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07.11.20 20:49
 

비정규법 시행을 앞둔 지난 6월 29일 코스콤(구 한국증권전산) 비정규 노동자들은 전조합원 집단휴가를 내고 실질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투쟁이 벌써 80여일을 넘어섰다. 이들의 투쟁도 KTX 여승무원과 홈에버 노동자들처럼 장기전에 돌입한 것이다.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 중인 곳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KTX 대합실이나 할인매장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첨병 ‘증권선물거래소’ 1층 로비다. 코스콤은  1977년 정부와 거래소가 출자해 증권시장과 증권업계 업무의 전산화를 전담하기 위해 설치된 기업이다. 형식적으로는 민간 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일한 고객인 ‘거래소’에 종속되어 있다.


그들만의 투쟁으로 ‘정규직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투쟁과 실천의 거리’에 서게 되면 누구나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처음에는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기 위한 겸손한(!) 마음에서 출발하지만, 외부의 탄압이 거세어질수록 안으로는 더 단결하고 나아가 고립을 뚫고 대중과의 소통에 나서게 된다. 분임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더 큰 적은 배후에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투쟁이 단순한 ‘시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견고한 ‘구조의 철폐’임을 깨닫게 된다.


코스콤 비정규 노동자들이 애초에 내건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길게는 20년 가까이 일해 온 직장이 자신들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는 실종되고 회사는 점점 완고한 입장으로 기울었고, 정부와 자본은 언론의 시선을 피해 크고 작은 폭력을 행사했다.


코스콤이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허용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이렇게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스콤의 최대 주주(76%)인 증권선물거래소가 극단적인 ‘사익추구’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2005년 이후 매년 3,000억 원의 수익을 거두어 오면서도 이를 공공의 자원으로 환원하기는커녕 한 걸음 더 나아가 올 10월까지 주식시장에 상장(IPO)하겠다고 밝혔다. 내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내부 주주(우리사주 조합원)들은 평균 10억 원, 대규모 기관투자자(증권사)들은 평균 수천억 원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철폐를 위해


거래소는 주주자본주의의 전면 확대를 위한 ‘자본시장통합법’에 발맞추어 지난 2005년 유가증권, 선물, 그리고 코스닥시장을 통할하는 거대 기관으로 재출범한 바 있다. 거래소는 자사 인원이 확충되었으니 코스콤의 전산 업무를 가져오겠다고 했다가 국정감사에서 ‘탐욕’을 지적받자 이를 수면 아래로 감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압박에 놓인 코스콤이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를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주자본주의의 탐욕이 종속(하청) 기업의 이윤을 옥죄고, 종속 기업은 자사 위험을 비정규직에 전가시키는 중층화된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스스로 풀 능력을 가진 기업의 수는 이미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기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외받는 비정규 노동자의 정당한 목소리를 위해서는 경제 전체의 제도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