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2년 상반기가 마무리되고 하반기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5월부터 걱정해 왔던 경기하락이 이제 기정사실화한 느낌이다. 비록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고, 유로화 탈퇴사건도 없었지만 그래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예정된 유럽의 침체와 그리스와 스페인을 필두로 한 위험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유럽과 미국·중국이 내년에는 모두 침체로 돌아서는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앨런 그린스펀도 "전 세계적 불황이 우려된다"는 언급을 공개적으로 할 정도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틀림없다. 우리나라 경제도 당초에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했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완전히 빗나가게 됐다. 이를 입증하듯 가장 최근에 경기전망을 수정한 엘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3.0%로 설정했다. 조만간 2% 수준의 전망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가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역진해 ‘성장과 일자리’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당장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들이 ‘스스로’ 성장담론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성장과 분배의 동행’이라든지 ‘진보적 성장’, ‘사람이 성장동력’이라면서 대선후보 출사표 앞자리에 자진해 성장을 놓고 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뒤이어 조만간 재벌대기업 쪽에서 불황 예상국면을 이유로 분규 자제 요청이나 심지어 임금삭감 요구까지 들고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2009년에도 임금삭감을 들고 나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성장론과 일자리 창출론 등이 경제위기와 닥쳐올 장기 침체를 막는 향후 5년의 비전이 돼야 할까. 우리는 여기서 잠시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35년 제정된 노동보호법인 와그너법(Wagner Act)에서 배울 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법으로 평가받는 와그너법은 30년대 미국이 처했던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연방법 차원에서 처음으로 인정해 줬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방해하려는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던 법이다. 나아가 부당노동행위를 물리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준 사법기관인 전국노동관계위원회를 설치하게 했던 법이다.

그러면 어떻게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불황을 타개하는 대책이 될 수 있는가. 와그너법 전문에 의하면 “완전한 결사의 자유 또는 실질적인 계약자유를 가지고 있는 않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교섭력 불평등은 임금 및 임금 소득자의 구매력을 억압하며, 산업 간 경쟁임금과 근로조건의 안정을 방해해 지속적으로 기업 불황을 악화시킨다”고 돼 있다. 즉 입법자인 와그너 상원의원에 의하면 노동자의 단체교섭은 높은 임금과 국민소득을 확보하게 해 보다 나은 분배를 촉진하며, 올바른 단체교섭은 사용자의 지배가 없는 독립적인 노동조합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경제위기와 비견되는, 29년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노동정책에서 사용됐던 해법이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와그너법의 입법취지가 앞서 언급한 경기회복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하나 더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와그너 의원은 경기회복 못지않게 산업 민주주의의 정착을 중시했다. 심지어 노동자의 민주적 동의와 실질적 자유의 성취를 경제적 안정과 성장보다 우선했다는 연구도 있다.(김진희·2006·'뉴딜 단체협상법의 생성과 변형')

특히 와그너는 자유시장과 권위주의 정부 모두를 폭정으로 비난했다. 자유시장은 실상 노동자의 권리가 상실되고, 계약관계를 통해 노동자가 사용주의 볼모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와그너는 권위주의 정부와 자유시장이라고 하는 두 가지의 폭정을 종식시킬 정당하고 민주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권위주의 정부도 자유시장도 거부했던 그가 생각했던 대안은 공적이익을 보호하는 민주정부였다. 그 일환으로 와그너법을 생각했다. 지금의 표현법으로 바꾸면 노동 민주화이자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닥쳐올 경제위기와 장기 침체를 극복할 대안은 노동시장 억제를 통해서도 아니고,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정책도 아니다. 노동자 권익을 보장하고 협상력을 높여 더 나은 임금과 소득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구매력을 높이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자의 민주적 권리와 결사를 보장하는 노동 민주화, 경제 민주화를 통해서 달성된다. 단순한 성장전략이 아니라 경제 민주화를 통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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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