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8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얼마 전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정부가 바삐 돌아가고 있다. 믿고 저축은행을 이용해 왔던 많은 국민들의 근심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니 정부가 그 의무를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이 하나같이 생색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앞장 서는 것부터가 그렇다. 검찰은 중수부를 동원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대출을 집중 수사하겠다는 서슬 퍼른 목소리를 연일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불법대출 규모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무한 대출경쟁이 일어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불법대출이 이번 사태의 원인인 양 취급되는 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과 여기에 박자를 맞추는 언론들이 해 온 그간의 모습을 보건대, 불법대출이 어떻게 정치권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무성한 보도만 넘쳐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와중에 시스템 진단의 중심이 되어야 할 금융당국이 하는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직원이 퇴직 이후 저축은행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공적 의무가 사적 이해관계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이해충돌 회피제도’는 상식일 뿐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금융당국을 따로 칭찬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한국 사회는 이런 상식이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워낙 지켜지지 않으니 특별한 행동으로 보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현재 금융규제의 핵심 이슈는 ‘소비자 보호’

 

많은 언론들이 금융당국의 취업제한 확대 방안을 비판하면서 왜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느냐고 일갈한다. 문제가 된 저축은행에만 ‘낙하산’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훨씬 덩치가 크고 국민경제에 영향력이 큰 은행과 증권, 보험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당연한 주장이며 같은 맥락에서 강만수 전 장관의 산업은행 지주회장 취임도 비판받아야 한다. 언론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언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번 저축은행 부실에 관해 금융당국이 정말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금융감독원 조직 자체가 ‘이해충돌’의 구조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금융당국 본원의 임무는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양대 축으로 설명되는데 최근의 국제적 논의는 바로 이 둘이 충돌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건전성 규제라 함은 금융기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적정한 자기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거나 불공정한 상품구매를 하는 경우, 이는 곧바로 금융기관들의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의 금융보호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데 핵심축은 금융감독원의 소비자서비스본부라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에야 본부로 승격한 이 조직은 금감원 내부 8개 본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금감원이 지금까지 건전성 규제에 매진해 왔는데 과연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이다.

 

‘소비자 금융보호’ 독립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약탈적 대출’행태로부터 비롯되자 미국은 2010년에 ‘소비자금융보호청’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였다. 애초 독립기구로 제안했던 법안에서 후퇴하여 결국 연방준비은행 산하로 설립되는 것으로 귀결되긴 했으나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금융규제 당국은 올해 와서야 은행에서 파견한 직원들을 돌려보내는 등 이해관계자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 왔다. 소비자 금융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와 외부의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었으나 다른 나라와 달리 금감원 내부 조직을 확대하는 시늉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 독립기구가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 보호라는 확고한 기준 하에서 금융업 권역을 넘나드는 포괄적인 규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저축은행의 금융상품 판매행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으로서는 다른 금융기관과의 수신경쟁, 신규 대출상품 개발 경쟁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금융위기 이후 제2금융권과 여신 및 대부업의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저축은행이 직면한 경쟁 압력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한 금융기관들 사이의 경쟁은 국민들의 금융보호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