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됐다. 오죽했으면 3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만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도한 반기업 정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골목상권 보호와 사회적 공헌활동을 강화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을까. 이틀 전인 1일에는 유통상인들이 전경련회관 앞에서 ‘전경련 해체 및 유통재벌 규제’를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했다.

흔히 재계를 대표한다는 전경련은 61년에 만들어졌으니 거의 재벌의 역사와 비슷한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초점을 맞춘 한국경영자총협회나 공식적인 성격을 지닌 100년 역사의 상공인 조직인 대한상공회의소와 달리 전경련은 재벌 대기업들의 임의적 이익단체다.

또한 다른 단체들과 달리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전경련의 목표부터가 상당히 이데올로기적인 색채를 띤다. 거기에다 공식적으로는 제조·무역·금융·건설 등 전국적인 업종별 단체 67개와 우리나라 대표적 대기업 436개사를 회원으로 한다고 하지만, 주로는 재벌 대기업 집단의 이익 창구로 인식되고 있다. 재벌개혁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전경련이라는 재벌의 정치적 대변 집단을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자연스럽다.

최근 동반성장위원장을 사퇴하면서 정운찬씨가 재벌해체 화두를 꺼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연초부터 시작해 올해 3개월 동안에만 공식적인 전경련 해체 주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번 있었다. 깃발을 올린 것은 묘하게도 차명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그는 올해 1월9일 회삿돈을 빼돌린 명백한 범죄행위를 한 최태원 SK회장에 대해 전경련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낸 것을 두고 “전경련이 검찰한테 구속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단다. 자기 지분 1%도 안 되는 회사 돈 500억원을 호주머니 돈처럼 썼으면 도둑질한 것”이라며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어 재벌해체 바통을 받은 사람은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1월30일 “정부가 지난 4년간 재벌이 잘돼야 서민이 잘 산다는 낙수이론을 펴면서 재벌들이 하자는 대로 (관련법안을) 날치기까지 하더니 이제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재벌 딸들이 빵집운영에서 철수한다고 한다”며 “정말 대단한 정경유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재벌들을 위한 로비 창구역할을 해 왔던 전경련의 해체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정운찬 위원장의 사퇴발언이 이어진 것이다. 그는 “전경련은 다시 태어나거나 발전적 해체의 수순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기업이 산업화 시기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경제정의와 법을 무시하고 기업철학마저 휴지통에 버리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경련은 과거 정경유착 시대의 보호막 역할을 한 독재정권의 대체물”이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그동안 재벌들의 정경유착 통로이자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이 짙었던 전경련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유산으로 보이는 것이 지금의 형국인 모양이다. 확실히 재벌개혁을 위해서나 미래의 발전적 기업문화를 위해서나 전경련이 이제 역사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할지 모른다. 냉정하게 보면 올해 초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삼성을 포함한 4대 그룹 회장이 모두 불참하는 등 최근 핵심 재벌들조차 전경련에 무게를 실어 주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이쯤 되면 전경련을 해체한다고 재벌개혁에 무슨 큰 돌파구가 열릴 까닭도 없다. 단지 전경련 해체를 계기로 새로운 기업관계, 기업과 국민경제의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일 뿐이다. 솔직히 재계도 전경련에 특별히 애정도 없으면서 붙들고 있는 이유가 재벌개혁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덧붙여 둘 것은, 최근 역사로만 보면 사실 전경련 비판의 원조는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경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오인받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는 새로운 혁신의 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정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친기업을 자처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전경련 해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