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2 / 2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의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Who Lost Greece?)"를 요약 소개한다. 장 피사니 페리는 파리듀퐁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며, 국제경제싱크탱크 브뢰겔(Bruegel)의 대표이다.

그리스 의회가 28일 밤 늦게 2차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 약 32억 유로(43억 달러) 규모의 추가 긴축 조치를 가결했다. 이는 유로존과 IMF로 부터 1300억 유로의 긴급자금을 구조받고, 국채 상각을 통해 1070억 유로의 부채 탕감을 받기 위한 조건이었다. 긴축 조치에는 전 공무원의 임금 삭감과 1300유로 이상의 연금 삭감 등이 포함되었다. 이로써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에 한 발 더 다가섰고 돌아오는 국체 만기일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는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그리스 자체에도 있지만 유럽연합에도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스가 부패와 부채로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적절한 대책을 취하지 못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유럽연합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초기 대책이 너무 늦었고, 일관성 있는 방향이 부족했으며, 당장 예산 조정을 통한 부채 축소에 급급해서 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음을 꼬집었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정치적 연합체인 EU가 최저임금 삭감 등을 주장하면서 불평등을 조장한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Who Lost Greece?)

2012년 2월 28일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유럽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스의 국채 만기일인 3월 20일까지 그리스와 채권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빚을 갚아야 할 날을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스가 약속한 긴축안을 실행하지 않고 유로존을 탈퇴하거나 혹은 채무불이행 선언을 해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핀란드, 독일의 몇몇 정치적 지도자들은 그리스가 왜 유로 존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매우 의문스러워했다. 아테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마치 1920년대 독일인들이 전쟁 보상금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가 중국을 잃어버렸는가?”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승리를 거둔 후 1950년대 미국의 전략가가 던졌던 질문이다. 조만간 유럽 역시 그리스를 두고 스스로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주범은 물론 그리스 자신이다. 그리스 정치인들의 무기력한 태도, 정부를 망친 이권정치,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부패지수 순위 세계 80위, 이 뿐 아니라 그리스는 2011년 9월 그 해에 고소득자에게 부과되는 75개의 세금 중 31개만을 집행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을 들어서 나머지 유럽의 책임을 용서해버리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유럽 관료들의 첫 번째 잘못은 그리스가 2013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한 비현실적인 구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끌어온 것이다. 그리스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몇 년, 아마도 십 년 쯤은 걸릴 것이 명백하다.

유럽의 두 번째 잘못은 대외 지급능력 위기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응이다. 두 가지 전략이 가능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를 초기에 감축시켜서 지급능력을 재빨리 회복시키거나 모든 유로존 국가의 집단적 평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리스의 부채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는 것이다. 둘 중 하나의 전략을 택해서 일관성 있게 진행시켰어야 하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두 가지를 혼합하는데 합의했다. 이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세 번째 잘못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위기의 시작부터 IMF는 두 가지 문제를 진단했다. 바로 국가부채의 취약성과 심각한 경쟁력 상실이다. 불행하게도 정치가들은 전자에 주목했다. 그리고 태평스럽게도 구조적 개혁이 후자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 정부는 빈약한 정치적 자본의 대부분을 경쟁력 있는 경제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조정에 투자했다.

현재 구제 프로그램은 선결 문제의 순서를 뒤집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예산 조정을 통한 국가 재정 강화보다 더 앞서 그리스 경제의 경쟁력 회복과 성장을 놓고 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왜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네 번째, 성장 대책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하나도 없다. 예산 조정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경기침체를 초래한다. 그리스는 원칙적으로 유럽연합의 예산에서 지역개발원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이용되지 못했는데, 지역공동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마지막 실수는 부채를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술관료기구인 IMF가 거시경제의 범주를 넘어서는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EU는 정치적 결합체이며, 사회적 정의 실현을 근본 목표의 하나로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EU는 최저임금을 깎으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특히 소득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상위 10%의 고소득자들이 벌이는 세금 회피를 부차적인 문제를 둔 채로 말이다.

그리스의 긴축을 강요했다는 점을 두고 유럽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는 막대한 금융 지원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또한 심각한 불균형 상태의 국가는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유럽이 사태 초기에 보여준 신속하지 못한 대책, 나쁜 대책, 불균형적인 대책, 불공정한 대책은 비난의 대상이다.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냐는 질문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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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