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2 / 15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케말 데르비스(Kemal Dervis)의 "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The Global Future of Europe's Crisis)"와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의 "국민국가의 부활(The Nation-State Reborn)"을 요약 소개한다.

케말 데르비스는 전 터키 재무장관이자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 세계은행 부총재로 현재는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이다. 대니 로드릭은 하버드대학교의 국제정치경제 교수이며, 저서로는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가 있다.

오늘(15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의 최종 승인을 내리기로 했던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취소됐다. 최근 그리스 의회를 통과한 긴축안을 이행하겠다는 그리스 각 정당의 서면확약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근본적으로는 그리스가 긴축안을 이행할 것이라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 긴축안은 임금삭감, 공무원 감축 등 그리스 국민들의 희생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독일과 프랑스 채권은행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그리스 국민들의 저항은 거세다. 때문에 지금은 사퇴한 그리스 전 총리 파판두레우는 긴축안을 포함한 구제금융안과 유로존 잔류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부칠 것을 제안해었다. 하지만 금융자본의 압력에 의해 국민투표는 철회되었고, 결국 사퇴했다. 현재 그리스 총리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사람으로 불리는 파파데모스다.

그리스의 이같은 상황을 두고 데르비스는 국민국가의 민주적 정치와 세계화가 대립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향후 이 둘 사이의 대립과 긴장이 중요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았다.

로드릭 역시 한 때 세계화로 인해 국민국가는 쓸모가 없다는 환상이 돌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해 국민국가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았다. 위기 이후 구제금융을 실시하고, 경기부양 재정정책을 피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일들은 모두 국민국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세계화와 국민국가의 대립이라고 불리기에는 정확하지 않다. 1%만을 위한 세계화, 금융자본만을 위한 세계화와 99%를 위한 민주적 정치의 대립이라고 불러야 정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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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기로 보는 세계화의 미래
(The Global Future of Europe's Crisis)

2012년 2월 14일
케말 데르비스(Kemal Dervis)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유로존 위기는 2012년에도 계속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리스 국가 부채에 대한 그리스와 채권은행 사이의 협상은 결국 결론이 나겠지만 채권은행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의문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의 국채 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IMF의 요구는 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경우 부채에 허덕이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도 똑같이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 IMF, 유럽안정화기금(ESF),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약속한 지원은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물론 몇 가지 긍정적인 조치도 있었다. ECB는 3년 동안 1%의 이자로 유럽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은행 위기를 막았다. 하지만 이 조치가 채무 국가들이 지고 있는 장기 대출을 줄이지는 못했다. S&P는 1월 중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그 외 7개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을 AAA로 낮췄다.

유로존이 직면한 위기의 핵심은 경제 통합 없이 일어난 통화 통합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유럽 위기는 통화 통합이라는 특수한 문제를 넘어서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개별 국민국가의 민주적 정치와 세계화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을 지적하고 있다. 무역, 통신, 금융이 서로 연결되면서 금융시장의 요동에 더 취약해졌으며, 각 국민경제 사이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모든 곳에서 개별 국민국가의 정치인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 시작했다.

이런 긴장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건이 그리스 전 총리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제안한 것이다. 국민투표는 의사결정 수단으로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시장은 매 시간, 매 분마다 변하지만 국가의 토론은 몇 주씩 걸린다는 사실이다. 결국 금융시장과 그들을 두려워한 유럽 지도자들의 압력에 의해 파판드레우의 제안이 철회되기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 세계에 걸쳐 국민소득에 비해 금융자산은 매우 커졌다. 금융시장은 대부분의 국가를 제압할 수 있다. 부채에 많이 의존한 국가일수록 취약하다. 만약 금융시장과 중국중앙은행이 갑자기 미 재무부 채권의 매입을 거절한다면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채권국가 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융위기로 인해 중국의 수출품을 수입하지 않는다면 중국 역시 심각한 경제적 문제에 처할 것이다.

이렇게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위협들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며, 더 강력한 세계 경제 정치 협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싶고,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싶고, 제안된 협력 조치들에 대해 동의절차를 거치기를 원한다. 초국가적인 형태의 정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시장을 국가 내부에 재배치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초국가적 협력을 추구해온 유럽연합에서조차 경제문제에 대한 정치적 협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지금 위기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그럴 일을 없을 것이며,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세계화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부분적으로 역행하지 않는다면, 지금 유럽이 고심하고 있는 국경을 넘어서는 정치는 전 세계가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전반기에 펼쳐질 핵심적인 정치적 토론은 세계 시장과 개별 국민국가의 정치 사이의 긴장 해소 방법이 될 것이며, 유럽위기는 이를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국가의 부활
(The Nation-State Reborn)

2012년 2월 13일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우리 시대의 근원적인 신화 중 하나는 세계화와 개별 국민국가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교통과 통신의 혁명은 국경을 사라지게 하고 세계를 축소시켰다. 국가 규제에서의 협력에서부터 다국적 기구를 조직하는 국제적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운영 방식이 등장하여 국민국가의 입법자들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 국내 정치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거의 힘이 없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는 이런 미신을 산산조각냈다.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자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이는 누구인가? 금융 시장의 감시와 규제를 위해 법을 다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바로 국민국가이다. G20, IMF, 바젤위원회 등은 결국 들러리다.

심지어 지역협력기구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유럽에서도 개별 국가의 이익이 우선이다. 독일의 마르켈 총리는 부채국가들의 긴축을 선호하지 않지만, 자국 내 선거를 위해 다르게 행동해야 했다.

지식인들은 두 가지로 국민국가를 공격한다. 첫째, 재화와 자본, 사람이 전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기구로서 정부를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비판이다. 경제학자들은 세계경제가 더 통합되고 효율적이 되면 세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유방임은 더 많은 금융위기와 정치적 반발을 가져왔다.

둘째, 세계주의자는 국경의 인위성을 비난한다.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에 의하면 통신 혁명은 세계 규범(global ethics)을 창조했다. 노벨 경제학을 수상한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은 우리에게는 국경을 뛰어넘는 "다중 정체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모르겠다. 실증조사에 의하면 여전히 국적은 중요한 정체성으로 존재한다.

몇 년 전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는 지역, 국가, 세계에 대한 소속감을 측정했다. 예상대로 스스로를 세계시민이라 여기는 사람보다 한 국가의 국민이라 여기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에서는 국민이라는 정체성보다 지역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이 높았다.

50년 전만 해도 지리적 거리는 경제 활동의 강력한 제약조건이었다. 인터넷이 발명된 후에도 국경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물리적으로 먼 곳에 있는 국가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국가의 웹사이트를 더 많이 방문한다.

문제는 우리가 여전히 국민국가는 사라진다는 미신이 붙잡혀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무능력을 변명하고, 지식인들은 비현실적인 세계지배구조를 꿈꾼다. 사회적 약자들은 이민자와 수입품을 탓한다.

우리가 언젠가는 세계시민이 되겠지만, 지금의 위기는 여전히 국민국가의 정부가 해결하고 있다. 국민국가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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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