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9정태인/새사연 원장

그래도 인간은 이기적인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고 주장한 지난번 글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게 사실이다. 또한 생물학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이 동물인 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인간은 본성상 이기적일 것 같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당신은 이기적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예”라고 대답한다(스스로에게 질문하시기 바란다). 여기에 중요한 열쇠가 숨어 있다.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간단한 게임 하나를 소개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아주 유용한 게임이니 잠깐만 집중하시기 바란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쉬가 논문을 제출하자 지도교수는 “자네가 지금 뭘 했는지 아는가? 150년 된 경제학을 모조리 부정하고 있다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진짜로 그랬을까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개인은 자신만의 이윤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개인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결국은 의도하지 않았던 목표, 즉 공익의 증진에 기여하게 된다”는 아마도 경제학에서 제일 많이 인용되었을 아담 스미스의 통찰이 부정됐다는 것이다. 바로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는 게임이다.

보수를 나타내는 각 칸의 첫 번째 숫자가 경기자 I(나)의 보수이고 두 번째 숫자가 경기자II(상대방)의 보수이며 C는 협력, D는 배반을 나타낸다. 내가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각 칸의 앞 숫자를 비교해서 더 큰 쪽을 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의 보수가 (D,C)=4 > (C,C)=3 >(D,D)=2 > (C,D)=1의 순서라면 언제나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된다. 상대방이 협력(C)를 선택했을 경우 내 보수는 C=3, D=4이므로 D를 선택할 것이고, 또 상대반이 배반(D)를 선택한 경우에도 내 보수는 C=1, D=2이므로 역시 D를 택해야 한다. 즉 상대가 배반을 하든, 또는 협력을 하든 나는 배반을 하는 게 이익이다.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우리는 동시에 배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일부러 꾸며낸 숫자 예처럼 보일 테지만 우리 주위에 이런 상황은 널려 있다. 나의 보수 크기가 협력보다 배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면 그것은 모두 죄수의 딜레마게임이다. 혹시 내가 그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을 때, 자문해봐야 할 리트머스 시험지는 이렇다. “남이 다 하면 나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공포), 그리고 “남이 다 안 하는 경우 나만 하면 ‘대박’이다”(탐욕). 이 두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바로 사교육이 그렇다. 그리고 부동산(주식)에 대한 우리 태도도 비슷하다. 남들이 다 과외시키는데 우리 애만 마냥 놔둘 수 없고, 남들이 다 빚내서 집사는데 나만 유유자적, 안빈낙도 하다간 영원히 셋방살이 신세일 거 같다면 우리는 죄수의 딜레마 함정에 빠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글 첫머리에 한 질문의 답이 있다. 남들 대부분이 이기적이라고 대답한 분들은 바로 위 표의 오른쪽 상황을 맞고 있다. 즉 상대방의 배신에 하릴없이 당하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모두 그렇게 행동한다면? 각자는 이기적이지 않은데 그런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는 이기로 가득찬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 글은 '주간 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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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