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2010.01.29 08:37

최근 글로벌 경제가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월 21일 1722포인트로 정점에 올랐던 한국의 주가는 22일 외국인들이 무려 5000억 원을 팔기 시작하면서 1월 27일 기준으로 162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94포인트가 추락한 것이다. 미국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529포인트가 빠졌다. 동시에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던 환율은 다시 뛰어오르면서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금 세계경제 향방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두 나라, 미국과 중국에서 새로운 움직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규제 움직임과 중국의 긴축 조짐이 그것이다. 이 점에서 지난 11월 말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두바이 부도 우려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전후하여 50개 대형은행에 대해 10년에 걸쳐 이른바 ‘금융위기 책임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사이의 구분을 다시 엄격히 하는 ‘글래스-스티걸 법’ 부활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본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새사연, “오바마, 월가에 금융위기 책임 묻다”, 2010.1.20).

오바마는 1월 21일 연설문에서 “은행들은 더 이상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소유할 수 없고, 거기에 투자하거나 지원할 수도 없다. 또한 소비자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윤을 위한 자산 거래도 금지”하겠다며 은행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앞으로 3년간 재정규모를 동결하겠다는 발표도 이어졌다(새사연, “오바마, 경제화두 유연성에서 안정성으로 전환 시도”, 2010.1.22).

물론 이제 와서 금융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이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수는 있다. 그동안 금융규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위기의 책임자인 금융회사는 수익률을 회복하고 거액 보너스 지급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시민은 여전히 소득과 고용이 회복되지 않고 있었고 미국 시민이 더 이상 고통을 계속 인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증이 오바마 정부의 지지율 추락으로 연결된 측면이 있다. 결국 미국 당국자들이 예상했던 점진적인 경기회복은 미국 시민들이 상당기간 아무 말 없이 고통을 감내할 때에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또 다른 금융 불안의 진원지인 중국의 자산 거품은 이미 알려진 글로벌 경제의 핵심 위험 요소였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0.7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시급히 은행의 유동성을 환수하기 위해 1월 18일과 25일 지급준비율을 연속적으로 인상하는 한편, 주요 국영은행들의 신규 대출 중단과 자본 확충을 선언한 것이다. 아예 중국정부가 공식적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고 곧바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실 2009년 초반까지 자유낙하하던 세계 경제는 각 나라가 동시에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을 쏟아 부은 결과, 2009년 5월 미국 주요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통과 발표를 최종 신호로 진정과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왔다. 금융위기가 2라운드로 돌입한 셈인데, 많은 경제 전망들은 비록 곳곳에 불안 요인이 잠재되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올해도 이 연장선에서 완만한 회복국면이 이어지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연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자칫 또 다른 국면의 시작은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 번지고 있기까지 하다.

물론 이를 두고 ‘출구전략의 공포’라고 할 수도 있고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정상화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해 급하게 시행된 위기 수습책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매끄러운 출구전략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0년 한 해에는 지금까지 국가의 응급조치로 가려졌던 문제들이 다양하게 불거져 나오면서 새로운 금융 불안 단계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경제도 외형적인 빠른 회복세 이면에 적어도 두 가지 불안 요인이 잉태되고 있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2010년 통화신용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외국자본 유출입 변동’과 ‘가계의 부채 변동’요인이다(한국은행, “201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2010.1.7).

특히 이번 금융 불안은 작년까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90조 원 가까운 자금을 유입시켜 주가를 떠받치고 환율을 떨어뜨렸던 외국자본이 다시금 빠져나가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를 또 다시 침체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인이다.

물론 현재 상황만으로 새로운 금융 불안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단언하는 것은 상당히 과도한 해석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금융 불안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 살아있다는 것은 확실하며, 어떤 계기에서든 또 한 번 세계 경제를 뒤흔들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위기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한 것이 아니라 국가 세금으로 위기를 덮어두었기 때문이고 시장을 정상화시킨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지표를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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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