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10.02.09 10:54

연말이 되면 정부 산하의 경제연구기관과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이듬해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경제 전망 보고서는 소비, 투자, 경상수지, 물가, 고용 등에 대한 추세 분석과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을 종합해 익년의 경제를 전망하고 성장률을 예측하곤 한다. 발표할 때는 TV 뉴스를 비롯해 거의 모든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홍보’되지만, 그 예측에 관한 신빙성은 거의 점검되질 않는다. 몇몇 비판적 언론매체가 가끔 다루긴 하지만 GDP에 관한 여러 형태의 이야기가 마치 자연과학적 진실처럼 다루어지는 현실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래 표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지난 9년 동안 발표한 경제성장률 예측치와 실제 경제성장률을 비교한 것이다. 두 연구기관 사이에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확도를 논하기에는 오차가 너무 심하게 날 때가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2년과 2008년의 경우에는 전망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 2002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의 경우 3퍼센트, 삼성경제연구원은 4퍼센트나 차이가 났다. 2008년에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10월에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에서는 성장률을 3.6퍼센트로 예측했다가 미국 발 금융 위기가 심화되자 2009년 2월 마이너스 2.4퍼센트로 수정치를 발표했다. 자체 성장률 예측치의 변화가 무려 6퍼센트에 이른 것이다. 2009년 경제성장률이 0.2퍼센트 정도일 것이라는 잠정적인 예측치가 나오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최초 발표한 예측이나 수정치 모두 2.5퍼센트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이 정도로 신뢰성이 낮은 경제 전망에 정부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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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별 의미도 없는 성장률 예측을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현 이명박 대통령이 747이라는 거짓 공약을 바탕으로 당선된 것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개도국에서 GDP 성장은 지배계급의 권력을 정당화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박정희에 관한 신화도 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성장률은 지배 체제의 안정을 의미한다. OECD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성장 후분배’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지배층에게 성장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직접적인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배제해도 GDP에 관한 지표들은 많은 개념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GDP를 생산의 측면에서 보자면 단지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격을 총합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사회성원 사이의 분배 문제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적 가치도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를 2만 달러라고 가정하면 현재 4인 가족의 평균소득은 8000만 원 가까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평균소득은 그 절반도 안 된다. 길이 많이 막혀 차가 정체된 상태에서 태워 없애는 기름 값도 GDP에 포함된다. 반면 산업생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가치는 GDP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의 산림이 불타 없어지고 공장이 들어서면 GDP는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받아들여지면서 GDP를 대체할 경제지표 개발이 시도되고 있긴 하다. 프랑스 정부는 스티글리츠와 센 등 주류 경제학 내의 일부 비판적 경제학자들에게 위탁해 ‘경제 성과와 사회 진보 측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분배 문제와 환경 문제 등 삶의 질을 반영하는 경제지표를 만들려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전망과 예측은 기존에 확립되어 있는 개념 틀 안에서 매해 성장률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사회 성원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 경제 개념을 확립해내고, 그에 알맞게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 전망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그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2010년에 더욱 절실하다.

-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 사회의 진실>에서 발췌(p.31~33)(새사연 지음, 시대의창, 20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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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