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1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한 젊은 벗을 보았습니다. 며칠 전이지요. 방송사의 시사토론에 ‘시민토론단’의 한 사람으로 나온 그는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보수임을 밝히더군요. “보수 하면 부자 이미지가, 진보 하면 갈등과 분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가 자신을 보수라고 자부하는 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벗에게 보수는 ‘부자’이고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진보는 갈등과 분열, 부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 게지요. 충분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가슴은 허전했습니다.


젊은 벗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신문과 방송이 언제나 그렇게 ‘기호화’해왔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있지요.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대통령은 라디오·인터넷 정례 연설에서 다시 ‘G20세대’를 강조했습니다.


보수는 부자, 진보는 ‘갈등과 분열’ 이미지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개방과 협력에 바탕을 둔 성숙한 세계국가, 글로벌 네트워크 국가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며 “G20세대는 긍정의 힘으로 도전하면서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길 줄 안다”고 밝혔습니다.


G20세대. 정부가 유치한 국제회의를 젊은 세대에게 붙인 이름입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지요. 그런데 당신이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보았듯이 이명박 정부가 2010년 내내 부르대온 G20 회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우리 국민의 고달픈 삶에 구체적 도움을 준 게 하나라도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그는 “지금 당장 처지가 어려워도 인내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극복해 내는 젊은이야말로 진정한 G20세대”라고 주장했습니다. G20 자체가 외화내빈, 속 빈 강정이었는데 그 걸 내세우며 ‘긍정’을 부르댑니다. “지금 당장 처지가 어려워도 인내”하랍니다.


다시 젊은 벗의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보수하면 부자와 긍정이 떠오르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진보에는 ‘갈등과 분열’이 떠오른다면, 그 이미지 뒤에 실체적 진실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무릇 보수는 지금의 현실에 만족합니다. 젊은 벗의 표현을 빌리면 부자이니까 그렇겠지요. 경쟁과 시장을 내세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지요. 하지만 진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바꾸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갈등과 분열의 모습이 나타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진보의 꿈은 갈등과 분열이 아닙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고루 잘사는 사회를 꿈꾸지요. 바로 그렇기에 현실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비정규직이 절반인 나라, 청년실업자가 넘치는 나라를 결코 ‘긍정’하거나 ‘인내’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넘치는 나라를 긍정하고 인내하라?


오해 없기 바랍니다. 당신이 보수를 자처하는 자체를 문제 삼는 게 결코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 잘못된 이미지로 현실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 자신은 물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이미지에 가려진 진실을 나누고 싶은 이유입니다. 더구나 그 이미지가 권력이 앞장서서 만들어놓은 허상이라면 더 그렇지요.


2011년 1월11일, 오늘부터 젊은 당신에게 편지를 곰비임비 띄우겠습니다. 다른 뜻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소통하고 싶어서입니다. 소통 과정에서 저 또한 미처 몰랐던 사실과 진실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무 거리낌 없이 편지 주시기 바랍니다(2020gil@hanmail.net).


“보수는 부자, 진보는 분열”이라는 이미지 뒤에 감춰진 실체적 진실 이야기로 다시 젊은 벗에게 글 쓰게 해준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첫 편지를 여기서 줄입니다. 새해 뜻 이뤄가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