해있는 거대한 유조선으로 다가가 충돌한 배의 선주가 삼성중공업임을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과하지 않는 삼성과 보도하지 않는 언론


바로 그곳에 삼성의 오기가 있다. 원유 1만2547㎘가 바다로 콸콸 흘러 태안반도의 수려한 해안선 167㎞를 모두 유린하고, 5159㏊의 양식어장을 파괴했음에도 삼성은 모르쇠다. 아직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사고가 터진 직후에도 그 배가 삼성중공업 배임을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적시하지 않았다.


저 사과 한마디 없는 삼성의 오기는 자신들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삼성은 지금 이 순간도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기사를 크게 부각해온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두 달 넘도록 광고를 주지 않는 오기를 보라.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으름장 아닌가.


삼성의 서슬 새파란 오기를 새삼 고발할 뜻은 없다. 김용철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제단의 열정으로 삼성 비자금에 특검이 진행 중이기에 더 그렇다.


문제의 핵심은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에게 곧장 묻는다. 태안 기름 바다로 이미 어민이 삼성을 원망하며 두 명이나 목숨을 끊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는 몰염치가 과연 이 회장의 뜻인가? 삼성 비자금 사건을 기사 비중에 걸맞게 편집해온 두 신문사에 광고 집행을 하지 않는 졸렬함이 과연 이 회장의 의지인가?


광고로 언론통제하는 게 이건희 뜻인가


이건희 회장의 총기는 삼성 그룹 내부에 익히 알려졌다. 삼성을 세습한 뒤 이 회장은 특유의 총기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삼성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명토박아 두거니와 양적으로 그럴 따름이다. 세계적 기업과 기업인이 되려면, 최소한의 조건이 있다. 언죽번죽 ’나눔의 경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비자금을 적극 ’활용’해 당대에는 ’존경받는 기업인’에 꼽힐 수도 있다.


다만 냉철하게 성찰해보라. 기업의 잘못을 보도하는 언론에 광고를 주지 않는 기업인, 어민이 자살로 항변하는 데도 모르쇠 하는 기업인을 역사가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자명하지 않은가.


이 회장에게 정녕 총기가 있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삼성의 오기를 다스리는 일

이다. 더 늦기 전에 서둘기 바란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 새사연 원장


필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창립공동대표, 한겨레신문 노조위원장,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손석춘의 청년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새사연 원장입니다. 이 글은 이스트플랫폼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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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안자원봉사자 노벨상 추천, 행자부 제정신인가?

    Tracked from 뒷골목인터넷세상  삭제

    태안자원봉사자 십만명, 노벨상 추천 그렇게 노벨상 타고 싶냐? 어이없는 뉴스를 접했다. 귀를 씻어야 겠다. 행자부에서 태안자원봉사자 십만명을 대상으로 노벨상 추천을 하겠다고 오늘자 보도 자료에서 밝혔다. 뉴스에서도 잘 나와있듯, 노벨상이란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등 6개 분야에서만 국한되어 수상되고 있고 환경부문에서는 없다는 걸 인터넷 몇차례만 뒤져보면 알것을...쯧.... 상식적으로 십만명이 노벨상 받으면...어디보자, 대한민국..

    2008/01/18 10:48
  2. 대한민국은 삼성에게 고마워 해야한다...고맙습니다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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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삼성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 태안반도 주민들이 3천억원을 받을 수 있게 해줘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 오스터빈 사무국장 “태안 기름유출 3000억 보상 가능”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100만명을 노벨상 후보에 올라갈 수 있게 해줘서... 태안 자원봉사 100만명…노벨상 추천 검토 그런데 왜 자꾸 돌아가시는 분들이 생기지? 그리고 왜 눈물이 나지....ㅠ,.ㅠ 이렇게 좋은 데 말야.... 태안 어민 또 목숨 끊어… 여하간....고맙습니다....

    2008/01/18 12:13
  3. 청정바다 대학살자 삼성, 언제까지 침묵하려는가!

    Tracked from 자주시대  삭제

    환경연합 의뢰 분석 결과, 태안 모래 속 최고 34배 ‘오염’ 10일 환경운동연합 발표에 따르면,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바닷가에 퍼진 기름이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 지표면 아래쪽의 오염이 굉장히 심각하...

    2008/01/18 17:38
  4. 초일류 삼성?

    Tracked from 제리의 거꾸로 보기  삭제

    오늘 삼성중공업이 태안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삼성 중공업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의견서를 판사에게 제출했다고 합니다. 기상이 매우 불량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예인선을 운행했으며, 항해일지를 위조했으며, 2차례 경고도 무시하고, 핸드폰으로 경고를 했음에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국내에 5개 밖에 없다는 귀중한 장비인 크레인선을 조그만 예인선 회사에다가 모든 권한을 줬을까요? 삼성은 1월 22일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2008/01/30 22:14
  5. &lt;문창재 칼럼&gt; 뿌듯하고 부끄러운 태안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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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재 (내일신문 객원 논설위원) 태안 앞바다 기름 방제작업 자원봉사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은 자랑이고 부끄러움이다. 우리 국민도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끌어안을 줄 아는 훌륭한 사람들이라는 걸 확인한 것은 너무 뿌듯한 감동이었다. 그런데 사고를 낸 기업과 이를 수습할 책임을 진 정부, 그리고 사고원인 조사기관의 태도는 너무 부끄럽다. 1997년 일본 시마네 현 앞바다 유조선 침몰사고로 해안이 기름범벅이 됐을 때, 일본의 자원봉사자 대열이..

    2008/02/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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