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9 / 0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유럽이 잠잠하다. 두 달 전만 해도 세계경제를 금방이라도 위기로 몰아넣을 것처럼 시끄러웠는데 말이다. 정치가와 관료들이 여름 휴가를 갔기 때문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도 들린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는 유럽 정치가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위기를 수습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이제는 과연 유럽연합의 통합이 계속 진전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연방국가인 미국의 통합과 유럽의 통합을 비교하고 있다.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통합은 유사하다. 하지만 유럽이 미국과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연합 차원의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합 차원의 공공지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지원함에 있어서 조건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조건은 개별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게 된다. 또한 사실상 채무국에 대한 지원금이 연합정부 차원의 자금이 아니라 개별 국가들이 각출한 자금의 합이다 보니 채권국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인해 유럽의 통합정치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나마 해결책이 있다면 유럽연합의 기구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유럽연합 기구에 각 국가의 대표들이 모여서 유럽 전체 차원의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위기에 대한 보험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럽연합 회원국의 공동의 이익이라는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는 가운데 더 이상의 통합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 피사니 페리는 브뤼셀에 위치한 경제정책 싱크탱크 브뢰겔 연구소의 대표이며, 파리 도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유럽연합의 행정부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의 자문위원이었으며, 프랑스의 국제 경제 연구 기관인 CEPⅡ의 대표이기도 했다.

 

 

유럽, 연방이 될 것인가, 붕괴할 것인가?

(Federalism or Bust of Europe?)

 


2012년 8월 3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

 

유럽 채권시장의 8월은 위기감을 넘어 침묵의 상태였다. 휴가를 떠난 유럽의 정치가들은 지난 몇 달 간의 고민의 시간에서 물러서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이 될 수 있을까?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단. 생산, 노동, 자본 시장이 대부분 통합되었고, 연방 차원의 예산 편성은 개별 주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혼란을 상쇄했으며, 은행 부문에서의 문제와 같이 기타 주요 위기의 처리에 있어서 연방 정부가 책임을 졌다. 주 정부는 지역에 필요한 공공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했지만, 거시경제 안정화에 있어서 실질적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유럽 연합에게 하나의 모형이 되어 준다. 특히 단일화된 시장과 단일통화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유럽은 미국의 모형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 먼저 유럽은 연방 차원의 예산이 자리 잡지 못했다. 1970년대 유럽 공공지출을 유럽 GDP의 5~10%에 달하도록 높이고자 했지만 이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오늘날 유럽의 예산은 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해 30년 전보다 늘어나지 않았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유럽 연합의 공공지출은 새로운 단계로 발전했고, 유럽이 통합을 시작했을 때 공공지출은 이미 국가 수준으로 높아졌다. 연방 지출은 매우 중요한데, 국가별 수준에서 유럽 전체 차원으로 전환되어야 했다. 당연히 이러한 변화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최근에 유로존은 회원 국가 사이의 상호 보험 제도를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2010년부터 유로존 사이의 원조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고 사이프러스로 확장되었다. 스페인도 조만간 은행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함께 원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들끼리 서로 돕는 특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연대는 공짜가 아니다. 수혜자는 예산의 책임가 있는 운영을 약속하는 재정 조약을 따라야 하며, 준자동적 제재(이는 유렵연합 차원에서 개별 국가에 제재를 가하기 전에 회원국들의 찬반을 묻는 것이다. 인구와 영향력을 고려한 가중 다수결을 통해 제재 여부에 대해 찬성의 결과가 나오거나 또는 분명한 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 - 역자 주)도 뒤따른다. 또한 원조의 수혜자들은 제안된 정책을 시행하고, 정치에 있어서도 외부의 감시를 받아들이도록 요구받는다. 다시 말해 연대의 대가로 주권의 제한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의 회원국 정부와 의회는 여전히 지휘권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원조 자금이 연방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들이 제공한 자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확실히 채권국은 이웃국가의 지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더 많은 힘을 요구한다. 그 결과 통화는 단일화되었지만 유럽의 상태는 미국과 다르다. 단일통화가 오히려 유럽의 각 국가들을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연방 정부는 공동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패로서 행동하며 각 주 정부가 곤경에 처했을 때 자동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파산한 주 정부를 구제하거나 주 정부의 자치권을 가져오는 수준까지 가지는 않는다. 반대로 유럽에서는 전체를 보호하는 방패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곤경에 처한 회원국을 위한 자동적인 지원도 거의 없다. 다만 상황이 더 나은 국가가 조건이 따르는 지원을 하는 정도이다. 따라서 미국은 힘의 집중과 경쟁하지만 유럽은 서로 각각 경쟁한다.

이같은 국가 간 경쟁은 유럽의 통합 정치를 어렵게 만든다. 모든 연방은 중앙 정부와 주 정부 간의 긴장 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이웃국가로부터 감시당하고 지시받는 것은 중앙으로부터의 감시와 지시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불쾌하고 두려운 일이다.

현재 유럽의 국가가 겪는 문제의 중요한 이유는 유럽연합 기구의 취약함이다. 유럽연합의 기구는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유럽인들 전체가 책임을 지는 기구여야 한다. 공동의 유럽은 단지 국가 단위의 유권자에 국한된 정부와 의회에 의해 국가적 이익을 계산하는 식으로는 탄생할 수 없다.

유럽이 자신만의 모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는지 아니면 표준적인 연방 모델 근처에서 오락라가락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해법이라면 유럽 전체의 토론을 소집하고, 각 국가의 대표를 파견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유럽 의회가 책임지는 유럽연합의 기구가 보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환시키는 것이다.

어떤 길을 가든지 앞으로 유럽은 공동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니면 통합의 길을 유지할 만큼 공동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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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