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01정태인/새사연 원장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통합진보당 사태’다. 아마도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그래서 누가 되든 진보개혁진영의 대선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면 나는 새사연의 새 책, <리셋 코리아>의 실행계획을 만드느라 연구원들을 다그치고 있었을 것이다. 책에서 난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할 때가 되었다고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바야흐로 ‘진보의 시대’를 열 것이기 때문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민주통합당이나 새누리당도 외치는 건 그 증거이다. 이 위기에서 벗어날 진보적 정책기조를 제시하고 국민으로부터 현실적 정책능력도 인정받을 차례였다. 그런데 바로 이때 ‘진보세력’이 자멸하고 있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착한 경제학’으로 본 ‘통합진보당 사태’를 연재할 생각이다. 현 사태를 한 방에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 예컨대 분열된 집단을 치유하기 위한 ‘진실과 화해’의 구체적 프로그램, 당내 정파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진보라는 더 큰 가치의 실현방식에 동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이 믿게 하는 ‘재발방지’ 프로그램, 당내 집단간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프로그램들, ‘숙의 민주주의’에 충실한 정당 개혁부터 턱하니 제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거니와, 설령 외국 논문을 뒤져 몇 가지 방안을 내놓고(이런 갈등은 인류 역사에 비일비재했기에 의외로 많은 대안이 존재한다) 이 ‘정답’을 따르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야말로 ‘진보시즌2’에 당원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하나 하나 합의안을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여 우선 추상적인 차원에서 크게 문제를 들여다봐서 어느 쪽에 해결방향이 있는지부터 짚어보자. 몇몇 언론이나 지식인은 현 사태를 ‘치킨게임’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치킨 게임’은 ‘착한 경제학’의 독자들이라면 익숙할 사회적 딜레마 게임의 하나이다.(사회적 딜레마 게임은 ‘죄수의 딜레마’, ‘사슴사냥 게임’, ‘치킨 게임’ 세 가지가 있다)

치킨게임은 전설적인 배우 제임스 딘이 열연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 그대로 나타난다.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은 주로 여성에게 자신이 마초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동차를 마주 달리는 ‘미친 게임’을 했는데, 죽음이 두려워서 핸들을 트는 쪽이 겁쟁이(치킨)가 된다. 치킨의 치욕이 싫어 눈 감고 둘 다 가속기를 밟는다면 여차하면 사망에 이르는 게임이다. 따라서 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상대가 나를 ‘미친 놈’이라고 보게 만드는 것이다. 즉 ‘미친 놈’이 이기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보수표는 위와 같은데(관심 있는 독자들은 주간경향 955호에 제시한 ‘죄수의 딜레마’와 비교해 보시라), 합리적인 집단이라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배신, 협동) = (4, 2), 또는 (협동, 배신) = (2, 4)를 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통합진보당 내 두 정파는 상대에게 항복만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배신, 배신)의 보수가 (1, 1)이 아니라 (-10, -10), (-100, -100)…으로 마이너스의 기하급수로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 시선은 급속도로 싸늘해지고 있으며 다음 선거에서 이들은 모두 버림받을 것이 틀림없다. 도대체 왜 두 집단은 진보 전체로 볼 때 최악의 결과를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어느 한 집단, 또는 둘 다 ‘여기서 밀리면 우린 죽는다’는 집단생존의 문제로 상황을 보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의 핵개발 경쟁, 그리고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대표적 예다(실제 남북관계를 치킨게임의 관점에서 본 분석으로 PD저널 2010년 11월 30일자, ‘미친놈과 바보의 게임’을 보시라). 상황을 이렇게 보는 집단에게 먼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이 순간 살아남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찌 해야 이 바보 같은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다음번의 주제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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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