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9 / 04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에서는 11월 열릴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미트 롬니(Mitt Romney)의 탈세 혐의가 집중 부각되고 있다. 롬니와 그가 만든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은 케이먼 군도와 같은 조세피난처에 가짜회사를 만드는 방법 등을 통해 세금을 회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펀드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입은 35%의 소득세율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이를 다시 투자 펀드에 넣어서 15%의 자본이득세율을 적용받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가 또 한 번 롬니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간 스티글리츠는 롬니 후보가 불평등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롬니의 긴축정책은 경기를 둔화시키고 일자리 부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스티글리츠의 글을 요약하자면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롬니의 탈세를 비판하고 있다. 우선 현대 경제를 유지하는데 교육이나 기술과 같은 공공재가 필수적인데, 공공재의 생산을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정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유지에 필요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는데, 탈세는 그러한 믿음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셋째, 불평등이 악순환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의 탈세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은 악화되고, 이는 금권정치를 통해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다시 정치적 불평등은 특권층에게 유리한 사회경제적 제도를 만들어냄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롬니의 탈세 혐의에 대한 스티글리츠의 비난은 결국 공정하지 못한 사회가 어떤 문제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지 세금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에 적용될 수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롬니가 내야 할 공정한 몫

(Mitt Romney's Fair Share)

 

2012년 9월 3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미트 롬니의 소득세가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공세일까? 아니면 진짜 중요한 문제일까? 답하자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미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토론의 밑바닥에 깔린 주된 주제는 국가의 역할과 공동체 행동의 필요성이다. 현대 경제의 핵심이라 할 민간부문조차 혼자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을 포함한 효과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대 경제는 기술적 혁신 위에 세워져있다. 기술적 혁신은 정부에 의한 기본연구기금 덕분에 가능했다. 이는 생산될 경우 모두가 이익을 얻지만, 민간부문에만 맡겨놓을 경우 적게 공급되거나 아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는 공공재 중 하나이다.

미국의 보수당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 기술, 기반시설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재를 제공하는 경제는 그렇지 않은 경제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다.

하지만 공공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신고된 소득(케이먼 군도나 다른 조세피난처에 숨겨진 자산은 미국 정부에 신고되지 않는다)의 15%만을 세금으로 지불하는 고소득자들은 분명 공정한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물고기는 머리부터 썩는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이 공정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이들이 그러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모두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에게 필요한 공공재를 마련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는 세금 납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신뢰와 협동의 정신에 기반하고 있다. 부자들이 그러듯이 모든 사회구성원이 조세 회피에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한다면, 조세 제도는 무너져버리거나 훨씬 더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구조로 바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모든 약속이나 계약이 법을 통해 강제되어야 지켜질 수 있다면, 결국 시장 경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제도가 공정하다는 믿음만 존재한다면, 신뢰와 협동은 유지될 수 있다. 최근 한 연구결과는 경제제도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협동과 노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의 경제제도가 불공평하며, 조세 제도는 불공정의 상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그가 내야 하는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있지만 그의 비서보다 그의 소득 세율이 더 낮으며, 이는 제도 자체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옳다. 세금을 면제 받은 롬니도 워렌 버핏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 실제로 닉슨이 중국에 방문했던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부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할 것을 주장했던 최고 권력의 위치에 선 부유한 정치인이 역사의 진로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롬니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낮은 세율로 인한 세금 투기가 결국은 경제를 망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상위층의 세금 투기는 경제학자들이 ‘지대(rent)'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는 경제의 파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파이의 큰 조각을 집어 가는 것일 뿐이다.

소득 상위층에는 경쟁을 저해하고 생산을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서 자신들의 소득을 늘리려는 많은 독점가들이 존재하고 있다. 협동으로 얻은 수익 중 자신이 더 많은 부분을 얻기 위해서 노동자를 위한 몫은 거의 남겨두지 않은 채 회사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CEO들,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약탈적 대출을 자행하고 신용카드 남용을 부추긴 은행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지대추구행위와 불평등은 소득 상위층의 세율이 낮아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규제는 사라져버렸고, 그나마 존재하는 규제는 약화되었다. 지대추구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났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부당한 이득도 매우 커졌다.

오늘날 총수요의 부족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괴로운 문제이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 엄청난 불평등을 가져왔으며, 악순환은 이어져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 불평등과 경제적 불안정과 취약성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 또 다른 악순환이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며, 다시 정치적 불평등은 롬니와 같은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만들어 내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강요한다. (롬니는 지난 10년 간 최소 13%의 세율로 세금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 의한 정치가 가져온 경제적 불평등은 오늘날 전세계 경제를 약화시키는 중요 원인 중 하나이다.

롬니는 조세 회피를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결과는 국세청의 조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최고 한계 소득세율이 35%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는 상당 규모의 조세 를 회피한 것이 분명한다. 물론 문제는 단지 롬니만이 아니다. 이같은 수준의 조세회피는 공공재의 생산과 분배를 어렵게 한다, 공공재 없이 현대 경제는 번영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롬니와 같은 규모의 조세 회피는 제도의 근본적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훼손한다는 것, 그리하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 만들어 주는 연대의식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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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